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아씨와 도깨비와의 거래
태그
#도깨비방망이, #전설, #민담, #아씨, #도깨비, #세가지시험, #권선징악, #인과응보, #옛날이야기, #성우낭독, #수면유도, #감동스토리, #탐욕의최후, #교훈, #오디오드라마
#도깨비방망이 #전설 #민담 #아씨 #도깨비 #세가지시험 #권선징악 #인과응보 #옛날이야기 #성우낭독 #수면유도 #감동스토리 #탐욕의최후 #교훈 #오디오드라마


후킹멘트
"금 나와라 뚝딱! 치기만 하면 온갖 금은보화가 쏟아진다는 전설 속 도깨비 방망이. 탐욕에 눈이 먼 조 대감은 숲속에서 우연히 이 방망이를 손에 넣고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합니다. 하지만 방망이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선 도깨비가 내린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만 했죠. 끓어오르는 욕망에 사로잡혀 파멸의 길을 걷는 조 대감과, 순수한 마음으로 진정한 주인이 되는 연화 아씨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1: 탐욕스러운 조 대감, 까막산에서 도깨비 방망이를 얻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험준한 산세 탓에 대낮에도 볕이 잘 들지 않는다는 까막산. 그 산 아래 자리 잡은 평화로운 마을에는, 동네 사람들의 고혈을 쥐어짜며 하루하루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혈안이 된 지독한 수전노 조 대감이 살고 있었습니다. 조 대감의 기와집은 으리으리하여 담장 너머로 고기 굽는 냄새가 끊이지 않았으나, 정작 그의 집 담장 밖에는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들의 마른기침 소리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런 조 대감에게는 일찍 부모를 여의고 그의 집에 얹혀사는 조카딸, 연화 아씨가 있었습니다. 연화는 양반가의 핏줄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탐욕스러운 숙부 밑에서 하녀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으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연화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남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새벽같이 일어나 마당을 쓸면서도 처마 밑에 집을 지은 제비들에게 먹이를 나누어 주고, 굶주린 노인들이 뒷문으로 찾아오면 자신의 몫으로 나온 꽁보리밥을 몰래 내어주는 맑고 고운 심성을 지닌 여인이었습니다.
조 대감의 끝없는 탐욕은 이승의 재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마침내 전설 속의 기이한 물건에까지 뻗치게 되었습니다. 까막산 깊은 골짜기,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는 후미진 동굴 앞 공터에 매달 그믐밤이면 도깨비들이 모여들어 진귀한 잔치를 벌인다는 소문을 듣게 된 것입니다. 더구나 그들이 들고 노는 낡은 나무 방망이는 한 번 땅을 칠 때마다 수백 냥의 금은보화를 쏟아낸다는 믿기 힘든 전설이 덧붙여져 있었습니다.
'금은보화가 쏟아지는 방망이라니! 내가 그 방망이만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이깟 시골 구석의 부자가 아니라 조선 팔도에서 제일가는 거부가 되어 임금조차 내 발아래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탐욕에 눈이 멀어 두려움마저 잊은 조 대감은, 달빛조차 자취를 감춘 칠흑 같은 그믐밤, 두꺼운 솜옷을 껴입고 몰래 까막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발밑에서는 마른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고, 어디선가 부엉이의 스산한 울음소리가 메아리쳤지만, 조 대감의 머릿속에는 오직 황금빛 방망이뿐이었습니다. 험한 산길을 헤치고 마침내 전설 속의 동굴 앞 공터에 다다랐을 때, 조 대감은 굵은 참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헉 하고 숨을 들이켰습니다.
시퍼런 도깨비불이 둥둥 떠다니는 공터 한가운데, 집채만 한 덩치에 머리에 뿔이 솟은 도깨비 무리가 왁자지껄 떠들며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도깨비의 손에는 다듬어지지 않은 뭉툭하고 검은 나무 방망이가 들려 있었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가 방망이로 바위를 내리칠 때마다 쨍그랑거리는 경쾌한 쇳소리와 함께 눈부신 금덩이와 은덩이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황홀한 광경을 지켜보던 조 대감의 뱀 같은 눈동자가 탐욕으로 시뻘겋게 번뜩였습니다. 조 대감은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 온 단단한 개암나무 열매 하나를 꺼내 입에 물었습니다. 그리고 도깨비들이 가장 흥에 겨워 방심한 순간을 노려, 어금니에 힘을 꽉 주고 개암을 깨물었습니다.
"빠지직-!!"
조용한 밤공기를 찢고 메아리친 개암 깨무는 소리는, 험한 산울림과 더해져 마치 집채만 한 바위가 무너져 내리거나 대들보가 두 동강이 나는 듯한 엄청난 굉음으로 둔갑했습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소리냐! 하늘이 무너지는 모양이다! 어서 동굴로 피하자!"
깜짝 놀란 도깨비들은 혼비백산하여 방망이와 금은보화를 내팽개친 채 어두운 동굴 속으로 앞다투어 숨어버렸습니다. 그 틈을 타 조 대감은 미친 듯이 공터로 뛰어나가 바닥에 나뒹구는 검은 도깨비 방망이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습니다.
'흐흐흐! 드디어, 드디어 이 신물이 내 손에 들어왔구나! 이제 세상의 모든 재물은 나의 것이다!'
조 대감이 미친 듯이 쾌재를 부르며 방망이를 들고 산을 내려가려던 찰나였습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드는 서늘하고도 기괴한 목소리가 산바람을 타고 스산하게 들려왔습니다.
"인간아…. 네놈의 그 더러운 속임수로 방망이를 손에 넣었으나, 그것은 네놈의 것이 아니다. 도깨비의 물건을 훔친 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하는 법. 그 방망이의 진정한 주인이 되려거든, 방망이가 내리는 '세 가지 마음의 시험'을 통과해야만 할 것이다. 만약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방망이는 금은보화 대신 끔찍한 파멸과 저주를 토해낼 것이니라…"
기분 나쁜 메아리는 안개 속으로 서서히 흩어졌습니다. 조 대감은 잠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으나, 품에 안긴 방망이의 묵직한 감촉에 이내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흥! 세 가지 시험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이미 내 손에 들어온 이상 이 방망이는 내 것이다. 파멸이든 저주든, 황금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는 헛소리일 뿐이다!"
조 대감은 도깨비의 불길하고도 엄중한 경고를 철저히 무시한 채,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흘리며 어둠을 뚫고 마을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그것이 자신을 옥죄어 올 끔찍한 파멸의 서막인 줄은 꿈에도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 2: 첫 번째 시험 '자비' - 거렁뱅이를 내쫓고 억지로 휘두른 방망이
까막산에서 도깨비 방망이를 품에 안고 돌아온 조 대감은, 집안에 도착하자마자 누구의 출입도 허락하지 않는 가장 깊숙하고 은밀한 뒤뜰의 별채로 쏜살같이 숨어들었습니다. 문을 안으로 세 겹이나 걸어 잠그고 틈새란 틈새는 모두 두꺼운 비단으로 틀어막았습니다. 밖에서 마당을 쓸며 밤새 돌아오지 않은 숙부를 걱정하던 연화는, 별채에서 새어 나오는 기괴한 웃음소리와 무언가 바닥을 내리치는 둔탁한 소리에 가슴을 졸이며 발을 구를 뿐이었습니다.
별채 안의 조 대감은 숨을 헐떡이며 방 한가운데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앞에는 투박하고 검은 윤기가 흐르는 도깨비 방망이가 위압적인 자태를 뽐내며 놓여 있었습니다. 조 대감은 떨리는 두 손으로 방망이를 치켜들고, 침을 꼴깍 삼키며 도깨비들이 하던 주문을 외쳤습니다.
"금 나와라, 뚝딱!"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방망이가 방바닥을 세게 내리쳤으나, 놀랍게도 바닥에는 흙먼지만 일어날 뿐 금가루 하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황한 조 대감이 이번에는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은 나와라, 뚝딱!"
역시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방망이는 마치 살아있는 짐승이 반항하듯 점점 더 묵직하고 차가워져, 조 대감의 두 손목이 부러질 듯 무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한 조 대감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던 그때, 대문 밖에서 처량하고 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이고, 대감마님. 지나가는 걸인입니다요. 사흘 밤낮을 굶어 숨이 당장이라도 넘어갈 것 같사오니, 부디 먹다 남은 찬밥 덩어리라도 한 술 내어주시어 이 가엾은 목숨을 구걸하게 해주십시오…."
별채의 창문을 살짝 열어 밖을 내다본 조 대감의 눈에, 뼈만 앙상하게 남고 헐벗은 채 바닥에 엎드려 구걸하는 늙은 거렁뱅이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방망이가 내린 첫 번째 시험, '자비'를 시험하기 위한 도깨비의 조화였습니다.
'재수 없게 어디서 다 죽어가는 거렁뱅이 놈이 내 집 문을 두드려! 방망이가 말을 듣지 않아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데, 저딴 놈에게 내어줄 쌀 한 톨조차 아깝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조 대감은 문을 왈칵 열고 뛰쳐나가, 늙은 거렁뱅이에게 발길질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이 더러운 놈! 감히 뉘 집 앞이라고 구걸을 하러 와! 내 너 같은 놈에게 줄 밥이 있으면 차라리 마당의 개에게 던져줄 것이다!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지 못할까!"
매몰찬 발길질에 거렁뱅이는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굴렀습니다. 그 잔인한 광경을 부엌 뒤에서 숨죽여 지켜보던 연화는 찢어지는 가슴을 안고 서둘러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숙부의 눈을 피해 자신이 먹으려고 남겨두었던 주먹밥 반 덩이와 따뜻한 숭늉 한 사발을 챙긴 연화는, 거렁뱅이가 쫓겨나 절뚝거리며 걷고 있는 뒷골목으로 황급히 달려갔습니다.
"어르신… 어르신, 괜찮으십니까. 저희 숙부님께서 심성이 거치시어 이리 모진 짓을 하셨습니다. 제 몫의 식사오니, 부디 이거라도 드시고 기운을 차리시옵소서. 상처에는 제가 찧어온 쑥을 발라두겠습니다."
연화는 자신의 소매를 찢어 노인의 상처를 닦아주고, 밥을 떠먹여 주며 진심으로 눈물을 흘렸습니다. 노인은 밥을 삼키며 연화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그의 흐릿했던 눈동자 속에 순간 시퍼런 도깨비불 같은 광채가 번뜩였으나, 연화는 눈물 탓에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같은 시각, 방 안으로 돌아와 씩씩거리던 조 대감은 다시 방망이를 집어 들었습니다. 거렁뱅이를 내쫓고 난 후 그의 마음속 탐욕은 더욱 독하게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이깟 나부랭이 나무토막 따위가 나를 시험해? 네가 정녕 황금을 내놓지 않는다면, 내 너를 아궁이 불에 던져 땔감으로 써버릴 것이다! 어서 금을 내놓아라, 뚝딱!"
분노에 찬 조 대감이 광기를 부리며 방망이를 방바닥에 미친 듯이 내리꽂자, 마침내 방망이 끝에서 시뻘건 빛이 번쩍이더니 커다란 금덩이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흐흐흐! 하하하! 그래, 진작 이럴 것이지! 내 힘으로 굴복시키지 못할 것은 없다!"
조 대감은 미친 듯이 웃으며 금덩이들을 품에 안았습니다. 하지만 방망이가 토해낸 황금들은 어딘지 모르게 기분 나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금덩이를 만질 때마다 조 대감의 손끝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손바닥에는 검은 멍 같은 흉터가 조금씩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방망이 안에서 첫날 산에서 들었던 그 기괴한 도깨비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너는 첫 번째 자비의 시험을 철저히 실패하였다. 억지로 방망이를 굴복시켜 얻어낸 이 금덩이들은 타인의 피와 눈물의 무게를 담고 있느니라. 이 황금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너의 육신과 영혼은 서서히 얼어붙어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황금빛에 이성이 완전히 마비된 조 대감의 귀에는, 그 무서운 저주의 경고가 그저 벌레 우는 소리처럼 하찮게 들릴 뿐이었습니다.
※ 3: 두 번째 시험 '정직' - 거짓으로 쌓아 올린 부, 금이 가기 시작한 방망이
시간이 흘러 조 대감의 집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호화롭고 거대해졌습니다. 매일 밤 별채에서 방망이를 강제로 휘둘러 뽑아낸 황금 덕분에, 조 대감은 마을 주변의 땅을 모조리 사들이고 한양의 고관대작들에게 뇌물을 바쳐 막강한 권력까지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 대감의 겉모습은 날이 갈수록 기괴하게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억지로 뽑아낸 저주의 황금이 내뿜는 독기 탓에 그의 피부는 나무껍질처럼 시커멓고 거칠어졌으며, 두 눈은 퀭하게 들어가 밤낮없이 주변을 의심하고 불안에 떠는 미치광이 수전노가 되어버렸습니다.
반면,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늘 맑은 마음을 유지하던 연화는, 신기하게도 얼굴에서 달빛 같은 은은한 광채가 나고 하루가 다르게 기품 있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조 대감은 자신이 쌓아 올린 부를 누군가 훔쳐 갈까 봐 하인들을 마구잡이로 내쫓았고, 결국 거대한 저택에는 조 대감과 연화 두 사람만이 덩그러니 남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구름 한 점 없이 맑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더니 기이한 옷차림을 한 낯선 상인이 조 대감의 집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는 머리에 터번을 두르고 눈매가 날카로운 아라비아 상인 같은 기묘한 행색이었으나, 사실 그는 방망이의 두 번째 시험인 '정직'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으로 둔갑한 도깨비였습니다. 상인은 조 대감에게 진귀하게 빛나는 붉은 구슬 하나를 내밀며 은밀하게 말을 건넸습니다.
"대감마님, 소인은 천하의 진귀한 물건을 감정하고 수집하는 방랑 상인입니다요. 듣자 하니 대감마님께서 불과 몇 달 만에 조선 팔도에서 으뜸가는 거부가 되셨다 하여, 그 놀라운 부의 비결을 여쭙고자 찾아왔습니다. 만약 대감마님께서 그 엄청난 재물을 모은 진짜 비밀을 한 치의 거짓 없이 정직하게 말씀해 주신다면, 소인이 평생을 바쳐 구한 이 천년 묵은 화룡의 여의주를 대가로 바치겠습니다요. 이 구슬을 지니면 죽은 목숨도 되살릴 수 있다 하옵니다."
상인의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비로운 붉은빛에 조 대감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탐욕으로 뒤집혔습니다. 저 여의주만 있으면 썩어 들어가는 자신의 병든 몸도 고치고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조 대감은 간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습니다.
"허허허! 비밀이랄 게 무어가 있겠소. 내가 오늘날 이토록 엄청난 부를 이룬 것은, 오로지 내 피나는 노력과 남들보다 뛰어난 천재적인 장사 수완 덕분이오! 나는 밤낮없이 일하며 단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았고, 정당한 거래를 통해 이 엄청난 재산을 맨손으로 일구어 냈소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나의 노력, 그것이 바로 유일한 비밀이오!"
조 대감은 자신의 악행과 도깨비 방망이의 존재를 철저히 숨긴 채,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았습니다. 상인의 얼굴에 서늘하고 차가운 미소가 번졌습니다.
상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마당에서 물을 긷고 있는 연화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저기 맑은 눈을 가진 아가씨, 아가씨가 보기에 이 집안의 엄청난 재물은 진정 대감의 땀방울로 일구어낸 정당한 부가 맞습니까? 진정한 부의 비밀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연화는 조 대감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조용히 바가지를 내려놓고 맑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진정한 재물이란 땀방울이 섞여 사람을 살리는 데 쓰일 때 비로소 가치가 있는 법입니다. 땀 흘려 일하지 않고 요행과 착취로 하루아침에 쌓아 올린 이 집안의 재물은, 마치 모래 위에 지은 성과 같아 언젠가는 한순간의 파도에 무너져 내릴 허상에 불과합니다. 저는 이 재물에서 그 어떤 생명력도, 진실함도 느끼지 못합니다."
연화의 목숨을 건 정직하고 올곧은 대답에, 상인은 만족스러운 듯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조 대감을 향해 섬뜩한 시선을 던지며 읊조렸습니다.
"네놈은 두 번째 정직의 시험마저도 거짓과 오만으로 철저히 망쳐버렸다. 스스로의 탐욕을 감추기 위해 뱉은 거짓말이, 네가 훔쳐 간 방망이의 숨통을 조이고 있음을 똑똑히 지켜보거라."
상인이 말을 마치는 순간, 별채 안 깊숙한 곳에서 '쩌어억-!' 하고 거대한 통나무가 쪼개지는 듯한 무시무시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습니다. 놀란 조 대감이 비명을 지르며 별채로 뛰어 들어갔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단보 위에 모셔져 있던 검은 도깨비 방망이의 한가운데에 손가락이 들어갈 만큼 굵고 깊은 금이 쩍 하고 갈라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방망이에서 뿜어져 나오던 황금빛 오라가 잿빛으로 변질되어 있었고, 그동안 방망이가 토해냈던 방 안의 산더미 같은 금은보화들이 마치 죽은 짐승의 뼈처럼 칙칙하고 흉물스러운 쇳덩어리로 빛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안 돼… 안 돼! 내 황금! 내 목숨 같은 황금들이 왜 썩어가고 있는 것이냐! 이깟 금 간 나무토막 하나 통제하지 못할 줄 알고!'
방망이에 금이 가면서 조 대감의 이성 역시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습니다. 방망이를 움켜쥔 조 대감의 두 눈에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광기가 서려 있었고, 이는 앞으로 닥칠 최후의 파국을 향해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전차와도 같았습니다.
※ 4: 세 번째 시험 '절제' - 광기에 사로잡힌 조 대감, 멈추지 않는 탐욕의 끝
쩍쩍 갈라지며 기분 나쁜 소리를 내는 도깨비 방망이를 부여잡고, 조 대감은 마치 상처 입은 들짐승처럼 처절하게 울부짖었습니다. 단단했던 나무 방망이의 표면에 흉측한 금이 가고, 자신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억지로 짜내었던 눈부신 황금들이 순식간에 빛을 잃어가자 조 대감의 이성은 완전히 바닥을 치며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습니다.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찬란한 금은보화들은 뱀이 허물을 벗듯 칙칙하고 흉물스러운 쇳덩어리로 변해갔고, 영롱했던 진주와 비단들은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시커먼 곰팡이 덩어리로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습니다. 그 끔찍한 부패의 악취가 콧속을 찌르는데도 불구하고, 조 대감의 두 눈에는 오직 잃어버린 재물을 다시 되찾아야 한다는 섬뜩하고 미친 광기만이 시뻘겋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내놓아라! 당장 내 황금을 다시 내놓아라, 이 저주받을 쓸모없는 나무토막아! 내가 어떻게 얻어낸 부귀영화인데, 네놈 따위가 감히 내 모든 것을 앗아가려 한단 말이냐!"
조 대감은 별채의 차가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두 손으로 방망이를 거칠게 움켜쥐고 미친 듯이 바닥을 향해 내리치기 시작했습니다. 쾅! 쾅! 쾅! 방바닥을 부술 듯한 엄청난 굉음이 별채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하지만 한때 맑은 쇳소리와 함께 황금을 토해내던 방망이는 이제 더 이상 그 어떤 보물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방망이가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둔탁하고 불길한 소리와 함께 시커먼 숯덩이와 썩은 흙먼지만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며 방 안의 공기를 숨 막히게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방망이를 분노에 차서 쾅쾅 내리칠 때마다 방망이의 균열은 점점 더 굵고 깊고 선명하게 갈라졌고, 그 벌어진 틈새로는 마치 지옥 불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린 듯한 붉고 불길한 저주의 기운이 독사처럼 스멀스멀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 내 평생을 바쳐 어떻게 얻은 부와 권력인데! 하늘이 두 쪽 나고 세상이 멸망한다 해도 이 재물은 영원히 나의 것이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모조리 다 쏟아내란 말이다!"
완벽하게 자제력을 상실한 조 대감은 손바닥의 살갗이 벗겨지고 붉은 피가 터져 흐르는 것도 모른 채, 찢어진 두 손으로 묵직한 방망이를 허공에 높이 치켜들고 밤새도록 바닥을 내리치기를 미친 듯이 반복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도깨비 방망이가 내린 마지막 세 번째 시험, 바로 '절제(節制)'였습니다. 스스로의 분수를 모르고 끝없는 탐욕의 늪에 갇힌 짐승 같은 자가 과연 어디까지 멈추지 못하고 스스로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고 갈 수 있는지, 방망이는 조 대감의 썩어빠진 영혼을 갉아먹으며 그 끔찍하고 더러운 바닥을 철저하게 시험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광기에 사로잡힌 조 대감이 이성을 잃고 방망이를 미친 듯이 휘두를 때마다, 놀랍게도 밖에서는 그의 오만함을 상징하듯 높게 솟아있던 저택을 둘러싼 화려한 기와와 튼튼한 담장들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하나둘씩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기둥에 쩍쩍 금이 가고, 수십 명의 인부를 동원해 지어 올렸던 사랑채의 지붕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습니다. 뇌물로 받아 창고에 산더미처럼 쌓아두었던 수백 가마니의 막대한 곡식들은 순식간에 새까맣게 썩어 들어가 구더기가 끓고 역겨운 악취를 풍겼으며, 장롱을 가득 채우고 있던 최고급 비단옷들은 마치 불에 탄 재처럼 바스락거리며 검은 가루로 부서져 내렸습니다. 탐욕으로 억지로 부풀린 헛된 허상의 재물들이, 방망이의 갈라진 틈새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저주의 기운에 의해 모조리 먼지와 재로 돌아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무너져 내리는 마당 한가운데서 이 끔찍하고 기괴한 광경을 지켜보던 연화는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며, 미친 듯이 무너지는 파편들을 피해 별채 문 앞까지 필사적으로 달려가 굳게 잠긴 문을 주먹이 부서져라 두드렸습니다.
"숙부님! 제발 멈추십시오! 지금 당장 그 방망이를 내려놓으셔야 합니다! 온 집안이 무너져 내리고 땅이 꺼지고 있습니다! 방망이가 무서운 노여움을 탔사오니, 제발 헛된 욕심을 버리시고 이제 그만 손에서 내려놓으시옵소서! 이러다간 숙부님의 목숨마저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피투성이가 된 연화의 다급하고 처절한 외침은 굳게 닫힌 두꺼운 별채의 문을 뚫고 조 대감의 귀에 닿지 못했습니다. 별채 안의 조 대감은 자신의 고막이 찢어져 귀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흐르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오직 시커먼 숯덩이와 지독한 독기만 토해내는 방망이를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짐승처럼 쾅쾅 내리치고 있었습니다.
"시끄럽다, 닥쳐라! 내 이 방망이의 마지막 진물까지 다 빨아먹어서라도 다시 황금의 산을 쌓아 올릴 것이다! 세상 모든 재물은 전부 내 것이다! 흐하하하하! 멈추지 않겠다! 더 쏟아내라!"
조 대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이미 사람의 언어가 아닌, 끝없는 탐욕에 완전히 잡아먹혀버린 악귀의 짐승 같은 기괴한 울음소리로 변해 있었습니다. 멈출 줄 모르는 광기와 집착으로 핏발 선 눈을 부라리며, 조 대감이 남은 모든 생명력을 쥐어짜 내어 방망이를 있는 힘껏 바닥에 내리친 바로 그 마지막 순간. '콰지직!! 쾅!!' 하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검은 도깨비 방망이가 마침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며 완전히 두 동강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 5: 도깨비의 등장과 조 대감의 파멸, 그리고 진정한 주인의 탄생
저주받은 검은 방망이가 완벽하게 두 동강이 나는 그 끔찍한 순간, 굳게 닫혀있던 별채의 지붕을 뚫고 집채만 한 거대한 시퍼런 불기둥이 먹구름이 낀 칠흑 같은 밤하늘을 향해 맹렬하게 솟구쳐 올랐습니다. 콰아앙! 하는 산을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두꺼운 별채의 문짝과 벽면이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무참히 튕겨 나갔고, 방 안에서 광기를 부리던 조 대감은 그 엄청난 폭발력에 종잇장처럼 속절없이 휘말려 별채 밖 마당의 거친 흙바닥에 처참하게 내동댕이쳐졌습니다. 뼈가 부러지는 고통과 함께 바닥을 뒹군 조 대감의 입에서는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왈칵 쏟아져 나왔습니다.
매캐한 흙먼지가 서서히 가라앉고 시야를 가리던 잿빛 연기가 바람에 걷히자, 쩍 갈라져 두 동강이 난 숯덩이 방망이 사이에서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용돌이치는 회오리 한가운데서, 까막산 깊은 골짜기에서 보았던 그 뿔 달린 거대한 수문장 도깨비가 이전보다 훨씬 더 흉폭하고 무서운 형상으로 천천히 솟아올랐습니다. 도깨비의 부리부리한 두 눈에서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한 붉은 화염이 활활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그의 거친 두 손에는 날카로운 무쇠 가시가 박힌 진짜 살상용 쇠방망이가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며 굳게 들려 있었습니다. 도깨비가 한 발짝 내디딜 때마다 지진이 일어난 듯 땅이 쿵쿵 울리며 흔들렸습니다.
"이 지독하게 어리석고 짐승보다 못한 추악한 인간아! 불쌍한 이를 거두는 한 줌의 자비도, 스스로를 부끄러워할 줄 아는 일말의 정직도, 끓어오르는 욕망을 통제하는 한 치의 절제도 없는 네놈의 그 끔찍하고 썩어빠진 탐욕이, 결국 이 방망이의 마지막 인내심마저 처참하게 부러뜨리고 말았구나. 네놈이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훔쳐내어 쌓아 올린 헛된 부와 권력은 애초에 파도에 씻겨갈 모래성일 뿐, 이제 네놈이 목숨으로 치러야 할 끔찍하고 참혹한 대가만이 남았을 뿐이다!"
도깨비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천둥과 벼락 같은 진노의 목소리에, 조 대감은 온몸이 마비되는 공포를 느끼며 덜덜 떨리는 팔로 흙바닥을 기어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그의 온몸은 이미 방망이에서 뿜어져 나온 짙은 저주의 기운을 온통 덮어써, 살갗은 마치 수백 년 묵은 썩은 고목나무 껍질처럼 검고 딱딱하게 변해 있었고, 입과 코에서는 끊임없이 검은 피와 진물이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목숨줄이 끊어지기 직전의 참담한 몰골이었습니다.
"살… 살려주시오! 무서우신 도깨비 대왕님! 내, 내 잘못했소! 내가 미쳤었소이다! 내 평생을 바쳐 모은 모든 재산과 땅문서를 남김없이 다 돌려드릴 테니, 제발 이 비루한 목숨만은, 이 벌레 같은 목숨만은 제발 부지하게 살려주시오!"
한때 마을을 호령하며 하늘 높은 줄 모르던 조 대감이 바닥에 엎드려 제 뺨을 후려치며 비참하게 눈물 콧물을 쏟으며 목숨을 구걸했지만, 도깨비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는 차가운 얼굴로 가차 없이 쇠방망이를 허공에 높이 치켜들었습니다.
"이미 너무 늦었다! 짐승의 탐욕을 멈추지 못한 끝은 오직 잔혹한 파멸과 죽음뿐이다!"
도깨비가 시퍼런 안광을 뿜는 무거운 쇠방망이로 조 대감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치려던 바로 그 찰나였습니다. "안 됩니다!" 하는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자신의 가녀린 몸을 던져 그 무시무시한 쇠방망이 앞을 두 팔 벌려 가로막은 것은 다름 아닌 조 대감의 조카딸, 연화였습니다.
"잠깐만, 제발 잠깐만 멈추어 주시옵소서, 위대하신 도깨비님! 비록 제 숙부님께서 탐욕에 두 눈이 멀어 세상에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었고, 저 역시 평생을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학대당해 왔사오나, 유일하게 남은 혈육인 저마저 무참히 죽어가는 숙부님의 마지막을 모른 척 등 돌릴 수는 없습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가엾게 여기라 하셨습니다. 부디 저를 보아 잔혹한 죽음의 징벌만은 거두어 주시고, 숙부님이 지은 무거운 죄는 남은 평생을 거쳐 가난한 이웃들에게 엎드려 속죄하며 갚아나갈 수 있도록 단 한 번의 마지막 자비만 베풀어 주시옵소서."
자신을 그토록 구박하고 하녀처럼 부렸던 웬수 같은 숙부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방패 삼아 앞을 막아선 연화의 고결하고도 순수한 눈물에, 분노로 시뻘겋게 이글거리던 도깨비의 무서운 눈빛이 일순간 크게 흔들렸습니다. 도깨비는 허공에 치켜들었던 쇠방망이를 천천히 거두고는, 눈물범벅이 된 연화를 아주 깊고 뚫어지게 내려다보았습니다.
"너는 이 사악하고 악독한 자에게 평생을 핍박받고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가슴에 검은 원망을 품지 않았으며, 첫 번째 시험에서 굶주려 다 죽어가는 늙은 거지에게 망설임 없이 자신의 마지막 밥을 내어준 진정으로 자비로운 여인이다. 또한 두 번째 시험에서 권력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헛된 부를 부정하는 흔들림 없는 정직함을 보였지. 그리고 지금, 원수를 향한 복수심을 억누르고 기꺼이 목숨을 던져 용서와 절제를 실천하고 있다. 네 그 티 없이 맑고 순백의 영혼이야말로, 진정으로 이 요술 방망이가 수백 년을 기다리며 애타게 찾던 완벽한 주인의 자격이다."
도깨비의 장엄한 선언과 함께 그의 거친 손짓 한 번이 허공을 가르자, 놀랍게도 바닥에 나뒹굴며 시커멓게 썩어가던 두 동강 난 검은 방망이의 파편들이 스르륵 신비롭게 허공으로 떠올랐습니다. 그리고는 쪼개진 틈새로 눈이 부실 만큼 눈부시고 성스러운 황금빛과 푸른빛을 동시에 뿜어내더니, 이내 흉측한 나무의 껍질을 벗어 던지고 하나의 온전하고 매끄러운 눈부신 '옥(玉)방망이'로 완벽하게 융합되어 합쳐졌습니다. 찬란한 빛을 내뿜는 옥방망이는 마치 스스로 주인을 알아보듯 허공을 유영하여,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던 연화의 고운 두 손 위로 사뿐히 깃털처럼 내려앉았습니다.
※ 6: 연화 아씨의 지혜로운 선택과 진정한 도깨비 방망이의 의미
"아니… 이 귀하고 성스러운 물건을 어찌하여 보잘것없는 제게 주시는 겁니까?"
연화가 당황하여 가볍게 떨리는 손으로 따스한 온기를 품은 옥방망이를 조심스레 받아 들자, 도깨비는 무서운 분노의 얼굴을 거두고 이내 세상을 다 품을 듯한 인자하고 너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고통받는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자비', 헛된 재물 앞에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정직', 그리고 끓어오르는 복수심과 탐욕을 스스로 멈출 줄 아는 '절제'. 이 세 가지의 위대한 마음을 모두 온전히 갖춘 자만이, 방망이가 뿜어내는 마성의 기운에 잡아먹히지 않고 이 방망이를 세상의 순리대로 올바르게 다스려 쓸 수 있다. 너는 내가 굳이 가혹한 시험을 통해 가르치지 않아도 이미 태어날 때부터 그 세 가지의 고결한 미덕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이제 껍질을 벗은 그 진정한 옥방망이는 온전히 너의 것이다. 네가 이 신물의 진정한 주인이니, 더 이상 남의 눈치를 보지 말고 오직 네 맑은 마음이 이끄는 대로 이 병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데 마음껏 써보거라."
깊은 깨달음의 말을 남긴 도깨비는, 산천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껄껄껄!" 하고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며 시퍼런 안개 연기와 함께 칠흑 같은 까막산의 밤하늘 속으로 홀연히 날아가 영영 자취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쑥대밭이 된 폐허의 마당에는, 달빛 아래 찬란하고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옥방망이를 꼭 쥔 연화와, 헛된 탐욕으로 모든 것을 잃고 목숨만 겨우 건진 채 비참한 거지 꼴로 엎드려 있는 조 대감 두 사람만이 덩그러니 남게 되었습니다.
저주의 기운이 빠져나가자 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조 대감은, 무너져 내린 저택의 잔해와 자신의 추악했던 과거의 만행,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조카딸의 희생을 깨닫고는 피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쳤습니다.
"연화야… 내가, 이 숙부가 단단히 미쳤었다. 돈에 눈이 멀어 짐승만도 못한 짓을 저질렀어. 제발 이 못쓸 늙은이를 용서해다오. 황금에 두 눈이 멀어 유일한 핏줄인 너를 노비처럼 학대하고, 죄 없는 백성들의 피눈물을 쥐어짰구나. 내 죄가 이리도 무겁고 끔찍한 것을 왜 이제야 깨달았단 말이냐… 엉엉, 흑흑."
평생 남을 짓밟고 군림하던 조 대감이 연화의 발끝을 붙잡고 어린아이처럼 목놓아 오열하자, 연화는 원망의 기색 하나 없이 조용히 무릎을 굽히고 다가와 숙부의 더럽혀진 거친 손을 두 손으로 따뜻하게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양손에 성스러운 옥방망이를 단단히 쥐고는, 무너진 저택을 향해 조심스럽지만 확신에 찬 목소리로 허공에 외쳤습니다.
"방망이야, 너의 진정한 주인의 이름으로 네게 간곡히 부탁한다. 욕심으로 쌓아 올렸다가 허물어진 이 저주받은 집터 위에, 가난에 허덕이고 병들어 쉴 곳 없는 불쌍한 이웃들이 언제든 눈치 보지 않고 찾아와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등 붙여 쉴 수 있는, 아주 넉넉하고 튼튼한 구휼소(救恤所) 한 채를 단단히 지어다오. 뚝딱!"
연화가 옥방망이를 가볍게 쥐고 바닥을 '톡' 하고 치자, 쨍그랑하는 금은보화 소리가 아닌, 마치 숲속의 나무들이 춤을 추듯 청아하고 생명력 넘치는 맑은 물방울 소리가 밤공기를 가르고 울려 퍼졌습니다. 그러자 숯덩이가 되어 무너져 내렸던 조 대감의 호화로운 저택 잔해들이 부드러운 빛의 입자에 휩싸이더니, 순식간에 기적처럼 스스로 엮이고 기둥을 세우며 수백 명의 헐벗은 백성들이 거뜬히 들어와 쉴 수 있는 넓고 소박하지만 아주 튼튼한 형태의 거대한 구휼소로 바뀌었습니다. 과거처럼 사람의 눈을 멀게 하는 화려한 금은보화 덩어리나 비단은 단 한 줌도 쏟아지지 않았지만, 마당 한가운데에는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며 마르지 않는 따뜻한 고기 국밥이 펄펄 끓어 가득 찬 커다란 가마솥 수십 개가 줄지어 생겨났습니다.
"아아… 금덩이보다 값진 이 따스함, 이것이 사람을 살리는 진정한 방망이의 힘이로구나."
그날 이후, 연화 아씨는 도깨비 옥방망이로 결코 자신의 사사로운 비단옷이나 헛된 부를 축적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매일같이 새벽에 일어나 방망이를 두드려 가난한 백성들에게 필요한 쌀과 따뜻한 솜옷, 병을 고칠 귀한 약재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고, 굶주리는 이가 단 한 명도 없는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웃음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욕심과 저주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진심으로 개과천선한 조 대감 역시, 화려한 비단옷을 벗어 던지고 허름한 삼베옷을 입은 채 연화를 도왔습니다. 그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일어나 구휼소 마당을 쓸고, 찾아오는 걸인들에게 허리를 굽혀 밥을 듬뿍 푸며, 지난날 자신이 저지른 무거운 죄를 묵묵히 땀방울로 씻어내는 진실한 일꾼으로 남은 여생을 평화롭게 보냈습니다.
이기적인 탐욕과 파멸로 시작되었던 도깨비 방망이의 끔찍한 전설은, 맑고 고운 마음을 가진 진정한 주인을 만나 사람을 해치는 차가운 황금이 아닌, 따뜻한 생명과 희망을 무한히 나누는 진정한 보물로 거듭났습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까막산을 넘어 조선 팔도 방방곡곡에 오랫동안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는 따뜻한 전설로 세세손손 아름답게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의 옛날이야기, 어떠셨나요? 헛된 욕심으로 부를 탐하던 조 대감은 결국 모든 것을 잃었지만, 자비와 정직, 절제를 아는 연화 아씨는 진정한 방망이의 주인이 되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진정한 부와 행복은 움켜쥐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눌 때 비로소 빛난다는 깊은 교훈을 남겨주네요. 우리 구독자님들 마음속에도 연화 아씨처럼 따뜻한 도깨비 방망이 하나씩 품고 사시길 바랍니다. 오늘 이야기가 훈훈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 편안한 밤 보내세요! 다음 시간에도 가슴 벅찬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