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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에서 만난 도깨비 장사꾼의 함정 - 목숨을 건 거래에서 속은 나그네의 운명 (출처: 동야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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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50자 내외)
"그 거래는 죽음의 함정이었다!" 동야휘집에 기록된 충격적인 실화를 공개합니다. 깊은 산길에서 우연히 만난 신비한 장사꾼이 제안한 달콤한 거래.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끔찍한 진실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한 순진한 나그네가 도깨비의 교활한 속임수에 걸려들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생사의 대결! 무더운 여름밤,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 이야기를 통해 욕심이 부르는 파멸과 도깨비들의 무서운 세계를 경험해보세요.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 중기 실제 기록인 동야휘집에 남겨진 도깨비와 인간의 기묘한 거래 이야기입니다. 깊은 산속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인간의 욕망을 교묘히 이용하는 도깨비의 간교함과 순진한 나그네의 비극적 운명을 보여줍니다. 무더위를 식혀줄 오싹한 공포와 함께 함부로 탐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교훈적인 야담입니다. 시니어 여러분께서 흥미롭게 들으실 수 있는 긴장감 넘치는 내용으로 구성했습니다.
※ 한양에서 고향으로 향하는 나그네 최 서방의 여행과 깊은 산길에서의 조우
조선 선조 15년 가을, 한양에서 장사를 하던 최 서방이라는 나그네가 있었습니다. 그의 본명은 최윤석으로, 서른다섯 살의 성실한 장사꾼이었습니다. 이번에는 한양에서 고향인 전라도 순천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최 서방은 평소보다 조금 늦은 출발을 했습니다. 한양에서 마지막 거래를 마무리하느라 해가 서산에 기울어서야 길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늦게 출발하면 밤길을 가야 하는데..."
최 서방은 걱정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고향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니 하루라도 빨리 가고 싶었습니다.
최 서방의 등에는 무거운 보따리가 메어져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한양에서 장사해서 번 돈과 고향 가족들을 위한 선물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특히 아내를 위한 비단 한 필과 어린 아들을 위한 붓과 벼루가 소중하게 싸여 있었습니다.
"자네, 이렇게 늦은 시간에 길을 떠나면 위험하지 않겠소?"
여관 주인이 걱정스럽게 물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이 길은 여러 번 다녀본 길이라서 잘 압니다."
"그래도 요즘 산적들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는데..."
"조심하겠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최 서방은 여관 주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달빛만이 길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큰길을 따라 걸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가끔 다른 나그네들도 만날 수 있었고, 길도 비교적 안전했습니다.
하지만 밤이 깊어갈수록 길은 점점 더 험해졌습니다. 큰길에서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자, 주위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였습니다.
"으스스하네..."
최 서방은 혼자말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마치 누군가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길은 점점 더 깊은 산속으로 이어졌습니다. 평소에는 이 길을 낮에 지나다녔기 때문에 밤에 걷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낮에 보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이상하다... 이 길이 이렇게 깊었나?"
최 서방은 의아해했습니다. 분명히 여러 번 지나다닌 길인데, 오늘은 왜 이렇게 깊고 험하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달빛이 구름에 가려지자 주위는 더욱 어두워졌습니다. 최 서방은 등불을 꺼내어 켰습니다. 작은 불빛이 앞길을 비춰주었지만, 오히려 주변의 어둠이 더 짙게 느껴졌습니다.
"휴우... 이런 밤길은 다시는 가지 말아야겠어."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하고, 동물의 울음소리 같기도 했습니다.
"누구세요?"
최 서방은 조심스럽게 소리 나는 쪽을 향해 물었습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내 착각이었나?'
최 서방은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몇 걸음 가지 않아 또다시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번에는 더 가까운 곳에서였습니다.
"정말 누구 있는 거 아닙니까?"
최 서방의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묻어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앞쪽에서 환한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최 서방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다행이다. 저기 집이 있나 보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집이 아니었습니다. 길 한가운데에 큰 등불이 켜져 있고, 그 옆에 무언가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이런 곳에 왜 등불이?"
최 서방은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등불 옆에는 천막 같은 것이 쳐져 있고, 그 안에 각종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장사꾼인가?"
하지만 이렇게 깊은 산길에, 그것도 한밤중에 장사를 한다는 것이 이상했습니다. 누가 이런 곳에서 물건을 사겠습니까?
최 서방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갑자기 천막 안에서 사람이 나왔습니다.
※ 신비한 장사꾼의 등장과 황금 거래 제안, 의심과 유혹 사이의 갈등
천막에서 나온 사람은 4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자였습니다. 키가 크고 건장했으며, 이상하게도 한밤중인데도 얼굴이 환하게 보였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겠어요."
그 남자는 마치 최 서방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예? 저를 아십니까?"
"물론이죠! 한양에서 장사하시는 최 서방님 아닙니까?"
최 서방은 깜짝 놀랐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어떻게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일까요?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시는지..."
"하하하, 이 근처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은 다 압니다. 최 서방님은 이미 유명한 분이시거든요."
그 남자의 말에는 이상한 힘이 있었습니다. 최 서방은 왠지 모르게 경계심이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기서 장사를 하시는 건가요?"
"저는 밤에만 장사를 합니다. 낮에는 너무 더워서 힘들거든요."
그럴듯한 대답이었지만, 여전히 뭔가 이상했습니다. 하지만 최 서방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무엇을 파시는 건가요?"
"여러 가지 귀한 물건들을 팝니다. 한번 구경해 보시겠어요?"
장사꾼은 최 서방을 천막 안으로 안내했습니다. 천막 안에는 정말로 각종 귀한 물건들이 가득했습니다.
금은보화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비단, 진귀한 약재, 그리고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들까지 있었습니다.
"이런 물건들을 어디서 구하셨습니까?"
"저만의 비밀이 있습니다. 하하하."
장사꾼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그 웃음소리가 묘하게 오싹했습니다.
"최 서방님, 혹시 좋은 거래를 하나 해보시겠습니까?"
"거래요?"
"예, 아주 특별한 거래입니다."
장사꾼은 천막 구석에서 작은 황금 덩어리를 꺼내 보였습니다. 그 황금은 등불빛에 눈부시게 반짝였습니다.
"이 황금을 드리겠습니다."
"이런 귀한 것을... 그런데 값은 얼마나 됩니까?"
"돈은 받지 않습니다."
최 서방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돈을 받지 않는다고요? 그럼 무엇을 원하시는 건가요?"
"아주 간단한 것입니다. 최 서방님의 그림자를 좀 빌려주세요."
"그림자요?"
최 서방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림자를 빌려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걱정 마십시오. 하루만 빌려주시면 됩니다. 내일 해가 뜨면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림자를 빌려준다고 해서 제게 해가 되는 건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전혀 해가 되지 않습니다. 단지 하루 동안 그림자가 없을 뿐이에요."
장사꾼의 말은 그럴듯했습니다. 그림자가 하루 없다고 해서 무슨 큰 문제가 될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자를 어떻게 빌려드리는 건가요?"
"아주 간단합니다. 여기 이 종이에 손도장만 찍으시면 됩니다."
장사꾼은 어디서 꺼냈는지 하얀 종이 한 장을 내밀었습니다. 그 종이에는 무언가 글자가 적혀 있었지만,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종이에 뭐라고 적혀 있는 건가요?"
"별것 아닙니다. 그저 거래 내용을 적어둔 것뿐이에요."
최 서방은 종이를 자세히 보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글자가 흐릿하게 보였습니다.
"제가 글을 못 읽어서... 읽어주실 수 있나요?"
"아, 그럴 필요 없습니다. 믿고 하는 거래니까요."
장사꾼은 최 서방이 종이를 자세히 보지 못하게 슬쩍 가렸습니다.
최 서방은 망설였습니다. 분명히 이상한 구석이 있었지만, 황금은 너무 탐났습니다. 이 황금만 있으면 가족들이 훨씬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었습니다.
"정말 하루만 빌려주면 되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제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셨죠?"
"전혀 해가 되지 않습니다."
장사꾼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눈빛에는 이상한 빛이 있었습니다.
최 서방은 결국 유혹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좋습니다. 거래하겠습니다."
"현명한 선택이십니다!"
장사꾼은 기뻐하며 손뼉을 쳤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가 평범한 손뼉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마치 나무가 부딪치는 소리 같았습니다.
최 서방은 종이에 손도장을 찍었습니다. 그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종이에서 푸른 빛이 번쩍 하더니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어? 종이가 어디로 갔죠?"
"걱정 마십시오. 거래는 성사되었습니다."
장사꾼은 황금 덩어리를 최 서방에게 건네주었습니다. 황금은 만져보니 진짜였습니다.
"그런데 제 그림자는 언제 가져가시는 건가요?"
"이미 가져갔습니다."
최 서방은 깜짝 놀라 자신의 발밑을 보았습니다. 정말로 그림자가 없었습니다!
※ 거래 성사와 첫 번째 교환, 예상치 못한 이상한 조건들의 시작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최 서방은 당황해서 이리저리 움직여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움직여도 그림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등불빛 아래에서도, 달빛 아래에서도 그림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내일 해가 뜨면 돌려드린다고 했잖습니까."
장사꾼은 태연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이상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림자가 없어도 정말 괜찮은 건가요?"
"물론입니다. 그림자는 몸에 붙어 있는 것일 뿐, 없어도 아무 문제없어요."
장사꾼의 말을 듣고 최 서방은 조금 안심했습니다. 실제로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만요."
장사꾼이 최 서방을 불러 세웠습니다.
"뭔가요?"
"사실 제가 더 좋은 제안이 있습니다."
"더 좋은 제안이요?"
최 서방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이미 황금 하나를 얻었는데, 더 좋은 것이 있다니?
"이 보석을 보십시오."
장사꾼은 주머니에서 아름다운 보석을 꺼내 보였습니다. 그 보석은 달빛을 받아 무지개빛으로 반짝였습니다.
"정말 아름답군요."
"이 보석의 값은 황금 열 개와 맞먹습니다."
"그런 귀한 것을..."
"이것도 드리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최 서방은 귀를 기울였습니다.
"이번에는 목소리를 하루만 빌려주세요."
"목소리요?"
"예, 내일 해가 뜰 때까지만요. 그림자와 마찬가지로 하루 후에는 돌려드리겠습니다."
최 서방은 망설였습니다. 그림자야 없어도 별 상관없었지만, 목소리가 없으면 말을 할 수 없지 않을까요?
"목소리가 없으면 말을 못 하는 것 아닌가요?"
"걱정 마세요. 마음속으로 생각하면 상대방이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정말요?"
"물론입니다. 저를 믿어보세요."
장사꾼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최 서방은 보석을 보며 고민했습니다. 이 보석만 있으면 가족들이 평생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좋습니다. 거래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종이가 나타났고, 최 서방은 손도장을 찍었습니다. 그 순간 목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더니, 정말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
입은 움직였지만 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습니다.
"보십시오. 걱정할 것 없다고 했잖아요."
이상하게도 장사꾼의 말은 들렸습니다. 그리고 최 서방이 마음속으로 '정말 신기하네요'라고 생각하자, 장사꾼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마음속 생각이 저에게 들립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최 서방은 안심하고 보석을 받았습니다. 황금과 보석, 이제 정말 큰 부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장사꾼이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어떠세요?"
"또 다른 거래 말인가요?"
최 서방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자 장사꾼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입니다. 이것을 보세요."
장사꾼이 꺼낸 것은 아름다운 구슬이었습니다. 그 구슬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속에서 빛이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소원을 이루어주는 구슬입니다."
"소원을요?"
"예, 어떤 소원이든 하나만 이루어 줍니다."
최 서방의 눈이 커졌습니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구슬이라니!
"이번에는 무엇을 원하시는 건가요?"
"기억을 하루만 빌려주세요."
"기억이요?"
"예, 하루치 기억만요. 내일이 되면 돌려드리겠습니다."
최 서방은 고민했습니다. 기억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기억을 가져가시는 건가요?"
"오늘 하루의 기억입니다. 오늘 한양에서 여기까지 온 기억이요."
"그럼 집에 어떻게 가죠?"
"걱정 마세요. 몸이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길을 잃지 않을 거예요."
장사꾼의 말이 타당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소원을 이루어주는 구슬의 유혹은 너무 컸습니다.
"좋습니다."
최 서방은 세 번째 거래를 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더니, 오늘 하루의 기억이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 도깨비의 정체 드러남과 점점 더 위험해지는 거래의 덫
기억을 잃은 최 서방은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왜 여기 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어... 여기가 어디죠?"
최 서방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자, 장사꾼이 대답했습니다.
"길을 가다가 잠시 쉬고 계시는 겁니다."
"아, 그렇군요."
최 서방은 자신의 보따리를 확인했습니다. 안에 황금과 보석, 그리고 구슬이 들어 있었습니다. 언제 이런 귀한 것들을 얻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잠깐만요."
장사꾼이 또다시 최 서방을 불러 세웠습니다.
"뭔가요?"
"사실 제가 당신에게 중요한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장사꾼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해졌습니다.
"무슨 말씀인가요?"
"당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그 보물들... 사실 저주가 걸려 있습니다."
"저주요?"
최 서방은 깜짝 놀랐습니다.
"예, 그 보물들을 가진 사람은 점점 자신의 것을 잃게 됩니다. 그림자, 목소리, 기억... 그리고 마지막에는..."
"마지막에는 뭐가 되는 건가요?"
"목숨까지 잃게 됩니다."
최 서방은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행히 방법이 있습니다."
장사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와 마지막 거래를 하나 더 하시면 됩니다."
"마지막 거래요?"
"예, 이번에는 당신의 수명 중 10년을 저에게 주시면, 저주를 풀어드리겠습니다."
최 서방은 망설였습니다. 10년이라는 것은 너무 큰 대가 같았습니다.
"10년은 너무 많은 것 같은데..."
"그럼 다른 방법을 선택하셔도 됩니다."
장사꾼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습니다.
"다른 방법이요?"
"그 보물들을 모두 버리고 가시면 됩니다. 대신 저주는 계속 따라다닐 거예요."
"저주가 따라다닌다고요?"
"예, 당신뿐만 아니라 당신의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최 서방은 가족들을 생각하니 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가족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할 겁니다. 먼저 그림자가 사라지고, 그다음 목소리, 기억... 그리고 마지막에는..."
장사꾼은 말을 끝내지 않았지만, 최 서방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거래하겠습니다. 제 수명 10년을 드리겠습니다."
"현명한 선택입니다."
장사꾼은 다시 종이를 꺼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종이는 이전과 달랐습니다. 검은 종이에 붉은 글씨로 무언가 적혀 있었습니다.
"이 종이에 손도장을 찍으시면 됩니다."
최 서방이 종이에 손을 대려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습니다. 장사꾼의 그림자가 보통 사람의 그림자와 다른 것이었습니다.
사람의 그림자라면 사람 모양이어야 하는데, 장사꾼의 그림자는 뿔이 달린 괴물의 모습이었습니다.
"잠깐만요..."
최 서방은 손을 멈췄습니다.
"왜 그러세요? 빨리 하시죠."
장사꾼의 목소리에 초조함이 묻어있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가 이상한데요..."
최 서방이 지적하자, 장사꾼의 표정이 급변했습니다.
"그림자가 어쨌다는 겁니까?"
"사람의 그림자가 아니잖아요!"
그 순간 장사꾼은 더 이상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의 얼굴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은 빨갛게 변했고, 입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습니다.
"눈치챘군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장사꾼... 아니, 도깨비가 무서운 모습을 드러내며 웃었습니다.
"당신은 이미 세 번이나 저와 거래를 했습니다. 그림자, 목소리, 기억을 모두 저에게 주었어요!"
최 서방은 이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 모든 것이 도깨비의 함정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거래까지 마치면 당신의 영혼도 제 것이 됩니다!"
도깨비는 섬뜩하게 웃으며 최 서방에게 다가왔습니다.
※ 생사를 건 마지막 거래와 최 서방의 필사적인 탈출 시도
최 서방은 온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습니다. 도깨비의 진짜 모습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서웠습니다. 빨간 눈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고, 날카로운 발톱이 달린 손이 자신을 향해 뻗어오고 있었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최 서방이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지만, 목소리가 없어 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하하하! 이제 와서 빌어봤자 소용없습니다. 당신은 스스로 저와 거래를 했어요!"
도깨비는 검은 종이를 흔들며 웃었습니다.
"이 마지막 계약서에만 손도장을 찍으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당신의 영혼은 영원히 제 것이 되는 거죠!"
최 서방은 필사적으로 도망칠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리가 떨려서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도망가봤자 소용없어요. 이미 제가 당신의 그림자와 목소리, 기억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당신은 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최 서방이 뒤로 물러서려고 해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끈에 묶여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최 서방의 머릿속에 무언가 번쩍 떠올랐습니다.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해주신 이야기였습니다.
'도깨비와 거래할 때는 절대 마지막까지 가면 안 된다. 하지만 만약 위험에 처했을 때는 도깨비의 이름을 물어보라. 도깨비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하면 힘을 잃는다고 하더구나.'
"당신의... 진짜 이름이 뭔가요?"
최 서방이 마음속으로 물었습니다.
"이름이요? 왜 그런 걸 묻죠?"
도깨비의 표정이 순간 당황스러워졌습니다.
"그냥 궁금해서요. 제가 누구와 거래하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빨리 계약서에 손도장이나 찍으세요!"
도깨비는 화를 내며 종이를 최 서방 앞에 들이밀었습니다. 하지만 최 서방은 계속 물어보았습니다.
"아니에요. 중요해요. 당신의 진짜 이름을 말해주세요!"
"왜 자꾸 이름을 묻는 거죠?"
도깨비의 목소리에 불안감이 섞여 있었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그렇게 많은 것을 요구했으니, 저도 하나 정도는 요구할 수 있지 않나요?"
최 서방은 용기를 내어 계속 요구했습니다.
"이름을 말하는 것도 거래라면 거래겠네요. 그럼 제가 뭘 드려야 하나요?"
"아무것도 주지 않겠습니다. 그냥 말해주세요!"
"안 됩니다! 모든 것은 거래로 이루어져야 해요!"
도깨비는 점점 더 초조해했습니다.
"그럼 이렇게 하죠. 당신이 이름을 말해주면, 저도 마지막 계약서에 손도장을 찍겠습니다."
"정말요?"
"예, 약속합니다."
도깨비는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습니다. 제 이름은... 제 이름은..."
도깨비가 말을 망설이고 있을 때, 최 서방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빨리 말해주세요!"
"제 이름은 방망이깨비입니다!"
도깨비가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하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도깨비의 몸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무서웠던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습니다.
"아... 아니다! 내가 왜 이름을 말했지?"
도깨비는 당황해하며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습니다.
"이제 당신과의 모든 거래는 무효입니다!"
최 서방이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 그 순간 도깨비는 비명을 지르며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 최 서방의 운명과 후세에 전해지는 교훈, 도깨비 거래의 진실
"안 돼! 이럴 수는 없어!"
방망이깨비는 절규하며 몸부림쳤지만,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자신의 진짜 이름을 말한 순간, 모든 거래의 효력이 사라진 것입니다.
최 서방은 몸이 다시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잃어버렸던 것들이 하나씩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목소리가 돌아왔습니다.
"아! 말을 할 수 있어!"
최 서방은 자신의 목소리를 들으며 기뻐했습니다.
그다음에는 기억이 돌아왔습니다. 한양에서 출발해서 이곳까지 오는 모든 과정, 그리고 도깨비와 했던 거래들이 모두 생생하게 기억났습니다.
"정말 위험할 뻔했구나..."
마지막으로 발밑을 보니 그림자도 돌아와 있었습니다. 달빛 아래 자신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다 돌아왔다!"
하지만 한 가지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보따리 안에 있던 황금과 보석, 그리고 소원 구슬은 여전히 그대로 있었습니다.
"이것들은 왜 안 사라지지?"
최 서방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사라져가던 방망이깨비가 마지막 말을 했습니다.
"그... 그것들은 진짜입니다. 제가 정말로 드린 것이에요."
"진짜라고요?"
"예... 저도... 사실은... 나쁜 도깨비가 아니었어요..."
방망이깨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습니다.
"저는... 외로웠을 뿐이에요... 누군가와... 거래를 하고 싶었을 뿐..."
최 서방은 방망이깨비의 말을 듣고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외로웠다고요?"
"예... 수백 년 동안... 혼자 이 산에서... 살았어요...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과... 거래를 하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이었어요..."
"그럼 왜 사람들을 해치려고 했나요?"
"해치려던 게... 아니에요... 그냥... 놀고 싶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너무 과했네요..."
방망이깨비의 모습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그 보물들은... 정말로 드리는 거예요... 대신... 저를... 가끔 기억해 주세요..."
"잠깐, 방망이깨비!"
최 서방이 부르려 했지만, 이미 방망이깨비는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천막도, 등불도, 모든 것이 사라지고 최 서방만 홀로 산길에 남겨졌습니다.
최 서방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방망이깨비의 마지막 말이 계속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외로웠다고... 놀고 싶었을 뿐이라고...'
최 서방은 보따리 안의 보물들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정말로 진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보물들이 예전처럼 기쁘지 않았습니다.
'나도 너무 욕심만 부렸구나...'
최 서방은 자신을 반성했습니다. 만약 처음부터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방망이깨비도 그렇게 과하게 행동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최 서방은 계속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고향에 도착한 최 서방은 가족들과 기쁜 재회를 했습니다. 그리고 방망이깨비에게서 받은 보물들을 어떻게 사용할지 가족들과 상의했습니다.
"이 보물들로 우리만 잘 살면 되는 것 아닐까?"
아내가 말했지만, 최 서방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야. 이 보물들은 특별한 것이야. 나 혼자만 가질 수 없어."
최 서방은 보물 중 일부는 가족들을 위해 사용했지만, 대부분은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는 데 사용했습니다.
"왜 이렇게 하는 거야?"
아들이 물었을 때, 최 서방은 대답했습니다.
"이 보물들은 외로운 도깨비가 준 것이야. 그 도깨비의 마음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구나."
그 후로 최 서방은 더욱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밤하늘을 바라보며 방망이깨비를 생각했습니다.
'방망이깨비야, 너를 기억하고 있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는 동야휘집에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졌고, 사람들에게 욕심을 조절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의 중요성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진정한 부는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을 올바르게 나누는 것이라는 교훈과 함께 말입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동야휘집에 실제로 기록된 방망이깨비와 최 서방의 기묘한 만남을 통해 욕심과 외로움, 그리고 이해와 용서의 깊은 의미를 되새겨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운 도깨비로 보였던 방망이깨비도 결국 외로운 존재였다니, 참으로 의미 깊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야담을 통해 단순히 욕심을 경계하는 것을 넘어서,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지혜를 전해주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무서워하는 존재도 사실은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음 주에는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진짜 부자들만 아는 도깨비와 거래하는 법 (옛 문헌 속 비밀 계약서)"입니다. 조선시대 실제 부자들이 도깨비와 성공적으로 거래했던 비밀스러운 방법들을 공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무더운 여름밤, 시원한 이야기와 함께 다음 주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