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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귀여운 도깨비가 마을에 가져온 기적 같은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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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낡은 그릇에서 태어난 작고 귀여운 도깨비. 이 장난꾸러기가 가난하고 아이 없던 부부에게 찾아와 하룻밤 만에 기적을 선물하는데... 과연 그 기적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요술 같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마음씨 착한 부부가 아이가 없어 깊은 시름에 잠겨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부엌에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텅 빈 쌀독이 채워지고, 낡은 농기구가 새것처럼 변하는 기적! 그 비밀의 중심에는 작고 귀여운 도깨비가 있었습니다. 도깨비가 부부에게 가져다준 진짜 선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 착한 부부의 한숨, 비어있는 쌀독
조선 어느 산골 마을에, 가난했지만 마음씨만큼은 세상 제일의 부자인 한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남편인 박서방은 힘든 소작농 일에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성실한 사내였고, 그의 아내 이씨 부인은 얼굴도 마음도 비단결처럼 고운 여인이었지요. 두 사람은 서로를 지극히 아끼고 사랑했지만, 그들에게는 큰 근심이 하나 있었습니다. 혼인한 지 십 년이 다 되도록 슬하에 자식이 없었던 것입니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긴 텅 빈 집은 두 사람의 한숨 소리만이 채우곤 했습니다. "여보, 미안하오. 내 몸이 부족하여 당신의 대를 잇지 못하니…" 이씨 부인이 눈물을 글썽이면, 박서방은 그런 아내의 손을 꼭 잡아주며 위로했습니다. "그런 소리 말구려. 아이가 없으면 우리 둘이 더 의지하고 살면 되지. 다 하늘의 뜻이 있을 게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들판에서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두 사람의 가슴 한구석은 시리게 아려왔습니다. 가난 또한 그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흉년이 겹치면서, 두 사람의 집 쌀독은 바닥을 보인 지 오래였습니다. 내일 아침 지을 쌀 한 톨 없는 날이 부지기수였지요. 그럼에도 이씨 부인은 굶주린 이웃이 찾아오면 얼마 남지 않은 곡식마저 나누어주는, 마음이 참으로 따뜻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에게는 남들이 보기엔 별것 아니지만, 아주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내려앉은 낡고 오래된 나무 그릇이었습니다. 이가 빠지고 군데군데 금이 간 볼품없는 그릇이었지만, 그녀의 친정어머니가 물려주신 유일한 유품이었지요. 그녀는 매일 그 나무 그릇을 정성껏 닦고 어루만지며,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말을 걸 듯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곤 했습니다. "얘야, 오늘도 우리 서방님은 빈손으로 돌아오셨구나. 내일 아침은 또 무엇으로 밥을 지어야 할지… 네가 요술이라도 부려 쌀 한 톨이라도 만들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녀는 그저 힘든 마음을 달래고자 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따뜻한 손길과 진심 어린 마음은, 낡은 나무 그릇에 아주 희미하고 신비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그날 밤도, 부부는 멀건 죽 한 그릇으로 저녁을 때우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텅 빈 쌀독을 바라보는 이씨 부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고, 박서방은 그런 아내의 등을 그저 말없이 토닥여줄 뿐이었습니다. 부부의 깊은 한숨 소리가, 고요한 산골 마을의 밤공기 속으로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 한밤중의 부엌, 기묘한 발자국
그날 밤, 부부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였습니다. 모두가 잠든 한밤중, 박서방네 집 부엌에서 아주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씨 부인이 애지중지하던 낡은 나무 그릇이 놓인 시렁이, 희미한 빛과 함께 '달그락' 하고 작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그릇 속에서, 마치 아지랑이라도 피어오르듯 무언가 조그마한 형체가 몽글몽글 피어올랐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갓 태어난 어린아이 주먹만 한 크기의 아주 작은 도깨비였습니다. 머리에는 작은 뿔이 하나 돋아 있었고, 몸에는 누더기 같은 작은 옷을 걸치고 있었지요. 녀석은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요정의 날갯짓처럼' 사뿐히 바닥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는 까만 숯검댕이가 묻은 작은 발로 총총거리며 부엌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의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텅 비어있던 쌀독이었습니다. 녀석은 거대한 쌀독 앞에서 잠시 낑낑거리더니, 자신의 머리에 난 작은 뿔을 '톡' 하고 만졌습니다. 그러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텅 비어있던 쌀독 안으로, 어디선가 나타난 새하얀 쌀알들이 폭포수처럼 '쏴아아' 하고 쏟아져 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순식간에 쌀독은 반짝이는 햅쌀로 가득 찼습니다. 자신의 요술에 만족한 듯, 작은 도깨비는 '키득키득' 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다음으로 녀석이 향한 곳은, 벽에 기대어 세워져 있던 박서방의 낡은 농기구들이었습니다. 날이 빠진 낫, 손잡이가 쪼개진 호미. 녀석은 다시 한번 뿔을 '톡' 하고 만졌습니다. 그러자 낡았던 농기구들이 신기한 빛을 내뿜으며, 마치 대장간에서 막 나온 새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은 자신의 활약에 아주 흡족해하며, 부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작은 요술을 부렸습니다. 시들어 있던 시래기에는 생기가 돌게 하고, 바닥이 뚫린 냄비는 새것처럼 말끔하게 만들어 놓았지요. 그렇게 한참 동안 부엌을 헤집고 다니던 녀석은, 날이 밝아올 기미가 보이자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다시 나무 그릇 속으로 '뿅' 하고 사라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이씨 부인은 습관처럼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텅 빈 쌀독을 보며 또 한숨을 쉴 생각에, 그녀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부엌에 들어선 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분명 어젯밤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던 쌀독에, 탐스러운 햅쌀이 가득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 서방님! 빨리 와보세요!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그녀의 비명에 놀라 달려온 박서방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두 사람은 한참 동안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다가, "혹시 이웃 중 누군가가 몰래 도와준 것이 아닐까" 하고 짐작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기이한 일은 그날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며칠 뒤에는 박서방이 강에 나가 던져놓은 통발 안에, 팔뚝만 한 잉어가 가득 들어있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두 부부는 난생 처음으로 푸짐한 생선구이에 쌀밥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지요. 그날 밤, 부부는 잠자리에 누워 행복하면서도 신기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여보, 아무래도 우리 집에 복덩이가 굴러들어온 것 같소." "그러게 말이오. 꼭 조상님이 우리를 돕는 것만 같구려." 그들은 자신들을 몰래 돕는 미지의 존재에게 감사하며,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습니다. 그들이 모르는 사이, 부엌 바닥에는 작은 숯검댕이 발자국들이 어지럽게 찍혀 있었습니다.
※ 요술 같은 밤, 다시 피어나는 사랑
작은 도깨비가 가져온 기적은 부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쌀독에는 언제나 쌀이 가득했고, 텃밭의 채소는 다른 집보다 두 배는 더 탐스럽게 자랐으며, 박서방이 놓는 덫에는 매일같이 토실토실한 꿩이나 토끼가 걸려들었습니다. 가난의 그림자가 걷히자, 두 사람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씨 부인은 이제 더 이상 한숨을 쉬지 않았고, 박서방의 어깨는 쫙 펴졌습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두 사람의 관계에서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그들의 밤은 늘 무겁고 서먹했습니다. 아이를 갖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가난이 주는 스트레스는, 부부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그들의 잠자리는 그저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무적인 행위에 가까웠고, 서로의 몸을 안으면서도 마음은 늘 다른 곳을 향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습니다. 그날 저녁, 부부는 모처럼 잡아온 잉어로 얼큰한 매운탕을 끓이고, 쌀밥에 막걸리까지 한잔 곁들이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보, 한잔 받으시오. 당신 그동안 고생 많았소." 박서방이 따라주는 술잔을 받으며, 이씨 부인의 두 뺨은 복숭아처럼 발그레하게 달아올랐습니다. 두 사람은 오랜만에 서로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습니다. 박서방의 눈에는, 그저 시름에 젖어있던 아내가 아닌,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의 수줍고 아름다운 여인이 비쳤습니다. 이씨 부인의 눈에도, 삶에 지쳐있던 남편이 아닌, 듬직하고 사내다운 기운이 넘치는 멋진 지아비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든 두 사람 사이에는 예전의 어색한 침묵 대신, 달콤하고도 짜릿한 긴장감이 흘렀습니다. 박서방은 곁에 누운 아내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감싸 안았습니다. 그의 손길에 이씨 부인의 몸이 희미하게 떨려왔습니다. 박서방은 그런 아내의 귓가에, 아주 오랜만에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부인… 오늘따라 유난히 더 곱구려…" 그는 아내의 얼굴에 드리워진 머리카락 한 올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었습니다. 그 다정한 손길에, 이씨 부인의 마음속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활짝 열리는 듯했습니다. 그녀는 수줍게 고개를 돌려 남편의 품에 안겼습니다. 박서방은 그런 아내의 소복 옷고름을 천천히 풀었습니다. 그의 손길은 서툴렀지만, 그 안에는 아내를 향한 깊은 애정과 미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마침내 드러난 아내의 뽀얀 속살은, 등잔 불빛 아래서 상아처럼 빛났습니다. 그는 아내의 온몸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며, 그동안 가난과 걱정 때문에 아내에게 해주지 못했던 모든 사랑을 보상하려는 듯했습니다. 이씨 부인 역시 더 이상 수동적으로 그의 사랑을 받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부드러운 몸으로 그의 단단한 몸을 휘감으며, 그동안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의 사랑을 적극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몸짓에는 더 이상 의무감이나 죄책감이 없었습니다. 오직 서로를 향한 순수한 연모와, 다시 되찾은 행복에 대한 감사만이 가득했습니다. 그날 밤, 부부의 방에서는 오랜만에 사랑의 교성이 꽃처럼 피어났습니다. 쿵더쿵, 쿵더쿵… 멀리 방앗간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아닌, 두 사람의 심장이 만들어내는 뜨거운 생명의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웠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문틈으로 훔쳐보던 작은 도깨비는 마치 자신의 일인 양,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도깨비가 가져온 진짜 기적은, 어쩌면 가득 채워진 쌀독이 아니라, 바로 다시 피어나기 시작한 두 사람의 뜨거운 사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 장난꾸러기 도깨비, 정체를 들키다
연이어 일어나는 기이하고도 고마운 일들에, 박서방과 이씨 부부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물론 쌀독이 채워지고, 덫에 짐승이 걸리는 것은 더없이 기쁜 일이었지만, 누구의 도움인지도 모른 채 계속 받기만 하는 것은 영 마음이 편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보, 아무래도 우리가 밤을 새워서라도 우리를 돕는 은인이 누구인지 알아내야겠소. 이것은 도리가 아니지 않소." 남편의 말에 이씨 부인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두 사람은 그날 밤, 쌀 한 톨을 훔쳐 가는 도둑이라도 잡을 것처럼 비장한 각오로 잠을 청하는 척,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로 했습니다. 부부는 안방의 불을 끄고, 부엌이 훤히 내다보이는 방문의 창호지에 작은 구멍을 뚫었습니다. 그리고는 숨을 죽인 채, 그 작은 구멍을 통해 부엌 쪽을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밖이 캄캄해지고 인적이 완전히 끊긴 자정이 되자, 어김없이 그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달그락…' 하고 시렁이 흔들리는 소리가 나더니, 그 위에 놓인 낡은 나무 그릇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부부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이윽고, 그릇 속에서 주먹만 한 작은 그림자가 뿅 하고 튀어나왔습니다. 바로 그 작고 귀여운 도깨비, 깨비였습니다. 부부는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습니다. 이야기 속 도깨비는 보통 키가 장승만 하고, 눈은 등불처럼 번뜩이는 무시무시한 존재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까만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너무나도 작고 귀여운 존재였습니다. 깨비는 아직 두 사람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신이 나서 부엌을 돌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은 먼저 쌀독으로 달려가, '에잇!' 하는 귀여운 기합 소리와 함께 쌀을 가득 채워 넣었습니다. 그리고는 잘했다는 듯 자신의 작은 배를 통통 두드렸지요. 그 모습을 훔쳐보던 이씨 부인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습니다. 깨비의 장난기 어린 행동은 계속되었습니다. 녀석은 부뚜막의 소금 단지를 열어 소금을 한 톨 찍어 맛보더니, 너무 짜다는 듯 얼굴을 찡그리며 온몸을 부르르 떨기도 하고, 천장에 매달린 마른 명태를 툭툭 건드려 보다가 제 머리 위로 떨어지자 화들짝 놀라 나자빠지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부엌에서 놀던 깨비는, 마지막으로 박서방이 헛간에 세워둔 지게를 발견했습니다. 자신의 몸보다 몇 배는 더 큰 지게를 보며, 녀석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였습니다. 녀석은 작은 몸으로 낑낑대며 지게를 짊어지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지게는 꼼짝도 하지 않았지요. 그러자 녀석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한번 자신의 작은 뿔을 '톡' 하고 만졌습니다. 그러자 지게가 신기한 빛을 내뿜으며, 마치 황금이라도 두른 듯 번쩍이기 시작했습니다. 녹슬었던 부분은 깨끗해지고, 낡아서 삐걱거리던 이음새는 단단하게 보강되었습니다. '황금 지게'로 변한 자신의 작품에 만족한 깨비는, 보란 듯이 헛기침을 하며 뒷짐을 지고는 의기양양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 우스꽝스럽고도 사랑스러운 모습에, 숨어서 지켜보던 부부는 더 이상 웃음을 참지 못하고 '푸훗' 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습니다. 그 소리에 깨비의 작은 몸이 굳어졌습니다. 녀석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방문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창호지 구멍 너머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두 개의 눈동자와 마주친 것입니다. 정체가 탄로 난 깨비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빨개졌습니다. 녀석은 '아차!' 하는 표정으로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이내 쏜살같이 달려가 자신의 집인 나무 그릇 속으로 '뿅!' 하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날 밤, 부부는 웃음과 놀라움, 그리고 따뜻한 고마움에 밤이 새는 줄도 몰랐습니다.
※ 고마운 마음, 메밀묵 한 그릇
정체를 들킨 다음 날부터, 이상하게도 깨비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쌀독은 다시 비어가기 시작했고, 덫에도 짐승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부부는 다시 가난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전처럼 어둡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제 작고 귀여운 도깨비, 깨비가 남긴 따뜻한 온기가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은인이 무서운 귀신이나 조상이 아닌, 장난기 많고 마음 따뜻한 작은 도깨비였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여보, 우리가 그만 웃음소리를 내는 바람에, 그 아이가 놀라서 다시는 오지 않는 것 같소. 어쩌면 좋소?" 이씨 부인의 걱정스러운 말에, 박서방은 아내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그 아이에게 우리의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겠소. 그리고 다시는 놀라게 하지 않을 테니, 돌아와 달라고 말해줍시다." 하지만 어떻게 도깨비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박서방의 머릿속에, 어릴 적 할머니에게서 들었던 옛이야기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도깨비는 짓궂은 장난과 씨름을 좋아하고, 특히나 탱글탱글한 메밀묵과 시큼한 막걸리를 아주 좋아한단다.' "그렇지! 바로 그거요!" 박서방은 무릎을 탁 쳤습니다. 부부는 그동안 깨비 덕분에 모아두었던 쌀과 생선을 장에 내다 팔아, 메밀 가루와 좋은 누룩을 사 왔습니다. 그리고는 온 정성을 다해 깨비를 위한 잔치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씨 부인은 곱게 간 메밀 가루로 정성껏 묵을 쑤었습니다. 그녀는 묵을 쑤는 내내, 마치 곧 돌아올 자식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처럼 행복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박서방은 잘 익은 김장 김치를 꺼내 먹기 좋게 썰고, 좋은 누룩으로 직접 막걸리를 담갔습니다. 두 사람은 비록 가진 것은 없었지만, 자신들을 도와준 작은 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날 밤, 부부는 정성껏 차린 메밀묵 한상과 김치, 그리고 막걸리 한 사발을 부엌 한가운데의 작은 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방문 앞에 나란히 엎드려,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를 도와준 귀한 분께, 저희 부부의 작은 정성을 바칩니다. 저희의 어리석음으로 당신을 놀라게 하였다면, 부디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십시오. 이 음식을 약소하지만 너그러이 받아주시고, 괜찮으시다면 앞으로도 종종 놀러 와 주십시오." 그렇게 말을 전한 뒤, 부부는 그날 밤 일부러 깊이 잠든 척, 부엌 쪽으로는 눈길도 주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떨리는 마음으로 부엌에 나가본 두 사람은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었습니다. 상 위에 놓아두었던 메밀묵과 김치는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고, 막걸리 사발 또한 바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마치 답례라도 하듯 반짝이는 조약돌 세 개가 나란히 놓여 있었습니다. 부부는 깨비가 자신들의 마음을 받아주었음을 깨닫고, 기쁨의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그날 이후, 깨비는 다시 밤마다 부엌을 찾아왔습니다. 쌀독은 다시 채워졌고, 집안에는 다시금 활기가 돌았습니다. 그리고 깨비의 장난은 더욱 대담하고 귀여워졌습니다. 박서방이 아끼는 짚신을 몰래 숨겨두었다가, 그가 한참을 찾고 나면 머리 위 시렁에서 '툭' 하고 떨어뜨려 주기도 하고, 이씨 부인이 바느질을 할 때면, 실을 몰래 끌어당겨 헝클어 놓기도 했습니다. 부부는 그런 깨비의 장난에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집안에 어린아이라도 생긴 듯 즐거워하며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그렇게 사람과 도깨비의 기묘하고도 따뜻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 가장 큰 선물, 기적 같은 변화
시간이 흘러 겨울이 지나고, 따스한 봄이 찾아왔습니다. 깨비의 요술 덕분에, 박서방네 집은 이제 더 이상 가난하지 않았습니다. 곳간에는 곡식이 쌓였고, 박서방은 황금 지게 덕분에 남들보다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부부는 자신들의 형편이 나아지자, 예전 자신들처럼 굶주리는 이웃들에게 아낌없이 곡식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들의 선행은 깨비의 요술과 더불어, 마을 전체를 조금씩 따뜻하게 변화시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부에게는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 단 한 가지 소원이 있었지요. 바로 아이였습니다. "여보, 이제 우리도 먹고 살만해졌는데… 우리에게도 아이가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씨 부인은 여전히 밤마다 아이를 점지해달라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봄날, 이씨 부인은 자신의 몸에 이상한 변화가 생겼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잘 먹지 못하게 되고, 자꾸만 꾸벅꾸벅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그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혹시, 큰 병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하지만 마을의 나이 많은 할머니에게 조심스럽게 증상을 이야기하자, 할머니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환하게 웃었습니다. "이 사람아, 그건 병이 아니라, 복의 징조일세! 아기를 가진 게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씨 부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십 년 동안 그토록 간절히 바라왔지만,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던 생명이, 자신의 뱃속에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곧장 집으로 달려가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박서방은 아내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엉엉 소리 내어 울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참 동안 기쁨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두 사람은 깨달았습니다. 깨비가 가져다준 진짜 기적,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이 아이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쌀독을 채워주고, 농기구를 고쳐주었던 것은, 이 아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였던 것입니다. 부부가 아이를 걱정하고, 가난에 찌들어 서로를 보듬지 못할 때에는 찾아오지 않았던 생명이, 마음의 여유와 사랑이 다시 싹트자 비로소 찾아온 것입니다. 그날 밤, 부부는 다시 한번 깨비를 위해 정성껏 메밀묵을 쑤어 상을 차렸습니다. 그리고는 뱃속의 아이를 쓰다듬으며, 부엌을 향해 진심을 다해 말했습니다. "깨비야, 고맙다… 정말로 고맙다. 네가 우리에게 세상 가장 큰 선물을 주었구나. 이 아이, 네 덕분에 얻은 이 아이를 세상 누구보다 착하고 지혜롭게 잘 키우마." 그들의 말에 답이라도 하듯, 시렁 위의 나무 그릇이 따뜻한 빛을 내며 '달그락' 하고 작게 울렸습니다. 열 달 뒤, 이씨 부인은 옥동자를 순산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를 닮아 튼튼했고, 어머니를 닮아 마음씨가 고왔으며, 유난히 까만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그들의 작은 친구, 깨비를 닮아 있었습니다. 그 후로, 깨비는 더 이상 부엌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떠났을지도 모릅니다. 부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깨비를 아쉬워했지만, 서운해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의 곁에는 이제 깨비가 남기고 간 가장 큰 선물, 아이의 웃음소리가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낡은 나무 그릇은, 그들의 집 가장 소중한 곳에 놓여 대대손손 가보로 전해졌다고 합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작고 귀여운 도깨비' 이야기,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낡고 오래된 물건 하나도 소중히 여기는 착한 마음에 감동하여 찾아온 도깨비의 이야기는, 진정한 기적이란 풍요로운 재물이 아니라,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 그 자체임을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여러분의 곁에도 행운을 가져다줄 작은 도깨비가 숨어있을지 모릅니다. 시청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이야기, "인간을 홀리는 아름다운 도깨비의 유혹" 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다음 전설을 만드는 데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