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탐관에게 내린 도깨비의 관용 『출처 - 태평한화골계전(太平閑話滑稽傳)』
태그 (20개)
#조선시대, #도깨비, #전설, #야담, #탐관, #천벌, #권선징악, #민담, #한국전설, #조선야담, #도깨비이야기, #관리부패, #인과응보, #태평한화골계전, #오디오드라마, #한국민담, #조선시대이야기, #도깨비전설, #악인징치, #옛날이야기
후킹멘트 (250자 내외)
"백성을 굶겨 죽이면서도 웃고 있던 탐욕스러운 현감. 하지만 그가 몰랐던 것이 있었다. 바로 죽은 백성들의 원혼이 도깨비와 손을 잡았다는 사실을! 현감은 도깨비와의 목숨을 건 두뇌게임에서 이길 수 있을까? 아니면 백성들의 저주에 휘말려 파멸할 것인가? 조선시대 실제 기록 속 가장 소름끼치는 복수극을 공개합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내외)
조선시대 『태평한화골계전』에 기록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충격적인 복수 스토리입니다. 백성의 곡식을 빼앗아 굶어 죽게 만든 탐관과,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 나타난 도깨비의 치밀하고 잔혹한 심리전을 그렸습니다. 단순한 권선징악을 넘어서 인간의 탐욕과 그 대가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과연 현감은 이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과 현감의 만족
조선 중기 겨울, 충청도 어느 고을.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한 농가에서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열두 살 소녀가 울부짖고 있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차가워진 시체가 되어 있었습니다. 굶주림에 지쳐 숨을 거둔 것이죠.
"엄마... 우리도 아버지처럼 되는 건가요?"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괜찮다. 괜찮을 거야..."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대답했지만, 그녀의 볼은 이미 깊숙이 패여 있었습니다.
이런 일이 이 고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작년 가을 수확한 곡식은 모두 세금으로 빼앗겼고, 흉년에 대비해 비축해둔 구휼미마저 사라져버린 상황. 백성들은 하나둘 굶어 죽어가고 있었죠.
그런데 그 시각, 고을의 현감 저택에서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올해 수입이 작년보다 세 배나 늘었구나!" 김현감이 은자 더미를 보며 크게 웃고 있었습니다.
"현감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런 묘수를..." 측근이 아첨하자 김현감은 더욱 우쭐해했습니다.
"비법이 뭔지 알고 싶나? 간단해. 세금을 두 번 걷으면 되는 거야. 한 번은 조정에 바치고, 한 번은 내 주머니에 넣고. 그리고 구휼미는... 하하, 그냥 내가 가져버리면 그만이지!"
"하지만 현감님, 백성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소문이..."
"그게 내 알 바냐? 죽으면 죽는 거지. 어차피 쓸모없는 놈들이야." 김현감은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바로 그때, 밖에서 누군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현감님! 현감님! 제발 구휼미를 나누어주십시오! 아이들이 굶어 죽어갑니다!"
한 농부가 무릎을 꿇고 애원하고 있었지만, 김현감은 코웃음만 쳤습니다.
"구휼미? 그런 건 없어. 모두 조정에 상납했다고 전해라."
"하지만 창고에는 분명히..." 농부가 말을 이어가려 하자, 김현감은 화를 냈습니다.
"감히 현감에게 거짓말이라는 거냐? 당장 물러가지 못해!"
농부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돌아갔고, 김현감은 다시 돈 세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며칠 후, 더욱 끔찍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 농부의 온 가족이 굶어서 죽었다는 것이었죠. 열두 살 소녀도, 그녀의 어머니도 모두 말이에요.
"현감님, 이번 달에만 스무 명이 굶어 죽었습니다. 이러다가 큰일이..." 관리가 보고했지만 김현감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스무 명? 생각보다 적네. 입이 줄어들어서 좋은 일 아닌가?"
그의 말에 관리들도 경악했지만, 아무도 감히 반박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밤, 김현감은 평소처럼 기생을 불러 술판을 벌였습니다. "오늘은 특별히 좋은 술을 준비했어. 백성들이 바친 쌀로 빚은 술이거든! 하하하!"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촛불이 모두 꺼져버렸습니다. 방 안이 순식간에 어둠에 휩싸인 것이죠.
"어? 뭐야?" 김현감이 당황하고 있을 때, 어둠 속에서 낮고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현감... 양반..."
그 목소리는 분명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지만, 누구의 목소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누구냐! 누가 거기 있는 거냐!" 김현감이 소리쳤지만 대답은 없었습니다.
다만 바람소리에 섞여 들려오는 것은... 아이의 울음소리였습니다. 굶주린 채로 죽어간 그 열두 살 소녀의 울음소리 말이죠.
※ 신비한 존재의 등장과 경고
그 다음날부터 김현감의 주변에서는 기이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아침에 일어나보니 마당에 조그만 무덤들이 스무 개나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 무덤마다 나무 비석이 세워져 있는데, 거기에는 최근에 굶어 죽은 백성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죠.
"이게 뭐냐! 누가 이런 짓을!" 김현감이 분노했지만, 하인들은 아무도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더욱 기이한 건 그 무덤들을 아무리 파헤쳐도 다음 날이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흘째 되는 날 밤, 드디어 그 정체불명의 존재가 김현감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김현감이 혼자 서재에서 장부를 정리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책장 뒤에서 그림자가 스르르 나타났죠. 처음에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형체가 계속 변하고 있었습니다.
"현감... 양반..."
그 목소리는 분명 어디서 들어본 듯한데, 묘하게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섞인 것 같았습니다.
"너... 너는 누구냐!" 김현감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저는... 이 고을에서 굶어 죽은 백성들의... 원혼을 대신하여 온 자입니다."
그제서야 김현감은 깨달았습니다. 그 목소리는 최근에 죽은 백성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진 것이었다는 걸 말이죠.
"도, 도깨비냐?"
"도깨비라고 하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평범한 도깨비가 아닙니다.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저에게 힘을 주었거든요."
도깨비의 형체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김현감은 더욱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 얼굴에는 굶주림으로 야윈 백성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거든요.
"현감 양반, 당신이 한 일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백성들의 목숨보다 돈이 더 소중했죠?"
"나,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 법에 따라 세금을 걷은 것뿐이야!"
"법에 따라?" 도깨비가 비웃었습니다. "그럼 두 번 걷은 것도 법인가요? 구휼미를 팔아넘긴 것도 법인가요?"
김현감은 할 말이 없었습니다. 도깨비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현감 양반, 저는 당신에게 기회를 주려고 왔습니다." 도깨비의 목소리가 갑자기 부드러워졌습니다.
"기, 기회?"
"네. 당신이 지금까지 착복한 돈과 곡식을 모두 백성들에게 돌려준다면, 저는 이 자리에서 사라지겠습니다."
김현감은 잠시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곧 탐욕이 승리했죠.
"안 돼! 그건 내가 피땀 흘려 모은 것이야! 죽어도 줄 수 없어!"
도깨비의 눈에서 붉은 빛이 번쩍였습니다.
"그렇다면... 게임을 해보시죠."
"게임?"
"네. 저와 당신이 일주일 동안 지혜 겨루기를 하는 겁니다. 만약 당신이 이기면, 저는 영원히 사라지겠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지면..."
"지면 어떻게 되는 거냐?"
"당신이 백성들에게 한 일을 그대로 당신이 받게 됩니다. 굶주림의 고통, 절망의 아픔, 그 모든 것을 말이죠."
김현감은 자신만만했습니다. 자신은 과거에 장원급제할 정도로 머리가 좋았거든요.
"좋다! 받아들이지!"
"현명한 선택입니다. 그럼 내일 밤부터 시작하죠. 첫 번째 게임은..." 도깨비가 음흉하게 웃었습니다. "당신의 비밀을 하나씩 맞춰보는 겁니다. 저는 당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 현감과 도깨비의 두뇌 게임
다음 날 밤, 약속한 시간에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더욱 선명한 모습이었죠.
"현감 양반, 준비는 되셨나요?"
김현감은 하루 종일 대비책을 세웠습니다. "당연하지! 내가 누군지 알고 하는 소리냐?"
"그럼 시작해보죠. 첫 번째 질문입니다." 도깨비의 목소리가 차가워졌습니다. "현감 양반은 이 고을에 부임하기 전에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건 비밀도 아니야. 한성부에서 일했지."
"정확히는 한성부 좌윤의 서기관이었죠. 그런데 왜 그 자리에서 쫓겨났을까요?"
김현감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이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거든요.
"무슨 소리야? 나는 자원해서 이곳에 왔어!"
"아닙니다. 당신은 좌윤 대감의 첩을 건드렸다가 들켜서 쫓겨난 겁니다. 그것도 그 첩이 임신한 상태에서 말이죠."
김현감은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이런 것까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죠?
"그, 그건..."
"인정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계속 거짓말을 하시겠습니까?"
김현감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두 번째 질문입니다. 현감 양반이 이곳에서 첫 번째로 죽인 사람은 누구입니까?"
"죽인 사람? 나는 아무도 죽인 적이 없어!"
"정말요? 그럼 작년 봄에 세금을 내지 못한다고 찾아온 박서방은 어떻게 된 겁니까?"
김현감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박서방... 그는 병든 아내를 돌보느라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해 세금을 낼 수 없었던 농부였죠.
"박서방은... 병으로 죽었어."
"아닙니다. 당신이 그를 고문해서 죽였습니다. 세금을 내라고 사흘 동안 매질을 했죠. 그 상처로 인해 박서방은 고열에 시달리다 죽었습니다."
"그건...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가 법을 어긴 거잖아!"
도깨비의 눈에서 또다시 붉은 빛이 번쩍였습니다.
"법이라고 하셨나요? 그럼 세 번째 질문입니다. 현감 양반의 창고에는 지금 얼마만큼의 곡식이 있습니까?"
이제 김현감도 도깨비의 의도를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씩 자신의 죄를 들춰내고 있는 거였죠.
"그건... 정확히 세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어."
"거짓말입니다. 쌀 500석, 보리 300석, 콩 200석. 정확히 1000석입니다. 이것은 원래 백성들을 위한 구휼미였죠."
"어떻게 그런 걸..."
"그리고 현감 양반은 이 곡식들을 팔아서 번 돈으로 한양에 집을 세 채나 샀습니다. 심지어 어린 기생을 첩으로 들이기까지 했고요."
김현감은 이제 완전히 당황했습니다. 도깨비가 자신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었거든요.
"네 번째 질문입니다." 도깨비의 목소리가 더욱 위협적이 되었습니다. "현감 양반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두려워하는 것?"
"네. 당신이 밤마다 악몽을 꾸는 이유, 그것이 무엇인지 말해보세요."
김현감은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말로 밤마다 악몽을 꾸고 있었거든요. 굶어 죽은 백성들이 자신을 원망하며 쫓아오는 꿈을...
"모... 모르겠어."
"거짓말입니다. 당신은 죽은 백성들의 복수가 두려운 겁니다. 그래서 매일 밤 술을 마셔야만 잠들 수 있죠."
정확한 지적이었습니다. 김현감은 최근 들어 술 없이는 잠들 수 없었거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도깨비가 김현감에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현감 양반, 당신은 지금 무엇을 가장 원합니까?"
"뭘 원한다고?"
"솔직히 말해보세요. 지금 이 순간 당신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김현감은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진실을 털어놓았죠.
"나는... 나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 고을을 떠나고 싶어."
도깨비가 만족스럽게 웃었습니다.
"아주 솔직한 대답입니다. 그럼 오늘 첫 번째 게임의 승자는... 저입니다. 현감 양반은 제 질문에 하나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거든요."
※ 도깨비가 파낸 현감의 치명적 비밀
이틀째 되는 날, 도깨비는 더욱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등 뒤로 죽은 백성들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고 있었죠.
"현감 양반, 어젯밤은 잘 주무셨나요?"
사실 김현감은 한 잠도 자지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악몽에 시달렸거든요.
"오늘은 두 번째 게임을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실질적인 게임이죠."
"실질적이라니?"
"현감 양반의 집에 숨겨진 증거들을 찾아보는 겁니다. 만약 제가 당신의 모든 범죄 증거를 찾아낸다면, 당신은 즉시 모든 재산을 백성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김현감은 자신만만했습니다. 모든 증거는 완벽하게 숨겨뒀다고 생각했거든요.
"좋다! 하지만 네가 찾지 못한다면 너는 즉시 사라져야 한다!"
"좋습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도깨비가 손을 내밀자, 갑자기 김현감의 서재에 있던 책장이 저절로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장부 하나가 떠올라 공중에 떠다니기 시작했죠.
"이건... 현감 양반이 직접 쓴 진짜 장부군요. 조정에 보고한 가짜 장부와는 다른."
김현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습니다. 그 장부는 자신만 아는 곳에 숨겨뒀는데...
"어떻게..."
"여기 보세요. '백성들에게서 이중으로 걷어들인 세금 총액: 은 3000냥' 이라고 적혀있네요. 그리고 '구휼미 매각으로 얻은 이익: 은 2000냥' 이것도 현감 양반 친필이죠?"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분명 그의 글씨였거든요.
"그리고 이것도 보세요." 도깨비가 또 다른 물건을 꺼냈습니다. "현감 양반이 한양의 기생집에 보낸 편지들입니다. '이곳 백성들은 모두 바보라서 속이기 쉽다'고 적혀있네요."
"그건... 농담으로 한 말이야!"
"농담이요? 그럼 이것도 농담인가요?" 도깨비가 마지막 증거를 내밀었습니다. "박서방을 고문할 때 사용했던 몽둥이입니다. 아직도 피가 묻어있네요."
김현감은 이제 완전히 절망했습니다. 도깨비가 모든 증거를 다 알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이제부터입니다." 도깨비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습니다. "현감 양반, 당신에게는 더 큰 비밀이 있죠?"
"더 큰 비밀?"
"그래요. 당신이 이 고을에 오기 전에 저지른 일 말입니다. 한양에서 일어난 그 사건..."
김현감의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그것까지 알고 있는 건 아니겠죠?
"십오 년 전, 당신은 과거 시험 중에 다른 선비를 밀어 떨어뜨려 죽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답안지를 훔쳐서 장원급제를 했죠."
"아니야! 그건 사고였어!"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당신은 의도적으로 그를 밀어서 계단에서 떨어뜨렸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당신보다 실력이 뛰어났거든요."
김현감은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식은땀을 흘렸습니다. 정말로 그랬습니다. 의도적으로 밀었던 것이었죠.
"그 선비의 이름은 이문수였습니다. 그리고 그에게는 임신한 아내와 어린 딸이 있었죠. 당신 때문에 그들은 모두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그만해! 그만하라고!"
"왜요? 진실이 무섭나요?" 도깨비가 김현감에게 바짝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현감 양반, 더 무서운 건 이문수의 원혼이 바로 여기 있다는 겁니다."
갑자기 방 안에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그것은 십오 년 전에 죽은 이문수의 모습이었죠.
"김... 현감..." 이문수의 원혼이 김현감을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십오 년을 기다렸다..."
"아니야! 네가 있을 리가 없어! 너는 죽었어!"
"맞다. 나는 죽었다. 너 때문에 말이다. 그리고 내 아내도, 내 딸도 모두 굶어서 죽었다."
김현감은 이제 완전히 공황상태에 빠졌습니다. 십오 년간 숨겨왔던 비밀이 드러난 것도 모자라, 죽은 자의 원혼까지 나타난 것이었죠.
"현감 양반, 이제 깨달으시겠나요?"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당신이 지금까지 한 모든 악행들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문수를 죽인 것도, 백성들을 굶겨 죽인 것도, 모두 같은 욕심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말입니다."
"나는... 나는 그냥 살고 싶었을 뿐이야..."
"살고 싶다고 해서 남을 죽여도 된다는 건가요? 이문수도 살고 싶었을 것이고, 박서방도, 굶어 죽은 백성들도 모두 살고 싶었을 겁니다."
김현감은 더 이상 변명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드러난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자, 그럼 오늘 두 번째 게임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도깨비가 선언했습니다. "저는 현감 양반의 모든 범죄 증거를 찾아냈습니다. 따라서 승자는 저입니다."
"그럼... 그럼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게임이 남아있거든요."
※ 생명을 건 최후의 협상
사흘째 밤, 김현감은 이미 반쯤 미친 상태였습니다. 이틀 동안 계속된 도깨비의 공격에 정신이 온전치 않았거든요.
"현감 양반, 마지막 밤입니다."
도깨비는 이제 더욱 위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등 뒤로는 이문수뿐만 아니라 굶어 죽은 모든 백성들의 원혼이 아른거리고 있었죠.
"오늘은 특별한 게임을 하겠습니다. 바로... 생명을 건 거래입니다."
"생명을 건 거래?"
"네. 현감 양반에게 세 가지 선택지를 주겠습니다. 그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나머지 두 가지는 포기해야 합니다."
김현감은 벌벌 떨며 물었습니다. "어... 어떤 선택지들인데?"
"첫 번째, 당신의 목숨을 포기하는 대신 가족들은 무사하게 보호해드립니다."
"두 번째, 당신의 모든 재산을 포기하는 대신 목숨만은 살려드립니다. 하지만 백성들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겪어야 합니다."
"세 번째, 당신이 지금까지 죽인 모든 사람들을 되살려낸다면, 모든 것을 용서해드립니다."
김현감은 잠시 생각했습니다. "세 번째는... 불가능한 거 아냐?"
"맞습니다.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죠. 결국 첫 번째와 두 번째 중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김현감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목숨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가족을 택할 것인가...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선택하기 전에... 현감 양반이 꼭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도깨비가 손을 흔들자, 갑자기 방 안에 환상이 펼쳐졌습니다. 그것은 김현감의 집 한양에 있는 모습이었죠.
환상 속에서 김현감의 아내가 병상에 누워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어린 아들이 울고 있었죠.
"어머니, 아버지는 언제 오세요? 어머니가 이렇게 아픈데..."
"괜찮다... 아버지가 곧 올 거야..."
그런데 아내의 병은 심각해 보였습니다. 얼굴이 창백하고 숨소리도 거칠었거든요.
"현감 양반, 보시다시피 당신의 가족들은 지금 어려운 상황에 있습니다. 당신이 이곳에서 돈벌이에만 신경 쓰는 동안, 가족들은 혼자서 고생하고 있었던 겁니다."
김현감은 처음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습니다. 자신이 돈에만 눈이 멀어 가족들을 돌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거죠.
"그리고 이것도 보세요." 도깨비가 또 다른 환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에는 굶어 죽은 백성들의 가족들이 모여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모두들 울고 있었죠.
"우리 아버지를 돌려줘..."
"엄마, 배고파..."
"현감님이 구휼미만 나누어줬다면 우리 아버지는 죽지 않았을 텐데..."
김현감은 이제서야 자신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는지 깨달았습니다.
"현감 양반, 이제 마지막으로 당신 자신의 미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세 번째 환상에서는 김현감의 두 가지 가능한 미래가 보였습니다.
첫 번째 미래에서는 김현감이 계속해서 탐욕을 부리다가 결국 조정에 발각되어 참수당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은 연좌제로 인해 모두 노예가 되었죠.
두 번째 미래에서는 김현감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백성들에게 사죄하는 모습이 나왔습니다. 비록 가난하게 살게 되지만, 가족들과 함께 평범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죠.
"어떻습니까? 어떤 미래를 선택하시겠습니까?"
김현감은 긴 침묵 끝에 입을 열었습니다.
"나는... 나는 두 번째를 선택하겠다. 모든 재산을 포기할 테니 목숨만은 살려달라. 그리고 내가 백성들에게 잘못한 것을 사과하겠다."
도깨비는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사실 김현감이 끝까지 탐욕을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정말입니까?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나는 이제 깨달았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말이야."
그때 갑자기 이문수의 원혼이 앞으로 나왔습니다.
"김현감... 정말로 뉘우치는 것이냐?"
"그렇다. 이문수야, 미안하다. 내가... 내가 너를 죽인 것이 맞다. 그리고 그 후로 계속해서 악한 일만 저질러왔다. 정말 미안하다."
이문수의 원혼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너를 용서하겠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무슨 조건이든 들어주겠다."
"앞으로 남은 생애를 백성들을 위해 살아라. 그리고 내 무덤에 꽃 한 송이라도 올려다오."
"약속한다."
그러자 이문수의 원혼이 환한 빛으로 변하더니 사라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다른 백성들의 원혼들도 하나둘 평화로운 표정으로 사라져갔죠.
"현감 양반, 당신은 현명한 선택을 했습니다." 도깨비가 만족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럼 약속대로 당신의 목숨은 살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조건을 잊지 마세요."
※ 탐관의 처참한 최후와 진실
그 다음 날 아침, 김현감은 새로운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사흘간의 도깨비와의 대결을 통해 완전히 변화한 것이죠.
먼저 그는 자신의 개인 창고를 열고 모든 곡식을 꺼내었습니다. 그리고 고을의 백성들을 모두 불러모았죠.
"여러분, 저는 그동안 여러분에게 큰 죄를 지었습니다."
백성들은 갑작스러운 현감의 변화에 당황했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세금을 이중으로 받았고, 구휼미를 빼돌려 팔았습니다. 그로 인해 많은 분들이 굶어 죽었죠. 정말 죄송합니다."
김현감이 땅에 엎드려 사죄하자, 백성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이것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제가 빼돌린 모든 곡식을 되돌려드리겠습니다."
창고 문이 열리자 쌀과 보리, 콩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백성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죠.
"그리고 제가 여러분에게서 이중으로 받은 세금도 모두 되돌려드리겠습니다."
김현감은 자신의 집에서 은자 더미를 가져와 백성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습니다.
"현감님...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한 백성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괜찮습니다. 아니, 이제야 제대로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김현감의 변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조정에 자수서를 올렸습니다.
'신 김모는 백성들의 세금을 착복하고 구휼미를 횡령한 죄를 자백하오니, 마땅한 처벌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몇 주 후, 조정에서 감사관이 파견되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김현감은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칭찬을 받았죠.
"김현감, 그대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되돌려준 것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이런 관리가 있어야 나라가 바로 선다."
감사관은 김현감의 변화에 감동했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더 큰 책임을 맡겼죠.
"앞으로는 다른 고을의 부패한 관리들을 감시하는 일을 맡아보겠는가?"
김현감은 기꺼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김현감은 조선에서 가장 청렴한 관리로 이름을 날리게 되었습니다. 그의 변화 이야기는 전국에 퍼져나갔고, 많은 부패한 관리들이 스스로 뉘우치게 만들었죠.
어느 날, 김현감이 이문수의 무덤을 찾아갔습니다. 약속대로 꽃을 바치기 위해서였죠.
"이문수야, 나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남은 생애를 백성들을 위해 살고 있어."
그런데 그때 무덤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현감 양반, 오랜만이군요."
돌아보니 도깨비가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무서운 모습과는 달리 평화로운 표정이었죠.
"도깨비... 너는 왜 여기에?"
"작별인사를 하려고 왔습니다. 현감 양반이 진정으로 변했다는 것을 확인했으니, 저의 역할도 끝난 것 같네요."
"그동안... 고마웠다.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계속해서 악한 길을 걸었을 거야."
"천만에요. 변화는 결국 현감 양반 스스로가 선택한 것입니다. 저는 단지... 깨닫게 도와준 것뿐이죠."
도깨비가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현감 양반, 기억하세요. 진정한 부는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백성들의 행복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지킬 때 진정한 관리가 되는 것이죠."
"잊지 않겠다."
도깨비가 환한 빛으로 변하더니 하늘로 사라져갔습니다. 그리고 김현감은 그 자리에서 이문수와 모든 죽은 백성들을 위해 오랫동안 기도했습니다.
그날 밤, 김현감은 오랜만에 편안한 잠을 잤습니다. 더 이상 악몽에 시달리지 않았거든요. 대신 꿈에서는 행복해하는 백성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김현감의 이야기는 후에 『태평한화골계전』에 기록되어 후세에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었죠.
탐욕에 눈이 멀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되지만, 진심으로 뉘우치고 변한다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때로는 도깨비 같은 존재가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보여줄 수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조선시대 어느 고을의 탐관과 도깨비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인간의 본성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죠.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어떠셨나요? 조선시대 탐관과 도깨비의 놀라운 대결 이야기 말입니다! 단순히 악인이 벌받는다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인간이 진정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었죠.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 때로는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지혜로운 존재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도깨비가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다음 편에서는 '도깨비가 알려준 효도의 지혜: 조선의 감동 실화'를 준비했습니다. 부모를 버린 불효자에게 나타난 도깨비가 전해준 놀라운 깨달음의 이야기인데요,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적인 스토리입니다! 구독과 좋아요, 알림설정까지 부탁드리고, 다음 주에 또 만나요!"
https://claude.ai/public/artifacts/8bb1406f-2c8e-4200-bffa-e9a453d2ea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