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약초꾼을 사랑한 산신령의 딸 (청구야담)

    태그 (15개)

    #약초꾼, #산신령딸, #산신령, #직진녀, #순박한총각, #힐링야담, #웃긴이야기, #한국설화, #청구야담, #조선로맨스, #코믹야담, #유쾌한이야기, #오디오드라마, #시니어오디오북, #전설의고향
    #약초꾼 #산신령딸 #산신령 #직진녀 #순박한총각 #힐링야담 #웃긴이야기 #한국설화 #청구야담 #조선로맨스 #코믹야담 #유쾌한이야기 #오디오드라마 #시니어오디오북 #전설의고향

     

    후킹멘트

    "심마니가 산삼을 캐러 갔다가, 산신령의 금지옥엽 외동딸에게 제대로 찍혔다?! 순박하기가 동네 누렁이 뺨치는 약초꾼 돌쇠와, '내 남편은 내가 고른다!'며 귀하디귀한 산삼을 무 뽑듯 퍼다 주는 직진녀 산신령 딸의 대환장 코믹 로맨스! 딸바보 산신령의 뒷목 잡는 소리가 깊은 산속을 쩌렁쩌렁 울리는데… 과연 돌쇠는 무사히 살아남아 장가갈 수 있을까요? 배꼽 빠지게 유쾌한 조선시대 로맨스가 시작됩니다!"

    ※ 1: 약초꾼 돌쇠, 깊은 산속에서 미녀를 만나다

    조선시대 강원도 첩첩산중, 호랑이도 길을 잃고 헤맨다는 험하디험한 태백산 자락 아랫마을에는 돌쇠라는 이름의 젊은 약초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올해 나이 스물여덟, 남들은 벌써 자식 농사를 지어 학당에 보낼 나이였지만 돌쇠는 아직 장가도 가지 못한 쑥맥 중의 쑥맥이었습니다. 하지만 산을 오르내리며 단련된 허벅지는 장승 기둥처럼 튼실했고, 바위도 맨손으로 들어 올릴 만큼 힘이 장사였습니다. 게다가 심성은 어찌나 곱고 순박한지,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 밟을까 봐 까치발을 들고 다닐 정도로 착해 빠진 총각이었습니다. 돌쇠의 유일한 걱정거리는 연로하신 홀어머니의 약값을 버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맹수 무섭다며 꺼리는 깊은 산속까지 홀로 약초를 캐러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어느 늦은 봄날, 돌쇠는 어머니의 기력을 보충할 귀한 약초를 찾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깊은 골짜기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참을 땀 흘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짙은 안개가 사방을 에워싸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기이한 곳에 당도하게 되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마저 푸르스름하게 보일 만큼 신비롭고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 숲이었습니다.

    '아이고, 여, 여기가 어디다냐? 내가 태백산 바닥을 십 년 넘게 뒤집고 다녔건만, 이런 요상한 골짜기는 생전 처음 보는구먼. 털이 쭈뼛 서는 것이 아무래도 산군(山君) 님 구역에 잘못 들어온 것 같아.'

    돌쇠는 잔뜩 겁을 집어먹고 등짐을 고쳐 매며 서둘러 발길을 돌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머리 위쪽 커다란 떡갈나무 가지에서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듯한, 맑고 까르르거리는 여인의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호호호! 어디서 굴러들어 온 멧돼지인가 했더니, 아주 튼실하게 잘생긴 총각이네? 다리통 굵은 것 좀 봐. 아주 내 마음에 쏙 드는구먼!"

    깜짝 놀란 돌쇠가 엉덩방아를 찧으며 위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제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름드리 떡갈나무의 굵은 나뭇가지에 웬 절세미녀가 거꾸로 매달려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것도 모자라 여인의 곁에는 집채만 한 거대한 산돼지 한 마리가 마치 강아지처럼 얌전히 앉아 여인의 손길을 받고 있었습니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 앵두 같은 입술, 바람에 흩날리는 긴 머리카락은 분명 사람이 맞는데, 하는 행동이나 풍기는 기운은 도무지 인간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으아아악! 구, 구미호다! 사람 살려! 나, 나는 아직 장가도 못 간 홀어머니의 외아들이오! 고기도 질기고 맛도 없으니 제발 간만은 파먹지 말아 주시오!"

    돌쇠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두 손을 싹싹 빌기 시작했습니다. 그 우스꽝스러운 꼴을 본 여인은 떡갈나무에서 깃털처럼 사뿐히 뛰어내렸습니다. 땅에 발이 닿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습니다. 여인은 바닥에 엎드린 돌쇠의 턱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쓰윽 들어 올리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머, 총각. 눈망울이 꼭 우리 집 뒷마당에 사는 노루 새끼처럼 크고 맑네? 나는 구미호 같은 짐승 쪼가리가 아니야. 이 태백산을 호령하시는 위대한 산신령님의 금지옥엽 외동딸, 아랑이라고 해. 넌 이름이 무어야?"

    "도, 돌쇠… 돌쇠라고 하옵니다만… 사, 산신령님의 따님이시라고요? 아이고, 쇤네가 무엄하게도 신선님의 구역을 침범하였나이다! 당장 눈을 깔고 산을 내려갈 터이니 목숨만 살려주십시오요!"

    아랑은 덜덜 떠는 돌쇠의 넓은 어깨를 툭툭 치며 호탕하게 웃었습니다.

    "목숨을 빼앗긴 왜 빼앗아? 이렇게 훤칠하고 잘생긴 사내를! 십 년 넘게 산속에서 도 닦는 흰수염 할아버지들만 보다가, 너처럼 젊고 힘 좋은 총각을 보니 내 가슴이 다 콩닥거리는구나. 돌쇠라고 했지? 너, 오늘부터 내 서방 해라!"

    "예에?! 서, 서방이요? 그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 떨어지는 소리십니까요!"

    돌쇠는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직진밖에 모르는 산신령의 딸 아랑은 이미 돌쇠의 순박한 눈빛과 튼실한 허벅지에 푹 빠져버린 뒤였습니다.

    '어머머, 부끄러워하는 것 좀 봐. 귀에까지 새빨갛게 물이 들었네. 하늘의 선관들보다 훨씬 귀엽고 사내답잖아? 아버지가 정해준 늙은 이무기 녀석이랑 혼인하느니, 차라리 이 풋풋한 인간 총각을 내 남편으로 삼겠어!'

    아랑은 눈을 반짝이며 돌쇠의 소매를 덥석 붙잡았습니다.

    "내가 서방 하라면 서방 하는 거야! 잔말 말고 기다려. 내가 내일 네 집 문앞으로 아주 기가 막힌 혼수품을 챙겨서 찾아갈 테니까! 아참, 우리 아버지가 눈치가 빠르시니 오늘은 이만 산을 내려가. 길은 내가 뚫어줄게!"

    아랑이 손뼉을 짝! 하고 치자, 짙게 깔려 있던 안개가 기적처럼 걷히며 마을로 내려가는 오솔길이 훤히 드러났습니다. 돌쇠는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으로 바구니를 챙겨 들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친 듯이 산을 내달려 도망쳤습니다. 등 뒤로 "돌쇠 서방! 내일 꼭 봐!" 하는 아랑의 발랄한 외침이 산울림이 되어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돌쇠의 이마에서는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졌고, 산신령의 딸에게 제대로 찍혀버린 쑥맥 총각의 험난하고도 유쾌한 운명이 비로소 시작된 것입니다.

    ※ 2: 직진녀 아랑의 무지막지한 애정 공세

    그날 밤, 돌쇠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방구석에 벌벌 떨며 몸을 웅크렸지만, 귓가에는 낮에 들었던 아랑의 까르르 웃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맴돌았습니다. '산신령님의 따님이 내 서방이 되라니… 내가 드디어 산을 타다 미쳐서 헛것을 본 것이 틀림없어. 그래, 내일은 태백산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고, 저 멀리 동네 뒷산에나 가서 쑥부쟁이나 캐자.' 돌쇠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다음 날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태백산과는 정반대 방향인 야트막한 동네 뒷산 언덕배기로 발걸음을 옮겼지요.

    하지만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직진녀, 산신령의 딸을 너무 얕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돌쇠가 콧노래를 부르며 동네 뒷산 어귀에 도착했을 때, 떡갈나무 아래 넓적한 바위 위에는 이미 화사한 비단옷을 입은 아랑이 다리를 꼬고 앉아 있었습니다. 심지어 아랑의 곁에는 어제 본 집채만 한 멧돼지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어머, 우리 돌쇠 서방! 내가 어제 집 앞으로 간다니까 왜 이리 빙빙 돌아서 오셔? 나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잖아!"

    "으아아악! 아, 아씨! 도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겁니까요! 제발 저 좀 그만 쫓아다니십시오. 이러다 동네 사람들에게 요물에게 홀렸다고 몰매를 맞습니다요!"

    돌쇠가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치자, 아랑은 섭섭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습니다.

    "요물이라니, 말버릇이 그게 무어야? 명색이 태백산 산신령님의 고명딸이신데! 그리고 산신령 딸이 산에 있는 남편 하나 못 찾을까 봐? 자, 잔말 말고 이것부터 받아. 내가 서방 주려고 우리 아버지 보물창고에서 몰래 훔쳐… 아니, 정성껏 챙겨온 혼수품이야!"

    아랑이 바위 뒤에서 커다란 칡잎으로 싼 보따리 하나를 꺼내어 돌쇠의 발밑으로 툭 던졌습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돌쇠가 조심스럽게 다가가 칡잎을 열어보는 순간, 두 눈이 화들짝 커지며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헉! 이, 이것은… 산삼?! 그것도 잔뿌리가 이렇게 풍성하고 뇌두가 굵은 것을 보니 최소 백 년은 족히 넘은 천종설삼(天種雪蔘) 아닙니까요! 하나도 아니고 무려 다섯 뿌리나!"

    약초꾼 경력 십 년에 이렇게 크고 영롱한 산삼은 난생처음이었습니다. 부르는 게 값이라, 한 뿌리만 팔아도 기와집 세 채는 거뜬히 살 수 있는 그야말로 신령스러운 보물이었습니다. 돌쇠의 손이 사시나무 떨리듯 바들바들 떨렸습니다.

    "아씨! 이 귀한 것을 어찌 제게… 아니, 산신령님께서 아시면 대노하셔서 제게 벼락을 내리실 텐데요! 저는 못 받습니다! 아니, 안 받겠습니다!"

    아랑은 답답하다는 듯 자리에서 훌쩍 뛰어내려와 돌쇠의 팔짱을 덥석 끼며 콧소리를 냈습니다.

    "아유, 우리 샌님 서방. 걱정도 팔자셔. 아버지는 지금 바둑 두시느라 정신없으셔서 창고가 빈 줄도 모르셔! 이거 장에 내다 팔아서 어머니 좋은 고기반찬도 해드리고, 우리 신혼집도 번듯하게 하나 장만해. 남은 건 우리 서방 푹 달여 먹고 밤에 힘 좀 쓰라고 가져온 거니까 사양 말고 덥석 받기나 해!"

    "밤에 힘을 쓰라니요! 그게 무슨 남사스러운 말씀이십니까요!"

    얼굴이 토마토처럼 붉게 달아오른 돌쇠가 팔을 빼려 발버둥을 쳤지만, 연약해 보이는 아랑의 팔힘은 웬만한 장사 뺨치게 강해서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랑은 돌쇠의 품으로 파고들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머나, 팔뚝에 힘 들어가는 것 좀 봐. 아주 단단한 게 내 맘에 쏙 든다니까. 우리 아버지 잔소리가 좀 무섭긴 하지만, 이런 진국인 사내를 놓칠 순 없지!'

    아랑의 막무가내 애정 공세는 그날 이후로도 매일같이 이어졌습니다. 돌쇠가 칡을 캐러 가면 칡뿌리 대신 천 년 된 영지버섯을 무더기로 안겨주었고, 도라지를 캐러 가면 주먹만 한 동충하초를 앞치마 가득 쏟아부어 주었습니다. 산신령의 밭에서 귀한 약초들을 마치 무 뽑듯 쑥쑥 뽑아다 바치는 통에, 돌쇠의 지게는 매일같이 전설 속의 약초들로 터져나갈 지경이었습니다. 돌쇠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어머니의 병환을 고칠 수 있다는 생각에 차마 아랑의 선물을 내치지 못했습니다.

    "아씨… 이러다 정말 큰일 납니다. 산신령님께서 아시면 저를 당장 호랑이 밥으로 던져주실 텐데요."

    "걱정 말라니까 그러네! 우리 아버지가 소리는 벼락같이 쳐도 딸바보라 내가 엉엉 울면서 드러누우면 결국 다 들어주신다니까? 돌쇠 서방은 나만 믿고 며칠 뒤에 혼례복이나 예쁘게 지어놔!"

    아랑은 천진난만하게 까르르 웃으며 돌쇠의 볼에 기습적으로 쪽! 하고 입을 맞추고는 바람처럼 산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얼어붙은 듯 서 있던 돌쇠는 자신의 볼을 쓰다듬으며 멍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기겁을 하던 처음과는 달리, 어느새 아랑의 그 당돌하고 발랄한 매력에 돌쇠의 순박한 마음도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풋풋하고도 기상천외한 밀회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태백산 꼭대기, 산신령의 동굴에서 심상치 않은 분노의 기운이 피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3: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엔 안 돼!"

    태백산 가장 깊은 곳, 구름이 발아래로 깔리는 신선들의 거처. 하얀 수염이 배꼽까지 내려오는 위엄 넘치는 태백산 산신령은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참이었습니다. 산신령은 기지개를 켜며, 애지중지 키우는 오백 년 묵은 천종산삼 밭을 둘러보기 위해 뒷짐을 지고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에헴, 내일모레가 옥황상제님의 생신이시니, 우리 밭에서 제일 실한 산삼을 캐어 진상해야겠구나. 상제님께서 아주 기뻐하시겠지. 허허허."

    그런데 산삼 밭에 당도한 산신령의 미소가 일순간 차갑게 얼어붙었습니다. 푸른 이끼 사이로 붉은 열매를 자랑하며 고고하게 뻗어 있어야 할 천종산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귀하디귀한 영지버섯 밭은 마치 멧돼지 떼가 휩쓸고 지나간 것처럼 파헤쳐져 있었고, 이슬만 먹고 자란다는 동충하초는 뿌리째 뽑혀 듬성듬성 빈자리만 휑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이, 이게 무슨 변고란 말이냐! 어떤 간 큰 도적놈이 감히 산신령의 보물밭에 손을 댔단 말이냐! 여봐라! 산군(山君)! 산군 녀석 어디 있느냐!"

    산신령이 들고 있던 지팡이로 땅을 쾅! 하고 내려치자, 태백산이 쩌렁쩌렁 울리며 황소만 한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헐레벌떡 뛰어와 납작 엎드렸습니다. 호랑이는 눈치를 슬금슬금 보며 앞발로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어흐흠… 산신령님, 대노하심을 거두시옵소서. 그, 그것이… 외부에서 침입한 도적의 짓이 아니옵고…."

    "외부 도적이 아니면? 설마 이 늙은이가 잠결에 내 밭을 다 뜯어먹기라도 했단 말이냐! 바른대로 고하지 않으면 네놈의 꼬리털을 몽땅 뽑아버릴 것이다!"

    호랑이는 침을 꼴깍 삼키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고했습니다.

    "그게… 아랑 아씨께서 어제저녁에 커다란 칡 망태기를 메고 오시더니, 산삼이며 영지버섯이며 눈에 띄는 대로 푹푹 뽑아서 산 아래로 내려가셨사옵니다. 소인이 말리려 하였으나, 아씨께서 '시집갈 때 혼수품 챙겨가는 거니까 방해하면 호랑이 가죽으로 목도리를 만들어버리겠다'고 협박을 하시는 바람에…."

    "무, 무어라?! 아랑이가?! 시집을 가?!"

    산신령은 뒷목을 부여잡고 비틀거리다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금지옥엽 외동딸이 시집을 간다는 것도 청천벽력 같은데, 아버지의 귀한 보물들을 도둑질해다 혼수품으로 바쳤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습니다.

    "당장 아랑이를 잡아 오너라! 대체 어떤 놈팡이에게 홀렸기에 산신령의 딸이 이리 앞뒤 분간을 못한단 말이냐!"

    잠시 후, 머리에 진달래꽃을 꽂고 콧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듯 동굴로 들어온 아랑은 분노로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아버지를 보고도 전혀 기죽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리에 두 손을 얹으며 당당하게 맞섰습니다.

    "아버지! 부르셨사옵니까? 안 그래도 제가 드릴 말씀이 있었는데 잘됐네요. 저 산 아래 사는 돌쇠라는 총각이랑 혼인할 거니까, 다음 달 길일 잡아서 잔치 준비나 해주셔요!"

    "이, 이 몹쓸 녀석아! 네가 단단히 미쳤구나! 산신령의 핏줄이 미천한 인간 녀석과 혼인을 하다니, 가당키나 한 소리냐! 게다가 내 귀한 산삼 밭을 쑥대밭으로 만든 것이 정녕 네 짓이냐!"

    산신령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직진녀 아랑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아유, 아버지도 참! 쩨쩨하게 산삼 몇 뿌리 가지고 왜 이리 화를 내셔요? 그거 땅에 다시 씨 뿌리면 오백 년 뒤에 또 자랄 텐데! 그리고 돌쇠 서방이 미천하다니요! 종아리 굵기가 아름드리 소나무만 하고,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예쁜데요. 홀어머니 모시고 사는 효자 중에 효자란 말이에요! 제가 시집가서 잘 살면 아버지도 좋으신 거 아니에요?"

    "시끄럽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절대 안 된다! 네가 기어코 내 말을 거역하겠다면, 내 그 돌쇠라는 놈을 당장 벼락을 내려 구워버릴 것이다!"

    아버지의 무시무시한 협박에 아랑은 지지 않고 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아아아악! 몰라! 벼락 치면 나도 같이 맞고 죽어버릴 거야! 돌쇠 서방 아니면 절대 시집 안 가! 아버지가 정해준 저기 북쪽 연못의 음침한 이무기 녀석한테 시집가느니 차라리 죽어버릴 거라고요!"

    딸바보 산신령은 바닥에서 뒹구는 딸을 보며 어쩔 줄 몰라 쩔쩔맸습니다. 아무리 호통을 쳐도 결국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 법. 산신령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쯧쯧, 내 자식이지만 저 고집을 뉘가 꺾겠누. 벼락을 내린다 한들 진짜 같이 죽겠다고 덤빌 녀석이지. 좋아, 그 돌쇠라는 놈이 얼마나 대단한 녀석이기에 우리 아랑이가 저리 넋이 나갔는지 내 직접 확인해 보아야겠다. 만약 쥐알만 한 흠집이라도 발견된다면, 그 핑계로 당장 두 녀석을 떼어놓으리라!'

    산신령은 속으로 기막힌 묘안을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딸 몰래 인간 총각의 됨됨이를 시험하기 위한, 산신령의 험난하고도 기상천외한 사위 면접이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 4: 호랑이로 변신한 산신령의 사위 면접

    동굴 바닥에 드러누워 발버둥을 치며 떼를 쓰는 외동딸 아랑을 간신히 달래어 방으로 들여보낸 산신령은, 동굴 밖으로 걸어 나오며 백발이 성성한 수염을 신경질적으로 쓰다듬었습니다. 산신령의 두 눈에는 불꽃이 튀는 듯했습니다. 감히 태백산을 호령하는 산신령의 금지옥엽 같은 딸을 홀린 것도 모자라, 귀하디귀한 오백 년 묵은 천종산삼과 신령스러운 영지버섯들을 넙죽넙죽 받아먹은 그 '돌쇠'라는 인간 녀석을 도저히 가만둘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산신령은 속으로 괘씸한 마음을 곱씹으며 벼르고 또 벼르기 시작했습니다.

    '필시 그놈은 겉보기에만 번지르르할 뿐, 속에는 구렁이 수십 마리가 아리를 틀고 있는 탐욕스럽고 교활한 사기꾼일 터! 내 귀한 산삼을 받아 챙기고 뒤로는 콧노래를 부르며 부자가 될 꿈에 부풀어 있겠지. 내 오늘 아주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짐승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그놈의 오두막을 덮쳐,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그 비겁한 본성을 낱낱이 파헤쳐주리라! 호랑이 앞에서도 그 알량한 허세를 부릴 수 있는지 똑똑히 지켜보겠다!'

    산신령은 허공을 향해 가볍게 도약하며 한 바퀴 빙그르르 돌았습니다. 펑!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짙고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인자해 보이던 백발노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집채만 한 크기에 눈에서는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는 흉포하고도 거대한 백호(白虎) 한 마리가 그 자리에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털은 눈밭처럼 새하얗고 무늬는 먹물처럼 짙었으며, 한 번 으르렁거릴 때마다 산천초목이 벌벌 떨며 고개를 숙이는 진정한 산군(山君)의 위용이었습니다. 호랑이로 변신한 산신령은 날랜 몸놀림으로 바람을 가르며 산을 굽어 내려가, 돌쇠가 홀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허름한 오두막집 근처 으슥한 가시덤불 속에 납작하게 몸을 숨겼습니다.

    마침 오두막의 사립문이 열리며 돌쇠가 마당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낡은 지게를 어깨에 짊어진 돌쇠의 걸음걸이는 천근만근 무거워 보였고, 그의 입에서는 땅이 꺼질 듯한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습니다. 호랑이로 변신한 산신령은 날카로운 송곳니를 번뜩이며 당장이라도 덤불 밖으로 뛰쳐나가려 뒷다리 근육을 팽팽하게 긴장시켰습니다. '자, 이 무시무시한 백호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지게를 내팽개치고 오줌을 지리며 도망가는 그 꼴사나운 모습을 똑똑히 감상해 주마!'

    그러나 산신령이 으르렁거리며 덤불을 거칠게 헤치고 튀어나오려는 바로 그 찰나, 돌쇠가 마당 한가운데 걸음을 멈추고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더니, 지게에 얹혀 있던 칡잎 보따리를 조심스럽게 꺼내 무릎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누가 들을세라 아주 작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아… 아랑 아씨께서 억지로 안겨주신 이 귀한 천종산삼들을 도대체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앓아누우신 어머니의 약을 달여드리고 남은 네 뿌리를 장터에 내다 팔면, 평생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기와집에 모시고 비단옷을 입혀드릴 수 있겠지. 약재상들이 굽신거리며 엽전 꾸러미를 산더미처럼 안겨줄 텐데…. 하지만, 아무리 궁핍하고 돈이 궁해도 그건 절대 안 될 말이지. 주인이 엄연히 살아계신 산신령님의 보물을 한낱 미천한 약초꾼인 내가 욕심을 내어 꿀꺽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 오늘 산에 올라가면 가장 볕이 잘 들고 물이 맑은 명당자리를 찾아서, 이 귀한 산삼들을 다시 고이 심어드려야겠다. 아씨께서 나중에 아시면 크게 서운해하시고 화를 내시겠지만, 남의 것을 함부로 탐하는 자는 결국 하늘의 천벌을 받아 패가망신한다고 어머니께서 늘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씀하셨으니…."

    돌쇠는 지게에 고이 모셔둔 칡잎 보따리를 마치 유리알 다루듯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정성스럽게 흙을 털어냈습니다. 그 순박하고도 올곧은 진심이 뚝뚝 묻어나는 돌쇠의 혼잣말을 덤불 속에서 고스란히 엿듣게 된 산신령은, 뛰쳐나가려던 앞발을 멈칫하고 허공에 든 채로 돌처럼 굳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어, 어어라? 저 녀석 지금 무어라 지껄이는 겐가? 그 어마어마한 천종산삼을 내다 팔아 팔자를 고치기는커녕, 주인이 있는 물건이라며 산에 다시 고이 심어놓겠다고? 인간이란 본디 제 눈앞에 황금이 떨어지면 부모 형제도 몰라보고 달려드는 탐욕스러운 짐승인 줄 알았거늘, 어찌 저리도 미련하리만치 정직하고 고지식한 놈이 다 있단 말인가?'

    산신령은 전혀 예상치 못한 돌쇠의 맹물 같은 반응에 스스로 머쓱해져 호랑이의 목구멍으로 헛기침을 할 뻔했습니다. 단번에 녀석의 비겁함을 들춰내려던 산신령의 콧대가 살짝 꺾이는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허무하게 물러설 수는 없었습니다. 정직함은 합격점을 줄 만하나, 거친 산속에서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야 할 사내로서의 담력과 기개를 마저 확인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산신령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이번에는 진짜로 사람이라도 단숨에 씹어 먹을 듯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덤불을 박차고 튀어나와 돌쇠의 앞을 거대하게 가로막았습니다.

    "크어어어어흥!"

    천지가 진동하고 오두막의 기와장이 들썩일 만큼 끔찍한 호랑이의 포효에, 돌쇠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소중히 안고 있던 칡잎 보따리를 품에 꽉 껴안았습니다. 시퍼런 안광을 뿜어내는 집채만 한 백호가 시뻘건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자신을 금방이라도 덮칠 듯이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보통의 평범한 인간이라면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기절을 하거나, 살려달라며 바닥에 엎드려 목숨을 구걸해야 지극히 정상인 끔찍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돌쇠의 반응은 이번에도 산신령의 얄팍한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버렸습니다. 돌쇠는 잠시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흙바닥을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지게에 꽂혀 있던 낡고 녹슨 낫을 고쳐 잡았습니다. 두 다리는 주체할 수 없이 후들거렸고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지만, 그는 백호를 향해 결코 물러섬 없는 눈빛으로 소리쳤습니다.

    "사, 산군님! 제 비록 이 산을 오르내리며 목숨을 연명하는 미천한 약초꾼이오나, 오늘만은, 오늘 이 순간만은 제 목숨을 기꺼이 내어드릴 수가 없습니다요! 저 쓰러져가는 방안에 거동을 못 하시는 불쌍한 홀어머니가 굶고 계십니다! 제가 여기서 짐승의 밥이 되어 죽으면, 제 어머니도 결국 굶어 돌아가십니다! 부디, 부디 제 불효를 가엾게 여기시어 길을 비켜주십시오! 만약 끝내 저를 뜯어먹으려 달려드신다면, 쇤네도 늙은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살아야 하니 이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낫을 휘두르며 짐승과 맞서 싸울 것입니다!"

    덜덜 떨리는 두 손으로 낡은 낫을 치켜들고, 오직 어머니를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맹수와 맞서겠다는 그 비장하고 결연한 눈빛. 호랑이로 변한 산신령의 심장이 쿵, 하고 거세게 내려앉았습니다.

    '이런 맹물 같고 바보 같은 놈을 보았나! 두려움에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리면서도 어미를 살리겠다고 호랑이 앞을 가로막다니. 참으로 보기 드문 진국 중의 진국이로구나. 허허, 우리 왈가닥 아랑이가 저 녀석의 훤칠하고 잘생긴 껍데기만 보고 홀린 것이 아니었어. 그 망아지 같은 녀석이 사내의 속을 꿰뚫어 보는 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정확하구나!'

    산신령은 속으로 연신 감탄하며 깊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시험할 것도 없이 만점 합격을 주고 둔갑을 풀려던 찰나였습니다. 어디선가 왱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커다란 말벌 한 마리가 땀 냄새를 맡고 날아와 호랑이의 커다란 콧등 위를 따끔하게 쏘고 도망가 버린 것입니다. 깜짝 놀란 호랑이가 "크아앙!" 하고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엉겁결에 두 앞발을 번쩍 치켜들고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돌쇠의 눈에는 호랑이가 마침내 자신을 찢어 발기기 위해 덮치는 것으로 오해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돌쇠는 눈을 질끈 감고 이판사판으로 손에 쥔 낫을 허공을 향해 마구잡이로 휘둘렀습니다.

    "으아아악! 어, 어머니이이!!"

    돌쇠가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내 휘두른 낡은 낫이, 허공을 가르더니 하필이면 요동치던 호랑이의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지나갔습니다. 그리고는 산신령이 그토록 애지중지 길러온 빳빳하고 멋진 호랑이 콧수염 서너 가닥을 '툭' 하고 무참히 잘라버리고 말았습니다. 산신령은 갑작스러운 수염의 상실감에 기겁을 하며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고, 돌쇠는 이 기가 막힌 틈을 타 지게도 내팽개친 채 품에 산삼 보따리만 꼭 안고 미친 듯이 산 아래로 줄행랑을 쳤습니다.

    "아이고, 내 수염! 내 귀하디귀한 백호의 콧수염!"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다시 백발노인의 모습으로 돌아온 산신령은, 댕강 잘려 나간 수염 끝을 만지며 넋이 나간 표정으로 돌쇠가 뽀얀 흙먼지를 일으키며 도망친 쪽을 망연자실 바라보았습니다.

    "허허… 이 녀석, 보기보다 힘도 장사로구나. 건국 이래 태백산 산신령의 수염을 잘라먹은 미천한 인간은 저놈이 처음이다. 어른의 수염을 벤 것은 참으로 괘씸하기 짝이 없으나… 합격이다! 이 깐깐한 늙은이의 하나뿐인 사위로 아주 차고 넘치게 훌륭한 녀석이야!"

    산신령은 짝짝이가 되어버린 수염을 쓰다듬으면서도 껄껄 유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기분 좋게 산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하지만 딸바보 아버지가 혼자 흐뭇해하며 사위 면접을 끝마치고 산을 오르는 사이, 돌쇠에게 흠뻑 빠져버린 직진녀 아랑은 아버지가 공식적인 허락을 내릴 때까지 얌전히 방구석에 앉아 기다릴 위인이 절대 못 되었습니다. 그녀의 기상천외한 납치극이 이미 막을 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 5: "서방님, 그냥 보쌈해 갈게요!"

    산신령이 둔갑한 끔찍한 백호와의 조우에서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살아 돌아온 돌쇠는, 그날 밤부터 사시나무 떨듯 앓아눕고 말았습니다. 식은땀을 비 오듯 쏟으며 고열에 시달리던 돌쇠는, '산신령님께서 단단히 노하셔서 나를 벌하시려 호랑이를 보내신 게 틀림없어. 내 그 귀한 산삼을 덥석 받아온 탓이다. 아랑 아씨와의 이 얼토당토않은 인연을 당장 끊어내야 어머니도 나도 무사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깊은 자책감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달 밝은 밤이었습니다. 여전히 열이 오르락내리락하며 자리에 누워 신음하던 돌쇠의 낡은 방문이 별안간 덜컹거리더니, 짙은 꽃향기와 함께 누군가 불쑥 방 안으로 들이닥쳤습니다.

    "서방님~ 나 왔어! 어머나, 이게 웬일이야? 며칠 안 본 사이에 잘생긴 얼굴이 왜 이리 반쪽이 되게 핼쑥해졌어? 내가 그 귀한 산삼 푹 달여 먹으라고 그리 신신당부를 했건만, 여태 안 먹고 고이 모셔둔 거야?"

    화사한 다홍치마를 펄럭이며 마치 제집 안방처럼 쳐들어온 여인은 다름 아닌 아랑이었습니다. 아랑은 돌쇠가 심하게 앓아누운 것도 모른 채 해맑게 웃으며 다가와, 돌쇠의 뜨거운 이마 위에 자신의 서늘하고도 부드러운 손을 턱 하니 얹었습니다. 그 청량한 손길에 화들짝 놀라 번쩍 눈을 뜬 돌쇠는, 귀신이라도 본 듯 기겁을 하며 방구석으로 몸을 웅크렸습니다. 놀란 가슴에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 아씨! 여, 여긴 한밤중에 어인 일로… 제발 당장 산으로 돌아가십시오! 며칠 전 낮에 태백산 산군님께서 제 오두막 앞까지 찾아와 저를 잡아먹으려 하셨습니다! 산신령님께서 우리가 만나는 것을 아시고 단단히 노하셨으니, 우리의 이 몹쓸 인연은 당장 여기서 끝내야만 합니다요!"

    "뭐라고? 우리 아버지가 호랑이를 보냈다고? 아이고, 참나! 기가 막혀서! 우리 아버지가 또 쩨쩨하게 둔갑술 흉내를 내면서 내 서방님을 겁주셨나 보네! 그 양반, 덩치만 컸지 으르렁거리기밖에 못 하는 이빨 빠진 호랑이니까 신경 쓰지 마! 내가 나중에 다 털어버릴 테니까!"

    아랑은 돌쇠의 두려움 가득한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버지가 유치하게 꾸민 사위 면접 짓임을 단숨에 눈치채고는 피식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이미 백호의 공포가 뼛속까지 스며든 돌쇠의 두려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돌쇠는 아픈 몸을 비틀며 억지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렸습니다.

    "아닙니다! 다 제 욕심이 과했던 탓입니다! 저는 감히 하늘 높으신 산신령님의 귀한 따님을 넘볼 주제가 절대 못 됩니다요. 늙고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바쁜 미천한 약초꾼일 뿐입니다. 부디 저 같은 천한 놈은 까맣게 잊어주시고, 훌륭한 신선님을 만나 백년해로하십시오!"

    돌쇠의 눈물 섞인 단호한 거절에, 아랑은 팔짱을 낀 채 잠시 멍하니 그를 내려다보았습니다. 평생 태백산에서 공주 대접을 받으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하늘의 별이라도 무엇이든 손에 쥐며 살아온 산신령의 딸에게, 사내의 거절이란 단 한 번도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낯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웬걸, 아랑의 커다란 눈망울은 자존심 상해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짙은 호기심과 불타는 투지로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머? 우리 돌쇠 서방이 지금 감히 나를 차버리는 거야? 세상에나 만상에나, 이 고귀한 태백산 산신령 외동딸의 청혼을 면전에서 거절하는 인간 사내가 다 있다니! 이거 완전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잖아? 넙죽 엎드리는 흔해 빠진 사내들보다 이렇게 앙칼지게 튕기니까 매력이 열 배, 아니 백 배는 넘쳐흐르잖아!"

    아랑은 두 팔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바깥마당을 향해 앙증맞으면서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습니다.

    "야!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멧돼지 삼 형제! 당장 방으로 들어와서 우리 잘생긴 서방님 털끝 하나 안 다치게 번쩍 들어 모셔라!"

    그녀의 당당한 외침이 끝나기가 무섭게, 쿠당탕!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방문이 통째로 뜯겨 나가며 장정 서넛을 뭉쳐놓은 것보다 훨씬 거대한 멧돼지 세 마리가 방 안으로 거칠게 들이닥쳤습니다. 돌쇠가 사태를 파악하고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멧돼지들은 능수능란하게 이불로 돌쇠의 몸을 김밥 말듯 꽁꽁 돌돌 말더니, 마치 가벼운 짐짝처럼 등 위에 번쩍 짊어지고 일어났습니다.

    "으아아악! 사, 사람 살려! 아씨, 대체 이 밤중에 저를 어디로 끌고 가시려는 겝니까요! 우리 어머니가 옆방에서 주무시고 계십니다요!"

    "호호호! 서방님이 하도 비싸게 굴며 튕기시니 나도 어쩔 수 없잖아? 말로 해서 안 들으면 내가 그냥 짐짝처럼 보쌈해 가는 수밖에! 어머니 걱정은 붙들어 매! 내가 산에서 내려올 때 곰 세 마리 시켜서 한 달 내내 먹을 좋은 꿩고기랑 토종꿀을 잔뜩 가져다 놓고 지극정성으로 모시라고 당부해 놨으니까! 자, 이제 어서 우리 태백산 꼭대기 신혼집으로 가자꾸나! 이랴!"

    그렇게 조선 팔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산신령 딸의 인간 총각 보쌈 납치극'이 화려하게 막을 올렸습니다. 어두운 산비탈 길을 거대한 멧돼지들의 등에 업혀 미친 듯이 쿵쿵거리며 튀어 올라가는 돌쇠의 애달픈 절규가 골짜기를 쩌렁쩌렁 울렸지만, 아랑은 그저 신이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폴짝폴짝 앞장설 뿐이었습니다.

    한편, 호랑이 면접을 끝내고 무척이나 흐뭇한 마음으로 동굴에 돌아와, 날이 밝으면 딸에게 정식으로 혼인을 허락하려 헛기침을 가다듬고 있던 산신령은, 이불에 둘둘 말려 강제로 납치되어 온 흙투성이 사위의 꼴을 보고 그만 기가 막혀 들고 있던 명아주 지팡이를 바닥에 툭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아, 아니… 이, 이 망할 왈가닥 녀석아! 명색이 고귀한 신선의 핏줄이, 야밤에 타인 가문의 귀한 장정을 강제로 보쌈을 해 오다니! 아무리 사내가 좋아도 체통이 없어도 유분수지, 이게 대체 무슨 상놈의 짓거리란 말이냐!"

    "어머, 아버지도 참! 이불 밖으로 도망치려는 샌님은 일단 잡아다 놓고 안방에 들이는 게 화끈한 태백산 스타일 아니에요? 쩨쩨하고 유치하게 호랑이로 변신해서 애나 겁주고 말이야! 아버지가 그렇게 나오시니 나도 강수를 둔 거죠! 아무튼 나 우리 돌쇠 서방이랑 오늘 밤 당장 물 떠다 놓고 혼례 올릴 거니까, 아버지는 서둘러서 주례나 서 주셔요!"

    기가 막혀 뒷목을 잡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산신령과, 멧돼지 등에서 넋이 나간 채 덜덜 떨며 살려달라 애원하는 돌쇠, 그리고 당당하게 팔짱을 끼고 콧방귀를 뀌는 직진녀 아랑. 달빛이 쏟아지는 태백산 꼭대기 신령스러운 동굴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유쾌하고도 기상천외한 강제 상견례가 시끌벅적하게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 6: 신장개업 '산신령 한약방'

    우여곡절 끝에, 딸의 막무가내 고집에 두 손 두 발 다 든 산신령의 헛기침 섞인 주례사로 마침내 혼례를 올리게 된 두 사람. 하지만 뼛속까지 흙을 파고 땀을 흘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실한 약초꾼 돌쇠는, 태백산 꼭대기에 앉아 신선들처럼 구름이나 타고 다니며 이슬이나 받아먹고 허송세월할 위인이 절대 못 되었습니다. 가만히 앉아 장인어른이 가꿔놓은 산삼이나 얻어먹고 지내는 것을 하루하루 바늘방석처럼 여기던 돌쇠가, 어느 날 아랑의 무릎을 베고 누워 조심스럽게 제안을 꺼냈습니다.

    "부인… 제가 비록 높으신 산신령님의 사위가 되어 이리 호사를 누리고 있으나, 평생 땀 흘려 일하지 않으면 몸에 가시가 돋는 천한 성미입니다. 제가 평생 산을 타며 배운 것이라고는 약초를 다루고 병든 이를 보살피는 일뿐이니, 산 아래 마을에 작은 한약방이라도 차려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요. 늙으신 제 어머니도 그곳에 모시고 싶고요."

    아랑은 서방님의 갸륵하고 기특한 생각에 두 눈을 반짝이며 물개박수를 치며 환호했습니다.

    "어머, 우리 서방님 생각도 어쩜 이리 바다처럼 깊으실까! 좋아, 한약방 당장 차리자! 이왕 차리는 거 동네 돌팔이 의원들이 쓰는 쩨쩨한 잡초 말고, 우리 태백산 보물창고에서 귀하디귀한 약재들 팍팍 꺼내다가 앓아눕는 세상 사람들 다 기적처럼 고쳐주자고! 내가 약재 조달은 팍팍 밀어줄게!"

    그리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산 아래 마을 장터 한복판에는 '태백당'이라는 이름의 전무후무한 기적의 한약방이 으리으리하게 문을 열게 되었습니다. 대표 원장은 약초꾼 출신의 순박한 돌쇠, 부원장은 텐션과 열정이 넘쳐흐르는 산신령 딸 아랑이었습니다. 태백당이 짓는 탕약의 약효는 개업 첫날부터 그야말로 조선 팔도를 발칵 뒤집어놓는 전설이 되었습니다. 오늘내일하며 숨이 넘어가던 아흔 살 노인도 태백당에서 지어준 탕약을 한 사발 시원하게 들이켜고 나면, 다음 날 지붕 위로 뛰어올라 기와를 갈았고, 십 년 동안 누워 지내던 앉은뱅이도 약재를 달인 연기만 맡고도 벌떡 일어나 꽹과리를 치며 춤을 추었다는 기상천외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나갔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랑이 밤마다 아버지가 잠든 틈을 타 산삼 밭과 영지버섯 밭에서 신령스러운 하늘의 약초들을 몰래 쑥쑥 뽑아다가 멧돼지들을 시켜 한 트럭씩 실어다 날랐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감기 환자에게도 천 년 묵은 더덕이 처방되었고, 체한 아이에게는 용의 비늘만큼 귀하다는 적하수오가 듬뿍 들어갔으니 병이 안 낫고 배길 재간이 없었던 것입니다.

    어느 날 아침, 헐레벌떡 태백당 문을 부수고 들어온 아랫마을 김 서방이 울상이 되어 소리쳤습니다.
    "아휴, 돌쇠 의원님! 큰일 났구먼유! 우리 집 전 재산인 누렁 송아지가 밤새 뭘 잘못 주워 먹었는지 쫙쫙 설사를 하고 거품을 무네? 제발 좀 살려주슈!"

    돌쇠가 진맥을 가려 약상자를 열기도 전에, 옆에서 약을 찧고 있던 아랑이 큼지막한 무 하나를 툭 던지듯 김 서방에게 내밀었습니다.
    "걱정 마슈, 김 서방! 이 오백 년 묵은 태백산 천종산삼 반 뿌리만 송아지 여물에 싹싹 섞어 먹여 봐! 내일 아침이면 송아지가 미쳐 날뛰면서 밭을 열 마지기는 혼자 갈아엎을 테니까!"

    "부, 부인! 그 귀하디귀한 산삼을 소에게 처방하면 어떡합니까요! 장인어른께서 이 사실을 아시면 이번엔 호랑이가 아니라 벼락을 내리시며 대노하십니다요!"
    돌쇠가 새파랗게 질려 아랑의 치맛자락을 당겼지만, 아랑은 콧방귀를 뀌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유, 쪼잔하게 굴지 마 서방님! 우리 아버지가 어제 열 받아서 씩씩거리면서도 밭에 새로 씨를 쫙 뿌려놔서 창고에 썩어나게 많단 말이야. 사람 목숨이든 짐승 목숨이든 불쌍한 생명 살리는 게 제일 좋은 거지! 아끼다 똥 된댔어!"

    아랑의 통 큰 우주급 스케일 덕분에 태백당 앞에는 매일 새벽부터 전국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고, 줄이 산 중턱까지 이어질 지경이었습니다. 구름 위에서 이 모든 광경을 내려다보던 산신령은, 자신의 피땀 어린 보물들이 동네 똥개 관절염 치료제나 송아지 설사약으로 쓰인다는 기막힌 사실에 매일 뒷목을 잡고 수염을 쥐어뜯었습니다. 하지만 딸바보 아버지는 병이 나은 백성들이 태백당 앞마당에 엎드려 돌쇠 부부를 향해 눈물을 흘리며 절을 올리는 모습을 볼 때면, 헛기침을 하면서도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에잉, 쯧쯧쯧. 내 귀한 산삼과 영지가 동네 개똥구멍 약재로 쓰이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로다. 하지만… 뭐, 옥황상제님 생신상에 진상할 것만 빼고는 녀석들 쓰고 싶은 대로 실컷 퍼다 쓰라고 내버려 두어라. 저 정직하고 미련한 사위 녀석이 약초를 비싼 값에 허투루 팔아먹어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고, 헐벗은 백성들에게 고루 덕을 베푸니 그 공덕이 하늘에 닿을 것이다. 저리 선업을 쌓아두면 내년에 내 귀여운 손주 녀석이 태어날 때 복이 듬뿍 묻어나겠지. 암, 그렇고말고. 허허허."

    딸과 사위의 기상천외한 한약방 동업은, 뒷목 잡는 산신령의 묵인과 폭풍 같은 지원 아래 인간 세상에 널리 이로움을 퍼뜨리며 매일매일 시끌벅적하게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 7: 천생연분 찰떡궁합

    태백당의 명성이 조선 팔도를 넘어 청나라까지 알려질 무렵, 돌쇠와 아랑의 산마을 신혼일기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이 시끌벅적하고 유쾌하게 흘러갔습니다. 겉보기에는 하늘과 땅 차이처럼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보다 더 완벽한 찰떡궁합 천생연분이 없었습니다.

    바지런하고 섬세한 돌쇠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마당을 쓸고 어머니의 병수발을 들었으며, 환자 한 명 한 명의 맥을 짚으며 밤늦게까지 탕약을 달였습니다. 반면, 태백산 제일의 왈가닥인 아랑은 가만히 앉아 약재를 써는 일보다는 멧돼지를 타고 산을 휙휙 날아다니며 장인어른의 밭을 털어(?) 약초를 조달하는 행동대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때로는 아랑이 부엌에 들어가 서방님을 위해 요리를 한답시고, 천 년 묵은 하수오를 깍두기 썰듯 썰어 넣고, 인삼을 파채처럼 썰어 넣은 '신선표 인삼 깍두기'나 '영지버섯 파전'을 만들어내어 돌쇠를 식겁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부, 부인… 이 국물에서 나는 냄새는 필시 옥황상제님 진상용이라는 불로초 냄새가 아닙니까요. 제가 이걸 먹었다간 코피가 터져서 오늘 밤잠을 못 잘 것입니다요."
    "아휴, 서방님은 참! 낮에 침 놓느라 기운을 쏙 뺐으니 팍팍 먹고 힘을 내야지! 내가 우리 아버지 침상 밑에 숨겨둔 거 몰래 빼온 거니까 한 방울도 남기지 말고 싹 다 마셔!"

    그러던 어느 눈 내리는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태백당에 남루한 누더기를 걸치고 허리가 기역 자로 굽은 백발의 낯선 노인 한 분이 지팡이를 짚고 콜록거리며 찾아왔습니다. 몰골이 어찌나 꾀죄죄하고 냄새가 나는지 다른 환자들이 코를 막고 자리를 피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돌쇠는 눈살 하나 찌푸리지 않고 버선발로 뛰어나가 노인을 상석에 모시고는, 자신의 화로를 노인 쪽으로 밀어주며 정성껏 언 손을 녹여주었습니다.

    "어르신, 날이 이리도 찬데 어찌 얇은 홑적삼만 입고 오셨습니까. 어디가 편찮으신지 제게 찬찬히 말씀해 보시지요."

    돌쇠가 노인의 차가운 손목을 짚고 진맥을 하려는데, 노인이 쉰 목소리로 한탄하며 말했습니다.
    "콜록콜록… 내가 평생 산에서 나무를 하다 늙어버렸는데,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고 아파서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소. 허나 주머니에 동전 한 닢 없는 거지 신세라 약을 지을 돈이 없는데, 소문 듣자 하니 이 집 원장이 그렇게 마음이 태평양 같다고 해서 염치 불고하고 찾아왔소이다."

    그 말을 들은 돌쇠는 망설임 없이 약장 깊숙한 곳에서, 아랑이 가져온 약재 중에서도 가장 귀하고 비싼 백년 묵은 녹용과 산삼을 아낌없이 듬뿍 꺼내어 탕약을 달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탕약을 노인의 두 손에 쥐여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어르신, 돈 걱정은 훌훌 털어버리십시오. 저도 가난한 홀어머니를 모시고 약초꾼으로 평생을 살아 돈 없는 서러움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이 약을 드시고 쾌차만 하신다면 그보다 더 큰 약값이 어디 있겠습니까. 언제든 아프시면 부담 갖지 말고 제 한약방을 찾아주십시오."

    따뜻한 탕약을 받아 든 노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리더니, 이내 굵은 눈물이 주름진 뺨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펑! 하는 하얀 연기와 함께 남루했던 노인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위엄 넘치고 눈부신 흰 수염을 휘날리는 태백산 산신령이 그 자리에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장, 장인어른?! 아니, 어찌 누더기를 걸치시고…."
    돌쇠가 깜짝 놀라 바닥에 넙죽 엎드리자, 안방에서 낮잠을 자던 아랑도 뛰쳐나와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산신령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돌쇠의 어깨를 꽉 잡아 일으켜 세웠습니다.

    "허허허! 일어나라, 이 미련하고도 착한 내 사위야! 네놈이 재물이 모이자 초심을 잃고 건방져졌을까 걱정되어 이 늙은이가 몰래 변장을 하고 찾아와 시험을 해본 것이다. 헌데 돈 한 푼 없는 노인에게 가장 귀한 약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 어진 마음을 보니, 내 훔쳐 간 약초들이 하나도 아깝지가 않구나! 너야말로 인간 세상에 내려보낸 진정한 산신령이 아니더냐!"

    산신령은 돌쇠의 손을 꼭 맞잡으며 처음으로 사위를 향한 진심 어린 인정과 축복을 내렸습니다. 아랑은 신이 나서 아버지와 남편의 목을 끌어안고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습니다.

    그날 이후, 장인어른의 든든한 빽(?)까지 정식으로 얻게 된 돌쇠와 아랑 부부는 거칠 것이 없었습니다. 가끔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날엔 아랑이 눈을 치켜뜨며 "서방님 자꾸 고집부리면 내가 멧돼지 시켜서 다시 산 꼭대기로 보쌈해 간다!"라고 귀여운 으름장을 놓았고, 돌쇠는 헛기침을 하며 "허허, 그 보쌈이라면 내 기꺼이 한 번 더 당해주리다" 하며 부인을 와락 안아주곤 했습니다. 산신령의 왈가닥 외동딸과 순박하고 우직한 약초꾼의 대환장 로맨스는, 척박한 인간 세상에 따뜻한 생기와 웃음을 널리 퍼뜨리는 유쾌한 기적이 되어 태백산 자락에 오랫동안 아름다운 전설로 남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구독자 여러분, 순박한 돌쇠와 당돌한 산신령 딸 아랑의 유쾌한 로맨스, 어떻게 들으셨나요? 산삼을 무 뽑듯 퍼주며 멧돼지 보쌈까지 감행하는 직진녀의 매력과, 두려움 속에서도 따뜻한 선의를 잃지 않는 돌쇠의 우직함에 푹 빠지지 않을 수 없네요. 때로는 엉뚱하고 기상천외한 인연이 세상을 따뜻하게 덥히는 기적이 되기도 한답니다. 여러분 곁에도 넝쿨째 굴러온 산삼 같은 귀한 인연이 있으신가요? 오늘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꾹 눌러주시고요! 다음 이 시간에도 배꼽 잡고 웃음 빵 터지는 재미난 조선시대 야담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웃음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