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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홉 꼬리의 눈물: 500년을 기다린 구미호의 사랑

    태그

    #구미호전설, #조선시대설화, #한국전통이야기, #아홉꼬리여우, #금지된사랑, #환생이야기, #운명적만남, #500년의기다림, #오디오드라마, #한국민담, #저승이야기, #조선로맨스

    디스크립션

    조선 숙종 시대, 왕실 문서를 관리하는 젊은 선비 이강은 매일 밤 꿈에서 같은 여인을 만납니다. 어느 날 그 여인이 현실에 나타나고, 그녀는 500년 전 이강의 전생과 사랑에 빠졌던 구미호 아라임이었습니다. 인간이 되기 위해 500년을 기다린 아라임, 그러나 둘의 만남에는 잔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죽음조차 넘어선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후킹멘트

    "내가 인간이 되는 데는 천 년이 필요하다고 했어. 그중 500년은 기다림의 시간... 그 기다림의 끝에서 나는 너를 다시 만났지. 하지만 넌 날 기억하지 못했어." 그녀의 붉은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그날 밤, 네가 나를 위해 목숨을 버렸어. 이제 내가 네 영혼을 찾아 500년을 헤맸지... 이번 생에서만큼은 우리가 함께할 수 있을까?" 인간과 구미호, 금기된 사랑이 다시 시작되는 순간, 저승의 문이 열립니다.

    1: 반복되는 꿈

    "이강아..."

    달빛 아래 연못가, 붉은 비단 한복을 입은 여인이 그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긴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꼈고, 창백한 피부는 달빛 아래 더욱 빛났습니다.

    "누구십니까?"

    이강이 한 걸음 다가가자 여인이 슬픈 미소를 지었습니다.

    "날 모르는 거니? 500년이 흘렀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기다렸어. 매일, 매 순간..."

    이강이 다시 물으려 했지만,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지고 여인의 모습이 흐려졌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눈동자가 붉게 변하는 것을 본 순간 이강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가슴이 뛰고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달랐습니다. 그는 여인의 이름을 아는 것 같았습니다. 입술에서 저절로 이름이 흘러나왔습니다.

    "아라임..."

    이른 봄, 꽃이 피기 시작하는 한양 도성의 아침. 규장각에서 책을 정리하는 젊은 선비 이강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의 동료 선비 유학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가왔습니다.

    "이강, 또 그 꿈을 꾸었구나? 얼굴이 창백하네."

    이강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열흘째 같은 꿈이네. 달빛 아래 연못가에 서 있는 여인... 붉은 비단 한복을 입고 나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자네 귀신에 홀린 게 아닌가 모르겠네. 요즘 도성 바깥에서 여우가 나타났다는 소문도 있던데."

    이강은 미소를 지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미신을 믿다니, 우리가 선비인데. 그저 과로 때문일 게야."

    "어쨌든 조심하게. 여우가 사람으로 변해 사람 간을 빼먹는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말일세."

    이강은 웃어넘기려 했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습니다. 꿈에서 본 여인의 눈동자가 때때로 붉게 빛나는 듯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날 밤, 이강은 다시 그 꿈을 꾸었습니다. 이번에는 더 선명했습니다.

    2: 운명적 만남

    다음 날 오후,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강은 규장각에서의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비를 피해 처마 아래 서 있던 그때, 길 건너편에 한 여인이 보였습니다.

    붉은 비단 한복을 입은 여인. 꿈에서 본 바로 그 여인이었습니다.

    이강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비에 젖은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지만, 여인은 여전히 그곳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도 이강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강의 발이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빗속을 뚫고 그녀에게 다가갔습니다.

    "혹시... 아라임 씨신지요?"

    여인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날 기억하는 거니, 이강아?"

    이강은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는 분명 이 여인을 처음 보는데, 어떻게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을까요?

    "어떻게... 제 이름을..."

    "우리는 500년 전에 만났어. 네가 날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난 너를 알아봤어."

    비가 두 사람을 적시는 동안, 이강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온해졌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찾던 무언가를 드디어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함께 차라도 한잔하실래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아라임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두 사람은 가까운 차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차분한 실내 분위기의 음악]

    "그래서... 우리가 500년 전에 만났다는 말씀이신지요?"

    이강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아라임은 찻잔을 매만지며 천천히 대답했습니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래. 너는 그때도 선비였어. 하지만 지금처럼 왕실이 아닌, 작은 마을의 서당 선생이었지."

    "그리고 당신은...?"

    아라임의 눈이 잠시 붉게 빛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이강은 그것을 보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나는... 사람이 아니었어."

    이강은 침묵했습니다. 머릿속에 동료 유학의 경고가 울렸습니다. '여우가 사람으로 변해...'

    "구미호였지. 지금도 그래."

    아라임의 솔직한 고백에 이강은 놀랐습니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녀의 말이 진실이라고 느꼈습니다.

    "내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천 년을 살아야 해. 그중 500년은 이미 지났어. 그리고 그 시간 동안 나는 널 찾아 헤맸지."

    "왜... 저를요?"

    아라임의 눈에 눈물이 맺혔습니다.

    "500년 전, 우리는 사랑에 빠졌어. 금지된 사랑이었지. 인간과 구미호의 사랑은 저승사자들이 용납하지 않았으니까."

    이강은 가슴이 조여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마치 오래된 상처가 다시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아라임은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네가 나를 지키려다 죽었어. 다른 요괴들이 나를 해치려 했을 때, 네가 대신 목숨을 바쳤지."

    이강의 머릿속에 갑자기 이미지가 스쳐 지나갔습니다. 달빛 아래 피 묻은 칼... 자신의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통증... 그리고 붉은 눈동자를 가진 여인의 절규...

    이강은 손을 떨며 차를 쏟고 말았습니다.

    "미안해요... 저... 이상하게 방금 그 장면이 보였어요."

    아라임의 눈이 희망으로 빛났습니다.

    "네가 기억을 되찾고 있는 거야. 우리의 인연은 그렇게 쉽게 끊어질 수 없어."

    "하지만 이게 모두 사실이라면... 당신은 왜 저를 찾아온 거죠? 500년이 지났는데도..."

    아라임은 이강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습니다. 그녀의 손은 따뜻했습니다.

    "내가 인간이 되기 위해선 천 년을 살아야 하지만, 사실 다른 방법도 있어. 진정한 사랑을 찾는 것. 그리고 나는... 여전히 널 사랑해."

    이강은 혼란스러웠지만, 그녀의 손을 잡고 있으니 이상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3: 숨겨진 정체

    그날 이후, 이강과 아라임은 자주 만났습니다. 이강은 그녀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졌고, 점점 그녀에게 이끌렸습니다. 때때로 그는 과거의 기억들이 플래시백처럼 떠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던 어느 저녁, 이강은 아라임을 찾아 그녀가 묵고 있다는 숲 근처 오두막으로 갔습니다. 달이 유난히 밝은 밤이었습니다.

    오두막에 다가가던 이강은 문득 창문 너머로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아라임이 방 가운데 서 있었는데, 그녀의 뒤로 아홉 개의 하얀 꼬리가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그녀의 눈은 붉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이강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그녀가 정말 구미호라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그동안 믿고 싶지 않았던 현실이 그를 덮쳤습니다.

    '구미호는 인간의 간을 먹는다... 그녀는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일까?'

    혼란과 두려움에 사로잡힌 이강은 그만 뒤로 물러서다 나뭇가지를 밟았고, 그 소리에 아라임이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녀는 창문 너머로 이강을 보았고, 그녀의 표정이 공포로 변했습니다.

    이강은 그대로 달아났습니다. 뒤에서 아라임이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사흘 동안 이강은 아라임을 피했습니다. 낮에는 규장각에서 일에 파묻혀 지냈고, 밤에는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같은 꿈이었습니다. 자신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아라임이 절규하는 장면...

    넷째 날 저녁, 이강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라임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발 이야기를 들어줘, 이강아."

    이강은 망설였지만, 그녀의 슬픈 눈빛에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당신이 정말 구미호라면... 왜 저를 해치지 않나요? 모든 이야기들은 구미호가 인간의 간을 먹는다고 하는데..."

    아라임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건 일부 구미호의 이야기일 뿐이야. 모든 인간이 같지 않듯, 모든 구미호도 같지 않아. 나는... 500년 전 네가 내게 보여준 인간의 선함을 알게 된 후로 결코 인간을 해치지 않았어."

    이강은 여전히 의심스러웠습니다.

    "그렇다면 왜 저를 찾아온 거죠? 정말로 단지 사랑 때문에?"

    아라임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모든 진실을 알려주마. 그날 밤 이후로..."

    4: 진실의 순간

    "500년 전, 네가 죽고 난 후 나는 괴로움에 미쳐버릴 것 같았어. 날 구하겠다고 목숨을 바친 너를 생각하며 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지. 그리고 천 년을 채워 진정한 인간이 되기로 결심했어."

    "그런데 어느 날, 저승사자가 나타났어. 그는 내게 말했지. '인간을 살리려 네 목숨을 걸었던 구미호, 네 앞에 두 가지 길이 있다. 천 년을 채워 인간이 되거나, 진정한 사랑을 찾아 그와 함께 저승으로 가거나.'"

    "저승으로 가다니요? 그게 무슨 뜻인가요?"

    "구미호는 천 년을 채우기 전에 인간과 사랑에 빠지면 안 돼. 그러면 둘 다 저승으로 끌려가게 돼. 하지만 저승사자는 특별히 내게 선택권을 줬어. 네 환생을 찾아 진정한 사랑을 확인하면, 우리 둘 중 하나가 대가를 치르는 조건으로 다른 하나는 살 수 있다고."

    이강은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그는 이제 이해했습니다. 아라임이 왜 그토록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는지.

    "그래서... 당신은 선택해야 하는군요. 저와 사랑에 빠져 저승에 가거나, 아니면 500년을 더 기다려 인간이 되거나..."

    아라임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이강아.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야. 우리 둘 다 선택해야 해. 그리고... 저승사자는 곧 우리를 찾아올 거야. 우리의 인연을 알게 되었으니까."

    이강은 혼란스러웠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라임의 손을 잡았습니다.

    "두렵지 않아요. 500년 전에 내가 당신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면, 분명 이유가 있었을 거예요."

    5: 운명의 위기

    그날 밤, 이강과 아라임은 달빛 아래 연못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500년 전 그들이 처음 만났던 그 장소처럼 보였습니다. 이강은 점점 더 많은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기억나요... 여기서 처음 만났던 날. 당신은 달빛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었어요."

    아라임은 놀란 듯 이강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래, 맞아. 난 인간의 모습이 궁금했어. 그리고 네가 나타났지. 시골 서당 선생님이었던 너는 날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어."

    이강이 미소 지었습니다.

    "당신의 눈동자가 붉게 변했지만, 난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주변 공기가 차가워졌습니다. 연못 위로 안개가 피어오르고, 그 안개 속에서 검은 갓을 쓴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저승사자였습니다.

    "500년의 시간이 흘렀군. 구미호 아라임, 그리고 환생한 이강. 다시 만나 반갑네."

    아라임이 이강을 보호하듯 그 앞에 섰습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어요. 제발 그를 놓아주세요."

    저승사자는 차갑게 웃었습니다.

    "규칙은 규칙이지. 구미호가 천 년을 채우기 전에 인간과 사랑에 빠지면, 둘 다 저승으로 가야 해. 하지만 500년 전 약속했듯이, 너희에게 선택권을 주지."

    저승사자는 이강을 바라보았습니다.

    "이강, 선택하게. 아라임과의 모든 기억을 잃고 살아남거나, 아니면 그녀와 함께 저승으로 가거나."

    이강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마치 500년 전처럼, 그는 아라임을 선택했습니다.

    "아라임과 함께하겠습니다. 이생에서든, 저승에서든."

    저승사자의 눈이 잠시 놀라움으로 빛났습니다. 그리고 아라임에게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리고 너, 아라임. 네 선택은? 500년을 더 기다려 인간이 되어 살아남을래, 아니면 그와 함께 저승으로 갈래?"

    아라임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이강과 함께하겠습니다."

    저승사자는 깊이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흥미롭군. 500년 전에도, 지금도, 너희는 서로를 선택했어.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라임의 뒤로 아홉 개의 하얀 꼬리가 나타났고, 마지막 아홉 번째 꼬리에서 눈물 한 방울이 떨어졌습니다. 그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강렬한 빛이 주변을 밝혔습니다.

    저승사자가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습니다.

    "천 년 동안 단 한 번뿐인 구미호의 진정한 눈물... 아홉 번째 꼬리의 눈물이 떨어졌군."

    빛이 점점 강해졌고, 아라임의 꼬리들이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꼬리까지 모두 사라지자, 아라임은 쓰러졌고 이강이 그녀를 붙잡았습니다.

    "아라임!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강이 저승사자를 바라보며 물었습니다.

    저승사자는 경외롭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구미호의 아홉 번째 꼬리의 눈물은 천 년에 한 번 흘릴 수 있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어. 그것은 진정한 사랑으로만 생겨날 수 있고,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지."

    이강은 여전히 혼란스러웠습니다. 그는 아라임을 두 팔로 안은 채 저승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우리는 둘 다 저승으로 가야 하나요?"

    저승사자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니. 아홉 번째 꼬리의 눈물은 너희의 운명을 바꿨어. 아라임은 이제 더 이상 구미호가 아니야. 그녀는 인간이 되었어."

    이강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습니다. 그의 품에 안긴 아라임이 천천히 눈을 떴습니다. 그녀의 눈동자는 더 이상 붉게 빛나지 않았고, 평범한 갈색이었습니다.

    "이강아... 내가 어떻게 된 거지?"

    "당신은 인간이 되었어요, 아라임. 우리는 이제 함께할 수 있어요."

    아라임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었습니다.

    저승사자가 말했습니다.

    "500년의 기다림,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힘이 이루어낸 기적이야. 하지만 모든 기적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지."

    이강과 아라임은 긴장한 표정으로 저승사자를 바라보았습니다.

    "그 대가는 무엇인가요?" 이강이 물었습니다.

    "아라임은 인간이 되었지만, 과거의 모든 기억을 잃게 될 거야. 500년의 시간, 구미호로서의 삶, 그리고 너와의 첫 만남까지... 모든 것을."

    이강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아라임은 충격에 빠진 듯했지만, 곧 고개를 들어 이강을 바라보았습니다.

    "괜찮아, 이강아. 비록 기억은 사라지더라도, 내 마음은 여전히 널 향할 거야. 500년을 기다렸는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이강은 아라임을 꼭 안았습니다.

    "걱정 마세요. 내가 당신을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 줄게요. 우리는 새로운 기억을 만들 수 있어요."

    저승사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나는 돌아가겠네. 인간의 삶은 짧지만 아름다워.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저승사자는 안개 속으로 사라졌고, 연못 주변의 차가운 공기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달빛만이 조용히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6: 영원의 약속

    다음 날 아침, 이강은 아라임을 데리고 한양의 작은 집으로 갔습니다. 그녀는 모든 것이 새롭다는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습니다.

    "여기가 어디죠? 그리고... 제가 누구죠?"

    이강의 가슴이 아팠지만, 그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아라임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이제 당신의 집이에요."

    "당신은 누구인가요?"

    "저는 이강입니다. 당신을... 돌보게 될 사람이에요."

    아라임은 잠시 이강을 바라보다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낯섦과 함께 어딘가 모르게 친숙함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이상하게도 당신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져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느껴져요."

    이강의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그는 감정을 숨겼습니다.

    "그렇군요. 아마도 우리는 전생에서 인연이 있었나 봅니다."

    [시간 경과를 나타내는 음악]

    몇 달이 지났습니다. 이강은 아라임에게 글을 가르쳤고, 그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배웠습니다. 아라임은 이제 이강의 집에서 살며 그를 도왔고,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졌습니다.

    어느 봄날,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그 연못가를 다시 찾았습니다. 벚꽃이 흩날리는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이 곳에 대한 기억이 있어요." 아라임이 문득 말했습니다.

    이강이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무슨 기억인가요?"

    "확실하지는 않아요. 그냥... 이 연못가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주 오랫동안..."

    이강은 아라임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습니다.

    "혹시... 그 기다림의 끝에서 누굴 만났는지 기억나나요?"

    아라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강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당신이었을까요?"

    이강은 대답하지 않고 아라임을 안아주었습니다. 그녀의 몸이 조금 떨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왜 제가 당신을 볼 때마다 가슴이 이렇게 아프고 기쁜지 모르겠어요. 마치... 500년을 기다린 사람을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강의 눈에서도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의 마음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거예요. 비록 머리는 잊었더라도, 마음은 기억하고 있는 거죠."

    두 사람은 오랫동안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벚꽃 잎이 두 사람 주위를 맴돌았고, 달빛이 연못에 반사되어 빛났습니다.

    "이강 씨," 아라임이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전 당신을 사랑하는 것 같아요. 이상하게도, 아주 오래전부터 사랑해왔던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강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의 가슴은 기쁨으로 가득 찼습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아라임. 500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두 사람의 입술이 만났고, 그 순간 달빛이 더욱 밝게 빛났습니다. 어디선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을 감쌌습니다.

    그리고 멀리서, 안개 속에 서 있는 저승사자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습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500년의 기다림과 아홉 꼬리의 눈물이 만들어낸 기적. 인간과 구미호의 사랑이 마침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습니다.

    몇 년 후, 이강과 아라임은 한양을 떠나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이강은 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고, 아라임은 약초를 모아 병든 사람들을 치료해주었습니다.

    그들은 평범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아라임은 가끔 이상한 꿈을 꾸곤 했습니다. 아홉 개의 하얀 꼬리를 가진 자신의 모습, 달빛 아래 연못가에서 기다리는 장면, 그리고 피 묻은 칼과 슬픔에 잠긴 이강의 얼굴...

    하지만 그 꿈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졌고, 대신 새로운 기억들로 채워졌습니다. 이강과 함께 만든 소중한 순간들, 그들이 나눈 사랑과 행복의 시간들...

    어느 겨울 밤, 노년이 된 두 사람은 따뜻한 방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습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아라임이 말했습니다. "우리가 다음 생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요?"

    이강은 그녀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틀림없이 그럴 거예요. 500년을 기다려 만난 사이인데, 어떻게 다시 만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아라임은 따뜻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녀의 눈에 잠시 붉은 빛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지만, 이내 사라졌습니다.

    "약속해요, 이강. 다음 생에서도 반드시 서로를 찾자고요."

    "약속합니다, 아라임. 몇 생이 지나도, 몇 천 년이 흘러도, 난 항상 당신을 찾을 거예요."

    그들의 사랑은 죽음조차 넘어선 영원한 약속이 되었습니다. 아홉 꼬리의 마지막 눈물이 증명한, 500년의 기다림이 만들어낸 진정한 사랑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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