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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생선으로 소금산의 주인이 된 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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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파도가 치는 바닷가 마을, 온 동네에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썩은 생선만 주워 모으는 기괴한 어부가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미치광이라 손가락질하며 코를 쥐어막았죠. 하지만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 썩은 생선이 왕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전설의 미끼가 되고, 훗날 조선 팔도의 소금 유통을 장악하여 거대한 황금산을 이룰 엄청난 밑천이 될 줄은 말입니다. 남들이 버린 쓰레기로 조선 제일의 거상이 된 사내의 기막힌 인생 역전극이 지금 펼쳐집니다!
※ 1. 포구의 미치광이, 썩은 생선만 찾는 어부
푸른 파도가 넘실거리는 조선 후기의 어느 번화한 남해안 포구. 이른 아침, 여명이 채 밝기도 전부터 만선을 알리는 어선들이 줄지어 들어오며 항구는 펄떡이는 생명력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뱃사람들의 굵직한 노랫가락과 닻을 내리는 소리, 그리고 밤새 바다와 씨름하고 돌아온 사내들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여 활기찬 아침을 열었다. 곧이어 포구에 길게 늘어선 어물전 위로는 은빛 비늘을 번쩍이며 튀어 오르는 삼치, 어른 팔뚝만 한 농어, 붉은빛이 선명한 도미, 그리고 바다 냄새를 물씬 풍기는 각종 진귀한 해산물들이 좌판마다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싱싱함이 곧 엽전으로 직결되는 이곳에서, 상인들과 객주들은 저마다 가장 크고 좋은 물건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고래고래 흥정하는 소리를 쏟아냈다. 그야말로 땀방울과 돈이 쉴 새 없이 돌고 도는, 치열하면서도 생기가 넘쳐흐르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런데 이 활기차고 분주한 포구의 풍경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마치 이방인처럼 겉도는 기이한 사내가 하나 있었다. 덥수룩하게 자라난 수염에 언제 빨았는지 알 수 없는 낡고 해진 적삼을 걸친 중년의 어부, 만달이었다. 그는 좌판 위에서 펄떡이는 싱싱하고 값나가는 생선 앞에서는 단 한 번의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오직 상인들이 내다 버리려고 구석에 방치해 둔 쓰레기 무더기 앞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그곳에는 파리가 새카맣게 들끓고, 내장이 터져 구역질 나는 악취를 풍기는 썩은 생선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보시오, 김씨 어르신. 저기 구석에 처박아 둔 썩어빠진 정어리들과 내장 터진 잡어들, 다른 데 버리지 마시고 내게 몽땅 다 넘기시구려. 삯은 내 서운치 않게 넉넉히 쳐드리리다."
만달의 덤덤한 말에, 큼직한 칼로 도마 위에서 생선을 다듬던 상인이 코를 쥐어막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쯧쯧 찼다. 그의 눈에는 만달이 영락없이 실성한 미치광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만달 형님! 형님은 대체 코가 삐뚤어지지도 않았소? 동네 굶주린 똥개들도 냄새를 맡고 기겁하여 도망갈 저 썩어 문드러진 생선 쓰레기를, 도대체 생때같은 돈을 주고 왜 산단 말이오! 그 알량한 돈이 있으면 차라리 멀쩡한 고등어나 한두 마리 사서 뜨끈하게 찌개라도 끓여 드시지. 멀쩡한 배도 없이 뭍에서만 맴돌더니, 참으로 기이하고 딱한 노릇이오."
"허허, 그런 섭섭한 소리 마시오. 당신들 눈에는 그저 구더기나 끓는 역겨운 쓰레기일지 몰라도, 내 눈에는 이것들이 장차 온 세상을 뒤흔들 금은보화로 바뀔 귀하디귀한 밑천이란 말이오. 잔말 말고 어서 저 마대 자루에나 꾹꾹 눌러 담아 주시구려."
상인은 미친 사람을 상대해 봐야 입만 아프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엽전을 주겠다는 말에 버릴 생선들을 거친 마대 자루에 퍽퍽 쓸어 담아 만달에게 넘겼다. 만달이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썩은 생선 자루를 어깨에 짊어지고 포구를 가로질러 걷기 시작하자, 말로 다 할 수 없는 지독한 썩은 내가 바닷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무섭게 퍼져 나갔다. 아침 찬거리를 사러 장에 나왔던 아낙네들과 그물을 손질하던 다른 어부들은 일제히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비켜섰고, 만달의 등 뒤로는 멸시와 조롱 섞인 비난이 파도 소리 위로 노골적으로 쏟아졌다.
"아이고, 냄새야! 저 양반, 마누라도 도망가고 홀로 늙어가더니 기어코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어. 날마다 썩은 생선만 지게로 져 나르니, 온 동네가 저 인간 하나 때문에 썩은 내가 진동을 해서 도무지 살 수가 있나!"
"쯧쯧, 한때는 그래도 꽤 이름난 뱃사람 아니었소. 낚시질할 배도 낡아빠져서 먼 바다에는 나가지도 못하니, 저렇게 썩은 고기라도 주워다가 말려 먹으려는 심산인가 보지. 쯧쯧, 불쌍한 인간."
사람들의 날 선 비웃음과 손가락질이 등 뒤에 비수처럼 쏟아졌지만, 만달은 등이 휠 듯 무거운 핏물 밴 자루를 메고도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오히려 그의 두꺼운 입술 위로는 세상의 조롱을 비웃기라도 하듯, 기묘하고도 여유로운 미소가 희미하게 번지고 있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눈앞에 보이는 얄팍한 겉모습만 보고 그 속에 감춰진 진짜 진가를 알지 못하니, 평생 얕은 바닷가에서 잔챙이나 낚으며 그날그날 입에 풀칠이나 하며 사는 게지. 바다의 진짜 무서운 주인은, 저 햇빛 찰랑이는 수면 위가 아니라 가장 깊고 차갑고 어두운 심연 속에 몸을 숨기고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그 콧대 높은 심연의 주인을 수면 위로 불러내는 데는, 세상 사람 모두가 코를 막고 도망치는 이 지독한 썩은 냄새만 한 것이 없단 말이다. 두고 보아라. 머지않아 썩은 생선을 줍던 이 천둥벌거숭이 만달이가, 조선 팔도에서 가장 귀한 대접을 받으며 황금 방석 위에 앉는 날이 기필코 올 터이니.'
만달의 묵직한 발걸음은 북적이는 포구 마을을 완전히 벗어나, 깎아지른 듯 험준하고 인적이 드문 바닷가 절벽 끄머리에 자리한 으슥하고 어두운 동굴을 향하고 있었다. 밀물이 들어오면 입구가 물에 잠겨 아무도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그곳은, 오직 만달만이 아는 비밀스러운 작업장이자, 훗날 조선의 역사를 뒤바꿀 거대한 부(富)의 씨앗이 조용히 발효되고 있는 은밀한 성소였다. 썩은 생선 자루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내리는 검붉고 끈적한 핏물이 그의 외로운 발자국을 따라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2. 악취 속에 숨겨진 인고의 시간, 비전(秘傳)의 미끼
햇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깎아지른 듯한 해안 절벽의 가장 밑바닥. 검푸른 파도가 무자비하게 갯바위를 때리는 소리만이 스산하게 울려 퍼지는 깊고 습한 동굴 안. 만달이 짊어지고 온 묵직한 자루를 털썩 소리와 함께 바닥에 내려놓고 묶인 끈을 풀어헤치자, 동굴 안에 갇혀 있던 서늘한 공기를 찢어발기며 숨이 턱 막힐 듯한 끔찍한 악취가 화산처럼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사람이라면 단 1초도 견디기 힘든 그 지독한 공간 속에는, 이미 어른의 키통만 한 거대한 항아리 독 여러 개가 동굴 벽을 따라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 독 안에서는 정체 모를 끈적한 기포가 터지는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무언가 기괴하고도 은밀한 발효가 수개월째 진행되고 있었다. 만달은 익숙한 듯 해진 옷소매를 걷어붙이고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방금 가져온 썩은 생선들의 뼈와 짓물러진 살점, 그리고 터져버린 내장들을 거대한 돌절구에 한가득 쏟아붓고는 무거운 찧기 시작했다. 물컹거리는 살점이 돌절구에 으깨지며 뒤엉킬 때마다 내뿜는 독한 가스는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맵고 지독한 구역질을 유발했지만, 만달의 표정은 마치 목욕재계를 하고 신성한 제사를 치르는 도인처럼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진지하고 매서웠다.
"이 바다 밑바닥, 수백 길 아래 심해에 사는 물고기들은 빛이 닿지 않아 눈이 완전히 퇴화하여 앞을 보지 못하지. 하지만 그 눈을 포기한 대신, 그들의 후각은 수면 위 일반 물고기들의 천 배, 아니 만 배는 더 끔찍하게 발달해 있는 법이다. 그 깊고 차갑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먹잇감을 찾아 생존하려면 오직 냄새 하나에 목숨을 걸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지. 그러니 저기 포구에서 굴러다니는 평범하고 싱싱한 미끼 따위로는, 수백 길 아래 수압을 견디며 도사리고 있는 그 귀하신 놈들을 절대 수면 위로 유인해 낼 수 없다. 오직 뼛속까지 삭히고 또 삭혀서 검게 응축된, 이 지독하고 치명적인 썩은 냄새만이 그 깊은 심연의 바닥을 뚫고 놈들의 본능을 일깨워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열쇠란 말이다!"
만달은 땀방울이 맺힌 이마를 훔치며 혼잣말을 중얼거리고는 절구질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단순히 생선을 썩히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생선 살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곤죽이 되자, 그는 동굴 한구석에서 말려둔 정체 모를 보따리를 풀어헤쳤다. 그것은 만달이 며칠 밤낮을 험준한 내륙의 깊은 산속을 헤매며 험한 바위를 타고 직접 캐온, 아주 특이하고 짙은 향을 내는 야생초와 진귀한 약초들이었다. 그는 이 약초들의 진액을 꽉 짜내어 생선 곤죽에 부었고, 이어서 수십 년 된 소나무에서 채취한 끈적한 송진과 불을 붙이면 확 타오를 만큼 독한 곡주를 자신만의 일정한 비율로 배합하여 절구 안에 남김없이 들이부었다. 이것은 만달이 젊은 시절, 풍랑을 만나 죽어가던 이름 모를 늙은 표류객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살려준 대가로 얻어들은, 세상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심해어 잡이의 기막힌 비전(秘傳)이었다. 그저 역겹기만 하던 썩은 생선의 악취가 약초의 쌉싸름한 향과 독한 술기운을 만나 서서히 발효되면서, 단순한 쓰레기 냄새가 아니라 심해 어종들의 굶주린 포식 본능을 미친 듯이 자극하는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향기로 탈바꿈하는 마법 같은 과정이었다.
항아리 독 안에 찰진 반죽을 빈틈없이 꾹꾹 눌러 담고 두꺼운 밀랍과 가죽으로 입구를 철통같이 봉하는 만달의 이마에는 어느새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손톱 밑에는 짐승의 피처럼 검은 때가 깊게 끼었고, 온몸에는 아무리 바닷물에 씻고 모래로 문질러도 절대 지워지지 않는 끔찍하고 고약한 냄새가 뼛속까지 배어들었다. 그 냄새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그를 병균 취급하며 피했고, 심지어 항구 뒷골목의 도둑고양이들조차 그가 지나가면 하악질을 하며 도망치기 일쑤였다. 철저히 고립되고 처절하게 외로운 인고의 세월이었다. 하지만 만달은 매일 밤 찬 바람이 부는 동굴에 희미한 호롱불을 밝히고, 자식의 몸을 쓰다듬듯 거친 손으로 독을 어루만지며 발효의 정도를 가늠했다.
'임금님의 수라상에만 귀하게 오른다는 전설 속의 고기, 붉은 심해 옥돔. 내 듣기로 지난 수십 년간 온 조선 팔도를 통틀어 그 고기를 잡아 올린 어부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지. 살점의 맛이 기가 막히게 뛰어나고, 사내들의 쇠해진 양기를 폭발적으로 보충하는 데는 산삼보다 더한 영약이라 알려졌으나, 도무지 얕은 바다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심해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모두가 잡기를 포기한 환상의 물고기.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이 안에서 삭혀지면 된다. 내 기필코 이 비장의 미끼로 그 붉은 옥돔을 통째로 낚아채어, 나를 미치광이라 비웃고 손가락질하던 저 어리석은 놈들의 콧대를 보기 좋게 납작하게 만들어 주리라.'
계절이 바뀌고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여러 번 반복한 어느 추운 겨울날의 자정 무렵. 마침내 동굴 가장 안쪽, 가장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모셔두었던 첫 번째 독의 밀랍 봉인을 뜯어내는 순간이었다. 펑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동굴 안에는 역겨운 썩은 악취 대신, 묘하게 코끝을 강하게 찌르며 혀밑에 단침이 왈칵 돌게 만드는 기이하고도 폭발적인 냄새가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쳤다. 수개월간 썩은 생선이 독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생명의 원초적인 식욕과 포식 본능을 극한으로 자극하는 마성의 미끼로 완벽하게 태어난 것이다.
"드디어... 드디어 완성되었구나! 십 년의 한이 서린 이 냄새! 하늘이 마침내 이 만달이를 돕는도다!"
만달은 끈적하게 삭아버린 검붉고 빛나는 반죽을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떠올리며, 광기마저 서린 환희에 찬 웃음을 미친 듯이 터뜨렸다. 그 기괴하고도 장엄한 웃음소리가 동굴의 차가운 절벽에 부딪혀 메아리치며, 포효하는 파도 소리와 함께 칠흑같이 검은 바다를 향해 길고 날카롭게 뻗어나갔다. 인고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아무도 닿지 못한 전설을 건져 올릴 출항의 시간이 마침내 다가오고 있었다.
※ 3. 칠흑 같은 심연의 바다, 전설의 고기를 낚다
달빛조차 두꺼운 먹구름에 완전히 잡아먹혀 칠흑같이 어두운 한겨울의 밤바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거친 풍랑이 일자, 다른 어선들은 뱃머리를 돌려 일찌감치 포구에 정박해 단단히 밧줄을 매어두고 있었다. 포구의 주막에서는 뱃사람들이 몸을 녹이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지만, 오직 만달의 낡고 삐걱거리는 작은 조각배 하나만이 위태로운 돛을 올린 채 집어삼킬 듯 으르렁거리는 검은 파도를 가르며 먼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그가 향하는 곳은 어부들 사이에서도 죽음의 바다라 불리는 곳, 바다 밑바닥이 갑자기 낭떠러지 절벽처럼 푹 꺼져 수심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해구(海溝)'의 중심이었다. 붉은 심해 옥돔이 서식한다고 알려진 유일한 장소였다. 집채만 한 거대한 너울이 금방이라도 배를 엎어버릴 듯 무섭게 덮쳐왔지만, 만달은 뱃머리에 바위처럼 버티고 서서 두 눈을 부릅뜬 채 하늘의 별자리와 파도의 방향만을 의지해 험난한 물길을 뚫고 나갔다. 마침내 조류가 무섭게 소용돌이치며 바닷물의 빛깔이 먹물처럼 새카맣고 짙어지는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자, 만달은 닻을 내리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노를 내려놓았다.
"바로 이곳이다. 물의 흐름이 소용돌이를 치며 끝을 알 수 없는 수백 길 아래로 무섭게 곤두박질치는 심해의 입구. 콧대 높은 그 녀석들이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는 바로 그 심연이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동굴에서 정성껏 숙성시켜 가져온 비밀의 미끼 단지를 열었다. 그 순간, 강렬하고 치명적인 발효의 향기가 짠내 나는 차가운 밤바다의 공기를 단숨에 장악하며 퍼져나갔다. 만달은 어른 주먹만 한 크기로 끈적한 미끼 반죽을 단단하게 뭉쳐, 사람의 뼈도 부러뜨릴 만큼 두껍고 튼튼한 무쇠 낚싯바늘에 빠지지 않도록 정교하게 꿰었다. 그리고 낚싯줄 끝에 조류에 휩쓸리지 않도록 묵직한 납덩이를 여러 개 매달아,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검은 바다 밑바닥을 향해 거침없이 던져 넣었다. 슈우욱-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얼레에 감겨 있던 굵은 낚싯줄이 끝도 없이 무서운 속도로 풀려 내려갔다. 백 길, 이백 길, 삼백 길... 바닷속 가장 깊은 심연을 향해 무거운 미끼는 빠르게 가라앉았고, 물에 닿은 미끼에서 서서히 풀려나온 치명적인 냄새 입자들은 차가운 해류를 타고 빛 한 점 없는 깊은 해저 구석구석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만달은 뱃전에 납작 엎드려 팽팽해진 굵은 낚싯줄을 거친 손끝으로 꽉 거머쥔 채, 숨소리조차 죽이고 바다 깊은 곳에서 전해져 올 미세한 진동에 자신의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살을 에는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이 그의 얇은 적삼을 뚫고 뼛속까지 스며들었지만, 그의 이마와 목줄기에는 극도의 긴장감으로 맺힌 뜨거운 땀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한 식경(약 30분)이 지나고 두 식경이 훌쩍 지났을 무렵.
'툭... 투둑...'
잔뜩 팽팽해진 낚싯줄을 타고 심해의 바닥에서 아주 미세하지만 묵직한 떨림이 만달의 손끝으로 선명하게 전해져 왔다. 그것은 얕은 바다에 사는 잡어들이 미끼를 건드리는 방정맞고 가벼운 입질이 결코 아니었다. 거대하고 육중한 무언가가, 미끼가 내뿜는 지독하고 치명적인 유혹을 도저히 이기지 못하고 그 주위를 빙빙 맴돌며 조심스럽게 간을 보고 있는, 심연의 포식자 특유의 묵직하고 압도적인 탐색이었다. 만달은 심장이 금방이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듯 요동쳤지만, 사냥감을 노리는 짐승처럼 숨을 죽인 채 입술에 피가 나도록 꽉 깨물었다.
'아직이다. 아직 낚아채면 안 돼. 놈이 이 냄새에 완전히 취해 미끼를 목구멍 깊숙이 완전히 삼킬 때까지 기다려야 해. 성급하게 손을 썼다가는 놈은 영영 이 바다 밑으로 숨어버리고 만다.'
시간이 멈춘 듯한 피 말리는 정적이 흐르고, 다음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낚싯줄이 팽팽하게 터질 듯한 소름 끼치는 굉음과 함께, 만달이 타고 있던 조각배의 뱃전이 부서질 듯 물속으로 확 고꾸라졌다. 엄청난 괴력을 지닌 심해의 괴물이 마침내 미끼를 완전히 집어삼키고, 바다 밑바닥을 향해 미친 듯이 도망치며 질주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었다! 이놈, 드디어 내 미끼를 덥석 물었구나!"
만달은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짐승 같은 기합을 내지르며, 낚싯줄을 거머쥔 두 손에 온몸의 체중을 실어 뒤로 벌러덩 젖혔다. 인간과 심해 괴물 간의 목숨을 건 사투의 시작이었다. 심해의 거물은 낚싯바늘을 털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더 깊은 심연으로 파고들려 몸부림쳤고, 만달은 밧줄에 쓸려 손바닥의 살점이 찢어지고 피가 터져 나오는 끔찍한 고통을 견디며 단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줄을 당겨 올렸다. 거대한 힘의 충돌로 인해 작은 배가 금방이라도 파도에 뒤집힐 듯 좌우로 요동쳤고, 빠르게 풀리고 감기는 낚싯줄이 나무 뱃전에 무섭게 마찰하며 타는 듯한 매캐한 연기를 피워 올렸다. 피 말리는 줄다리기가 꼬박 한 시진(두 시간)이나 쉬지 않고 이어졌을 무렵, 마침내 물속의 맹렬했던 저항이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놈도 수백 길을 끌려 올라오며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힘이 빠진 것이다.
만달이 이빨을 꽉 깨물고 마지막 남은 안간힘을 다해 핏빛으로 물든 줄을 걷어 올리자, 새카만 수면 위로 달빛을 반사하며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붉은빛이 번쩍이며 솟아올랐다. 어른의 키통만 한 거대하고 늠름한 몸집, 어둠조차 튕겨내는 영롱한 황금빛과 선명한 붉은빛이 교차하는 거대한 비늘. 그것은 한양의 궁궐에서조차 돈을 주고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던 바다의 전설, 그토록 꿈에 그리던 '붉은 심해 옥돔'이었다.
"하하하! 내가 해냈다! 보았느냐! 이 천둥벌거숭이 미치광이 만달이가 기어코 바다의 전설을 낚아 올렸단 말이다!"
만달은 가쁜 숨을 헐떡이며 그토록 거대한 붉은 옥돔을 뱃바닥에 끌어 올린 뒤, 그 축축하고 거대한 물고기를 제 자식처럼 끌어안고 미친 듯이 하늘을 향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의 얼굴은 상처에서 흐른 피와 바닷물, 그리고 뜨거운 눈물로 엉망진창 범벅이 되어 있었지만, 세상 그 어떤 왕의 얼굴보다도 찬란하고 위대한 승리감으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 4. 진상정의 발칵 뒤집힌 아침, 왕의 입맛을 사로잡다
다음 날 이른 아침, 한양 궁궐로 올려보낼 각 고을의 특산물과 진상품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해안가 관아의 진상정(進上亭)이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관아 마당 한가운데 놓인 사람 키통만 한 커다란 나무 물통 안에서, 오직 오래된 문헌과 늙은 어부들의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바다의 전설, 거대한 붉은 심해 옥돔이 선명하고 눈부신 붉은 비늘을 번뜩이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괴한 고기가 잡혔다는 소문을 듣고 이른 아침부터 버선발로 달려온 사또와 관리들은,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턱이 빠질 듯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저 눈만 끔벅거리며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이... 이것이... 이것이 진정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른다는 그 전설 속의 영물, 붉은 옥돔이 맞단 말이냐? 내 평생 이 남해안 바닥에서 수십 년을 뒹굴었지만, 이토록 무지막지하게 크고 영롱한 붉은 빛깔을 띠는 고기는 내 머리털 나고 처음 보는구먼!"
사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통 안을 들여다보며 묻자, 옆에 섰던 늙은 관리가 잔뜩 흥분하여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맞사옵니다, 사또 나으리! 틀림없는 붉은 옥돔이옵니다! 십 년 전 선대왕 시절에 어느 운 좋은 뱃사람이 우연히 한 마리를 잡아 진상한 이후로, 조선 팔도 그 어느 포구에서도 구경조차 못 했던 바로 그 영물 중의 영물이옵니다! 전하께서 최근 오랜 가뭄과 격무로 입맛을 잃으시고 기력이 심히 쇠하시어 수라간이 비상이라는 소문이 한양에 파다한데, 이 펄펄 살아있는 고기를 당장 어물(御物)로 진상하신다면, 사또 나으리의 앞길은 탄탄대로로 훤히 트인 것이나 다름없사옵니다!"
그 말에 사또의 얼굴에 탐욕스럽고도 환한 화색이 확 돌았다. 그는 기침을 크게 에헴 하며 헛기침을 하고는 뒷짐을 지고 거드름을 피웠다.
"크흠! 참으로 기특하고도 경사스러운 일이로다. 하늘이 우리 고을을 굽어살피신 게야. 대체 어느 뛰어난 어부가 이 귀한 영물을 잡아 올렸단 말이냐? 당장 그 훌륭한 자를 내 앞으로 대령토록 하라! 내 큰 상을 내려 치하할 것이다!"
잠시 후, 관아의 문이 열리고 낡아빠진 적삼을 걸치고 온몸에서 시큼하고 퀴퀴한 썩은 생선 냄새를 풀풀 풍기는 만달이 관아 마당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왔다. 그를 단번에 알아본 몇몇 포졸들과 이방이 코를 쥐어막으며 기겁을 하고 수군거렸다.
"아니, 사또 나으리! 저놈은 포구 구석에서 남들이 버린 썩은 생선이나 줍고 다니며 온 동네에 냄새를 풍기던 미치광이 만달이가 아닙니까? 배도 낡아빠져 앞바다도 못 나가는 저런 천둥벌거숭이가 어찌 저 깊은 바다의 영물을 잡아 올렸단 말입니까? 필시 어디서 훔쳤거나 주워 온 것이 분명합니다!"
사또 역시 기대했던 늠름한 어부가 아니라, 만달의 남루한 행색과 코를 찌르는 지독한 악취에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부채로 코를 가렸다.
"네 이놈! 네가 진정 이 귀한 붉은 옥돔을 잡은 자가 맞느냐? 평소 썩은 생선이나 줍고 다니는 미치광이라 소문이 파다하거늘, 요행으로 해변에 떠밀려와 죽어가는 것을 몰래 주워 온 것이 아니냐! 바른대로 고하지 않으면 네놈의 주리를 틀 것이다!"
사또의 윽박지름에도 만달은 전혀 기죽지 않았다. 그는 피딱지가 앉은 두 손을 내보이며 냄새나는 옷자락을 당당하게 여미고는, 쩌렁쩌렁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사또를 향해 고했다.
"요행이라니요, 천만의 말씀이옵니다 사또 나으리. 소인이 밤낮으로 남들이 버린 썩은 생선을 모아 깊은 동굴에서 삭히고 삭혀 만든 비전의 미끼로, 어젯밤 풍랑을 뚫고 나가 수백 길 심해에서 직접 낚싯줄로 낚아 올린 펄펄 살아있는 고기이옵니다. 제 이 찢어진 두 손이 그 증거이옵니다. 사또 나으리께서 이 귀한 고기를 지체 없이 한양에 진상하시어 전하의 쇠하신 기력을 보충해 주신다면, 평생 바다를 벗 삼아 살아온 소인에게는 그보다 더 큰 영광이 없겠사옵니다."
그것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집념이었고, 세상의 조롱과 썩은 생선의 냄새 속에 묵묵히 숨겨왔던 피땀 어린 결실의 선언이었다. 만달의 찢어진 손바닥과 흔들림 없는 눈빛을 본 사또는 더 이상 만달을 의심할 수 없었다. 사또는 만달의 악취 따위는 금세 잊어버린 채, 당장 이 영물이 죽기 전에 살린 채로 한양 궁궐까지 무사히 압송하기 위해 특별 수조를 짠 수레를 준비하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며칠 뒤, 한양 궁궐의 깊숙한 수라간은 오랜만에 기쁨과 감탄의 탄성으로 가득 찼다. 대령숙수가 남해에서 올라온 붉은 옥돔의 뽀얀 살을 발라내어 정성껏 끓여낸 맑은 탕과, 숯불에 노릇하게 구워내어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구이는, 오랫동안 병석에 누워 잃었던 왕의 입맛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수라상에 앉아 억지로 숟가락을 들었던 임금은, 한 숟갈 국물을 들이켜자마자 번쩍 눈을 뜨며 그 뼈마디까지 시원해지는 깊고 오묘한 바다의 맛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낸 후엔, 몸안의 단전에서부터 뜨거운 생기의 기운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크게 기뻐했다.
다음 날 아침, 모처럼 활기가 도는 얼굴로 어전 회의가 열린 대전에 납신 임금은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며 대신들을 향해 하교했다.
"과인이 근래에 입맛이 쓰고 기력이 쇠하여 정사를 돌보지 못해 고생하였거늘, 남쪽 바다에서 올라온 귀한 붉은 옥돔을 맛보고 기력을 완벽히 되찾았소. 이토록 구하기 힘든 영물을 거친 바다에서 잡아 올려 과인의 병환을 낫게 한 그 이름 모를 어부의 충심이 참으로 갸륵하고 기특하도다. 어명이다! 당장 관원을 남쪽으로 보내 그 어부를 대령시키고, 그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평생 쓸 금은보화건 고을을 다스릴 벼슬이건 그 무엇이든 후하게 내리도록 하라!"
조선을 다스리는 지존의 어명이 바람을 타고 남해안의 낡고 냄새나는 포구 마을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다. 썩은 생선을 줍는다며 평생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손가락질당하던 미치광이 어부 만달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거대하고 짜릿한 태풍의 눈 속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 5. 황금 대신 황무지를 요구한 바보 어부
한양에서 어명을 받들고 밤낮없이 말을 달려온 임금의 특사가 남해안의 작고 냄새나는 포구 마을에 당도한 날, 온 고을은 그야말로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 임금을 상징하는 화려한 황룡기(黃龍旗)가 펄럭이고, 수십 명의 호위 군관들이 위풍당당하게 길을 여는 가운데, 포구의 백성들은 태어나 처음 보는 장엄한 광경에 압도되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감히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만달을 향해 미치광이라 손가락질하며 침을 뱉고, 그가 다가오면 코를 쥐어막으며 전염병 환자 취급을 하던 마을 사람들은, 이제 두려움과 경악으로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떨고 있었다. 한양의 특사와 고을 사또가 굽신거리며 찾아간 곳이 다름 아닌, 그 천대받던 썩은 생선 줍는 어부 만달의 허름한 오두막이었기 때문이다. 관아로 정중히 모셔진 만달은 사또가 특별히 내어준 최고급 비단옷으로 갈아입고 나타났다. 평생을 찌든 썩은 생선의 때와 악취를 씻어내고 머리에 반듯하게 탕건을 쓴 그의 모습은, 비록 거친 바닷바람에 그을린 주름진 얼굴과 굳은살 박인 투박한 두 손은 그대로였으나, 그 뿜어져 나오는 기백과 형형한 눈빛만큼은 조선의 그 어느 고관대작 못지않게 늠름하고 당당했다.
"만달아, 아니 만달 어르신! 전하께서 어르신이 정성으로 진상한 그 신령스러운 붉은 옥돔을 드시고, 오랫동안 앓으시던 병환을 떨치고 기력을 완벽히 회복하시어 몹시도 기뻐하셨소이다. 하여, 이토록 귀한 충심을 바친 어르신께 조선 팔도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한 참으로 큰 상을 내리라 어명을 내리셨으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주저하지 말고 말씀해 보시오. 평생토록 떵떵거리며 먹고 놀 수 있는 수만 냥의 금은보화를 원하시오, 아니면 수백 명의 노비를 거느릴 수 있는 드넓은 비옥한 논밭을 원하시오? 그것도 아니라면, 이 고을을 다스릴 수 있는 높은 벼슬자리를 원하시오? 전하께서 무엇이든 다 내어주라 하셨소이다!"
사또의 쩌렁쩌렁한 말이 관아 마당에 떨어지자마자, 엎드려 있던 구경꾼들 사이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숨을 들이켜는 소리와 부러움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평생 썩은 생선이나 주워 담으며 연명하던 천둥벌거숭이가, 하루아침에 만석꾼 대지주나 권력을 쥔 벼슬아치가 될 절호의 기회였다. 사람들은 만달이 당연히 눈이 뒤집혀 산더미 같은 황금 덩어리를 요구하거나, 자신들을 무시했던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무소불위의 벼슬을 요구할 것이라 생각하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감 속에 모두의 시선이 만달의 입술로 향했다. 하지만 잠시 후, 만달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은 관아에 모인 모든 이들의 예상을 완벽하고도 철저하게 빗나가는, 참으로 기상천외하고 엉뚱한 것이었다.
"전하의 바다와도 같이 크나큰 은덕과 성은에, 이 미천한 백성은 그저 땅에 엎드려 감격의 눈물을 흘릴 따름이옵니다. 허나, 소인은 평생 바다에서 거친 파도와 씨름하며 소금물만 먹고 살아온 일개 무지렁이 뱃놈인지라, 산더미 같은 금은보화를 주셔도 그것을 어디에 쓸 줄을 모르고, 높은 벼슬을 주셔도 글자 하나 읽지 못하니 어찌 감히 백성을 다스리는 정사를 돌볼 수 있겠사옵니까. 분에 넘치는 재물과 벼슬은 도리어 화가 될 뿐이옵니다. 소인이 감히 전하께 바라는 것은 그런 번쩍이는 것들이 아니오라, 딱 하나 있사온데..."
만달은 잠시 뜸을 들이며 놀란 눈을 하고 있는 사또와 사람들의 얼굴을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둘러보았다.
"우리 포구 서쪽 산너머에, 하루 두 번 바닷물이 드나들지만 소금기가 너무도 지독하여 잡초조차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수십 년째 텅 비어 버려진 널따란 갈대밭 갯벌이 있지 않사옵니까. 씨앗을 뿌려도 싹이 트지 않아 농사도 짓지 못하여, 나는 새들도 쉬어가지 않는 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황무지 갯벌 십만 평을 이 소인에게 내어주시옵소서. 금덩이도, 벼슬도 다 필요 없사옵니다. 오직 그 버려진 갯벌만 제게 주신다면, 소인은 평생 그 거친 땅을 일구며 전하의 태산 같은 은덕을 잊지 않고 살겠사옵니다."
만달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엉뚱하고도 황당한 요구에, 사또는 자신의 귀를 강하게 의심하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기름진 평야도 아니고, 금싸라기 같은 도성의 기와집도 아니고, 농사도 짓지 못하여 백성들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쓸모없는 소금기 갯벌을 달라고? 천금 같은 금덩이를 제 발로 차버리고 기껏 흙먼지 흩날리는 척박한 황무지를 고르다니! 엎드려 있던 마을 사람들은 그제야 만달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 다시 한번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쯧쯧, 내 그럴 줄 알았지! 썩은 생선을 하도 줍고 다니더니, 결국 그 독한 냄새에 뇌수까지 완전히 썩어버린 게 틀림없어. 천금 같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저렇게 제 발로 뻥 차버리고, 씨앗 하나 자라지 않는 쓸모없는 뻘밭을 달래? 진짜 하늘이 내린 바보 천치가 따로 없구먼!"
사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몇 번이나 다른 것을 고르라 만류하고 설득했지만, 만달의 뚝심 있는 고집은 흔들림 없이 확고했다. 결국 사또는 한숨을 내쉬며, 전하의 엄중한 어명대로 포구 서쪽의 척박한 갯벌 십만 평의 영구적인 소유권을 만달에게 온전히 넘겨준다는 관인(官印)이 붉게 찍힌 공식 문서를 내어주었다. 관아의 높은 문턱을 나서는 만달의 품에는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던 번쩍이는 금덩이나 옥쇄 대신 그저 얄팍한 종이 한 장만이 달랑 들려 있었지만, 그의 거친 얼굴에는 며칠 전 그 붉은 옥돔을 낚아 올렸을 때보다 더욱 짙고 자신만만한 미소가 번져 있었다.
'참으로 눈앞만 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창고에 쌓아둔 번쩍이는 황금은 아무리 많아도 빼서 쓰다 보면 언젠가 바닥이 드러나 먼지만 남는 유한한 것에 불과하지. 하지만 저 끝없이 펼쳐진 바닷물과 소금기 가득한 갯벌은, 대대손손 아무리 퍼내어도 절대 마르지 않는 자연이 내린 영원한 황금 우물이 될 터이다. 나를 보고 미치광이라 비웃었느냐. 이제부터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버려진 황무지에서, 천하를 호령할 진짜 마르지 않는 노다지를 캐어내는 기막힌 마법을 네놈들의 두 눈앞에 똑똑히 보여주마!'
※ 6. 간수를 뺀 소금, 하얀 황금산이 솟아오르다
황무지 갯벌 십만 평의 소유권이 명시된 문서를 손에 쥔 만달은, 단 하루의 지체도 없이 곧장 거대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임금께서 갯벌과 함께 하사금으로 덧붙여 내려주신 재물을 아낌없이 털어, 가뭄에 굶주리고 일자리가 없어 노는 마을의 장정들과 인근 고을의 인부 수백 명을 대거 고용했다. 버려진 서쪽 갯벌은 수십 년간 엉켜 자란 사람 키통만 한 갈대와 억센 잡초들로 빽빽했지만, 만달의 지휘 아래 수백 명의 인부들이 달라붙어 며칠 밤낮으로 불을 지르고 낫으로 베어내자 이내 광활하고 시커먼 맨살을 드러냈다. 만달은 그 잿더미가 된 넓은 바닥을 평평하게 고른 뒤, 밀물과 썰물의 차이를 이용하여 바닷물을 가두고 뺄 수 있는 깊고 넓은 수로를 마치 인체의 혈관이나 거미줄처럼 갯벌 전체에 촘촘하고 정교하게 파 내려갔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갯벌 바닥에 찰진 진흙과 잘게 부순 기와 조각들을 두껍게 깔고 수백 명의 인부들이 무거운 다짐 돌로 며칠을 내리찍게 하여, 바닷물이 땅 밑으로 스며들지 않고 마치 거대한 옹기그릇처럼 물을 가둘 수 있는 단단하고 반들반들한 바닥(염전)을 완성해 냈다.
이 거대한 토목 공사를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혀를 차며 만달의 기행을 비웃고 조롱했다. "저렇게 쓸데없이 넓은 뻘밭을 파놓고 도대체 무얼 하려나 했더니, 고작 바닷물을 끓여서 소금이나 조금 굽겠다는 심산이군. 저 넓은 밭에 찬 물을 다 끓여 증발시키려면 조선 팔도의 산에 있는 나무를 모조리 다 베어다 장작불을 때도 모자랄 텐데! 결국 장작값도 못 건지고 쫄딱 망할 게 뻔하지." 당시 조선의 일반적인 소금 생산 방식은, 바닷물을 가마솥에 퍼담고 장작을 미친 듯이 때어 펄펄 끓여서 증발시키는 자염(煮鹽) 방식이 전부였다. 이 방식은 나무를 엄청나게 소비해야 했기에 생산량이 턱없이 부족했고, 자연히 소금 가격은 금값처럼 비싸 서민들은 명절이나 제사가 아니면 쉽게 맛보지도 못하는 귀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만달의 머릿속에 그려진 방식은, 조선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차원이 다른 혁명적인 것이었다. 그는 무식하게 장작불을 끓이는 방식 대신, 오직 하늘의 맹렬한 태양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의 힘만으로 바닷물을 자연 증발시켜 소금의 결정을 얻어내는 천일염(天日鹽)의 거대한 원리를 완벽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오랜 세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썩은 생선을 햇볕에 말리고 바람에 삭히며 터득한, 자연의 기운을 다루고 제어하는 깊은 이치에서 비롯된 지혜였다.
만물이 녹아내릴 듯 강렬한 여름 태양이 십만 평의 갯벌 위로 무자비하게 쏟아지던 어느 날. 만달의 치밀한 계산대로 수로를 타고 들어와 바둑판처럼 나뉜 얕은 갯벌 바닥에 찰랑찰랑하게 고인 바닷물이, 타는 듯한 햇빛과 짭조름한 바닷바람에 의해 서서히 마르기 시작했다. 물기가 증발하며 짙어지던 소금물 위로, 마침내 진흙 바닥을 뚫고 눈부시게 새하얀 소금 결정들이 마치 겨울날의 눈꽃이나 진귀한 보석처럼 찬란하게 맺히기 시작했다.
"자, 때가 왔다! 물이 다 마르기 전에 어서 넉가래를 들고 저 하얀 소금들을 위로 밀어 올려라!"
만달의 쩌렁쩌렁한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인부들이 일제히 넓은 나무 넉가래를 들고 바닥을 박박 긁으며 맺힌 소금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장작불 하나 피우지 않고 연기 한 줌 내지 않았음에도, 그 거대한 십만 평의 갯벌에서 쏟아져 나온 눈부신 소금의 양은 마을 전체의 가마솥을 1년 내내 불태워야 겨우 만들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방대하고 압도적이었다. 인부들의 넉가래질 몇 번에, 척박했던 검은 황무지 위로 사람 키를 훌쩍 넘는 거대한 백색의 소금산이 수십 개나 솟아올랐다.
하지만 만달의 진짜 놀라운 비법은 단순히 소금을 많이 생산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당시 장작으로 끓여 만들어진 조선의 소금들은 쓴맛을 내는 독한 간수(염화마그네슘) 성분을 제대로 빼지 못해, 자칫 음식의 맛을 엉망으로 망치거나 심하면 배탈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만달은 과거 썩은 생선을 삭혀 액젓을 거를 때 썼던 자신만의 고유한 옹기 여과 방식을 이 소금 무더기에 기막히게 응용했다. 창고에 수백 개의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를 매달고 그 안에 갓 구워낸 천일염을 가득 담아, 통풍이 잘되는 그늘진 창고에 며칠을 두었다. 그러자 소금 속에 남아있던 쓰고 독한 간수 물이 대나무 틈새로 뚝뚝 떨어져 완벽하게 밑으로 빠져버린 것이다.
며칠 뒤, 소금이 나왔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상인들이 간수가 완벽히 빠진 만달의 천일염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고는 두 눈이 튀어나올 듯 휘둥그레졌다.
"이... 이것이 진정 바닷물로 만든 소금이 맞소? 뒷맛을 흐리는 쓴맛은 전혀 없고, 도리어 혀끝에 기분 좋은 단맛이 감돌며 이빨로 살짝 씹으니 억세지 않고 눈꽃처럼 부드럽게 바스라지지 않소! 이런 기가 막히게 순수하고 맑은 명품 소금은 내 장사치로 평생을 살았지만 태어나서 처음 맛보오!"
"게다가 장작을 전혀 때지 않아 생산 단가가 턱없이 싸니, 품질은 당장 왕실에 진상해도 모자람이 없는 최고급 수준인데 가격은 시장통 소금의 절반밖에 안 된단 말이오! 세상에 이런 노다지가 어디 있단 말이오! 어르신, 당장 우리 상단에서 이 창고에 있는 소금을 웃돈을 얹어줄 테니 몽땅 사들이겠소!"
질 좋고 값싼 만달의 소금에 대한 소문은 바람을 타고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조선 팔도의 내로라하는 거대 상단(商團)들이 그의 명품 천일염을 독점하기 위해 남해안의 이 작은 포구 마을로 구름 떼처럼 미친 듯이 몰려들었다. 만달이 버려진 갯벌에 땀 흘려 쌓아 올린 수십 개의 하얀 소금 무더기는,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조선의 경제와 밥상을 쥐락펴락할 거대한 하얀 황금산으로 변해 있었다. 황금 덩어리를 거절하고 쓸모없는 황무지를 요구했던 바보 어부가, 자신의 집념과 자연의 이치로 단숨에 조선의 물가를 좌우하는 전무후무한 소금의 제왕, '염왕(鹽王)'으로 등극하는 참으로 짜릿하고 통쾌한 순간이었다.
※ 7. 조선 팔도를 장악한 소금왕의 다복한 말년
만달의 갯벌 염전에서 무한정 쏟아져 나온 그 하얗고 달금한 명품 천일염은, 강을 거슬러 오르는 나룻배를 타고, 험한 산길을 넘는 육로의 소와 마차를 따라, 조선 팔도의 모든 밥상과 부엌으로 거침없이 퍼져나갔다. 가격이 저렴하고 질이 좋아 서민들의 조촐한 밥상에 오르는 나물무침과 겨울을 나는 김장독은 만달의 소금 덕에 그 어느 해보다 맛깔나고 풍성하게 익어갔다. 나아가 까다로운 입맛을 자랑하는 한양 도성의 권문세가들과 내로라하는 양반집 종부들조차, 간수가 완벽히 빠져 음식의 깊은 맛을 내는 만달의 소금이 아니면 장을 담그지 않겠다며 앞다투어 그의 소금만을 고집했다. 썩은 생선을 버무리던 가난한 어부의 손끝에서 시작된 지혜가 온 조선의 맛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가 생산하는 하얀 소금 결정들은 곧장 번쩍이는 은화와 구리 돈으로 변해, 돈다발이 마치 장마철의 폭포수처럼 남해안의 이 작은 포구 마을로 쉴 새 없이 밀려들었다.
불과 십여 년 전,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썩은 생선 자루를 짊어지고 코를 찌르는 역겨운 악취를 풍기며 온 마을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거리가 되었던 미치광이 어부 만달. 그는 이제 수천 명의 갯벌 일꾼을 넉넉히 거느리고, 수백 척의 거대한 소금 운반 상선을 직접 부리며, 심지어 고을의 깐깐한 사또와 한양에서 내려온 관찰사조차 그의 집 앞을 지날 때면 버선발로 뛰어 나와 예의를 갖춰 맞이하는 조선 남부 제일의 거상, 위대한 '염왕(鹽王) 만달 어르신'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막대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부를 거머쥔 뒤에도, 만달의 삶은 결코 교만해지거나 방탕해지지 않았다. 그는 수백 칸짜리 화려한 기와집을 지어 첩실을 거느리는 대신, 자신이 일군 포구와 염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비바람을 막아줄 소박하지만 단단하고 뼈대 굵은 나무집을 짓고 평범하게 살았다. 그리고 자신이 갯벌에서 캐낸 그 막대한 재산을, 한때 자신을 미치광이라 손가락질했던 사람들과 헐벗고 굶주리는 조선의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기 시작했다. 모진 흉년이 들어 농작물이 말라죽고 고을에 굶는 자들이 속출하면, 만달은 관아의 창고보다 먼저 자신의 거대한 소금 창고를 활짝 열어젖혔다. 귀한 소금을 곡식과 바꾸어 수만 명의 백성들을 배불리 먹여 살렸고, 풍랑을 만나 배가 부서져 생계를 잃고 통곡하는 가난한 어부들을 위해서는 조건 없이 튼튼하고 새로운 배를 지어주며 바다의 무서움과 자연의 순리를 따뜻하게 당부하곤 했다.
"바다와 자연은 인간의 얄팍한 속임수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 세상에서 가장 정직하고 무서운 거울인 법이다. 보아라, 내가 남들이 모두 쓰레기라 버렸던 썩은 생선 악취 속에서 심해의 귀한 보물을 낚아 올릴 비전의 미끼를 찾아내었고, 남들이 씨앗 하나 자라지 않는 쓸모없는 땅이라며 조롱하던 척박한 황무지 갯벌에서 천하의 백성들을 배불리 먹여 살릴 이토록 찬란한 하얀 황금을 얻어내지 않았더냐. 세상에 함부로 버릴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겉보기에 흉측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모든 것에도 하늘이 부여한 그것만의 쓰임새가 반드시 숨어 있는 법이며, 편견 없는 눈으로 그것의 진가를 알아보고 묵묵히 땀 흘려 기다리는 자만이 바다와 자연이 내어주는 진정한 보물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어느덧 흐르는 세월 속에 백발이 성성해진 만달은 따뜻한 볕이 드는 툇마루에 앉아, 자신의 무릎을 베고 누운 어린 손자들의 머리를 거칠지만 다정한 손길로 쓰다듬으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그의 평온한 시선이 머무는 발밑으로는, 끝없이 넓게 펼쳐진 눈부시게 하얀 십만 평의 염전이 붉게 타오르는 저녁노을을 받아 마치 거대한 황금의 바다처럼 찬란하고도 경이롭게 반짝이고 있었다.
그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았고 코를 쥐어막았던 썩은 악취 속에서 위대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생명이 살 수 없는 황무지 갯벌에서 마르지 않는 생명과 부를 일궈낸 뚝심의 사내. 『어우야담』의 한 귀퉁이를 장식한 이 어부 만달의 이야기는, 남의 차가운 시선과 조롱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집념을 불태운 자가 얻어낸 가장 통쾌하고 아름다운 인생 역전의 노다지 전설로 승화되어, 조선 팔도 수많은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래도록 칭송받으며 전해져 내려갔다.
유튜브 엔딩멘트
남들이 코를 막고 피해 가던 썩은 생선 더미에서, 임금님의 입맛을 돌린 심해의 보물을 낚고, 나아가 쓸모없는 황무지를 조선 제일의 황금 염전으로 만들어버린 어부 만달! 미치광이의 엉뚱한 행동이 세상을 뒤집는 기막힌 지혜와 인내의 산물이었다는 사실, 어떻게 들으셨나요? 세상에 진짜 버릴 것은 없다는 어르신의 통쾌한 한 방이 가슴을 뻥 뚫리게 합니다. 오늘 밤 노다지 야담이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 다음번에도 숨겨진 보물 같은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다복한 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