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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반의 콧대를 꺾은 조선의 밤손님,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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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립션

    조선 후기, 교만한 양반 김판서와 그의 콧대를 꺾은 장난꾸러기 도깨비들의 한판 승부. 신분과 권위로 모든 것을 재단하던 양반이 밤마다 찾아오는 신비한 손님들로 인해 점차 변화하게 됩니다. 웃음과 풍자, 그리고 교훈이 담긴 이 이야기는 민중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조선시대 양반사회의 모순을 꼬집은 통쾌한 야담입니다.

    후킹멘트

    깊은 밤, 당신의 잠자리에 예고 없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면? 조선시대 최고의 권력자 양반을 어찌할 수 없게 만든 작은 장난꾸러기들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밑바닥 백성들도 함부로 대하던 김판서, 그가 자신의 위엄과 권위로는 어찌할 수 없는 특별한 손님들을 만나게 됩니다. 매일 밤 그의 안방을 찾아와 장난을 치고, 심지어 그의 양반 체면을 땅에 떨어뜨리는 이 불청객들은 과연 누구일까요? 오늘 밤, 조선시대의 계급사회를 꼬집고 인간의 교만함에 경종을 울리는 '양반의 콧대를 꺾은 조선의 밤손님, 도깨비'를 들으며 웃음과 교훈을 함께 만나보세요.

    ※ 교만한 양반 김판서의 일상, 주인공과 배경 소개

    조선 정조 시대, 한양에서 멀지 않은 양주 땅에 김판서라는 양반이 살고 있었다. 그는 조정에서 판서 벼슬을 지낸 후 고향으로 돌아와 넓은 저택과 땅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의 집안은 삼대가 판서를 지낸 명문가로, 그 지역에서는 그의 말 한마디가 곧 법이나 다름없었다.

    "이놈! 어찌 감히 내 앞에서 눈을 들여다보느냐! 천한 것이 주제도 모르고!"

    봄날 아침, 김판서는 마당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젊은 소작인에게 호통을 쳤다. 그 젊은이는 단지 지난 가뭄으로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해 소작료를 조금만 늦게 내게 해달라고 부탁하러 왔을 뿐이었다.

    "판서 나리, 제발 한 달만 더 기다려주십시오. 곧 보리가 익으면 그때 틀림없이 갚겠습니다."

    소작인은 이마에 땀을 흘리며 애원했지만, 김판서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한 달이라고? 그럼 다른 천한 것들도 모두 그리 말하겠지! 내일까지다. 안 되면 너희 집에서 나가야 할 줄 알라!"

    김판서는 부채로 턱을 살짝 들어올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의 긴 수염은 봄바람에 흩날렸고, 그의 곁에 서 있던 하인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아무도 감히 그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다.

    저택 안으로 돌아온 김판서는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며 시 한 수를 읊었다. 그는 유학에 조예가 깊어 항상 자신의 학식을 뽐내길 좋아했다.

    "하늘이 돕는 자, 누가 막으리. 천하의 이치는 귀한 자는 귀하고, 천한 자는 천한 법이니..."

    그의 말을 받아적는 서생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찬사를 보냈다.

    "판서님의 지혜는 정말 하늘이 내리신 것 같습니다. 그 깊은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김판서는 만족스럽게 수염을 쓰다듬었다. 그의 일상은 이렇게 아첨과 권위로 가득 차 있었다.

    저녁이 되자 김판서는 풍성한 저녁 식사를 즐겼다. 그의 상에는 언제나 십여 가지의 음식이 가득했고, 좋은 술도 빠지지 않았다. 하인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부지런히 시중을 들었다.

    식사를 마친 후, 김판서는 안방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기름등잔 하나만 은은하게 켜둔 방 안은 고요했다. 밖에서는 밤벌레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런데 한밤중,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끼득... 끼득..."

    김판서는 잠에서 깨어 귀를 기울였다. 방 한구석에서 나는 소리였다. 짐을 보관하는 목궤 쪽에서 무언가 긁는 소리가 들려왔다.

    "쥐 녀석이 감히..."

    김판서가 짜증스럽게 중얼거리며 일어나려는 순간, 목궤의 뚜껑이 살짝 열리더니 무언가가 빠르게 방 안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너무 빨라서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쥐보다는 컸고 사람보다는 작은 무언가였다.

    "누... 누구냐!"

    김판서가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고, 그 모습도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김판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등잔을 들어 방 안을 살폈다. 아무것도 없었다. 꿈을 꾼 것일까? 아니면 정말 큰 쥐라도 있었던 것일까?

    불안한 마음으로 다시 잠자리에 누운 김판서는 쉽게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오랜만에 그의 오만한 마음에 작은 불안감이 깃들기 시작했다.

    ※ 기묘한 첫 번째 밤손님, 도깨비와의 첫 만남

    다음 날 아침, 김판서는 어젯밤의 일을 금방 잊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위엄 있는 모습으로 하인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마을 일에 간섭하며 하루를 보냈다. 저녁이 되자 그는 다시 안방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이날 밤도 비슷한 시간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끼득... 끼득... 판서 양반, 잘 주무시나요?"

    김판서는 벌떡 일어났다. 방금 들은 것은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아이처럼 앳된 목소리였다.

    "누구냐! 감히 밤중에 양반의 잠자리를 방해하다니!"

    김판서가 호통을 치자, 방 한구석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는 등잔을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비춰보았다.

    그곳에는 작은 키의 붉은 얼굴을 한 도깨비가 앉아 있었다. 머리에는 작은 뿔 하나가 솟아 있었고, 옷은 허름한 짚으로 만든 듯했다. 크기는 다섯 살쯤 된 아이 정도였다.

    "도... 도깨비?"

    김판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는 많은 서책을 읽었고 학식이 높은 양반이었기에, 도깨비란 미신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 분명히 도깨비가 있었다.

    "맞아요, 판서 양반. 저는 이 마을에 사는 도깨비랍니다. 반갑습니다!"

    도깨비는 예의 바르게 절을 하는 시늉을 했지만, 그 표정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말도 안 되는... 이게 무슨 장난이냐! 분명 마을 아이들이 나를 놀리려고 꾸민 짓이겠지!"

    김판서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도깨비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도깨비는 가볍게 한쪽으로 몸을 피하더니,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너무 빨라서 김판서의 눈으로는 따라갈 수 없었다.

    "나으리, 어찌 그리 화를 내십니까? 저는 단지 인사를 드리러 왔을 뿐인데요."

    도깨비의 목소리가 방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김판서는 어지러워 제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이놈! 당장 내 앞에서 사라져라! 안 그러면 내일 당장 무당을 불러 너를 쫓아낼 것이다!"

    도깨비는 갑자기 김판서의 바로 앞에 나타나 얼굴을 마주했다. 그의 눈은 장난기로 반짝였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가볼게요. 하지만 내일 밤에 또 올 거예요. 제 친구들과 함께요."

    말을 마친 도깨비는 갑자기 푸른 연기처럼 사라졌다. 방 안에는 김판서 혼자만 남았고, 간신히 자신의 호흡을 가다듬었다.

    "미... 미쳤구나. 내가 환각을 본 게 틀림없어. 내일은 약을 좀 지어 먹어야겠다."

    자신을 안심시키려 중얼거리던 김판서는 자리에 누웠지만,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문득 도깨비가 마지막에 한 말이 떠올랐다.

    '내일 밤에 또 올 거예요. 제 친구들과 함께요.'

    김판서는 식은땀을 흘리며 새벽이 될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김판서는 평소와 달리 안색이 좋지 않았다. 하인들은 주인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여 더욱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김판서는 마을의 의원을 불러 진맥을 받았지만, 의원은 특별한 병을 찾지 못했다.

    "나으리, 몸에는 별 이상이 없으신 듯합니다. 다만 기운이 조금 약해 보이니, 인삼과 녹용으로 보약을 지어 드시면 좋겠습니다."

    김판서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속으로는 의원이 발견하지 못한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자신이 미쳐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 점점 심해지는 도깨비들의 장난, 양반의 당혹감과 분노

    김판서는 해가 지기 시작하자 불안감에 휩싸였다. 도깨비의 말대로 오늘 밤에도 찾아온다면,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라면 어떻게 될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그는 평소보다 일찍 저녁을 마치고 방문을 굳게 잠갔다. 그리고 방 곳곳에 부적을 붙였다. 어릴 적 할머니에게서 들은 이야기로는 도깨비는 부적을 무서워한다고 했다.

    "쯧쯧, 이런 미신적인 짓을 하다니... 내가 미쳤구나."

    자신이 부적에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김판서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지만, 어젯밤의 경험은 너무도 생생했다. 그는 방 한구석에 앉아 등잔을 밝혀둔 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밤이 깊어갔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판서는 점점 안도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어젯밤의 일은 과로로 인한 환각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갑자기 방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키득키득... 판서 양반, 일찍 주무시려나 봐요?"
    "우리를 기다리셨어요? 부적까지 붙여두시고!"
    "그런다고 우리가 못 들어올 것 같았나요?"

    김판서는 눈을 크게 뜨고 방 안을 살폈다. 한 마리가 아니라 서너 마리의 도깨비들이 방 구석구석에서 나타났다. 어젯밤에 본 붉은 얼굴의 도깨비뿐만 아니라, 푸른 얼굴, 노란 얼굴, 심지어 검은 얼굴을 한 도깨비까지 있었다. 모두 작은 키에 머리에 뿔이 달려 있었고,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김판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이놈들! 감히 양반의 방에 들어와 어지럽히다니!"

    김판서는 벌떡 일어나 호통을 쳤지만, 도깨비들은 오히려 더 크게 웃으며 방 안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노란 도깨비는 김판서의 붓과 벼루를 가지고 놀았고, 푸른 도깨비는 의관을 쓰고 양반 흉내를 내고 있었다. 검은 도깨비는 심지어 김판서의 비단 이불을 끌고 다녔다.

    "당장 내려놓아라! 그것은 귀한 물건이다!"

    김판서가 소리치자 붉은 도깨비가 앞으로 나섰다.

    "판서 양반, 하루 종일 사람들에게 호통치느라 목이 아프지 않으세요? 우리는 재미있게 놀러 왔을 뿐인데, 왜 그리 화를 내시나요?"

    "재미있게 놀다니? 이것이 놀이냐! 남의 집에 무단침입하여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이?"

    김판서가 분노에 차서 말하자, 도깨비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모두 손뼉을 쳤다. 순간, 방 안의 모든 물건들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내려앉았다.

    "이런! 내 서책들!"

    김판서는 자신의 귀한 서책들이 바닥에 흩어지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그중에는 선조 때부터 가문에 내려오던 유서 깊은 책들도 있었다.

    "오늘은 이 정도로 하고 가겠습니다, 판서 양반. 내일 밤에는 더 재미있는 놀이를 가져올게요."

    붉은 도깨비가 웃으며 말했고, 다른 도깨비들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는 모두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방 안은 완전히 어질러져 있었다. 책은 바닥에 흩어져 있었고, 의관은 구겨져 있었으며, 이불은 진흙 발자국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김판서는 무력감에 주저앉았다.

    다음 날 아침, 하인들은 방 안의 惨狀을 보고 깜짝 놀랐다. 특히 김판서가 항상 정갈하게 유지하던 의관과 서책들이 어질러져 있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나리?"

    노복 중 한 명이 조심스레 물었다. 김판서는 어두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쥐가... 많이 들었다. 오늘 당장 포수를 불러 쥐를 잡도록 해라."

    물론 그가 말한 '쥐'가 진짜 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모두 알았지만, 감히 더 물어볼 수는 없었다. 하인들은 묵묵히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무당과 도사의 실패한 퇴치 시도, 절정의 갈등

    김판서는 그날로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무당을 불러들였다. 백발이 성성한 그 무당은 이 지역에서 수십 년간 귀신을 쫓고 병을 치료해 온 경험 많은 사람이었다.

    "들어보니 도깨비라 하셨소만, 나리. 그것 참 이상한 일이오. 요즘같이 문명한 세상에 도깨비라니..."

    무당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지만, 김판서의 단호한 눈빛을 보고는 더 이상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그 귀신이나 도깨비, 무엇이든 쫓아내기만 하면 후하게 사례하겠다."

    김판서의 말에 무당은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는 향을 피우고 징을 치며 큰 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그리고 방 곳곳에 새로운 부적을 붙이고, 소금을 뿌리고, 쑥을 태우는 등 온갖 의식을 행했다.

    "이제 됐소, 나리. 오늘 밤부터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오."

    무당은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김판서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판서는 후한 사례금을 주며 무당을 보냈다.

    하지만 그날 밤, 도깨비들은 더 큰 무리로 찾아왔다. 이번에는 일곱 마리의 도깨비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들은 무당이 붙여놓은 부적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것들로 우리를 막을 수 있을 것 같나요, 판서 양반?"

    붉은 도깨비가 말하며, 손가락으로 부적을 가리키자 부적이 재가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무... 무슨 도깨비들이 이리 강한가!"

    김판서는 경악했다. 도깨비들은 이제 단순히 물건을 어지럽히는 것을 넘어, 김판서를 직접 놀리기 시작했다. 검은 도깨비가 김판서의 갓을 가로채 쓰고는 양반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

    "이놈들, 내 앞에서 감히 눈을 들어 쳐다보느냐! 천한 것들이 주제도 모르고!"

    검은 도깨비가 김판서의 오만한 말투를 흉내 내자, 다른 도깨비들은 배를 잡고 웃어댔다. 김판서의 얼굴은 분노와 수치심으로 붉게 달아올랐다.

    다음 날, 김판서는 더 강한 힘을 빌리기로 했다. 이번에는 멀리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도사를 불러들였다. 그 도사는 도술에 능하다고 소문난 사람이었다.

    "나으리, 제가 살펴보니 이것은 분명 악한 도깨비들의 장난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제 도술로 반드시 물리치겠습니다."

    도사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김판서의 방에 특별한 부적과 함께 도교의 신비한 도구들을 설치했다. 특히 방 한가운데는 도사가 직접 그린 신비한 부적이 놓여 있었다.

    "이 부적은 어떤 요괴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밤, 그 도깨비들이 나타나면 이 부적의 힘으로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김판서는 반신반의하면서도 도사의 말을 믿고 싶었다. 그는 도사에게도 후한 사례를 약속했다.

    밤이 되자, 김판서는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런데 정말로 한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김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나 자정이 지나자, 익숙한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판서 양반, 오늘은 더 강한 분을 모셨군요?"

    붉은 도깨비가 방 구석에 나타났다. 이어서 다른 도깨비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도사가 그렇게 강력하다던 부적이..."

    김판서가 놀라서 방 가운데 놓인 부적을 보니, 그 부적 위에 푸른 도깨비가 앉아 버섯을 먹고 있었다.

    "이 버섯 정말 맛있어요! 판서 양반께도 드릴까요?"

    도깨비들은 이전보다 더 대담하게 방 안을 헤집고 다녔다. 이제 그들은 김판서의 수염을 당기고, 그의 이불을 빼앗아 공중으로 던지기도 했다. 김판서는 완전히 무력해져 그들의 장난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나으리께서는 평소에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셨나요? 우리보다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셨죠?"

    붉은 도깨비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김판서는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날 밤 이후, 김판서는 완전히 기가 꺾였다. 무당도, 도사도 도깨비들을 물리치지 못했다. 과연 이 괴롭힘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는 것일까?

    ※ 소년 하인의 조언과 깨달음, 전환점

    무당과 도사의 실패 이후, 김판서는 완전히 지쳐버렸다. 밤이면 도깨비들이 찾아와 장난을 치고, 낮에는 그 피로로 인해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었다. 그의 안색은 창백해졌고, 오만하던 태도도 사라졌다. 하인들은 주인의 이런 변화를 이상하게 여겼지만, 아무도 감히 묻지 못했다.

    어느 날 오후, 김판서는 마당 한편에서 홀로 앉아 한숨을 쉬고 있었다. 그때 열세 살쯤 된 어린 하인 돌쇠가 다가왔다.

    "나리, 물 한 잔 가져왔습니다."

    김판서는 무심코 물잔을 받아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어린 하인이 직접 물을 가져오는 것도 꾸짖었을 테지만, 요즘의 그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고맙다."

    간단한 감사 인사를 건네자, 어린 하인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김판서가 하인에게 감사 인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나리... 혹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신가요?"

    돌쇠의 순진한 질문에 김판서는 잠시 망설였다. 도깨비 이야기를 한다면 하인들도 자신을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너무 지쳐 있었고,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만약... 만약 네가 도깨비를 본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김판서의 뜻밖의 질문에 돌쇠는 잠시 생각하더니 순수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인사를 드릴 것 같아요. 제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도깨비들은 나쁜 사람에게는 장난을 치지만, 착한 사람에게는 오히려 도움을 준다고 하셨거든요."

    김판서는 어린 하인의 말에 깊은 생각에 빠졌다. 도깨비들이 자신을 괴롭히는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자신은 항상 신분에 맞게 행동했고, 양반으로서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올바른' 행동이었는가?

    "나리, 우리 마을에 사는 김 할머니도 도깨비를 봤대요. 근데 그 도깨비가 할머니 집 마당을 쓸어주고 갔다고 해요. 할머니가 항상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물을 나눠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주셔서 그런가 봐요."

    돌쇠의 말은 김판서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는 문득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되었다. 오랫동안 그는 자신의 신분과 권위를 내세워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다. 특히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고맙다, 돌쇠야. 네 말이 큰 도움이 되었구나."

    김판서는 어린 하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것은 평생 처음 하는 행동이었다. 돌쇠는 놀란 눈으로 주인을 바라보았지만, 곧 환하게 웃으며 물러났다.

    그날 밤, 김판서는 평소와 달리 도깨비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정이 되자 예상대로 도깨비들이 나타났다.

    "판서 양반, 오늘도 놀러 왔어요. 무슨 장난을 칠까요?"

    붉은 도깨비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김판서는 이번에는 화를 내지 않았다.

    "도깨비 님들, 오늘은 화내지 않겠소. 사실... 내가 왜 이런 고통을 받는지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소."

    김판서의 예상치 못한 태도에 도깨비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붉은 도깨비가 한 걸음 앞으로 나와 김판서를 자세히 바라보았다.

    "그렇군요. 판서 양반께서 조금은 깨달으신 것 같네요. 저희가 왜 찾아왔다고 생각하세요?"

    ※ 양반의 변화와 공존의 교훈, 결말과 메시지

    김판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보니, 내가 너무 교만했던 것 같소. 내 신분과 권위만 내세워 다른 이들을 함부로 대했지... 특히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는 더 그랬소."

    도깨비들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김판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오늘 어린 하인의 말을 듣고 깨달았소. 도깨비들은 착한 사람에게는 도움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장난을 친다고... 나는 그동안 나쁜 사람이었던 게지."

    붉은 도깨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판서 양반. 우리는 단순히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아니에요. 마을 사람들이 당신을 무서워하고, 당신의 횡포에 고통받는 것을 보았어요. 특히 한 달 전, 가뭄으로 고통받던 그 젊은 소작인에게 하루 만에 소작료를 내라고 했을 때, 그는 결국 자신의 딸을 팔아야 했죠."

    김판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그런 사실을 몰랐다. 그저 규칙대로 소작료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 그랬던가? 나는 몰랐소..."

    "당신이 모르는 것들이 많아요. 당신의 위엄 뒤에 숨어 사람들의 고통을 보지 않았으니까요."

    노란 도깨비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 당신이 깨달았으니, 우리의 역할도 끝났어요. 앞으로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판서 양반?"

    김판서는 고개를 들어 도깨비들을 바라보았다.

    "내가 지금까지 잘못한 것들을 바로잡고 싶소. 어떻게 해야 할지 조언해주겠소?"

    도깨비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교만하던 양반이 이렇게 변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선, 그 소작인을 찾아가 그의 딸을 되찾아주세요. 그리고 가뭄으로 고통받는 마을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주세요. 당신의 창고에는 3년은 먹을 수 있는 양의 쌀이 있잖아요."

    김판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부터 바로 실행하겠소. 그리고... 도깨비 님들, 나를 깨우쳐 주셔서 고맙소."

    붉은 도깨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는 단지 거울일 뿐이에요. 당신의 행동을 비춰주는 거울. 이제 그 거울에 더 좋은 모습이 비치길 바랍니다."

    그날 이후, 도깨비들은 더 이상 김판서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김판서는 완전히 변한 사람이 되었다. 그는 자신의 창고를 열어 마을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눠주었고, 소작인들의 소작료를 대폭 낮추었다. 또한 그 젊은 소작인의 딸을 되찾기 위해 직접 노력했다.

    마을 사람들은 김판서의 변화에 놀랐다.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지만, 점차 그의 진심을 알아보게 되었다. 특히 어린 하인 돌쇠는 김판서를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고, 김판서는 그를 양자로 삼아 글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몇 년 후, 마을에는 김판서가 도깨비들을 만나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도깨비 판서'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오히려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김판서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이야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갔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교훈은 신분의 높낮이보다 사람의 마음씨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누구든 잘못을 깨닫고 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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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으로 '양반의 콧대를 꺾은 조선의 밤손님, 도깨비' 이야기를 마칩니다. 오늘 들려드린 이 야담은 조선시대 신분제 사회의 모순을 풍자하고, 인간의 교만함에 일침을 가하는 교훈적인 이야기입니다.

    도깨비는 우리 전통 문화에서 단순한 요괴가 아닌, 때로는 정의의 심판자로서의 역할도 담당했습니다. 특히 민중들에게 있어 도깨비는 양반들의 횡포를 바로잡아주는 희망의 존재이기도 했지요. 그들은 착한 사람에게는 복을 주고, 나쁜 사람에게는 벌을 준다는 믿음 속에서 민중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았습니다.

    김판서의 이야기처럼,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을 돌아보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교만함과 권위로 가득 찬 마음을 내려놓고, 다른 이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때, 진정한 존경과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이야기는 '마을을 지키는 장승과 도깨비의 대립'입니다. 마을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던 장승과 장난꾸러기 도깨비들 사이에 벌어지는 묘한 대결,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마을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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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밤, 창밖에서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린다면... 혹시 여러분의 행동을 지켜보는 도깨비가 아닐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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