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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에게 장가든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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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깊은 산골 마을, 열여덟 처녀 연이는 부모님의 병환을 고치기 위해 산신령에게 기도하던 중 한 번도 본 적 없는 잘생긴 사내를 만납니다. 그는 자신을 '도령'이라 소개하지만, 실은 수백 년을 살아온 도깨비. 인간의 온기에 목마른 도깨비와 순수한 처녀의 금기된 사랑이 달빛 아래 피어납니다.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후킹멘트
"달빛이 가득한 밤, 그의 손길이 내 어깨에 닿았을 때, 나는 알았습니다. 그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이미 제 마음은 돌이킬 수 없었지요."
조선시대, 깊은 산골 마을의 열여덟 처녀와 수백 년을 살아온 도깨비의 금기된 사랑 이야기. 그들의 숨결이 얽히고, 서로의 온기가 스며들 때, 인간과 도깨비의 경계는 무너집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뜨거워지는 그들의 밀회. 촉각, 후각, 청각, 미각, 시각을 자극하는 감각적인 조선시대 로맨스가 여러분의 귀를 찾아갑니다. 들으시나요? 저 깊은 산속에서 들려오는 은밀한 속삭임을...
※ 산신령에게 기도하는 연이와 도깨비 '도령'의 첫 만남
해 질 무렵, 깊은 산속 산신각. 처녀 연이가 정성껏 준비한 제물을 올리며 기도하고 있다. 멀리서 바람 소리와 함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산새들의 지저귐이 멈추고, 숲이 고요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열여덟 꽃다운 나이의 연이는 부모님의 병환을 낫게 해달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산신령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녀의 까만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끼고, 푸르게 물든 저녁 하늘에는 첫 별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산신령님, 제발 우리 부모님의 병을 낫게 해주소서..."
연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산사의 적막을 깨뜨릴 때, 어디선가 향기로운 송진 냄새가 바람결에 실려왔습니다. 그리고 이어 들려온 발자국 소리에 연이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습니다.
"누... 누구신지요?"
달빛 아래 서 있는 사내는 연이가 평생 보아온 어떤 남자보다도 준수했습니다. 새하얀 도포자락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의 검은 눈동자는 밤하늘의 별보다 더 깊고 신비롭게 빛났습니다.
"해가 저문 이 깊은 산중에 아리따운 처녀가 홀로 있다니, 걱정되어 찾아왔소."
그의 목소리는 깊은 산골짜기에서 울려 퍼지는 바위틈의 물소리처럼 청량하고 묘했습니다. 연이는 자신도 모르게 그 목소리에 이끌려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소인은... 부모님 병환을 위해 산신령께 기도드리러 왔을 뿐입니다."
"그대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나 보오. 내 이름은 도령이라 하오. 그대를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르겠소."
사내가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이상하게도 주변 공기가 따스해졌습니다. 연이의 차가웠던 손끝이 저릿저릿 달아오르고, 그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피부가 화르르 달아오르는 듯했습니다. 도령의 긴 손가락이 연이의 손목을 스치자, 마치 불꽃이 튀는 듯한 감각이 온몸을 휘감았습니다.
"도... 도련님께서 어찌 저를 도우실 수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해가 뜨고 지기를 삼 번 반복하는 동안, 그대가 나를 찾아온다면 부모님의 병을 낫게 할 약을 드리리다."
그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말은 달콤한 꿀처럼 연이의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바람이 스치자 도령의 옷자락에서는 백 년 묵은 소나무의 향기가 번졌고, 연이는 그 향에 취한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삼 일 뒤, 보름달이 뜨는 밤, 이곳에서 기다리겠소."
도령의 손가락이 연이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자, 그 자리에 꽃잎처럼 붉은 기운이 맴돌았습니다. 연이의 심장은 방금 내달린 사슴처럼 빠르게 뛰었고, 그녀의 숨결은 차가운 밤공기에 하얗게 서리며 도령의 숨결과 얽혀들었습니다.
그가 뒤돌아 숲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연이는 자신의 뺨에 남은 그의 손길의 온기를 느꼈습니다. 산신각을 떠나는 발걸음은 왔을 때보다 가벼웠고, 가슴 속에는 이상한 설렘이 자리잡았습니다. 그날 밤, 연이는 꿈속에서도 도령의 깊은 눈동자와 그의 손길이 남긴 따스함을 느끼며 뒤척였습니다.
※ 병든 부모를 위해 도령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연이
초가집 안방. 병석에 누운 부모님 곁에서 연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약을 달이고 있다. 문득 창문 너머로 도령의 모습이 비친다.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부모님의 병간호를 하던 연이의 눈가에는 짙은 그늘이 드리웠습니다. 약초를 달이는 냄새가 구석구석 퍼지는 초가집 안, 부모님의 괴로운 신음 소리만이 간간이 들려올 뿐이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제발 조금만 더 견디세요..."
떨리는 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아내던 그 순간, 창밖에서 바람결에 실려오는 소나무 향기를 맡았습니다. 놀란 연이가 고개를 돌리자, 창문 너머로 도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렸습니다. 달빛에 비친 그의 모습은 전보다 더 신비롭고 아름다웠습니다.
"약초를 가져왔소. 문을 열어주시오."
연이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습니다. 도령의 손에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한 붉게 빛나는 약초가 들려 있었습니다. 그가 방 안으로 들어서자, 차갑던 방 안의 공기가 봄날의 미풍처럼 따스해졌습니다.
"이것을 달여 드리면 부모님의 병이 나을 것이오."
도령이 연이에게 약초를 건네며 속삭였습니다. 그의 손가락이 연이의 손등에 스칠 때,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에 연이는 숨을 들이켰습니다. 도령의 숨결이 연이의 귓가를 간질이며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런 귀한 약초를 그저 주시기엔..."
"대가는 있소. 보름달이 뜨는 밤, 연못가에서 그대를 기다리겠소."
도령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으며, 그 안에 담긴 무언가가 연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습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연이의 모습은 평소의 자신과는 달랐습니다. 더 빛나고, 더 아름다웠습니다.
약초를 달이는 동안, 도령은 연이의 곁을 지켰습니다. 그의 시선이 닿을 때마다 연이의 심장은 빠르게 뛰었고, 손끝은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약이 다 달아졌을 때, 도령의 손이 연이의 허리를 감싸 안았습니다.
"부모님께 이 약을 드리시오. 그리고... 약속을 잊지 마시오."
도령의 입술이 연이의 귓불에 닿을 듯 말 듯 스치며 속삭이자, 그녀의 온몸에 전율이 흘렀습니다. 그가 물러선 자리에는 진한 소나무 향기만이 맴돌았습니다.
연이는 떨리는 손으로 약을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놀랍게도 약을 마신 부모님의 안색이 금세 좋아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창밖을 바라보니 도령의 모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지만, 그와의 약속은 연이의 가슴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보름달이 뜨는 밤... 연못가..."
연이는 자신도 모르게 도령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와 함께했던 짧은 시간이 꿈결 같았지만, 몸에 남아있는 그의 기운과 향기는 분명 현실이었습니다. 연이의 마음속에는 이미 낯선 감정의 씨앗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연이의 가슴 속 갈등도 깊어갔습니다. 그녀는 알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사내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컸습니다. 그의 손길이 남긴 감각, 그의 목소리가 울린 진동, 그의 체온이 전해준 따스함... 모든 것이 그녀를 미지의 세계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 달빛 아래 연못가에서의 첫 밀회
보름달이 떠오른 밤, 마을 외곽의 연못가. 연이가 떨리는 마음으로 도령을 기다리고 있다. 물결 위로 달빛이 반짝이는 순간, 도령이 나타난다.
보름달이 하늘 높이 떠오른 밤, 연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연못가에 도착했습니다. 물결 위로 달빛이 부서져 은빛 조각들이 춤을 추는 광경은 마치 꿈속의 풍경 같았습니다. 연못 주변에 피어있는 야생화들의 달콤한 향기가 밤공기를 채웠습니다.
"올 줄 알았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연이는 놀라 돌아보았습니다. 달빛 아래 서 있는 도령의 모습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비친 달빛은 마치 깊은 바다 속 보석처럼 빛났고, 그의 피부는 달빛보다 더 하얗게 빛났습니다.
"약... 약속을 지키러 왔습니다. 부모님의 병이 나아지고 계셔서... 감사드리러 왔어요."
연이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녀의 눈빛은 단단했습니다. 도령은 천천히 다가와 연이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의 손길은 놀랍도록 따스했고, 연이의 차가운 손을 감싸는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실이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대의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소. 내가 준 약초는 그저 매개체일 뿐이오."
도령이 연이를 연못가로 이끌었습니다. 물결 위로 비친 그들의 모습은 현실이라기보다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달빛 아래 도령의 입술이 붉게 빛났고, 연이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술을 바라보며 입이 말랐습니다.
"도련님... 정체가 무엇인지 여쭈어도 될까요? 평범한 사람 같지 않으신데..."
연이의 질문에 도령은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의 눈동자가 깊어지고, 주변의 공기가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직은 말할 수 없소. 하지만 그대가 내 곁에 있다면, 언젠가는 모든 것을 알게 될 것이오."
도령의 손이 조심스럽게 연이의 뺨을 쓸어내렸습니다. 그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연이의 피부는 화르르 달아올랐고, 그녀의 심장은 빠르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도령의 입술이 연이의 이마에 살포시 닿았을 때, 그녀의 온몸에는 꿀처럼 달콤한 감각이 퍼져나갔습니다.
"내... 내가 도련님 곁에 있으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연이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그 안에는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도령은 연이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그녀를 더 가까이 끌어당겼습니다. 두 사람의 숨결이 뒤섞이고, 연이는 도령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강하고 일정한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대와 나... 우리는 운명이오.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사랑을 나눌 것이오."
도령의 입술이 연이의 입술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그 순간, 연못 위로 바람이 불어 물결이 일었고, 달빛은 더욱 강렬하게 빛났습니다. 연이의 눈꺼풀이 무거워지며 천천히 감겼고, 도령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는 순간, 세상은 오직 그들 둘만 존재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은 순간, 연이의 온몸은 마치 봄날의 눈이 녹아내리듯 부드럽게 풀어졌습니다. 도령의 손길은 연이의 등을 따라 천천히 쓸어내렸고, 그의 체온은 인간의 것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뜨거웠습니다.
입술을 떼자 연이의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도령의 눈에는 이전에 없던 강렬한 열기가 감돌았습니다. 그들을 둘러싼 공기는 더욱 뜨거워졌고, 연못 주변의 꽃들은 더욱 강한 향기를 내뿜었습니다.
"이제... 도련님을 떠날 수 없을 것 같아요."
연이의 속삭임에 도령은 그녀를 더욱 강하게 품에 안았습니다. 그들의 주변으로 이상하게도 푸른빛 안개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그것은 그들을 감싸 안으며 더욱 깊은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 도령의 정체를 알게 된 연이의 갈등
달이 사라지고 새벽빛이 스며드는 숲속. 연이와 도령이 함께 있다. 갑자기 도령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한다.
새벽이 오는 것도 모른 채, 두 사람은 서로의 온기에 취해 있었습니다. 연이의 머리카락에 도령의 손가락이 얽히고, 그들의 숨결은 아직도 하나로 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 햇살이 숲을 비추기 시작하자, 도령의 몸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습니다.
"내가 이대로 해가 뜨는 것을 보면 안 되는데..."
도령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긴장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손이 연이의 손에서 빠져나갔고, 그 손은 이상하게도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습니다. 연이는 놀라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도령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변하고 있었고, 그의 이마에는 작은 뿔이 솟아오르고 있었습니다.
"도... 도련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예요?"
연이의 목소리는 공포로 떨렸지만, 그녀의 눈에서는 여전히 애정의 빛이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도령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뒤로 물러섰습니다. 이제 그의 눈동자는 완전히 붉게 변해 있었고, 그의 피부에서는 푸른빛 불꽃이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연이야... 용서해라. 난 도깨비다. 수백 년을 살아온 산의 영물이지. 사람의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해가 뜨기 전까지뿐이었어."
도령의 고백에 연이는 충격을 받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그에게 깊이 빠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도령에게 다가갔습니다. 그의 모습은 완전히 도깨비로 변해 있었습니다. 붉은 피부, 작은 뿔, 그리고 몸 주변을 감싸는 푸른 불꽃. 하지만 그의 눈빛만은 여전히 연이를 향한 애틋함으로 가득했습니다.
"도깨비라니... 전설 속의 그 도깨비라는 말인가요?"
"그렇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그 존재지. 하지만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오히려... 너에게 마음을 빼앗겼어."
도령의 손이 조심스럽게 연이의 얼굴을 향했지만, 닿기 전에 멈췄습니다. 그의 손에서 불꽃이 더 강하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연이는 망설임 없이 그 손을 잡았습니다. 놀랍게도 불꽃은 뜨겁지 않고, 서늘하면서도 이상한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도깨비라는 것이 무슨 상관이죠? 제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도령의 눈에서 붉은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그 눈물이 땅에 떨어지자 이상하게도 작은 꽃들이 피어났습니다.
"사람과 도깨비가 사랑을 나누면 안 돼, 연이야. 그건 세상의 이치에 어긋나. 인간의 영혼은 순수해야 해. 내가 너를 더 사랑할수록 네 영혼은 나에게 물들고, 결국 너도 도깨비가 될 거야."
연이의 가슴이 조여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녀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도령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습니다.
"그렇다면 도깨비가 되어도 좋아요. 당신과 함께라면..."
도령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는 연이의 손을 부드럽게 뿌리치고 한 걸음 물러났습니다.
"그럴 수 없어. 너에게 그런 운명을 안겨줄 수 없어. 난 돌아가야 해. 더 이상 만나지 말자, 연이야."
도령은 뒤돌아 숲속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발자국마다 푸른 불꽃이 타올랐고, 그 불꽃은 곧 그의 형체와 함께 아침 안개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연이는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굳은 결심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도령을 다시 만나야 했습니다. 그가 도깨비라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심장은 이미 그에게 속해 있었으니까요.
※ 마을 무당의 경고와 연이의 선택
마을 무당의 초가집. 무당이 연이에게 도깨비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경고한다. 연이는 깊은 고민에 빠진다.
마을 외곽의 작은 초가집, 무당 할머니의 집에는 온갖 부적과 주술 도구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연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문턱을 넘었습니다. 그녀의 몸에 남아있는 도령의 기운을 무당 할머니가 알아채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들어오렴, 기다리고 있었단다."
무당 할머니의 목소리는 나이에 비해 또렷했습니다. 그녀의 눈빛은 연이의 모든 비밀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연이는 조심스럽게 할머니 앞에 앉았습니다.
"할머니... 어떻게 제가 올 걸 아셨어요?"
"네 몸에서 도깨비 기운이 느껴져서... 이 늙은이 눈에는 다 보인단다. 그 도깨비와 얼마나 깊이 엮였느냐?"
무당의 직설적인 말에 연이는 놀라 입을 다물었습니다. 부정하려 했지만,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할머니... 저희는 서로 사랑해요. 그이는 절 해치지 않아요."
"사랑? 인간과 도깨비의 사랑이라... 그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기나 하니?"
무당은 한숨을 내쉬며 작은 상자를 꺼냈습니다. 그 안에는 붉은 실로 만든 부적이 들어있었습니다. 할머니는 그것을 연이에게 건넸습니다.
"이걸 목에 걸면 도깨비의 기운을 막을 수 있어. 네 영혼을 보호해줄 거야."
연이는 망설이며 부적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미 도령에 대한 사랑이 깊이 뿌리내려 있었습니다.
"왜 그와의 관계를 끊어야 하나요? 그이는 저에게 나쁜 짓을 한 적이 없어요."
"아직은... 아직은 그럴지 몰라도, 도깨비의 본성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어. 그들은 인간의 정기를 빨아먹고 살아가는 존재야."
연이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무당의 말은 그녀의 마음에 의심의 씨앗을 심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도령과 함께했던 달콤한 기억들이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이는 달라요. 그이도 제 곁에서 사람의 마음을 느낀다고 했어요."
"그건 위험한 징조야. 도깨비가 인간의 감정을 배우면, 그들의 힘은 더 강해져. 그리고... 네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어."
무당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습니다. 연이는 떨리는 손으로 부적을 받았지만, 그것을 목에 걸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밤 보름달이 지면, 도깨비의 힘이 가장 약해져. 그때 이 부적을 불에 태우면, 모든 인연이 끊어질 거야. 그게 너를 위한 길이야."
연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당의 집을 나서는 그녀의 마음은 갈등으로 가득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무당의 경고가 무서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령에 대한 그리움이 그녀의 가슴을 채웠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연이는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 어딘가에 도령이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손에는 부적이 들려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집에 도착한 연이는 부모님의 방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도령의 약 덕분에 부모님은 완전히 건강을 되찾으셨고, 평온하게 잠들어 계셨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작은 등잔에 불을 밝혔습니다.
부적을 바라보며 연이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것을 태우면 도령과의 인연이 끊어진다... 하지만 그럴 수 있을까? 이미 그녀의 마음과 영혼은 그에게 속해 있는데.
"도령님... 당신이 도깨비라도 상관없어요. 제 마음은 변하지 않아요."
연이는 결심했습니다. 그녀는 부적을 접어 품속에 넣고, 작은 보따리를 꾸리기 시작했습니다. 산으로 가야 했습니다. 도령을 다시 만나야 했습니다. 비록 그것이 위험한 선택이라 해도, 그녀의 심장이 가리키는 길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 인간과 도깨비의 경계를 넘은 그들의 운명적 결말
보름달이 지는 새벽, 산신각. 연이가 부적을 들고 도령을 기다리고 있다. 도령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최종 선택의 순간을 맞이한다.
달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는 새벽녘, 산신각에는 깊은 안개가 내려앉았습니다. 연이는 떨리는 손으로 무당이 준 부적을 쥐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마음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지만, 그 결정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자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왔구나."
안개 속에서 도령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의 모습은 이전과 달리 완전히 도깨비의 형상이었습니다. 푸른 불꽃이 그의 몸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그의 눈은 깊은 밤하늘처럼 검고 신비로웠습니다.
"네 진짜 모습이구나..."
연이는 놀라움보다는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도령의 모습은 무섭기보다는 아름다웠습니다. 그는 천천히 연이에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발걸음이 닿는 땅에는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습니다.
"무당을 만났지? 이제 알겠지... 내가 어떤 존재인지."
도령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묻어났습니다. 그는 연이의 손에 쥐어진 부적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체념과 함께 깊은 사랑이 서려 있었습니다.
"네가 날 두려워해도 이해해. 사람과 도깨비는 함께할 수 없으니까..."
연이는 말없이 도령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지만, 그 눈빛은 확고했습니다. 그녀는 천천히 부적을 내려다보았습니다.
"무당 할머니가 말했어. 이걸 불에 태우면 우리의 인연이 끊어진대..."
도령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의 눈에서도 푸른 빛의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넌 사람이야. 사람들 속에서 살아야 해. 나는... 이 산에 혼자 남을게."
연이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산을 울렸고, 도령은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습니다.
"누가 그랬어? 내가 너와 헤어지겠다고?"
연이는 부적을 도령의 푸른 불꽃 속으로 던졌습니다. 부적이 순식간에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졌습니다. 도령의 눈이 놀라움으로 커졌습니다.
"내가 선택했어. 사람으로 사는 것보다, 너와 함께하는 게 내겐 더 중요해."
연이는 도령에게 한 걸음 다가가 그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도령의 피부는 차가웠지만, 그녀의 손길이 닿자 점점 따뜻해졌습니다.
"하지만 넌 영원히 살 수 없어. 사람은 죽어..."
"그럼 나도 너처럼 변할래. 내 영혼을 네게 줄게."
연이의 말에 도령은 놀라 그녀를 붙잡았습니다. 그의 눈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습니다.
"그건 안 돼! 네 영혼을 줘버리면 넌... 넌 사람이 아니게 돼."
"상관없어. 난 네가 필요해. 사람들 속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보다, 너와 함께라면..."
연이의 확고한 눈빛에 도령은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연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그의 푸른 불꽃이 두 사람을 감싸기 시작했습니다.
"넌 내 것이고, 난 네 것이야. 이제 우리는 영원히 함께할 거야."
도령의 입술이 연이의 입술에 닿았습니다. 그 순간, 연이의 몸에서도 푸른 빛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녀의 영혼이 도령의 영혼과 하나가 되어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두 사람의 주변으로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산신각의 촛불이 모두 꺼졌다가 다시 푸른 불꽃으로 타올랐습니다.
"이제 넌 반은 사람, 반은 도깨비야. 나와 같은 존재가 된 거야."
도령의 말에 연이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녀의 피부에서도 미세한 푸른 빛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놀라움보다는 기쁨을 느꼈습니다.
"두렵지 않아?"
"네가 곁에 있는데 뭐가 두려워."
연이의 미소는 여전히 순수했지만, 이제 그녀의 눈동자에는 도깨비의 신비로운 빛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도령은 그녀의 손을 잡고 산 너머를 가리켰습니다.
"가자, 우리만의 세계로. 이제 우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속하지 않아. 하지만 서로에게 속해 있어."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산 너머로 걸어갔습니다. 그들의 발자국마다 푸른 꽃이 피어났고, 그들의 웃음소리는 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나갔습니다. 해가 떠오르며 안개가 걷히자, 두 사람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 후로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산 너머에서 들려오는 달콤한 웃음소리와 두 사람의 실루엣을 보았다고 합니다. 반은 사람, 반은 도깨비가 된 연이와 그녀의 도깨비 신랑의 이야기는 마을의 전설이 되어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왔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지금까지 '처녀에게 장가든 도깨비'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의 세계와 도깨비의 세계, 그 경계에서 피어난 사랑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금기된 사랑을 선택한 연이와 도령의 운명이 여러분의 마음을 설레게 했길 바랍니다.
이들의 사랑은 세상의 경계와 규칙을 넘어섰습니다.
때로는 우리도 그런 선택의 순간에 서게 됩니다.
안전한 일상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걸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따를 것인가.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까요?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다른 조선시대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놓치지 마세요.
댓글로 여러분이 듣고 싶은 다음 이야기를 알려주시면 더 많은 흥미로운 조선의 야화를 준비하겠습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매력적인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밤, 꿈속에서는 어떤 신비로운 존재를 만나게 될까요?
여러분의 달콤한 꿈속에 푸른 불꽃이 스며들기를...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