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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을 쓴 나무꾼과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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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하지만 마음만은 부자인 나무꾼과 욕심 많은 도깨비의 흥미진진한 대결. 나무꾼의 착한 마음씨가 도깨비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되면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이야기. 선의가 가진 특별한 힘을 전하는 우리의 전래동화.
1: 가난한 나무꾼
아침 해가 깊은 산자락을 비추던 때였습니다. 나무꾼 덕칠이가 헤진 도끼를 어깨에 메고 산으로 향했습니다. 그의 허리춤에는 보리 한 줌이 담긴 도시락이 전부였지만,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아이고, 덕칠이 벌써 산에 가나?"
마을 입구에서 마주친 할머니가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의 손에는 빈 나뭇짐 지게가 들려있었습니다.
"할머니, 그 지게는 제가 지고 가서 나무를 해다 드리겠습니다."
덕칠이는 망설임 없이 할머니의 지게를 받아들었습니다. 저녁까지 일해야 할 몫이 늘어났지만, 그의 발걸음은 가벼웠습니다.
"이것 봐, 또 남 일 거들려고 하네. 네 살림도 어려운데..."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덕칠이의 집은 마을에서 가장 가난했습니다. 아픈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먹여 살리느라 하루하루가 빠듯했지만, 그는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힘이 있으니까요."
덕칠이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옆집 아이가 울며 달려왔습니다.
"덕칠이 아저씨... 우리 집 장작이 다 떨어졌어요..."
덕칠이는 자신의 도시락에서 보리 한 줌을 꺼내 아이에게 건넸습니다.
"배고프지? 이거라도 먹어라. 저녁에 내가 장작도 해다 줄게."
아이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덕칠이는 출출해질 점심을 떠올리며 산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오늘은 평소보다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세 몫의 나무를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침 안개가 걷히며 깊은 숲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상하게도 오늘은 산새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바람 소리만이 덕칠이의 발걸음을 따라왔습니다.
2: 도깨비의 등장
덕칠이가 깊은 산속으로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습니다. 한 낮인데도 주위가 어두컴컴해졌지요.
"이상하다... 아침에는 맑았는데..."
그때였습니다. 커다란 웃음소리가 산속에 울려 퍼졌습니다.
"히히히... 호호호..."
덕칠이가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안개 속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습니다. 키가 훌쩍 큰 사내였는데, 머리에는 외뿔이 나 있었고 손에는 망치를 들고 있었습니다.
"사람이 아니로구나..."
덕칠이가 중얼거렸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은 들지 않았습니다.
"맞아! 난 도깨비지!"
도깨비가 안개 속에서 훌쩍 뛰어나왔습니다. 빨간 얼굴에 시퍼런 코, 그리고 이상하게 생긴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무섭다기보다는 어딘지 익살스러워 보였지요.
"도깨비 님, 안녕하십니까?"
덕칠이가 공손히 인사를 했습니다. 도깨비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응? 네가 나를 보고도 도망가지 않는구나? 보통 사람들은 다들 혼비백산하여 달아나는데..."
도깨비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덕칠이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도깨비 님께서 나쁜 분이실 리가 있겠습니까? 우리 마을에도 도깨비가 착한 사람들을 도와준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데요."
도깨비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습니다. 이번에는 부끄러워서였을까요?
"흠흠... 재미있는 녀석이구나. 근데 이 깊은 산에는 무슨 일로 왔지?"
도깨비가 망치를 어깨에 걸치며 물었습니다.
"네, 나무를 하러 왔습니다. 오늘은 할머니와 옆집 아이네 몫까지 해야 해서요."
덕칠이의 말에 도깨비의 눈빛이 이상하게 반짝였습니다.
3: 도깨비의 제안
도깨비가 망치를 휘두르자 안개 속에서 금빛 상자가 나타났습니다. 덕칠이의 눈앞에서 반짝이는 그 상자를 도깨비가 슬쩍 열어보였지요.
"어떠냐? 이 황금들이 탐나지 않느냐?"
상자 안에는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황금이 가득했습니다. 덕칠이의 평생 벌이보다도 많은 양이었지요.
"이렇게 많은 황금이라면... 어머니 병도 고치고, 동생 공부도 시킬 수 있겠는데요."
덕칠이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도깨비가 씩 웃으며 말했습니다.
"바로 그거야! 이 황금을 모두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주지.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어."
"조건이라뇨?"
"오늘 해가 지기 전까지 네가 베는 나무는 모두 황금이 될 거야. 하지만 그 나무를 단 한 개라도 누군가와 나눈다면, 모든 황금이 다시 나무로 변하고 말지!"
도깨비의 말에 덕칠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할머니와 옆집 아이를 떠올렸지요.
"그럼... 오늘 약속한 나무는 어떡하죠? 할머니와 아이네 집에 드려야 하는데..."
도깨비가 킬킬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건 네가 선택하면 되는 거지! 황금을 가질 것이냐, 아니면 약속을 지킬 것이냐..."
덕칠이의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어머니의 병든 모습과 동생의 초라한 모습이 떠올랐지만, 한편으로는 추운 겨울을 맞이할 할머니와 아이네 가족도 생각났습니다.
"시간은 해가 지기 전까지야. 자, 어떻게 할 텐가?"
도깨비의 눈빛이 이상하게 반짝였습니다. 마치 덕칠이의 마음을 시험하려는 듯한 눈빛이었지요.
4: 나무꾼의 선택
덕칠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개를 들었습니다. 도깨비는 승리를 확신하는 듯한 표정이었지요.
"도깨비 님, 제가 소원 하나만 여쭈어봐도 될까요?"
"소원이라고? 흠... 그래, 한번 말해보거라."
도깨비는 분명 황금을 달라는 부탁을 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제가 베는 나무를 황금으로 만들어주시는 대신에..."
도깨비가 놀라서 망치를 떨어뜨릴 뻔했습니다.
"뭐라고? 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을 사람들을 위해 소원을 비는 거냐?"
"네. 제가 아무리 많은 황금을 가져도, 이웃들이 추위에 떨고 있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덕칠이의 말에 도깨비가 한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인간들을 시험해봤지만, 이런 대답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러면 너는... 너의 가족들은 어쩌려고..."
"어머니께서는 늘 말씀하셨어요. 이웃과 함께 나누는 가난이 혼자만 누리는 부자보다 낫다고..."
도깨비의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덕칠이는 도깨비의 반응도 모른 채, 도끼를 들고 나무를 베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할머니 댁 장작부터 해야겠네요. 날이 추워지기 전에..."
덕칠이의 도끼질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도깨비의 마음속 무언가가 조금씩 녹아내렸습니다.
5: 도깨비의 시험
도깨비는 망치를 세 번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안개 속에서 세 가지 물건이 나타났지요.
"자, 내가 세 가지 시험을 하겠다. 이걸 모두 통과하면 네 소원을 한번 생각해보마."
첫 번째로 나타난 것은 반짝이는 은빛 거울이었습니다.
"이 거울에 비친 네 모습을 보고 가장 갖고 싶은 것을 말해보거라."
덕칠이가 거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거울 속에는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자신의 모습, 커다란 기와집에 사는 모습, 많은 하인을 거느린 모습이 차례로 비쳤습니다.
"글쎄요... 전 그저 우리 마을 사람들 모두가 웃는 모습이 보였는데요?"
도깨비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두 번째는 빨간 주머니였습니다.
"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가장 탐나는 물건이 나온단다. 어서 한번 넣어보거라."
덕칠이가 조심스레 손을 넣자, 주머니 속에서 약재며 곡식, 비단 등이 만져졌습니다.
"어머... 장작이 만져지네요! 이거면 할머니 댁에 갖다 드릴 수 있겠어요."
도깨비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도깨비는 푸른빛 구슬을 내밀었습니다.
"이 구슬을 깨면 네 가장 큰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자, 한번 깨보거라."
덕칠이는 구슬을 받아들고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죄송하지만, 이 구슬은 깨지 않고 그냥 돌려드리겠습니다."
"응? 왜지?"
"제가 이 구슬을 깨면 제 소원은 이루어질지 모르지만, 이 구슬이 다른 누군가의 소원도 이뤄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제가 혼자 깨버리면 아깝잖아요?"
도깨비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히는 듯했지요.
6: 이웃들의 도움
그때였습니다. 숲속 여기저기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덕칠아! 네가 여기 있을 줄 알았다!"
안개 사이로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덕칠이가 평소 도와주었던 이웃들이었지요.
"어머, 이게 웬일들이세요?"
제일 먼저 나타난 것은 덕칠이가 아침에 만났던 할머니였습니다.
"내가 매일 네 도움을 받기만 하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오늘은 우리가 너를 도와주러 왔다."
할머니 뒤로 옆집 아이의 아버지도 도끼를 들고 나타났습니다.
"우리 아이가 말해줬네. 자네가 점심도 거르고 우리 집 장작을 해주려 한다고... 이래서야 되겠나."
도깨비는 놀란 눈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도끼와 지게를 가져왔습니다. 평소 덕칠이에게 받은 도움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덕칠이가 없었다면 우리 마을은 진작에 흩어졌을 거야."
"그래, 덕칠이는 우리 마을의 보물이지."
도깨비는 숨어서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나무를 해주는 동안 덕칠이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무슨 고마움을 말하나. 우리가 받은 게 더 많지."
도깨비는 처음 보는 광경에 넋을 잃었습니다. 수백 년을 살면서 이런 장면은 처음이었지요.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도깨비는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7: 도깨비의 변화
숲속 여기저기서 도끼질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도깨비는 큰 나무 뒤에 숨어 그 광경을 지켜보았지요.
"이상하네... 이상해..."
도깨비는 중얼거렸습니다. 수백 년 동안 인간들을 시험해보았지만,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들은 왜 저렇게 즐거워 보이는 걸까?"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비록 힘든 일이었지만, 서로를 돕는 기쁨이 그들의 얼굴에 넘쳐났지요.
"내가 가진 황금보다... 저들이 가진 게 더 값진 것 같은데..."
도깨비의 눈에서 반짝이는 것이 흘러내렸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지요.
그때였습니다. 덕칠이가 물을 나눠주며 말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가 저의 가족입니다. 우리가 서로 돕지 않으면 누가 우리를 도와줄까요?"
도깨비의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따뜻하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시험했던 많은 인간들이 떠올랐습니다. 황금을 보여주면 눈이 휘둥그레지던 사람들, 욕심에 눈이 멀어 이웃을 배신하던 사람들...
하지만 덕칠이는 달랐습니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도 달랐지요.
"아... 이제 알겠어..."
도깨비가 자신의 망치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동안 이 망치로 수많은 황금을 만들어냈지만, 진정한 보물은 따로 있었던 것입니다.
"덕칠이, 네가 나를 가르쳐주었구나. 진정한 부자가 뭔지... 진정한 행복이 뭔지..."
도깨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의 차가운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리는 순간이었지요.
8: 특별한 선물
해가 저물어갈 무렵, 도깨비가 마을 사람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모두들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덕칠이는 그대로 서서 도깨비를 바라보았습니다.
"도깨비 님, 오랫동안 지켜보고 계셨군요?"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망치를 들어올렸습니다.
"덕칠아, 내가 네게 특별한 선물을 주려고 해."
"황금 같은 건 사양이에요. 저희는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니까요."
하지만 도깨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아니, 이번엔 다른 거야. 내 망치의 진짜 힘을 보여주지."
도깨비가 망치를 크게 휘둘렀습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지요. 마을 사람들이 해 놓은 장작더미 위로 따뜻한 푸른빛이 내려앉았습니다.
"이 장작들은 이제 절대 다 타지 않을 거야. 한 번 피우면 일 년 내내 따뜻한 불을 내줄 거고."
마을 사람들이 놀라서 숨을 들이켰습니다.
"그리고 이것 봐!"
도깨비가 다시 망치를 휘두르자 덕칠이의 낡은 도끼가 반짝이며 새것이 되었습니다.
"이 도끼로 베는 나무는 두 배로 쑥쑥 자랄 거야. 네가 베어간 자리에 새 나무가 더 튼튼하게 자라날 거란다."
덕칠이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도깨비 님... 이렇게까지..."
"이게 바로 진짜 보물이야. 황금보다 더 값진... 서로를 위하는 마음을 닮은 선물이지."
도깨비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도깨비의 특별한 선물로 돌아온 것입니다.
9: 마을의 변화
눈이 펑펑 내리는 한겨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을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지요. 도깨비가 선물한 장작들 덕분에 모든 집에서 따뜻한 온기가 넘쳐났습니다.
"이래서 우리 마을이 도깨비마을이라 불리는구나."
"아니야, 덕칠이마을이라고 불러야지!"
마을 사람들은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예전에는 각자 자기 집에서만 지내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로의 집을 자주 오가며 정을 나누었지요.
덕칠이네 집 앞마당에서는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도깨비가 선물한 도끼로 베어낸 나무 자리에서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머나, 한겨울인데 저게 어찌 된 일이래?"
신기해하는 마을 사람들 앞에서 어린 나무들이 쑥쑥 자라났습니다. 그것도 평소보다 두 배는 더 크고 튼튼하게 말이지요.
"이제 우리 마을은 나무 걱정 없겠어요."
"그러니까. 덕칠이 덕분에 우리 모두가 복을 받은 거지."
덕칠이의 어머니는 이제 건강을 되찾았고, 동생은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는 마을 사람들의 마음이었지요.
"우리도 덕칠이처럼 다른 마을 사람들을 도와야 해."
"그래, 우리가 받은 만큼 나눠주는 게 맞지."
마을 사람들은 이웃 마을의 어려운 사람들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있던 따뜻함이 눈처럼 쌓여가는 것이었지요.
저녁이면 마을 사람들은 한 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따뜻한 온기 속에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의 무릎을 베고 편안히 잠들었지요.
10: 도깨비의 깨달음
달빛 가득한 밤, 도깨비는 자신의 동굴에 앉아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의 곁에는 수백 년 동안 모아온 황금들이 가득했지만, 더 이상 그것들이 반짝이어 보이지 않았지요.
"이상하다... 참 이상해."
도깨비는 중얼거리며 자신의 망치를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그동안 사람들을 시험한다며 얼마나 많은 욕심쟁이들을 만들어냈던가..."
도깨비의 기억 속에는 황금을 보고 서로 배신하던 사람들, 욕심에 눈이 멀어 이웃을 해치던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덕칠이는 달랐지. 그리고 그의 마을 사람들도..."
도깨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 멀리 덕칠이의 마을이 보였지요. 따뜻한 불빛이 마을 전체를 포근히 감싸고 있었습니다.
"저들에겐 내 황금보다 더 귀한 것이 있었어. 바로 서로를 위하는 마음..."
그때였습니다. 도깨비의 망치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수백 년 동안 차갑게 빛나던 망치가 따뜻한 빛을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아... 이제 알겠구나. 이 망치의 진정한 힘은..."
도깨비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잘못된 방식으로 이 망치를 사용했는지 깨달은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달라질 거야. 나도 덕칠이처럼... 이 힘을 나누는 데 쓰겠어."
도깨비의 발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이제 새로운 계획이 자라나고 있었지요. 다른 마을들도 찾아가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기로 한 것입니다.
11: 특별한 우정
달이 밝은 보름날이면, 덕칠이는 산길을 올랐습니다. 그리고 정상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도깨비를 만났지요.
"덕칠아,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거니?"
도깨비는 이제 무섭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마을의 든든한 수호자가 되어있었지요.
"도깨비 님, 이번에는 제 딸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뗐어요."
덕칠이의 이야기에 도깨비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그는 이제 덕칠이의 가족 이야기를 듣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래? 그럼 이건 특별한 선물이 필요하겠구나!"
도깨비가 망치를 휘두르자 작은 나무 인형이 나타났습니다. 아기가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법의 인형이었지요.
"도깨비 님, 이렇게 매번 선물을 주시면 어떡해요..."
"허허, 네가 내게 준 선물에 비하면 이까짓 게 뭐라고."
도깨비의 말에는 깊은 뜻이 담겨있었습니다. 덕칠이가 가르쳐준 진정한 행복의 가치는 어떤 마법의 선물보다도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참, 이번에는 제가 도깨비 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했어요."
덕칠이가 보자기를 풀자 따뜻한 떡과 술이 나왔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었지요.
"이제는 도깨비 님도 우리 마을의 가족이니까요."
도깨비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수백 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진정한 가족을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달빛 아래 앉아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서로 다른 세상에서 온 그들이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구가 되어있었지요.
"덕칠아..."
"네, 도깨비 님."
"고맙다."
간단한 한마디였지만, 그 속에는 깊은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달빛은 조용히 두 친구를 비추었고, 밤바람은 그들의 우정을 노래하는 듯했습니다.
12: 이야기의 교훈
세월이 흘러 덕칠이의 머리가 하얗게 센 어느 날, 마을 아이들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우리 마을에는 정말로 도깨비가 살았나요?"
덕칠이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럼... 지금도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저 산에서 도깨비 망치 소리가 들린단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기 위해 망치를 두드리는 소리지."
마을은 이제 더욱 번창했습니다. 도깨비가 선물한 나무들은 울창한 숲을 이루었고, 그 숲에서는 사계절 내내 새순이 돋아났지요.
"하지만 도깨비가 우리 마을에 준 진짜 선물은 따로 있단다."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습니다.
"그게 뭔데요, 할아버지?"
"바로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야. 우리 마을 사람들이 이웃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서로 돕는 마음... 그것이 도깨비가 가르쳐준 가장 소중한 보물이란다."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새로 이사 온 이웃에게 가장 먼저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로 따뜻한 마음을 가르쳤지요.
지금도 이 마을에서는 이웃의 어려움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돕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산길에서 도깨비와 나무꾼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지요.
달빛은 여전히 마을을 비추고, 숲속에서는 새로운 나무들이 자라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진정한 부자는 황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그리고 그 마음은 도깨비의 망치보다도 더 큰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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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선심을 쓴 나무꾼과 도깨비' 이야기였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진정한 부자가 누구인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셨기를 바랍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더 좋은 옛이야기를 발굴하고 전하는데 큰 힘이 됩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