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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진한 도깨비와 부지런한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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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가난하지만 뼈 빠지게 일하던 농부 앞에 나타난 덩치 큰 도깨비 한 마리! 무서운 뿔이 달린 요괴인 줄 알았더니, 고소한 메밀묵 한 사발에 홀딱 반해버린 몹시도 순진하고 정 많은 녀석이었습니다. 둘은 밤낮으로 힘을 합쳐 척박한 자갈밭을 황금빛 들판으로 일구어내죠. 그런데 이 소문을 듣고 배가 아파진 고을의 탐욕스러운 악덕 지주가 도깨비를 납치해 금은보화를 쏟아내라며 몹쓸 짓을 벌입니다. 과연 착한 농부와 순진한 도깨비는 이 탐욕스러운 양반의 콧대를 납작하게 누르고 시원한 복수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배꼽 빠지게 웃기고 속이 뻥 뚫리는 통쾌한 야담이 지금 시작됩니다!

    ※ 1: 달빛 아래의 씨름 한 판, 메밀묵으로 맺어진 묘한 인연

    조선의 어느 깊고 깊은 산골짜기 마을, 첩첩산중을 병풍처럼 두른 이 척박한 땅에는 뼈가 으스러지도록 일해도 가난을 면치 못하는 부지런한 농부 칠성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칠성의 손바닥은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하게 굳은살이 배어 있었고, 무명적삼은 기워 입은 자국으로 성한 곳이 없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밤하늘의 별처럼 맑고 선했습니다. 가을 추수가 끝났건만, 고을에서 제일가는 악덕 지주 최 참판에게 소작료와 빚의 이자로 수확한 벼를 몽땅 빼앗기고 나니 칠성의 곡간에는 쥐 한 마리 파먹을 나락조차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다가올 춥고 긴 겨울, 홀어머니와 가여운 어린 동생들을 굶겨 죽일 수는 없었기에 칠성은 한숨을 푹푹 쉬면서도 해가 지고 달이 뜰 때까지 지게를 짊어지고 깊은 산속으로 땔감을 구하러 올라가야만 했습니다.

    '내일 장터에 이 장작이라도 내다 팔아야 어머님 약재 한 첩이라도 지어올 터인데. 어찌 이리도 하늘은 부지런히 사는 자에게 가혹하단 말인가. 뼈가 부서져라 괭이질을 해도 내 입에 들어오는 것은 거친 시래기죽 한 그릇뿐이니, 참으로 원통하고 야속하구나.'

    칠성이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를 소매로 훔치며 가파른 산비탈을 올랐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밤, 유난히 크고 둥근 보름달이 솟아올라 숲속을 대낮처럼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지게에 땔감을 가득 싣고 숨을 헐떡이며 고갯마루에 다다랐을 때였습니다. 스스슥, 바스락.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숲속에서 누군가 거칠게 낙엽을 밟으며 다가오는 무거운 발소리가 칠성의 귓가를 때렸습니다.

    "이 깊은 밤에 뉘시오? 호랑이라도 나타난 겐가?"

    지게를 내려놓고 낫을 꽉 움켜쥔 칠성이의 눈앞에, 달빛을 등지고 나타난 것은 산짐승도, 도적 떼도 아니었습니다. 키가 여덟 척은 족히 넘어 보이는 거대한 체구에, 짐승의 털가죽을 대충 허리에 두르고, 머리에는 기괴한 뿔이 하나 불쑥 솟아 있는 정체불명의 괴수였습니다. 피부는 붉으락푸르락했고, 커다란 방망이를 한 손에 쥔 채 누런 이를 드러내며 씨익 웃는 그 모습은 전설 속에서나 듣던 바로 그 무시무시한 도깨비가 틀림없었습니다. 칠성은 온몸의 솜털이 곤두서며 심장이 바닥으로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흐흐흐! 이놈아, 밤도 늦었는데 웬 산질이냐? 내 마침 심심해서 몸이 근질근질하던 참인데, 너 이놈 아주 잘 만났다! 나랑 씨름이나 한 판 시원하게 붙자꾸나! 네가 이기면 살려 보내줄 것이고, 지면 네놈을 산채로 씹어먹어 버리겠다!"

    도깨비는 천둥이 치는 듯한 우렁찬 목소리로 껄껄 웃으며 칠성이를 향해 거대한 두 팔을 벌렸습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당장이라도 바지에 오줌을 지릴 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지만, 칠성이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여기서 잡아먹히면 굶주린 가족들은 겨울을 나지 못하고 죽을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다. 덩치가 산만 해도 저놈도 씨름이라면 수가 있을 터. 내 평생 뙤약볕에서 쟁기질하며 다져온 이 악바리 근성으로 한 판 버텨보리라!'

    "좋소! 그깟 씨름 한 판, 사내대장부답게 시원하게 붙어봅시다!"

    칠성은 겉옷을 훌렁 벗어 던지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린 채 도깨비의 품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덥석! 두 사람의 샅바가 얽히고 거친 힘이 맞붙는 순간, 칠성은 마치 거대한 바위를 끌어안은 듯한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습니다. 도깨비의 힘은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도깨비가 끙차 하고 허리를 펴자 칠성의 두 발이 허공으로 붕 떴습니다. 하지만 칠성은 포기하지 않고 뱀처럼 도깨비의 굵은 장딴지를 다리로 칭칭 감고 필사적으로 매달렸습니다.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며 용을 쓰는 칠성의 끈질긴 저항에, 힘만 셀 뿐 요령이 없던 순진한 도깨비는 점차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따! 이 조막만 한 인간 놈이 힘줄이 제법 질기구나! 떨어져라, 이놈아!"

    "이얍! 다리걸기다!"

    도깨비가 방심하고 힘을 주어 칠성을 내동댕이치려던 찰나, 칠성이 그 반동을 역이용해 도깨비의 약한 오금쟁이를 발등으로 강하게 걷어찼습니다. 균형을 잃은 거대한 도깨비의 몸뚱이가 쿵! 하는 지축을 흔드는 굉음과 함께 모래바닥으로 나자빠졌고, 그 위로 칠성이가 땀범벅이 된 채 엎어지며 간발의 차이로 씨름의 승리를 거두고 말았습니다.

    "허억... 허억... 내, 내가 이겼소! 약속대로 나를 살려주시오!"

    모래를 털고 일어난 도깨비는 화를 내거나 칠성을 잡아먹으려 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엉덩이를 툭툭 털며 호탕하게 껄껄 웃어 젖혔습니다.

    "하하하하! 졌다, 졌어! 백 년 만에 인간과 씨름을 해보았는데, 덩치는 쥐방울만 한 놈이 제법 쓸만한 재주를 가졌구나! 아주 재밌는 한 판이었다! 기분이다, 내 오늘 너는 안 잡아먹으마!"

    도깨비는 험악한 겉모습과는 달리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고 뒤끝이 없었습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칠성은 그제야 긴장이 풀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배에서 꼬르륵하는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저녁도 먹지 못하고 나무를 하러 온 탓이었습니다. 칠성은 봇짐 속에서 어머니가 싸주었던 차가운 메밀묵 한 덩어리를 꺼냈습니다. 배가 고프기는 도깨비도 마찬가지였는지, 묵을 꺼내는 칠성을 향해 침을 꼴깍 삼키며 다가왔습니다.

    "이보게, 인간 친구. 그 시커멓고 말캉거리는 것은 대체 무슨 음식이냐? 냄새가 아주 고소하고 기가 막히는구나."

    "이건 메밀묵이라 하오. 볼품없어 보여도 주린 배를 채우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지. 덩치 큰 친구도 배가 고픈 모양인데, 우리 승부를 기념하며 반씩 나누어 먹읍시다."

    칠성이 인심 좋게 메밀묵의 절반을 뚝 잘라 도깨비의 커다란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도깨비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묵을 쳐다보다가 한입 베어 물더니, 이내 눈이 휘둥그레지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오오! 이럴 수가! 세상에 이렇게 부드럽고 고소한 음식이 있다니!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버리는구나! 내 백 년을 살면서 산삼과 불로초는 먹어보았어도, 이 '메밀묵'이라는 기막힌 음식은 처음이다!"

    도깨비는 순식간에 남은 묵을 집어삼키고는 입맛을 쩝쩝 다셨습니다. 가난하고 고달픈 삶 속에서 맺어진, 부지런한 농부와 엉뚱하고 순진한 도깨비의 기묘하고도 따뜻한 인연은 그렇게 달빛 아래의 메밀묵 한 덩어리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 2: 밤마다 일구어낸 기적의 밭, 가난을 벗어던진 부지런한 농부

    그날 밤 산에서 내려온 칠성이는 집으로 돌아와 피곤에 지쳐 쓰러지듯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동이 트자마자 밖으로 나온 칠성이는 마당에 산처럼 쌓여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장작더미를 보고 턱이 빠질 듯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열 명의 장정이 며칠을 패야 겨우 모을 수 있는 땔감이었습니다. 그 장작더미 한가운데에는 어젯밤 도깨비에게 묵을 담아 주었던 낡은 사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습니다. 칠성이는 그제야 순진하고 정 많은 그 도깨비가 자신을 돕기 위해 밤새 산에서 나무를 해다 주었음을 깨닫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칠성이는 장작을 장터에 내다 팔아 어머니의 약과 동생들의 따뜻한 솜옷, 그리고 묵을 쑬 메밀을 넉넉히 사 올 수 있었습니다. 그날 밤, 칠성이는 어머니 몰래 커다란 가마솥에 메밀을 쑤어 묵을 한가득 만든 뒤, 달이 뜨자마자 산 중턱 고갯마루로 묵 사발을 들고 올라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어둠 속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꼬리를 살랑이는 강아지처럼 반갑게 달려왔습니다.

    "인간 친구 왔는가! 어젯밤 내가 갖다 둔 장작은 잘 썼느냐? 흐흐, 오늘도 그 기막힌 메밀묵을 가져왔겠지?"

    "덕분에 우리 가족이 따뜻한 겨울을 나게 되었소. 고마운 마음에 오늘은 배가 터지도록 먹으라고 아주 가마솥째로 묵을 쑤어왔지!"

    도깨비, 이름하여 '덕배'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덩치 큰 요괴는 칠성이가 내민 메밀묵을 허겁지겁 퍼먹으며 행복한 비명을 질렀습니다. 두 사람은 바위에 나란히 걸터앉아 밤하늘을 보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칠성이는 자신이 뼈 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악독한 최 참판에게 다 빼앗기고 척박한 자갈밭 한 뙈기만 남아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막막하다는 서러운 신세를 털어놓았습니다. 그 말을 들은 덕배는 묵을 먹던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아니, 뭐 그런 벼락 맞아 뒈질 못된 영감이 다 있단 말이냐! 걱정하지 말거라, 내 친구 칠성아! 네가 매일 이 꿀맛 같은 메밀묵만 쑤어다 준다면, 네가 가진 그 척박한 돌밭을 천하제일의 옥토로 내가 싹 다 엎어주마! 도깨비 체면에 친구가 가난에 찌들어 사는 꼴은 못 보지!"

    그날 밤부터 칠성이와 도깨비 덕배의 기상천외하고도 기적 같은 동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밤이 깊어 마을 사람들이 모두 깊은 잠에 빠지면, 덕배는 커다란 요술 방망이를 들고 칠성이네 자갈밭으로 몰래 내려왔습니다.

    "뚝딱! 돌덩이들은 몽땅 굴러가거라! 뚝딱! 거친 흙은 보들보들한 옥토가 되어라!"

    덕배가 요술 방망이를 허공에 대고 휘두르며 주문을 외우자,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옮길 수 없었던 수십 통짜리 거대한 바위들이 제 발로 데굴데굴 굴러 산 밑으로 처박혔습니다. 방망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한 금빛 가루가 메마른 땅에 스며들자, 거칠고 쩍쩍 갈라졌던 흙이 순식간에 기름지고 검은 찰진 옥토로 변해버렸습니다. 칠성이는 덕배가 일구어놓은 부드러운 밭에 씨앗을 뿌리고, 밤새 덕배와 함께 물을 대며 땀을 흘렸습니다. 도깨비의 마법이 깃든 땅에 부지런하고 정성스러운 농부의 땀방울이 더해지자, 그야말로 자연의 섭리를 뛰어넘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새싹이 손바닥만큼 자라났고, 며칠이 지나자 칠성이의 밭에는 어른 허리 높이만큼 자란 무와 배추, 그리고 수수와 곡식들이 주렁주렁 탐스럽게 열렸습니다. 가뭄이 들어 다른 집 밭들은 다 말라죽어갈 때도, 칠성이의 밭만큼은 덕배가 도깨비불을 피워 안개를 몰고 온 덕분에 항상 촉촉하게 이슬을 머금고 있었습니다. 칠성이는 수확한 작물들을 내다 팔아 산더미 같은 돈을 벌어들였습니다. 악덕 지주 최 참판에게 빌렸던 묵은 빚을 엽전으로 시원하게 갚아 던져버리고, 쓰러져가던 초가집 대신 튼튼하고 따뜻한 기와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눈먼 홀어머니에게는 매일 고깃국을 대접하고, 어린 동생들은 비단옷을 입고 서당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가난의 굴레에서 완벽하게 벗어난 칠성이는 자신이 부자가 되었다고 해서 결코 거만해지거나 게을러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남는 곡식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몰래 나누어주었고, 매일 밤 가마솥 한가득 메밀묵을 쑤어 산으로 올라가 자신의 영원한 은인이자 듬직한 친구인 덕배와 함께 씨름을 하며 끈끈하고 아름다운 우정을 쌓아갔습니다. 부지런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인간과, 엉뚱하지만 의리 넘치는 순진한 도깨비의 동화 같은 행복한 나날들이 영원할 것만 같았습니다.

    ※ 3: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검은 그림자, 탐욕에 눈먼 지주의 흉계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했던가요. 찢어지게 가난했던 농부 칠성이가 하루아침에 빚을 몽땅 갚고 기와집을 올렸다는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삽시간에 고을 전체로 쫙 퍼져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소문은 당연하게도 고을에서 가장 탐욕스럽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악덕 지주, 최 참판의 귓구멍에도 쏙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최 참판은 제 배가 터질 듯이 불룩 튀어나오고 턱 밑으로 살이 두툼하게 늘어진, 욕심의 화신 그 자체인 사내였습니다. 남이 잘되는 꼴을 보면 배가 아파 밤잠을 설치는 그 늙은 너구리 같은 참판이 이 소문을 가만히 듣고 넘길 리가 만무했습니다.

    "아니,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집 마당에서 쌀 한 되만 꾸어달라며 무릎 꿇고 빌던 그 거지 같은 칠성이 놈이, 무슨 수로 벼락부자가 되어 기와집을 올렸단 말이냐! 필시 산속에서 금괴라도 주웠거나 도적질을 한 것이 틀림없다. 여봐라! 당장 하인들을 풀어 밤낮으로 칠성이 놈의 뒤를 샅샅이 밟아 그 비밀을 모조리 캐어 오너라!"

    최 참판의 불호령을 받은 집사들과 하인들은 은밀하게 칠성이네 기와집 근처와 뒷산 주변에 잠복하며 밤낮없이 감시의 눈초리를 번뜩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뒤, 달이 유난히 밝게 뜬 밤이었습니다. 지게에 커다란 옹기를 짊어지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뒷산으로 올라가는 칠성이의 뒤를, 최 참판의 하인 두 명이 고양이처럼 소리를 죽인 채 몰래 미행했습니다.

    산 중턱 고갯마루 바위 뒤에 몸을 숨긴 하인들은, 곧이어 벌어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두 눈을 비비며 턱이 빠질 듯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칠성이가 옹기에서 꺼낸 메밀묵을 먹고 있는 것은, 머리에 뿔이 달리고 덩치가 산만 한 무시무시한 도깨비였던 것입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 괴물 같은 도깨비가 묵을 다 먹고 나서는 금방망이를 허공에 휙휙 휘두르며 허공에서 금돈과 은돈을 후드득후드득 떨어뜨려 칠성이와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인들은 오줌을 지리며 도망치듯 산을 내려와, 헐떡이는 숨을 고르며 최 참판에게 자신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도깨비와 요술 방망이에 대한 놀라운 비밀을 낱낱이 고해바쳤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최 참판의 탁하고 게슴츠레한 두 눈동자가 탐욕으로 시뻘겋게 번뜩이기 시작했습니다.

    "도, 도깨비라고?! 허공에서 금은보화를 쏟아내는 진짜 요술 방망이를 가진 도깨비가 내 뒷산에 살고 있단 말이냐! 하하하하! 그 엄청난 보물을 그깟 무식한 농사꾼 놈이 푼돈이나 만지는 데 쓰고 있었다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로다! 저 도깨비와 방망이만 내 손에 넣는다면, 나는 한양의 대감들조차 발아래에 거느릴 천하제일의 거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욕심에 단단히 눈이 멀어버린 최 참판은 칠성이에게서 도깨비를 빼앗기 위한 몹시도 간악하고 비열한 흉계를 꾸미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최 참판은 수십 명의 무장한 왈패와 몽둥이를 든 장정들을 대동하고 칠성이네 기와집 마당을 거칠게 발로 차며 들이닥쳤습니다.

    "여봐라! 당장 저 도적놈 칠성이를 포박하여 무릎을 꿇려라!"

    영문도 모른 채 마당으로 끌려 나온 칠성이가 왈패들에게 짓밟혀 무릎을 꿇자, 집 안에서 놀란 홀어머니와 동생들이 뛰어나와 살려달라며 통곡을 했습니다.

    "참판 어르신! 이게 대체 무슨 억지이십니까! 저는 빚을 모두 갚았고, 이제 어르신과는 아무런 원한도 얽힐 일도 없지 않습니까!"

    칠성이가 피를 토하듯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최 참판은 콧방귀를 뀌며 비열한 억지를 부려대기 시작했습니다.

    "네 이놈! 네놈이 농사를 짓고 벼락부자가 된 그 밭이 원래 누구의 땅이었더냐! 비록 네놈이 빚을 갚아 땅문서를 가져갔다 한들, 그 땅의 기운과 땅속의 모든 신령한 것은 원래 이 최 참판의 소유이니라! 네놈이 내 뒷산에 사는 신성한 도깨비를 꼬여내어 내 땅의 기운을 빨아먹고 요술을 부려 부당하게 재산을 축적한 죄, 당장 관아에 고발하여 네놈의 목을 치고 네 어미와 동생들은 평생 내 집의 노비로 부려 먹을 것이다!"

    "아, 아니 됩니다! 도깨비 덕배는 물건이 아니라 저의 소중한 친구입니다! 제발 제 가족만은 건드리지 말아 주십시오!"

    "시끄럽다! 네 가족을 살리고 이 목숨을 부지하고 싶다면, 당장 오늘 밤 그 산속의 도깨비를 내 앞마당으로 고이 모셔오너라! 만약 허튼수작을 부리거나 도망칠 생각이라면, 네 어미의 목에 당장 칼이 들어갈 줄 알아라!"

    최 참판의 협박은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습니다. 무자비한 왈패들의 서슬 퍼런 칼날이 늙고 병든 어머니의 목덜미를 위협하고 있었습니다. 칠성이는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깊은 절망감에 휩싸여, 눈물을 머금고 흙바닥에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난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살고자 했던 착한 농부와 순진한 도깨비의 우정이,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라는 무서운 검은 그림자에 의해 산산조각 날 끔찍한 절체절명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었습니다.

    ※ 4: 쇠사슬에 묶인 순진한 도깨비, 끝없는 금은보화의 탐욕

    그날 밤, 칠성이는 피눈물을 머금고 가마솥 한가득 메밀묵을 쑤어 지게에 짊어지고 평소처럼 고갯마루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의 등 뒤로는 최 참판이 돈으로 매수한 수십 명의 왈패들이 몽둥이와 질긴 동아줄, 그리고 무거운 그물과 쇠사슬을 든 채 짐승처럼 살기를 띠며 은밀하게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칠성이의 두 다리는 마치 천근만근 무거운 쇳덩이를 매단 듯 도무지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차가운 가을밤의 바람이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칠성이의 가슴속은 죄책감이라는 지옥불로 활활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덕배야, 내 착하고 순진한 친구 덕배야... 정말 미안하다. 내 늙고 병든 어미와 피지도 못한 어린 동생들의 목숨이 저 악독한 사냥개들의 칼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어, 내 어쩔 수 없이 너를 사지로 끌어들이고 말았구나. 내 너를 저 간악한 참판 놈에게 팔아넘긴 이 천인공노할 죗값은, 살아서 안 되면 죽어서 무간지옥의 펄펄 끓는 가마솥에 떨어져서라도 기필코 치르마. 부디 이 못난 놈을 용서하지 말아다오...'

    칠성이는 솟구치는 오열을 억누르며, 약속 장소인 커다란 너럭바위 위에 아직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메밀묵 옹기를 올려놓았습니다. 왈패들은 순식간에 바위 주변의 짙은 어둠 속과 덤불 사이로 숨어들어 뱀처럼 숨을 죽였습니다.

    마침내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쿵쾅, 쿵쾅 하는 거대한 발소리와 함께 해맑고 호탕한 웃음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들려왔습니다. 세상의 사악함이라고는 단 한 줌도 모르는 덩치 큰 도깨비 덕배가, 친구를 만난다는 기쁨에 들떠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처럼 한달음에 달려온 것입니다.

    "칠성아, 내 둘도 없는 인간 친구야! 산 아래부터 아주 고소하고 기가 막힌 냄새가 진동을 하는구나! 오늘따라 유난히 묵을 많이도 쑤어왔네! 헌데, 네 얼굴빛이 왜 이리 흙빛이냐? 달빛을 받아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어디 몸이라도 몹시 아픈 게냐?"

    덕배는 칠성이의 슬프고 파리한 안색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솥뚜껑만 한 큰 손으로 칠성의 가녀린 등을 다정하고 따뜻하게 두드려주었습니다. 그 거짓 없고 순수한 배려와 체온이 닿는 순간, 칠성이는 결국 억눌렀던 감정이 터져버려 그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고 짐승처럼 통곡하고 말았습니다.

    "덕배야... 날 용서하지 마라. 이 배신자 놈을 원망하고, 차라리 그 방망이로 나를 내리쳐 죽여다오!"

    "아니, 이 친구가 맛있는 묵을 눈앞에 두고 갑자기 왜 이러는... 헉! 이게 무슨 비린내냐!"

    덕배가 영문을 몰라 두 눈을 끔벅이며 칠성이를 일으켜 세우려던 바로 그 찰나였습니다. 매복해 있던 수십 명의 왈패들이 일제히 귀를 찢는 함성을 지르며 어둠 속에서 튀어나왔습니다. 그들은 거대한 밧줄에 무거운 쇳덩이를 매달아 덕배의 굵은 팔다리와 목을 향해 사방에서 짐승 잡듯 던져 옭아맸습니다.

    "으아아악! 이게 무슨 해괴한 짓이냐! 칠성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이놈들 당장 비키지 못할까!"

    평소 열 명의 장정이 덤벼도 꿈쩍도 하지 않을 천하장사 덕배였지만, 친구를 향한 믿음이 무방비 상태였던 데다 수십 개의 굵은 밧줄과 그물이 한꺼번에 몸을 칭칭 감고 사방에서 잡아당기자, 균형을 잃고 속수무책으로 바닥에 고꾸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왈패들은 저항하며 몸부림치는 덕배의 머리와 등을 굵은 몽둥이로 무자비하게 내리치고는, 그 거대한 몸을 겹겹이 쇠사슬로 묶어 산 밑 최 참판의 으리으리한 집 마당으로 짐승처럼 질질 끌고 내려갔습니다. 칠성이는 왈패들의 발길질에 채여 피를 흘리며 끌려가는 덕배의 비참한 뒷모습을 보며 맨땅을 치고 피눈물을 쏟아냈지만, 가족의 목숨을 쥐고 있는 참판 앞에서는 너무나도 무력하고 비참한 농부일 뿐이었습니다.

    그날 깊은 밤, 최 참판의 으리으리한 본가 앞마당. 수백 년 묵은 아름드리 소나무 기둥에 사람 팔뚝만 한 굵은 무쇠 쇠사슬로 꽁꽁 묶인 덕배는, 이마에서 붉은 피를 흘리면서도 분노와 끔찍한 배신감으로 거칠게 씩씩거리며 불을 뿜는 듯한 붉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습니다. 그 앞에는 최 참판이 화려하고 번쩍이는 비단옷을 쫙 빼입고, 뒷짐을 진 채 거만하고 비열한 웃음을 질질 흘리며 서 있었습니다.

    "네 이놈 흉측한 도깨비야! 네놈이 그토록 신통방통한 요술 방망이를 가졌으면서도, 고작 가난뱅이 농사꾼 놈의 척박한 밭이나 일궈주고 볼품없는 메밀묵 찌끄러기나 얻어먹고 살았다니 쯧쯧. 네놈도 참으로 어리석고 미련하기 짝이 없는 요물임이 틀림없구나. 자, 이제부터 네놈의 굽어살필 진짜 주인은 바로 이 고을의 최고 부자, 최 참판 어르신이시다! 당장 그 입방정을 멈추고 방망이를 두드려, 이 넓은 마당을 숨 막히게 꽉 채울 만큼 금괴와 은덩이를 미친 듯이 쏟아내도록 하여라!"

    참판이 교만하게 턱짓하자, 왈패 하나가 덕배에게서 빼앗은 진짜 요술 방망이를 들고 와 덕배의 코앞에서 약을 올리듯 휙휙 흔들어 댔습니다.

    "카아악! 퉤! 이 탐욕스럽고 배가 터질 듯한 돼지 같은 영감아! 내 요술 방망이는 마음이 착하고 땀 흘려 부지런히 일하는 자에게만 하늘의 복을 내릴 뿐, 너같이 약한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시커먼 악당에게는 단 한 푼의 엽전도 내어주지 않는다! 나를 당장 이 사슬에서 풀어주지 않으면, 내 이 집구석을 뼈도 못 추리게 싹 다 박살을 내어 주마!"

    덕배가 당장이라도 사슬을 끊어버릴 듯 맹수처럼 무시무시하게 으르렁거렸지만, 겹겹이 묶인 무쇠 사슬과 주술이 걸린 부적 앞에서는 힘을 쓸 수 없어 역부족이었습니다. 최 참판은 덕배의 위협에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내면에 숨겨둔 잔인한 악귀의 본성을 드러냈습니다.

    "오호라, 말귀를 도무지 못 알아듣고 주제 파악을 못 하는 몹시 고집 센 요괴로구나. 네놈이 살이 찢기고 피를 흘려도 그 알량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꾸나! 여봐라! 저놈이 제 입으로 금은보화를 쏟아내겠다고 싹싹 빌며 애원할 때까지, 밤낮을 가리지 말고 쇠채찍으로 살점을 후려쳐라! 목이 말라 혀가 갈라져도 썩은 흙탕물 한 모금 주지 마라! 전설 속의 도깨비도 고통 앞에서는 짐승처럼 울부짖는지 내 정자 위에서 똑똑히 지켜보겠다!"

    그 잔혹한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덕배의 지옥 같은 고난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자비하고 날카로운 채찍질이 밤낮으로 이어졌고, 참판은 덕배가 굶주림과 갈증에 굴복하기만을 기다리며 그가 제일 좋아하는 메밀묵은커녕 이슬 한 방울조차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덕배의 단단한 몸에는 깊은 상처가 패이고 검붉은 피가 말라붙었지만, 그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칠성이를 원망하면서도 참판의 비열한 협박에는 끝끝내 굴복하지 않고 독기를 품은 채 이 악물고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만들어낸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고문이 마당을 가득 채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끔찍하고 기나긴 밤들이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 5: 지혜를 낸 농부의 야밤 구출극, 가짜 방망이의 저주

    한편, 자신의 가여운 가족들의 목숨을 건졌다는 안도감보다는, 자신을 조건 없이 믿어준 유일한 은인이자 듬직한 친구 덕배를 제 손으로 사지에 팔아넘겼다는 지독하고도 뼈를 깎는 죄책감에 칠성이는 매일 밤 피눈물을 흘리며 식음을 전폐하고 있었습니다. 방구석에 웅크려 앉아 자책하던 칠성이는 마침내 눈물을 닦고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대로 착한 덕배를 저 모진 고문 속에 말라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내가 지은 죄, 내가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그를 구해내고야 말겠다! 그리고 저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악독한 최 참판의 콧대를 산산조각 내어 납작하게 눌러놓고야 말겠다!'

    칠성이는 며칠 밤낮을 뜬눈으로 새우며 머리를 쥐어짠 끝에, 무식한 힘이 아닌 머리를 써서 악당을 골탕 먹일 기막힌 지혜를 하나 떠올렸습니다. 그는 곧바로 날카로운 낫과 끌을 들고 산으로 올라가, 가장 단단한 참나무를 베어왔습니다. 그리고는 피나는 목수 솜씨를 발휘하여, 덕배가 들고 다니던 진짜 요술 방망이와 크기, 무게, 심지어 나무의 결망과 생김새까지 소름 끼치도록 똑같은 '가짜 나무 방망이'를 정교하게 깎아 만들었습니다. 방망이 표면에 박힌 옹이 자국 하나까지 똑같이 복제한 예술에 가까운 모조품이었습니다.

    가짜 방망이가 완성되자, 칠성이는 장터로 달려가 사람을 깊은 잠에 빠뜨린다는 독한 마취 약초인 만다라화 뿌리를 잔뜩 구해왔습니다. 그리고는 가마솥 한가득, 덕배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고소하고 찰진 메밀묵을 쑨 뒤, 묵이 굳기 전에 그 독한 마취 약초 가루를 아낌없이 듬뿍 갈아 넣고 잘 섞어두었습니다.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스산한 기운이 맴도는 칠흑같이 어두운 그믐밤. 칠성이는 지게에 마취제가 가득 든 메밀묵 옹기와 손수 깎아 만든 가짜 방망이를 몰래 숨기고, 최 참판의 으리으리한 기와집 담장 밖으로 고양이처럼 은밀하게 숨어들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담을 넘어 안마당을 엿보니, 덕배를 감시하라 명을 받은 왈패들은 며칠째 이어진 지루한 보초와 고문 노동에 지쳐, 지들끼리 널브러져 술판을 벌이고는 벌써부터 코를 골며 곯아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소나무에 겹겹이 묶인 덕배는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 힘없이 고개를 푹 떨구고 거친 숨만 간신히 내쉬고 있었습니다.

    그 참혹한 몰골에 칠성의 가슴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칠성이는 발소리를 완벽하게 죽인 채 엎드려 기다리다, 왈패들이 완전히 깊은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는 덕배의 곁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미세한 인기척에 힘겹게 무거운 고개를 든 덕배는, 눈앞에 나타난 칠성을 보자 분노와 서러움, 그리고 깊은 배신감이 교차하는 붉은 눈빛으로 짐승처럼 으르렁거렸습니다.

    "배, 배신자 놈... 네놈이 여긴 대체 웬일이냐... 내가 이 꼴이 되어 죽어가는 것을 구경하며 비웃으러 온 게냐... 내 널 믿었거늘..."

    "덕배야! 쉿! 조용히 해! 날 평생 원망하고 욕해도 좋다. 허나 내 늙은 어미의 목에 칼이 들어와 어쩔 수 없었다. 내 널 팔아넘긴 죗값을 평생 네 종이 되어 갚으며 살 터이니, 제발 오늘 밤은 나를 한 번만 더 믿고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다오! 널 이 지옥에서 구하러 왔단 말이다!"

    칠성이는 소리 죽여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품에서 숯돌에 시퍼렇게 간 날카로운 낫을 꺼내어 덕배를 결박하고 있던 굵은 밧줄과 부적이 붙은 쇠사슬을 필사적으로 썰고 끊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칠성의 진심 어린 눈물과 피나는 노력에 덕배의 굳었던 마음도 조금씩 녹아내렸습니다.

    마침내 무거운 사슬이 툭 끊어지며 풀리자, 덕배는 저린 팔다리를 주무르며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세웠습니다. 칠성이는 재빨리 지게에서 마취제가 든 메밀묵 옹기를 꺼내어,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왈패들이 먹다 남긴 빈 술상 위에 슬쩍, 먹음직스럽게 올려두었습니다. 그러고는 왈패의 우두머리가 베고 자고 있던 참판의 방문 앞 툇마루로 살금살금 기어가, 그곳에 소중하게 모셔져 있던 '진짜 요술 방망이'를 집어 들고, 자신이 목숨 걸고 가져온 '가짜 방망이'를 그 자리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바꿔치기해 놓았습니다.

    칠성이는 진짜 방망이를 덕배의 커다란 품에 쥐여주며 귓가에 다급하게 속삭였습니다.

    "덕배야, 자, 네 진짜 방망이를 받아라! 그리고 내 말을 귀 기울여 잘 들어라. 내일 아침 저 욕심 많은 참판 놈이 잠에서 깨어나, 툇마루에 있는 저 가짜 방망이를 흔들어대며 금은보화를 내놓으라 미친 듯이 소리칠 것이다. 그러면 그때 네가 뒷산 가장 높은 바위 위에서 이 진짜 방망이를 힘껏 두드리며, '최 참판의 집에 똥물이 쏟아져라!' 하고 주문을 외치는 거다! 내 작전이 무엇인지 알겠느냐?"

    "흐흐흐... 칠성아, 네놈이 뼛속까지 날 배신한 나쁜 놈은 아니었구나! 이거 참으로 통쾌하고 기막힌 복수극이다! 내 그 더럽고 욕심 많은 돼지 영감 놈의 집구석을 세상에서 제일 구린내 나는 똥통으로 만들어버리마!"

    오해가 완벽하게 풀리고 다시 한번 뜨거운 우정을 확인한 두 사람은, 어둠을 틈타 왈패들을 뒤로한 채 무사히 담장을 넘어 익숙한 뒷산으로 쏜살같이 도망쳤습니다.

    다음 날 아침, 늦잠에서 깬 왈패들은 빈 술상 위에 놓인 고소한 메밀묵을 발견하고는 군침을 흘리며 서로 다투어 허겁지겁 퍼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묵에 듬뿍 갈아 넣은 독한 마취 약초 기운에 순식간에 취해, 눈이 풀리고 게거품을 물며 그 자리에서 픽픽 쓰러져 정신을 잃고 곯아떨어지고 말았습니다.

    마당에 소란스러운 소리나 몽둥이질 소리가 들리지 않자, 비단 이불 속에서 단잠에서 깬 최 참판이 짜증을 내며 헛기침을 하고 방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여봐라! 이 게으르고 썩어빠진 놈들아! 도깨비 놈이 드디어 매질에 굴복하여 보물을 뱉어낼 준비가 되었는지 어서 확인하... 아니, 이 미친놈들이 해가 중천인데 다 어디서 자빠져 뻗어있는 게야! 그리고 소나무에 묶여있던 도깨비는 어디로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냐!"

    참판은 텅 빈 마당과 힘없이 풀려 나뒹구는 무쇠 쇠사슬을 보고 기겁하며 방방 뛰었습니다. 자신의 금은보화가 날아갔다는 생각에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툇마루 댓돌 위에 너무나도 고스란히, 얌전하게 놓여 있는 (가짜) 요술 방망이를 발견하고는, 입이 귀에 걸리도록 찢어지며 안도의 한숨과 함께 흉악하고 탐욕스러운 미소를 지었습니다.

    "하하하! 이런 멍청하고 미련한 도깨비 놈 같으니라고! 제 목숨 하나 부지하겠다고 세상에서 제일 귀한 이 요술 방망이를 깜빡 두고 도망을 쳤구나! 상관없다, 도깨비 따위야 가버리라지! 어차피 산더미 같은 보물을 쏟아내는 이 방망이만 내 손에 온전히 들어왔으니, 이제 난 한양의 정승 판서도 부럽지 않은 천하의 갑부가 되는 것이다!"

    최 참판은 탐욕으로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가짜 방망이를 움켜쥐고 하늘 높이 번쩍 치켜들었습니다. 지혜롭고 선한 농부가 파놓은, 통쾌하고도 세상에서 제일 냄새나는 무시무시한 사이다 복수극의 거대한 덫이 마침내 악당의 머리 위로 완벽하게 씌워지는 운명의 순간이었습니다.

    ※ 6: 돌무더기로 변해버린 황금, 욕심쟁이 지주의 통쾌한 몰락

    최 참판은 마당 한가운데에 버티고 서서 침을 꼴깍 삼키며 목청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는 칠성이가 깎아 만든 가짜 나무 방망이를 허공에 대고 미친 듯이 휙휙 휘두르며, 탐욕에 찌들어 찢어지는 목소리로 주문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내 이 넓은 앞마당이 숨 막히게 꽉 차고 넘치도록 세상의 모든 반짝이는 금은보화를 남김없이 다 쏟아내거라! 뚝딱! 어서 뚝딱!"

    참판의 탁한 두 눈은 당장이라도 하늘에서 찬란한 황금 소나기가 쏟아질 것을 기대하며 광기에 차올라 하늘을 향해 희번덕거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 시각, 저 멀리 맑은 하늘과 맞닿은 뒷산의 가장 높은 고갯마루 위. 진짜 요술 방망이를 손에 단단히 거머쥔 도깨비 덕배와, 그 옆에 선 칠성이가 산 아래 참판의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내려다보며 통쾌하고도 짜릿한 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덕배야, 저 아래를 보아라! 참판 놈이 지금쯤 마당에서 내 가짜 방망이를 흔들며 덩실덩실 미친놈처럼 춤을 추고 있겠지? 덕배야, 바로 지금이다! 어서 네 진짜 방망이로 소원을 빌어 저 악당을 벌하여라!"

    "좋아! 아주 제대로 간다! 이 더럽고 백성의 피나 빠는 욕심 많은 늙은구렁이 같은 영감탱이야, 내 백 년 묵은 방망이의 매운맛을 뼈저리게 보거라!"

    덕배는 자신의 기운이 온전히 깃든 진짜 요술 방망이를 푸른 가을 하늘을 향해 휙휙 힘차게 휘두르며, 산천초목이 덜덜 떨리도록 우렁차고 웅장한 목소리로 천둥같이 외쳤습니다.

    "최 참판 집안 곡간에 쌓인 모든 더러운 금은보화는 시커먼 돌무더기와 냄새나는 개똥으로 변해라 뚝딱! 참판 놈이 서 있는 저 넓은 앞마당에, 온 고을 뒷간의 시퍼런 똥물이 장대비 같은 폭포수처럼 사정없이 쏟아져 내려라 뚝딱!"

    덕배의 카타르시스 넘치는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참판의 기와집 앞마당 바로 위 맑았던 하늘에 순식간에 시커먼 먹구름이 소용돌이치며 몰려들더니,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기괴하고도 통쾌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당에서 가짜 방망이를 휘두르며 눈을 감고 있던 최 참판의 머리 위로, 마침내 하늘에서 무언가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금괴와 은괴인 줄 알고 입을 찢어지게 벌리며 두 팔을 벌려 환호하던 참판의 얼굴과 번쩍이는 비단옷 위로 우두둑 퍽퍽 떨어져 내린 것은, 영롱하게 반짝이는 보석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지독하고 역겨운 악취를 풍기는 질퍽하고 시퍼런 소똥과 말똥, 그리고 시커먼 진흙 덩어리와 구린내 나는 오물들이었습니다!

    "으아아악! 이, 이게 무슨 지독한 냄새냐! 아퉤퉤! 눈에 똥물이 들어갔다! 하늘에서 금이 아니라 왜 똥이 떨어지는 것이냐! 이게 대체 무슨 해괴망측한 조화란 말이냐!"

    참판은 허공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오물과 똥물을 뒤집어쓰고 미끄러운 바닥에 꽈당 나자빠져 허우적거렸습니다. 게다가 집안의 거대한 곡간과 안방에 가득 쌓아두었던 참판의 전 재산, 피눈물 흘리는 백성들에게서 고리대금으로 빼앗은 수만 냥의 금괴와 엽전 꾸러미들마저 덕배의 강력한 요술에 걸려, 순식간에 냄새나는 짐승의 거름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시커먼 차돌멩이로 완벽하게 변해버리고 말았습니다. 방 안에서 늦잠을 자고 있던 참판의 부인과 첩실 기생들이 천장에서 떨어지는 똥물 세례를 피해 기겁하며 비명을 지르고 마당으로 뛰쳐나왔고, 고을에서 가장 화려하고 으리으리했던 최 참판의 대궐 같은 기와집은 단숨에 온 고을의 똥파리가 새까맣게 몰려드는 거대한 똥통이자 돌무더기 폐허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내 돈! 내 금괴! 내가 평생 모은 피 같은 재산이 모두 돌덩이가 되다니! 이 요물 같은 방망이가 왜 금 대신 똥과 흙을 쏟아내는 것이냐! 내가 쫄딱 망했다! 으아앙! 살려다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에 시퍼런 오물을 뒤집어쓴 최 참판은, 텅 비어버린 곡간 앞의 돌무더기를 껴안고 미끄러운 똥밭을 뒹굴며 피눈물을 흘리며 대성통곡을 했습니다. 가난한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어 자기 배만 불렸던 짐승 같은 악독한 지주의, 몹시도 허무하고 처절하며 완벽하게 통쾌한 몰락이었습니다.

    그 냄새나고 짜릿한 광경을 산 위에서 내려다보며 지켜보던 칠성이와 덕배는, 배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며 눈물이 날 정도로 통쾌하고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하하하! 칠성아, 넌 정말 대단한 놈이다! 네 지혜가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구나! 그 못된 욕심쟁이 돼지 영감이 똥물을 줄줄 뒤집어쓰고 미끄러져 우는 꼴을 보니, 내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것 같다!"

    "하하하! 이게 다 네가 가진 신통방통한 진짜 방망이와 너의 의리 덕분이지! 널 그 차가운 쇠사슬에 묶어두었던 내 끔찍한 죗값을 이걸로 시원하게 갚은 셈 쳐주겠나?"

    "당연하지! 넌 내 백 년 생애 최고의 인간 친구다! 자, 더러운 똥 구경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어서 네 집으로 내려가자꾸나. 내가 어제 못 먹은 네 어머니 표 찰진 메밀묵을 오늘 아주 배가 터지도록 먹어야겠다!"

    그날 이후, 폭삭 망하여 알거지가 되어버린 최 참판은 그동안 핍박했던 소작농들과 빚쟁이들에게 쫓겨 몰매를 맞고 고을에서 쫓겨나 야반도주하는 비참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참판이 부당하게 빼앗았던 백성들의 비옥한 논밭과 재산은, 칠성이의 주도하에 관아의 도움을 받아 원래 주인들에게 모두 공평하고 따뜻하게 돌려주어졌습니다. 가난하고 힘약했던 농부 칠성이는 타고난 부지런함과 악당을 물리친 지혜로 마을 사람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너그럽고 훌륭한 촌장 어르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하는 순진하고 정 많은 도깨비 덕배는, 매일 밤 칠성이네 넓은 마당으로 쿵쾅거리며 내려와 가마솥 가득한 메밀묵을 안주 삼아 칠성이와 밤새 씨름을 하며 오순도순 평화롭고 끈끈한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욕심을 버리고 정직하게 땀 흘리는 자, 그리고 곤경에 처한 서로를 믿고 돕는 자에게는 하늘이 반드시 벅찬 복과 기적을 내린다는 이 통쾌하고도 훈훈한 옛이야기는,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서늘한 가을밤마다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래도록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널리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야담광장에서 준비한 '순진한 도깨비와 부지런한 농부' 이야기, 배꼽 빠지게 통쾌하게 들으셨나요? 끝없는 탐욕으로 남의 것을 빼앗으려던 악덕 지주가 결국 똥물을 뒤집어쓰고 폭망하는 결말이 십 년 묵은 체증을 싹 내려가게 만드네요. 아무리 힘이 세고 돈이 많아도, 부지런히 땀 흘리는 정직함과 서로를 믿는 따뜻한 우정 앞에서는 잔꾀가 통하지 않는 법이죠. 고소한 메밀묵처럼 담백하고 정겨운 두 사람의 우정이 우리 마음까지 훈훈하게 데워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 밤엔 묵 한 사발 드시며 기분 좋게 주무시는 건 어떨까요?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시고, 다음에도 여러분을 즐겁게 할 사이다 야담으로 찾아오겠습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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