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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을 농락한 도깨비들 조선 최고의 두뇌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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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조선시대, 밤이 깊어지면 세상은 도깨비들의 놀이터가 됩니다. 오만한 양반, 욕심 많은 관리, 그리고 순박한 백성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도깨비들의 장난과 지혜로운 가르침. 때로는 장난꾸러기, 때로는 정의의 심판관이 되는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조선의 밤을 지배했던 신비로운 존재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후킹멘트
여러분, 혹시 밤에 홀로 걸을 때 뒤에서 들리는 이상한 발소리, 들판에서 춤추는 붉은 불빛,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엉뚱한 곳에 놓여있는 물건들...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하신가요?
그것은 바로 우리 곁에서 함께 살아가는 '도깨비'들의 장난입니다. 조선시대, 그들은 단순한 장난꾸러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불의한 양반을 혼내주고, 탐욕스러운 관리를 벌하며, 착한 백성에게는 복을 가져다주는 밤의 심판관이었습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평생 백성들을 괴롭히던 탐관오리가 도깨비들에게 어떤 심판을 받게 되는지 들려드리겠습니다. 조선의 밤을 함께 걸어보실래요?
※ 도깨비 마을의 회의, 숲속 도깨비 마을에서 인간 세상에 잠입할 도깨비들을 선발하는 회의가 열린다. 장난꾸러기 꼬마 도깨비 '방망이'가 첫 임무에 지원한다.
깊은 산속,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도깨비 마을이 있었습니다. 붉은 도깨비불이 둥둥 떠다니며 마을을 밝히고, 크고 작은 도깨비들이 북적이는 곳이었지요. 이날 밤, 마을 중앙 광장에서는 특별한 회의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자, 조용히들 하거라. 오늘 회의를 시작하겠다."
도깨비 우두머리 '불꽃대장'의 목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그의 머리에서는 붉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고, 손에는 커다란 방망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수백 년간 도깨비 마을을 이끌어온 현명한 지도자였지요.
"이번 보름달에는 인간 세상에 누구를 보낼 것인가? 최근 들어 무쇠골 일대에서 탐관오리의 악행이 심해지고 있다. 백성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우리가 나서서 혼쭐을 내줘야겠다."
불꽃대장의 말에 도깨비들이 웅성거렸습니다. 인간 세상에 내려가는 임무는 위험하지만, 그만큼 신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특히 나쁜 짓을 하는 인간들에게 장난을 치는 것은 도깨비들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지요.
"저요, 저요! 제가 가겠습니다!"
작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습니다. 키가 작은 꼬마 도깨비 '방망이'가 팔을 높이 들며 외치고 있었습니다. 겨우 50살로, 도깨비 나이로는 아직 애기였지요. 머리에서 피어오르는 불꽃도 작고 파랬습니다.
"너 같은 어린 도깨비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니? 인간 세상은 위험하단다."
늙은 도깨비 '노을'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제가 비록 작지만, 똑똑하고 빠르다고요! 게다가 제 할아버지가 그 무쇠골 근처에서 인간에게 당해 방망이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꼭 그곳에 가보고 싶어요."
방망이의 눈에 결의가 빛났습니다. 도깨비들은 죽으면 인간 세상의 물건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특히 피를 묻힌 도구는 도깨비로 변할 수 있고, 반대로 도깨비가 죽으면 다시 물건으로 돌아간다는 슬픈 운명을 가지고 있었지요.
불꽃대장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습니다.
"좋다. 방망이, 네가 가도록 하마. 하지만 혼자는 위험하니, '참나무'와 '안개'가 함께 가서 너를 도울 것이다."
"감사합니다, 대장님!"
방망이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났습니다. 참나무는 힘이 세기로 유명한 도깨비였고, 안개는 변신술에 능한 여도깨비였지요.
"명심해라. 우리 도깨비의 임무는 나쁜 인간을 벌주고, 선한 인간을 도와주는 것이다. 무작정 장난치는 것이 아니란다. 정의로운 심판자가 되어야지."
"네, 대장님! 제가 꼭 그 탐관오리에게 혼쭐을 내주겠습니다. 도깨비의 이름에 걸고 맹세합니다!"
방망이는 가슴을 펴고 자랑스럽게 선언했습니다. 그의 머리 위 파란 불꽃이 더 크게 타올랐습니다.
"모두 들어라. 내일이 보름이니, 인간 세상으로 가는 문이 열릴 것이다. 방망이, 참나무, 안개는 준비를 단단히 하거라. 무쇠골의 이판서는 악행을 저지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불꽃대장의 선언에 모든 도깨비들이 환호했습니다. 방망이는 설렘과 긴장감으로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드디어 인간 세상에 가서 진정한 도깨비로서의 첫 임무를 수행할 기회가 온 것입니다.
그날 밤, 도깨비 마을은 평소보다 더 북적거렸습니다. 인간 세상에 관한 이야기와 도깨비 장난에 대한 조언이 오갔습니다. 방망이는 선배 도깨비들로부터 인간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 도깨비불을 숨기는 법, 인간의 눈을 속이는 법 등을 배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름달이 질 때까지 돌아오는 거야. 그 시간을 놓치면 한 달을 더 인간 세상에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마."
참나무가 진지하게 조언했습니다. 방망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것을 귀담아 들었습니다. 내일 밤, 그의 진정한 모험이 시작될 것입니다.
※ 탐관오리 이판서의 횡포, 고을의 백성들을 괴롭히는 이판서의 악행이 소개된다. 밤중에 농민의 딸을 겁탈하려다 실패하자 온 마을에 과중한 세금을 부과한다.
무쇠골은 조선의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푸른 산자락과 맑은 개울이 흐르는 아름다운 곳이었지만, 최근 들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그 그림자의 주인공은 바로 이 고을을 다스리는 이판서였습니다.
"세금을 더 내라고? 이미 지난달에 다 냈는데, 또 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늙은 농부 김홍식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마을 광장에는 이판서의 하인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하인들의 표정은 냉혹했고, 농민들의 얼굴에는 불안과 분노가 가득했습니다.
"감히 관청의 명령에 불복하느냐? 올해는 흉년이 들 조짐이 있으니 미리 세금을 걷는 것이다.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곤장 30대를 맞을 줄 알아라!"
이판서의 오른팔인 최 서리가 큰 소리로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의 등 뒤로 군사들이 위협적인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서리 나리, 이렇게 가혹하게 세금을 걷으면 우리는 먹을 것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굶어 죽을 지경입니다..."
젊은 여인 순애가 앞으로 나서서 호소했습니다. 그녀는 마을에서 제일 예쁜 아가씨로, 홀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최 서리는 순애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기름진 미소를 지었습니다.
"음, 네가 순애로구나. 사실 다른 방법도 있다. 오늘 밤 이판서 나리께서 너를 만나고 싶어하시는데, 네가 응한다면 네 가족의 세금은... 면제해 줄 수도 있겠다."
순애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분노의 웅성거림이 일었지만, 누구도 직접 나서지 못했습니다. 이판서의 권력은 절대적이었고, 그에게 반기를 드는 자는 모두 잔혹한 형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 제가 대신 가겠습니다. 우리 딸 대신 이 늙은 몸이 벌을 받겠습니다."
순애의 아버지 김노인이 떨리는 다리로 앞으로 나섰습니다.
"비켜! 늙은이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최 서리는 김노인을 거칠게 밀쳤고, 노인은 땅에 넘어져 신음했습니다. 순애가 달려가 아버지를 부축했습니다.
"아버지! 괜찮으세요?"
"순애야... 저 악귀들에게 네 몸을 맡길 수는 없다..."
그때, 마을의 젊은 장정 철산이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는 순애와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친구였습니다.
"이 무슨 횡포입니까! 백성들의 딸을 탐하는 것이 관리의 도리입니까? 차라리 저희를 다 죽이시오!"
철산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이 용기를 얻어 함께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최 서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 이놈들! 모두 반역죄로 다스릴 것이다! 군사들, 이 불순분자들을 체포하라!"
혼란 속에서 철산은 순애와 김노인의 손을 잡고 도망쳤습니다. 그들은 깊은 숲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저녁이 되자, 이판서의 저택에서는 분노의 고함이 울려 퍼졌습니다. 화려한 비단 옷을 입은 이판서는 얼굴을 붉히며 책상을 내리쳤습니다.
"어떻게 감히 그런 천한 것들이 나에게 반기를 들어? 당장 그 마을을 샅샅이 뒤져 순애를 찾아오너라! 그리고 철산이란 놈은 당장 잡아들여 곤장 100대를 치라!"
"네, 나리.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입을 다물고 있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더 무거운 세금을 물리고, 마을의 곡식을 모조리 압수해라! 굶주림이 심해지면 누군가는 반드시 입을 열 것이다. 내 명령에 불복종하는 대가가 얼마나 혹독한지 보여줘야지."
이판서의 잔인한 명령에 하인들도 몸을 떨었지만, 감히 거역할 수 없었습니다. 그날 밤, 무쇠골에는 이판서의 군사들이 집집마다 들이닥쳐 식량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괴롭혔습니다.
달빛이 숲속을 비추는 깊은 밤, 피난 온 순애와 철산, 그리고 김노인은 작은 동굴에 몸을 숨겼습니다. 김노인은 열이 나고 기침이 심해져 의식이 흐릿했습니다.
"아버지, 조금만 참으세요. 곧 나아질 거예요."
순애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철산은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이 모든 게 그 이판서 때문이야. 어떻게 하면 그 악독한 자를 벌할 수 있을까..."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바로 그 순간 숲속의 어둠 속에서 세 쌍의 빛나는 눈동자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파란 불꽃, 초록 불꽃, 보라 불꽃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인간들이 정말 불쌍하네요. 우리가 도와줘야 해요!"
작은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사라졌습니다. 도깨비들의 심판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 도깨비들의 잠입, 방망이와 선배 도깨비들이 인간 세상에 잠입해 이판서의 저택을 관찰한다. 방망이는 이판서의 악행을 목격하고 분노한다.
보름달이 하늘 높이 떠오른 밤, 숲속의 거대한 바위 사이로 파란 빛이 일렁였습니다. 도깨비 세계와 인간 세계를 잇는 문이 열린 것입니다. 파란 불빛이 사그라지자 세 도깨비가 인간 세상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우와, 여기가 인간 세상이구나! 생각보다 냄새가 더 지독하네."
방망이가 코를 찡그리며 말했습니다. 키 큰 도깨비 참나무가 그의 어깨를 툭 쳤습니다.
"조용히 해, 방망이. 인간들이 들을라."
"인간들은 우리를 보지 못해요. 도깨비는 원할 때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걸 잊었어요?"
보랏빛 안개처럼 빛나는 여도깨비 안개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녀는 공중에 떠다니며 주변을 살폈습니다.
"이판서의 저택은 마을 북쪽에 있을 거예요. 저기 불빛이 많은 곳이 분명 그곳일 거예요."
세 도깨비는 어둠 속을 누비며 마을을 지나쳤습니다. 가난한 농가들은 이미 잠에 들어 어둠에 싸여 있었지만, 유독 한 저택만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밤의 세계를 침범한 거대한 괴물 같았습니다.
"저기다! 인간들이 '관아'라고 부르는 곳이야."
참나무가 손가락으로 가리켰습니다. 세 도깨비는 담장을 훌쩍 뛰어넘어 저택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기에, 문지기들은 그들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치스러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비단 장식과 값비싼 그림들, 화려한 가구들... 굶주리는 백성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저런, 인간들 중에서도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안개가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때 큰 방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 무능한 놈들! 아직도 그 계집을 찾지 못했단 말이냐?"
분노에 찬 목소리였습니다. 도깨비들은 소리를 따라 방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화려한 관복을 입은 중년 남자가 하인들을 꾸짖고 있었습니다. 그가 바로 이판서였습니다.
"송구합니다, 나리.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변명 말고! 내일까지 그 순애를 찾아오지 못하면 너희 모두 곤장을 맞을 줄 알아라!"
이판서는 술잔을 내던졌고, 하인은 겁에 질려 방을 빠져나갔습니다. 홀로 남은 이판서는 잠시 후 악랄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 계집, 내가 꼭 차지하고 말 테다. 그리고 그 반역자 철산은... 흐흐흐, 생각만 해도 즐겁구나."
방망이의 머리 위 파란 불꽃이 분노로 더 크게 타올랐습니다.
"저 나쁜 인간! 다른 인간들을 괴롭히고, 여자 인간을 강제로..."
참나무가 재빨리 방망이의 입을 막았습니다.
"참아. 아직은 때가 아니야. 우리는 먼저 상황을 파악해야 해."
세 도깨비는 저택 곳곳을 누비며 이판서의 악행을 목격했습니다. 마을에서 빼앗은 곡식들이 창고에 가득했고, 뒷방에서는 이판서의 하수인들이 백성들을 어떻게 더 괴롭힐지 모의하고 있었습니다.
"충분히 봤어요. 이제 어떻게 할까요?"
안개가 물었습니다. 참나무는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일단 순애와 철산, 그리고 김노인을 찾아보자. 그들을 도와야 해."
도깨비들은 다시 숲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발자국과 체취를 따라 동굴을 찾아냈고, 그곳에서 세 인간을 발견했습니다. 김노인은 열에 시달리고 있었고, 순애와 철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돌보고 있었습니다.
"저 인간들을 도울 방법이 필요해요."
방망이가 속삭였습니다. 그때 그의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좋은 생각이 있어요! 이판서에게 장난을 치면서, 동시에 이 인간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요!"
방망이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그의 첫 번째 도깨비 장난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습니다.
※ 첫 번째 장난, 도깨비들이 이판서에게 첫 번째 장난을 친다. 중요한 문서가 사라지고, 술잔의 술이 물로 변하는 등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새벽녘, 이판서는 악몽에서 깨어났습니다. 꿈에서 그는 끝없는 어둠 속에서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습니다. 땀에 젖은 채로 일어난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이게 웬 냄새냐?"
방 안에는 이상한 냄새가 가득했습니다. 썩은 생선과 같은 고약한 냄새였습니다. 이판서는 하인을 불렀습니다.
"누가 내 방에 악취를 풍기게 했느냐? 당장 찾아내라!"
하인들이 허둥지둥 방을 뒤졌지만, 냄새의 원인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판서의 중요한 문서들이 모두 사라진 것입니다.
"내 문서! 어제 분명히 여기 있었는데!"
이판서는 격노했습니다. 문서들은 그가 백성들에게서 불법으로 뜯어낸 세금 기록이었습니다. 그것들이 사라진다면 그의 비리가 탄로날 수도 있었습니다.
사실 문서들은 방망이가 훔쳐 숲속 동굴로 가져간 것이었습니다. 그는 문서를 철산에게 전달했고, 철산은 그것이 이판서의 죄를 밝힐 증거임을 깨달았습니다.
"이건... 이판서가 조정에 보고한 것보다 세 배나 많은 세금을 걷었다는 증거야!"
철산의 눈이 빛났습니다. 물론 그는 도깨비의 존재를 알지 못했고, 문서가 갑자기 나타난 것을 기적이라 생각했습니다.
한편, 관아에서는 더 많은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판서가 마시려던 술이 갑자기 쓴 물로 변했고, 그가 앉으려던 의자가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밥그릇에서는 개구리가 튀어나왔고, 신발 속에는 진흙이 가득 찼습니다.
"여기에 요괴가 있다! 누가 나를 저주한 것이냐!"
이판서는 미친 듯이 소리쳤습니다. 하인들은 공포에 질려 있었고, 아무도 그 이상한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하하하! 인간의 반응이 정말 재밌어요!"
방망이는 공중에 떠다니며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참나무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안개는 더 신중했습니다.
"장난은 재밌지만, 우리의 진짜 목적을 잊지 마세요. 순애의 아버지를 치료해야 해요."
안개는 숲으로 돌아가 김노인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도깨비 마법을 사용해 약초를 찾아 차를 끓였고,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김노인에게 마시게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김노인의 열이 금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열이 내렸어요! 어떻게 된 거지?"
순애는 기뻐하며 아버지의 이마를 만졌습니다. 김노인은 약간 혼란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이상하구나... 꿈에서 보랏빛 안개가 나에게 약을 주는 것 같았어..."
그 말에 철산과 순애는 서로 눈을 마주쳤습니다.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안개는 그들 옆에서 미소짓고 있었습니다.
한편, 방망이와 참나무는 관아로 돌아와 더 큰 장난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이판서의 침실에 살아있는 뱀들을 풀어놓았고, 그의 옷장 속 비단 옷들은 모두 썩은 천으로 변했습니다.
"으악! 이게 무슨 일이냐!"
이판서의 비명이 관아 전체에 울려 퍼졌습니다. 하인들과 군사들도 이상한 일들을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백성들을 괴롭히는 데 앞장섰던 이들에게 더 심한 장난이 벌어졌습니다.
"이제 진짜 재미있는 일이 시작됐어요!"
방망이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그의 머리 위 파란 불꽃이 즐거움으로 춤추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초보 단계의 장난만 친 것이었습니다. 진짜 도깨비 심판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 판서의 광기와 도깨비의 심판, 점점 더 미쳐가는 이판서. 도깨비들은 최후의 장난을 준비한다. 방망이는 원한에 사로잡힌 농민들의 영혼을 모아 특별한 심판을 계획한다.
사흘째, 무쇠골 관아는 완전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이판서는 점점 더 광기에 사로잡혀 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방에서 나오지 않고 음식도 거의 먹지 않았습니다. 하인들은 그의 방에서 들려오는 혼잣말 소리에 공포를 느꼈습니다.
"저주... 누가 나를 저주한 거야... 분명 그 여자... 순애... 그녀가 무당이라도 된 게 틀림없어..."
이판서는 흐트러진 머리와 충혈된 눈으로 방 안을 서성였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된 기이한 현상들로 그는 거의 미쳐가고 있었습니다. 밤에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고, 낮에도 물건들이 저절로 움직였습니다. 그의 음식은 항상 썩어 있었고, 잠은 항상 악몽으로 가득했습니다.
"나리, 조정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최 서리가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렸습니다.
"들어오지 마! 아무도 들이지 마!"
이판서가 광기 어린 목소리로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최 서리의 표정은 심각했습니다.
"나리, 대감께서 친히 오셨습니다. 세금 문서가 조작되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고 하십니다."
이 말에 이판서는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는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관아 마당에는 조정에서 파견된 관리들이 서 있었고, 그 앞에 철산이 증인으로 서 있었습니다. 철산의 손에는 이판서가 잃어버린 문서들이 들려 있었습니다.
"이럴 수가... 저 천한 놈이..."
이판서는 이제 자신의 파멸이 가까워졌음을 느꼈습니다. 그는 도망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되면 몰래 관아를 빠져나가 국경을 넘을 생각이었습니다.
한편, 도깨비들은 숲속에서 마지막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방망이의 장난 덕분에 이판서는 이미 정신적으로 붕괴되어 있었고, 문서는 철산의 손에 들어가 이판서의 비리가 탄로났습니다. 하지만 도깨비들은 아직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마지막 심판을 할 시간이에요."
방망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의 눈에는 결의가 빛났습니다.
"무슨 계획이 있는 거니, 방망이?"
참나무가 물었습니다. 방망이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이판서 때문에 고통받다 죽은 많은 영혼들이 있어요. 그들을 모아 도깨비 재판을 열 거예요."
안개의 눈이 커졌습니다.
"도깨비 재판? 그건 수백 년 동안 열리지 않았어. 불꽃대장님도 허락하지 않으실 거야."
"대장님은 우리에게 정의로운 심판자가 되라고 하셨어요. 이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진정한 정의예요."
방망이의 결연한 태도에 참나무와 안개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들은 마을 주변을 돌며 이판서에게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한 영혼, 또 한 영혼... 죽은 자들의 원한은 깊었고, 그들은 도깨비의 부름에 기꺼이 응했습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숲은 더욱 음산해졌습니다.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어둠이 깊었습니다. 이판서는 몰래 관아를 빠져나왔습니다. 그는 숲을 통과해 다음 고을로 가려 했습니다. 하지만 숲에 들어서자 길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다... 분명 이쪽이 길인데..."
이판서는 점점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의 주변으로 파란 도깨비불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불빛들이었지만, 점점 더 많아지고 커졌습니다.
"누, 누구냐!"
이판서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습니다. 그때 그의 앞에 방망이가 나타났습니다. 작은 도깨비의 머리 위로 파란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이판서, 당신의 죄를 심판받을 시간입니다."
방망이의 목소리는 어린아이 같았지만, 그 안에는 오랜 세월의 지혜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판서는 눈앞의 기이한 존재에 겁에 질렸습니다.
"도, 도깨비...!"
그의 비명과 함께, 주변의 도깨비불들이 일제히 그를 향해 달려들었습니다. 이판서의 의식은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 도깨비 재판과 결말, 이판서는 꿈속에서 도깨비 재판정에 서게 된다. 자신이 괴롭힌 모든 사람들이 증인으로 나타나고, 그의 죄가 낱낱이 밝혀진다. 다음날 아침, 이판서는 산 속 동굴에서 정신을 잃은 채 발견되고, 마을에는 평화가 찾아온다.
이판서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이상한 공간에 있었습니다. 사방이 푸른 안개로 둘러싸인 가운데, 그는 커다란 바위로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앞에는 더 큰 바위들이 원형으로 놓여 있었고, 그 위에 도깨비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바위에는 불꽃대장이 앉아 있었습니다.
"인간 이판서, 너는 지금 도깨비 재판정에 있다. 네 죄를 심판받기 위해."
불꽃대장의 목소리는 우레와 같이 울려 퍼졌습니다. 이판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이, 이건 꿈이야... 도깨비는 미신일 뿐..."
"꿈이라고?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불꽃대장이 손을 휘두르자, 안개가 걷히며 여러 영혼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판서가 알고 있는 얼굴들이었습니다. 세금을 내지 못해 죽은 농부, 굶어 죽은 아이들, 그의 명령으로 처형된 사람들...
"이들이 미신이더냐? 네가 죽인 이들의 영혼이다!"
이판서는 공포에 질려 바위 의자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증인들을 데려오라."
방망이가 나서서 첫 번째 증인을 불렀습니다. 그것은 3년 전에 죽은 노인의 영혼이었습니다.
"이 사람은 세금을 내지 못해 감옥에 갇혔고, 거기서 병들어 죽었습니다. 그의 땅은 이판서가 차지했죠."
다음 증인은 젊은 여인의 영혼이었습니다.
"그녀는 이판서의 수청을 들지 않아 강에 던져졌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자살했다고 거짓말했죠."
증언들이 계속되었고, 이판서의 얼굴은 점점 더 창백해졌습니다. 그의 모든 죄악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마침내 방망이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마지막 증인은 제 할아버지입니다. 백여 년 전, 이판서의 조상이 저희 할아버지를 죽이고 방망이로 만들었습니다. 그 방망이는 대대로 이판서 가문에 전해져 내려왔죠."
이판서는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그가 항상 곁에 두던 오래된 방망이가 사실은 도깨비의 영혼이었다는 사실에.
"판결을 내리겠다."
불꽃대장이 일어섰습니다. 모든 도깨비와 영혼들이 숨을 죽였습니다.
"인간 이판서, 너의 죄는 너무 무겁다. 네가 죽인 이들의 숫자만큼 네 영혼은 갈기갈기 찢겨 도깨비 세계와 인간 세계 사이를 떠돌아다닐 것이다. 그리고 백 년 동안 매일 밤 너는 오늘 밤의 재판을 다시 겪게 될 것이다."
불꽃대장의 선고와 함께, 이판서의 비명이 울려 퍼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순찰을 돌던 마을 사람들이 깊은 숲속 동굴에서 이판서를 발견했습니다. 그는 살아있었지만, 완전히 미쳐버린 상태였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도깨비... 재판... 용서해달라..."라는 말만 중얼거렸습니다.
며칠 후, 조정에서 새로운 관리가 파견되었고, 무쇠골은 평화를 되찾았습니다. 이판서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빼앗긴 땅과 재산은 원래 주인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철산은 그의 용기를 인정받아 마을의 이장이 되었고, 순애와 그녀의 아버지도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보름달이 다시 뜬 밤, 도깨비들은 인간 세계와 도깨비 세계를 잇는 문으로 돌아갔습니다.
"첫 임무, 성공적이었네요!"
방망이는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참나무와 안개도 미소를 지었습니다.
"네가 정말 용감했어, 방망이. 할아버지도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다음에 또 인간 세계에 올 수 있을까요?"
방망이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물론이지. 불의한 인간들은 항상 있고, 도깨비의 심판도 계속되어야 하니까."
참나무의 말에 세 도깨비는 웃으며 푸른 빛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작은 도깨비불만이 잠시 빛나다 꺼졌습니다.
무쇠골 사람들은 이후로도 이상한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고 말합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의 집에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어려움에 처한 선한 사람들에게는 뜻밖의 행운이 찾아온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것이 모두 도깨비들의 장난이라고 믿게 되었고, 그래서 해가 지면 도깨비들을 위해 작은 음식을 문 앞에 놓아두는 풍습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깊은 밤 숲속에서 파란 불빛이 춤추는 것을 본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장난꾸러기 도깨비 방망이와 그의 친구들이 다시 인간 세계를 방문한 것일까요?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들려드린 '아, 이 못된 도깨비: 양반보다 더 똑똑한 밤의 장난꾼들'은 어떠셨나요? 조선시대, 불의한 인간들을 심판하고 선한 이들을 돕던 도깨비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왜 이렇게 도깨비 이야기를 많이 만들었을까요? 어쩌면 그것은 불공정한 세상에서 정의를 바라는 마음이 만들어낸 소망이 아니었을까요? 힘없는 백성들은 직접 대항할 수 없었던 권력자들에 대한 심판을 도깨비라는 존재를 통해 상상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의 밤이 도깨비들의 착한 장난으로 가득 차길 바랍니다. 댓글로 여러분이 들었던 도깨비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도 잊지 마시고요!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