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정의의 칼날 판관 오결 2부 저주받은 부잣집의 비밀
태그
#조선미스터리, #명판관, #오결, #살인사건, #저주받은집, #조선추리, #며느리살인, #가문의비밀, #세종시대, #한양이야기, #조선가족비극, #사극미스터리, #조선스릴러, #유교사회, #부잣집비밀, #귀신이야기, #조선시대사건, #정의구현, #동양추리, #조선법정드라마
디스크립션
한양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 가문 최씨 집안에서 이상한 죽음이 연이어 발생한다. 3년 동안 세 명의 며느리가 같은 방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사람들은 집안에 저주가 내렸다고 수군대고, 최 상인의 막내아들마저 정신을 잃고 헛소리를 하며 다닌다. 오결 판관이 이 기이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부와 욕망, 그리고 가문의 명예 뒤에 숨겨진 충격적 진실을 밝혀낸다. 과연 그 집안에 내려진 저주의 실체는 무엇인가?
※ 최씨 가문의 저택에서 세 번째 며느리가 발견됨
한양 북촌, 안개가 자욱한 이른 아침. 최씨 가문의 화려한 저택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기와지붕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안개는 마치 유령처럼 저택을 감싸고 있었다. 갑자기 여인의 날카로운 비명이 그 정적을 깨뜨렸다.
"아이고! 큰 일 났어! 세 번째 며느님도 죽었어!"
하녀의 비명은 저택 전체에 메아리쳤고, 곧 모든 사람들이 부랴부랴 안채 후원에 있는 연못 옆 별채로 모여들었다. 문 앞에는 몸을 떨며 서 있는 하녀가 있었고, 방 안에는 새색시의 혼례복을 입은 채 얼굴이 창백하게 죽어있는 여인이 누워 있었다. 그녀는 최씨 가문의 막내아들 최영호의 새 아내 박씨였다. 불과 열흘 전에 혼례를 올린 새색시였다.
"이런...이런! 또 똑같이 죽었구나!" 최씨 가문의 가장 최만석이 충격에 빠진 채 중얼거렸다. 그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 있었다.
최만석은 한양에서 손꼽히는 부자였다. 강원도와 함경도에서 나는 인삼과 모피를 중국에 팔아 큰 부를 쌓은 그는 화려한 저택과 넓은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세 아들 중 두 명은 이미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올랐고, 막내 아들 영호만이 아버지의 사업을 돕고 있었다.
하지만 이 부유한 가문에는 이상한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3년 전, 첫째 아들 최영준의 아내 윤씨가 이 별채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그리고 정확히 1년 후, 둘째 아들 최영석의 아내 정씨도 같은 방에서, 같은 자세로 죽어 있었다. 이제 막내아들의 아내마저 같은 방식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여봐라! 어서 포도청에 알리고, 오결 판관을 불러오너라!" 최만석이 소리쳤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 저주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집안의 하인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편, 큰며느리와 둘째며느리의 죽음 이후 정신을 잃은 막내아들 최영호는 방 구석에서 헛소리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비단... 붉은 비단... 소복을 입은 여인이 왔어... 어머니... 어머니가 왔어..."
최만석은 아들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호야, 정신 차려라. 네 아내가 죽었단다."
하지만 최영호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못하는 듯 계속해서 헛소리를 했다. 그의 눈은 공허했고, 손은 끊임없이 떨고 있었다.
포도청에 전갈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결 판관이 도착했다. 한성부 판윤으로 승진한 오결은 이제 더 넓은 지역의 사건을 담당하게 되었지만, 특별한 사건의 경우 직접 조사하곤 했다. 특히 최씨 가문의 연속된 죽음 사건은 한양 전체에 소문이 퍼져 있었다.
오결은 충직한 조수 만복과 함께 최씨 저택에 도착했다. 그는 별채로 안내되어 시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혼례복을 입은 채 평화롭게 누워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병으로 죽은 것처럼 보였지만, 오결의 날카로운 눈은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만복아, 보아라. 이 여인의 손톱 밑에 검은 물질이 있다. 그리고 목에는 아주 미세한 자국이 있구나."
만복은 오결의 지시에 따라 시신을 자세히 살폈다. "판관님, 손가락 사이에도 검은 가루 같은 것이 묻어 있습니다. 그리고 방 안에는 이상한 향 냄새가 납니다."
오결은 방 안을 둘러보았다. 방은 신부의 방답게 화려한 비단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벽에는 수를 놓은 병풍이 세워져 있었고, 창가에는 붉은 비단 보자기로 싸인 물건이 놓여 있었다.
"이상하군. 이전 두 며느리도 이렇게 죽었다고 했나?"
"네, 판관님." 최만석이 대답했다. "셋 다 똑같이 밤에는 멀쩡했는데, 아침에 하인이 들어가 보니 이렇게 죽어 있었습니다. 병을 앓은 흔적도 없고, 외상도 없었습니다."
오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 상인, 세 며느리 모두 이 방에서 죽었다고 했지요?"
"네, 판관님. 이 방은 우리 가문에서 대대로 새 며느리가 머무는 방입니다. 첫아들의 아내부터 시작해서 각 아들의 아내가 1년씩 이 방에서 지냅니다. 그 후에는 본채로 옮기는 것이 우리 집안의 풍습입니다."
오결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주변을 더 살폈다. "이 방의 위치가 특이하군요. 왜 저택의 중심이 아닌 연못 옆 별채에 며느리 방을 두었습니까?"
최만석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이... 이 자리는 우리 선조 때부터 가장 좋은 기운이 있는 곳이라고 전해져 왔습니다. 그래서 가문의 미래를 이어갈 며느리들이 이곳에서 지내며 복을 받게 하는 것입니다."
오결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런데 오히려 불행한 일이 계속 일어나는 것을 보면, 이 방에 좋은 기운보다는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최만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판관님, 소문으로는... 우리 집안에 저주가 내렸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저는 미신 같은 것을 믿지 않습니다. 분명 누군가가 우리 가문을 해치려는 것입니다."
오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주가 아니라 사람의 손에 의한 것이라면, 반드시 증거가 있을 것입니다. 최 상인, 이제부터 이 저택의 모든 사람들을 조사하겠습니다.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판관님. 우리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 괴이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십시오."
※ 오결과 만복이 최씨 가문을 방문하여 조사 시작
오결은 시신을 자세히 검시한 후, 최씨 가문의 구성원들을 하나씩 만나기로 했다. 그는 먼저 가문의 가장인 최만석을 따로 불러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은 본채의 사랑방에 앉았다.
"최 상인, 이런 비극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혹시 가문 내에 갈등이나 원한관계가 있습니까?"
최만석은 턱수염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특별한 갈등은 없습니다만... 사실 우리 집안이 부유하다 보니, 재산 문제로 약간의 불화가 있기는 합니다. 첫째와 둘째는 벼슬에 올라 자신들이 더 많은 재산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막내는 아버지 사업을 도왔으니 자신이 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왜 며느리들만 죽었습니까? 아들들에게 원한이 있다면, 아들들을 해치는 것이 더 직접적이지 않을까요?"
최만석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 "그...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이상합니다. 하지만 누가 며느리들을 해치려 하겠습니까?"
오결은 차분히 질문을 이어갔다. "최 상인의 부인은 어디 계십니까? 아직 뵙지 못했는데요."
"제 아내는... 병으로 거동이 불편합니다. 주로 뒤채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며느리들은 주로 누구와 가까이 지냈습니까?"
"첫째 며느리 윤씨는 시어머니와 가까웠습니다. 둘째 며느리 정씨는 다소 고집이 세서 주로 혼자 지냈고요. 이번 막내며느리 박씨는 온순한 성격이라 모두와 잘 지냈습니다."
오결은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세 며느리가 모두 같은 방에서, 같은 방식으로 죽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그 방에 특별한 것이 있습니까? 또는 그 방에만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있습니까?"
최만석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방은... 사실 제 어머니, 즉 아이들의 할머니가 생전에 쓰던 방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리 집안의 전통에 따라 새 며느리가 그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방의 열쇠는 저와 제 아내, 그리고 하인 몇 명만 가지고 있습니다."
오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최 상인의 어머니는 언제, 어떻게 돌아가셨습니까?"
최만석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다. "5년 전입니다. 노환으로... 하지만 이것이 며느리들의 죽음과 무슨 관련이 있겠습니까?"
"아직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해야 합니다. 어머니의 방을 며느리들이 쓰게 된 이유가 궁금해서 여쭌 것뿐입니다."
이때 만복이 다가와 귓속말을 했다. "판관님, 저택 내 하인들을 조사해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셋째 며느리 박씨가 죽기 전날 밤, 누군가가 별채로 향하는 것을 본 하인이 있다고 합니다."
오결은 눈썹을 치켜올렸다. "누구였다고 하던가?"
"확실히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여자였다고 합니다. 소복 차림이었다고 하는데..."
오결은 최만석을 바라보았다. "최 상인, 이 저택에 소복을 입는 사람이 있습니까?"
최만석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요, 없습니다. 상중인 사람도 없고... 그런데 잠시만요. 제 아내가 가끔 흰 옷을 즐겨 입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다리가 불편해 거의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오결은 생각에 잠겼다. "최 상인의 부인과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아내의 건강이 좋지 않아 간단히 이야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결과 만복은 최만석의 안내를 받아 뒤채로 향했다. 뒤채는 본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고, 푸른 기와지붕과 단청이 아름다운 건물이었다. 그들이 뒤채에 들어서자, 나이 든 하녀가 마중 나왔다.
"판관님, 마님께서 지금 약을 드시고 누워계십니다. 잠시 후에 뵙는 것이 어떨까요?"
최만석이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요.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오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우선 세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들은 다시 본채로 돌아왔다. 첫째 아들 최영준과 둘째 아들 최영석은 각각 관복을 입고 엄숙한 표정으로 오결을 맞이했다. 그들은 모두 삼십대 중반의 나이로, 체격과 얼굴이 매우 비슷했다.
"판관님, 저희 가문에 이런 불행한 일이 계속 일어나 송구합니다." 첫째 최영준이 말했다. "어서 이 저주의 원인을 밝혀주십시오."
오결은 그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두 분 모두 아내를 잃은 슬픔이 크실 텐데,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여쭙겠습니다. 두 분의 아내들은 생전에 어떤 사이였습니까?"
최영준이 대답했다. "제 아내 윤씨와 동생의 아내 정씨는 처음에는 사이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정씨가 들어온 후, 가끔 작은 갈등이 있었습니다. 주로 집안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요."
"그런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었습니까?"
"아닙니다. 일반적인 시누이-동서 사이의 다툼 정도였습니다."
오결은 이번에는 둘째 최영석에게 물었다. "그럼 막내 동생의 아내 박씨와는 어떤 관계였습니까?"
최영석이 대답했다. "박씨는 워낙 온순하고 착한 성격이라 누구와도 다툼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이 집에 온 지 열흘 밖에 되지 않았으니, 특별한 갈등이 있을 시간도 없었습니다."
오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분 모두 아내를 잃은 후, 다시 장가들 생각은 없으십니까?"
두 형제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최영준이 대답했다. "사실... 저희 부모님께서 재혼을 권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니, 누가 감히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되려 하겠습니까?"
오결은 그들의 표정을 주의 깊게 살폈다. "이 저택에서 가장 수상한 점이나, 설명할 수 없는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까?"
최영석이 입을 열었다. "사실... 제 아내가 죽기 전날 밤, 그녀가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누군가가 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요. 창문 밖에 여자의 얼굴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확인했을 때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최영준이 말을 이었다. "제 아내도 비슷한 말을 했습니다. 밤에 누군가가 방문 밖에서 서성인다고요. 하지만 당시에는 그저 새 며느리의 긴장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결의 눈이 빛났다. "아주 중요한 정보입니다. 그런데 막내 동생은 어디 있습니까? 그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최영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은... 첫 아내의 죽음 이후로 정신이 온전치 않습니다. 주로 자기 방에 틀어박혀 있거나, 헛소리를 하며 돌아다닙니다. 이번에 부모님의 강권으로 다시 장가들었지만... 이런 일이 또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오결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를 만나 봐야겠습니다. 어쩌면 그의 '헛소리' 속에 진실의 단서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 가문의 구성원들을 만나 각자의 증언 청취
최씨 저택의 후원. 늦은 오후의 햇살이 정원의 꽃과 나무를 비추고 있었다. 오결은 저택의 막내아들 최영호를 만나기 위해 그가 주로 시간을 보낸다는 후원 정자로 향했다. 영호는 연못가에 앉아 멍한 눈으로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초췌했고, 흐트러진 옷매무새와 덥수룩한 수염이 그의 상태를 말해주고 있었다.
"최영호 도령." 오결이 부르자 영호는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누구... 아, 판관님이시군요." 그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고, 눈빛은 공허했다. "제 아내가 죽었다고 들었습니다. 세 번째죠. 세 번째..."
오결은 영호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도령께서는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십니까?"
영호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기억나지 않습니다. 요즘 저는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떨렸다. "밤에 그녀가 오는 것은 기억합니다. 항상 밤에..."
"누가 옵니까, 도령?"
"흰 옷을 입은 여인이요. 그녀는 항상 창문 밖에서 저를 보고 있어요. 때로는 방 안까지 들어오죠. 그녀가 오면... 모든 것이 차갑고 어두워집니다."
오결은 집중하여 들었다. "그 여인을 알아보셨습니까?"
영호의 눈이 갑자기 초점을 찾았다. "할머니... 할머니의 얼굴이었어요. 하지만 할머니는 돌아가셨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오시는 걸까요? 그리고 왜 항상 며느리들을 데려가시는 걸까요?"
오결의 눈이 커졌다. "할머니가 며느리들을 데려간다고요?"
"네..." 영호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할머니는 항상 말씀하셨어요. '이 집에 며느리는 필요 없다'고. '네 아버지가 나를 배신했으니, 나도 그의 가문을 망하게 하겠다'고..."
"도령, 할머니와 아버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영호는 문득 정신이 혼미해지는 듯했다. "잘... 모르겠어요. 어릴 때 할머니와 아버지가 크게 다투는 것을 본 기억이 있어요. 할머니는 아버지가 자신의 재산을 빼앗았다고 하셨고, 아버지는 할머니가 미쳤다고 했어요. 그리고 얼마 후 할머니는 돌아가셨죠..."
오결은 생각에 잠겼다. "도령, 할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아십니까?"
"사람들은 노환이라고 했지만..." 영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졌다. "저는 아버지가... 아버지가 할머니를..." 그는 말을 끝마치지 못하고 갑자기 몸을 떨며 울기 시작했다.
이때 멀리서 최만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호야! 어디 있느냐!"
영호는 갑자기 경직되었다. "가야 합니다, 판관님. 아버지가 오시네요. 제발... 제발 할머니를 도와주세요. 그리고 저도..." 그는 말을 마치지 못하고 허둥지둥 일어나 저택 안으로 사라졌다.
오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영호의 이야기는 혼란스러웠지만, 그 안에 중요한 실마리가 있음을 직감했다. 그는 최씨 가문의 할머니와 최만석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알아봐야 했다.
"판관님." 만복이 다가와 말했다. "마님께서 이제 만나실 수 있다고 합니다."
오결은 고개를 끄덕이고 뒤채로 향했다. 최만석의 부인 이씨는 넓은 방의 윗목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오십대 중반의 여인으로, 한때 아름다웠을 얼굴은 병으로 인해 창백했다. 그녀는 흰 저고리에 연한 분홍빛 치마를 입고 있었다.
"판관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씨 부인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정중했다. "우리 집안의 비극을 해결해 주시겠지요?"
※ 헛소리를 하는 막내아들과의 만남과 중요한 단서 발견
오결은 이씨 부인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부인께서는 이 가문에 시집오신 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올해로 35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열여섯 살 때 이 집에 시집왔지요." 이씨 부인의 눈에 회상의 빛이 어렸다.
"그러면 시어머니와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하셨겠군요."
이씨 부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네... 시어머니는 5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노환으로요."
"시어머니와의 관계는 어떠셨습니까?"
이씨 부인은 잠시 침묵했다. "시어머니는... 매우 강한 성격이셨습니다. 집안의 모든 것을 통제하고 싶어 하셨죠. 특히 집안 재산에 관한 일은 더욱 그러셨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며느리들이 죽기 시작한 걸까요? 그것도 모두 시어머니의 방에서..."
이씨 부인의 눈이 동요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미신같은 이야기지만, 시어머니의 원한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원한이라면, 어떤 원한말입니까?"
이씨 부인은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시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남편에게 재산을 빼앗겼다고 생각하셨습니다. 원래 최씨 가문의 부는 시어머니의 친정인 박씨 가문에서 온 것이었거든요. 하지만 남편은 모든 재산을 자신의 이름으로 돌렸어요. 시어머니는 그것을 용서하지 못하셨고, 돌아가시기 전 '이 집안에 며느리의 자리는 없을 것'이라는 저주를 남기셨다고 합니다."
오결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그런데 왜 하필 며느리들만 해를 입는 걸까요?"
"아마도..." 이씨 부인이 망설였다. "아마도 시어머니는 아들들이 대를 이을 수 없게 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 가문이 끊기기를 바라신 것이죠."
오결은 생각에 잠겼다. "부인,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정확한 상황을 아십니까?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이씨 부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그날 밤 남편과 시어머니가 크게 다투셨고, 다음 날 아침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채 발견되었습니다. 의원은 노환이라고 했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점이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이씨 부인은 말을 아꼈다. "더 이상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판관님. 제발 이 이야기가 남편에게 알려지지 않게 해주십시오."
오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부인,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혹시 밤에 하얀 옷을 입고 돌아다니신 적이 있으십니까?"
이씨 부인의 눈이 커졌다. "아니요, 전혀 없습니다. 제 건강이 좋지 않아 밤에는 거의 움직이지 못합니다. 왜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건가요?"
"아닙니다. 단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오결은 이씨 부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왔다. 그는 만복과 함께 다시 별채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첫 번째 며느리가 죽은 방을 다시 한번 자세히 조사하고 싶었다.
"만복아, 이 집안에 뭔가 큰 비밀이 있는 것 같구나. 최씨의 어머니와 최만석 사이에 있었던 일이 분명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야."
"그렇다면 판관님, 정말 저주가 내린 것일까요?"
오결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것은 저주가 아니라 사람의 손에 의한 것이다. 그리고 그 손이 누구의 것인지 이제 거의 윤곽이 보이는구나."
별채에 도착한 그들은 다시 한번 방 안을 샅샅이 조사했다. 오결은 벽과 바닥, 천장까지 모든 곳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그는 문득 방 한구석에 있는 작은 목공함에 시선이 멈췄다.
"이 함을 열어봐야겠다." 오결이 말했다.
함 안에는 낡은 일기장이 있었다. 그것은 최씨의 어머니가 생전에 쓴 것으로 보였다. 오결은 조심스럽게 일기장을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에는 떨리는 필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 아들이 나를 배신했다. 내 재산을 빼앗고, 이제는 내 목숨까지 노리는구나. 하지만 나는 죽어서도 이 집안을 지킬 것이다. 어떤 여자도 이 집의 며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내가 죽더라도, 이 방에 있는 그것이 대신 복수할 것이다..."
오결의 눈이 커졌다. "그것? 무엇을 말하는 걸까?"
만복이 갑자기 소리쳤다. "판관님, 여기 이상한 것이 있습니다!"
만복은 벽장 안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작은 비밀 공간이 있었고, 그 안에는 붉은 비단으로 싸인 작은 상자가 놓여 있었다.
※ 오결이 저택의 비밀 장소에서 결정적 증거 발견
붉은 비단으로 싸인 상자를 발견한 오결과 만복은 조심스럽게 그것을 열었다. 상자 안에는 검은 가루가 담긴 작은 도자기 병과 인형 하나, 그리고 누렇게 변색된 종이 한 장이 있었다.
"이것은..." 오결이 종이를 펼쳐보았다. "독약 제조법이군. 이 검은 가루는 독이다, 만복아."
만복은 인형을 살펴보았다. "판관님, 이 인형이 이상합니다. 세 개의 작은 바늘이 꽂혀 있고, 각각 다른 위치에 있습니다."
오결은 인형을 자세히 보았다. "이것은 저주 인형이다. 각 바늘은 희생자를 상징하는 것 같구나. 세 명의 며느리... 이제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있어."
그때,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오결과 만복은 재빨리 상자를 숨기고 평소처럼 방을 조사하는 척했다. 문이 열리고 최만석이 들어왔다.
"판관님, 무엇을 찾으셨습니까?" 최만석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묻어있었다.
오결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증거를 찾고 있습니다, 최 상인. 말씀하신 저주의 실체를 말이죠."
최만석은 방 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아직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셨습니까? 시간이 늦었으니, 내일 계속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아직 조금 더 조사할 것이 있습니다. 최 상인,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어머님이 돌아가신 정확한 상황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최만석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미 말씀드렸듯이 노환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날 밤 어머니는 평소와 같이 이 방에서 주무셨고, 다음 날 아침 하인이 들어가 보니 돌아가신 채 발견되었습니다."
"그전에 어머님과 다툼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최만석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누구에게 그런 말을 들으셨습니까? 물론 가끔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크게 다툰 적은 없습니다."
오결은 최만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최 상인, 진실을 말씀해 주시지요. 어머님의 재산에 관한 갈등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최만석은 잠시 침묵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습니다. 어머니는 집안 재산이 모두 본인의 것이라 주장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재산으로 사업을 일으켜 더 큰 부를 만든 사람입니다. 어머니는 제가 그 재산을 빼앗았다고 생각하셨지만, 그것은 오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오해로 인해 돌아가시기 전 어머님이 저주를 남겼다는 소문이 있군요."
"황당한 미신입니다! 그런 저주 따위가 어찌 진짜 사람을 해칠 수 있겠습니까?"
바로 그때, 밖에서 갑작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은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갔다. 비명은 후원에서 들려왔다. 그곳에는 최영호가 땅에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놀란 하녀가 서 있었다.
"도령님이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저기... 저기 보세요!" 하녀가 연못을 가리켰다.
연못 한가운데, 희미한 달빛 아래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의 형체가 물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오결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았다. 그것은 분명 환영이 아니었다. 연못 위의 작은 섬에 누군가가 서 있었던 것이다.
"만복, 연못으로 가보자!" 오결이 소리쳤다.
※ 범인과의 대면과 충격적 진실의 폭로
오결과 만복은 재빨리 연못가로 달려갔다. 연못 가운데 작은 섬으로 통하는 좁은 징검다리가 있었다. 그들이 다가갈수록 하얀 형체는 점점 선명해졌다. 그러나 그들이 섬에 도착했을 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하얀 천 조각만이 바위에 걸려 있었다.
"분명 누군가가 있었습니다, 판관님." 만복이 말했다.
"그래, 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이 모든 일의 범인이다." 오결이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 함정을 설치할 때가 되었다."
그들은 다시 별채로 돌아왔다. 최영호는 의식을 되찾아 방으로 옮겨졌고, 최만석은 불안한 표정으로 오결을 바라보았다.
"판관님, 방금 본 것은 무엇입니까? 정말 귀신인가요?"
"아닙니다, 최 상인. 그것은 귀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리고 오늘 밤, 우리는 그 정체를 밝혀낼 것입니다."
오결은 계획을 설명했다. 그날 밤, 그들은 별채에 숨어 범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것이다. 오결은 별채 방 안에 숨어있고, 만복과 포도청 군관들은 주변에 잠복하기로 했다.
밤이 깊어지자, 저택은 어둠에 잠겼다. 오결은 별채 방 안의 병풍 뒤에 숨어 기다렸다. 한밤중이 되자, 조용히 방문이 열렸다.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벽장 쪽으로 다가갔다.
"멈추시오!" 오결이 병풍 뒤에서 뛰어나오며 외쳤다.
여인은 놀라 뒤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바로 최만석의 부인 이씨였다.
"부인, 왜 이런 일을 벌이셨습니까?" 오결이 물었다.
이씨는 잠시 침묵하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는 단지 시어머니의 유언을 지키려 했을 뿐입니다."
"유언이라면, 며느리들을 해치라는 것인가요?"
"시어머니는 돌아가시기 전, 이 집안에 들어오는 모든 며느리가 이 방에서 죽게 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이 그분의 복수였습니다."
"그리고 부인이 그 말을 현실로 만들었군요. 벽장에 숨겨진 독약을 사용하여."
이씨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저는... 시어머니를 실망시킬 수 없었습니다. 그분은 제게 항상 잘해주셨어요. 반면 제 남편은..."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는 시어머니를 독살했습니다.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서요."
오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부인은 공범이 되는 대신, 남편에게 복수하기로 했군요. 아들들의 아내를 하나씩 죽임으로써."
"시어머니는 이 가문이 끊기기를 원하셨습니다. 저는 그 뜻을 따랐을 뿐입니다."
이때 방문이 열리고 최만석이 들어왔다. 그는 아내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여... 여보? 어떻게 이럴 수 있소? 당신이 우리 며느리들을..."
"당신이 시어머니를 어떻게 대했는지 알기 때문이에요." 이씨가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그분의 재산을 빼앗고, 결국 그분을 독살했어요. 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요."
최만석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그것은..."
"부인의 말이 사실입니까, 최 상인?" 오결이 물었다.
최만석은 잠시 망설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재산을 요구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절하자, 저를 가문에서 쫓아내겠다고 위협하셨죠. 저는 단지... 단지 제 가문을 지키려 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어머니를 독살하셨습니까?"
"그것은... 실수였습니다. 단지 잠시 아프게 해서 겁을 주려 했을 뿐인데..."
오결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두 분 모두 끔찍한 죄를 지었습니다. 최 상인은 어머니를 살해했고, 부인은 세 명의 무고한 며느리를 죽였습니다. 이제 법의 심판을 받으셔야 합니다."
그날 밤, 최만석과 이씨는 체포되었다. 최씨 가문의 끔찍한 비밀은 마침내 세상에 드러났다. 최영호는 집안의 비극적 진실을 알게 된 후 충격에서 서서히 회복되었고, 두 형과 함께 가문의 재산을 정당하게 나누어 새로운 출발을 했다.
오결은 사건을 마무리하며 만복에게 말했다. "이 세상에 진짜 귀신은 없다, 만복아. 하지만 사람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탐욕과 복수심은 때로 귀신보다 더 무서운 법이지."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지금까지 '정의의 칼날 오결 판관' 2부 '저주받은 부잣집의 비밀'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양의 부유한 상인 가문에서 일어난 연속적인 며느리 살인 사건과 그 이면에 숨겨진 가족의 비밀, 그리고 복수의 이야기였습니다.
귀신의 저주처럼 보였던 미스터리 뒤에는 인간의 탐욕과 복수심이라는 더 무서운 진실이 숨어있었습니다. 오결 판관은 이번에도 정의의 칼날로 진실을 밝혀냈지만, 그 진실이 가져온 비극은 결코 가볍지 않았습니다.
다음 에피소드 '정의의 칼날 오결 판관 3부: 귀신이 남긴 증언'에서는 한밤중 관아에 나타난 원혼이 가리킨 진범의 정체를 따라가는 오결의 모험이 펼쳐집니다. 과연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경계에서 오결은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될까요?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통해 새로운 에피소드 소식을 놓치지 마세요. 또한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과 느낌을 나눠주시면 더욱 좋은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조선시대의 미스터리와 판관의 지혜가 궁금하시다면, 우리 채널의 다른 역사 이야기들도 함께 즐겨보세요. 정의의 칼날 오결 판관, 그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