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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튀어나온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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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숙종 시절, 학문에 귀천을 두지 않던 한 가난한 선비가 있었네. 그는 비바람 치던 어느 밤, 오래된 서재에서 책을 읽다가 기이한 일을 겪게 되지. 누렇게 바랜 책장을 넘기는 순간, 그 책 속에서 도깨비가 튀어나온 거야. 재물과 지혜를 주겠다는 도깨비의 제안, 하지만 그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욕심 많은 선비와 장난기 가득한 도깨비의 한판 승부, 과연 선비는 지혜롭게 이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기묘한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보세.
※ 폭풍우 치는 밤의 서재, 가난한 선비 이준이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낡은 서재에서 책을 읽는다.
옛날 조선 숙종 시절, 충청도 어느 작은 마을에 이준이라는 가난한 선비가 살았어. 과거에 여러 번 낙방했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웠지. 집안 형편이 어려워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정도였으니, 그의 서재라 해봤자 허름한 초가의 작은 방 한 칸이 전부였어.
그날 밤, 하늘에서는 천둥이 울부짖고 비바람이 사납게 몰아치고 있었지. 창문틈으로 비가 새어들어 방바닥은 축축했고, 촛불은 바람에 아슬아슬하게 흔들리고 있었어. 그런데도 이준은 책상 앞에 앉아 낡은 책을 읽고 있었지.
하늘도 참, 오늘따라 비바람이 심하구나. 지붕의 기와가 날아가지 않길 바랄 뿐이야.
이준이 중얼거리는 순간, 창밖에서 천둥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지. 그 소리에 놀란 이준은 몸을 움츠렸고, 촛불이 크게 흔들리며 거의 꺼질 듯했다가 다시 밝아졌어.
휴, 다행이다. 촛불까지 꺼졌으면 오늘 밤 공부는 물 건너 갔을 텐데...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준은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렸지. 그의 앞에는 『동국여지승람』이 펼쳐져 있었어. 스승께서 우리나라의 지리를 알아야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지. 이준은 눈을 비비며 흐릿한 글자를 더 가까이 들여다보았어.
아... 눈이 침침해지는군. 나이가 들었나, 아니면 촛불이 너무 약한가.
그렇게 책장을 넘기던 그는 갑자기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 책 속의 글자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지. 처음에는 눈의 피로 때문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그 움직임이 뚜렷해졌어. 글자들이 춤을 추듯 페이지 위에서 돌고, 뭉치고, 흩어지기 시작했지.
이게 무슨...?
놀란 이준이 책에서 손을 떼려는 순간, 그 책에서 강한 빛이 뿜어져 나왔어.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작은 불빛 같았는데, 점점 커지더니 사람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어. 그러나 완전한 사람은 아니었지. 머리에는 뿔이 나 있고, 얼굴은 붉으면서도 파랬으며, 이빨은 날카로웠어. 도깨비였지!
이준은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어. 그의 눈앞에 나타난 도깨비는 이제 서재의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커져 있었고, 그 모습은 공포스러웠지만 어딘가 익살스러운 구석도 있었어.
허허허! 드디어 나왔다! 백 년 만의 자유다!
도깨비의 목소리는 우렁찼지만, 예상과 달리 공포스럽지는 않았어. 오히려 즐거움이 가득 담겨 있었지. 이준은 공포에 질려 말도 제대로 못하고 덜덜 떨고만 있었어.
이... 이게 무슨 일이냐?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면 내가 미쳐가는 건가?
도깨비는 이준의 말에 크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어.
놀랐겠지? 하하! 당연히 놀랄 수밖에. 평범한 선비가 책 속에서 도깨비가 튀어나오는 걸 본다면 누구라도 그럴 테니. 하지만 걱정 말게. 난 자네를 해치러 온 게 아니야.
도깨비는 이준의 방 안을 둘러보며 코를 찡그렸어.
흠... 자네 집이 생각보다 더 초라하구나. 선비치고는 너무 가난한 것 같은데?
이준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지만, 도깨비의 말투가 생각보다 친근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어.
나... 나는 이준이라고 하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책에서...?
도깨비는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어.
내 이름은 복술이라고 하네. 나는 옛날부터 책 속에 살던 도깨비지. 백 년 전, 어느 욕심 많은 학자가 나를 그 책 속에 가두었다네. 그 학자는 내게 많은 지식을 얻어갔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나를 영원히 가두려 했지. 하지만 그 주문은 백 년이 지나면 풀린다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이준은 이제 호기심이 공포를 대신하기 시작했어.
그렇다면... 당신은 왜 하필 내 앞에 나타난 거요?
복술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
우연이 아니라네. 나는 책 속에서 모든 것을 볼 수 있었어. 자네가 얼마나 학문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가난하게 살면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는지... 그런 자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네.
기회라니...?
복술은 크게 웃으며 말했어.
그래! 내가 자네에게 부와 지혜를 모두 줄 수 있다네! 하지만 그냥 주는 것은 아니고, 세 가지 시험을 통과해야 해. 어때, 해볼 텐가?
※ 책에서 튀어나온 도깨비, 이준이 오래된 책을 읽다가 책 속에서 도깨비가 튀어나오는 기이한 광경을 목격한다.
이준은 도깨비의 말에 귀를 의심했어. 부와 지혜라니, 그가 평생 갈망하던 두 가지를 한 번에 얻을 수 있다는 거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의심도 들었지. 도깨비의 속임수는 유명했으니까.
세 가지 시험이라... 그게 무엇인지 말해주시오.
복술은 방 안을 빙글빙글 돌며 말했어.
첫 번째 시험은 욕심을 이겨내는 거야. 내가 자네에게 엄청난 재물을 줄 텐데, 그걸 일주일 동안 쓰지 않고 그대로 두어야 해. 두 번째 시험은 지혜를 증명하는 거지. 내가 낼 수수께끼를 풀어야 해. 그리고 마지막 시험은... 흐흐흐, 그건 두 가지 시험을 통과한 후에 알려주지.
이준은 고민에 빠졌어. 도깨비와의 거래는 항상 위험했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치기는 아쉬웠지.
만약 시험에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 거요?
복술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어.
걱정 말게! 목숨을 가져가거나 그런 무서운 벌은 없어. 다만... 자네가 가진 책들을 모두 가져가고, 자네는 평생 글자를 읽지 못하게 될 뿐이지.
이준은 충격을 받았어. 평생 글자를 읽지 못한다니! 선비에게는 죽음보다 더 무서운 형벌이었지. 하지만 이준은 자신의 지혜를 믿었고,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어.
좋소, 시험을 받겠소.
복술은 기쁜 듯 손뼉을 쳤지.
훌륭해! 그럼 첫 번째 시험을 시작하지.
도깨비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방바닥에 쏟아부었어. 순간, 방 안이 금빛으로 가득 찼지! 쌀 한 톨 들어있지 않던 항아리에는 쌀이 가득 차고, 빈 궤짝에는 비단과 은괴가 가득 들어찼어. 이준의 초라한 방은 순식간에 부자의 창고로 변해버렸지.
이 모든 것이 자네 것이야. 하지만 일주일 동안 단 하나도 쓰면 안 돼.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 해. 알겠나?
이준은 눈앞의 재물에 넋을 잃었다가 겨우 고개를 끄덕였어.
알... 알겠소.
도깨비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어.
좋아! 그럼 일주일 후에 다시 만나세. 아, 그리고 이 재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면 안 돼. 이건 자네와 나, 둘만의 비밀이야.
그렇게 말하고 복술은 갑자기 연기처럼 사라져버렸어. 이준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 재물들을 하나하나 만져보았지. 꿈이 아니었어. 모두 진짜였지.
다음 날 아침, 이준은 일어나자마자 어젯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음을 확인했어. 방 안은 여전히 재물로 가득했지. 그는 잠시 기쁨에 취했다가 문득 현실적인 고민이 들었어.
이렇게 많은 재물이 갑자기 생겼는데, 마을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그의 방에 들어오지 않았고, 밖에서 보면 여전히 그의 집은 초라해 보였어. 도깨비의 마법인 것 같았지.
이틀째, 이준은 굶주림에 시달렸어. 항아리에 쌀이 가득했지만, 그것을 꺼내 밥을 지을 수는 없었으니까. 약속을 어기면 평생 글자를 읽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야.
아... 배고프다. 하지만 참아야 해. 이건 시험이야.
삼일째, 마을에 큰 가뭄이 들었어. 우물이 말라 사람들은 물을 구하러 멀리 갔지. 이준의 이웃들도 모두 떠났지만, 그는 갈 수 없었어. 재물을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었으니까.
사일째, 굶주림과 갈증으로 이준은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어.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재물에 손을 대지 않았지. 대신 그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랬어.
오일째, 이준의 어머니가 병에 걸렸다는 소식이 들려왔어. 약값이 필요했지만, 이준은 여전히 재물에 손을 댈 수 없었지. 그는 고민 끝에 자신의 낡은 도포를 팔아 약값을 마련했어.
어머님의 병환이 심해지면 어쩌지...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해.
육일째, 이준은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어. 눈앞의 재물로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고, 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데도 그는 손을 댈 수 없었지. 밤새 그는 고민했어.
부와 지혜,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 나는 왜 이 시험을 받아들였을까?
그리고 마침내 칠일째 아침, 복술이 다시 나타났어.
어떤가, 이준? 시험은 어땠나?
이준은 초췌한 모습으로 고개를 들었지만, 그의 눈빛은 단단했어.
힘들었소. 하지만 약속은 지켰소. 재물에는 손도 대지 않았소.
복술은 놀란 표정을 지었어.
정말? 어째서? 자네의 어머니가 아프다는 소식도 들었을 텐데, 그래도 참았단 말인가?
이준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
어머니의 병은 제 낡은 도포를 팔아 약값을 마련했소.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복술은 한동안 말없이 이준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어.
하하하! 축하하네, 이준! 자네는 첫 번째 시험을 통과했어!
그 순간, 방 안의 모든 재물이 연기처럼 사라졌지. 이준은 당황했지만, 복술은 손을 내밀었어.
진짜 재물은 여기 있다네.
그가 내민 손에는 작은 구슬 하나가 있었어.
이것은 재물의 구슬이야. 필요할 때 이 구슬을 쥐고 소원을 빌면, 필요한 만큼의 재물이 생긴다네. 결코 많지는 않지만, 자네와 가족이 굶지 않을 정도는 될 거야.
이준은 구슬을 받아들고 물었어.
첫 번째 시험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소?
복술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어.
욕심을 이기는 것이지. 재물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려고 했네. 자네는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소유물을 팔았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감내했지. 그런 사람에게는 진정한 재물을 맡길 수 있다네.
이준은 감사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이고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렸어. 복술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지. 이제 이준의 지혜를 시험할 시간이 왔으니.
※ 도깨비의 제안, 도깨비가 이준에게 부와 지혜를 주겠다며 세 가지 시험을 제안한다.
복술은 손가락을 튕기자 갑자기 서재 벽면에 글자들이 나타났어. 그 글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벽을 따라 춤추듯 움직였지.
자, 이제 두 번째 시험을 시작하겠네. 이 시험은 자네의 지혜를 시험할 거야. 내가 세 가지 수수께끼를 낼 텐데, 모두 맞혀야 통과할 수 있어.
이준은 긴장했지만 동시에 희망이 생겼어. 그는 어릴 때부터 수수께끼를 풀고 퍼즐을 맞추는 데 소질이 있었으니까.
첫 번째 수수께끼를 듣겠소.
복술은 신비로운 목소리로 말했어.
가지 없는 나무가 있고, 그 위에 열매 없는 꽃이 피었네. 그 꽃은 열두 번 피었다 지고, 가지도 열두 개가 있었지. 그 나무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준은 고민에 빠졌어. 가지 없는 나무라... 그리고 열두 번 피었다 진다... 열두 개의 가지... 갑자기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있었지.
그것은 시간의 나무입니다. 열두 가지는 일 년의 열두 달이고, 꽃은 매달 차고 기우는 달을 의미하지요.
복술은 흡족한 표정을 지었어.
훌륭해! 그럼 두 번째 수수께끼를 내겠네. 깊고 깊은 산 속, 검은 암자에 스님이 있었네. 그 스님은 평생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들었다네. 스님이 하는 말은 세상 모든 언어로 동시에 들렸지. 이 스님은 누구인가?
이준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어. 말을 하지 않는데도 사람들이 들을 수 있고, 모든 언어로 동시에 들린다... 갑자기 눈이 밝아지며 답을 알아챘지.
그것은 종소리입니다. 종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소리를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고, 언어와 상관없이 모두에게 같은 의미로 다가가지요.
복술은 더욱 기뻐하며 박수를 쳤어.
자네는 정말 똑똑하구나! 이제 마지막 수수께끼야. 이건 좀 더 어려울 걸세.
복술의 눈이 반짝였어.
보이지 않는 강이 있네. 그 강에는 배도 없고 다리도 없지만, 사람들은 날마다 그 강을 건너지. 그 강은 모든 사람을 만나게도 하고 헤어지게도 한다네. 또한 그 강은 결코 거슬러 오를 수 없다네. 이 강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준은 깊이 생각했어. 보이지 않는 강... 배나 다리 없이 건너는 강... 모든 사람이 날마다 건너고, 거슬러 오를 수 없는...
그것은 시간의 강입니다. 우리는 모두 시간이라는 보이지 않는 강을 건너며 살아가고, 그 흐름은 결코 거슬러 올라갈 수 없지요. 시간은 사람들을 만나게도 하고 헤어지게도 합니다.
복술은 잠시 침묵했다가 갑자기 크게 웃었어.
정말 대단하구나! 세 가지 수수께끼를 모두 풀었어! 자네는 진정한 지혜를 가졌군.
복술은 주머니에서 작은 비단 주머니를 꺼내 이준에게 건넸어.
이건 지혜의 구슬이야. 어려운 문제나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이 구슬을 머리맡에 두고 자면 꿈속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야.
이준은 감사의 마음으로 구슬을 받았어. 이제 첫 번째와 두 번째 시험을 모두 통과했으니, 마지막 시험만 남은 거였지.
※ 첫 번째 시험, 이준은 욕심을 참고 검소함을 유지해야 하는 첫 번째 시험에 도전한다.
복술은 앞선 두 시험을 통과한 이준을 뿌듯하게 바라보았어. 그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지.
자, 이준. 이제 마지막 시험이 남았네. 이 시험이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어려울 거야.
이준은 긴장했지만, 이미 두 번의 시험을 통과했다는 자신감이 있었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씀해 주십시오.
복술은 이번에는 책상 위에 놓인 『동국여지승람』을 집어 들었어.
세 번째 시험은 선택의 시험이야. 나는 지금 자네에게 두 가지 선물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할 거네. 하나는 이 책에 담긴 모든 지식과 지혜를 자네 머릿속에 넣어주는 거지. 자네는 이 책을 통째로 외울 수 있게 되고, 여기 담긴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이해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과거 시험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을 테고.
복술은 그러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이준의 어머니 병환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어.
다른 하나는 자네 어머니의 병을 완쾌시켜 드리는 거야. 어머니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건강을 되찾으실 거야. 하지만 책의 지식은 얻지 못하지.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어. 어떤 걸 고를 텐가?
이준은 깊은 고민에 빠졌어. 평소 같았으면 고민의 여지도 없이 책의 지식을 선택했을 거야. 그것은 그가 평생 꿈꿔온 과거 합격의 지름길이었으니까. 하지만 지난 일주일간의 시험을 통해 그는 많은 것을 깨달았지.
입을 열기 전, 이준은 자신이 첫 번째 시험에서 받은 재물의 구슬과 두 번째 시험에서 받은 지혜의 구슬을 쥐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어.
저는 어머니의 병 치료를 선택하겠습니다.
복술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역력했어.
정말인가? 이 책의 지식을 포기하겠다는 건가? 그건 자네가 평생 꿈꿔온 과거 합격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이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어.
책의 지식은 제가 시간을 들여 공부하면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의 건강은... 그것은 제가 노력한다고 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어머니는 저를 위해 평생 고생하셨습니다. 이제는 제가 어머니를 위해 무언가를 할 차례입니다.
복술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어. 그리고 갑자기 큰 웃음을 터뜨렸지.
축하하네, 이준! 자네는 마지막 시험도 통과했어!
이준은 놀란 표정으로 복술을 바라보았어.
이게 무슨 뜻입니까?
복술은 방 안을 둥글게 돌며 말했어.
진정한 지혜는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야. 진정한 지혜는 올바른 선택을 할 줄 아는 능력이지. 자네는 개인의 성공보다 가족의
행복을 선택했어. 그것이 바로 내가 찾던 진정한 지혜를 가진 사람이야.
복술은 손뼉을 한 번 치자, 갑자기 방 안이 환하게 밝아졌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장을 넘기듯 손을 휘두르자, 이준의 앞에 작은 금빛 열쇠가 나타났지.
이 열쇠는 지식의 열쇠라네. 이것으로 자네는 어떤 책이든 단 한 번만 읽어도 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리고 자네 어머니의 병도 내일이면 깨끗이 나을 거야. 두 가지 모두 선물로 주겠네. 자네는 그럴 자격이 있어.
이준은 감격에 겨워 고개를 숙였어. 복술은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지.
이제 나는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감옥이 아닌, 내 집으로 돌아가는 거지. 자네와의 만남은 잊지 않을 거야, 이준.
복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 이준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복술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어.
책을 가까이하는 한, 우리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책 속에는 항상 나와 같은 존재들이 살고 있으니까.
※ 두 번째 시험, 이준은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활용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는 두 번째 시험에 직면한다.
이튿날 아침, 이준은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방이 달라진 것을 발견했어. 지난밤 복술이 사라진 후에도 책상 위에는 금빛 열쇠가 놓여 있었고, 그것은 꿈이 아님을 증명했지. 이준은 서둘러 어머니의 방으로 달려갔어.
어머니, 어떠세요?
놀랍게도 어머니는 침상에서 일어나 앉아계셨어. 지난 몇 주간 침상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던 어머니의 얼굴은 생기가 돌고 있었지.
이준아, 참 신기하구나.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가볍고 기운이 나는 것이 병이 다 나은 것만 같구나.
이준은 가슴이 뭉클해져 어머니를 꼭 안았어. 복술의 약속대로였어. 어머니의 병은 완쾌된 것 같았지.
다행입니다, 어머니. 정말 다행이에요.
이준은 서재로 돌아와 금빛 열쇠를 들여다보았어. 복술이 말한 대로 이 열쇠로 책의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 그는 조심스럽게 과거시험 준비를 위해 모아둔 책 중 하나를 집어들었어. 『맹자』였지. 그는 열쇠를 손에 쥐고 책을 펼쳤어.
놀랍게도, 글자들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내용이 이준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새겨졌지. 단 한 번 읽었을 뿐인데, 마치 수십 번 읽은 것처럼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었어.
이준은 그날부터 열쇠의 힘을 빌려 책을 읽기 시작했어. 하지만 그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지. 하루에 한 권, 많아야 두 권만 읽었어. 열쇠의 힘이 강력했지만, 그는 천천히, 제대로 이해하며 나아가고 싶었으니까.
한 달 후, 이준은 마을 선비들과 모여 학문을 토론하는 자리에 참석했어. 예전에는 가난한 출신이라 무시당하던 자리였지만, 이번에는 달랐어.
이준 선비, 맹자의 인정(仁政)에 대한 견해를 말해보시게.
이준이 입을 열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그의 해석은 깊고 명확했으며, 기존 학자들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지. 이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그의 말에는 지혜가 담겨 있었어.
그날 이후, 이준의 명성은 마을을 넘어 인근 고을까지 퍼져나갔어. 가난한 선비에서 학문의 대가로 그의 위상이 바뀌어갔지. 하지만 그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어. 그는 여전히 검소하게 살았고, 가난한 학생들에게 무료로 글을 가르쳤지.
현감 대인께서 이준 선비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어느 날, 이런 전갈이 왔어. 현감은 이준의 학식에 감탄하여 자신의 아들의 스승으로 삼고 싶다 했지. 이는 큰 영광이었고,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는 길이기도 했어.
가난한 집안의 유일한 아들이었던 이준은 어머니와 상의했어.
어머니, 제가 현감 댁으로 가면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실까요?
어머니는 미소지으며 말했어.
걱정 말거라. 나는 이미 건강해졌고, 네가 벌어온 돈으로 작은 밭도 샀으니 먹고살 길이 있단다. 네 앞길을 걱정하지 말고 가거라.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어.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걱정이 있었지. 과연 이대로 가는 것이 올바른 선택일까? 그는 책상 위에 놓인 『동국여지승람』을 바라보았어. 그리고 문득 복술과의 약속이 떠올랐지.
책을 가까이하는 한, 우리는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 마지막 시험과 결말, 이준은 마지막 시험에서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도깨비와의 약속이 끝난 후 그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준은 현감의 아들을 가르치는 스승이 되어 3년의 세월이 흘렀어. 그는 훌륭한 스승으로 명성을 얻었고, 현감의 아들도 그의 가르침 덕분에 크게 성장했지. 하지만 이준의 마음속에는 항상 고향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어. 그리고 과거 시험에 도전하고 싶다는 꿈도 잊지 않았지.
이제 돌아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현감 어른. 제 어머니도 보고 싶고, 과거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현감은 아쉬워했지만, 이준의 결정을 존중해 주었어. 그는 후한 사례금과 함께 이준에게 좋은 말 한 필을 선물했지. 이준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올랐어.
고향에 도착한 이준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어. 그가 떠날 때만 해도 초라했던 자신의 집이 작지만 단정한 기와집으로 바뀌어 있었지. 어머니는 문 앞에서 그를 반갑게 맞이했어.
어머니,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어.
네가 보내준 돈으로 조금씩 고쳐 지었단다. 그리고 네가 말하지 않았지만, 가끔 도깨비가 찾아와 도움을 주곤 했단다.
이준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어. 복술이 자신의 어머니를 돌봐주었다니! 그날 밤, 이준은 자신의 서재로 돌아왔어. 책장에는 그가 떠나기 전과 똑같이 책들이 꽂혀 있었고, 그중에는 『동국여지승람』도 있었지.
복술, 당신이 어머니를 도와주었군요.
이준이 책을 펼치자, 예상대로 책 속에서 빛이 새어 나왔어.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복술이 모습을 드러냈지.
오랜만이구나, 이준. 잘 지냈는가?
복술은 여전히 웃는 얼굴이었지만, 이전보다 조금 더 늙어 보였어.
당신이 어머니를 돌봐주셨다고요?
복술은 수줍게 웃었어.
뭐, 가끔 들러서 도와드린 것뿐이야. 자네가 떠난 후 어머니가 많이 외로워하셔서 말일세. 나도 책 속에만 있는 것보다는 가끔 밖에 나와 구경하는 것이 좋거든.
이준은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어. 그리고 자신이 지난 3년간 겪은 일들과 이제 과거 시험에 도전하려는 계획을 이야기했지.
복술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어.
자네는 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게 성장했네. 이제 진정한 학자의 길로 들어서고 있어.
그때 이준은 궁금한 것이 있었어.
복술님, 당신이 제게 주신 금빛 열쇠 덕분에 많은 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제 그 열쇠 없이도 공부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학문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복술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환하게 웃었어.
자네는 정말 달라졌구나. 그래, 그것이 진정한 학자의 마음가짐이지. 열쇠를 돌려받겠네.
이준은 금빛 열쇠를 복술에게 돌려주었어. 복술은 그것을 받아들고 부드럽게 말했지.
자네가 진정한 지혜를 깨달았으니, 이제 이 열쇠는 필요 없을 거야. 하지만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나를 찾아오게. 책 속에 살고 있지만, 자네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나올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복술은 다시 책 속으로 사라져갔어.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책장 사이로 작은 빛이 계속 반짝였지.
일 년 후, 이준은 드디어 과거 시험에 합격했어. 그는 자신의 힘으로, 진정한 학문의 길을 통해 이루어낸 성취였지. 벼슬에 오른 그는 고향에 작은 서원을 세웠고, 많은 가난한 학생들에게 무료로 글을 가르쳤어. 그리고 그 서원의 중심에는 항상 『동국여지승람』이 놓여 있었지.
책 속의 도깨비는 이제 전설이 되어 사람들 사이에 퍼져나갔어. 진정한 학문의 길을 걷는 이들에게는 도깨비가 찾아와 지혜를 준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 전설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들려드린 '책 속에서 튀어나온 도깨비'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조선시대 가난한 선비 이준과 책 속에서 나온 도깨비 복술의 특별한 만남.
우리 선조들은 옛날부터 책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책 속에는 단순한 글자가 아닌 살아있는 지혜가 담겨 있다고 생각했지요. 이준이 만난 도깨비 복술처럼, 때로는 책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고, 우리 삶의 방향을 바꿔놓기도 합니다.
재물보다 약속을, 지식보다 어머니의 건강을, 그리고 마지막에는 쉬운 길보다 진정한 학문의 길을 선택한 이준의 모습에서 우리는 진정한 지혜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삶 속에서도 때로는 어려운 선택의 순간이 찾아올 테지요. 그럴 때마다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와 지혜를 건네길 바랍니다.
다음 편에서는 또 다른 조선시대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 남겨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