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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야담 - 술자리에서 빛나는 조선 최고의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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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중기 문신 유성룡이 기록한 '어우야담'은 당대 조선의 기묘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담은 야담집입니다. 과거시험장의 웃지 못할 해프닝부터, 영웅들의 숨겨진 비화, 귀신과 도깨비 이야기까지. 오늘날의 술자리 썰처럼 선비들이 주고받던 이 이야기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오디오 드라마입니다. 400년 전 조선 선비들의 유머와 지혜, 그리고 그들이 남긴 재미있는 이야기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술자리에 모인 선비들
"자, 오늘도 한 잔 하자고!"
소주잔이 짤그락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술자리가 시작됩니다. 영화 감독, 소설가, 역사학자, 그리고 평범한 회사원까지 네 명의 친구들이 금요일 저녁 단골 술집에 모였습니다.
"야, 너네 요즘 SNS에서 핫한 썰 들어봤어?" 회사원 민수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소설가 지원이 한숨을 쉽니다. "또 어떤 가짜 스토리야? 요즘 애들은 너무 자극적인 것만 찾아."
"그러게. 예전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었지." 역사학자 교수가 소주잔을 비우며 말합니다.
영화감독 준혁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납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요즘 정말 재밌는 거 읽었는데... 혹시 '어우야담' 들어봤어?"
다른 세 사람은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썰 모음집이야.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트위터 모음집 같은 거지." 준혁이 신나게 설명합니다.
역사학자가 눈을 반짝입니다. "아, 유성룡이 쓴 그 책? 정말 재밌지. 민간에서 떠돌던 이야기부터 실제 역사적 인물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양하게 담겨 있어."
"그게 뭔데? 재밌어?" 민수가 호기심에 찬 눈으로 묻습니다.
준혁이 자리에 앉으며 말합니다. "그냥 재밌는 정도가 아니야. 400년 전 사람들이 술자리에서 주고받던 이야기인데, 지금 들어도 전혀 색이 바래지 않았어. 오히려 지금 SNS에 올라오는 썰보다 더 신선하고 기발해."
지원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내가 소설 쓸 때도 종종 참고하는데, 우리 조상들 상상력이 정말 대단해. 귀신 이야기, 기이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 심지어 오컬트적인 요소도 있어."
"자, 그럼 오늘은 현대의 썰 대신 400년 전 조선 최고의 썰꾼들이 남긴 이야기로 한잔할까?" 교수가 제안합니다.
"좋지!" 민수가 소주를 따르며 호응합니다. "근데 그 시대 이야기가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
준혁이 웃음을 터뜨립니다. "사람 사는 건 40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아. 오히려 지금 우리가 겪는 많은 일들이 그때도 있었다니까? 과거시험 부정행위부터 시작해서, 직장 상사와의 갈등, 연애 문제까지..."
"그래? 그럼 한번 들어볼게. 조선판 썰 풀어봐." 민수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합니다.
준혁이 목을 가다듬습니다. "그럼 먼저 과거시험장에서 벌어진 이야기부터 시작할게. 지금으로 치면 대학수능시험장의 부정행위 같은 건데..."
[음악이 바뀌며 시간 여행을 암시하는 효과음]
술자리의 배경이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임으로 서서히 변합니다. 네 친구의 목소리가 조선시대 선비들의 목소리로 전환됩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조용한 대화 소리, 묵직한 목소리들]
"자네들, 최근 과거시험에서 있었던 일 들었는가?" 갓을 쓴 중년의 선비가 입을 엽니다.
"아니, 무슨 일인가?" 다른 선비들이 관심을 보입니다.
선비는 목소리를 낮추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번 과거에서 정말 믿기 힘든 일이 있었다네..."
※ 눈먼 진사의 글씨
조선 시대 과거시험장. 수백 명의 선비들이 한 자리에 모여 붓을 놀리고 있습니다. 그들 사이에 눈이 먼 듯한 한 선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주변 사람들보다 훨씬 늦게 글씨를 쓰고 있었습니다.
"저기 봐라, 저 사람은 눈이 안 보이는 것 같은데 어떻게 시험을 치는 거지?" 시험관 중 한 명이 다른 시험관에게 속삭입니다.
"글쎄... 아마도 가족이 불쌍하다고 허락해 준 모양이지. 하지만 합격은 어려울 것이네."
시험이 끝나고 모든 답안지가 수거되었습니다. 시험관들은 답안지를 검토하기 시작했고, 놀랍게도 그 눈먼 선비의 답안이 가장 뛰어났습니다.
"이것 봐! 이 글씨는 마치 명필의 솜씨와 같고, 내용도 매우 뛰어나네!" 시험관이 감탄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이런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다른 시험관이 의아해합니다.
의심을 품은 시험관들은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들은 그 선비의 집을 찾아가 그를 관찰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집에서는 멀쩡하게 보였습니다!
[다시 현대 술집으로 전환]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민수가 술잔을 기울이며 물었습니다.
준혁이 웃으며 계속 이야기합니다. "그 선비는 사실 가짜로 눈이 먼 척한 거였어. 당시 과거시험은 아주 엄격했는데, 부정행위를 하면 심하면 사형까지 당할 수 있었지. 하지만 그 선비는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낸 거야."
"어떤 방법이었는데?" 지원이 궁금해합니다.
"그는 시험 전날 자신의 양쪽 눈꺼풀에 밀랍을 발라 눈을 뜨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 했어. 시험관들이 불쌍하게 여겨 특별히 더 많은 시간을 주었고, 그 덕분에 그는 답안을 충분히 고민하고 작성할 수 있었던 거지. 다른 선비들은 시간에 쫓겨 실수를 많이 했지만, 그는 여유롭게 최고의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어."
"와, 대박!" 민수가 감탄합니다. "근데 들통 났으면 어떻게 됐어?"
교수가 웃으며 말합니다. "그게 재밌는 부분이야. 시험관들이 그의 집에 찾아갔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이 갑자기 나았다며 하늘의 은혜라고 주장했대. 증거가 없었기 때문에 시험관들도 어쩔 수 없었지."
"근데 그 뒤에는 어떻게 됐어?" 지원이 물었습니다.
"어우야담에 따르면, 그는 결국 관직에 올랐지만 나중에 비리에 연루되어 파직되었다고 해. 역시 부정직한 방법으로 얻은 자리는 오래가지 못했나 봐."
준혁이 소주잔을 들며 말합니다. "이게 바로 400년 전 조선의 대표적인 부정행위 썰이야. 현대의 수능시험장 부정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지?"
"맞아, 사람 사는 건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네." 민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합니다.
"그럼 다음 이야기도 들려줘!" 지원이 흥미롭다는 듯 요청합니다.
준혁이 미소를 지으며 다음 이야기를 준비합니다. "다음은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기생에 대한 이야기인데..."
※ 묘한 재주의 기생
"자, 이제 다음 이야기를 들려줄게." 준혁이 술잔을 다시 채우며 말했습니다. "조선시대 최고의 기억력을 가진 기생에 대한 이야기야."
민수가 눈을 반짝이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습니다. "기생? 그렇지, 조선시대에도 연예인이 있었지!"
"그냥 연예인이 아니라 엄청난 재능을 가진 예술가였어." 역사학자 교수가 설명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대학 교수 수준의 문학 지식을 갖춘 이들도 있었지."
준혁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매화라는 기생은 특히 놀라운 재주가 있었어. 한 번 들은 시를 그대로 외울 수 있었대."
"그게 그렇게 대단한가?" 민수가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지원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가 책이나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 시대니까 그렇게 생각하지만, 조선시대에는 모든 걸 암기해야 했어. 과거시험도 수천 권의 책을 달달 외워야 볼 수 있었거든."
준혁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그 매화의 이야기를 들어볼래?"
[음악 변화, 조선시대로의 전환]
해질녘, 한양의 어느 기와집. 고관대작들과 쟁쟁한 선비들이 모인 자리에 한 아름다운 기생이 불려왔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매화.
"내 듣기로는 네가 특별한 재주가 있다고 하던데, 정말인가?" 어느 노학자가 물었습니다.
매화는 공손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과찬이십니다. 다만 귀로 들은 것을 기억하는 재주가 있을 뿐입니다."
"어디 한번 시험해 보자." 다른 선비가 말했습니다. "내가 지은 시를 한 번 들려줄 테니, 그대로 외워보거라."
선비는 자신이 며칠 전 지은 칠언절구 한 수를 천천히 읊었습니다. 매화는 눈을 감고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다 들었습니다." 매화가 선비의 시를 끝까지 들은 후 말했습니다.
"그럼 이제 내 시를 외워보거라."
놀랍게도 매화는 선비의 시를 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읊었습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일은 그다음이었습니다.
"이 시는 당나라 시인 왕유의 '산중'이라는 시를 본떠 지은 것 같습니다만, 운자 사용이 조금 다릅니다." 매화가 덧붙여 말했습니다.
방 안이 숙연해졌습니다. 선비는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그는 실제로 왕유의 시를 참고했지만, 그 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왕유의 원시도 알고 있느냐?" 다른 선비가 물었습니다.
매화는 미소를 지으며 왕유의 원시를 또박또박 읊었습니다. 선비들은 더욱 놀랐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재주로다! 그대의 스승은 누구시오?" 노학자가 감탄하며 물었습니다.
"특별한 스승은 없었습니다. 다만 열두 살 때부터 선비들이 읊는 시를 듣고 기억했을 뿐입니다."
[현대 술집으로 다시 전환]
"와, 정말 대단한 여자였네." 민수가 감탄했습니다.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단순한 기억력 자랑이 아니라 당시 기생들의 지식수준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야. 양반 남성들만 교육받을 수 있던 시대에, 기생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지식을 습득했던 거지."
지원이 생각에 잠겨 말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독학으로 박사 수준의 지식을 갖춘 셈이네. 더구나 그 시대에는 여성에게 교육 기회가 거의 없었잖아."
"그리고 기억해둬, 매화는 왕유의 시를 알았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응용한 표절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의 문학적 감각도 가지고 있었어." 준혁이 덧붙였습니다.
"지금 우리도 구글 없이 그런 표절을 알아챌 수 있을까?" 민수가 웃으며 물었습니다.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자, 이제 또 다른 이야기 들려줄게." 준혁이 소주잔을 들어올렸습니다. "이번에는 조선시대 최고위 관료인 영의정과 개구리에 얽힌 이야기야."
※ 영의정과 개구리
"조선시대 최고위 관료라면 대통령급 아냐?" 민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습니다.
교수가 웃으며 설명했습니다. "맞아. 영의정은 의정부의 수장으로 국왕 다음가는 권력자였지. 오늘날로 치면 국무총리보다 더 센 자리였어."
"근데 그런 사람이 개구리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지원이 궁금해했습니다.
준혁이 신비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그게 바로 어우야담의 매력이야. 고위 관료도 인간이라는 걸 보여주거든."
[음악 변화, 조선시대로 전환]
조선 중기, 한양의 어느 여름밤. 영의정 심의겸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마당에 자리를 펴고 누웠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더웠고, 밤이 되어도 열기가 식지 않았습니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오. 도대체 언제 시원해질까..." 심의겸이 부채질을 하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때 마당 한켠에서 "개골개골" 개구리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무심코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습니다.
"저 개구리 소리가 왜 이리 시끄러운고!" 심의겸이 짜증을 내며 하인을 불렀습니다. "저 개구리를 당장 잡아오너라!"
하인들이 황급히 마당으로 달려나가 개구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개구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감마님, 아무리 찾아도 개구리가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나 개구리 소리는 계속되었고, 오히려 더 가까이서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심의겸은 점점 더 짜증이 났습니다.
"당장 찾아내지 못하면 너희들을 처벌할 것이다!"
하인들은 촛불을 들고 마당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그러다 한 하인이 심의겸이 누워있는 자리 근처를 살펴보았습니다.
"대감마님, 혹시... 대감님 배 위에 있는 것이 개구리가 아닐까요?"
심의겸이 놀라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의 배꼽 위에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있었습니다!
"이런! 언제부터 여기에!" 심의겸이 소리쳤습니다.
알고 보니 심의겸의 배가 둥글고 땀으로 촉촉했기 때문에 개구리가 연못으로 착각하고 올라앉았던 것입니다. 개구리는 그의 배 위에서 편안하게 울고 있었습니다.
[현대 술집으로 다시 전환]
"푸하하!" 민수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조선시대 최고위 관료가 자기 배에 개구리가 앉은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준혁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맞아. 어우야담에는 이런 웃긴 일화도 있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거지."
교수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심의겸은 실존 인물이에요.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중요한 정치인이었죠. 그런 위엄 있는 인물도 이런 우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어우야담은 권력자도 결국 인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
지원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요즘 SNS에서 유명인의 망가진 모습이 화제가 되는 것처럼, 그때도 권력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은 이야기가 인기 있었던 거네."
"정확해!" 준혁이 손가락을 튕겼습니다. "인간의 본질은 시대가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아. 우리가 재밌어하는 이야기의 본질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400년 전 이야기가 지금 들어도 재밌는 거구나." 민수가 감탄했습니다.
"다음 이야기도 들려줘." 지원이 조르듯 말했습니다. "이번엔 귀신 이야기 어때?"
준혁이 미소를 지으며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그럼 이제 어우야담에서 가장 으스스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 귀신을 본 선비
"자, 이제 어우야담의 으스스한 이야기를 들려줄게." 준혁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습니다.
민수가 몸을 움츠렸습니다. "야, 소름 돋게 하지 마. 나 귀신 이야기 무서워해."
"괜찮아, 어우야담의 귀신 이야기는 단순히 무서운 것만이 아니라 교훈도 담고 있어." 교수가 설명했습니다.
준혁이 촛불을 켜며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청운의 꿈을 안고 과거시험을 보러 가던 한 선비에 관한 이야기야..."
[음악 변화, 조선시대로 전환]
저물녘, 한 젊은 선비가 말을 타고 한양으로 향하는 길이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이진사. 이번 과거에 꼭 급제하겠다는 결심으로 가슴이 부풀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해가 저물자 길은 점점 어두워졌고, 날씨마저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진사는 급히 주변에 묵을 곳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런, 이대로는 밤을 지새울 수 없겠구나." 이진사가 중얼거렸습니다.
마침 멀리 불빛이 보였습니다. 작은 산속 절이었습니다. 이진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절로 향했습니다.
"스님, 하룻밤 묵어갈 수 있을까요?" 이진사가 절에 도착해 물었습니다.
노승은 이진사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과객이시군요. 날도 궂으니 안으로 들어오십시오."
노승은 이진사를 작은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여기서 주무시면 됩니다. 다만..." 노승이 잠시 망설였습니다.
"다만 무엇입니까?" 이진사가 물었습니다.
"이 방은 가끔... 이상한 소리가 들릴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겁내지 마십시오.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이진사는 용기를 내어 대답했습니다. "괜찮습니다. 귀신 같은 것은 믿지 않습니다."
한밤중, 이진사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는 눈을 떴습니다. 방 안에 푸른 빛이 감돌았고, 한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누, 누구십니까?" 이진사가 놀라 물었습니다.
여인은 대답 없이 이진사에게 다가왔습니다. 가까이 다가온 여인의 모습에 이진사는 경악했습니다. 여인의 얼굴은 하얗게 분칠한 듯했고, 목에는 붉은 줄이 선명했습니다.
"당신... 귀신입니까?" 이진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여인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이 절에서 억울하게 죽은 혼령이오. 당신이 내 한을 풀어줄 수 있소."
"어...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놀랍게도 이진사는 공포보다 연민을 느꼈습니다.
여인은 무릎을 꿇고 애원했습니다. "내 시신이 이 절 뒤편 우물에 버려져 있소. 나를 제대로 묻어주시오. 그리고 날 죽인 승려의 죄를 밝혀주시오."
이진사는 용기를 내어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떤 승려입니까?"
"내일 아침, 당신을 맞이한 그 노승이오. 그는 나를 유혹한 후 죽였소."
[현대 술집으로 다시 전환]
"그래서 어떻게 됐어?" 민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습니다.
준혁이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이진사는 다음 날 아침, 절 뒤편 우물을 찾아가 보았대. 실제로 그곳에서 여인의 시신을 발견했고, 관아에 신고했어. 조사 끝에 노승이 죄를 자백했고, 여인은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를 수 있었지."
"와, 소름 돋는데." 민수가 몸을 떨며 말했습니다.
교수가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어우야담의 귀신 이야기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사회 비판의 성격도 있어. 이 이야기는 권력을 가진 자가 약자를 희생시키는 것에 대한 경계의 메시지를 담고 있지."
지원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자의 원한을 풀어주는 것이 살아있는 자의 의무라는 조선시대 정의관념도 보여주는군요."
"맞아. 어우야담의 이야기들은 단순한 오락거리가 아니라 당대 사회의 가치관과 문제의식을 반영하고 있어." 준혁이 말했습니다.
※ 어우야담의 현대적 의미
"야, 오늘 들은 이야기들 진짜 재밌네." 민수가 감탄했습니다. "400년 전 이야기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아."
준혁이 미소지었습니다. "그게 바로 어우야담의 매력이야.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모순을 다루는 이야기들이라 시대를 초월해서 공감할 수 있거든."
교수가 와인 잔을 들며 말했습니다. "어우야담이 오늘날까지 읽히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유성룡이라는 뛰어난 지식인이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만 모은 게 아니라, 당대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기 때문이지."
"근데 궁금한 게 있어." 지원이 물었습니다. "왜 '어우야담'이라는 제목이 붙었어? 어우가 뭐야?"
교수가 설명했습니다. "어우는 유성룡의 호야. 그의 별명이라고 보면 돼. 그러니까 '어우야담'은 '유성룡이 모은 야담집'이란 뜻이지."
"아, 그렇구나. 왠지 신비로운 제목인 줄 알았어." 민수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준혁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어우야담에 담긴 이야기들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의미가 있어. 권력자의 오만함을 꼬집는 이야기, 지식을 향한 열정을 보여주는 이야기, 사회적 약자의 지혜를 담은 이야기... 이 모든 것들이 현대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들이잖아."
지원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아. 결국 인간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 권력, 욕망, 지혜, 사랑... 이런 주제들은 시대를 초월하니까."
교수가 잔을 들어올렸습니다. "어우야담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유머를 느낄 수 있어서 기쁘네. 이런 고전이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
"나도 그 생각이야." 준혁이 동의했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고전을 어렵게만 생각하는데,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로 접근하면 훨씬 친근하게 느낄 수 있을 거야."
민수가 갑자기 번쩍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는 듯 말했습니다. "야, 이거 유튜브 콘텐츠로 만들면 어떨까? '조선판 썰전' 같은 거!"
준혁이 눈을 반짝였습니다. "좋은 생각이네! 내가 영화감독이니까 연출하고, 교수님이 고증하고, 지원이가 대본 쓰고..."
"나는?" 민수가 물었습니다.
"너는 술값!"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지원이 잔을 들었습니다. "그럼 '어우야담'을 현대에 되살리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건배!"
"건배!" 네 사람의 잔이 공중에서 맞부딪쳤습니다.
그들은 알지 못했습니다. 400년 전, 어느 술자리에서 유성룡과 그의 친구들이 나눴던 대화가 오늘 밤 이들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있는지를...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어우야담 - 술자리에서 빛나는 조선 최고의 썰'은 어떠셨나요? 400년 전 조선 선비들이 주고받던 이야기들이 오늘날에도 이렇게 생생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놀랍지 않으신가요?
눈먼 척하며 과거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한 영리한 선비, 놀라운 기억력으로 선비들을 감탄시킨 기생 매화, 배 위에 개구리가 앉은 줄도 모르고 하인들을 다그치던 영의정, 그리고 억울하게 죽은 여인의 원한을 풀어준 용감한 선비까지. 이 모든 이야기들은 유성룡이라는 뛰어난 지식인이 수집한 당대의 '핫한 썰'이었습니다.
어우야담에는 오늘 소개해 드린 이야기 외에도 수많은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의 유머와 지혜, 그리고 당대 사회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까지, 모두 이 이야기들 속에 녹아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조선시대 마을을 지켜준 수호 도깨비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도깨비는 무조건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마을을 지키고 사람들을 도와주는 존재이기도 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우리 민간 신앙 속 도깨비의 진짜 모습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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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전 선비들의 술자리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오늘 우리의 술자리에서도 계속되길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