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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찾아오는 꼬마 도깨비
가난한 노부부에게 메밀묵을 얻어먹고 금덩이를 놓고 간 도깨비 (출처: 민간 설화)
태그 (1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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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이상)
옛날, 강원도 깊은 산골에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한 노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비 오는 밤, 문 앞에 홀로 서 있던 낯선 꼬마아이. 배가 고프다는 그 아이에게 노부부는 남은 메밀묵 한 사발을 선뜻 내어줍니다. 그런데 이 아이, 보통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밤마다 찾아와 메밀묵을 얻어먹더니,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지고…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는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것이 놓여 있었으니. 가난한 노부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그 밤의 이야기, 과연 그 꼬마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지금부터 천천히 들려드리겠습니다.
※ 1: 금덩이의 비명 (콜드오픈)
그 새벽, 박씨 할멈의 비명이 산골짜기를 찢었습니다.
"영, 영감! 이리 와 보세요! 세상에, 이리 빨리 와 보시라니까요!"
최씨 영감은 잠결에 벌떡 일어났습니다. 일흔 넘은 몸이 쑤시고 삐걱거렸지만, 할멈의 목소리에 담긴 떨림이 예사롭지 않아 맨발로 부엌까지 뛰어왔습니다. 할멈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부뚜막 아래 꼬마가 밤마다 앉던 바로 그 자리였습니다. 거기에 주먹만 한 것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아궁이의 잔불에 비친 그것은 노란빛으로 번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을 품은 듯, 부엌 전체를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이, 이게 뭐요? 설마…"
"금이여, 영감. 금덩이라고요! 진짜 금덩이가 여기 놓여 있다고요!"
영감은 허리를 굽혀 그것을 조심스레 집어 들었습니다. 묵직했습니다. 두 손에 가득 차는 무게가, 한평생 돌덩이와 흙덩이밖에 들어본 적 없는 손에 너무나 낯설었습니다.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이상한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습니다. 영감은 금덩이를 들고 선 채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눈에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금덩이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금덩이를 놓고 간 그 작은 손이, 그 동그란 얼굴이, 그 맑은 목소리가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아이가… 이걸 놓고 간 거란 말이냐. 이 보은을 하려고 밤마다 찾아왔던 거냐.'
영감은 금덩이를 꼭 쥔 채 부뚜막 앞에 주저앉았습니다. 무릎에 힘이 풀렸습니다. 할멈도 그 옆에 나란히 앉았습니다. 두 사람의 눈앞에는 금덩이가 있었지만, 두 사람의 마음속에는 금덩이가 아니라 그 꼬마의 얼굴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볼이 복숭아처럼 발그레하던 그 얼굴, 메밀묵을 먹을 때 눈을 꼭 감고 행복해하던 그 표정, 할머니 할아버지 하고 부를 때 살짝 올라가던 그 목소리의 끝.
"다시는 안 오는 거지요? 그 아이, 이제 다시는 안 오는 거지요, 영감?"
할멈의 물음에 영감은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밖에서는 첫닭이 울고 있었고, 동쪽 하늘이 아주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부엌 한구석에는 어젯밤 꼬마가 먹다 남긴 메밀묵 접시가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접시 위에 묵은 반쯤 남아 있었는데, 거기에 작은 이빨 자국이 선명했습니다. 할멈은 그 접시를 가슴에 끌어안았습니다. 차가운 사기그릇이었지만, 할멈에게는 그것이 꼬마가 남기고 간 마지막 온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요? 이 기이한 이야기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닷새 전 밤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날도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비라고 하기엔 모자란 표현이었습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물이 쏟아지고, 번개가 산등성이를 갈라놓을 기세로 내리치던 밤이었습니다.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짐승도 제 굴에 들어앉아 숨을 죽이는 그런 밤. 그 빗속에 홀로 서 있었던 것은, 고작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아이 하나였습니다.
※ 2: 폭우 속의 꼬마
닷새 전, 그 밤.
강원도 산줄기가 겹겹이 둘러싼 깊은 골짜기, 그 끝자락에 초가집 한 채가 쪼그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지붕에는 이끼가 끼고 벽에는 바람이 드나들었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온기만큼은 새어 나오는 집이었습니다. 이 집에 사는 최씨 영감과 박씨 할멈은 일흔이 넘도록 자식 없이 단둘이 살아온 노부부였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남의 논에서 품을 팔았고, 이제는 늙어서 그마저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영감이 삼은 짚신을 장에 내다 팔아 겨우겨우 끼니를 잇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폭우가 산골짜기를 덮쳤습니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산그림자가 괴물처럼 일렁였고, 우레 소리에 산짐승들까지 숨을 죽이는 밤이었습니다. 영감은 새는 지붕 아래 대야를 받쳐놓고 한숨을 쉬고 있었고, 할멈은 부엌에서 솥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습니다.
"영감, 오늘 저녁은 죽이라도 쑤까요? 쌀이 한 줌밖에 안 남았구먼."
"한 줌이면 됐지. 물 많이 잡아서 묽게 쑤면 내일 아침까지는 버틸 수 있을 게야."
'이것도 며칠이면 바닥이 날 텐데…' 할멈은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부지깽이로 아궁이를 쑤셨습니다. 그때였습니다.
똑,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빗소리에 묻힐 만큼 작았지만, 분명히 사람의 손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습니다. 영감과 할멈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이 깊은 산골에, 이 폭우 속에, 밤중에 찾아올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집도 한 마장은 걸어야 했고, 이 빗줄기에 그 길을 올 사람은 세상에 없었습니다.
"누, 누구시오?"
영감이 조심스레 물었지만 대답이 없었습니다. 다만 똑, 똑, 똑,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만 이어졌습니다. 규칙적이고, 또렷하고, 이상하리만큼 차분한 소리였습니다.
'짐승이 부딪히는 건가.' 영감은 그렇게 생각하려 했지만, 그 소리는 짐승의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 정확했습니다. 할멈이 영감의 소매를 잡아당겼습니다.
"열지 마세요, 영감. 이런 밤에 찾아오는 건 사람이 아닐 수도 있어요. 옛말에 폭우 치는 밤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면 절대 열지 말라고 했잖아요."
"허지만 만에 하나 사람이면 어쩔 텐가. 이 빗속에 길 잃은 나그네일 수도 있잖소. 그걸 내버려두고 모른 척하면 그게 사람이냐."
영감은 떨리는 손으로 문빗장을 들어 올렸습니다. 삐걱,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빗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들었습니다. 그리고 영감은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꼬마아이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대여섯 살쯤 되었을까. 달걀처럼 동그란 얼굴에, 눈이 유난히 크고, 볼이 복숭아처럼 발그레한 아이였습니다. 댕기머리를 하고 낡은 저고리를 입고 있었는데, 옷이 어딘가 시대를 알 수 없는 묘한 차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아니, 이상한 정도가 아니라 소름이 돋는 것은, 이 쏟아지는 폭우 속에 서 있으면서 옷이 젖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저고리에도, 바지에도, 댕기머리에도 빗방울 하나 맺혀 있지 않았습니다. 마치 비가 아이를 비껴가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영감의 등줄기를 차가운 것이 타고 내렸습니다.
"아이야, 너 누구냐? 이 밤에 여긴 어찌 왔느냐? 부모는 어디 있고?"
아이는 대답 대신 고개를 들어 영감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 눈이 어찌나 맑고 깊던지, 영감은 그 눈을 들여다보는 순간 마치 깊은 우물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전부 담아놓은 것 같은 눈이었습니다.
"배고파요."
아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목소리는 맑고 영롱했지만, 어딘가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메아리처럼 한 박자 늦게 공기 중에 번지는 이상한 울림. 할멈이 부엌에서 고개를 내밀어 아이를 보았습니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아이의 작고 마른 몸과 간절한 눈을 보는 순간 무서움보다 측은함이 먼저 가슴을 쳤습니다.
"영감, 우선 들이세요. 아무리 수상해도 배고프다는 아이를 내칠 수야 없잖아요. 귀신이라 해도 배가 고프면 불쌍한 거지."
※ 3: 메밀묵 한 사발의 대가
영감은 망설이다가 아이를 안으로 들였습니다. 아이는 문지방을 넘어 작은 발로 또각또각 마루를 지나 부엌으로 들어왔는데, 그 발자국 소리가 이상하게 울렸습니다. 나무 마루를 딛는 소리가 아니라, 마치 돌 위를 걷는 것 같은 단단하고 맑은 소리였습니다. 할멈은 그 소리를 듣고 흠칫했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한 건 이상한 거고, 배고픈 건 배고픈 거다. 우선 먹이고 보자.'
"자, 여기 앉아라. 변변찮지만 먹을 것을 좀 줄 테니."
할멈은 아이를 부뚜막 아래 따뜻한 자리에 앉히고 찬장을 열었습니다. 안에는 낮에 영감이 장에서 짚신을 팔아 사 온 메밀가루로 쑨 묵이 한 덩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내일 아침과 저녁, 이틀치 양식으로 아껴두었던 것이었습니다. 노부부에게는 이것 말고는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걸 내어주면 내일은 굶어야 하는데…' 할멈의 손이 찬장 앞에서 잠시 멈추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돌아보니, 그 크고 맑은 눈이 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눈에는 간절함이 가득했지만 입으로는 다시 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배가 고파서 찾아왔으면서도 조르지 않는 그 모습이, 할멈의 마음을 무너뜨렸습니다. 할멈도 어린 시절 배를 곯아본 사람이었습니다. 배가 고파도 차마 입을 열지 못하는 그 서러움을 뼈로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에이,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지 뭐. 굶어본 사람이 또 굶으면 되지."
할멈은 묵을 넉넉하게 썰어 접시에 담고, 아껴두었던 간장으로 양념을 만들어 얹었습니다. 파도 송송 썰어 올렸습니다. 아이 앞에 접시를 놓자, 꼬마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꾸벅 절을 했습니다. 그 절이 어찌나 반듯한지, 어른에게 제대로 예절을 배운 아이 같았습니다. 그리고 허겁지겁 묵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먹는 모양이 어찌나 게걸스러운지, 할멈은 보다 못해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 아이가 얼마나 굶었으면 이렇게 먹는 것인지. 묵 한 점을 입에 넣을 때마다 눈을 꼭 감고 오물오물 씹는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을 먹는 표정이었습니다.
"천천히 먹어라. 체하겠다, 아가. 아무도 안 뺏어간다."
영감은 맞은편에 앉아 아이를 물끄러미 지켜보았습니다. 배고프다고 찾아온 것은 분명 불쌍한 일이었지만, 아까 본 것들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비에 젖지 않은 옷, 우물 같은 눈, 돌 위를 걷는 듯한 발소리…' 영감은 입을 열어 뭔가 묻고 싶었지만, 아이가 너무나 맛있게 먹고 있는 모습에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습니다. 배고픈 아이 앞에서 네 정체가 뭐냐고 따져 묻는 것은, 영감의 성미에 맞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묵을 깨끗이 비우고 다시 꾸벅 절을 했습니다.
"맛있었어요. 정말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할머니."
"그래, 맛있었으면 됐다. 또 배고프면 오너라."
할멈이 무심코 한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의 표정이 변했습니다. 크고 맑은 눈이 한층 더 반짝이더니,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 미소가 묘하게 어른스러웠습니다. 대여섯 살 아이의 얼굴에 담기기엔 너무 깊은 감정이 서린 미소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영감이 황급히 뒤따라 나갔을 때, 마당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빗줄기만 여전히 쏟아지고 있을 뿐, 아이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발자국조차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진흙 위에 발자국이 있어야 마땅한데, 폭우에 씻긴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발자국이 찍힌 적 자체가 없었던 것입니다.
"영감…"
"나도 봤소. 나도 다 봤소."
두 사람은 빗속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동안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할멈이 부엌을 쓸다가 기이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젯밤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 엽전 한 닢이 놓여 있었습니다. 분명 어젯밤에는 없던 것이었습니다. 더 기이한 것은, 그 엽전이 푸른 녹으로 뒤덮여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백 년은 묵은 듯한 녹이었습니다. 이 세상에 지금 통용되는 엽전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에 쓰이던 옛 엽전이었습니다.
"이건 도대체…"
할멈의 손이 떨렸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자, 문 밖에서 다시 그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똑, 똑, 똑.
※ 4: 욕심쟁이 장쇠의 등장
그 뒤로 꼬마는 밤마다 찾아왔습니다. 해가 지고 별이 뜨면 어김없이 문을 두드렸고, 할멈이 내어주는 메밀묵을 맛있게 먹고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아침이면 아이가 앉았던 자리에는 어김없이 엽전 한 닢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튿날도, 사흗날도, 그 다음 날도 한결같았습니다.
영감은 처음의 불안함이 차츰 사라지고, 아이에 대한 정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꼬마가 묵을 먹는 동안 옛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도 하고, 나무꾼이 선녀를 만난 이야기도 해주었습니다. 꼬마는 눈을 반짝이며 들었고, 가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나무꾼은 왜 선녀 옷을 숨겼어요? 그건 나쁜 거 아니에요?"
"허허, 네 말이 맞다. 그건 나쁜 짓이지. 그래서 나무꾼은 결국 벌을 받았단다."
할멈은 아이의 댕기를 다시 묶어주기도 하고, 묵을 먹일 때 곁에 앉아 등을 토닥여주기도 했습니다. 사흘째 되는 날 밤, 할멈은 슬그머니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아가야, 너 이름이 뭐냐?"
"이름이요?"
아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마치 이름이라는 것을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이름은 없어요. 그냥 꼬마라고 불러주세요, 할머니."
할멈은 가슴 한구석이 저릿했습니다. 이름도 없는 아이가 밤마다 혼자 떠돌아다닌다는 것이 한없이 가엾었습니다.
"이름이 없으면 어쩌냐. 할미가 하나 지어줄까?"
"아니에요, 괜찮아요. 할머니가 꼬마라고 불러주는 게 좋아요. 그게 제 이름이에요."
그런데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습니다.
이 산골에서 한 마장 떨어진 곳에 장쇠라는 사내가 살고 있었습니다. 장쇠는 나이 사십에 덩치가 산만 하고 힘은 황소 못지않았지만, 마음씨는 쥐구멍만 한 위인이었습니다. 남의 밭에서 밤이면 곡식을 훔치고, 과부네 집 울타리를 넘어 닭을 잡아가고도 모른 척하는, 마을에서도 손가락질받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힘이 워낙 세고 성깔이 사나워서 아무도 면전에 대고 한마디 하지 못했습니다.
장쇠는 장날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다가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를 엿들었습니다.
"최씨 영감네 집에 밤마다 웬 아이가 찾아온다며? 메밀묵을 먹고 가면 엽전을 놓고 간다는데, 그게 보통 엽전이 아니라 백 년은 묵은 옛날 것이래."
"에이, 그게 말이 되나? 허튼소리 말게."
"아니야, 할멈이 직접 장에 와서 그 엽전으로 메밀가루를 사 갔다니까. 가게 주인이 그 엽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더라. 요즘은 구경도 못 하는 옛날 엽전이었다고. 골동 값으로 치면 꽤 된다고 하더군."
장쇠의 눈이 번뜩였습니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셈을 굴렸습니다. '밤마다 엽전을 놓고 간다? 백 년 묵은 엽전이면 값이 꽤 나갈 텐데. 아이가 엽전을 놓고 간다고? 허! 사람 아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그건 십중팔구 도깨비일 게다. 도깨비한테서 엽전 한 닢씩 받아먹고 좋다고 웃고 앉았으니, 그 영감탱이도 참 한심한 놈이로구나.'
장쇠는 술잔을 탁 내려놓으며 중얼거렸습니다.
"도깨비를 잡으면 금은보화를 토해낸다는 얘기가 있지. 엽전 한 닢이 뭐냐. 잡아서 조져야 금덩이를 내놓지."
그날 밤부터 장쇠는 최씨 영감네 집 주변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나흘째 되는 밤, 장쇠가 뒷산 숲 속에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데, 정말로 어둠 속에서 꼬마가 나타나 영감네 집 문을 두드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달빛에 비친 아이의 모습은 작고 앙증맞았지만, 장쇠의 눈에는 오직 금은보화만이 보였습니다.
"이크, 진짜로 있네. 진짜 도깨비가 있어!"
장쇠는 이를 드러내며 웃었습니다. 탐욕으로 일그러진 그 웃음이 어둠 속에서 섬뜩하게 번졌습니다.
"내일 밤이다. 내일 밤에 쇠그물을 쳐서 그놈을 잡는다. 잡아서 금덩이를 토해낼 때까지 두들겨 패는 거야."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었습니다. 마치 산이 무언가를 경고하듯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골짜기를 울렸지만, 장쇠는 듣지 못했습니다. 욕심에 눈이 멀면 귀도 먹는 법이고, 귀가 먹으면 하늘의 경고도 바람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법이니까요.
※ 5: 함정과 비명의 밤
다섯째 날 저녁, 노부부는 여느 때처럼 꼬마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할멈은 낮 동안 특별히 정성을 들여 메밀묵을 쑤었습니다. 오늘은 묵에 들깨가루도 좀 얹어주고, 아껴두었던 참기름도 한 방울 둘러줄 작정이었습니다. 영감은 마당에서 주워온 동글동글한 돌멩이 하나를 씻어서 부엌 한켠에 놓아두었습니다.
"이 돌멩이가 꼭 꼬마 볼때기같이 동글동글허네. 갖고 놀라고 줘야겠다."
"호호, 그러네요. 꼬마가 보면 좋아하겠어요."
노부부의 얼굴에는 손주를 기다리는 조부모 같은 설렘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평생 자식이 없어 적적했던 이 늙은 부부에게, 밤마다 찾아오는 꼬마는 어느새 손주 같은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장쇠는 영감네 집 뒤편 숲에서 무시무시한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장간에서 은밀하게 구해온 쇠그물을 땅 위에 깔고 낙엽으로 덮어 위장한 뒤, 그 위에 메밀묵 조각을 미끼로 놓아두었습니다. 도깨비가 영감네 집으로 향하는 오솔길 한가운데, 피해갈 수 없는 길목을 막아놓은 것이었습니다.
"도깨비라는 놈들은 메밀묵을 좋아한다지? 이 냄새를 맡으면 틀림없이 달려들 게다. 그물에 걸리면 꼼짝 못 할 테니, 밧줄로 꽁꽁 묶어서 금은보화를 내놓으라고 두들겨 패면 되는 거야. 금덩이 열 개는 뽑아내야지."
장쇠는 그물 옆 큰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손에는 몽둥이를 쥔 채 숨을 죽였습니다. 밤이 깊어졌습니다. 달이 구름 뒤에 숨었다 나왔다를 반복했고, 어딘가에서 부엉이가 불길하게 울었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또각, 또각, 또각.
돌 위를 걷는 듯한 그 맑은 소리. 꼬마가 오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영감네 집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달빛 아래 드러난 동그란 얼굴, 크고 맑은 눈, 복숭아 같은 두 볼. 꼬마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왔습니다. 오늘은 할머니가 어떤 묵을 해주었을까, 할아버지가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줄까, 그런 기대에 부푼 발걸음이었습니다.
그 순간, 꼬마의 발이 낙엽 더미를 밟았습니다.
철커덕!
쇠그물이 사방에서 치솟아 아이의 몸을 옭아맸습니다. 쇠에 닿는 순간 꼬마의 몸에서 푸른 불꽃이 튀었습니다. 마치 벼락이 내리친 것처럼 파란 섬광이 숲을 환하게 밝혔습니다.
"끄아아악!"
아이의 비명이 산골짜기를 찢었습니다. 그것은 아이의 울음이 아니었습니다. 산짐승이 덫에 걸려 울부짖는 소리 같기도 하고, 바람이 바위틈을 비집고 우는 소리 같기도 한, 이 세상 것이 아닌 울음이었습니다. 쇠그물에 닿을 때마다 아이의 살갗에서 연기가 피어올랐습니다. 치이익, 치이익, 살이 타는 냄새가 밤공기를 찔렀습니다. 도깨비에게 쇠붙이란 불에 달군 인두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쇠에 닿지 않으려 온몸을 비틀고 웅크렸지만, 그물은 사방에서 조여들어 피할 곳이 없었습니다.
장쇠가 바위 뒤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잡았다! 이놈, 꼼짝 마라! 순순히 금은보화를 내놓으면 살려주마!"
그 비명 소리는 영감네 집까지 닿았습니다. 할멈이 국자를 놓치며 벌떡 일어섰습니다. 낯빛이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영감, 저 소리 들리세요? 저 소리가 꼬마 목소리 같아요!"
영감도 이미 짚신을 꿰고 있었습니다. 일흔이 넘은 손이 떨렸지만, 눈에는 불꽃이 일었습니다.
"할멈, 당신은 여기 있으시오. 내가 가서 볼 테니."
"안 돼요, 영감. 나도 갈 거예요. 우리 꼬마가 다치고 있을지도 몰라요!"
노부부는 횃불도 없이 어둠 속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일흔이 넘은 다리가 어찌 그리 빠를 수 있었는지, 넘어질 뻔하고 비틀거리면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비명 소리를 따라 숲으로 들어가니, 장쇠가 쇠그물에 감긴 꼬마를 밧줄로 묶으려 하고 있었습니다. 꼬마는 쇠에 닿을 때마다 울부짖으며 몸을 비틀고 있었고, 살갗이 닿는 곳마다 화상처럼 시뻘건 자국이 나 있었습니다.
"장쇠! 이 사람아, 당장 그만두지 못할까!"
영감이 버럭 소리쳤습니다. 일흔 평생 누구에게도 소리 한번 지르지 않던 그 영감이, 온 산이 울릴 만큼 고함을 질렀습니다. 그 소리에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부엉이가 날아올랐습니다.
※ 6: 도깨비의 눈물
장쇠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영감과 할멈이 숨을 헐떡이며 서 있는 것을 보고, 코웃음을 쳤습니다.
"뭘 그만둬요, 영감. 이놈이 도깨비라는 걸 모르시오? 사람이 아니란 말이오! 도깨비를 잡으면 금은보화를 뱉어내게 할 수 있소. 엽전 한 닢에 좋다고 꼬물꼬물 웃고 앉았을 때가 아니라니까. 금덩이를 내놓게 해야지!"
"이 아이가 도깨비건 사람이건 귀신이건 상관없다! 배고프다고 찾아온 아이를 쇠그물로 가두고 몽둥이를 들어? 네 그 욕심통에 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자고로 배고픈 것을 먹여주면 됐지, 잡아다가 쥐어짜는 놈이 어디 있냐!"
영감은 장쇠에게 달려들었습니다. 일흔 넘은 노인이 산처럼 큰 사내에게 덤비는 것이니, 상식으로 보면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영감의 눈에는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물 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 살갗이 타들어가면서도 할아버지 오지 말라고 소리치는 아이, 그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장쇠가 영감을 한 손으로 밀어냈습니다. 영감은 뒤로 나자빠져 등이 나무뿌리에 부딪혔습니다. 등뼈를 타고 통증이 번져 눈앞이 하얘졌지만, 영감은 다시 일어나려 했습니다.
"영감!"
할멈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할멈은 생각지도 못한 행동을 했습니다. 쓰러진 영감에게 가지 않고, 곧바로 쇠그물 위에 엎드려 맨손으로 그물을 벌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쇠줄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흘렀지만, 할멈은 이를 악물고 멈추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피가 줄줄 흘러내려 쇠그물 위에 붉은 자국을 남겼습니다.
"할머니, 안 돼요! 손 다쳐요! 놓으세요!"
꼬마가 울면서 소리쳤습니다. 할멈의 피가 자기 때문에 흐르는 것을 보고, 아이는 더 크게 울었습니다.
"다치기는 뭘 다쳐. 할미 손은 원래 거칠다. 평생 흙 파고 짚 꼬고 한 손인데 이깟 쇠줄에 다치겠느냐. 가만있어라, 금방 꺼내줄 테니. 울지 마라, 응? 할미가 꺼내줄 테니."
장쇠가 할멈의 어깨를 잡고 끌어내려 했습니다. 그 순간이었습니다.
바람이 멈추었습니다.
아니, 바람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벌레 소리도,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도, 계곡 물소리도, 부엉이 울음소리도 전부 사라졌습니다. 세상이 숨을 멈춘 것 같은 고요 속에서, 꼬마의 몸에서 푸른빛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반딧불이 같은 작은 빛이었습니다. 그것이 점점 강해지더니, 아이의 온몸을 감싸고, 쇠그물 너머로 번져나갔습니다. 쇠그물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스르르 녹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눈 위에 뜨거운 물을 부은 것처럼, 단단하던 쇠줄이 엿가락처럼 흘러내려 땅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장쇠가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습니다.
"도, 도깨비! 진짜 도깨비다!"
푸른빛 속에서 꼬마가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머리 위로 작은 뿔이 하나 돋아 있었고, 눈이 달빛처럼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그 동그란 얼굴이었고, 볼은 여전히 복숭아처럼 발그레했습니다. 도깨비의 위엄과 아이의 앙증맞음이 기이하게 어우러진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은빛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저 때문에 다치셨어요. 저 때문에…"
할멈은 피 묻은 손을 앞치마에 슬쩍 닦고 아이를 번쩍 안아 올렸습니다. 뿔이 돋은 머리 위로 할멈의 거친 손이 부드럽게 얹혔습니다.
"이것아, 할미 손은 원래 이런 거다. 네가 다친 것보다야 백 배 낫지. 울지 마라."
아이는 할멈의 품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뿔이 돋은 작은 머리가 할멈의 가슴에 파묻혀 들썩였습니다. 영감도 아픈 등을 부여잡고 비틀비틀 일어나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큰 손으로 아이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습니다.
"울지 마라, 이 녀석아. 다 괜찮다. 할아버지가 여기 있으니 괜찮다."
꼬마는 한참을 울다가 고개를 들어 노부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이 산에 사는 도깨비예요. 몇백 년을 혼자 살았어요. 아무도 저한테 밥을 준 적이 없었어요. 다들 도깨비라고 무서워하거나, 잡아서 부려먹으려고만 했어요. 할머니가 처음이에요. 무서워하지 않고 밥을 주신 건 할머니가 처음이에요."
"…"
"근데 이제 가야 해요. 사람한테 정체를 들키면 더는 찾아올 수가 없어요. 그게 도깨비의 법도거든요. 들킨 도깨비는 그 땅을 떠나야 해요."
할멈이 아이를 더 꽉 안았습니다. 품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처럼.
"가지 마라. 응? 법도가 뭐가 중헌디. 밥 먹고 싶으면 내일도 오고, 모레도 오고, 글피도 오너라. 할미가 매일 묵을 쑤어놓을 테니."
꼬마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은빛 눈물이 달빛에 반짝이며 볼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못 와요, 할머니. 정말 못 와요. 대신 제가 드릴 게 있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내일 아침에 제가 앉던 자리를 봐주세요. 절대 잊지 말고요."
그리고 아이는 몸을 돌려 장쇠를 바라보았습니다. 크고 은빛으로 빛나는 눈이 장쇠를 똑바로 응시했습니다. 장쇠는 온몸이 굳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습니다. 몽둥이는 진작에 손에서 빠져 떨어져 있었습니다.
"아저씨."
아이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산 전체를 울리는 것 같은 무게가 실려 있었습니다.
"욕심이 너무 많으면 가진 것도 잃어버려요. 남의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은, 결국 자기 것도 지키지 못해요."
그 말이 끝나자, 장쇠의 품속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장쇠가 황급히 품을 뒤졌습니다. 주막에서 번 엽전 주머니가 있어야 할 자리에, 주머니는 있었지만 속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니,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엽전이 전부 마른 나뭇잎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바스락바스락, 손가락 사이로 부서지는 나뭇잎이 밤바람에 흩어졌습니다.
"으아악! 내 돈! 내 돈이!"
장쇠가 비명을 지르며 어둠 속으로 줄행랑을 쳤습니다. 넘어지고 구르면서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습니다. 훗날 장쇠는 며칠 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앓아누웠다가, 그 뒤로는 사람이 좀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남의 것을 탐하지 않게 되었고, 밤마다 쇠붙이가 녹아내리는 꿈을 꾸었다고도 합니다.
꼬마는 다시 노부부를 돌아보고 활짝 웃었습니다. 눈물 젖은 얼굴에 피어난 웃음이었습니다. 해맑은 아이의 웃음과, 몇백 년을 살아온 존재의 쓸쓸함이 뒤섞인, 가슴이 저미는 웃음이었습니다.
"메밀묵 정말 맛있었어요. 할머니가 해주신 묵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어요.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아니, 천 년이 지나도 잊지 않을 거예요."
※ 7: 빈자리의 금덩이
그리고 꼬마의 몸이 푸른 빛으로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발끝부터 천천히, 마치 모래가 바람에 날리듯, 반딧불이 수백 마리가 되어 하늘로 올라가듯, 아이의 몸이 빛의 조각으로 부서져 밤하늘에 퍼졌습니다. 할멈이 안고 있던 품속에서 아이의 무게가 점점 가벼워졌습니다. 붙잡으려 해도 손가락 사이로 빛이 빠져나갔습니다.
"아가야! 가지 마!"
할멈이 허공을 움켜쥐었습니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그 맑은 목소리뿐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푸른 빛의 조각들은 천천히, 천천히 하늘로 올라갔습니다. 바람도 없는데 빛들은 소용돌이치며 높이높이 올라가더니, 별 사이로 스며들어 사라졌습니다. 마지막 빛 한 조각이 사라지는 순간, 잠잠했던 바람이 다시 불기 시작했습니다. 벌레가 울고, 나뭇잎이 흔들리고, 계곡 물이 흘렀습니다. 세상은 다시 제 소리를 찾았지만, 노부부의 귀에는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오직 '안녕히 계세요'라는 그 마지막 말만이, 귓속에서 메아리쳤습니다.
"갔구먼… 우리 꼬마가 갔구먼…"
영감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습니다. 목소리가 갈라져 있었습니다. 할멈은 아무 말 없이 영감의 팔을 잡았습니다. 두 사람은 텅 빈 숲 속에 한참이나 서 있었습니다. 아이가 사라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올려다보며, 또 올려다보며. 그러다 느릿느릿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부엌에는 아까 할멈이 정성 들여 쑨 메밀묵이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들깨가루까지 곱게 얹어놓은 접시가, 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할멈은 그 접시를 보는 순간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소리 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영감도 기침을 하는 척하며 고개를 돌렸지만, 눈가가 젖어 있는 것은 숨길 수 없었습니다.
그 밤, 노부부는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뒤척이다가 천장을 바라보다가, 할멈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영감. 나는 금덩이고 뭐고 안 바라요. 그 아이가 내일 밤에도 왔으면 좋겠어요. 묵 해줄 텐데. 들깨가루도 얹어주고, 참기름도 둘러줄 텐데."
영감은 천장을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나도 그렇소. 짚신 하나 더 삼아서 아이 발에 신겨주고 싶었는데."
새벽빛이 창호지를 물들일 때쯤, 할멈이 먼저 일어나 부엌으로 갔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혹시 아이가 돌아와서 묵을 먹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될 리 없는 희망을 안고.
그리고 할멈의 비명이 산골짜기를 찢었습니다.
아이가 밤마다 앉던 자리에, 주먹만 한 금덩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어젯밤 꼬마가 말했던 대로였습니다. '내일 아침에 제가 앉던 자리를 봐주세요.' 금덩이는 아궁이의 잔불에 비쳐 따뜻한 빛을 내고 있었고, 그 옆에는 아이의 작은 발자국이 하나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부엌 흙바닥 위에, 딱 하나, 꼬마의 발 크기 그대로.
영감이 달려와 금덩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 묵직한 무게와 함께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이야기의 맨 처음에서 들려드렸던 그 새벽의 비명이, 바로 이 새벽의 비명이었습니다.
그 뒤 노부부는 금덩이를 혼자 차지하지 않았습니다. 장에 나가 금을 바꾸어 쌀을 사고, 메밀가루를 사고, 이웃집마다 돌아다니며 나누었습니다. 굶는 집이 있으면 먹을 것을 보내고, 아픈 이가 있으면 약값을 대주고, 아이가 태어난 집에는 포대기를 해주었습니다.
"왜 다 나누어 주시오? 평생 가난하게 살았으면 이제 좀 편히 사셔도 될 텐데. 좋은 집 짓고 따뜻한 방에서 사시지 그러시오."
마을 사람들이 물을 때마다 할멈은 똑같이 대답했습니다.
"배고픈 아이한테 묵 한 사발 줬더니 이렇게 큰 걸 받았는디, 이걸 혼자 먹으면 되겠냐? 그 아이가 원하는 게 그게 아닐 거여. 나누라고 준 거지."
영감도 끄덕이며 한마디 보탰습니다.
"쌓아두라고 준 게 아닐 게야. 쌓아두면 그건 장쇠나 할 짓이지."
세월이 흘렀습니다. 노부부는 여전히 그 초가집에서 살았습니다. 지붕은 고쳐졌고 벽은 바람이 들지 않게 메워졌지만, 집을 크게 짓지는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면, 부엌 부뚜막 한쪽에 작은 묵 접시를 항상 놓아두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메밀묵을 쑬 때마다 한 사발은 반드시 그 자리에 두었습니다. 혹시라도, 배고픈 누군가가 다시 찾아올지 모르니까요. 혹시라도, 그 꼬마가 법도 같은 건 잊어버리고 다시 문을 두드릴지 모르니까요.
그리고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조용히 전해집니다.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영감네 집 굴뚝 위에 푸른 빛이 깜빡거린다고 합니다. 마치 누군가가 멀리서 안부를 전하는 것처럼.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부뚜막 위에 놓아두었던 묵 접시가 깨끗이 비워져 있다고 합니다. 접시 위에, 작은 이빨 자국만 선명하게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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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다는 아이에게 마지막 남은 묵 한 사발을 내어준 노부부. 가진 게 없어도 나눌 줄 아는 마음, 그게 진짜 부자 아니겠습니까. 오늘 이야기가 마음에 드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한 번씩만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밤을 따뜻하게 채워드리는 1004 야담,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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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ysterious small child with a faintly glowing blue aura stands at the wooden door of a humble thatched-roof Korean cottage at night during heavy rain. An elderly couple in traditional Joseon-era hanbok peers out from the doorway with startled yet compassionate expressions, warm orange firelight spilling from inside. The child appears completely dry despite the downpour. A small plate of pale buckwheat jelly sits on the ground between them. Cinematic dramatic lighting with strong contrast between warm interior glow and cold blue moonlit rain outside, photorealistic digital painting, moody atmospheric perspective, 16:9 aspect ratio, no t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