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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꿈을 탐하는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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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산속, 사람들의 꿈을 훔쳐 힘을 키우는 도깨비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가난하지만 간절한 꿈을 품은 한 사내를 만나게 된다. 도깨비는 그의 꿈을 대가로 원하는 것을 주겠다고 제안하고, 사내는 그 거래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꿈이 사라져 가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점점 더 큰 공허함에 빠져들고 마는데…. 과연 꿈을 잃은 인간은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후킹멘트

    "사람의 꿈을 사고판다면, 그 대가는 무엇이 될까?"
    깊은 밤, 도깨비는 인간들의 꿈을 훔쳐 힘을 키워왔다.
    하지만 꿈을 잃은 인간은 더 이상 인간일 수 있을까?
    욕망과 교환된 꿈, 그리고 그 끝에 남겨진 운명.
    도깨비와 인간의 위험한 거래가 시작된다.

    밤마다 사람들의 꿈을 훔치는 도깨비

    산속 깊은 곳,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어두운 숲속에는 신비로운 존재가 살고 있었다. 그 존재는 도깨비였다. 그러나 흔히 전해지는 도깨비와는 달랐다. 금화를 뿌리거나 장난을 치는 대신, 그는 인간의 꿈을 먹고 힘을 키우는 도깨비였다.

    도깨비는 밤이 되면 조용히 마을을 찾아갔다. 사람들은 모두 잠들어 있었고, 한 채의 기와집에서 희미한 등불만이 어둠 속에서 깜빡이고 있었다. 도깨비는 문을 두드릴 필요도 없었다. 그는 바람처럼 스며들어 잠든 사람들의 머리맡에 다가갔다.

    그가 손을 뻗자, 공기 중에 희미한 빛이 모여들었다. 그것은 사람들의 꿈이었다. 어떤 꿈은 찬란한 빛을 뿜었고, 어떤 꿈은 희미하고 나약했다. 그는 빛나는 꿈을 골라 조심스럽게 손으로 감쌌다. 꿈을 빼앗긴 사람들은 모르는 사이 한숨을 쉬며 몸을 뒤척였다.

    꿈을 먹을수록 도깨비의 힘은 강해졌다. 사람들의 희망과 욕망이 담긴 꿈은 그에게 에너지가 되었고, 오래전부터 그는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아무 꿈이나 빼앗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에게 힘을 주는 ‘강한 꿈’만을 골랐다.

    도깨비는 한 노인의 머리맡에서 손을 멈췄다. 노인의 꿈은 흐릿하고 가벼웠다. 오래전부터 현실에 지쳐 더 이상 큰 꿈을 꾸지 못하는 자였다. 도깨비는 흥미를 잃고 조용히 다음 집으로 향했다.

    그가 찾고 있는 것은 강렬한 꿈이었다. 이루고 싶은 열망이 크고, 그 꿈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는 사람. 그런 꿈은 도깨비에게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양식이었다.

    그때, 한 작은 초가집에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도깨비는 조용히 그 집으로 다가갔다.

    초가집 안에는 젊은 사내가 잠들어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깊은 피로가 서려 있었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는 꿈속에서 무언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손에 닿을 듯한 미래, 간절히 바라는 꿈을 향해 온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도깨비는 사내의 꿈을 들여다보았다.

    그의 꿈은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간절한 소망이 담긴 꿈이었다. 사내는 힘든 현실을 살고 있었지만, 언젠가 자신의 힘으로 더 나은 삶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도깨비는 잠시 고민했다. 이 꿈은 그에게 강한 힘을 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이렇게 빛나는 꿈을 앗아간다면, 사내는 어떻게 될까?

    그는 한동안 사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금 색다른 흥미를 느꼈다.

    “이 사내라면 나와 거래를 할지도 모르겠군.”

    도깨비는 손을 뻗어 꿈의 한 조각을 살짝 가져왔다. 꿈의 전체를 빼앗지는 않았다. 사내가 계속 꿈을 꾸도록 두면서도, 그 꿈이 가진 힘을 조금 덜어낸 것이었다.

    그는 사내가 눈을 떴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했다.

    다음 날 아침, 사내는 평소보다 일찍 깨어났다.

    어젯밤까지 머릿속에 가득 차 있던 꿈이 어쩐지 흐릿하게 느껴졌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생하게 떠오르던 목표와 희망이, 오늘은 희미한 안개처럼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여전히 가난한 현실이었고,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속의 열정이 어딘가 조금 식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내는 머리를 흔들며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의 운명은 이미 도깨비에 의해 조용히 바뀌고 있었다.

    가난한 사내와 도깨비의 만남

    사내는 아침부터 이상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가슴 속에 가득 차 있던 열망이 오늘 아침엔 어딘가 멀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매일 밤 꿈속에서 그리던 목표가 있었는데, 오늘 아침엔 그 꿈이 희미하게만 남아 있었다.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으면서도 잡히지 않는 연기처럼.

    사내는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들고 있던 괭이를 다시 움켜쥐었다. 오늘도 밭일을 해야 했다.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가 살고 있는 마을은 척박한 땅과 가난한 삶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사내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지만, 부유해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언젠가는 이 마을을 떠나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꿈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마치 마음속에 있던 불꽃이 사그라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날 밤, 사내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에 산길을 따라 걷다가, 어느새 깊은 숲속으로 들어와 있었다.

    "네놈, 드디어 왔군."

    낯선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려왔다.

    사내는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둠 속에서 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커다란 덩치에, 이마에는 뿔이 솟아 있었다. 도깨비였다.

    사내는 본능적으로 긴장했다. 하지만 도깨비는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로운 듯 사내를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놀랄 것 없다. 나는 네 꿈을 보고 찾아왔다."

    "내 꿈을…?"

    사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침부터 느껴졌던 이상한 기분, 마치 꿈이 희미해진 듯한 감각이 떠올랐다.

    "설마… 내 꿈을 빼앗은 게 너냐?"

    도깨비는 피식 웃었다.

    "정확히 말하면, 네 꿈의 일부를 가져갔다. 하지만 걱정 마라. 난 너에게서 모든 꿈을 앗아간 것이 아니다. 아직 너에겐 희망이 남아 있지 않느냐?"

    사내는 이를 악물었다.

    "왜 그런 짓을 했지?"

    도깨비는 천천히 사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의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너 같은 인간을 보면 가끔 궁금해진다. 그렇게도 꿈을 품고 살아가려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내는 주먹을 꽉 쥐었다.

    "꿈이 없다면 살아갈 의미가 없으니까."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다면 네게 제안을 하나 하지. 나는 인간들의 꿈을 먹고 힘을 키운다. 하지만 네 꿈은 조금 특별하다. 강한 의지가 담긴 꿈은 나에게도 더 큰 힘이 된다."

    사내는 불안한 시선으로 도깨비를 바라보았다.

    "무슨 제안이지?"

    도깨비는 사내의 얼굴을 가만히 살피며 말을 이었다.

    "네 꿈을 나에게 넘겨라. 대신 내가 원하는 것을 너에게 주지. 부와 명예, 권력, 그 무엇이든 말이다."

    사내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꿈을 넘긴다는 건… 무슨 뜻이지?"

    "네가 원하는 삶을 살게 해주겠다. 하지만 그 대신, 더 이상 너는 꿈을 꾸지 못할 것이다."

    사내는 순간 말을 잃었다. 꿈을 꾸지 않는 삶이라….

    그는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 평생 가난하게 사는 대신,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면? 하지만 꿈을 잃어버린다면, 그는 여전히 ‘자신’일까?

    도깨비는 여유롭게 기다렸다. 마치 이 거래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했다.

    "어떻게 하지? 이 기회를 잡아야 할까…?"

    사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꿈을 팔고 얻은 부와 권력

    사내는 도깨비의 말을 곰곰이 되새겼다.

    "네 꿈을 넘기면 원하는 것을 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도 달콤한 제안이었다. 평생 가난하게 살던 그에게 부와 권력은 한 번도 손에 넣어본 적 없는 것이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꿈이 사라진다고 해도, 이미 현실에서 원하는 것을 이룬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아닌가?

    "정말…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 건가?"

    사내는 도깨비를 의심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도깨비는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

    "물론이다. 너는 부자가 될 수도 있고, 높은 벼슬을 얻을 수도 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말해라."

    사내는 깊이 고민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싶다."

    도깨비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러면 내일부터 너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렇게 말한 도깨비는 사내의 이마에 손을 댔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고, 그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다음 날 아침, 사내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그가 눈을 뜬 곳은 허름한 초가집이 아니라, 화려한 기와집 안이었다. 부드러운 비단 이불이 덮여 있었고, 옆에는 값비싼 옷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게… 내 집이라고?"

    사내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생을 가난하게 살던 그가 단숨에 부자가 되어 있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하인들이 머리를 조아리며 인사했다.

    "나으리, 좋은 아침이옵니다."

    사내는 얼떨떨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보리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채우던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나으리라 불리며, 호화로운 집과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는 곧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유한 삶에 익숙해졌다.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존경했고, 그는 이제 더 이상 가난한 농부가 아니었다.

    "역시 잘한 선택이었어."

    그는 스스로를 다독였다. 꿈을 잃었지만, 그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 없었다.

    그러나 그는 아직 깨닫지 못했다. 무언가가 천천히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공허해지는 사내의 삶

    처음에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

    사내는 이제 더 이상 가난한 농부가 아니었다. 그는 호화로운 기와집에서 눈을 뜨고, 하인들이 차려주는 풍성한 식탁 앞에 앉아 매일같이 진귀한 음식을 즐겼다. 시장에 나가면 사람들이 머리를 조아렸고, 그가 손을 내밀면 값비싼 물건들이 그의 것이 되었다.

    "이것이 진정한 삶이지."

    사내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 지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공허함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부를 손에 넣었지만, 무언가 중요한 것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는 분명 예전엔 하루를 마칠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밤마다 꿈을 꾸었고, 그 꿈이 그를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느 날 밤, 그는 깨달았다.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는 사실을.

    잠을 자면 그대로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이전에는 무수한 가능성과 희망이 꿈속에서 펼쳐졌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이상한데."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며칠, 몇 주가 지나면서 그 허전함은 점점 커져갔다.

    그는 늘 피곤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예전처럼 맛을 음미할 수 없었다.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도 더 이상 그의 가슴을 뛰게 하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러지?"

    사내는 처음으로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오래전 알고 지내던 한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

    친구는 여전히 가난한 농부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활기가 넘쳐흘렀다. 그는 농사를 짓고 땀을 흘리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는가?"

    사내는 친구의 물음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뭐, 잘 지내고 있지."

    그는 친구를 바라보았다. 손은 거칠고, 옷은 낡아 있었지만, 그의 말투에는 힘이 있었고, 얼굴에는 분명한 생기가 돌았다.

    ‘나는 왜 저렇게 빛날 수 없지?’

    사내는 그 순간 깨달았다. 친구는 여전히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젠가 더 좋은 농사를 짓고, 가족을 위해 더 나은 삶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너는 여전히 그 꿈을 꾸고 있나?"

    사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친구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삶이 고단하지만, 목표가 있으니 견딜 수 있지. 네가 말했던 거 기억나나? 꿈이 없다면 살아갈 의미가 없다고 했던 것."

    사내는 순간 숨이 막혔다.

    그 말은 바로 자신이 했던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꿈을 꾸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

    사내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에는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은 듯했다.

    그는 부와 권력을 손에 넣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꿈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이대로 가면,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리고 마침내, 그는 결심했다.

    그 꿈을 되찾아야 한다.

    잃어버린 꿈을 찾아 나서다

    사내는 밤이 깊어도 잠들지 못했다.

    부를 얻고, 권력을 가졌지만 그 모든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일이 반복될 뿐이었다. 예전에는 내일을 기대하며 가슴이 뛰었지만, 이제는 그저 숨을 쉬는 것에 불과했다.

    그는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하늘에는 별이 빛났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아무런 빛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왜 이렇게 되었지?’

    처음엔 몰랐다. 그러나 이제는 분명하게 알았다. 꿈이 사라진 순간, 그는 이미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안 되겠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깨비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사내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어둠이 짙게 깔린 숲 속에서 그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뎠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얼마나 걸었을까.

    그 앞에 한 줄기 붉은 불빛이 일렁였다. 그리고 그 불빛 속에서 기다렸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올 줄 알았다."

    도깨비였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나무에 걸터앉아 사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네놈이 여기까지 올 줄 알았지."

    사내는 도깨비를 노려보았다.

    "내 꿈을 돌려줘."

    도깨비는 피식 웃었다.

    "이미 늦지 않았나? 너는 네가 원하는 것을 얻었잖아. 부와 권력, 명예, 사람들의 존경.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냐?"

    사내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살아 있지만, 살아 있는 게 아니야. 숨을 쉬고 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나는 꿈이 없으면 살 수 없어."

    도깨비는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어리석구나."

    "그래, 어리석을지 모르지. 하지만 난 이제 알았어. 진짜 복은 부도 아니고, 권력도 아니야.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거였어."

    도깨비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희미하게 빛났다.

    그리고 이내, 도깨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다. 하지만 너는 내게 이미 꿈을 팔았어. 네가 돌려받고 싶다면, 그에 걸맞은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

    사내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하겠다."

    도깨비는 그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네가 얻은 모든 것을 포기해라. 네가 쌓은 부, 권력, 사람들의 존경. 그것을 모두 버리고 다시 네가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

    사내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다 버리겠어."

    도깨비는 흥미롭다는 듯 웃었다.

    "좋다. 네가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그는 손을 뻗어 사내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순간, 눈부신 빛이 번쩍이며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도깨비의 덫, 돌이킬 수 없는 선택

    사내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하지만 주위는 변해 있었다.

    화려한 기와집, 비단옷, 머리를 조아리던 하인들, 값비싼 음식…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그는 다시 허름한 초가집에 서 있었다. 창호지는 낡아 바람이 스며들었고, 방 안에는 거친 베개와 얇은 이불 한 장뿐이었다.

    손을 들어 자신의 옷을 살펴보았다. 비단옷이 아니라 예전처럼 남루한 삼베 옷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가슴은 오랜만에 뛰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자, 새벽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붉은 빛이 산등성이를 물들이며 떠오르고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깨달았다.

    희망.

    오랜만에 심장이 뛰고 있었다.

    부와 권력을 잃었지만, 그는 다시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 참으로 어리석군."

    도깨비였다.

    그는 여전히 나무에 걸터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붉은 눈이 희미하게 빛났다.

    "너는 다시 가난해졌고, 힘도 없지. 하지만 기뻐 보이는군."

    사내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나는 이제야 진짜 나로 돌아온 것 같아."

    도깨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또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텐데, 후회하지 않겠느냐?"

    사내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꿈이 있는 한, 난 다시 일어설 수 있어."

    도깨비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조용히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사내 앞으로 다가왔다.

    "좋다. 네놈이 여기까지 왔으니, 마지막으로 선물 하나 주지."

    그는 손을 내밀어 허공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희미한 빛을 띠는 작은 불꽃이었다.

    "이것이 네 꿈의 마지막 조각이다. 이제 다시는 내 손에 넘기지 마라."

    그는 그것을 사내의 가슴에 밀어 넣었다.

    사내는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이 다시 선명해졌다.

    그가 원하던 삶, 가슴 속 깊이 품었던 목표,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달려가던 자신.

    그 모든 것이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이제 다시 시작해라, 인간아."

    도깨비는 등을 돌리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이 바람처럼 속삭였다.

    "하지만 잊지 마라. 네가 또다시 욕망에 흔들린다면, 나는 언제든 다시 찾아올 것이다."

    사내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제 그는 다시 꿈을 꾸는 사람이 되었다.

    가난했지만, 그는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았다.

    진정한 복이란 부와 권력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잃지 않는 것임을.

    남겨진 자, 그리고 다시 시작된 삶

    사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어느새 해가 완전히 떠올라 있었다. 새벽의 찬 공기가 그의 볼을 스쳤지만, 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이 따뜻했다.

    다시 초라한 초가집으로 돌아왔지만, 더 이상 그곳이 비참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그는 다시 밭으로 나가 괭이를 손에 쥐었다. 거친 흙을 갈아엎으며 온몸으로 땀을 흘렸다.

    이전에는 이런 노동이 힘겹게만 느껴졌지만, 이제는 달랐다. 그는 땅을 일구고, 씨를 뿌리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는 예전처럼 부자가 아니었고, 권력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꿈을 가질 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요즘 그 사람이 좀 달라졌지 않소?”

    “그러게, 예전에는 늘 먼 곳만 바라보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부지런히 일하더군.”

    “그런데도 전보다 훨씬 활기차 보이지 않소?”

    사람들은 수군거렸지만, 사내는 그 말들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자신의 길을 걸어갈 뿐이었다.

    어느 날, 오래전 만났던 친구가 다시 찾아왔다.

    친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요즘 한결 좋아 보이는군.”

    사내는 빙그레 웃었다.

    “그래, 이제야 제대로 살고 있는 기분이야.”

    친구는 그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역시 꿈이 있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사내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는 이제야 깨달았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짜 삶이라는 걸.”

    둘은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눈부시게 퍼져 있었다.

    그날 밤, 사내는 오랜만에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그 꿈속에서 그는 다시 길을 걷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다.

    그의 앞에는 수많은 길이 펼쳐져 있었고, 그는 어느 길로든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순간,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에는 제대로 살아보거라, 인간아."

    사내는 꿈속에서도 씩 웃었다.

    도깨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어딘가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더 이상 도깨비와 거래하지 않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자신만의 길을 찾았으니까.

    엔딩멘트

    "꿈을 잃은 자는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사내는 모든 것을 가졌지만, 더 이상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도깨비는 그를 흥미롭다는 듯 바라보며 사라졌다.
    당신이라면, 소중한 꿈을 대가로 무엇을 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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