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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와 노인의 마지막 여정, 잃어버린 삶의 의미를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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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50자)
"천 년을 살아온 도깨비가 마침내 은퇴를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죽음을 택하려던 외로운 노인을 만나게 되면서 뜻밖의 동행이 시작되는데...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시작된 우정이 마을에 큰 화재가 발생하면서 시험대에 오릅니다. 나이 든 도깨비와 할아버지가 함께 만들어가는 희망의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노년의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 후기 지리산 자락에서 전해 내려오는 감동적인 도깨비 전설입니다. 은퇴 후 정체성 혼란을 겪던 천 년 도깨비와 모든 것을 잃고 절망에 빠진 노인의 만남을 통해,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전합니다. 갈등과 화해, 용기와 희생을 통해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발견하는 따뜻한 이야기로, 전통 야담의 재미와 현대적 감동이 조화를 이룬 힐링 스토리입니다.
※ 능력을 잃어가는 천 년 도깨비의 마지막 장난 실패
지리산 깊숙한 골짜기, 천 년 묵은 느티나무 아래 작은 오두막집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집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은 도깨비가 살고 있었죠. 이름하여 두릅이. 어른 허리춤 정도 되는 작은 체구에 머리엔 작은 뿔 하나가 삐죽 솟아있었어요. 하지만 세월의 무게 때문인지 그 뿔도 이제는 살짝 굽어져 있었습니다.
두릅이는 무려 천 년 동안 이 산에서 살아왔어요. 그 긴 세월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죠. 때로는 길 잃은 나그네를 도와주기도 하고, 때로는 욕심 많은 악인들에게 호된 교훈을 주기도 했습니다. 특히 젊은 시절엔 장난끼가 많아서 마을 사람들을 깜짝 놀래키는 게 가장 큰 재미였어요.
조선 중기 어느 해, 마을에 김 진사라는 구두쇠가 살았는데 이 사람이 워낙 인색해서 굶어 죽어가는 이웃들을 보고도 쌀 한 되 내주지 않았거든요. 두릅이가 그걸 보다 못해서 밤중에 김 진사 집으로 몰래 들어갔어요. 그리고는 창고 안 쌀가마니들을 모두 마당 한복판으로 옮겨놓고 각 가마니마다 "나눔"이라는 글씨를 크게 써놨죠. 다음 날 아침 김 진사가 마당에 나왔다가 그 광경을 보고는 그야말로 기절초풍했답니다.
또 한 번은 마을 총각들이 힘자랑하며 씨름 대회를 할 때였어요. 두릅이가 할아버지 행세를 하고 나타나서 "나도 한 번 해보면 안 되겠나?" 했거든요. 젊은이들이 "할아버지가 무슨 씨름을..." 하며 웃었는데, 막상 시합을 해보니 장사들을 모두 번쩍번쩩 들어올리는 거예요. 그때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지금도 그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어요. 두릅이의 도깨비 능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거였거든요. 예전에는 손짓 하나로 바위도 들어올릴 수 있었는데, 이제는 작은 돌멩이 하나 옮기는 것도 버거웠어요. 순식간에 모습을 바꾸는 둔갑술도 예전 같지 않았구요.
더 심각한 건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었어요. 두릅이가 아무리 정성껏 장난을 쳐도 사람들은 그냥 한숨만 쉬며 말했거든요. "아, 또 도깨비 영감이 장난을 쳤구나." 놀라거나 무서워하지도 않고, 그냥 일상의 한 부분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두릅이는 마지막으로 한 번 큰 장난을 쳐보기로 결심했어요. 마을에서 제일 게으른 총각 돌쇠네 집에 가서 그동안 미뤄둔 농사일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해치우는 거였죠. 논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고 물을 대고, 심지어 잡초까지 뽑아주려고 했어요.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호미를 들어올리려고 하는데 손에서 자꾸 미끄러져 떨어지는 거예요. 간신히 들어올려서 땅을 파려고 해도 힘이 없어서 겉흙만 살짝 긁힐 뿐이었어요.
"이게 무슨 일이지? 내 힘이 왜 이렇게 약해졌나?"
두릅이는 당황했어요. 천 년 동안 자신의 정체성이었던 도깨비 능력이 사라져가고 있는 거였거든요. 억지로 힘을 써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온몸이 아플 뿐이었어요. 결국 돌쇠네 농사일은 절반도 못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오두막으로 돌아온 두릅이는 거울을 들여다봤어요. 어느새 얼굴에는 깊은 주름이 패여있고 머리카락도 하얗게 세어있었어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나도 이제 늙었구나. 도깨비도 늙으면 이렇게 되는 건가?"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어요. 도깨비로서의 능력을 잃는다면 자신은 대체 무엇인가? 천 년 동안 오직 도깨비로만 살아왔는데, 그 정체성을 잃는다면 자신은 누구인가?
며칠을 고민한 끝에 두릅이는 중대한 결심을 내렸어요. "좋아, 이제 정말 도깨비 일을 그만두자. 천 년 동안 충분히 했으니까." 하지만 결심은 쉬웠지만 실행은 어려웠어요. 도깨비 말고는 자신이 뭘 할 수 있는지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 죽음을 선택하려던 외로운 노인과의 운명적 조우
은퇴를 결심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두릅이의 마음은 여전히 허전했어요.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 아침에 일어나서 차 한 잔 마시고 책을 읽으려고 해도 집중이 안 되고 낮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았어요. 천 년 동안 바쁘게 살아온 몸에 갑작스러운 한가로움이 오히려 고통스러웠죠.
그러던 어느 날 오후,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산책을 나섰어요. 오랜만에 마을 근처까지 내려가보기로 한 거죠. 이번에는 장난을 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사람 구경이나 하려고요.
산길을 천천히 걸어 내려가는데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어요. 깊은 계곡 가장자리에 웬 할아버지 한 분이 서 계신 거예요. 그런데 그 모습이 보통이 아니었어요. 등이 많이 굽어있고 머리는 하얗게 세었는데 뭔가 결연한 표정으로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고 계셨거든요.
두릅이는 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봐온 경험으로 직감했어요. '저 할아버지, 지금 매우 위험한 생각을 하고 계시는구나.'
할아버지의 손에는 작은 보따리 하나만 들려있었고 얼굴에는 깊은 절망과 체념이 배어있었어요. 그리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고 계셨죠. "이제 정말 끝이야.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어. 아무도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없으니..."
두릅이는 깜짝 놀랐어요. 이 할아버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하는 게 분명했거든요. 아무리 은퇴한 도깨비라고 해도 사람이 죽으려고 하는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어요.
"어르신! 위험해요!" 두릅이가 급히 소리쳤어요. 할아버지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봤는데 발을 잘못 디뎠는지 그만 뒤로 넘어지려고 했어요. 순간 두릅이는 본능적으로 도깨비의 능력을 발휘했어요. 비록 전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급한 상황에서는 어떻게든 힘이 나더라구요.
번개같이 달려가서 할아버지를 붙잡았어요. 두 사람은 계곡에서 멀리 떨어진 안전한 바위 위에 주저앉았죠.
할아버지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씀하셨어요. "고맙습니다. 그런데 어르신은 누구시고 어떻게 여기에..."
두릅이는 잠시 망설였어요. 자신의 정체를 밝힐 수는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완전히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거든요. "저는 이 근처 산에서 혼자 사는 두릅이라고 합니다. 산책하다가 어르신을 봤는데 위험해 보여서요."
할아버지는 두릅이를 자세히 살펴보셨어요. 키는 작고 나이는 많아 보이지만 방금 전 자신을 구해준 민첩함과 힘은 보통 사람 같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깊은 한숨을 쉬며 말씀하셨어요. "저는 최덕배라고 합니다. 두릅이 어르신께서 절 구해주셨지만 사실 저는 정말로 이 세상을 떠나려고 했어요."
"왜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덕배는 눈물을 글썽이며 자신의 사연을 털어놓기 시작했어요. "올해 칠십이에요. 아들 내외가 3년 전에 전염병으로 모두 세상을 떠났고 유일한 손자는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갔다가 연락이 끊겼어요. 집에 있던 재산도 아들 병 고치느라 다 써버렸고... 이제 정말 혼자예요."
두릅이는 가슴이 아팠어요. 자신도 천 년을 혼자 살아왔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외로움을 달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할아버지는 정말로 모든 걸 잃고 홀로 남겨진 상황이었어요.
덕배가 계속 말했어요. "며칠 전부터는 제대로 된 밥도 못 먹었어요. 이웃들이 가끔 음식을 주시긴 하지만 그것도 미안해서... 매일 혼자 집에 앉아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또 하루를 어떻게 보내지?' 이런 생각만 들어요."
두릅이는 순간 깨달았어요. 자신이 도깨비 능력을 잃고 정체성 혼란을 겪는 것도 힘들지만 이 할아버지처럼 정말로 절망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도 있구나.
"덕배 어르신,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아직 살아갈 이유가 있을 거예요."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 칠십 넘은 늙은이가 누구에게 필요하겠어요?"
두릅이는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럼 저와 친구가 되어주세요."
"네?"
"저도 혼자 살고 있어서 외로워요. 같은 처지끼리 서로 의지하면서 살면 어떨까요?"
덕배는 놀란 표정으로 두릅이를 봤어요. "저 같은 늙고 쓸모없는 사람과 친구가 되시겠다는 건가요?"
"쓸모없다니요. 어르신은 분명히 저보다 사람 사는 세상을 잘 아실 거예요. 저는 너무 오래 혼자 살아서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 잘 모르거든요."
이것은 거짓말이 아니었어요. 두릅이는 천 년 동안 사람들을 관찰하기만 했지 진짜 친구로 지내본 적은 없었거든요.
덕배의 표정이 조금씩 밝아졌어요.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이유가 생긴 것 같았거든요.
※ 서로의 비밀을 감춘 채 깊어지는 동행
그 다음 날부터 두릅이와 덕배의 새로운 일상이 시작되었어요. 매일 아침 해가 뜨면 마을 입구에 있는 오래된 정자에서 만나서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죠. 덕배는 날이 갈수록 밝아졌고 죽고 싶다는 생각도 점점 사라져갔어요. 두릅이도 은퇴 후의 공허함이 많이 줄어들었구요.
어느 날 아침, 덕배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두릅이가 다가오자 반갑게 인사했어요. "두릅이 형님, 잠은 잘 주무셨어요?" 두릅이가 나이가 더 많다고 했기 때문에 형님이라고 부르기로 했거든요.
"응, 잘 잤어. 덕배는 어땠어?"
"저도 괜찮았어요. 요즘은 형님 만날 생각을 하니까 잠도 잘 와요."
두 사람의 대화는 주로 옛날 이야기가 많았어요. 덕배는 젊은 시절 농사짓던 이야기, 아들을 키우며 겪었던 에피소드들, 마을에서 일어났던 재미있는 일들을 들려주었죠. 두릅이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면서도 천 년 동안 보고 들은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전해주었어요.
"형님은 참 많은 걸 아시는군요. 그런 이야기들은 어디서 들으셨나요?" 덕배가 신기해하며 물었어요. 두릅이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너무 생생하고 자세해서 마치 직접 경험한 것 같았거든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면서 들은 거예요." 두릅이는 애매하게 답했어요. 하지만 가끔씩 실수할 뻔한 순간들이 있었거든요.
며칠 후, 두 사람이 함께 시장에 갔을 때였어요. 덕배가 무거운 쌀포대를 사려고 하는데 나이가 많아서 혼자서는 들기 어려워 보였어요. 두릅이가 도와주려고 했는데 순간 깜빡하고 도깨비의 힘을 써버렸거든요. 스무 근이나 되는 쌀포대를 한 손으로 번쩍 들어올린 거예요.
주변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랐어요. "어머, 저 할아버지 힘이 장사네!" "나이가 저렇게 많은데 어떻게 저런 힘이..." 덕배도 놀란 표정으로 두릅이를 봤어요. "형님, 힘이 정말 좋으시네요. 어떻게 그렇게..." 두릅이는 당황해서 얼른 둘러댔어요. "젊을 때 나무꾼 일을 오래 해서 그래요. 습관이죠."
하지만 덕배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두릅이에게는 보통 사람과 다른 점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일주일 후에는 더 심각한 일이 벌어졌어요. 덕배가 길에서 넘어져서 무릎을 깊게 베였는데 피가 꽤 많이 났어요. 두릅이가 황급히 다가가서 손으로 상처 부위를 살짝 만졌는데 순간 도깨비의 치유 능력이 발동되어 버린 거예요. 상처가 눈 깜빡할 사이에 아물어버렸어요.
덕배는 깜짝 놀라서 자신의 무릎을 만져봤어요. "이게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분명히 깊게 베였는데..." 두릅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또 둘러댔어요. "제가 옛날에 약초 공부를 좀 해서요. 특별한 연고를 항상 가지고 다녀요."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상처가 순식간에 낫는 건 불가능하죠. 덕배는 의심을 품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몇 주가 지나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더욱 깊어졌지만 동시에 긴장감도 커져갔어요. 두릅이는 자신의 정체가 들통날까 봐 조마조마했고 덕배는 친구의 정체가 궁금하면서도 괜히 물어보기가 어려웠거든요.
어느 날 저녁, 두 사람이 정자에 앉아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덕배가 조심스럽게 말했어요. "형님,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형님은 정말 평범한 사람이세요?" 두릅이의 가슴이 철렁했어요. "갑자기 그게 뭔 소리야?" "그냥 가끔 보면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것 같아서요. 힘도 엄청 세시고 상처도 금방 낫게 하시고..."
두릅이는 한참을 고민했어요. 친구에게 진실을 말할까, 아니면 계속 숨길까? "덕배야, 사람마다 특별한 능력이 하나씩은 있는 법이야. 나도 그냥 조금 특별한 거뿐이야." "그런 건가요?" 덕배는 더 이상 묻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었죠.
한편 두릅이도 덕배에게 궁금한 게 있었어요. "덕배야, 너는 정말 가족이 아무도 없어?" "네, 정말 아무도 없어요. 사실... 저도 형님께 숨긴 게 있어요." "뭔데?" "손자가 한양에 갔다고 했잖아요? 사실은... 제가 너무 가난해서 손자가 부끄러워했어요. 친구들 앞에서 할아버지라고 부르기도 싫어했거든요. 그래서 한양으로 떠날 때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하더라고요."
두릅이는 마음이 아팠어요. 자신도 정체를 숨기고 있으면서 덕배도 이런 아픈 비밀을 가지고 있었구나. "그래도 언젠가는 돌아올 거야.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하잖아." "그럴까요? 저는 저는 이미 포기했어요."
두 사람은 그렇게 각자의 비밀을 품은 채로 우정을 이어갔어요. 서로에게 완전히 솔직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외로움을 달래주는 소중한 친구였거든요. 하지만 곧 이 평화로운 일상에 큰 시험이 찾아올 줄은 두 사람 모두 몰랐답니다.
※ 마을 대화재 속에서 목숨을 건 구조 작전
어느 날 밤, 마을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김 진사 댁 헛간에서 시작된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마을 전체로 번져나갔어요. 조선시대의 초가집들은 불에 약했기 때문에 한 번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게 문제였죠.
"불이야! 불이야!" 마을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밤하늘을 가득 채웠습니다. 사람들은 물동이를 들고 나와서 불을 끄려고 했지만 불의 세력이 워낙 강해서 역부족이었어요.
더 큰 문제는 마을 한가운데 있는 큰집에 거동 불편한 할머니들과 어린아이들이 갇혀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불길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거든요.
마을 이장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어떻게 하지? 이대로 가면 할머니들과 아이들이..." 젊은 남자들이 몇 번 시도해봤지만 불길이 너무 뜨거워서 가까이 갈 수도 없었어요. 연기도 너무 심해서 숨을 쉬기도 어려웠구요.
그때 덕배가 나타났습니다. 화재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거예요. 상황을 파악한 덕배는 안타까운 마음에 사람들과 함께 불을 끄려고 했지만 나이가 많은 자신으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어요.
바로 그때 산에서 두릅이가 나타났습니다. 산 위에서도 불빛과 연기가 보였거든요. 두릅이는 덕배와 사이가 어색한 상황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이 위험에 처했는데 그냥 있을 수는 없었어요.
두릅이가 상황을 보니 정말 심각했습니다. 집 안에 갇힌 사람들의 생명이 위험했어요. 이런 상황에서는 도깨비의 능력을 써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어요. 만약 도깨비 능력을 쓴다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알게 될 텐데... 그럼 더 이상 이 마을에서 살 수 없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그 순간 집 안에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할머니! 무서워요!" 두릅이는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어요.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더라도 생명이 먼저였습니다.
"모든 분들, 제가 들어가겠습니다!" 사람들이 놀라며 말렸어요. "두릅이 어르신, 안 됩니다! 너무 위험해요!" 하지만 두릅이는 이미 불길 속으로 뛰어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슬며시 도깨비의 능력을 발휘했어요. 불이 자신을 태우지 못하게 하고 연기 속에서도 길을 찾을 수 있게 하는 능력 말이죠.
두릅이는 집 안으로 들어가서 갇힌 사람들을 하나씩 구해내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어린아이들을 업고 나오고 다시 들어가서 거동 불편한 할머니들을 도와서 나왔어요.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두릅이가 아무렇지 않게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보니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덕배도 두릅이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요. '어떻게 저렇게 불 속에서도 멀쩡할 수 있지?' 하지만 동시에 감동했습니다. 자신과 사이가 어색해진 상황에서도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나선 두릅이의 마음을 알 수 있었거든요.
두릅이가 마지막 할머니를 구해내고 나올 때 집이 완전히 무너져내렸어요. 만약 조금만 늦었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죠. 모든 사람들이 환호했습니다. "만세! 모두 구했다!" "두릅이 어르신이 영웅이야!"
하지만 두릅이는 기뻐할 겨를이 없었어요. 사람들을 구하느라 너무 많은 도깨비 능력을 써버렸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도깨비로 변하기 시작한 거예요. 머리에서 뿔이 조금씩 나오고 눈이 빨갛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 정체 폭로 후 마을의 갈등과 용서의 과정
두릅이는 급히 모자를 눌러쓰고 고개를 숙였지만 이미 몇몇 사람들이 알아챘어요. "어? 두릅이 어르신 눈이 빨간데?" "그리고 머리에 뭔가 나와 있는 것 같은데..."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두릅이는 당황했지만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때 덕배가 앞으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어요. "여러분! 두릅이 어르신이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방금 우리 마을 사람들의 생명을 구해주신 은인이에요!" 사람들이 조용해졌어요. 덕배가 계속 말했습니다. "만약 두릅이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오늘 밤 우리는 소중한 가족들을 잃을 뻔했어요. 그분이 어떤 분이든 우리에게는 생명의 은인입니다!"
두릅이는 덕배를 놀란 눈으로 바라봤어요. 자신의 정체를 알고도 오히려 자신을 감싸주고 있는 거였거든요. 마을 이장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덕배 어르신 말씀이 맞습니다. 두릅이 어르신,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해했어요. 아무리 도움을 받았다고 해도 도깨비라는 존재 자체가 무서웠거든요. "그래도 도깨비가..." "혹시 우리를 해치려는 건 아닐까..." 이런 수근거림이 들려왔어요.
그날 밤 마을은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습니다. 감사함과 두려움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묘한 상황이 된 거죠.
화재가 진정된 다음 날 덕배는 두릅이를 찾아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어젯밤의 일을 겪고 나서 자신이 얼마나 잘못 생각했는지 깨달았거든요. 두릅이는 오두막 앞에 혼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어요. 어젯밤 일로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이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덕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 두릅이가 고개를 돌렸습니다. "덕배... 왜 왔어?" 덕배는 미안한 표정으로 두릅이 앞에 앉았어요. "사과하러 왔어. 정말 미안해." "무슨 사과?" "내가... 내가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잖아. 네가 도깨비라는 것만 알고 그동안 네가 나에게 해준 일들은 다 잊어버렸어."
두릅이는 쓸쓸하게 웃었어요. "당연한 거야. 사람들이 도깨비를 무서워하는 게 이상한 일이야? 나도 이해해." "아니야. 이해할 일이 아니야." 덕배가 진심을 담아 말했습니다. "어젯밤에 네가 불 속에 뛰어들어서 사람들을 구하는 걸 봤어. 그때 깨달았어. 네가 도깨비든 뭐든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두릅이의 눈이 촉촉해졌어요. "정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그럼. 그리고 생각해보니 네가 도깨비였기 때문에 나를 더 잘 도와줄 수 있었던 것 같아. 내가 다쳤을 때 금방 낫게 해준 것도 내가 죽으려고 할 때 구해준 것도... 모두 네가 특별한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잖아."
두릅이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그럼... 우리 다시 친구할 수 있을까?" "바보야. 우리가 언제 친구 그만뒀어?" 두 사람은 다시 껴안으며 화해했습니다.
며칠 후 마을 사람들이 두릅이를 찾아왔어요. 마을 이장을 비롯해서 구조받은 할머니들과 아이들의 가족들이 모두 왔더라고요. "두릅이 어르신, 저희가 의논해서 왔습니다." "무슨... 무슨 의논을요?" "어르신이 도깨비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저희는 어르신을 쫓아내고 싶지 않습니다. 어르신은 우리의 은인이세요."
※ 두 노인이 만들어가는 희망의 여행
마을 사람들의 말을 들은 두릅이는 믿을 수 없었어요. 쫓겨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을에 남아달라고 하다니. 마을 이장이 계속 말했습니다.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집을 하나 지어드릴게요. 그곳에서 사시면서 가끔씩 마을에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두릅이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정말... 정말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뭔가요?" "앞으로는 장난은 치지 말아 주세요. 대신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만 도와주시면 됩니다."
두릅이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어요. "물론이죠. 사실 이미 장난치는 건 그만뒀거든요." 덕배가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그럼 나는 두릅이 집 근처에 살면서 함께 지낼 수 있겠네!" 마을 사람들도 웃으며 박수를 쳤어요.
며칠 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작은 집이 지어졌어요. 두릅이와 덕배가 함께 살 수 있는 아늑한 집이었죠. 두릅이는 깨달았습니다. 은퇴했다고 해서 쓸모없어지는 게 아니구나. 오히려 진정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때가 온 거구나.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났습니다. 두릅이와 덕배는 마을 근처의 작은 집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었어요. 두릅이는 더 이상 장난을 치지 않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할 때는 기꺼이 나서서 도왔습니다. 한 번은 마을에 메뚜기 떼가 몰려와서 농작물을 망치려고 할 때 두릅이가 도깨비의 능력으로 메뚜기들을 쫓아내 주었어요. 또 한 번은 가뭄이 심할 때 숨겨진 샘물을 찾아서 마을 사람들이 물을 구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죠.
어느 날 마을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한양에서 온 젊은 선비였는데 도깨비와 사람이 함께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직접 확인하러 온 거였어요. 선비가 두릅이에게 물었습니다. "정말로 도깨비가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 수 있나요?"
두릅이가 웃으며 답했습니다. "물론이죠.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거예요." "하지만 도깨비는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번에는 덕배가 나서서 말했습니다. "그런 편견을 버리세요. 두릅이는 우리 마을의 가장 소중한 어른이에요.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거든요."
선비는 며칠 동안 마을에 머물면서 두릅이와 덕배의 생활을 지켜봤어요. 그리고 정말로 놀라운 일들을 목격했습니다. 아픈 아이가 있으면 두릅이가 약초를 구해다 주고 길을 잃은 사람이 있으면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주었어요. 무거운 짐을 나르는 할머니가 있으면 덕배와 함께 도와주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함께 의논해서 해결책을 찾아주었죠.
선비는 감동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우정이네요. 이런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두릅이가 겸손하게 말했어요. "굳이 알릴 필요는 없어요. 그냥 우리끼리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죠."
하지만 선비는 결심했습니다. 한양으로 돌아가서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주겠다고요. 몇 달 후 정말로 선비가 쓴 글이 여러 곳에 퍼져나갔어요. "지리산의 착한 도깨비와 노인의 우정"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였죠.
그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은 감동했습니다. 도깨비에 대한 편견도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요. 모든 도깨비가 나쁜 건 아니구나, 사람과 도깨비도 친구가 될 수 있구나 하고 말이죠.
어느 날 두 사람에게 새로운 제안이 들어왔어요. 다른 마을에서도 도움이 필요하니 와달라는 부탁이었거든요. 거기에는 외로운 할머니들과 할아버지들이 많이 살고 있는데 두릅이와 덕배 같은 분들이 와서 도와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두 사람은 의논했습니다. "어떻게 할까? 여기 살기도 좋은데..." "하지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있다면..." 결국 두 사람은 결정했어요. 새로운 모험을 떠나기로 한 거죠. 그렇게 두릅이와 덕배는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어요.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두 노인의 뒷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천 년을 살아온 도깨비 두릅이와 외로웠던 노인 덕배의 아름다운 우정은 새로운 전설이 되어 후세에 전해내려갔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어떠셨나요? 천 년을 살아온 도깨비 두릅이와 절망에 빠진 노인 덕배의 따뜻한 우정 이야기였습니다. 은퇴 후 정체성 혼란을 겪던 도깨비와 모든 것을 잃고 죽음까지 생각했던 할아버지가 서로를 만나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시작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전해드렸습니다.
서로 다른 존재라도 진심으로 소통하면 편견을 넘어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가 특히 인상 깊었을 것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도깨비 마을의 5가지 행복 비결'을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두릅이와 덕배가 만든 특별한 마을에서 어떤 지혜로운 삶의 비결들이 탄생했을까요? 시니어 여러분들의 일상에도 도움이 될 소중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구독과 알림설정으로 다음 이야기도 함께해 주세요. 오늘도 따뜻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