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은혜갚는 도깨비의 돌팔매질

    태그

    #전래동화, #도깨비, #어우야담, #오디오드라마, #옛날이야기, #인생2막, #보은, #선행, #금은보화, #한양, #전설, #민담, #권선징악, #감동실화, #수면유도
    #전래동화 #도깨비 #어우야담 #오디오드라마 #옛날이야기 #인생2막 #보은 #선행 #금은보화 #한양 #전설 #민담 #권선징악 #감동실화 #수면유도

     

     

    후킹멘트"

    에잉! 이놈의 썩을 도깨비야! 사람 잠도 못 자게 또 돌을 던지는 게냐!" 조선의 중심 한양, 그 화려한 도성 밖 외딴 마을에 사는 50대 중반의 박 영감. 밤마다 지붕이 무너져라 돌을 던져대는 정체불명의 도깨비 때문에 매일 아침 화를 누르며 돌을 쓸어 모았습니다. 무려 1년 동안 쌓여 거대한 산이 된 돌무더기. 그런데 어느 날, 그 돌멩이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된 박 영감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마는데... 과연 돌산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요?

    ※ 1: 한양 도성 밖 외딴 마을

    조선의 심장이라 불리는 한양. 사대문 안은 밤낮없이 장사꾼들의 활기찬 외침과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양반들의 발걸음으로 북적였지만, 도성에서 한참을 벗어난 외딴 산기슭 마을의 풍경은 그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화려한 한양 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후미지고 척박한 이 마을의 맨 끝자락,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운 낡은 초가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지천명, 즉 쉰을 갓 넘긴 50대 중반의 박 영감이라 불리는 사내가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당시 50대 중반이면 손주를 보고도 남을 어엿한 노인 대접을 받을 나이였으나, 평생을 거친 흙바람 속에서 뼈 빠지게 일만 해온 탓에 그의 얼굴은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깊게 주름이 파여 있었고, 머리카락은 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세어 있었습니다.

    박 영감은 본래 심성이 비단결처럼 곱고 부지런한 사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팔자는 참으로 기구하고 얄궂기 짝이 없었지요. 젊은 시절에는 몇 년에 걸쳐 피땀 흘려 일군 논밭을 지독한 장마에 모조리 잃었고, 마흔을 넘긴 중년의 나이에는 마을을 휩쓴 끔찍한 괴질로 평생의 반려자였던 아내마저 허망하게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유일한 희망이었던 하나뿐인 아들 녀석은 가난을 벗어나 보겠다며 사대문 안쪽 한양 번화가로 돈을 벌러 나갔지만, 십수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서신 한 장 없이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결국 50대 중반이 된 박 영감의 곁에 남은 것은 지독한 가난과 뼛속까지 시린 외로움뿐이었지요.

    그가 살고 있는 초가집은 집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지경이었습니다. 지붕을 덮은 이엉은 제때 갈아주지 못해 군데군데 시커멓게 썩어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고, 방문은 창호지가 다 찢어져 앙상한 뼈대만 남은 상태였습니다. 매서운 겨울밤이면 그 구멍 사이로 황소바람이 사정없이 들이쳐, 박 영감의 약해진 뼈마디를 날카로운 칼처럼 후벼팠습니다. 가끔 산에서 나무를 해 내려가다 그의 집 앞을 지나는 마을 사람들은 그 참담한 광경을 보고 쯧쯧 혀를 차며 걱정스레 말을 건넸습니다. "아이고, 박 영감. 그 다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 어찌 겨울을 나려고 그러시오? 쉰이 넘은 연세에 그러다 정말 객사하고 맙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마을 장정들 몇 명 불러다가 지붕이라도 좀 덮고 문풍지라도 바르시오."

    하지만 박 영감은 그때마다 사람 좋은 헛기침을 하며 굵게 마디진 손을 훠이훠이 내저을 뿐이었습니다. "허허, 괜찮네. 이만하면 훌륭하지, 뭘 그러는가. 비록 구멍은 좀 났어도 비 안 새는 방에서 두 다리 뻗고 등 붙이고 자는 것만으로도 내겐 과분한 복인 것을. 내 걱정은 말고 자네들 길이나 어서 가시게."

    그의 살림살이는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마음마저 굶주리지는 않았습니다. 박 영감은 그 팍팍하고 없는 살림에도, 아궁이에 불을 땔 때면 행여나 산속을 헤매는 굶주린 짐승들이 불빛을 보고 찾아올까 싶어 솥 밑바닥에 눌어붙은 마지막 남은 밥 한 숟가락을 정성스레 누룽지로 긁어내어 차가운 댓돌 위에 올려두곤 했습니다. 저녁거리조차 마땅치 않아 맹물로 배를 채우는 날에도 그의 따뜻한 심성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에잉 쯧쯧... 이놈의 기구한 팔자야. 당장 내일 아침엔 또 뭘 끓여 먹고 목숨을 부지하나...'

    그렇게 깊은 한숨을 내쉬며 툇마루에 걸터앉아 한탄을 하다가도, 담벼락 밑에서 앙상하게 뼈만 남은 길고양이가 처량하게 야옹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제 몫으로 남겨둔 멀건 옥수수죽 한 그릇을 선뜻 내어주는 그런 사람이었지요. "오냐오냐. 불쌍한 녀석. 너도 나만큼이나 팔자가 참 기구하구나. 이리 와서 이거라도 먹고 기운 좀 차려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나보다는, 펄펄 뛰어다녀야 할 네 녀석이 배가 더 고프고 속이 급하지 않겠느냐."

    그날 저녁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고단한 하루의 끝이었습니다.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산 아래 마을 집집마다 굴뚝에서는 밥 짓는 구수한 연기가 피어오르는데, 박 영감의 외딴 초가집 굴뚝에서는 연기 대신 썰렁하고 축축한 한기만 맴돌았습니다. 며칠 전 이웃이 적선해 준 억센 시래기를 푹푹 삶아 소금 간만 쳐서 멀건 죽을 끓여 먹은 박 영감은 겨우 허기만 달랜 채 낡은 등잔불 밑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손마디가 툭툭 불거진 거친 손으로 다 닳아빠진 짚신을 엮으며 낮게 중얼거렸습니다.

    "이놈의 짚신도 이제는 하도 기워 신어 성한 데가 없구나. 내일 사대문 근처 난장에 가서 내가 엮은 짚신 몇 켤레를 팔아, 굵은소금이라도 한 줌 사 와야 다가오는 겨울 김치라도 담글 터인데..."

    외딴집을 감싸는 것은 오직 숨 막히는 지독한 적막뿐이었습니다. 마을에서 워낙 멀리 떨어진 산기슭 끄트머리라 흔한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습니다. 들리는 것이라고는 오직 썩은 서까래를 갉아먹는 좀벌레들의 갉작거리는 소리와 이따금씩 창호지를 흔드는 산바람 소리, 그리고 박 영감 자신의 깊은 한숨 소리뿐이었지요. 박 영감은 짚신을 내려놓고 무릎을 감싸 쥐었습니다. "아이고, 적적하다 적적해. 밉든 곱든 말동무라도 하나 있었으면 이 긴긴밤이 이리 뼈저리게 외롭지는 않으련만..." 혼잣말을 웅얼거리던 박 영감은 이내 사위어가는 등잔불을 입으로 후 불어 끄고는, 싸늘하게 식은 아랫목에 고단한 몸을 뉘었습니다. 얇디얇은 이불 하나를 턱밑까지 끌어당기며, 내일의 팍팍한 삶을 견뎌내기 위해 억지로 잠을 청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박 영감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날 밤, 자신의 조용하고 적적한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아주 시끄럽고 요란한 불청객이 찾아올 줄은 말입니다.

    ※ 2: 적막을 깨는 한밤중의 불청객

    밤이 꽤나 깊어 자시가 막 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산바람이 잦아들고 온 세상이 죽은 듯이 고요해진 시간. 박 영감은 얇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채 추위에 몸을 웅크리고 겨우 선잠에 빠져들고 있었지요. 꿈속에서 어릴 적 잃어버린 아들의 얼굴이 가물가물 보일 즈음이었습니다.

    타다닥! 탁! 투두둑!

    갑자기 낡은 초가지붕 위로 누군가 주먹만 한 돌멩이를 한 움큼 세게 뿌리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어둠을 가르고 날카롭게 울려 퍼졌습니다. 박 영감은 화들짝 놀라며 이불을 걷어차고 잠에서 번쩍 깼습니다. "뭐, 뭐냐! 이게 대체 무슨 소리여!"

    50대 늙은이의 심장이 쿵쾅쾅 요동쳤습니다. 처음에는 썩을 대로 썩은 지붕 서까래가 마침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는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소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쉴 새 없이 이어졌습니다. 타다닥! 투두둑! 탁탕! 쿵! 마치 동네에서 제일가는 짓궂은 장난꾸러기 녀석들이 지붕 위에 떼로 기어올라가 일부러 기장 옥수숫대며 썩은 이엉을 발로 쾅쾅 차고 구르는 듯한, 아주 괘씸하고도 요란무쌍한 소리였습니다.

    '필시 저잣거리 주변을 맴도는 그 못된 불량배 장난꾸러기 녀석들이 여기까지 기어올라와 몹쓸 짓을 하는 게로군!'

    박 영감은 버럭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가뜩이나 얇고 성긴 지붕인데, 저러다 구멍이라도 뻥 뚫려 찬 이슬이라도 맞게 되면 이 추운 밤에 어쩌란 말인가 싶었지요. 박 영감은 뼈마디가 쑤시는 것도 잊은 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홑적삼 바람으로 방문을 왈칵 열어젖히고 마당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이놈의 자식들! 당장 지붕에서 내려오지 못할까! 아무리 밤에 할 짓이 없기로서니, 내일모레 환갑을 바라보는 불쌍한 늙은이를 놀리는 게 그리도 재미가 있더냐! 당장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놓을 테다!"

    목청을 높여 쩌렁쩌렁 호통을 치며 지붕 위를 매섭게 훑어보았습니다. 하지만 구름 사이로 창백하게 비치는 달빛 아래, 낡은 초가지붕 위에는 사람 그림자는커녕 쥐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늘한 산바람만 휭하니 불어와 박 영감의 땀난 이마를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습니다.

    "어허... 참 기이한 일이다. 분명 누군가 지붕 위를 뛰어다니며 돌을 던졌는데..."

    박 영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서는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등 뒤, 낡은 장독대가 있는 뒤뜰 쪽에서 '쨍그랑! 와장창!' 하고 무언가 산산조각이 나는 둔탁한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습니다.

    "으악!"

    박 영감은 기겁을 하며 마당 한복판에 철퍼덕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도둑이 든 것이 틀림없다 생각한 그는 바닥에 구르는 몽둥이 하나를 움켜쥐고 소리쳤습니다. "누, 누구냐! 네놈이 정녕 거기 숨어 있는 게냐! 썩 나오지 못할까!"

    사시나무 떨듯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허공에 대고 소리쳤지만, 대답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어둠이 짙게 깔린 담장 너머 으슥한 산기슭 쪽에서 기묘하고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키득키득... 흐흐흐... 낄낄낄...

    그것은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같기도 했고, 굶주린 산짐승이 기분 나쁘게 우는 소리 같기도 한 아주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였습니다. 박 영감은 온몸에 솜털이 쭈뼛 서고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아, 아니다. 이건 사람의 웃음소리가 아니야. 동네 불량배들 장난이 절대 아니야. 그렇다면 고얀 산짐승 놈인가? 덩치 큰 멧돼지 아니면 삵?'

    그가 덜덜 떨며 뒷걸음질 치는 그때, 다시 지붕 위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타다닥! 타다닥! 타당! 쿵! 이번에는 아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소리가 크고 거칠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커다란 두 손 가득 돌멩이를 꽉 쥐고 지붕 전체에 우박을 퍼붓듯 미친 듯이 흩뿌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붕에서 흙먼지와 마른풀이 방 안으로 풀풀 날려 떨어질 지경이었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다! 산 사람 살려! 도둑이야! 아니, 귀신이야!"

    박 영감은 더 이상 그 미지의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방 안으로 도망치듯 기어 들어갔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문고리를 단단히 걸어 잠그고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쓴 채 방구석에 웅크려 앉아 벌벌 떨기 시작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요, 뉘신지는 모르오나 이 불쌍하고 가진 것 없는 늙은이를 제발 목숨만은 살려주십시오요. 가져갈 게 있다면 저기 부엌에 있는 시래기죽이라도 다 드시옵소서..."

    하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무자비한 돌팔매 소리는 그칠 줄을 몰랐습니다. 타다닥! 우수수! 탁탁! 마치 방 안에서 공포에 질려 벌벌 떠는 50대 노인의 그 애처로운 반응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신난다는 듯이, 돌 던지는 소리와 키득거리는 웃음소리는 점점 더 크고 요란해졌습니다. 박 영감은 그 끔찍한 돌멩이 튀는 소리를 자장가 삼아 뜬눈으로 공포의 밤을 꼬박 새워야만 했습니다. 멀리 한양 도성 쪽에서 희미하게 새벽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고, 근처 산사에서 아침 예불 소리가 은은하게 퍼질 때쯤에야, 그 지긋지긋하고 요란하던 소리는 마치 누군가 칼로 싹둑 자른 것처럼 거짓말같이 뚝, 하고 멈추었습니다. 날이 완전히 밝아 창호지 사이로 따스한 아침 햇살이 스며들 때까지, 박 영감은 이불 속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꼼짝도 할 수 없었습니다.

    ※ 3: 아수라장이 된 마당과 깨진 장독

    밤새 극심한 공포에 떨며 뜬눈으로 밤을 지샌 박 영감은 동창이 훤하게 밝아오고 참새들이 지저귀는 아침이 되어서야 쭈글쭈글해진 얼굴을 이불 밖으로 조심스레 내밀었습니다. 뻐근한 목을 꾹꾹 주무르며 방문을 빼꼼히 열어 밖의 동태를 살폈습니다.

    '날이 훤히 샜으니, 그 고얀 놈도 이젠 도망갔겠지...'

    다행히 간밤에 그토록 늙은이를 괴롭히던 요란하고 괘씸한 돌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 안도의 깊은 한숨을 내쉰 박 영감은 혀를 쯧쯧 찼습니다. "에잉, 퉤퉤! 간밤에 헛것이 들렸나 잠을 통 한숨도 못 잤더니만, 쉰 넘은 뼈마디가 두 배는 더 쑤시고 아픈구먼."

    박 영감은 마루 밑에 둔 낡은 짚신을 꿰어 신고는 욱신거리는 허리를 두드리며 조심스레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도대체 밤새 밖에서 무슨 난리가 있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을 해봐야 속이 시원할 것 같았기 때문이지요. 마당에 발을 내디딘 순간, 박 영감은 너무 놀라 턱이 빠질 듯 입을 떡 벌리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맙소사! 천지신명이시여, 이게 다 뭐란 말이요!"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당이라고 부를 수도 없을 만큼 처참한 난장판이었습니다. 낡은 지붕에서 굴러떨어진 것이 분명한, 어른 손톱만 한 자잘한 것부터 어른 주먹만 한 큼지막한 것까지 투박한 돌멩이들이 좁은 마당 곳곳에 수백, 수천 개나 어지럽게 흩뿌려져 있었습니다. 마치 밭을 매는 농부가 마당 전체에 돌멩이 씨앗을 잔뜩 뿌려놓은 것처럼 발 디딜 틈조차 없었지요.

    "이게 다 무엇이냐! 이, 이 엄청나게 많은 돌멩이가 대체 밤사이에 다 어디서 날아왔단 말이냐!"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진 박 영감은 문득 간밤 장독대 쪽에서 들렸던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뇌리를 스쳤습니다. 그는 절뚝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황급히 뒤뜰 장독대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내 장독! 내 귀한 간장독!"

    박 영감이 평생을 애지중지 아껴온, 죽은 아내가 시집올 때 곱게 안고 왔던 그 유일한 구형 장독이 커다란 돌멩이에 정통으로 맞아 보기 흉하게 쩍 금이 가 있었습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안에 든 시커먼 간장이 밖으로 줄줄 새어 나오지는 않은 상태였습니다. 박 영감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억눌렸던 분노와 서러움이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런 벼락 맞을, 천하의 몹쓸 놈 같으니라고! 이게 어떤 간장인데! 먼저 간 내 아내의 고단한 숨결과 혼이 담긴 간장인데!"

    그 간장은 1년 열두 달 멀건 나물죽을 끓여 먹을 때마다 유일하게 짭조름한 맛을 내주던, 늙은이의 피눈물과도 같은 소중한 생명줄이자 죽은 아내와의 유일한 연결고리였습니다. 눈물이 핑 도는 것을 억누르며 박 영감은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아니야... 이건 절대 사람이나 일반 짐승이 할 짓이 아니야. 사람을 해치는 악귀라면 내 목숨을 노렸을 것이고, 굶주린 산짐승이라면 마당의 돌멩이가 아니라 부엌을 뒤졌겠지. 밤새도록 이토록 짓궂고 악랄하게 그저 돌만 던지며 장난을 치는 놈은 세상 천지에 딱 하나뿐이다!'

    박 영감은 그제야 무언가 번뜩 깨달은 듯 무릎을 탁 쳤습니다. "도깨비! 그래, 그놈이 틀림없어!" 예로부터 한양 변두리 외딴 산골에는 심술궂고 장난기가 심하지만 사람의 목숨은 해치지 않는다는 도깨비가 산다는 전설이 있었습니다. 박 영감은 허공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에잉! 이놈의 썩을 도깨비 놈아! 홀로 사는 불쌍한 늙은이 잠 못 자게 놀려먹는 게 그리도 재밌더냐! 이 천벌을 받아 마땅할 놈아!"

    하지만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른다고 마당의 돌들이 치워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에잉 퉤! 똥이 무서워서 피하더냐, 더러워서 피하지. 네놈이 아무리 돌을 던져봐라. 내가 매일 치우고 말 테니. 내가 이기나 네놈이 이기나 한 번 끝까지 해보자꾸나!"

    독이 바짝 오른 박 영감은 헛간 구석에 처박혀 있던 낡은 싸리비를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쓱쓱, 거친 소리를 내며 마당을 가득 메운 돌멩이들을 구석으로 쓸어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끙, 이놈의 돌멩이는 겉보기엔 냇가 조약돌 같은데, 왜 이리 무겁고 손에 쩍쩍 달라붙는 게야. 아이고, 내 허리야!" 그날 반나절 내내 땀을 뻘뻘 흘린 박 영감은 마당의 돌을 쓸어 담장 밑에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그리고 도깨비와의 기나긴 기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 4: 사계절 내내 이어지는 장난

    도깨비의 장난은 단 하루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박 영감이 요강에서 굵은소금을 한 움큼 퍼다 마당에 흩뿌리며 방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깨비는 소용없다는 듯 보란 듯이 더 많은 돌을 퍼부으며 비웃었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지났습니다. 봄에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필 때 시작된 도깨비의 지독한 장난은, 가만히 있어도 땀띠가 나는 삼복더위를 지나, 마당에 낙엽이 쓸쓸하게 뒹구는 가을이 올 때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끈질기게 계속되었습니다.

    처음 한두 달은 매일 아침 분노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여 허공에 쌍욕을 퍼붓던 박 영감도, 계절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자 점차 화를 낼 기력조차 잃고 체념을 넘어선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는 밤에 지붕 위로 투다닥 거리는 돌 소리가 나면, 놀라서 이불을 뒤집어쓰는 대신 헛기침을 하며 천장을 향해 말을 툭툭 내뱉기까지 했습니다.

    "에잉, 이놈의 자식. 오늘 밤에도 또 잊지 않고 출근을 했느냐? 그래, 맘껏 실컷 던져라. 오늘은 소리가 아주 경쾌하고 기운이 펄펄 넘치는 걸 보니, 어디서 맛난 제사밥이라도 훔쳐 먹고 왔나 보구나."

    타다닥! 투툭! 도깨비는 마치 박 영감의 말귀를 알아듣고 대답이라도 하듯이 더 신나게 돌을 던져댔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박 영감은 뻐근한 허리를 부여잡고 욕을 한 바가지 늘어놓으면서도 묵묵히 마당으로 나가 낡은 빗자루로 돌을 쓸었습니다. "이놈의 돌멩이, 쓸어도 쓸어도 끝이 없네. 아주 내 무덤이라도 거창하게 만들어 줄 셈이냐?"

    그는 매일 아침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을 참으며 묵직한 돌멩이들을 쓸어 담아, 담장 한쪽 구석 어제 쌓아둔 그 자리에 또 쌓고 또 쌓았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자, 담장 구석에 쌓인 돌멩이 더미는 50대 중반 박 영감의 키를 훌쩍 넘어, 이제는 웬만한 초가집 지붕만큼이나 아찔하고 거대한 기형적인 '돌산'이 되어버렸습니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흐린 날이면, 그 거대한 돌산에서는 묘하게 푸르스름하고 누런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것 같기도 했지만, 노안이 온 박 영감의 눈에는 그저 지긋지긋한 돌덩이들로만 보였습니다.

    가끔 아랫마을 사람들이 지나가다 박 영감의 마당에 우뚝 솟은 돌무더기를 보고 수군거렸습니다. "여보게들, 박 영감네 마당에 저 시커먼 산 좀 보소. 늙은이가 드디어 노망이 났는지 밤마다 헛것을 본다며 아침마다 돌을 저리 미련하게 쓸어 모은다더군." "쯧쯧, 필시 그놈의 산도깨비한테 단단히 홀린 게야. 저러다 조만간 명줄 재촉하지."

    하지만 박 영감은 그런 세상의 수군거림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끔찍했던 밤의 공포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밤마다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그 돌멩이 구르는 소리가 이제는 이 적막하고 외딴 산골짜기에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말동무이자, 기묘한 친구의 방문처럼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허허, 이놈아. 내일은 좀 살살 던져라. 비가 오려는지 늙은이 팔다리가 쑤셔서 내일 아침에는 도저히 못 쓸어 주겠다."

    타다닥! 우수수! 도깨비는 여전히 장난스럽게 응답했습니다. 이 지독하고 몹쓸 장난 속에, 하늘이 내린 어마어마한 횡재가 꽁꽁 숨어 있을 줄은, 박 영감 본인도 마을 사람 그 누구도 꿈조차 꾸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노인의 고단한 일상 속에 스며든 기이한 일과로만 여겨졌던 것입니다.

    ※ 5: 폭염 속 찾아온 보부상

    그렇게 도깨비와 기묘하고도 성가신 동거를 이어간 지 꼬박 1년이 다 되어가던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그해 한양 도성 안팎의 여름은 유난히도 길고 지독하게 더웠습니다. 장마가 물러간 뒤에 찾아온 찜통더위는 그야말로 가마솥 한가운데 맹렬한 불을 지피는 것만 같았지요. 가만히 그늘에 앉아 숨만 쉬고 있어도 턱턱 막히는 폭염 속에서, 매미들조차 더위에 지쳐 울음소리를 뚝 그친 푹푹 찌는 한낮이었습니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늙은 박 영감은 숨이 턱턱 막히는 뙤약볕 아래서, 어젯밤에도 어김없이 도깨비가 한바탕 어지럽게 흩뿌리고 간 묵직한 돌멩이들을 낡디낡은 싸리비로 힘겹게 쓸어 모으고 있었습니다.

    "에잉! 천하의 웬수 같은 놈. 한양 바닥이 다 펄펄 끓는 이리 더운 날에, 쉰이 넘은 늙은이를 이리 고생시켜야 네놈 속이 시원하더냐? 아주 허리가 뚝 끊어져 나가겠다, 이놈아."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고, 누렇게 바랜 낡은 홑적삼은 땀에 흠뻑 젖어 앙상하게 마른 등에 척척 들러붙었습니다. 빗자루질을 할 때마다 약해진 관절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박 영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욕지거리에는 예전 같은 날 선 미움이나 분노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오랜 세월 매일 밤 자신을 찾아오는 미지의 불청객에게 느끼는, 묘하게 체념 섞인 정마저 묻어나고 있었지요.

    '그래도, 이 지독하게 외롭고 적막한 산골짜기에서 네놈 덕분에 내가 심심하지는 않구나. 매일 밤 내가 아직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니,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할지 원...'

    박 영감이 지난 1년 내내 매일 아침 차곡차곡 쓸어 담아 쌓아 올린 돌산은 이제 그의 키를 훌쩍 넘어서서, 웬만한 초가집의 지붕만큼이나 아찔하게 높아져 있었습니다. 마당 한가운데 우뚝 솟은 그 거대한 돌산만이 폭염이 내리쬐는 마당에서 유일하게 서늘하고 넓은 그늘을 만들어주고 있었지요. 박 영감이 소매로 구슬땀을 훔치며 자신이 쌓아 올린 그 거대한 돌산 그늘 밑에 털썩 주저앉아, 가쁜 숨을 고르고 있을 바로 그때였습니다.

    "허억... 어르신... 거기 뉘 안 계십니까..."

    담장 밖에서 다 죽어가는 듯한, 웬 낯선 사내의 다급하고 쉰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이보시오... 어르신... 한양 장터로 향하는 길손인데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옵니다. 제발 찬물 한 바가지만 적선해 주실 수 있으시겠소...?"

    박 영감이 깜짝 놀라 굽은 허리를 펴고 담장 너머로 고개를 들어보니,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흙먼지를 허옇게 뒤집어쓴 보부상 사내 한 명이 무거운 봇짐을 진 채 개처럼 혀를 길게 빼물고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산길을 걸었는지 사내의 입술은 수분이 다 말라붙어 하얗게 쩍쩍 터져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박 영감은 가뜩이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가난한 살림이었지만, 당장 목이 말라 쓰러져가는 가여운 이에게 시원한 물 한잔 내어주지 않을 만큼 야박하고 모진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아이고, 이리 찌는 듯 더운 날에 고생이 참으로 많으십니다요. 이 누추한 곳까지 어쩐 일이신지는 모르겠으나, 어서 이리 들어와 마루에 앉아 목부터 축이시지요.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습니다."

    박 영감은 황급히 사립문을 열어 보부상을 마당으로 들였습니다. 그리고는 이가 군데군데 빠진 낡은 사기그릇에, 뒷마당 우물에서 방금 갓 길어 올린 뼛속까지 시원한 우물물을 한 바가지 가득 퍼서 사내에게 건넸습니다. 보부상은 체면을 차릴 새도 없이 사발을 두 손으로 받아 들고는, 단숨에 꿀꺽꿀꺽 목구멍으로 들이켰습니다.

    "크아! 하아... 아이고, 어르신. 정말 감사합니다. 사람 하나 살리셨습니다. 하마터면 한양 땅을 밟아보기도 전에 더위를 먹고 저승사자 따라갈 뻔했습니다."
    "허허, 무슨 그런 무서운 농담을 하시오. 그저 맹물 한 모금 나눈 것뿐인데 당치도 않습니다. 아직 숨이 차 보이니 찬물 더 드릴 테니 천천히 더 드시지요."

    박 영감이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평상 쪽으로 시원한 자리를 권했습니다. 그런데, 마당에 들어선 순간부터 보부상의 시선은 어딘가에 단단히 꽂힌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는 물을 마시면서도, 땀을 닦으면서도, 마당 한쪽을 거대하게 가득 메우고 있는 그 돌산에서 도무지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그의 두 눈은 처음에는 순수한 호기심으로 반짝이다가, 이내 짙은 의심으로 바뀌었고, 마침내는 엄청난 경악과 충격으로 가늘게 파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저, 그런데 어르신... 조심스럽사오나, 저기 저것은 대체 다 무엇이옵니까? 어찌하여 다 허물어져 가는 초가집 마당 한복판에 저리도 거대한 돌무더기를 산처럼 쌓아두신 겝니까?"

    박 영감은 보부상이 가리키는 커다란 돌산을 흘끗 쳐다보고는, 세상에서 가장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혀를 끌쯧 찼습니다.

    "아, 저 흉물스러운 거 말이오? 묻지도 마십시오. 이 뒷산에 사는 몹쓸 도깨비 놈이 밤마다 쉰 넘은 늙은이 잠도 못 자게 저런 시커먼 돌멩이를 지붕 위로 미친 듯이 퍼붓는답니다. 내가 너무 괘씸하고 약이 올라서, 매일 아침마다 빗자루로 쓸어 모아 저기다 꾹꾹 쌓아둔 것이지요. 저게 벌써 1년 치가 훌쩍 넘소이다."

    박 영감은 허탈하게 웃어넘겼지만, 봇짐을 멘 보부상은 전혀 웃지 않았습니다. 그의 얼굴은 오히려 창백하게 굳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전국 팔도강산을 돌아다니며 세상의 온갖 진귀한 물건들을 두 눈으로 보아온 잔뼈 굵은 장사꾼이었습니다. 보부상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그 거대한 돌산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을 뻗어, 돌무더기에서 가장 큼지막하고 묵직한 돌멩이 하나를 조심스레 집어 들었습니다.

    보부상은 박 영감이 그저 성가신 '돌멩이'라고 부른 그것을 햇볕에 이리저리 굴려가며 비추어 보았습니다. 겉에는 뽀얗게 흙먼지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지만, 한 손에 꽉 차는 크기에 비해 그 무게가 소름 끼치도록 묵직했습니다. 보부상은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니, 손님 양반. 도대체 뭘 그리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시오? 그냥 더러운 돌멩이라니까 그러네. 에잉, 손에 흙 묻고 더러워지니 이리 내놓으시오."
    "어, 어르신! 잠시만... 잠시만 가만히 계셔 보십시오!"

    보부상은 미친 사람처럼 자신의 낡은 봇짐을 뒤지더니, 물건을 감정할 때 사용하는 뾰족하고 거친 낡은 옹기 조각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옹기 조각의 거친 단면으로 그 무거운 돌멩이의 표면을 향해 냅다 '쓱' 하고 강하게 긁어내렸습니다. 끼이익-! 쇳소리와 함께, 돌멩이 겉면에 깊게 긁힌 자국이 드러났습니다. 떨어져 나온 것은 회색빛의 푸석푸석한 돌가루가 아니었습니다.

    "아... 아니... 이럴 리가..."

    그는 자신의 두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이번에는 그 더러운 돌멩이를 입으로 가져가더니 자신의 튼튼한 앞니로 '와드득!' 하고 있는 힘껏 깨물어 버렸습니다.

    "어이쿠! 손님! 도대체 그걸 왜 씹으시오! 그러다 강냉이 다 나가겠소!"

    박 영감이 기겁을 하며 말렸지만, 사내의 입에서 떨어져 나온 돌멩이에는 시퍼런 이빨 자국이 깊게 푹 파인 채 물려 있었습니다. 보통의 돌이었다면 이빨이 산산조각 났겠지만, 그것은 엿처럼 부드럽게 눌려 자국을 남긴 것입니다. 보부상의 두 눈에서는 굵디굵은 눈물방울이 툭툭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흐... 흐흐흐... 이럴 수가... 천지신명이시여!"

    보부상은 손에 쥐고 있던 돌멩이를 마당에 떨어뜨리더니, 갑자기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박 영감을 향해 넙죽 큰절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르신! 이것은... 저 무더기는... 굴러다니는 돌멩이가 아니옵니다! 이것은 황금이옵니다, 어르신! 순도 높은 진짜 황금이란 말입니다!"

    그 엄청난 말에 박 영감은 귀를 의심했습니다. "화, 황금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한여름에 벼락 맞을 소리요?"

    보부상은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를 번쩍 들어 박 영감의 눈앞에 들이밀었습니다. "제 이빨이 푹 박힌 자국 그대로, 겉에 묻은 흙먼지가 벗겨지고 숨어 있던 누런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이것은 한양 바닥에서 기와집 수십 채를 살 수 있는 천하의 귀한 금덩이란 말입니다! 저기 저 구석에 시커멓게 변색된 것들은 전부 은덩이들이요, 저기 푸르스름한 것들은 최고급 옥조각이옵니다!"

    박 영감은 넋이 나간 얼굴로 자신이 지난 1년 내내 꼬박꼬박 빗자루로 쓸어 모아놓은, 저 마당 한가운데 우뚝 솟아오른 거대한 보물산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하늘을 우러러보며 탄식처럼 외마디 소리를 내뱉고는, 그 자리에 털썩 쓰러지며 기절초풍하고 말았습니다.

    ※ 6: 거부가 된 박 영감

    그날 이후, 50대 중반이 되도록 찢어지게 가난하기만 했던 박 영감의 인생 2막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맞이했습니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기절했던 박 영감이 시원한 우물물 세례를 맞고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보부상은 도망치기는커녕 박 영감의 앞날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현명한 조언을 건넸습니다.

    "어르신, 똑똑히 제 말을 들으셔야 합니다. 이 어마어마한 보물은 하늘과 도깨비가 어르신께 내린 천운입니다. 허나 세상 인심이 무서워, 이 산더미 같은 황금이 한양 관아에 알려지면 탐관오리들이 억지 죄를 씌워 모든 재물을 빼앗아 갈 것이옵니다. 그러니 한꺼번에 세상에 내놓지 마시고, 아주 조금씩 저를 통해 은밀히 한양의 객주에 넘겨 돈으로 바꾸시는 겝니다."

    박 영감은 재물을 보고도 흑심을 품지 않는 보부상의 정직함에 깊이 고마워하며, 그에게 넉넉히 수고비를 치르고 거래를 맡겼습니다. 보부상을 통해 은밀하게 금덩이를 팔아 거대한 돈을 손에 쥐게 된 박 영감은, 가장 먼저 지난 수십 년간 뼈마디를 시리게 했던 그 낡아빠진 초가집부터 미련 없이 허물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터에 한양 도성 안의 웬만한 대감마님 댁 부럽지 않은, 기둥이 굵고 으리으리한 번듯한 기와집을 지어 올렸습니다. 소나무 향이 짙게 배어나는 대청마루와 겨울에도 끄떡없는 뜨끈한 구들장을 갖춘 집이었지요.

    "아이고, 박 영감님! 아니지, 이제 한양 제일가는 박 부자님이라고 굽신거리며 불러야 맞겠구먼요!"

    마을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찢어지게 가난한 노인네에서 고을 제일가는 거부가 된 박 영감을 부러움이 가득 찬 눈으로 우러러보았습니다. 하지만 '박 부자'가 되었어도,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예전의 그 따뜻하고 선량한 심성만큼은 결코 변하지 않았습니다. 비단옷을 입고 기름진 고깃국을 먹게 되었지만, 가난의 뼈저린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자신의 재물을 혼자서만 껴안고 있지 않았습니다.

    박 영감이 부자가 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흉년이 들었을 때 악덕 고리대금업자에게 속아 넘어간 마을 사람들의 빚 문서를 모조리 자신의 돈으로 사들인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맑은 날, 온 마을 사람들을 새로 지은 기와집의 너른 마당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자, 다들 이리 와서 보시오! 이것들이 당신네들 숨통을 조이던 그 지긋지긋한 빚 문서들이오!"

    박 영감은 마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마당 한가운데 커다란 화로를 놓고 그 수백 장의 빚 문서들을 망설임 없이 불길 속으로 던져버렸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보며 마을 사람들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아이고, 대감님! 저희를 수렁에서 건져주신 이 하해와 같은 은혜를 살아서 어찌 다 갚으오리까!"
    "허허, 다들 일어나시오. 이 모든 것이 다 그 장난꾸러기 도깨비가 내게 베푼 덕이지, 내 능력이 아니란 말이오. 나 또한 평생을 이웃들에게 물 한 모금, 시래기 한 줌 빚지고 산 가난한 인생이었는데, 인생 2막에는 나도 세상에 그 빚 좀 갚고 살아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소."

    박 영감은 곳간을 열어 굶주리는 이웃들에게 쌀가마니를 나누어 주었고, 장마철마다 고립을 겪어야 했던 험한 마을 입구에는 수십 대의 수레가 지나도 무너지지 않을 아주 튼튼하고 넓은 돌다리를 놓아주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박 영감을 '살아있는 생불'이라 칭송했습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박 영감의 화려한 인생 2막에도, 한 가지 기이하고 씁쓸한 일침이 남아 있었습니다.

    ※ 7: 뚝 끊긴 도깨비의 장난

    하지만 세상만사 모든 불행이 물러가고 완벽해 보이는 박 영감의 화려한 인생 2막에도, 가슴 한구석을 서늘하게 찌르는 한 가지 기이하고 씁쓸한 일침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박 영감이 그토록 정들었던 낡은 초가집을 미련 없이 헐어내고 그 자리에 한양 도성 안의 정승 판서 부럽지 않은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지어 '박 부자' 소리를 듣게 된 바로 그날 밤부터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매일 밤 어김없이 썩은 초가지붕을 뚫을 듯 요란하게 울려 퍼지며 50대 노인의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던, 그 지긋지긋한 도깨비의 돌멩이 던지는 소리가 거짓말처럼 뚝, 하고 완전히 끊겨버린 것이었습니다.

    처음 며칠간은 그저 우연이겠거니, 오늘 밤에는 그 몹쓸 놈이 한양 시내 구경이라도 가느라 바쁜 모양이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최고급 명주솜을 두툼하게 채워 넣은 비단 이불이 깔린 방 안, 불을 지피지 않아도 땀이 뻘뻘 날 정도로 쩔쩔 끓는 뜨끈한 아랫목에 누워 박 영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요. 황소바람이 사정없이 들이치던 구멍 뚫린 창호지 문은 온데간데없고, 겹겹이 두꺼운 한지를 바른 튼튼한 장지문이 그를 외부의 추위와 완벽하게 단절시켜 주고 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그 완벽한 안락함과 평온함은 시간이 지날수록 박 영감을 지독하게 고독하고 불안하게 만들었습니다.

    "어허... 참으로 이상하고 야속한 노릇이로다. 오늘 밤에도 오지 않는 것인가..."

    박 영감은 이리 뒤척, 저리 뒤척여 보아도 어쩐지 밤이 깊도록 통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눈을 감으면 환청처럼 그 소리가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타다닥! 탁! 탁! 우수수! 매일 밤, 50대 중반 늙은이의 약해진 귀청을 사정없이 때리며 단잠을 깨우던 그 시끄럽고 요란한 돌멩이 소리. 1년 내내 잠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에 대고 쌍욕을 퍼붓게 만들었던 그 밉상 맞은 소리가, 이제는 너무나도 사무치게 그리워진 것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의지하던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유일한 피붙이인 아들마저 소식이 끊긴 채 홀로 남은 이 적막한 산골짜기에서, 밤마다 잊지 않고 자신을 찾아와 툭탁거리며 시비를 걸어주던 도깨비의 그 거친 돌팔매질은 외롭고 고단했던 그의 삶을 꽉 채워주던 이승에서의 유일한 말동무이자 기묘한 친구의 방문이었던 것입니다.

    '가난할 때는 당장 내일 먹을 끼니 걱정과 추위 때문에 그놈의 장난을 뼛속 깊이 원망했건만, 막상 부자가 되어 등 따습고 배가 부르니 밤마다 찾아오던 그 기이한 우정이 이토록 귀하고 소중하게 다가올 줄이야...'

    박 영감은 자리에서 일어나 화려한 매화꽃이 수놓아진 병풍이 쳐진 넓은 방 안을 천천히 서성였습니다.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어 달빛에 반짝이는 매끄러운 기와지붕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예전처럼 돌멩이가 굴러떨어질 틈조차 없이 견고하고 미끄러운 기와지붕은 도깨비가 장난을 치기엔 너무나 낯설고 차가운 공간이 되어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놈의 도깨비 자식... 자기가 1년 내내 밤마다 아무 생각 없이 던져대던 그 묵직한 돌멩이들의 진짜 정체가 세상에 들통이 나버리니, 쑥스럽고 부끄러워서 냅다 한양 밖으로 도망이라도 친 게냐? 아니면... 이 늙은이가 제 덕에 하루아침에 팔자를 고치고 거부가 되어 매일 고기반찬에 기름칠을 하고 거들먹거리며 사니, 그 배부른 꼴이 보기 싫어 단단히 삐쳐서 떠난 게냐. 참으로 고얀 놈... 인삿말이라도 나눌 기회를 주어야 할 것 아니냐."

    낮에는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대감님', '박 부자 어르신' 하며 굽신거리고 칭송했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는 박 영감이라는 사람 그 자체에 대한 애정보다는 그가 가진 거대한 재물에 대한 경외와 막연한 기대감만이 담겨 있을 뿐이었습니다. 50대 중반의 노인은 그 속물적인 칭송 속에서 지독한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찢어지게 가난하고 초라했던 자신에게 매일 밤 억척스러운 장난으로 다가왔던 그 도깨비만이 진정으로 자신을 편견 없이 대해준 유일한 존재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입니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기와집의 밤. 곳간에는 황금이 썩어날 정도로 쌓여있고 수십 명의 하인들이 행랑채에서 잠을 자고 있었지만, 박 영감의 마음 한구석은 커다랗게 뻥 뚫린 동굴처럼 시리도록 헛헛했습니다. 돈으로도 채울 수 없고, 화려한 비단옷으로도 덮을 수 없는 그 짙은 그리움과 적막함 속에서, 부자가 된 노인의 길고 긴 밤은 하염없이 외롭게만 깊어갔습니다. 그는 매일 밤 댓돌 위에 올라서서 담장 너머 으슥한 산기슭을 바라보며, 혹시나 그 기괴하고 반가운 웃음소리가 다시 들려오지 않을까 밤을 지새우는 날이 잦아졌습니다.

    ※ 8: 도깨비의 마지막 인사와 은혜

    그렇게 하염없이 도깨비를 기다리며 맞이한 어느 깊은 가을밤이었습니다. 마당 구석에 심어둔 감나무에서 풀벌레와 귀뚜라미 우는 소리가 유난히도 처량하고 구슬프게 울려 퍼지고, 티 없이 맑은 밤하늘에는 유난히도 크고 둥근 보름달이 대낮처럼 세상을 환하게 비추며 떠올랐습니다. 그날따라 뼛속까지 스며드는 가을의 찬 기운에도 박 영감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두꺼운 무명 겉옷을 어깨에 걸치고 넓디넓은 대청마루로 걸어 나온 그는, 밤하늘의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뒷짐을 진 채 천천히 마당을 거닐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자물쇠가 이중 삼중으로 굳게 채워진 넓은 창고 안에는 죽을 때까지 먹고 놀아도 다 쓰지 못할 어마어마한 금은보화와 쌀가마니가 가득했지만, 그의 시선은 자꾸만 그 화려한 창고를 벗어나 마당 한구석 텅 빈 공터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예전,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웠던 초가집이 있던 자리이자, 자신이 1년 내내 도깨비를 원망하며 그 무거운 금은보화 돌산을 비오듯 땀을 흘리며 쌓아두었던 바로 그 눈물의 장소였습니다.

    "허, 참으로 무심하고 야속한 놈. 내 이리 네놈 덕분에 다 늙어 빠진 나이에 상팔자가 되어 멋진 인생 2막을 살고 있는데, 체면치레하느라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도 못했구나. 지금쯤 한양 땅 어느 외진 산속을 헤매며 누굴 또 골려 먹고 있는 게냐, 아니면 먹을 것이 없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게냐..."

    달빛을 받으며 혼잣말을 웅얼거리던 박 영감은 문득 무언가를 결심한 듯, 발걸음을 돌려 집안에서 가장 커다란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행랑채에서 세상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코를 고는 하인들을 행여나 깨울세라, 그는 까치발을 들고 조심스레 움직였습니다. 50대 중반의 거부가 직접 소매를 걷어붙이고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정성스레 장작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꽃 위로 가마솥을 얹고, 붉은 팥을 아낌없이 듬뿍 넣어 가장 맛있고 달콤하게 쪄낸 뜨끈뜨끈한 시루떡을 큼지막하게 썰어냈습니다. 달달하고 구수한 팥 냄새가 부엌 안을 가득 채웠습니다. 거기에 자신이 평소 가장 아끼며 마시던 진하고 걸쭉한 최고급 잣 막걸리를 커다란 사기 주발에 찰랑거리도록 가득 부었습니다. 정갈하게 닦아놓은 작은 소반 위에 떡과 술을 정성스레 받쳐 든 박 영감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습니다.

    박 영감은 그 묵직한 소반을 조심스레 받쳐 들고 다시 서늘한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그가 향한 곳은 예전 금은보화 돌산이 우뚝 솟아있던 바로 그 마당 구석이었습니다. 보름달 빛이 가장 밝고 환하게 비추는 그 자리에 소반을 소리 나지 않게 조용히 내려놓고는, 텅 빈 담장 너머 허공을 향해 나직하지만 진심이 꾹꾹 눌러 담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습니다.

    "이놈아. 천하에 벼락 맞을 몹쓸 놈인 줄로만 알았더니, 넌 하늘이 가엾은 내게 보내준 둘도 없는 복덩어리였구나. 네놈이 밤마다 장난치듯 던져댄 그 돌멩이 덕에, 죽지 못해 살아가던 이 늙은이의 인생 2막이 이리 호강에 겹다. 어디서 이 소리를 듣고 있거들랑, 이게 내 늦은 고마움의 표시이자 정성이니 이 떡이라도 실컷 먹고 기운 좀 차리거라. 그리고... 정 심심하고 놀 사람이 없어 외롭거든, 지붕에 시끄럽게 돌멩이 던지지 말고 당당하게 대문 열고 들어오너라. 나랑 마루에 앉아 술이나 한잔하며 밤새 수다나 떨러 와도 좋다. 알겠느냐?"

    가슴속에 맺혀있던 진심을 토해낸 박 영감은 눈가를 슬쩍 훔치며 빙그레 웃음을 짓고는 자신의 방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방문을 닫는 척하며, 손가락 두 마디만큼 문틈을 살짝 열어두고는 불을 끈 채 방바닥에 납작 엎드렸습니다.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마당을 훔쳐보며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밤. 마당의 감나무 잎사귀조차 미동도 하지 않는 짙은 적막 속에서 얼마나 애가 타는 시간이 흘렀을까. 달빛이 마당 한가운데 소반을 환하게 비추고 있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담장 너머 가장 짙게 드리워진 어두운 그늘 속에서, 박 영감의 귓가를 익숙하게 간지럽히는 반갑고도 소름 돋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키득키득... 킥킥킥..."

    분명 1년 전 그 공포스러웠던 밤, 자신을 덜덜 떨게 만들었던 바로 그 기묘한 웃음소리였습니다. 이내 훌쩍, 높은 기와 담장을 새처럼 가볍게 넘어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마당 안으로 쓱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달빛에 온전히 드러난 그 정체는, 온몸에 짐승처럼 거친 털이 숭숭 나 있고 키가 장승처럼 훌쩍 큰, 머리에 뿔이 솟은 도깨비였습니다. 도깨비는 박 영감이 정성껏 차려놓은 소반 앞에 털썩 쭈그리고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박 영감이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 방문 쪽을 향해, 크고 번쩍이는 황금빛 눈으로 한번 '쓱' 하고 훑어보았습니다.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장난기 어리면서도 다정한 눈빛이었지요.

    도깨비는 커다란 두 손으로 막걸리 사발을 소중하게 집어 들더니, 단숨에 벌컥벌컥 소리를 내며 바닥까지 시원하게 들이켰습니다. 그리고는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부드러운 시루떡을 한입 가득 쑤셔 넣고는 우물우물 기분 좋게 씹어 삼켰습니다. 순식간에 떡과 술을 말끔히 비워낸 도깨비는, '딸그락' 하고 조심스레 빈 그릇을 소반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떠나기 전, 박 영감이 숨어있는 방문을 향해 아주 깊숙이, 허리를 굽혀 정중하고도 묵직한 감사의 큰절을 올렸습니다. 그것은 미천한 자신을 알아봐 준 노인에 대한 은혜 갚음이자, 서로의 마음을 온전히 확인하는 따뜻한 마지막 작별 인사였습니다. 박 영감의 주름진 눈가에서 마침내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이내 도깨비는 달빛을 등지고 다시 담장을 넘어, 깊고 짙은 밤의 어둠 속으로 한 줄기 연기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날 밤 이후로, 정 많고 장난기 넘치던 도깨비는 박 영감의 마당에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밤을 깨우던 돌멩이 소리도 영원히 전설 속으로 묻혔지요. 하지만 박 영감은 평생토록 그 달 밝은 밤 자신에게 절을 하고 떠난 도깨비의 따뜻한 뒷모습을 가슴속에 깊이 새겼습니다. 하늘이, 그리고 도깨비가 자신에게 베풀어준 그 기적 같은 은혜와 우정을 잊지 않고, 인생 2막을 가난하고 굶주린 이웃들과 끊임없이 나누며 한양 도성에서 가장 오래도록 존경받고 칭송받는 진정한 부자로 평안하게 생을 누렸다고 합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시청자 여러분, 밤마다 잠 못 들게 하던 원수 같은 돌멩이가 50대 노인의 인생 2막을 화려하게 열어준 금은보화였다는 반전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우리 삶을 무겁게 짓누르는 고난의 돌멩이들도, 묵묵히 쓸어 안고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빛나는 축복으로 변해 있을지 모릅니다. 박 영감처럼 주변과 온기를 나누는 멋진 인생 2막을 응원하며, 오늘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따뜻한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