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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복에 삽니다" 한마디에 쫓겨난 셋째 딸 『한국구비문학대계』 「내 복에 산다」 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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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멘트 (300자 미만)
"너는 대체 누구 덕에 이리 호의호식하며 사느냐?"
부잣집 영감의 호기로운 물음에 언니들은 아버지 덕이라 아첨했지만, 셋째 딸은 단호히 "제 복에 삽니다"라고 답합니다. 그 한마디에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까막 숯구이 총각에게 쫓기듯 시집가게 된 셋째 딸!
하지만 숯가마 아궁이에서 발견한 누런 돌덩이가 그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놓습니다. 모든 가산을 탕진하고 거지가 된 아버지는 과연 어떤 최후를 맞이할까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당찬 셋째 딸의 통쾌하고도 가슴 뭉클한 반전 드라마가 지금 펼쳐집니다!
※ 1단계 첫 장면(오프닝 이미지)
둥근 보름달이 하늘 한가운데 떠올라 기와지붕 위로 은가루 같은 빛을 흩뿌리는 밤이다. 고을에서 가장 으리으리하기로 소문난 대부호의 집 앞마당에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성대한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상다리가 부러질 듯 차려진 잔칫상 위에는 온갖 산해진미가 기름진 윤기를 뽐내고, 맑은 곡주가 담긴 백자 술병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화려하게 수놓인 비단옷을 겹겹이 차려입은 세 딸과, 그 중심에서 거드름을 피우며 앉아 있는 부자 영감의 얼굴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기와지붕 위로 부서지는 달빛이 은은하게 마당을 밝히고, 담장 너머로는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참으로 평화롭고 풍요로운 밤이었다. 영감은 두툼한 손으로 기름진 꿩고기 한 점을 큼직하게 찢어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허허허! 이 얼마나 풍요롭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밤이냐. 내 곳간을 열어보면 햅쌀을 담은 가마니가 태산처럼 솟아오를 듯 쌓여 있고, 뒤뜰 창고에는 명나라에서 들여온 최고급 비단이 다 쓰지도 못해 썩어날 지경이니, 이 넓은 고을을 통틀어 나보다 더 큰 복을 누리고 사는 자가 감히 어디 있겠느냐? 내 평생을 바쳐 땀 흘려 일군 이 거대한 재물들은 모두 내 탁월한 지혜와 남다른 부지런함이 만들어낸 결실이니라."
영감은 호탕하게 웃으며 황금빛이 감도는 술잔을 밤하늘을 향해 높이 치켜들었다. '세상천지에 나처럼 완벽하게 부귀영화를 거머쥔 자는 다시없을 터. 이 모든 것이 다 내 잘난 덕분이고 내 능력이 만들어낸 쾌거지.' 속으로 우쭐하며 쾌재를 부르는 영감은 곁에 앉은 세 딸을 흐뭇한 눈길로 훑어보았다.
"하늘이 내게 이토록 큰 복을 내리셨고, 그 복을 내가 이 두 손으로 단단히 꽉 움켜쥐었으니, 이 어찌 자랑스럽고 대견한 일이 아니겠느냐. 너희 세 딸들도 다 이 잘난 아비 덕분에 이리 고운 비단옷을 흠집 하나 없이 입고, 끼니마다 고기반찬을 물릴 정도로 먹으며 호위호식하고 있는 것이니, 이 아비의 은혜가 태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음을 항시 뼛속 깊이 새기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오늘 밤은 유난히 달빛도 밝고 내 기분도 더없이 좋구나. 다들 마음껏 마시고 즐기거라."
영감의 호기로운 연설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머리에 화려한 칠보단장을 하고 붉은색 비단 저고리를 입은 첫째 딸이 교태가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로 아부하기 시작했다.
"아버님 말씀이 백번 천번 지당하시옵니다. 이 모든 풍요로움이 어찌 저희같이 부족한 것들의 복이겠사옵니까? 하늘이 내리신 아버님의 그 크고 위대한 덕분이지요. 아버님께서 이토록 넓고 따뜻한 은혜로 저희를 거두어 품어주시니, 저희는 그저 아버님이 만들어주신 거대한 그늘 아래서 평생토록 편안히 거닐며 꽃구경이나 하면 되는 것이옵니다."
첫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곁에 앉아 푸른빛 명주치마를 매만지던 둘째 딸도 질세라 화사한 웃음을 지으며 간드러진 목소리로 맞장구를 쳤다.
"맞사옵니다, 아버님! 아버님의 뛰어난 지혜와 넓은 은덕은 이 좁은 고을을 넘어 온 나라 방방곡곡에 소문이 자자하여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이옵니다. 저희가 밖을 나서 어딜 가든 오직 아버님의 여식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의 시기와 부러움을 한 몸에 듬뿍 받고 있사오니, 이 어찌 아버님의 웅장하고 깊은 덕이 아니겠사옵니까. 이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평생 아버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보답하며 살겠사옵니다."
두 딸의 끊임없는 칭송과 찬양에 기분이 한껏 고조된 영감은 다시 한번 배를 잡고 껄껄거리며 크게 웃어젖혔다.
"오냐, 오냐! 과연 내 피를 물려받은 똑똑한 딸들이로구나. 너희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 아비의 귓가를 이리도 즐겁게 하니 참으로 기특하도다.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살아 숨 쉬는 한, 너희들의 앞날에는 평생토록 굶주림이나 추위 따위는 얼씬도 하지 못할 것이니라. 평생 비단길만 걷게 해주마."
※ 2단계 주제 제시
술기운이 적당히 오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한껏 흥이 오른 영감은 앞으로 몸을 쑥 내밀었다. 호기심이 가득하면서도 여전히 자신이 가진 힘과 부에 대한 거만함이 뚝뚝 묻어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세 딸의 얼굴을 하나하나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의 뭉툭한 손에 들린 술잔에서는 맑고 독한 곡주가 찰랑거리며 밝은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가만 있자, 너희들의 고운 심성과 갸륵한 말들을 듣고 있자니 문득 내 마음속에 궁금한 것이 하나 치밀어 오르는구나. 사람이 이 험한 세상에 태어나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이토록 풍족하게 기름진 것을 먹고, 비단을 두르며,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지내는 것이 결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닐 터. 당장 저 담장 밖 세상만 나가보아도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하며 더러운 흙바닥에서 구르는 천한 자들이 태반인데, 너희들은 내 그늘 아래서 참으로 곱고 귀하게도 자라지 않았느냐."
영감은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고는 짐짓 엄숙하고 위엄 있는 목소리로 대화의 방향을 틀었다. '이 기회에 이 녀석들이 나를 얼마나 하늘처럼 우러러보고 떠받들고 있는지, 내 귀로 직접 똑똑히 확인을 받아야겠다.'
"자, 내 오늘 이 흥겹고 기분 좋은 자리에서 너희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 너희 세 딸은 내 물음에 조금의 거짓도 없이 각기 대답해 보거라. 너희들은 과연 이 세상에서 누구의 덕으로, 누구의 복으로 이리 호의호식하며 걱정 없이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너희들의 속마음에 담긴 진심을 내 오늘 꼭 들어야 직성이 풀리겠구나."
질문이 입 밖으로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첫째 딸이 과장된 몸짓으로 바닥에 고개를 조아렸다. 옥구슬이 은반 위를 굴러가는 듯한 낭랑하고 아양 떠는 목소리로 대답을 가로채어 쏟아냈다.
"아버님, 그야 두말할 나위가 어디 있겠사옵니까? 굳이 입 아프게 물으실 필요도 없는 당연한 이치이옵니다. 제가 이 거친 세상에 태어나 헐벗지 않고, 며칠씩 굶주리지 않으며, 열 손가락에 찬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이리 고운 자태를 유지하며 살 수 있는 것은, 이 넓은 하늘 아래 오직 단 한 분, 바로 우리 아버님의 높고 크신 은덕 덕분이옵니다. 아버님이 곁에 아니 계셨다면 저는 그저 길가에 버려져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히는 이름 모를 잡초처럼 허무하게 스러졌을 것이옵니다. 제 목숨줄은 곧 아버님이시옵니다."
첫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회를 놓칠세라 둘째 딸이 황급히 치고 들어오며 아버지를 향해 간절하고 존경이 가득 찬 눈빛을 쏘아 보냈다.
"첫째 언니의 말씀이 백번 천번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아버님께서 밤낮으로 이마에 피땀 흘려 일구신 이 거대한 재산과 바위처럼 든든한 울타리가 없었다면, 저희같이 나약한 것들이 어찌 감히 이런 엄청난 사치를 누리며 살아남을 수 있겠사옵니까. 제가 아침에 눈을 떠 숨을 쉬고, 기뻐서 웃고,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자는 그 모든 평범한 순간조차도 오로지 아버님의 하해와 같은 넓은 은혜 덕분이옵니다. 저는 죽어서 백골이 진토 되어도 아버님의 그 벅찬 은덕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옵니다."
두 딸의 달콤하고 입에 발린 칭송의 말들이 밤공기를 타고 흐르며, 잔칫상 주변은 끝없는 아부와 허세의 향연으로 가득 찼다.
※ 3단계 설정(준비)
두 언니가 경쟁하듯 목청을 높여 아버지를 신처럼 찬양하는 동안, 잔칫상의 맨 끝자리 구석에 고요히 무릎을 모으고 앉아 있는 셋째 딸의 모습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얼굴에 분칠을 잔뜩 하고 화려한 보석으로 치장한 언니들과 달리, 수수하지만 단정하고 기품 있는 자태로 앉아 있는 그녀의 얼굴에는 지나친 아부나 과장된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 깊은 눈동자에는 누구도 쉽게 꺾을 수 없는 맑고 단단한 심지가 고스란히 엿보였다. 주변의 소란스러움과 허영심 가득한 웃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밤하늘에 뜬 둥근 달만 응시하는 셋째의 눈빛은 차분하면서도 묘하게 독립적이었다.
영감은 두 딸의 열화와 같은 아부에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아무런 말도 없이 석상처럼 앉아 있는 막내딸에게로 서서히 시선을 돌렸다.
"허허허! 그래, 역시 내 피를 이어받은 훌륭한 딸들답다! 너희들의 그 깊은 효심과 아비를 진심으로 공경하는 갸륵한 마음씨를 내 두 귀로 직접 들으니, 내가 평생을 바쳐 억척스럽게 재물을 모은 보람이 참으로 크고 벅차구나. 너희들에게는 앞으로 더 많은 중국산 비단과 귀한 옥비녀를 하사하여 그 예쁜 마음에 보답할 것이니라. 자, 그런데 우리 막내... 귀여운 셋째는 어찌하여 아까부터 그 고운 입술을 굳게 꾹 다물고만 있는 것이냐? 셋째야, 너 역시 저 두 언니와 생각이 똑같은 것이냐? 네가 지금 걸치고 있는 그 화려한 붉은 비단 치마며, 네 방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진귀한 노리개들 모두가 다 내가 큰돈을 주고 사준 것이 아니더냐. 너도 필시 이 아비의 깊고 넓은 은덕을 칭송하고 찬양할 말이 가슴속에 차고 넘칠 터인데, 부끄러워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어서 이 아비에게 네 예쁜 마음을 들려다오."
영감의 재촉이 떨어지자, 아버지를 독차지하려던 첫째 딸이 묘한 질투심을 숨기며 핀잔을 주듯 덧붙였다.
"셋째야, 어서 아버님께 기쁘고 고마운 말씀을 올리지 않고 무얼 그리 바보처럼 주저하는 게냐? 아버님께서 너를 막내라고 얼마나 애지중지 금지옥엽으로 아끼셨는데 이리 속 터지게 뜸을 들인단 말이냐. 어서 입을 열어라."
둘째 딸도 얄미운 표정으로 거들고 나섰다.
"그래, 막내야. 너는 우리 셋 중에서도 유독 입맛이 까다롭고 반찬 투정이 심하여, 아버님께서 주방 어멈을 닦달해 특별히 진수성찬만 골라서 네 상에 대령하게 하지 않으셨느냐. 네가 매일 누리는 그 모든 호사와 사치가 다 아버님의 끝없는 은혜임을 어서 엎드려 고하여라."
자매들의 따가운 시선과 아버지의 기대 찬 눈빛이 일제히 셋째에게 쏠리자, 그녀는 천천히 밤하늘에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아버지를 올곧게 바라보았다.
'거짓으로 마음을 꾸며내어 듣기 좋은 소리로 아버님의 귀를 일시적으로 즐겁게 해드리는 것은 진정한 자식의 도리나 효도가 아닐 터. 나는 내 영혼을 속이지 않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품고 있는 진실만을 당당히 읊을 것이다.'
셋째는 흐트러짐 없는 단정한 자세를 유지한 채,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듯 맑고 낭랑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아버님, 방금 두 언니들이 올린 말씀처럼 아버님께서 저희를 이 세상에 낳아주시고 정성껏 길러주신 은혜는 진실로 하늘과 같고 바다와 같사옵니다. 그 지극하고 따뜻한 사랑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제 삶의 가장 큰 뿌리이자 기둥이옵니다. 하오나 아버님... 굳이 제가 매일 밥을 넘기고 숨을 쉬며 한 세상을 무탈하게 살아가는 그 근본적인 '복'의 원천이 누구의 것이냐고 정색하고 물으신다면, 소녀는 언니들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사옵니다."
※ 4단계 사건 발생(촉발)
훈풍이 불던 부드러웠던 잔칫집의 공기가 셋째의 입술이 열리는 순간 순식간에 시베리아 벌판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 셋째 딸은 단정하게 무릎을 모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 바르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단호하고 꼿꼿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향해 마주 섰다. 영감의 여유롭던 얼굴은 순식간에 당혹감과 불쾌함으로 심하게 일그러졌고, 뚱뚱한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이 덜덜 떨리며 맑은 술이 바닥으로 찰랑거리며 흘러넘쳤다.
"다른 생각이라니? 네가 지금 감히 아비 면전에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지껄이는 것이냐? 자식이 아비의 덕을 칭송하고 우러러보는 데에 대체 무슨 요상한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있단 말이냐?"
영감의 날 선 호통이 정적을 갈랐지만, 셋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차분하고 침착하게 자신의 신념을 담아 말을 이어갔다.
"아버님께서 이 못난 여식의 말에 노여워하시고 화를 내실지 모르겠사오나, 소녀는 거짓으로 입에 발린 소리를 하여 아버님의 마음을 기쁘게 해드리기보다는, 제 가슴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진실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것이 부모를 대하는 자식의 진정한 도리라 굳게 생각하옵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밥술이나마 뜨고 사는 것은, 하늘이 태어날 때부터 각자에게 부여한 각자의 운명과 고유한 복이 있기 때문이라 믿사옵니다. 물론 아버님께서 저를 먹여 살리시고 입혀주시는 것도 백번 맞지만, 제가 그 밥을 목구멍으로 넘기고 소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복이 제 몸 안에 깃들어 있기 때문이 아니겠사옵니까? 하여 소녀는... 누구 덕에 살고 있냐고 무작정 물으신다면, 남의 덕이 아니라 오로지 제 복에 의지하여, 바로 내 복에 산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사옵니다."
그 폭탄 같은 선언이 떨어지는 순간, 팽팽하던 정적을 깨고 영감의 불호령이 마당을 쩌렁쩌렁 울리며 밤하늘을 갈랐다.
"뭣이 어쩌고 어째? 네 복에 산다고? 이 기가 막혀 당장 혀를 깨물 년을 보았나! 네가 어미 뱃속에서 태어날 때 금덩이라도 입에 물고 태어나기라도 했단 말이냐! 네가 밤마다 덮고 자는 그 비싸고 따뜻한 비단 이불, 네가 매일같이 처먹는 햅쌀밥 하나하나가 다 내 피땀으로 이루고 내 능력으로 일군 내 재물이거늘, 어찌 감히 건방지게 내 상머리에서 네 알량한 복 타령을 한단 말이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 영감은 상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활화산 같은 분노를 표출했다. 곁에 있던 첫째 딸이 사색이 되어 기겁하며 소리쳤다.
"셋째야! 네가 단단히 미친 게로구나! 어찌 감히 하늘 같은 아버님 면전에서 그런 끔찍한 망발을 쏟아내는 것이냐! 당장 입술을 꿰매지 못할까!"
그러나 셋째의 맑은 눈빛은 밤하늘의 꼿꼿한 북극성처럼 또렷하고 빛났다.
'내가 누리는 이 모든 삶은 그저 운 좋게 아버지를 잘 만나 얻어걸린 남의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 삶을 지탱하는 나만의 고유한 복이다. 이 하늘이 주신 진리를 권력 앞에 굽힐 수는 없다.'
"망발이 아니옵니다. 아버님의 재물이 아무리 온 산을 뒤덮을 만큼 쌓여 있어도, 제게 그것을 누리고 소화할 복이 없다면 그것은 한낱 모래알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옵니다. 저는 온전히 저에게 깃든 제 복 하나로 이 세상을 살아간다고 굳게 믿사옵니다."
※ 5단계 고민(망설임)
영감의 진노가 하늘을 찌를 듯 맹렬하게 타오르며 잔칫상의 그릇들이 달그락거릴 정도로 진동하자, 첫째와 둘째 딸은 하얗게 질린 사색이 되어 셋째의 양팔을 거칠고 신경질적으로 잡아끌었다. 어떻게든 고집불통인 동생의 무릎을 꿇려 당장 닥쳐올 거대한 사태를 수습하려는 언니들의 억센 손길에 셋째의 곱디고운 비단 저고리가 흉하게 구겨졌다. 하지만 셋째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딛고 완강히 버텼다. 그녀의 맑고 깊은 눈동자 가장 깊은 곳에는 아주 찰나의 순간, 평생을 자라온 안락한 가족의 품과 영원히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미세한 두려움과 인간적인 갈등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그 미세한 떨림은 이내 스스로의 신념을 절대 꺾지 않겠다는 결연하고 바위 같은 의지로 단단하게 굳어졌다.
"셋째야, 제발 쓸데없는 고집 피우지 말고 당장 그 뻣뻣한 무릎을 꿇고 아버님께 백배사죄하거라. 네가 잠시 몹쓸 귀신에 홀려 미친 실언을 했다고 땅바닥에 엎드려 싹싹 빌면, 아버님께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번은 용서해 주실 것이다. 어서 빌어!"
첫째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애원하듯, 때로는 협박하듯 다그쳤고, 둘째 역시 목에 핏대를 팽팽하게 세우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래, 막내야! 아버님의 저 무서운 진노가 두렵지도 않느냐? 당장 아버님 덕에 산다고, 아버님의 은혜가 아니면 단 하루도 숨 쉴 수 없다고 어서 고개를 조아려라. 이대로 가다가는 네가 어찌 될지, 이 집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을지 모른단 말이다!"
딸들의 아우성과 만류 속에서도 영감의 분노는 기름을 부은 듯 사그라들 줄 몰랐다.
"당장 그 뚫린 입 다물지 못할까! 네 이년, 네가 정녕 그렇게 네 알량한 복 하나만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단 말이냐? 널 키워준 아비의 은혜 따위는 먼지처럼 필요 없고, 오직 네가 타고난 그 잘난 복 하나로 이 험난하고 무서운 세상을 다 헤쳐나갈 수 있단 말이지? 내가 지금 당장 너를 이 집에서 빈손으로 쫓아내어 길바닥에 나앉게 만들어도, 네 그 얄미운 복이 헐벗은 너를 따뜻하게 입히고 배불리 먹여줄 수 있을지 어디 한번 두고 보자꾸나! 지금이라도 당장 네 잘못을 눈물로 뉘우치고 아비의 거룩한 은덕을 칭송한다면 이 아비가 넓은 아량으로 한 번은 눈감아 주련만, 계속 그 오만방자한 주둥이를 놀리겠느냐?"
'지금 거짓으로 엎드려 눈물을 짜내며 용서를 구하면 당장의 무서운 화는 면할 수 있겠지. 다시 따뜻한 방으로 돌아가 비단을 덮고 잘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영혼을 새카맣게 속이면서까지 거짓된 부귀를 탐하고 싶지는 않다. 내 운명은 오직 내 의지로 개척하는 것이다.'
셋째는 양팔을 조이는 언니들의 손을 부드럽지만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단호하게 뿌리치며, 이글거리는 불길 같은 아버지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아버님, 제 진실한 마음을 어찌 거짓된 세치혀로 꾸며대겠사옵니까. 밖으로 나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피가 철철 흐르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맨발로 걷는다 하여도, 사람에게 타고난 고유한 복은 쉽게 사라지거나 빼앗기는 법이 아니옵니다. 아버님께서 저를 당장 이 집에서 헌신짝처럼 내치신다 하여도, 저는 결코 아버님을 원망하지 않겠사옵니다. 그것 또한 제게 주어진 복의 무게이자, 운명이 저를 이끄는 새로운 길일 테니까요. 저는 결단코 뜻을 굽히지 않겠사옵니다. 저는 제 복에 삽니다."
※ 6단계 2막 진입(새 세계로 들어감)
활화산처럼 폭발한 영감의 분노가 온 집안을 집어삼킬 듯 맹렬하게 요동쳤다. 이마에는 시퍼런 핏대가 굵게 솟아올랐고, 부들부들 떨리는 두 주먹은 당장이라도 눈앞의 막내딸을 쳐죽일 듯 험악한 기운을 뿜어냈다. 영감은 핏발 선 눈으로 어둠이 짙게 깔린 굳게 닫힌 대문을 가리키며 마당에 납작 엎드려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는 하인들을 향해 사자후를 토해냈다.
"오냐! 네 뜻이 정 그러하다면 내 어찌 이 집안에 널 살려 두겠느냐! 여봐라! 밖에서 뉘 당장 이리 뛰어 들어오너라! 이 고을을 통틀어 제일 가난하고 헐벗고 볼품없는 비루먹은 놈이 누구인지 당장 고하여라!"
영감의 서슬 퍼런 불호령에 마당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던 늙은 하인 하나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닥을 기어 나오며 더듬거렸다.
"어... 어르신... 저기 저 험한 산꼭대기 너머에 비가 오면 비가 새고 눈이 오면 눈이 들이치는 흙구덩이를 파고 살며 매일 숯을 굽는 까막 숯구이 총각이 하나 있사온데... 그놈이 필시 이 세상에서 제일 가난하고 비참하게 사는 놈인 줄로 아옵니다만..."
그 대답을 듣자마자 영감은 이빨을 뿌득 갈며 허공을 향해 악을 썼다.
"당장 그 숯구이 놈을 밧줄로 꽁꽁 묶어서라도 잡아 오너라! 오늘 밤으로 저 건방지고 오만방자한 년을 그 거지 발싸개 같은 숯구이 놈에게 강제로 시집보내어 당장 내 집에서 영원히 쫓아낼 것이니라! 저년이 몸에 두르고 있는 비단옷은 당장 벗겨 불태워버리고, 우리 집 하녀들도 입지 않는 제일 낡고 냄새나는 무명옷 한 벌만 던져주어 맨발로 내쫓아라! 네놈의 그 잘난 복이라는 것이 저 시커먼 숯구덩이 속에서도 찬란하게 빛을 발하는지 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아주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지자 놀란 첫째 딸이 자신의 화려한 치맛자락을 부여잡고 아버지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렸다.
"아버님! 고정하시옵소서! 아무리 셋째가 망발을 지껄였다 하나 어찌 저런 천하의 천둥벌거숭이 숯구이 놈에게 짝을 지어 내쫓으려 하십니까!"
그러나 영감은 매몰차게 첫째의 손을 뿌리치며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시끄럽다! 너희들도 저년의 편을 들려거든 당장 짐을 싸서 함께 나가거라! 저년에게는 바늘 하나, 털끝만 한 물건도 절대 내어주지 말고 당장 대문 밖으로 내동댕이쳐라!"
거칠고 소란스러운 시간이 폭풍처럼 지나가고, 한평생 몸을 감싸던 화려한 비단옷과 반짝이는 패물 대신 거칠고 낡아빠진 무명옷으로 갈아입은 셋째가 초라한 행색으로 굳게 닫히기 직전의 대문 앞에 섰다. 차가운 밤바람이 얇은 무명옷을 뚫고 살갗을 파고들었지만, 달빛에 비친 그녀의 앳된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결연하고 눈부신 기품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 거대한 나무 문을 나서는 순간, 온실 속 화초 같았던 내 안락한 삶은 영원히 끝이다. 이제부터는 내 두 발로 거칠고 척박한 땅을 딛고, 비바람을 맨몸으로 맞으며 진정한 내 복의 무게를 견뎌내야만 한다. 결코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셋째는 씩씩거리며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아버지가 선 대청마루를 향해, 마지막으로 무릎을 꿇고 깊이 허리를 굽혀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하직 인사를 올렸다.
"아버님, 오늘까지 저를 굶기지 않고 길러주신 크신 은혜는 평생 가슴 깊은 곳에 새기겠사옵니다. 부디 두 언니들과 함께 만수무강하시고 평안하시옵소서. 저는 비록 빈손으로 쫓겨나 천한 숯구이의 아내가 된다 한들, 결코 하늘을 원망하거나 제 삶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옵니다. 온몸이 흙투성이가 되고 거친 보리밥을 씹어 삼키는 날이 오더라도, 제 스스로 땀 흘려 일구어내는 복이 진정 무엇인지 이 세상에 당당히 증명하며 살아가겠사옵니다. 안녕히 계시옵소서."
무거운 쇳소리를 내며 거대한 대문이 굳게 닫혔고, 그녀는 낯설고 험난하지만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개척해야 할 새로운 세계를 향해 거침없는 첫발을 내디뎠다.
※ 7단계 B 이야기(감정 줄거리)
칠흑같이 어두운 밤, 부엉이 울음소리만이 처량하게 메아리치는 굽이치고 험준한 산길을 두 사람이 묵묵히 오르고 있었다. 바람막이조차 되지 않는 얇고 거친 무명옷 하나에 의지한 채 산을 오르는 셋째 딸의 곁에는, 얼굴과 손발은 물론이고 온몸에 시커먼 숯검정이 잔뜩 묻어 짐승인지 사람인지 분간조차 어려운 가난한 숯구이 총각이 안절부절못하며 걷고 있었다. 그는 혹여나 자신의 더러운 옷깃이 고귀한 아씨의 몸에 닿을까 두려워, 걸음을 뗄 때마다 바들바들 떨며 겁먹은 강아지처럼 자꾸만 눈치를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발에 맞지도 않는 낡은 짚신을 끌며 연신 허리를 굽실거리던 그가 마침내 울먹이는 목소리로 정적을 깼다.
"아씨... 아니, 부인... 이게 대체 어찌 된 영문인지 소인은 아무리 뺨을 꼬집어 보아도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질 않습니다요. 저같이 뼛속까지 천하고 냄새나는 숯구이 놈에게 그 높고 높은 기와집 애기씨가 시집을 오시다니요. 그것도 이 험한 한밤중에 쫓겨나듯 맨몸으로 오시게 되다니... 소인네 움막은 산짐승이나 겨우 찬 비를 피할 만큼 누추하고 사방에서 흙먼지가 떨어지는 곳이라, 부인같이 귀하고 옥 같은 분이 머무실 곳이 절대 못 됩니다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어르신께 싹싹 빌고 돌아가시는 것이 천번 만번 지당한 줄로 아옵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자책하고 몸을 떠는 숯구이를 보며, 셋째는 가만히 험난한 산길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돌아서서 그를 아주 따뜻하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가만히 바라보았다. 겉모습은 숯가마의 뜨거운 열기에 까맣게 그을려 볼품없고 투박했지만, 깊은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망울만큼은 밤하늘의 별빛을 모두 머금은 듯 그 누구보다 맑고 투명하며 정직하게 빛나고 있었다.
'평생 세상의 멸시와 편견에 주눅 들어 살아왔지만, 이 사람의 영혼 밑바닥은 세상 그 어떤 귀족보다도 티 없이 맑고 순수하구나. 내 고유한 복을 함께 일구어가고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갈 동반자로, 이보다 더 강인하고 올곧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얼어붙은 밤공기를 녹이듯 부드럽지만, 바위처럼 단호한 목소리로 그를 위로하며 달랬다.
"서방님, 그런 나약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말씀은 이제 그만 거두시지요. 저는 이미 아버님께 제 뜻을 명백히 밝히고 제 두 발로 당당히 걸어 나온 사람입니다. 제가 부드러운 비단옷을 벗어 던지고 이 거친 무명옷을 입은 것은 그 누구의 강요도 아닌 제 스스로의 선택이자, 온전한 제 복이 시작되는 첫걸음이옵니다. 당신의 겉모습이 비록 숯검정으로 까맣게 타 있을지라도, 당신의 그 눈빛은 세상 그 누구보다 정직하고 맑아 보입니다. 하늘이 맺어준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이제부터 당신이 제 하늘이고 제가 당신을 품는 땅입니다."
그 올곧은 말에 숯구이의 퀭한 두 눈이 붉게 달아오르더니 굵은 눈물이 숯검정을 씻어내며 흘러내렸다.
"부인... 어찌 이리도 천하고 못난 놈에게 이리 벅차고 따뜻한 말씀을 해주십니까. 소인은 글월 한 줄 배운 것도 없고 가진 것이라곤 매일같이 무거운 나무를 베어 숯을 굽는 이 투박한 두 팔밖에 없습니다. 부인을 굶기지 않으려면 밤낮없이 뼈가 부서져라 숯을 구워야 할 터인데, 이 험한 산길에 고운 발이 부르트실까 오직 그것만이 겁이 납니다요."
셋째는 주저하는 그의 굳은살 박인 투박하고 거친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조심스레 꽉 맞잡았다.
"서방님의 그 튼튼한 두 팔이 진실로 정직하게 움직이고 땀을 흘린다면, 그것이 곧 우리의 가장 큰 재물이 되고 마르지 않는 복이 될 것입니다. 땀 흘려 일하는 가난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 저를 믿고 함께 헤쳐 나가 보시지요."
두 사람은 거칠게 몰아치는 산바람 속에서도 서로의 맞잡은 손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체온에 의지하며, 묵묵히 어둠을 뚫고 산 정상의 움막을 향해 걸어 올라갔다.
※ 8단계 재미 구간(볼거리·핵심 장면들)
다음 날 이른 아침, 깊은 산속의 허름하고 비좁은 숯가마 움막. 밤새 뚫린 문풍지 사이로 스며드는 산바람의 추위에 떨며 뜬눈으로 설잠을 잔 셋째가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조심스레 눈을 떴을 때, 남편은 이미 곁에 없었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보니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숯구이가 이마에 맺힌 아침 이슬을 맞으며, 제 몸집보다 훨씬 큰 땔감을 한 아름 짊어지고 비틀거리며 내려오는 길이었다. 가족을 먹여 살리겠다는 일념 하나로 이른 새벽부터 온몸이 땀방울로 흠뻑 젖어 있는 남편의 우직한 모습에 셋째는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서방님, 벌써 산에 다녀오신 겝니까? 해가 이제 막 떴는데 이른 새벽부터 땀을 비 오듯 흘리시며 고생하시니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이리 짐을 내려놓으시지요. 제가 어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따뜻한 물이라도 끓여 올리겠습니다."
그녀가 치맛자락을 야무지게 동여매고 부뚜막 쪽으로 다가가 재를 만지려 하자, 땔감을 내려놓던 숯구이가 기겁을 하며 짐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헐레벌떡 달려왔다.
"아이고, 부인! 어찌 그 귀하고 고운 손으로 숯가마의 이 더러운 아궁이를 만지려 하십니까! 그곳은 온갖 시커먼 재와 흙투성이라 부인의 손이 금방 상하고 갈라질 것입니다요. 불 지피는 일은 소인이 다 알아서 할 터이니 부인께서는 어서 방에 들어가 편히 쉬고 계시지요."
남편의 절박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셋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아궁이 쪽으로 털썩 주저앉아 허리를 굽혔다.
"부부가 되어 한 지붕 아래 살게 되었는데, 어찌 궂은일을 서방님 혼자 다 하시게 가만히 둔단 말입니까. 제 손으로 직접 불을 지필..."
그녀가 아궁이 주변의 돌들을 정리하려던 순간, 무언가를 발견한 셋째의 눈이 튀어나올 듯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시선이 날카롭게 멈춘 곳은 불길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아궁이 입구를 둥그렇게 에워싸고 있는 큼지막한 이맛돌들이었다. 겉보기에는 시커먼 재와 그을음이 잔뜩 묻어 평범한 돌처럼 보였지만, 아침 햇살이 움막 안으로 비쳐들자 그 더러운 틈새 사이로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고 영롱한 누런 광채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진 그녀가 치맛자락으로 돌 표면의 재를 쓱쓱 닦아내자, 숨어있던 황금빛이 온전히 자태를 드러냈다. 조그만 돌 하나를 들어 올리려 했으나, 보기와 달리 쇳덩어리처럼 엄청나게 무거워 손목이 꺾일 뻔했다.
'이... 이것은 그저 무거운 평범한 돌멩이가 아니야. 설마, 옛 문헌이나 전설 속에나 등장한다는, 산속 깊은 곳에 묻혀 있다는 바로 그 귀한...'
셋째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땔감을 정리하던 남편을 다급하게 불렀다.
"어... 어머나? 서방님!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빨리 이리 와 보시지요! 이 아궁이 입구에 바람막이로 놓인, 이 이마빡만 한 누렇고 번쩍이는 무거운 돌들은 대체 어디서 가져온 무엇입니까? 햇빛을 받으니 제 눈이 다 멀어버릴 정도로 찬란하게 빛이 납니다!"
아내의 다급한 부름에 영문을 모르는 숯구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와서는, 그 돌들을 툭툭 발로 건드리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아, 그거 말씀이십니까요? 소인이 매일 산 깊은 곳에서 나무를 베고 숯을 구울 때, 아궁이 주변을 튼튼하게 막으려고 저기 뒷산 깊은 골짜기에서 주워다 놓은 돌멩이들입니다요. 그곳에 가면 저런 누렇고 무거운 돌멩이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어서 걸어 다닐 때마다 발에 채일 지경이지요. 불을 지피면 색깔만 노랗게 번쩍거릴 뿐, 너무 무거워서 들고 나르기도 힘들고 숯 굽는 데 쓸모가 많은 것도 아닙니다요. 땔감 부러뜨리는 데나 가끔 씁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남편의 순진무구하고 어처구니없는 대답에 셋째는 가슴이 터질 듯 쿵쾅거리고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것을 느꼈다.
"서방님! 이것은 숯이나 굽고 땔감이나 부러뜨리는 데 쓰는 평범한 돌멩이가 절대 아닙니다! 이것은 천하에 둘도 없는, 나라의 임금님이나 구경할 수 있는 가장 귀한 황금이옵니다!"
※ 9단계 중간 전환점(미드포인트)
남편의 손에 이끌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산길을 달려 도착한 뒷산 깊은 골짜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멈춰 선 두 사람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비현실적이고 경이로웠다. 맑고 차가운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거대한 바위틈 사이사이에, 숯구이가 그저 무거운 돌멩이라며 천덕꾸러기 취급했던 그 누런 덩어리들이 밤하늘의 별을 흩뿌려 놓은 듯 헤아릴 수 없이 널브러져 있었다. 아침의 붉은 햇살이 계곡 깊숙이 비추자, 골짜기 전체가 일제히 황금빛으로 찬란하게 일렁이며 눈을 뜰 수조차 없을 지경으로 온 산을 환하게 밝혔다. 어딜 둘러보아도 발길 닿는 곳마다 큼지막한 황금 덩어리들이 흙 속에 수줍게 묻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셋째는 벅차오르는 거대한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두 무릎을 꿇은 채, 덜덜 떨리는 양손으로 흙이 묻은 묵직한 황금 덩어리를 소중하게 집어 들었다. 차가운 금의 촉감이 손끝을 타고 전해지자 굵은 눈물이 툭 떨어져 황금을 적셨다.
'이것이... 이것이 정녕 내 복의 실체란 말인가. 나를 지배하려 했던 아버님의 거대한 그늘에서 벗어나, 모든 것을 버리고 가장 척박한 땅에 떨어진 나에게 하늘이 이런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거대한 선물을 예비해 두셨다니! 내 복은 결코 죽지 않았다.'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얼빠진 표정으로 서 있는 남편을 향해 벅찬 목소리로 목청껏 외쳤다.
"서방님, 제 말을 똑똑히, 아주 똑똑히 들으시지요! 이 누런 돌들은 이 나라 임금님조차도 평생을 다 가도 함부로 만져보지 못하는, 천하에서 가장 귀하고 순도 높은 황금 덩어리입니다! 뒷산 골짜기에 이것들이 발에 챌 정도로 널려 있다 하셨습니까? 하늘이 우리 부부에게 내려주신 어마어마한 복이 바로 이 인적 드문 산골짜기에 숨어 있었던 것입니다! 서방님의 그 묵묵하고 거짓 없는 성실함과 제 굳은 믿음이 만나, 이 엄청난 금맥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발견하게 된 것이옵니다!"
숯구이는 여전히 제 눈을 의심하며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마구 비비며 더듬거렸다.
"황... 황금이라고요? 이 쇳덩이같이 징그럽게 무거운 돌멩이들이 전부 부자들만 만진다는, 그 비싸디비싼 금이란 말입니까? 아이고, 맙소사! 내 평생 앞뒤 안 가리고 시커먼 숯만 구워대느라 눈이 완전히 멀어, 발밑 흙 속에 묻힌 이 엄청난 보물을 몰라보았다니! 부인, 정녕 우리가 이 첩첩산중 산속에서 세상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단 말입니까?"
그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허공에 두 팔을 휘저었다. 두 사람은 벅찬 감동과 환희를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부둥켜안고 서로를 으스러져라 얼싸안았다. 숯구이의 시커먼 얼굴 위로 기쁨의 굵은 눈물이 줄줄 흘러내려 숯검정 자국을 남겼고, 셋째 역시 흙투성이가 된 남편의 넓은 등에 얼굴을 파묻고 아이처럼 소리 내어 환희의 눈물을 흘렸다.
"그렇사옵니다, 서방님. 제가 그날 밤 집에서 쫓겨나면서 아버님께 제 복으로 산다고 눈물을 삼키며 당당히 말씀드렸던 그 복이, 바로 다름 아닌 서방님과의 만남이었고 이 산골짜기에 숨겨진 거대한 황금이었던 모양입니다!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읍내로 내려가 이 황금 몇 덩이를 팔아, 고을에서 가장 넓고 기름진 땅을 수만 평 사고, 그 위에 바람도 뚫지 못할 튼튼하고 으리으리한 기와집을 지읍시다! 우리는 이제 남들에게 굽신거리는 가난한 숯구이 부부가 아니라, 이 고을과 나라를 이끌어갈 가장 큰 부자가 될 것입니다! 하늘이 내리신 이 벅찬 복을 어찌 헛되이 썩힐 수 있겠습니까!"
깊은 산속 골짜기에는 과거의 서러움을 모두 씻어내는, 새로운 운명의 웅장한 시작을 알리는 부부의 벅찬 웃음소리와 울음소리가 엉켜 끊임없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 10단계 위기 압박(악재가 몰려옴)
무심하고 냉혹한 세월이 거센 강물처럼 굽이쳐 흘러갔다. 한때 온 고을을 호령하며 그 위세가 영원할 것만 같았던 부자 영감의 하늘을 찌르던 부귀영화는, 봄볕에 속절없이 녹아내리는 눈사람처럼 참혹하게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재물과 지혜가 세상의 모든 이치를 지배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 눈이 멀어버린 영감은, 끝없는 탐욕을 주체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손을 댄 노름판과 간악한 사기꾼들의 교묘하고 달콤한 농간에 속수무책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곳간의 쌀가마니와 뒤뜰 창고를 가득 채웠던 비단들은 신기루처럼 허망하게 사라졌고, 이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감의 목을 조여왔다. 급기야 붉은 띠를 두른 관아의 포졸들과 빚쟁이들이 우르르 들이닥쳐 으리으리했던 기와집 대문에 압류를 알리는 붉은 딱지를 덕지덕지 붙이고, 집안의 남은 가산마저 모조리 쓸어가던 날, 늙고 병든 영감과 부인은 평생을 바쳐 일군 자신의 집 문전에서 흙바닥으로 처참하게 내동댕이쳐지고 말았다.
기름기가 흐르던 얼굴은 핏기가 싹 가셔 해골처럼 앙상해졌고, 화려했던 비단옷 대신 누더기만도 못한 더러운 옷자락을 걸친 채 덜덜 떨던 영감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자신이 평생을 바쳐 끔찍이도 아꼈던 두 딸의 집을 차례로 찾아갔다. 아비의 은혜를 하늘처럼 떠받들며 평생 효도하겠다던 그들의 달콤한 맹세만을 굳게 믿고 찾아간 길이었다. 하지만 영감을 맞이한 현실은 차가운 겨울바람보다 더 잔인하고 냉혹했다.
"아버님, 제발 저희 집 대문 앞에서 이 더러운 바짓가랑이 좀 그만 잡으시지요! 동네 사람들 보기 부끄러워 살 수가 없습니다! 아버님이 욕심에 눈이 멀어 노름과 사기로 그 많던 재산을 하루아침에 다 탕진하시고 이 모양 이 꼴이 되셨는데, 어찌 시집간 저희들에게까지 염치없이 손을 벌리려 하십니까? 제 남편도 아버님의 그 끔찍한 빚쟁이들 사정에 학을 떼고 당장 저마저 내쫓으려 하는 판국입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시고 다신 찾아오지 마십시오!"
첫째 딸은 과거의 교태 부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표독스럽고 일그러진 얼굴로 늙은 아버지를 매몰차게 밀쳐내며 언성을 높였다. 그 서슬 퍼런 거절에 충격을 받아 비틀거리며 찾아간 둘째 딸의 집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둘째 딸 역시 화려한 장신구로 치장한 채 팔짱을 꽉 끼고 섰고, 아버지를 벌레 보듯 내려다보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맞습니다, 아버님! 예전처럼 돈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고 떨어질 떡고물이 있을 때야 저희가 아버님 곁에 붙어서 아버님 덕을 칭송하며 지극정성으로 모셨지요! 이제 쌀 한 톨 나오지 않는 늙고 병든 빈털터리가 되셨는데, 저희가 미쳤다고 생돈을 써가며 아버님을 모신단 말입니까? 아버님 스스로의 어리석은 죄업으로 가산을 탕진하신 것이니 절대 저희를 원망일랑 마시고 딴 데 가서 알아서 목구멍에 풀칠할 길을 찾으시지요!"
한 치의 망설임이나 동정심도 없이 냉정하게 등을 돌려 육중한 대문을 쾅 닫아버리는 두 딸의 매정한 뒷모습을 보며, 영감은 차가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짐승이 울부짖는 듯한 처절한 오열을 토해냈다.
'이... 이 독사 같은 년들! 피도 눈물도 없는 금수만도 못한 년들! 내가 내 평생을 다 바쳐 지들을 최고급 비단옷 입히고 매일 고기반찬 먹여 남부럽지 않게 키웠거늘... 재물이 모래알처럼 사라지니 핏줄의 정마저 이리 허망하게 끊어지는구나!'
"내가 이 잔칫상에서 누구 덕에 산다고 물었을 때, 하늘처럼 나를 우러러 떠받들던 너희들의 그 고운 입술에서 어찌 이리 맹독을 품은 독사가 기어 나오는 소리를 한단 말인가! 아이고, 내 팔자야! 내 어리석은 팔자야! 재물이 사라지니 핏줄도 소용없고 내 인생이 완전히 불타는 지옥불로 떨어졌구나!"
배신감과 절망에 사로잡힌 영감의 가슴에는 붉은 피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듯 거만했던 오만함과 재물에 대한 맹신이 가져온 대가가 이토록 끔찍하고 참혹하게 돌아올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 11단계 최악의 순간(모든 게 끝난 듯)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운 삭풍이 미친 듯이 몰아치고 온 세상을 하얗게 얼려버리는 매서운 한겨울. 발이 푹푹 빠지는 눈보라 속에서, 누더기 조각을 얼기설기 기워 걸친 늙고 쇠약한 거지 부부가 서로의 앙상한 몸을 껴안고 덜덜 떨고 있었다. 한때 최고급 비단만 쓰다듬으며 옥가락지를 끼고 있던 영감의 거칠어진 손에는, 이제 이가 듬성듬성 빠지고 때가 낀 빈 나무 동냥그릇만이 덩그러니 들려 있었다. 혹독한 추위와 며칠째 이어지는 극심한 굶주림에 그들의 얼굴은 핏기 없는 잿빛으로 변해버렸고, 꼿꼿했던 등은 칼날 같은 바람을 견디지 못해 땅에 닿을 듯 한껏 웅크려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마저 뚝 끊긴 폐허 같은 거리, 더 이상 기대고 내려갈 곳조차 없는 처참한 밑바닥 인생의 끝자락이었다. 영감은 보랏빛으로 얼어붙은 입술을 달달 떨며, 허공을 향해 피를 토하듯 처절한 회한을 쏟아냈다.
"여보, 내가 단단히 미쳤지... 내가 단단히 미쳤었소! 내 평생을 바쳐 피땀 흘려 이룩한 그 잘난 재물과 권세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이오. 그깟 썩어빠질 재산, 하늘이 한번 훅 불면 하루아침에 바람처럼 흩어져 버리는 덧없는 신기루 같은 것인 줄도 모르고, 나는 내 그 어리석은 오만함과 탐욕에 취해 천년만년 떵떵거리며 세상을 지배할 줄 알았소. 이제는 당장 오늘 저녁 맹물에 끓여 먹을 싸라기 한 줌조차 구걸하며 남의 발밑을 기어야 하는 비참한 거지 신세가 되어버렸으니, 하늘이 오만한 나를 단단히, 아주 끔찍하게 벌하시는 게요."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기도 전에 차갑게 얼어붙어 고드름이 되는 지독한 날씨 속에서, 곁에 쓰러지듯 기대어 있던 부인 역시 갈라지고 쉰 목소리로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영감, 이제 와서 자책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제발 너무 가슴 치며 자책하지 마시구려. 산바람이 이리도 날카롭고 찬데 구멍 난 얇은 적삼 하나로 버티자니 내 온몸의 뼈마디가 다 부서지고 얼어붙는 것만 같소. 우리가 이 무서운 눈보라 속을 정처 없이 떠돌다가는 필시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길바닥에서 꽁꽁 얼어 객사하고 말 텐데...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차라리 첫째나 둘째네 집 대문 앞에 다시 찾아가 쓰러져서 밤새도록 땅에 머리를 찧으며 울고불고 매달려 볼까요? 설마 지들을 낳아준 친부모가 당장 얼어 죽게 생겼는데 또다시 문전박대하며 개 쫓듯 내쫓기야 하겠소?"
생사의 기로에 선 부인의 처절한 말에 영감은 고개를 심하게 저으며 뼈저린 절망감과 수치심을 드러냈다.
"부질없는 소리 당장 집어치우시오! 그 독한 년들이 이미 나를 병든 개 패듯 두들겨 내쫓았는데, 내 죽으면 죽었지 어딜 그 더러운 문턱을 다시 간단 말이오! 부모의 거룩한 은덕이라곤 내 수중에 재물이 썩어나게 있을 때나 통하던 새빨간 거짓이자 가짜였소이다! 아... 뼛속까지 시려오는 이 끔찍한 추위와 배고픔 속에서 단 한 가지 내 가슴을 갈기갈기 후벼 파는 것은... 오직 자기만의 고유한 복으로 살겠다며 꼿꼿하게 서 있다가, 나침반도 없이 이 매서운 눈보라 속으로 맨몸으로 쫓겨난 우리 불쌍하고 가여운 셋째 얼굴뿐이오... 내가 참으로 천벌을 받을 몹쓸 아비였소..."
끝없는 어둠과 살을 도려내는 추위 속에서 두 노인은 마침내 모든 희망의 끈을 놓아버린 채, 서서히 다가오는 검은 죽음의 그림자를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빛이 꺼지고 숨통이 조여오는, 완벽하게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은 캄캄한 절망의 순간이었다.
※ 12단계 영혼의 밤(깊은 절망)
인적 끊긴 차가운 골목길, 허물어져 가는 돌담에 위태롭게 기대앉은 늙은 아비는 굶주림으로 뱃속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속에서 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감았다. 살가죽만 남은 앙상한 얼굴 위로 깊은 회한과 참회의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려 덥수룩하고 지저분한 수염을 흠뻑 적셨다. 지난날 으리으리한 기와집에서 비단을 두르고 산해진미를 탐하며 호령하던 화려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지만, 그것은 이제 지독한 환멸과 가슴을 치는 자책감으로만 다가올 뿐이었다.
'내가 참으로 어리석고 교만했지. 재물이라는 얄팍하고 썩어 없어질 껍데기에 두 눈이 완벽하게 멀어, 사람의 진정한 마음과 영혼의 가치를 보지 못한 이 늙은이의 죄가 하늘을 가리고도 남을 만큼 너무도 크구나. 내 돈을 보고 뱀처럼 아첨하는 첫째와 둘째의 그 새빨간 거짓된 입놀림에 속아 넘어가, 그저 올곧고 정직하게 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 했던 우리 착하고 총명한 셋째를 그 짐승만도 못한 구렁텅이로 매몰차게 내몰다니... 내 손으로 내 핏줄을 끊어낸 천하의 죄인이다.'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과 후회에 노인은 주먹을 쥐고 자신의 마른 가슴을 퍽퍽 치며 짐승처럼 신음하듯 내뱉었다.
"내가 참으로 어리석었소. 부인... 우리 불쌍한 막내... 그 춥고 배고픈 산꼭대기 까막 숯구이 놈에게 맨몸으로 시집가서, 필시 그 거친 삶을 견디지 못하고 몇 해를 넘기지 못한 채 굶어 죽었거나 지독한 병에 걸려 피를 토하며 죽었을 텐데... 이 무지몽매한 아비가 우리 예쁜 막내를 제 손으로 잔인하게 죽인 것이나 다름없소. 내 무슨 낯으로 저승에 가서 조상님들을 뵙고 우리 셋째를 마주한단 말이오."
옆에서 숨을 헐떡이며 힘없이 담벼락에 기대어 있던 부인이 갈라진 손으로 영감의 손을 잡으며 힘겹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영감... 어찌 그리 가슴 찢어지는 불길한 소리를 하십니까. 우리 셋째는 어려서부터 유독 총명하고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는 심지가 바위처럼 굳은 아이였으니,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서 자기 입에 풀칠이라도 악착같이 해가며 그 질긴 목숨을 이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저는 어미로서 그렇게 굳게 믿고 싶소. 아니, 반드시 살아있을 것이오."
하지만 노인의 초점 잃은 눈동자는 이미 깊고 아득한 절망의 심연에 완전히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니오... 다 틀렸소... 내 복으로 온전히 내 삶을 산다는 그 아이의 말이 얼마나 뼈저리고 위대한 진실이었는지, 이 세상 모든 것을 잃고 차가운 길바닥에 거지 꼴로 나앉고 나서야 이 멍청하고 바보 같은 아비는 비로소 깨달았소이다. 재물이란 돌고 도는 허망한 바람이요, 남의 덕과 재산만을 바라보고 사는 삶은 파도 앞의 모래성처럼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무너진다는 것을... 우리 지혜로운 셋째는 어린 나이에도 그걸 이미 다 꿰뚫어 알고 있었거늘... 내 목숨이 끊어지기 전에, 눈을 감기 전에 우리 불쌍한 셋째 얼굴을 딱 한 번만이라도 마주할 수 있다면, 내 이 늙은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사죄할 텐데... 아, 배가 너무 고파 눈앞이 다 새카맣소..."
몸은 살을 에는 추위에 점차 굳어가고 시야는 흑백으로 점차 흐려지는 가운데, 노인의 산산조각 난 영혼은 짙은 후회와 막내딸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서 인생의 가장 어둡고, 가장 차가우며, 가장 고통스러운 기나긴 밤을 처절하게 통과하고 있었다.
※ 13단계 3막 진입(다시 일어섬)
모진 겨울의 칼바람이 지나가고 땅에 새싹이 돋아날 무렵, 살을 에는 듯한 지독한 굶주림과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정처 없이 떠돌던 늙은 거지 부부. 버려진 시래기를 주워 먹으며 하루하루 연명하던 그들의 헐벗은 발길이 우연히 닿은 곳은, 첩첩산중 깊은 산골짜기 한가운데 자리 잡은, 마치 한 나라의 거대한 성채나 왕궁을 연상케 하는 으리으리하고 경이로운 기와집 앞이었다. 구름에 닿을 듯 하늘을 찌를 기세로 솟아오른 엄청난 높이의 담장과 웅장한 아흔아홉 칸 대문 앞에 선 두 사람은, 산속에 이런 곳이 있으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압도적인 규모에 입을 떡 벌린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부인은 넋이 완전히 나간 표정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대문 너머의 화려한 지붕들을 기웃거렸다.
"영... 영감! 저기 좀 보시오! 험한 고개를 몇 개나 헐떡이며 넘어오니 웬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구름 속에 숨겨진 궁궐처럼 버티고 서 있지 않소! 이 사람 발길도 닿기 힘든 깊은 산골짜기에 대체 언제 저리 크고 으리으리한 대부호의 집이 생겼단 말이오? 저 멀리 안채 지붕 굴뚝에서 모락모락 밥 짓는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것을 보니, 하얀 쌀밥에 고기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진동을 하여 내 정신이 다 아득해지고 뱃속이 요동을 칠 지경이오. 어서 저 문을 두드려 찬밥 찌끄러기 한 덩이라도 굽신거려 구걸해 봅시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굶어 죽겠소."
영감 역시 덜덜 떨리는 두 눈으로 저택의 어마어마한 위용을 경외감마저 느끼며 올려다보았다.
"허어... 집터가 산봉우리를 덮을 만큼 거대하고, 대문에 칠해진 오색 단청이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을 지경이군. 내가 예전에 한창 부귀영화를 누리며 고을을 호령할 때의 내 집보다도 족히 열 배, 아니 스무 배는 더 크고 화려해 보이오. 이보시오, 아무리 배가 고파 문턱에서 동냥을 하더라도 너무 천박하게 악을 쓰지 말고 최대한 예의를 갖춰서 부르시구려. 저런 엄청난 대부호들은 함부로 화를 돋우거나 거슬리게 하면 밥은커녕 하인들을 풀어 몽둥이찜질을 당해 뼈가 부러지기 십상이니 말이오."
'저리 거대한 산과 같은 부를 쌓은 자라면 필시 인심이 후덕하여 적선을 베풀거나, 아니면 지독히도 인색하고 잔인하여 거지를 개처럼 팰 것이다. 부디 목을 축일 찬물 한 사발과 식은 밥 한술이라도 내어주는 자비로운 자이길...'
영감이 혹여나 매를 맞을까 두려워 쭈뼛거리는 사이, 굶주림에 한계가 달해 더 이상 물불을 가릴 처지가 아닌 부인이 마지막 남은 젖 먹던 힘을 다해 육중한 대문을 두드리며 처절하고 애절한 목소리로 목청껏 외쳤다.
"아이고, 당장 숨넘어가 굶어 죽게 생겼는데 예의고 체면이고가 다 무슨 소용입니까요! 이리 오너라! 대문 안에 뉘 계시오! 지나가는 불쌍하고 가여운 늙은 거지 부부입니다요! 사흘 밤낮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속이 다 타들어 가고 창자가 끊어질 듯하니, 제발 먹다 남은 쉰 누룽지나 구정물이라도 좋으니 제발 적선 좀 베풀어 주시옵소서! 아이고, 나리! 마님! 제발 사람 목숨 하나 살려주십시오!"
두 노인의 절박하고 구슬픈 외침이 웅장한 대문을 넘어 고요하고 평화로운 저택 안으로 애달프게 메아리치며 울려 퍼졌다. 벼랑 끝 삶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번 숨을 쉬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켜쥔 마지막 동아줄이었다.
※ 14단계 결말(클라이맥스 해결)
밖에서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구슬프고 처절한 동냥 소리에, 최고급 비단으로 지은 우아한 당의를 단정하게 차려입은 저택의 고귀한 안주인이 다급히 대청마루에서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 하인들이 육중한 대문을 열어젖히고, 남루한 거지꼴을 넘어 흡사 짐승과도 같은 몰골의 두 노인을 마주한 순간, 우아하게 걸음을 내디디던 그녀의 발걸음이 그 자리에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오랜 세월의 모진 풍파와 지독한 굶주림에 찌들어 얼굴 형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진 몰골이었지만, 그녀는 피가 끌리는 본능으로 단박에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심장이 터질 듯 고동쳤고 숨이 턱 막혀왔다.
"아니, 밖에서 이 추운 날씨에 뉘시길래 이리 숨넘어가듯 애타게 부르시는 겝니까? 제발 요기라도... 어? 아니! 이... 이 얼굴은...! 아버님! 어머님! 아이고, 세상에 하늘도 무심하시지! 두 분 어르신께서 대체 어찌하여, 무슨 몹쓸 풍파를 겪으셨기에 이리 남루하고 처참한 거지 꼴로 이 깊은 산골짜기까지 오시게 되었단 말입니까! 저를 정녕 모르시겠사옵니까? 저옵니다! 아버님께서 눈 내리던 날 밤 숯구이에게 매몰차게 시집보내셨던 막내딸, 아버님의 셋째이옵니다!"
안주인의 입에서 터져 나온 통곡 섞인 외침에, 덜덜 떨며 더러운 동냥그릇을 들고 땅만 보며 굽신거리던 영감은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번쩍 치켜들었다. 흐릿한 시야 너머로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눈부시게 고귀하고 기품 넘치는 여인은 다름 아닌, 자신이 과거의 오만함에 취해 비바람 속으로 맨몸으로 쫓아냈던 바로 그 막내딸이었다.
"새... 셋째? 네가 정녕, 참으로 우리 불쌍한 셋째란 말이냐? 아니, 이 산을 덮을 듯한 으리으리한 대궐 같은 집의 마님이, 수많은 하인을 거느린 이 대부호가 바로 너란 말이냐? 어찌 가난한 까막 숯구이의 아내가 이런 천하의 큰 부자가 되었단 말이냐! 아이고, 내가 부끄러워, 내가 죽일 놈이라 네 고운 얼굴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구나. 나를 죽여라, 당장 나를 쳐 죽여라! 너를 그토록 모질게 내쫓은 이 천하의 짐승만도 못한 몹쓸 아비를 당장 멍석 말아 몽둥이로 때려 내쫓아라!"
견딜 수 없는 거대한 죄책감과 부끄러움에 몸부림치며 바닥에 납작 엎드려 통곡하는 늙은 아버지를 보며, 셋째는 화려한 치맛자락이 흙바닥에 끌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황급히 달려갔다. 그녀는 얼어붙은 아버지의 거칠고 냄새나는 두 손을 자신의 고운 손으로 부여잡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아... 이토록 모진 세월과 처절한 가난을 늙은 몸으로 어찌 다 견디셨단 말인가. 아무리 나를 내친 아버지라 하나, 나를 세상에 내어주신 핏줄의 정과 천륜은 결코 끊어낼 수 없는 것임을 이제야 알겠구나.'
"아버님, 그런 가당치도 않은 끔찍한 말씀은 당장 거두시옵소서!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인데, 어찌 과거의 섭섭함 한 자락으로 부모 자식 간의 끈끈한 천륜을 저버리겠사옵니까. 제가 이 깊은 산속으로 시집오던 날, 가마터 아궁이에서 어마어마한 크기의 금맥을 발견하여 서방님과 함께 땀 흘려 이 거대한 가산을 일구었사옵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제가 그날 밤 눈물로 당당히 말씀드렸던 제 복의 실체이자, 저를 꺾이지 않는 강한 심지로 길러주신 아버님의 숨은 은덕이옵니다. 자, 어서 이 더러운 흙바닥에서 일어나 이리 오시어, 제가 아버님을 위해 정성껏 쑤어 끓인 이 따뜻한 잣죽부터 한술 뜨시옵소서."
셋째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미소 지으며 부모를 따뜻한 온기가 도는 호화로운 안방으로 모셔 들여, 정성껏 쑤어낸 잣죽을 은수저와 함께 상에 올렸다. 기나긴 세월 켜켜이 쌓였던 원망과 용서, 그리고 진정한 화해가 교차하는 뜨거운 눈물 속에서, 오랜 갈등의 단단한 응어리가 봄눈이 햇살에 녹아내리듯 완벽하게 씻겨 내려가고 있었다.
※ 15단계 마지막 장면(파이널 이미지)
따뜻한 온기와 은은한 향냄새가 감도는 호화로운 대청마루, 그곳에는 과거의 모든 앙금과 상처를 눈물로 씻어낸 가족들이 티 없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오색찬란한 산해진미가 가득 차려진 풍성한 잔칫상에 다 함께 둘러앉아 있었다. 한때 헛된 오만함과 재물에 대한 탐욕으로 가득 차 자식에게 매몰차게 호통을 치던 부자 영감의 주름진 얼굴에는, 이제 과거의 독기와 거만함 대신 한없이 자애롭고 평온하며 진실한 미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비단옷으로 갈아입고 씻은 영감은 막내딸이 직접 은수저로 떠서 입가에 대어준 따뜻하고 고소한 잣죽을 한술 크게 넘기고는, 가슴 저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벅찬 감동에 젖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으허허흑... 이 맛은... 네가 어릴 적 내가 열병에 걸려 입맛이 없을 때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성껏 끓여주던 바로 그 잣죽의 맛이 아니더냐. 내 평생 온갖 진귀하다는 산해진미를 다 먹어보았으나, 오늘 내 사랑하는 딸이 끓여준 이 따뜻한 죽 한 그릇보다 달고 영혼을 울리는 귀한 음식은 천하에 다시없을 것이다. 셋째야, 그리고 내 듬직한 사위 숯구이야... 이 못나고 어리석은 늙은이를 짐승처럼 버리지 않고 따뜻하게 거두어주니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구나."
영감은 옷소매로 쉴 새 없이 흐르는 참회의 눈물을 닦아내며 사위와 딸의 손을 번갈아 꽉 쥐었다.
'재물은 바람에 날아가는 먼지와 같으나, 사람의 굳은 심지와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태산이로구나. 결국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과 기적은 다름 아닌 바로 이 아이였음을 왜 내 모든 것을 다 잃고 나서야 깨달았을까.'
"네 말이 백번, 아니 천번 만번 옳았다. 사람은 남이 쌓아놓은 은덕에 얄팍하게 기대어 기생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하늘이 자신에게 내린 자기만의 고유한 복과 땀 흘리는 자기 힘으로 세상을 당당하게 마주하며 살아가는 것이었거늘... 나는 그 단순하고 위대한 이치를 몰라서 내 평생을 온통 헛살았던 게야. 이제야 내 두 눈이 똑바로 뜨이는구나."
영감의 곁에 앉은 듬직한 사위, 과거의 까막 숯구이는 씻고 나니 제법 훤칠하고 기품 있는 대부호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는 사람 좋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장인에게 화답했다.
"장인어른, 춥고 배고팠던 지나간 궂은일은 이제 다 밤바람에 날려 잊으시고, 이제부터는 저희 부부가 두 분 어르신을 이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평생토록 남부럽지 않게 모실 것이옵니다. 저 넓고 볕이 잘 드는 안채에 두 분이 편히 머무실 가장 따뜻한 방을 미리 다 마련해 두었으니, 이제 다시는 차가운 길바닥에서 굶주리고 고생하실 일은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요."
그 든든하고 따뜻한 말에 셋째 역시 맑고 투명한 미소를 지으며 곡주가 담긴 잔을 우아하게 들어 올렸다.
"서방님 말씀이 다 맞사옵니다. 아버님, 어머님. 예전에는 제 복에 산다 하였으나, 이제는 제가 일군 제 복이 곧 아버님의 복이고, 아버님께서 곁에 계신 것이 곧 저희의 복이옵니다. 비바람을 뚫고 우리 가족 모두가 마침내 한데 모였으니, 이 집안에 흐르는 이 거대한 복과 웃음이 천년만년 끊이지 않고 대대손손 영원할 것이옵니다. 자, 과거의 슬픔은 잊고 어서 잔을 드시지요! 우리의 밝고 새로운 내일을 위하여!"
둥근 보름달이 유난히도 밝고 따뜻하게 대청마루를 비추는 밤, 과거의 오만함과 상처, 허영으로 얼룩졌던 첫 장면의 위태로운 잔치와는 완벽하게 대비되는, 진정한 가족애와 깨달음으로 충만한 진짜 잔치가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서로를 의지하며 스스로 땀 흘려 일구어낸 단단한 복 안에서, 온 가족의 환한 웃음소리가 깊은 산골짜기를 넘어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빛처럼 찬란하고 영원하게 흩어졌다.
엔딩 멘트 (250자 내외)
"제 복에 산다"는 셋째 딸의 선언은 결코 부모를 무시한 오만함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험난한 비바람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강인한 자립심이었습니다. 재물에 눈이 멀어 핏줄을 내쳤던 아버지는 가장 비참한 밑바닥에 떨어지고 나서야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깨닫게 됩니다. 남의 덕에 기대지 않고 땀 흘려 일궈낸 '복'이 얼마나 값지고 위대한지 보여주는 셋째 딸의 이야기. 오늘, 여러분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단단하고 고유한 '복'은 과연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