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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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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스크립션

    사람들을 골탕 먹이는 걸 좋아하는 도깨비 '홍동이'가 못된 양반에게 내기를 져 인간 세상에서 100일간 살아야 하는 벌칙을 받게 된다. 인간으로 변신해 마을로 들어간 도깨비는 예상과 달리 인간 세상의 따뜻함과 정을 경험하게 되고, 자신의 인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해학적으로 그린 코믹 오디오드라마.

    후킹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이 도깨비, 인간보다 더 인간적이다'는 어떠셨나요? 인간을 놀리던 도깨비가 오히려 인간에게 진정한 인간다움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 우리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지요. 다음 편에서는 '산신령과 나무꾼의 우정'이라는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산에서 길을 잃은 나무꾼이 산신령을 만나 펼쳐지는 기묘한 이야기,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 도깨비 마을, 못된 양반을 놀리다 내기에 져 인간 세상 살기 벌칙을 받는 도깨비

    해가 저물어가는 깊은 산속, 아무도 모르는 도깨비 마을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빨간 뿔이 달린 도깨비들이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신나게 떠들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목소리가 가장 큰 도깨비 '홍동이'는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허허허! 오늘 내가 어떤 재미난 짓을 했는지 들어볼래? 새벽에 마을로 내려가서 양반 하나를 골탕 먹였지! 그 양반이 처음엔 밤중에 산길을 가고 있었거든. 내가 앞에서 불빛을 흔들어주니까 따라오더라고. 헤헤헤!"

    홍동이의 이야기에 다른 도깨비들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홍동이는 다리를 탁탁 치며 계속했습니다.

    "그래서 그 양반을 데리고 동네 뒷산 다 돌게 한 다음에 이끌고 강가까지 갔다가, 갑자기 내가 불빛을 끄고 사라졌어. 그랬더니 양반이 어둠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강물에 풍덩!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기던지!"

    도깨비들은 배를 잡고 웃었습니다. 그때 마을의 도깨비 우두머리 '불털이'가 손을 들어 모두를 조용히 시켰습니다.

    "홍동이, 네 장난도 이제 좀 심해진 것 같구나. 한 달 동안 같은 양반만 네 번이나 골탕 먹였다며? 도깨비 법칙 잊었나? 한 사람은 한 번만 놀리는 게 우리 규칙이야."

    홍동이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에이, 그냥 재미로 그런 건데요. 그 양반이 너무 잘난 척해서 좀 가르쳐주고 싶었어요."

    그때 마을 입구에서 소란이 일어났습니다. 누군가가 도깨비 마을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도깨비들이 놀라 숨으려는 순간, 한 중년 남자가 비틀거리며 나타났습니다. 그는 비싼 갓과 도포를 입은 양반이었지만, 옷은 모두 젖어 있었고 머리카락은 흐트러져 있었습니다.

    "이놈들! 어디 숨어있는지 다 알고 있다! 이 도깨비 놈들!"

    도깨비들은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인간이 도깨비 마을을 찾아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불털이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습니다.

    "어떻게 이곳을 찾아왔소, 인간?"

    양반은 홍동이를 가리키며 소리쳤습니다.

    "저 빨간 놈! 날 벌써 네 번이나 속였어! 이번엔 내가 끝까지 따라와서 이곳을 찾았다! 내기를 하자! 내가 이기면 저놈을 인간 세상에 보내고, 내가 지면 다시는 날 괴롭히지 마라!"

    도깨비들 사이에 술렁임이 일었습니다. 인간과의 내기라니, 들어본 적 없는 일이었습니다. 홍동이는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내기를 받아들였습니다.

    "좋아! 어떤 내기를 할 건데?"

    양반은 비틀거리며 주머니에서 윷을 꺼냈습니다.

    "윷놀이다! 내가 지면 다시는 날 괴롭히지 마라. 네가 지면 100일 동안 인간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 도깨비 능력도 쓰지 못하게!"

    홍동이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인간을 상대로 한 윷놀이라니, 이길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양반은 묘한 솜씨로 윷을 던졌고, 홍동이는 연달아 패배했습니다.

    "이럴 수가! 이 양반, 혹시 도사님 아니세요?"

    양반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양반이오. 다만 윷놀이에는 일가견이 있지. 이제 약속대로 100일 동안 인간 세상에서 살 준비를 하게!"

    홍동이는 어깨가 축 처진 채 도깨비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며 인간 세상으로 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불털이는 홍동이에게 붉은 구슬 하나를 건넸습니다.

    "이건 긴급할 때만 써라. 도깨비 마을로 돌아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기억해라. 인간들에게 정체를 들키면 영원히 도깨비 힘을 잃고 말 것이다."

    홍동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인간 세상으로 향했습니다. 그에게는 긴 100일의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조선시대 한양 장터, 인간으로 변신한 도깨비의 좌충우돌 적응기

    북적이는 한양 장터, 상인들의 외침과 흥정하는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다양한 물건들이 즐비한 가운데, 빨간 두루마기를 입은 젊은 남자가 어색하게 걸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바로 인간으로 변신한 홍동이였습니다. 그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와, 인간 세상은 정말 복잡하구나. 이렇게 많은 인간이 한자리에... 냄새도 이상하고... 어지럽다!"

    홍동이는 처음 경험하는 인간 세상의 복잡함에 당황했습니다. 그때 떡장수 할머니가 다가왔습니다.

    "아이고, 총각! 얼굴이 왜 이리 빨개? 더위를 많이 먹었나? 이 떡 하나 먹어보렴."

    할머니가 내민 떡을 홍동이는 의심스럽게 바라보다가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그 순간, 홍동이의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와! 이게 뭐지? 너무 맛있는데! 도깨비 마을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맛이야!"

    할머니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에구, 떡도 처음 먹어보나? 어디서 왔길래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거야?"

    홍동이는 당황하여 더듬거리며 대답했습니다.

    "저... 저 멀리 산... 아니, 시골에서 왔습니다..."

    계속 장터를 돌아다니던 홍동이는 갑자기 너무나 익숙한 얼굴과 마주쳤습니다. 바로 자신에게 내기를 걸었던 양반이었습니다! 홍동이는 재빨리 방향을 틀어 숨으려 했지만, 발이 엉켜 과일 바구니를 넘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내 과일들! 이 녀석, 어디 가려고 그래?"

    상인의 고함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홍동이를 바라보았습니다. 당황한 홍동이는 주머니를 뒤적였지만, 인간의 돈은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저... 제가..."

    그때 어디선가 한 젊은 상인이 다가와 과일값을 대신 지불했습니다.

    "됐소. 내가 내지요. 이 청년이 시골에서 온 모양인데, 장터 구경이 처음인가 보오."

    홍동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인을 바라보았습니다. 인간이 왜 자신을 도와주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왜 저를 도와주시는 거죠?"

    상인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세상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하는 법이지. 처음 한양 왔으면 어디 묵을 데는 있나?"

    홍동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상인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내 가게가 저기 모퉁이에 있네. 일손이 필요한데, 잠시 일을 도와주면 잘 곳은 제공해줄 수 있소."

    홍동이는 잠시 고민했습니다. 도깨비 세계에서는 일이라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그저 놀고 장난치는 것이 전부였지요. 하지만 지금은 인간 세상에서 100일을 버텨야 했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일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상인의 가게에 도착한 홍동이는 처음 해보는 일에 연신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물건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손님들에게 엉뚱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상인은 그런 홍동이를 참을성 있게 지켜보며 조금씩 가르쳐주었습니다.

    "에이, 처음이니까 그럴 수 있지. 천천히 배우면 돼."

    그날 밤, 홍동이는 상인의 가게 뒤편 작은 방에 누워 생각에 잠겼습니다.

    "인간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네. 비웃고 놀리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서로 도와주고 참을성도 있고... 흠, 그래도 100일은 너무 길어!"

    홍동이는 아직 98일이나 남은 인간 생활을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 가난한 대장장이의 집, 머물 곳 없는 도깨비가 하룻밤 신세를 지며 인간의 정을 느낌

    이틀 동안 상인의 가게에서 일하던 홍동이는 우연히 양반을 다시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양반이 자신을 알아볼까 두려워 홍동이는 상인에게 급히 작별을 고하고 마을 바깥으로 달아났습니다. 해가 저물자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아이고, 이제 어디서 자지? 배도 고프고..."

    그때 마을 외곽에서 '탕탕'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호기심에 이끌려 소리를 따라간 홍동이는 작은 대장간을 발견했습니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한 사내가 쇠를 두드리고 있었습니다.

    "저... 실례합니다."

    대장장이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의 얼굴은 그을음으로 검게 변해 있었고, 팔에는 여러 개의 화상 자국이 있었습니다.

    "누구시오? 이 밤중에..."

    홍동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습니다.

    "지나가다 소리가 들려서... 혹시 근처에 하룻밤 묵을 곳이 있을까요?"

    대장장이는 홍동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망치를 내려놓았습니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주막은 한 시진 거리에 있소. 밤길은 위험하니 오늘 밤은 우리 집에서 쉬어가시오. 비록 가난하지만 잠자리는 내어줄 수 있소."

    홍동이는 의아했습니다. 또 다른 인간이 자신을 돕고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만... 왜 낯선 저를 도와주시나요?"

    대장장이는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작년 겨울, 내가 길을 잃었을 때 한 낯선 사람이 내게 잠자리를 제공해 주었소. 그때 난 그 은혜를 갚기로 마음먹었지. 다른 이에게 같은 친절을 베풀기로."

    홍동이는 대장장이의 집으로 안내받았습니다. 초라한 초가집이었지만,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그곳에는 대장장이의 아내와 어린 딸이 있었습니다.

    "여보, 오늘 손님이 묵어 가실 거요."

    아내는 놀라는 기색 없이 미소를 지으며 홍동이를 맞이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저녁을 막 준비했으니 함께 드시죠."

    식탁에 앉은 홍동이는 가족들이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대장장이는 마을 원님을 위한 칼을 만들고 있었는데, 기한이 며칠 안 남아 밤늦게까지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내일이면 끝날 거예요. 그러면 약속한 돈을 받아 딸아이 약을 살 수 있을 거고."

    홍동이는 그제야 구석에 앉아 기침을 하고 있는 어린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아이의 얼굴은 창백했고, 숨소리가 거칠었습니다.

    "따님이 아프신가요?"

    대장장이의 아내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습니다.

    "네, 열병이 심한데 약값이 너무 비싸서... 남편이 원님의 주문을 받아 돈을 모으고 있어요."

    저녁을 먹은 후, 홍동이는 대장간으로 따라나섰습니다. 그는 도깨비지만, 쇠를 다루는 솜씨만큼은 타고난 것이었습니다. 물론 인간에게는 비밀이었지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대장장이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감사하지만, 이건 내 일이오. 손님은 편히 쉬시오."

    홍동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했습니다. 도깨비 능력을 쓰지 않고도 도울 방법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저도 시골에서 대장간 일을 좀 배웠습니다. 제가 옆에서 불이라도 지피고 도구를 건네드리겠습니다."

    대장장이는 잠시 망설이다 홍동이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두 사람은 밤새 칼을 만들었고, 홍동이의 도움으로 작업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새벽녘, 마침내 아름다운 칼이 완성되었습니다.

    "자네 덕분에 하루 일찍 끝났구려! 이제 딸아이 약을 살 수 있게 되었소!"

    대장장이의 기쁨에 찬 얼굴을 보며 홍동이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도깨비 마을에서는 결코 경험해보지 못한 따뜻함과 보람이었습니다.

    "내일 원님께 이 칼을 전하고 돈을 받으면, 자네에게도 사례하겠소."

    홍동이는 손사래를 쳤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도울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사례 같은 건 필요 없어요."

    그날 밤, 짚으로 만든 간이 침대에 누운 홍동이는 생각했습니다.

    "인간들... 이상하네. 서로 돕고, 은혜를 갚고... 도깨비들은 그저 장난치고 웃고 떠들기만 하는데... 어쩌면 인간이 도깨비보다 더 재밌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홍동이의 마음속에는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의 생활이 시작된 지 겨우 3일째, 아직 97일이 남아있었지만, 더 이상 그 시간이 두렵지만은 않았습니다.

    ★ 장터의 위기, 불이 난 장터에서 도깨비 능력을 숨기며 사람들 돕기

    마을 장터가 가장 북적이는 정오, 홍동이는 대장장이의 칼을 원님에게 배달하는 심부름을 맡았습니다. 한 달 동안 인간 세상에서 지낸 홍동이는 이제 어느 정도 인간들의 생활에 적응했습니다. 심지어 대장장이의 조수로 일하며 꽤 인정받는 일꾼이 되었지요.

    "길 비키시오! 원님 행차하신다!"

    갑작스러운 외침에 사람들이 길을 양쪽으로 비켰습니다. 화려한 가마가 장터를 가로질러 지나갔고, 그 뒤로는 당당한 걸음걸이의 양반들이 따랐습니다. 홍동이는 그들 중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자신에게 내기를 걸었던 그 양반이었습니다.

    "아이고, 또 저 양반이네. 날 알아볼까?"

    홍동이는 얼굴을 가리며 길가로 비켜섰습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장터에 울려 퍼졌습니다.

    "불이야! 불이 났어!"

    장터 한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습니다. 바람을 타고 불은 빠르게 번져갔고, 사람들은 혼란 속에 뛰쳐나갔습니다. 홍동이는 본능적으로 도망치려다 문득 멈춰 섰습니다. 불이 번지는 방향에는 대장장이의 딸이 약을 타러 간 약재상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위험해!"

    홍동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불길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도망치는 반대 방향이었습니다. 연기가 자욱한 약재상 안으로 들어간 홍동이는 구석에서 겁에 질려 웅크리고 있는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괜찮아! 내가 데리고 나갈게!"

    홍동이는 소녀를 들쳐 업고 밖으로 나오려 했지만, 출구는 이미 불길에 막혀 있었습니다. 도깨비의 힘을 쓴다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텐데... 그러나 그러면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이고, 영원히 도깨비 힘을 잃게 될 것입니다.

    "큰일났네, 어떡하지..."

    홍동이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그때 소녀가 기침을 심하게 하며 의식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은 점점 뜨거워졌고, 연기는 더욱 자욱해졌습니다. 홍동이는 결심했습니다.

    "아이를 살려야 해. 내 정체가 드러나도 어쩔 수 없어!"

    홍동이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손가락을 튕겼습니다. 순간 주변의 불길이 잠시 갈라지며 좁은 통로가 생겼습니다. 홍동이는 소녀를 안고 그 통로를 빠르게 통과했습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불길은 다시 합쳐졌습니다.

    "아이고, 살았구나! 어떻게 저 불길에서 빠져나온 거야?"

    사람들이 놀라 외쳤습니다. 홍동이는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했습니다.

    "그... 그냥 운이 좋았어요. 잠시 불이 약해진 틈을 타서..."

    사람들은 홍동이를 영웅처럼 대했지만, 한쪽에서 그를 날카롭게 쳐다보는 눈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 양반이었습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했습니다.

    다행히 대장장이의 딸은 무사했고, 마을 사람들이 합심하여 불을 껐습니다. 그날 저녁, 대장장이 가족은 홍동이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습니다.

    "자네가 우리 딸을 구해줬다니,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정말 은인이요."

    홍동이는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날 밤, 홍동이는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았습니다. 한 달 전만 해도 인간을 놀리고 곤경에 빠뜨리는 것이 재미였던 자신이, 이제는 인간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정체를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변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내가... 정말 변한 걸까? 이제 내게 인간들이 소중해진 건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홍동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 양반의 음모, 마을을 해치려는 양반의 계획을 알게 된 도깨비의 고민

    불이 난 지 며칠 후, 마을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습니다. 하지만 홍동이는 계속해서 그 양반의 시선을 느꼈습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 저녁, 홍동이가 대장간에서 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한 젊은 하인이 다가왔습니다.

    "저... 혹시 홍동이 씨신지요? 저희 주인님께서 만나자고 하십니다."

    홍동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하인을 따라갔습니다. 마을 바깥 한적한 정자에는 그 양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이구나, 도깨비."

    양반의 직접적인 언급에 홍동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양반은 음흉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불이 난 날, 네가 불길을 가르는 것을 보았다. 도깨비가 아니고서야 어찌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 게다가 네 얼굴은 아무리 인간으로 변해도 그 붉은 기운을 완전히 감출 수 없구나."

    홍동이는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그래서... 저를 찾으신 이유가 뭡니까?"

    양반은 부채를 펴며 천천히 말했습니다.

    "나에게 도움이 필요하다. 이 마을 사람들이 내 땅에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아 골치가 아프구나. 네 도깨비 능력을 써서 그들을 겁주어 세금을 내게 해야겠다."

    홍동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게 무슨... 제가 왜 그런 짓을 해야 합니까?"

    양반의 눈빛이 차가워졌습니다.

    "내가 네 정체를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면 어떻게 될까? 도깨비가 마을에 숨어 산다면,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지 않나? 아마 네 친구 대장장이도 널 도깨비로 안다면 경계하겠지."

    홍동이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과 정이 들었는데, 그들에게 정체가 드러나는 것은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만약 네가 내 제안을 거절한다면, 오늘 밤 모든 사실을 마을에 알리겠다. 도깨비가 인간으로 변장하여 우리 마을에 숨어 산다고!"

    홍동이는 양반에게 당한 것이 분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알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죠?"

    양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내일 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각 집을 돌아다니며 도깨비 모습으로 나타나 겁을 주어라. 그리고 내 이름을 언급하며, 세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재앙이 있을 것이라 경고하거라."

    홍동이는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속이고 겁주는 일, 예전의 자신이라면 재미있게 했을 일이지만, 지금은 죄책감이 컸습니다.

    정자를 떠나 대장간으로 돌아가는 길, 홍동이는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양반의 말대로 한다면 도깨비 마을로 돌아갈 때까지 안전할 수 있겠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줄 것이었습니다. 특히 자신을 가족처럼 대해준 대장장이 가족에게...

    대장간에 도착한 홍동이는 대장장이 가족이 저녁을 먹고 있는 모습을 창문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따뜻하게 들려왔습니다.

    "내가... 정말 이들을 속이고 겁줄 수 있을까?"

    홍동이의 마음속에서는 커다란 갈등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 도깨비의 선택, 정체를 드러낼 위험을 무릅쓰고 마을 사람들을 돕기로 결심

    다음 날 밤, 홍동이는 양반과의 약속 시간이 다가오자 초조해졌습니다. 하루 종일 무거운 마음으로 일을 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해가 저물고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잠자리에 들 때, 홍동이는 대장간을 빠져나왔습니다.

    마을 입구에 도착하자 양반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왔구나. 준비는 되었나? 이제 도깨비 모습으로 변해서 마을을 돌아다니며 겁을 주어라."

    홍동이는 망설였습니다. 그때 멀리서 대장장이의 딸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홍동이 오빠! 어디 가요? 아버지가 찾으세요!"

    양반이 짜증을 내며 말했습니다.

    "빨리 시작해! 방해받기 전에!"

    홍동이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습니다.

    "못 하겠습니다."

    양반의 눈이 커졌습니다.

    "뭐라고? 네 정체를 들키고 싶나?"

    홍동이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도깨비라는 것, 그리고 당신이 저를 협박하고 있다는 것도요."

    양반은 비웃었습니다.

    "어리석군. 네 말을 누가 믿겠느냐? 도깨비라니, 허황된 소리! 내 말을 들으면 편하게 살 수 있을 텐데."

    그때 소녀가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홍동이는 소녀를 바라보며 미소지었습니다.

    "여기 있었구나. 어서 아버지께 가보렴. 나는 잠시 이 양반님과 할 이야기가 있어."

    소녀가 떠나자 홍동이는 양반에게 돌아섰습니다.

    "제가 도깨비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인간들을 속이고 놀리는 게 재미였지만, 이제는 이 마을 사람들이 저에게 소중합니다. 그들을 해치거나 속이지 않겠어요."

    양반은 분노했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네 정체를 마을에 알리겠다!"

    홍동이는 차분하게 대답했습니다.

    "그러세요. 제가 도깨비라는 것, 그리고 당신이 마을 사람들을 속이려 했다는 것도 모두 말하겠습니다. 누가 더 신뢰를 잃을지 한번 지켜보시죠."

    양반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는 말문이 막혔습니다.

    "감히... 네가..."

    홍동이는 씁쓸하게 웃었습니다.

    "저는 이제 인간의 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배운 것은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옳은 일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이제 저는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도깨비가 아니라."

    양반은 분노와 당혹감에 떨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이런...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어! 도깨비가 어찌 인간보다 더 인간다울 수가 있단 말인가!"

    홍동이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깨달은 것입니다. 인간다움은 외모나 모습이 아니라, 마음에 있는 것이니까요."

    양반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하고 허둥지둥 마을을 떠났습니다. 홍동이는 깊은 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도깨비 마을에서 보낸 시간보다, 인간 세상에서 보낸 시간이 더 값지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밤, 홍동이는 대장장이 가족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고백했습니다. 도깨비라는 사실, 어떻게 인간 세상에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양반의 협박에 대해서도.

    놀랍게도 대장장이 가족은 그의 고백을 받아들였습니다.

    "네가 도깨비든 인간이든, 우리에게 보여준 마음은 진실했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날 이후로 홍동이는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점차 그를 받아들였고, 100일이 다 지나 도깨비 마을로 돌아갈 시간이 왔을 때, 홍동이는 결심했습니다.

    "저는 여기 남겠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살면서, 인간다움을 배우며 살고 싶습니다."

    그렇게 홍동이는 진정한 인간이 되어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비록 그의 뺨은 항상 붉은 기운이 돌았지만, 그것은 사람들에게 그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를 상기시켜주는 표시가 되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시청자 여러분, 오늘도 조선시대 전설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홍동이의 이야기처럼, 때로는 우리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외모나 출신이 아닌, 마음씨와 행동으로 진정한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 여러분의 마음에도 와닿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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