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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며느리와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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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도깨비, #시어머니, #효심, #갈등과화해, #며느리, #가족애, #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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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시집살이 속에서도 효심을 잃지 않은 착한 며느리와 그녀의 진심을 알아본 도깨비의 이야기
01
조선 시대 어느 산골 마을,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 이른 새벽. 가난한 초가집 마당에서는 벌써 방아 찧는 소리가 울리고 있었습니다. 스물셋 며느리 순임이 하루를 시작하는 소리였지요.
"아이고, 방아 소리가 고르지 않으니 쌀알이 다 으깨졌겠구먼!" 안방에서 시어머니의 꾸중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임은 잠시 방아 찧기를 멈추고 땀을 닦았지요. 손바닥에는 이미 물집이 잡혀 있었습니다.
해가 떠오르기도 전, 순임의 일과는 쉴 새 없이 이어졌습니다. 쌀 찧기, 물긷기, 불 지피기... 게다가 오늘은 시장에 가는 날이라 산에서 나무도 해와야 했지요. 시장에 내다 팔아야 쌀을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아침상을 차리지 않은 거냐? 저 모양으로 어찌 며느리 노릇을 한다는 게냐!"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습니다. 하지만 순임의 얼굴에는 원망의 기색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신이 부족한 탓이라며 더 부지런히 움직였지요.
"어머님, 금방 상을 차리겠습니다." 순임은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찬장을 열어보니 된장 몇 숟가락과 시든 김치가 전부였지요. 하지만 순임은 그마저도 어머님 상에 정성껏 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순임을 보며 혀를 찼습니다. "저리 깐깐한 시어머니를 모시고 어찌 살겠느냐." 하지만 순임은 늘 같은 대답을 했지요. "어머님은 그만큼 자식 농사를 잘 지으셨기에 그러시나 봅니다. 저를 올바른 며느리로 만들어 주시는 거지요."
02
한겨울 밤, 찬바람이 처마 끝을 때리고 있었습니다. 순임은 저녁상을 치우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입을 여셨습니다.
"오늘 밤, 산에 가서 고사리를 캐 오너라." 시어머니의 말씀에 순임은 깜짝 놀랐습니다. 한겨울에 고사리라니... 게다가 한밤중에 산에 가라니...
"어머님, 하지만..." 순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지만, 시어머니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습니다. "시집와서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시어미 말을 거역하려 드는 게냐. 내 입맛이 고사리가 당기는데, 며느리가 그것도 해드리지 못한단 말이냐."
순임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시어머니의 말씀대로였습니다.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며느리된 도리로 시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할 순 없었지요.
"네,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순임은 떨리는 손으로 삼베치마를 여미고 대님을 단단히 매었습니다. 부엌 한구석에 놓인 낡은 짚신을 신으며, 문득 친정어머니 생각이 났지요. '우리 어머니도 이런 시집살이를 하셨을까...'
달빛조차 없는 캄캄한 밤이었습니다. 마을 개들이 어둠 속에서 짖어대는 소리가 불길하게 들렸고, 산에서는 짐승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순임의 다리가 후들거렸지만, 발걸음을 멈출 수는 없었지요.
"산신령님, 도와주세요..." 순임은 속으로 기도했습니다. 한겨울 밤에 고사리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시어머니의 말씀을 거역하고 돌아갈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03
깊은 산속, 달빛도 없는 캄캄한 밤이었습니다. 순임은 떨리는 다리로 산길을 더듬어 올라갔습니다. 바람 소리가 귀신의 울음소리처럼 들렸고, 나뭇가지들이 허공에서 춤추는 모습은 마치 손을 뻗어 자신을 잡으려는 것만 같았지요.
"산신령님, 산신령님..." 순임은 작은 목소리로 기도를 읊조렸습니다. 한겨울 밤에 고사리를 찾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순임의 눈앞에서 파란 불빛이 반짝였습니다. 처음에는 반딧불이라 생각했지만, 한겨울에 반딧불이가 있을 리 없었지요. 불빛은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도깨비불로 변했습니다.
"어... 어머나..." 순임은 놀라 뒷걸음질 쳤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도깨비불이 그녀를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서가며 길을 밝혀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산속은 점점 더 깊어졌고,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올랐습니다. 도깨비불은 마치 순임을 어디론가 인도하는 것처럼 천천히 움직였고, 순임은 마치 홀린 듯 그 뒤를 따라갔지요.
"이상하다... 무섭지가 않네..." 순임은 중얼거렸습니다. 도깨비불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따뜻하고 포근했기 때문입니다.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편안한 느낌이 들었지요.
04
도깨비불을 따라 깊숙한 산속에 다다르자, 안개가 걷히며 달빛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달빛 속에서 한 도깨비가 모습을 드러냈지요.
순임은 놀라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습니다. 하지만 보이는 광경은 전혀 무섭지 않았습니다. 뿔이 난 것도, 이빨이 날카로운 것도 아닌, 오히려 인자한 할아버지처럼 생긴 도깨비였기 때문입니다.
"네가 바로 마을에서 소문난 그 착한 며느리로구나." 도깨비의 목소리는 깊은 산속의 메아리처럼 부드럽게 울렸습니다. "매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고, 시어머니의 꾸중에도 한 번도 불평하지 않은 그 며느리 말이다."
순임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자신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것일까요? 도깨비는 마치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너의 효심을 지켜보았단다. 시어머니가 아무리 구박해도 원망 한 번 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했지." 도깨비의 눈빛이 달빛처럼 따스했습니다.
순임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는 그저... 어머님이 건강하시길 바랄 뿐입니다. 제가 성이 급하고 서툴러서 어머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지요."
도깨비는 순임의 그런 모습을 보며 더욱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래, 바로 그런 마음 때문에 내가 너를 도와주기로 한 것이란다. 시어머니의 마음을 돌리는 것... 그건 나도 어려운 일이지만 말이야."
05
도깨비는 품 안에서 낡은 비단 주머니 하나를 꺼냈습니다. 달빛 아래서 보니 주머니에는 오색 구름 무늬가 수놓아져 있었고, 끈에는 작은 방울이 달려있었지요.
"이 주머니를 네게 주마." 도깨비가 주머니를 건네며 말했습니다. "이 주머니를 열면 네가 원하는 것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안 되느니라. 주머니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서, 순수한 마음으로 열어야만 하지."
순임은 조심스럽게 주머니를 받아들었습니다. 주머니에서는 이상한 온기가 전해져 왔고, 달빛을 받으면 은은한 빛을 내뿜었지요. "도깨비 할아버님, 하지만 제가 이런 귀한 것을 받아도 될는지요..."
도깨비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너는 지금까지 한 번도 네 것을 탐한 적이 없었지. 늘 시어머니를 먼저 생각했고, 가족을 위해 헌신했으니... 이제는 네가 좋은 것을 받을 차례란다."
"하지만 기억하거라." 도깨비의 목소리가 진지해졌습니다. "이 주머니는 하루에 단 한 번만 열 수 있고, 해가 뜨기 전까지만 그 힘이 유효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결코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순임이 고개를 끄덕이자, 도깨비는 안개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가 밤바람에 실려 왔습니다. "네 효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제 시어머니께 보여드릴 때란다."
06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들고, 순임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정말로 이 주머니에서 원하는 것이 나올까...' 하지만 시어머니를 생각하니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지요.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고사리를..." 순임이 조심스레 주머니를 열자, 갑자기 은은한 빛이 새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지자, 주머니 속에는 이슬방울이 맺힌 싱싱한 고사리가 가득 들어있었지요.
"어머나..." 순임은 눈을 비볐습니다. 한겨울에 이렇게 싱싱한 고사리라니... 게다가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시는 애고사리였습니다.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지요. "봄에 처음 나는 애고사리가 최고란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순임은 고사리를 정성스레 다듬어 한 줌씩 묶었습니다. 어머니의 손길처럼 곱고 깔끔하게 묶으려 애쓰면서, 문득 친정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이렇게 시집살이 하실 때 얼마나 힘드셨을까...'
달빛이 구름 사이로 스며들었고, 찬 바람이 순임의 뺨을 스쳤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어머니가 좋아하실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 돌아가야겠어요." 순임은 주머니를 품에 넣고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한밤중의 산길이 더 이상 무섭지 않았습니다. 도깨비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주머니가 있었기에, 그리고 시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지요.
07
"이런 한밤중에 이토록 신선한 나물을..." 시어머니는 고사리를 들여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습니다. 달빛 아래 반짝이는 이슬방울이 맺힌 고사리는 마치 방금 전에 딴 것처럼 싱싱했지요.
"이 추운 겨울에, 게다가 이런 깊은 밤에..."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졌습니다. "필시 도깨비와 한패가 된 게 분명해! 아니면 어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이냐!"
순임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시어머니의 말씀대로였습니다. 한겨울 밤에 이렇게 싱싱한 고사리를 구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도깨비의 주머니에 대해 말씀드려야 할지 망설여졌습니다.
"어쩌면... 네놈이 도깨비에게 넘어간 것은 아니더냐?" 시어머니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요즘 들어 네가 하는 일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밤마다 산에 다니고, 이상한 것들을 가져오고..."
"어머님, 그게..." 순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한밤중에 산을 다녀온 것도, 신기한 나물을 가져온 것도 모두 시어머님을 위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의심을 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차가워졌습니다. 등잔불이 흔들리며 벽에 기괴한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시어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이 순임을 꿰뚫어 보는 듯했습니다. 이제 모든 것을 말씀드려야 할 때가 온 것일까요?
08
순임은 깊은 숨을 들이쉬었습니다. 더 이상 숨길 수는 없었습니다. 떨리는 손으로 품 안에서 오색구름 무늬가 수놓아진 주머니를 꺼냈지요.
"어머님... 사실은..." 순임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오늘 밤 산에서 도깨비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 도깨비는 나쁜 도깨비가 아니었어요. 제 마음을 알아봐 주시고..."
시어머니의 눈빛이 날카로워졌습니다. "역시... 네가 도깨비와 내통했구나!" 그 말씀에 순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어머님, 전 그저... 어머님이 드시고 싶어 하신 고사리를 구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한겨울에 고사리를 구하기 힘들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도깨비님께서 이 주머니를..." 순임의 말이 흐려졌습니다.
순임은 모든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한밤중에 산을 오르며 느낀 두려움, 도깨비를 만난 순간의 놀라움, 그리고 도깨비가 자신의 효심을 알아봐 준 이야기까지... 그리고 무엇보다 시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던 자신의 진심을...
"이 주머니로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전 오직 어머님을 위한 것만 생각했습니다." 순임의 눈물이 뚝뚝 떨어졌습니다. "제가 부정한 마음을 품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밤바람이 창문을 흔들었고, 등잔불이 흔들렸습니다. 시어머니는 말없이 순임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눈빛에는 이제 날카로움 대신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지요.
09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피어올랐습니다. 한순간에 방안이 환해졌고, 그 빛 속에서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시어머니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지만, 도깨비의 부드러운 미소에 이내 안심했지요.
"어머님, 제가 이 며느님의 효심을 시험해본 것입니다. 이렇게 착한 며느님을 의심하시면 안 되지요." 도깨비의 목소리는 깊이와 지혜가 담겨있었습니다.
도깨비의 손에서 또다시 빛이 피어올랐습니다. 그 빛 속에는 순임이 그동안 보였던 매 순간의 정성이 담겨 있었지요. 한겨울 밤, 시어머니의 발을 쓰다듬던 모습, 당신이 좋아하시는 음식을 준비하며 미소짓던 모습, 숨죽여 울다가도 시어머니 앞에서는 밝은 얼굴을 하던 모습까지...
"저는 오래도록 인간 세상을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리도 순수한 효심은 처음 보았지요. 그래서 주머니를 선물했던 겁니다." 도깨비는 시어머니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습니다. "어머님, 이 며느님의 마음은 달빛보다도 맑고, 아침 이슬보다도 깨끗합니다."
시어머니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도깨비가 보여준 순간들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며느리를 오해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10
시어머니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도깨비의 말에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며느리를 힘들게 했는지 한순간에 깨달았지요. 지난 시간이 물결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새벽녘 방문 밖에서 들리던 발자국 소리, 밤늦게까지 불빛이 새어나오던 부엌, 추운 겨울 눈보라 속에서도 장에 다녀오던 며느리의 모습...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겼던 그 모든 순간들이 이제야 다르게 보였습니다.
"이런 내가... 이런 내가..."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어찌 이제야 깨닫다니... 저 아이의 마음을..." 주름진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 울음을 터뜨렸지요.
순임은 놀라 시어머니 곁으로 달려갔습니다. "어머님, 괜찮으세요? 어디 편찮으신 곳이라도..." 시어머니는 순임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그 손에는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미안함과 감사함이 담겨있었지요.
"아가... 내가 너무 모질게 굴었구나." 시어머니의 눈물이 순임의 손등을 적셨습니다. "네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늘 나무라기만 했으니..."
도깨비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미소지었습니다. 달빛이 방 안에 부드럽게 스며들었고, 그 빛 속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그림자가 하나로 겹쳐졌지요.
11
도깨비는 두 사람을 향해 마지막 선물을 내밀었습니다. 그의 손에서 피어난 푸른빛이 방 안을 가득 채웠고, 그 빛은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따스했지요.
"이제 서로를 이해하게 된 두 분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도깨비의 목소리가 깊이 울렸습니다. "앞으로 이 집에는 늘 웃음꽃이 필 것입니다. 시어머니의 마음에는 자애로움이, 며느리의 마음에는 효심이 더욱 깊어질 테지요."
도깨비가 건넨 주머니에서는 이제 은은한 향기가 피어올랐습니다. 그것은 마치 봄날 매화향 같기도 하고, 가을날 국화향 같기도 했지요. "이 주머니는 이제 두 분의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만 열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시어머니와 순임은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지었습니다. 이제는 그 미소 속에 어떤 경계도, 어색함도 없었지요. 도깨비는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진정한 가족이 되었구나..." 도깨비의 말에 방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따뜻한 기운으로 물들어갔습니다. 창밖의 달빛도 더욱 밝아진 것 같았고, 마당의 매화나무 가지에서는 꽃봉오리가 맺히기 시작했지요.
12
그 후로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진정한 가족이 되었다고 합니다. 시어머니는 더 이상 며느리를 꾸짖지 않았고, 오히려 딸처럼 아끼고 사랑했지요. 순임의 효심은 변함이 없었지만, 이제는 그 마음이 더욱 기쁨으로 가득했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상한 일이라며 수군거렸습니다. 매일 아침 이 집 마당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웃음소리가 들렸고, 밤이면 달빛 아래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도깨비가 준 주머니는 아직도 그 집 장롱 속에 고이 모셔져 있다고 합니다. 가끔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그 주머니를 꺼내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머님, 그날 밤이 아니었다면..." "그래, 도깨비가 아니었다면 우리가 어찌 이리 행복할 수 있었겠니..."
어떤 이는 말합니다. 달이 유난히 밝은 밤, 이 집 마당에서 도깨비불이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고. 그때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 짓습니다. 도깨비는 아직도 이 두 사람의 행복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겠지요.
마을 사람들은 이제 이 이야기를 전합니다. 진정한 효심은 도깨비의 마음마저 움직일 수 있다고...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떤 관계도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유튜브
여러분, 오늘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진정한 효심이 도깨비의 마음마저 움직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아름다운 인연을 만들어내는 이야기...
우리도 가끔은 멈춰서서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그들의 진심이 보이지 않을 때도, 조금 더 기다려주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우리 모두가 이 이야기 속 도깨비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주세요. 조선 시대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여러분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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