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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일으키고 떠나는 도깨비 , 한 집안을 일으킨 놀라운 이유 『기문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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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300자 내외)
가난한 선비의 집에 어느 날 밤, 낯선 사내가 찾아와 머슴으로 살게 해달라 애원합니다. 그런데 이 머슴, 보통 사람이 아니었으니... 하룻밤 사이에 논밭을 갈고, 눈 깜짝할 새 집을 짓고, 없던 재물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알고 보니 그는 도깨비였는데, 왜 사람 집에서 머슴살이를 자처했을까요? 그리고 이 어설픈 도깨비 덕분에 집안이 부자가 되었다는데, 과연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까요? 조선시대 야담에 전해지는 기묘하고도 훈훈한 도깨비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가난한 선비 집에 나타난 신비한 머슴의 정체는 바로 도깨비! 힘은 세지만 어딘가 어설픈 이 도깨비가 사람 집에서 머슴살이를 자처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하룻밤에 논밭을 갈고, 집을 짓고, 재물을 불려주며 집안을 일으켰다는 이 특별한 도깨비 이야기. 우리 조상들이 전해 내려온 야담 속에는 도깨비를 단순히 무서운 존재가 아닌, 때로는 인간보다 더 의리 있고 순수한 존재로 그려냅니다. 시니어 여러분께 옛 정취와 감동을 선사할 따뜻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가난한 선비의 집에 찾아온 낯선 머슴
충청도 어느 산골 마을, 대대로 선비 집안이었으나 가세가 기울어 끼니조차 잇기 어려운 가난한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성은 김씨요, 이름은 전해지지 않으나 사람들은 그를 김진사라 불렀습니다. 김진사는 비록 가난했으나 학문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남을 속이거나 해하는 일 없이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내와 어린 두 자식이 있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 농사일을 직접 해야 했지만 몸이 약한 선비가 농사를 짓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가을 저녁, 김진사 댁 문 밖에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이 늦은 시각에 찾아왔나 싶어 김진사가 문을 열어보니, 키가 장대같이 크고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달빛 아래 그 사내의 모습을 보니 얼굴은 검붉고, 눈은 크고 부리부리했으며, 입은 귀까지 찢어진 듯 컸습니다.
사내가 김진사에게 허리를 깊이 굽히며 말했습니다. "나리, 소인을 이 댁의 종으로 삼아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김진사는 깜짝 놀라 물었습니다. "종이라니, 무슨 말이오? 보아하니 장정인데 어찌 종이 되겠다는 것이오?" 사내가 다시 고개를 숙이며 답했습니다. "사정이 있어 몸 붙일 곳이 필요합니다. 밥 한 끼와 잠자리만 주시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힘만은 자신 있으니 농사일이든 무엇이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김진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하루 세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처지에 머슴을 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나도 당신을 거두고 싶은 마음은 있소만, 보다시피 이 집 형편이 나 하나 먹고살기도 빠듯한 형편이오. 당신께 제대로 된 밥 한 끼 드리기도 어려운 형편인데 어찌 머슴을 두겠소?" 하지만 사내는 물러서지 않고 다시 간청했습니다. " 밥은 조금만 주셔도 되고, 잠자리는 헛간 한 구석이면 충분합니다. 대신 나리 댁의 일은 제가 다 해드리겠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간절해 보여 김진사는 망설이다가 결국 허락했습니다. "그렇다면 우선 하룻밤 묵어가시구려. 내일 다시 생각해 보겠소." 사내는 크게 기뻐하며 몇 번이나 절을 했습니다. 김진사는 사내를 헛간으로 안내하고 저녁 식사로 보리밥 한 그릇과 된장국을 내왔습니다. 사내는 그것을 받아들고는 정말 맛있게, 감사한 듯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는 헛간 짚더미에 몸을 누이더니 금세 코를 골며 잠들었습니다.
※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기적 같은 일들
다음날 새벽, 김진사가 눈을 뜨고 마당으로 나왔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잡초가 무성하고 돌부리가 여기저기 박혀 있던 뒤란의 밭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흙은 고르게 갈아엎어져 있었고, 이랑도 반듯하게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적어도 사흘은 걸릴 일을 하룻밤 사이에 해놓은 것이었습니다. 김진사는 깜짝 놀라 헛간으로 달려갔습니다.
헛간에서는 그 사내가 여전히 코를 골며 자고 있었습니다. 김진사가 어깨를 흔들어 깨우자 사내는 벌떡 일어나 물었습니다. "나리, 부르셨습니까?" 김진사가 물었습니다. "저 밭을 갈아놓은 것이 당신이오?" 사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습니다. "예, 밤에 잠이 안 와서 좀 일을 했습니다. 혹시 잘못했습니까?" 김진사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하룻밤에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날마다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내는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안일을 거들었는데, 물 한 동이를 길어오는 데 보통 사람은 두 번을 왕복해야 하지만 이 사내는 한 번에 물동이 네 개를 거뜬히 들고 왔습니다. 장작을 패는 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끼를 한 번 내리치면 통나무가 깨끗하게 쪼개졌고, 한 시간이면 겨울 내내 쓸 장작을 다 패놓았습니다.
어느 날 밤, 김진사는 이상한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밖에서 무언가 쿵쿵거리는 소리와 함께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심스럽게 창문 틈으로 밖을 내다보니, 달빛 아래서 그 사내가 혼자 중얼거리며 일하고 있었습니다. "자, 이것도 옮기고, 저것도 옮기고. 나리께서 편하시게 해드려야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내는 손을 허공에 휘두르기만 해도 무거운 돌덩이들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김진사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또 놀라운 일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담장이 무너져 있던 곳이 말끔하게 수리되어 있었고, 지붕의 구멍 난 곳도 깨끗하게 메워져 있었습니다. 심지어 헛간 한쪽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쌀가마니가 두어 개 쌓여 있었습니다. 김진사가 물으니 사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길을 가다가 떨어진 것을 주워왔습니다." 하지만 김진사는 알고 있었습니다. 이 산골 마을에서 쌀가마니가 길에 떨어져 있을 리 없다는 것을. 그러나 사내의 순박한 얼굴을 보니 차마 추궁할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 밝혀진 머슴의 정체, 도깨비의 사연
한 달쯤 지났을 때였습니다. 김진사의 집안 형편은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었습니다. 논밭은 깨끗하게 정리되었고, 집은 든든하게 수리되었으며, 먹을 것도 넉넉해졌습니다. 심지어 빚까지 조금씩 갚아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김진사 댁에 찾아와 물었습니다. "김진사, 요즘 집안이 부쩍 좋아졌다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소? 혹시 어디서 재물이라도 발견했소?" 김진사는 그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특별한 일은 없소. 다만 일 잘하는 머슴 하나를 얻었을 뿐이오."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더 이상 캐묻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김진사는 용기를 내어 그 사내에게 물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둘이 마당에 앉아 있을 때였습니다. "여보게, 그동안 자네 덕에 우리 집안이 살 만해졌네. 정말 고맙게 생각하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나는 궁금하네. 도대체 자네는 어떤 사람인가? 보통 사람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해내지 않는가. 이제는 솔직히 말해주게. 나는 자네를 의심하거나 내쫓으려는 것이 아니네. 다만 진실이 알고 싶을 뿐이네." 김진사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사내는 한동안 말이 없이 밤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깊은 한숨을 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나리께서 그렇게 물으시니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 없겠습니다. 사실 소인은 사람이 아닙니다." 김진사는 숨을 멈추고 사내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사내가 조용히 대답했습니다. "저는 도깨비입니다. 이 근처 깊은 산속에서 수백 년을 살아온 도깨비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이 설명되었습니다. 그 엄청난 힘, 밤에만 일하는 습관, 그리고 어디선가 가져오는 물건들. 김진사는 놀라기는 했지만 이미 짐작하고 있던 터라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조용히 물었습니다. "도깨비라... 그렇다면 왜 이곳에 와서 머슴살이를 자처했는가? 도깨비라면 사람들을 홀리고 장난치며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도깨비는 슬픈 표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나리 말씀이 맞습니다. 원래 도깨비라는 것이 사람들을 홀리고 장난치며 사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도깨비들이 밤마다 사람들을 놀리러 다니고, 길 가는 나그네를 홀려 정신없게 만들고, 씨름을 걸어 괴롭히는 것을 재미있어할 때, 저는 혼자 산속에서 지냈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장난이 의미 없게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외롭고 쓸쓸했습니다." 도깨비의 목소리에는 깊은 슬픔이 묻어났습니다.
도깨비는 계속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깨비 무리의 우두머리가 저를 불렀습니다. '너는 도깨비답지 않게 사람들을 홀리지도 않고, 장난도 치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도 않는다. 그러니 너는 이제 우리 무리에서 나가거라. 혼자 살든 어떻게 살든 알아서 하거라. 너 같은 도깨비는 우리와 함께할 수 없다.' 그렇게 쫓겨난 것입니다. 갈 곳이 없던 저는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아다니며 지냈습니다. 사람들 곁에 있고 싶었지만, 제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도망쳤습니다. 어떤 이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어떤 이는 스님을 불러 저를 쫓아냈습니다." 도깨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러다가 나리의 집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리께서는 비록 가난하셨지만 밤늦게까지 등불을 켜고 책을 읽으시며 학문에 정진하시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웃이 어려울 때 당신도 어렵지만 가진 것을 나누려 하시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어느 날은 굶주린 아이가 찾아왔을 때 자식 먹을 것을 덜어 주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아, 저런 어진 분이 계시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찾아왔던 것입니다. 혹시나 저를 받아주실까 하는 작은 희망을 품고." 도깨비는 김진사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제게 몸 붙일 곳을 주시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나리께서는 정말로 저를 받아주셨습니다. 제 모습이 무섭지 않으셨는지, 아니면 착한 마음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를 거두어 주셨습니다."
김진사는 도깨비의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자네는 도깨비라 해도 마음씨만은 어느 사람보다 착하네. 오히려 사람보다 더 순수하고 착한 마음을 가졌네. 자, 이제부터는 자네를 머슴이 아니라 우리 집 식구로 생각하겠네. 헛간이 아니라 방 하나를 내어줄 테니 편히 지내게." 하지만 도깨비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아닙니다, 나리. 소인은 도깨비입니다. 사람의 방에서는 잘 수 없습니다. 도깨비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자면 안 됩니다. 헛간이 제게는 가장 편합니다. 그리고 저를 머슴으로 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저는 행복합니다."
그날 밤, 김진사와 도깨비는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도깨비는 산속에서의 외로운 삶에 대해, 다른 도깨비들에게서 따돌림당한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 곁에 있고 싶었던 간절한 마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김진사는 가난하지만 의롭게 살려 애쓰는 자신의 삶에 대해,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깊이 공감했고, 그날 밤 이후로 진정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신분도, 종족도 다르지만 마음만은 서로 통하는 친구가 된 것입니다. 김진사는 생각했습니다. '사람이든 도깨비든 중요한 것은 마음이구나. 이 도깨비는 겉모습은 무섭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착하고 순수하다.'
※ 도깨비가 머슴살이를 자처한 진짜 이유
며칠이 지난 후, 김진사는 도깨비에게 좀 더 깊은 이야기를 물어보았습니다. "자네가 말한 것 외에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은데, 혹시 더 들려줄 이야기가 있는가?" 도깨비는 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 한 가지 더 이유가 있습니다. 도깨비라는 것이 세상에 태어나 수백 년을 살지만, 정작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고 살았습니다. 다른 도깨비들은 사람을 홀리고 장난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그것이 의미 없게 느껴졌습니다."
도깨비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제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힘을 가지고 태어났으면 좋은 일에 써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도깨비라는 이유로 사람들은 저를 두려워했고, 가까이 오지 않았습니다. 나리께서 처음으로 저를 받아주셨을 때, 그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이제야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를 찾은 것 같았습니다." 도깨비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고, 그동안 쌓였던 외로움과 서러움이 배어 있었습니다.
김진사는 도깨비의 말에 깊이 공감했습니다. "자네 말을 듣고 보니 사람이나 도깨비나 다르지 않구나. 누구나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고 싶어 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지. 자네는 비록 도깨비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고귀하네." 그날 이후로 김진사와 도깨비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습니다. 단순한 주인과 머슴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김진사의 아내도 이제는 도깨비에게 따뜻한 밥을 정성껏 챙겨주었고, 어린 자식들도 도깨비 아저씨를 따랐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진사의 집안은 점점 더 번창했습니다. 도깨비의 도움으로 농사는 풍년이 들었고, 빚을 갚고도 재물이 쌓였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도깨비가 가져오는 재물이 결코 남의 것을 훔쳐온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어느 날 김진사가 물었습니다. "자네가 가끔 가져오는 쌀이나 돈은 도대체 어디서 구하는 것인가? 혹시 남의 것을 가져오는 것은 아닌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남의 것을 빼앗아서는 안 되네." 도깨비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리, 걱정 마십시오. 저는 절대 남의 것을 훔치지 않습니다. 그것만은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도깨비가 자세히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가져오는 것들은 모두 버려지거나 잃어버린 것들입니다. 사람들이 실수로 길에 떨어뜨린 곡식 자루, 홍수에 떠내려가다 강가에 걸린 나무, 오래전에 주인을 잃어 땅속에 묻혀 있던 돈 같은 것들입니다. 도깨비는 그런 것들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들을 찾아 모아 나리께 드리는 것입니다. 만약 주인이 있는 것이라면, 혹은 누군가 다시 찾으러 올 것 같은 것이라면 절대 손대지 않습니다." 김진사는 비로소 완전히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더욱 도깨비를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이 도깨비는 힘만 센 것이 아니라 마음씨까지 바른 존재였던 것입니다.
어느 날 저녁, 마을에 흉년이 들어 여기저기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웃집 노인이 끼니를 잇지 못해 앓아눕고, 과부 집 아이들이 보리쌀도 없어 굶주리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김진사는 도깨비에게 말했습니다. "자네 덕분에 우리 집은 이렇게 넉넉해졌네. 이제 우리도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하지 않겠나? 혼자만 배부르고 따뜻하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도깨비는 크게 기뻐하며 대답했습니다. "나리께서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알았습니다. 역시 제가 모시기로 마음먹은 분답습니다. 제가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날부터 도깨비는 밤낮으로 더욱 부지런히 일했고, 김진사는 모아둔 곡식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김진사의 은혜에 감사했고, 김진사 댁을 '의로운 집'이라 불렀습니다. 어떤 이는 물었습니다. "김진사, 당신네 집은 어찌 이리 넉넉하오? 흉년에도 남을 도울 여유가 있다니 신기하오." 김진사는 그저 미소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하늘이 도운 것이오. 그리고 부지런히 일한 덕이지요." 도깨비의 정체는 끝까지 비밀로 지켰습니다. 사람들이 알면 오히려 도깨비에게 해가 될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도깨비도 그것을 고맙게 여겼습니다. 밤마다 더욱 열심히 일하며 김진사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돕는 것이 도깨비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 집안을 일으키고 떠나는 도깨비
그렇게 십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김진사의 두 아들은 훌륭하게 자라 과거에 급제했고, 집안은 마을에서 가장 부유하고 존경받는 가문이 되었습니다. 도깨비는 여전히 김진사 댁에서 머슴으로 살았고, 이제는 나이 든 김진사를 정성껏 모셨습니다. 김진사의 아내도 처음에는 도깨비를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진짜 가족처럼 대했습니다. "여보게, 오늘은 날씨가 쌀쌀하니 따뜻한 국을 끓였네. 꼭 먹게나." 아이들도 도깨비 아저씨를 따르며 자랐고, 과거 급제 소식을 가장 먼저 도깨비에게 알렸습니다. "아저씨 덕분입니다. 아저씨께서 저희 집안을 일으켜 주셔서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가을날 저녁, 도깨비가 김진사를 찾아왔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어딘가 쓸쓸한 표정이 어려 있었고, 눈빛도 평소와 달리 침울해 보였습니다. "나리,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김진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십 년을 함께 지내며 가족처럼 지낸 도깨비의 표정에서 무언가 중대한 일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편히 말해보게." 도깨비가 천천히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곳을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나리 댁은 이미 충분히 부유해졌고, 두 아드님도 훌륭하게 성장하셨습니다. 더 이상 저의 도움이 필요 없으신 것 같습니다."
김진사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말했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자네는 이제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네. 아니, 가족 그 이상이네. 어디를 간다는 것인가? 무슨 잘못이라도 있었는가?" 도깨비는 고개를 저으며 슬픈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닙니다, 나리. 잘못은 없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나리, 저는 도깨비입니다. 도깨비는 한 곳에 오래 머물 수 없습니다. 그것이 도깨비의 숙명입니다. 너무 오래 한곳에 머물면 그곳에 해를 끼치게 됩니다. 저는 차라리 떠나는 것이 나리 댁을 위하는 길입니다."
도깨비는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 온 이유도 이루었습니다. 나리 댁을 일으켜 세우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제 소원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다른 곳으로 가서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세상에는 아직도 어려움에 처한 선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분들을 찾아 도우며 살고 싶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도깨비의 말에는 확고한 결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김진사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습니다. "자네가 떠난다니 가슴이 아프구나. 그동안 자네가 없었다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네. 자네는 우리의 은인이자 가족이네. 제발 떠나지 말고 여기서 계속 우리와 함께 살자꾸나." 도깨비도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나리,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나리께서 저를 받아주시고, 도깨비인 저를 사람처럼 대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제 삶의 의미를 찾았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아니, 천 년이 지나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다음날 새벽, 도깨비는 조용히 집을 나서려 했습니다. 하지만 김진사 가족은 이미 모두 일어나 마당에 나와 있었습니다. 아무도 잠을 이루지 못하고 도깨비를 배웅하려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김진사의 아내는 울먹이며 도깨비에게 보따리를 건넸습니다. "이건 제가 정성껏 지은 옷과 먹을 것들이네. 길에서라도 이것을 보면 우리를 생각해주게." 두 아들도 깊이 절을 올렸습니다. "아저씨, 아저씨의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저희가 벼슬을 하거든 아저씨처럼 어려운 백성들을 돕는 관리가 되겠습니다."
도깨비는 김진사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했습니다. "나리, 부디 건강하십시오. 그리고 두 아드님께 꼭 전해주십시오. 재물이 많다고 교만하지 말고, 항상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라고요. 권력을 가졌다고 백성을 함부로 대하지 말고, 항상 낮은 곳을 보라고요. 그것이 진정한 부자의 도리이며, 훌륭한 관리의 도리입니다." 김진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했습니다. "걱정 말게. 자네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자손 대대로 전하겠네. 우리 집안의 가훈으로 삼겠네."
도깨비는 깊이 절을 한 후 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의 뒷모습이 아침 안개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김진사 가족은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김진사는 도깨비가 십 년 동안 잠자리로 삼았던 헛간으로 갔습니다. 그곳 짚더미 위에는 작은 주머니 하나가 단정히 놓여 있었습니다. 주머니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신기한 광채를 내는 돌멩이 하나가 들어 있었고, 돌멩이 옆에는 정성스럽게 쓴 작은 쪽지가 있었습니다. "이 돌은 집안을 지켜주는 도깨비 돌입니다. 대대로 잘 보관하시면 집안이 번창하고 재앙이 물러갈 것입니다. 그리고 이 돌을 보실 때마다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김진사는 그 돌을 가슴에 꼭 안고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 돌을 사당에 정성껏 모시기로 했습니다.
※ 의리와 은혜를 잊지 않은 선비 가문의 전통
그 후로 김진사 집안은 더욱 번성했습니다. 하지만 김진사는 도깨비의 가르침을 한순간도 잊지 않았습니다. 마을에 흉년이 들면 곡식을 내어 나누어주었고, 어려운 일이 있는 집이 있으면 도왔습니다. 집을 잃은 사람에게는 빈집을 내어주었고, 자식이 공부하고 싶어도 형편이 어려운 집에는 책을 사주었습니다. 사람들은 김진사를 가리켜 '덕이 있는 선비'라고 불렀고, 마을 사람들은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김진사를 찾았습니다. 김진사의 두 아들도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벼슬에 나가서도 백성을 위하는 청렴한 관리가 되었습니다. 형은 충청도 어느 고을의 수령이 되었고, 동생은 한양에서 관리로 일했는데, 두 사람 모두 백성들에게 존경받는 관리였습니다.
세월이 흘러 김진사가 노환으로 세상을 떠날 때가 되었습니다. 임종 직전, 그는 두 아들과 손자들까지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유언을 남겼습니다. "너희들아, 잘 들어라. 우리 집안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그 도깨비 덕분이다. 비록 도깨비였지만 그의 마음씨는 어느 사람보다 착했고, 의로웠다. 그는 자신의 힘을 자랑하거나 악용하지 않고, 오직 남을 돕는 데 썼다. 그가 남긴 가르침을 잊지 말고, 대대손손 전하도록 하여라." 김진사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재물보다 중요한 것은 덕이며, 권력보다 중요한 것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남을 돕는 것이 진정한 부자의 길이니라. 아무리 많은 재물을 쌓아도 그것을 혼자만 쓴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아무리 높은 벼슬에 올라도 백성을 괴롭힌다면 그것이 무슨 영광이겠느냐. 항상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도울 수 있을 때 도와라. 그것이 우리 집안을 일으켜 준 그 도깨비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두 아들과 손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아버지이자 할아버지의 유언을 가슴 깊이 새겼습니다. 김진사는 그렇게 평온하게 눈을 감았습니다.
김진사가 세상을 떠난 후,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날 밤, 멀리 산 위에서 큰 불빛이 하나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 거대한 횃불을 들고 서 있는 것 같았습니다. 불빛은 유난히 밝았고, 색깔도 보통 불과는 달리 푸르스름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그것을 보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것은 틀림없이 그 도깨비가 김진사를 전송하는 것이리라. 십 년을 함께 지낸 정이 어찌 사라지겠는가." 불빛은 밤새도록 산 위에서 빛나다가 동이 트자 천천히 희미해지며 사라졌습니다. 사람들은 도깨비도 은혜를 잊지 않는다며 감탄했고, 김진사와 도깨비의 우정을 더욱 아름답게 기억했습니다.
김진사의 후손들은 대대로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지켰습니다. 집안의 사당에는 도깨비가 남긴 신비로운 돌을 소중히 모셔두었고, 매년 제사를 지낼 때마다 그 돌 앞에서 먼저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새로 태어난 아이가 자라 말을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우리 집안이 일어선 것은 한 도깨비의 은혜 덕분이다. 그는 비록 사람이 아니었지만, 그 마음만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했다. 외모나 신분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 마음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도움을 받았으면 반드시 그 은혜를 갚고, 은혜를 갚을 수 없다면 다른 사람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
세대가 흐르면서도 이 이야기는 계속 전해졌습니다. 어느 날 김진사의 증손자 되는 사람이 높은 벼슬을 하고 한양에 올라갔다가 다른 양반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 양반이 물었습니다. "귀댁은 어찌 이렇게 번성하고 덕망이 높으십니까? 대대로 훌륭한 관리를 배출하고, 백성들에게도 존경받는다 들었습니다. 무슨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으십니까?" 증손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습니다. "저희 증조할아버지께서 어려운 시절, 한 도깨비의 도움을 받아 집안을 일으키셨습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재물보다 덕을 쌓고, 어려운 이웃을 돌보라는 가르침을 남기셨습니다. 저희는 그 가르침을 지키며 살아왔을 뿐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양반은 처음에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으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는 크게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 기이한 이야기로구나. 도깨비라 해도 마음씨가 착하면 사람보다 나은 법이고, 사람이라 해도 마음이 악하면 도깨비보다 못한 법이지. 귀댁이 번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로세. 은혜를 잊지 않고, 그 가르침을 실천하며 사니 하늘이 돕는 것이로세." 그날 이후로 이 이야기는 한양 양반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졌고, 사람들은 김진사 집안을 '도깨비의 은혜를 잊지 않는 의로운 가문'이라고 불렀습니다. 심지어 임금께서도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로다. 은혜를 잊지 않고 덕을 쌓는 것이야말로 집안을 오래 보전하는 길이니라"라고 하셨다고 전해집니다.
세월이 흘러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그 마을에는 이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옛날 김진사가 살던 집터에는 지금도 작은 사당이 남아 있고, 마을 사람들은 그곳을 '도깨비 은혜터' 혹은 '의로운 도깨비 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면 그곳에 가서 소원을 빕니다. "착한 도깨비님, 저희도 도와주세요. 김진사님처럼 의로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신기하게도 그곳에서 진심으로 빌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어려운 일이 잘 풀린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그 도깨비의 영혼이 아직도 그곳에 머물며 착한 사람들을 돕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지금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손자 손녀들에게 들려주며, 은혜를 잊지 말고 남을 도우며 살라는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조선시대 야담에 전해지는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줍니다. 외모나 신분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그 마음을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도깨비는 무섭고 나쁜 존재라는 편견과 달리, 이 이야기 속 도깨비는 누구보다 착하고 의로웠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선비 김진사는 도깨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받아들였기에 큰 복을 받았습니다. 진정한 부는 재물이 아니라 덕을 쌓고 남을 돕는 데 있다는 교훈도 담겨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런 이야기를 통해 서로 돕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이 이야기를 들으시고 마음이 따뜻해지셨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도 더 재미있는 조선시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