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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 한 번만 두드린 방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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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담, #전설, #옛날이야기, #오디오드라마, #도깨비방망이, #절제, #권선징악, #감동스토리, #힐링, #나무꾼, #은혜갚음, #기적, #가족애, #탐욕의최후, #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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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킹멘트 (300자 미만)

    "금 나와라 뚝딱!" 한 번이면 억만장자가 될 수 있는 마법의 도깨비 방망이. 하지만 이 방망이를 줍고도 하루에 딱 한 번, '쌀 한 되'만 두드린 바보 같은 나무꾼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지만, 그의 묵직한 절제는 훗날 세상을 뒤흔드는 거대한 기적을 만들어냅니다. 막대한 재산을 노리고 몰려든 탐욕스러운 친척들과 죽음의 문턱에 선 나무꾼! 과연 수양딸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까요? 끝없는 욕심에 묵직한 경종을 울리는 감동적인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1단계 첫 장면(오프닝 이미지)

    깊고 푸른 산세가 거대한 병풍처럼 둘러쳐진 강원도의 어느 아득하고 후미진 골짜기, 아침 이슬을 가득 머금은 푸른 잎사귀들이 찬란한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한 보석처럼 반짝이는 고요한 숲속에 경쾌하고 우렁찬 도끼질 소리가 메아리칩니다. "영차, 영차. 오늘따라 나무의 숨결이 참으로 달고 시원하구나!"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굵은 땀방울을 소맷자락으로 훔치며 쉴 새 없이 장작을 패는 사내는, 이 산골 마을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그 누구보다 마음씨가 고운 나무꾼 돌석이었습니다. 그의 차림새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여기저기 기워 입어 원래의 색조차 알 수 없는 다 해진 얇은 삼베옷 사이로 거친 산바람이 파고들었고, 발에 신은 짚신은 하도 오래되어 밑창이 다 닳아빠진 탓에 뾰족한 돌부리와 나뭇가지에 긁힌 맨발에서는 심심치 않게 붉은 피가 배어 나왔습니다.

    하지만 돌석의 태산처럼 넓은 어깨와 맑고 깊은 눈망울에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나 세상을 향한 원망 따위는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얼굴에는 늘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넉넉하고 평온한 미소가 깃들어 있었지요. 아침 일찍부터 빈속으로 고된 노동을 한 탓에 뱃속에서는 꼬르륵거리는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지만, 돌석은 나뭇가지에 앉아 지저귀는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흥겨운 풍악 삼아 그저 묵묵히 낡은 도끼를 내리찍을 뿐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뼈가 으스러지도록 나무를 해다 십 리 밖 장터에 내다 팔아도, 입에 풀칠할 좁쌀 한 됫박조차 구하기 힘든 척박하고 잔인한 삶이 그가 가진 일상의 전부였습니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며 굳은살이 돌덩이처럼 박인 그의 두 손은 오래된 소나무 껍질처럼 거칠고 투박했지만, 길가에 수줍게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조차 함부로 밟지 않고 비켜가는 다정하고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제 몸집보다 훨씬 거대한 나무 한 짐을 다 꾸리고 나서야, 이끼 낀 바위에 털썩 걸터앉아 이마의 땀을 훔치며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맑고 시린 계곡물로 주린 허기를 달랬습니다. 차가운 계곡물 수면 위로 비친 자신의 꾀죄죄하고 깡마른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도, 돌석은 그저 껄껄거리며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내 비록 가진 것 하나 없는 빈털터리 신세라지만, 이 무거운 지게를 번쩍 들어 올릴 수 있는 튼튼한 두 다리와 내 한 몸 건사할 힘이 있으니 이 또한 하늘이 주신 벅차고 과분한 축복이 아니겠는가. 오늘 내가 피땀 흘려 캔 이 장작들로 매서운 추위에 오들오들 떠는 누군가의 아랫목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다면, 사내로 태어나 그보다 더 보람찬 일이 어디 있겠어.'

    산 아래 세상 사람들은 입을 모아 남의 것을 빼앗고 속여서라도 내 배를 불리고 비단옷을 입어야 한다고 탐욕스러운 아우성을 쳤지만, 돌석의 깊은 마음속에는 오직 자신이 정직하게 땀 흘린 만큼만 거두고 자연에 감사하겠다는 소박하고도 흔들림 없는 신념이 단단한 바위처럼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고요하고 거룩한 산천의 맑은 정기와 돌석의 거칠지만 순수한 숨결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앞으로 이 소박한 나무꾼에게 닥쳐올 거대하고도 신비로운 운명의 서막을 조용히 품고 있는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아침이었습니다.

    ※ 2단계 주제 제시

    자신의 몸집보다 두 배는 더 큰 무거운 나무 지게를 짊어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십 리 길을 걸어 왁자지껄한 장터에 도착한 돌석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늘 장작을 거래하던 늙은 싸전 주인의 가게 앞을 찾았습니다. 그날따라 장터의 풍경은 유난히도 스산하고 살벌했습니다. 몇 달째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은 지독한 가뭄과 흉년으로 인해 곡식 값이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쌀가게 앞에는 당장 오늘 저녁 끓여 먹을 한 줌의 곡식조차 구하지 못해 깊은 한숨을 쉬며 눈물짓는 굶주린 백성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반면, 돈 냄새를 맡은 교활한 장사치들과 권세가들은 이 비극적인 기회를 틈타 곡식을 몰래 사재기하고 창고에 꽁꽁 숨겨두며, 백성들의 피눈물을 쥐어짜 막대한 폭리를 취하려 혈안이 되어 있었지요.

    그 끝없는 욕망과 절망이 뒤엉킨 끔찍한 아수라장 한가운데서, 평생을 시장 바닥에서 보낸 백발이 성성한 싸전 노인은 바닥에 떨어진 마른 좁쌀 한 움큼을 주워 주름진 손에 꽉 쥐고는 돌석을 향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깊은 탄식을 내뱉었습니다.

    "참으로 씁쓸하고 끔찍한 세상이네 그려. 저기 굳게 닫힌 창고 안에는 쥐들이 파먹을 정도로 쌀가마니가 산더미처럼 가득 쌓여 있건만, 저 탐욕스러운 양반네들은 내일 먹을 것, 아니 십 년 뒤에 먹을 것까지 욕심을 내며 풀어놓질 않으니 백성들이 굶어 죽어 나자빠지는 게지. 사람의 위장이라는 것이 제아무리 커 봐야 하루에 밥 세 끼, 쌀 한 되면 족하게 채워지는 것을... 천년만년 불로장생하며 살 것처럼 남의 피눈물까지 아귀처럼 탐하려 드니, 결국 저 지독한 욕심이 제 명을 재촉하고 영혼을 파먹는 병이 될 것임을 왜 모르는지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야."

    돌석은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나무 지게를 한쪽 벽에 조심스레 내려놓으며, 노인의 뼈 있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무겁게 끄덕였습니다.

    "어르신 말씀이 백번 천번 지당하십니다요. 그저 오늘 하루 열심히 땀 흘려 일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밥 한 그릇 따뜻하게 지어 나누어 먹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임금님이 드시는 수라상 부럽지 않은 이 세상 최고의 행복 아니겠습니까. 분수를 모르고 넘치게 가지려는 것은 언제나 모자람만 못한 법이지요. 제 분수에 맞지 않는 남의 것을 탐하다 보면 결국 제 발등을 찍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라 믿습니다요."

    돌석의 맑고 깊은 눈망울에서 우러나오는, 한 치의 꾸밈도 없는 진심 어린 대답에 노인은 빙그레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그의 거칠고 넓은 어깨를 툭툭 두드려 주었습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네. 자네처럼 그저 하루하루 주어진 소임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허황된 탐욕을 경계할 줄 아는 사람만이 끝내 험한 세상의 화를 면하고 진짜 복을 누리는 법이라네. 명심하게나, 돌석이. 세상의 재물이란 마시면 마실수록 더 지독한 갈증이 나게 만드는 바닷물과 같아서, 스스로 멈출 줄 모르면 결국 사람의 영혼까지 바싹 말려 죽이는 맹독이 될 수 있음을 절대 잊지 말게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번쩍이는 황금을 좇아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이성을 잃고 미쳐가는 그 순간에도, 오직 스스로 흘린 정직한 땀방울의 무게와 하루치 양식의 진정한 소중함을 되새기는 두 사람의 이 고요한 대화. 그것은 훗날 돌석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들 거대한 마법과 기적 앞에서도 그가 길을 잃지 않도록 지켜줄 단단한 등대이자, 이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가장 척추가 되는 묵직하고도 위대한 가르침이었습니다.

    ※ 3단계 설정(준비)

    장터에서 하루 종일 나무를 팔아 간신히 얻은 구황작물 감자와 고구마 몇 알을 소중히 품에 안고 험한 고갯길을 넘어 돌아오던 저녁 무렵이었습니다. 뼈를 애는 듯한 날카로운 겨울 산바람이 얇은 삼베옷을 매섭게 파고들었지만, 돌석의 발걸음은 허기진 배를 든든하게 채워줄 소박한 저녁거리에 대한 기대로 제법 가벼웠습니다. 그런데 마을 어귀에 자리 잡은, 귀신이 나온다며 동네 사람들도 꺼리는 낡고 허물어진 성황당 앞을 지날 때쯤, 돌석의 발걸음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성황당의 차가운 돌단 밑, 모진 바람을 피할 곳조차 없는 그곳에는 다 해진 얇은 누더기 한 장을 겨우 걸친 채, 지독한 추위와 끔찍한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어린 거지 처자 하나가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연이라 불리는 그 처자는 일찍이 부모를 돌림병으로 여의고 거리를 떠돌며 적선으로 연명하던 가엾은 아이였습니다. 앙상하게 뼈만 남아 원래의 형체를 알아보기조차 힘든 작은 체구와, 금방이라도 툭 하고 숨이 멎을 듯 파랗게 질려 파르르 떨리고 있는 핏기 없는 입술. 그 참혹한 광경을 본 돌석은 자신이 하루 종일 굶주려 배가 등에 붙을 지경이라는 사실조차 새카맣게 잊은 채, 지게를 내팽개치고 다급히 달려가 흙바닥에 쓰러진 연이를 조심스레 안아 올렸습니다.

    "아이고, 세상에! 이 어리고 여린 것이 얼마나 오랫동안 굶주리고 추위에 떨었으면 몸이 겨울 개울물처럼 차갑단 말인가! 연이야, 정신 좀 차려보거라!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돌석은 다급한 마음에 꽁꽁 언 자신의 손을 비벼 연이의 창백한 뺨을 녹여주며, 품속에서 꼬깃꼬깃 아껴두었던 자신의 유일한 저녁거리인 큼지막한 군고구마를 꺼내 급히 반으로 쪼갰습니다. 찬 바람 속에서도 모락모락 하얀 김이 피어오르는 군고구마의 달콤하고 구수한 냄새가 코끝을 스치자, 사경을 헤매던 연이는 미세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희미하게 두 눈을 떴습니다. 돌석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가장 크고 따뜻하게 익은 고구마 조각을 연이의 쩍쩍 갈라져 피가 나는 입술 사이로 아주 조심스레 밀어 넣어주었습니다.

    며칠 만에 입에 들어온 따뜻한 음식에 연이가 짐승처럼 허겁지겁 고구마를 삼키다 사레가 들려 심하게 캑캑거리자, 돌석은 거칠지만 한없이 따뜻한 손길로 그녀의 굽은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마치 친아버지처럼 환하고 다정하게 웃어 보였습니다.

    "천천히 먹어라, 체할라. 내가 가진 것이 비록 보잘것없는 고구마 몇 알뿐이나, 우리 둘이 이렇게 나누어 먹고 서로 체온을 나누면 적어도 오늘 밤이 외롭거나 얼어 죽지는 않을 터이니 아무 걱정하지 말거라. 이제부터는 내가 너를 거두어 줄 것이니 안심하거라."

    부모를 잃고 차가운 거리를 떠돌며 사람들의 온갖 멸시와 매몰찬 발길질, 모욕적인 욕설만 당해왔던 연이. 세상 모두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그녀의 커다랗고 퀭한 눈망울에서, 뜨거운 눈물이 봇물 터지듯 왈칵 쏟아져 내렸습니다. 자신도 당장 내일 아침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지독하고 잔인한 가난 속에서도, 죽어가는 타인의 생명을 결코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살점을 떼어주듯 기꺼이 유일한 양식을 나누어주는 돌석의 조건 없는 선의. 그것은 매서운 한겨울의 눈보라조차 봄눈 녹듯 따뜻하게 녹여버릴 만큼 깊고도 눈부시게 거룩한 것이었습니다.

    연이는 돌석이 건넨 고구마를 두 손으로 소중히 움켜쥔 채 속으로 수백 번, 수천 번 뼈에 새기듯 맹세했습니다. '나 같은 미천하고 더러운 목숨을 불쌍히 여겨 거두어주신 이 분의 따뜻한 은혜를, 내 목숨이 다하고 뼈가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평생 잊지 않고 갚으리라.' 비록 눈보라 치는 길거리, 가진 것 하나 없는 두 사람의 초라하고 처절한 만남이었지만, 훗날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기적을 빚어낼 단단하고 숭고한 가족의 연이 맺어지는 가슴 먹먹하고 눈물겨운 순간이었습니다.

    ※ 4단계 사건 발생(촉발)

    연이를 거두어 비좁은 초가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한 지 며칠 뒤, 돌석은 입이 하나 더 늘어난 식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더 이른 새벽부터 깊고 험한 산속으로 나무를 하러 들어갔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는 고목들 사이에서 부지런히 도끼질을 하던 늦은 오후, 맑았던 하늘이 돌연 거짓말처럼 시커멓게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칠흑 같은 어둠이 산을 집어삼키더니, 마치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장대 같은 폭우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내렸습니다. 먹구름 사이로 귀를 찢을 듯한 천둥과 번개가 번쩍이며 산천을 뒤흔들자, 온몸이 흠뻑 젖은 돌석은 짐을 챙길 새도 없이 지게를 내팽개치고 근처에 입구가 뻥 뚫려 있는 커다란 어두운 바위 동굴 속으로 황급히 몸을 피했습니다.

    동굴 입구에 바짝 붙어 비를 피하며 젖은 몸을 덜덜 떨며 웅크리고 있던 돌석은, 갑자기 동굴 깊은 안쪽에서 들려오는 이상하고 기괴한 소리들에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사람의 말소리 같기도 하고, 짐승의 으르렁거리는 소리 같기도 한 소름 끼치는 소음과 함께 번쩍번쩍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려움에 심장이 요동쳤지만 걷잡을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린 돌석은, 숨을 죽이고 바위틈 사이로 안쪽의 동정을 살짝 엿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돌석의 두 눈앞에는 평생을 살아도 믿을 수 없는 끔찍하고도 기상천외한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오래된 산짐승의 가죽을 너덜너덜하게 두르고, 머리에는 뾰족하고 무시무시한 뿔이 난 험상궂은 도깨비 수십 마리가 널찍한 동굴 한가운데 모여 앉아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의 얼굴은 붉고 푸른빛으로 얼룩져 있었고, 입에서는 씩씩거리는 불길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들 한가운데에는 뿔이 세 개 달린 덩치 큰 대장 도깨비가 서 있었는데, 그의 손에는 낡고 손때 묻은 나무 방망이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대장 도깨비가 험악한 얼굴로 껄껄 웃으며 허공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크하하하! 이 비 오는 날엔 역시 잔치가 제격이지! 금 나와라, 뚝딱!"
    도깨비가 나무 방망이로 동굴 바닥을 쾅 하고 내리치자, 번쩍이는 빛과 함께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텅 비어 있던 바닥에 사람 머리통만 한 눈부신 금괴와 은덩이들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내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번엔 멧돼지 고기와 독한 막걸리다! 나와라, 뚝딱!"
    다시 한번 방망이를 두드리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기름진 고기와 커다란 술독이 허공에서 툭 하고 떨어졌습니다. 인간의 눈에는 결코 띄어서는 안 될 그들의 무시무시하고도 환상적인 요술 연회는 폭우가 잦아들 때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되었습니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굳어 있던 돌석이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 되었을 무렵, 마침내 밖에서 빗소리가 멎고 구름 사이로 한 줄기 맑은 햇살이 동굴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해가 뜨는 것을 본 도깨비들은 기겁을 하며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방망이도 챙기지 못한 채 짙고 시퍼런 안개와 함께 순식간에 땅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습니다.

    심장이 터질 듯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한참을 숨죽이고 있던 돌석은, 덜덜 떨리는 다리를 이끌고 조심스레 동굴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도깨비들이 사라진 텅 빈 바위 위에는 아까 그들이 흥청망청 두드리며 금은보화와 진수성찬을 쏟아내게 만들었던, 바로 그 낡고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묻은 보잘것없는 나무 방망이가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습니다. 고요한 산천을 흔들던 천둥 번개처럼, 돌석의 지독히도 평온하고 고단했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전설 속 마법의 물건, '도깨비 방망이'가 바로 그의 발밑에 놓이게 된 일생일대의 결정적이고 숨 막히는 촉발의 순간이었습니다.

    ※ 5단계 고민(망설임)

    어두컴컴한 동굴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겨진 낡고 닳은 도깨비 방망이. 돌석은 홀린 듯 다가가 떨리는 두 손으로 그 거칠고 투박한 나무 방망이를 주워 들었습니다. 방망이를 손에 쥐는 순간, 돌석의 평온했던 가슴은 흡사 태풍이 몰아치는 거센 바다의 파도처럼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은 나무토막 하나. 이것만 있으면 그의 인생을 옭아매던 지긋지독한 굴레를 단숨에 끊어낼 수 있었습니다. 당장이라도 허공을 향해 "금 나와라 뚝딱!" 하고 단 한 마디만 외치면, 마을에서 제일가는 대궐 같은 번듯한 기와집을 수십 채나 지을 수 있었고, 평생토록 산해진미와 고기반찬을 배 터지게 먹으며 온 고을 사람들에게 떵떵거리고 살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이른 새벽부터 무거운 지게에 짓눌려 가파른 산을 오르다 쓰러질 일도, 끼니를 구하지 못해 맹물로 주린 배를 채우며 눈물 흘릴 일도 영영 사라질 터였습니다.

    '그래, 한 번만, 딱 한 번만 두드려서 눈부신 금덩이를 산더미처럼 만들어낼까? 그러면 우리 연이에게 비단옷을 입히고, 매일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일 수 있을 텐데. 아니, 당장 은수레를 불러내어 평생 일하지 않고도 조선 팔도를 주름잡는 대갑부가 되어볼까?'

    난생처음 겪어보는 억만금의 부를 향한 거대하고도 달콤한 욕망의 유혹이 독사처럼 그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며 이성을 마비시키려 했습니다. 돌석은 자신도 모르게 방망이를 꽉 쥐고 바닥을 향해 힘껏 내리치려 팔을 치켜들었습니다. 바로 그 찰나였습니다. 허공에 멈춘 그의 뇌리에 며칠 전, 굶주린 백성들로 가득했던 장터에서 만났던 백발의 싸전 노인이 해주었던 묵직한 가르침이 마치 벼락처럼 시퍼렇게 스쳐 지나갔습니다.

    "돌석이, 명심하게. 사람의 위장이란 제아무리 커도 세 끼면 족한 것을. 땀 흘리지 않고 얻은 넘치는 재물은 영혼을 바싹 말려 죽이는 맹독이네. 스스로 멈출 줄 모르는 자는 결국 그 욕망의 구덩이에 빠져 제 자신을 갉아먹게 될 것이야."

    그 말씀이 귓가에 울리자 돌석은 질끈 두 눈을 감았습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차갑고 외풍이 드는 초가집 구석에서 얇은 누더기를 덮고 웅크린 채 아버지가 돌아오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을 가엾은 연이의 맑고 순수한 얼굴이 아른거렸습니다.

    '아니다, 아니야. 내가 이 방망이를 휘둘러 정당하게 땀 흘리지 않고 얻은 벼락같은 거대한 재물은, 필시 내 두 눈을 멀게 하고 소박했던 내 마음을 교만과 탐욕의 병으로 썩어 문드러지게 할 것이다. 금은보화의 노예가 되어 끝내 내 자신을 잃어버리고 사람의 도리를 저버리게 된다면, 그깟 끔찍한 부귀영화가 대체 내게, 그리고 연이에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일확천금의 요행만을 바라고 제 분수를 망각하는 것은 지금까지 떳떳하게 살아온 이 돌석이의 삶이 절대 아니다.'

    세상의 그 어떤 인간이라도 굴복할 수밖에 없는 엄청난 부와 권력을 단번에 거머쥘 수 있는 유혹 앞에서, 뼈저린 가난을 평생 숙명처럼 겪어온 이 깡마른 사내는 오히려 자신의 깊은 내면과 처절하고 피 터지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도깨비 방망이를 움켜쥔 돌석의 거친 손마디에 핏대가 설 정도로 하얗게 힘이 들어갔고, 한겨울의 날씨임에도 그의 이마와 등줄기에는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그것은 돌석의 영혼을 갉아먹으려는 탐욕이라는 이름의 괴물을 단호하게 베어내기 위해,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치열한 칼춤을 추는, 세상에서 가장 길고도 고통스러운 고뇌와 망설임의 시간이었습니다.

    ※ 6단계 2막 진입(새 세계로 들어감)

    동굴 안을 짓누르던 무거운 침묵과 숨 막히는 번뇌의 시간은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마침내 길고 깊은 심호흡과 함께 결심을 굳힌 돌석의 두 눈망울은,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깊은 산속 맑은 호수처럼 한 점의 일렁임 없이 고요하고도 평화롭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그는 산더미 같은 금은보화를 쫓는 허황되고 더러운 탐욕의 싹을 자신의 마음속에서 완전히 끊어낸 듯, 낡고 닳은 도깨비 방망이를 마치 깨지기 쉬운 귀한 생명을 다루듯 두 손으로 아주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감싸 쥐었습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평평하고 너른 바위를 향해 돌아선 그는, 다시 한번 크게 숨을 고른 뒤, 탐욕에 찌든 무거운 힘도 아니고 깃털처럼 가벼운 장난도 아닌, 가장 정직하고도 단호한 힘으로 바위를 향해 방망이를 '탁' 하고 단 한 번 내리쳤습니다.

    "우리 두 식구, 오늘 하루 배불리 먹고 남을 딱 쌀 한 되만 나와라, 뚝딱!"

    어두운 동굴과 허공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금덩어리 대신 쌀 한 되를 부르는 이 어리석고도 소박한 외침!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방망이 끝에서 은은하고 신비로운 흰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바위 위에는 사람들의 눈을 멀게 하는 번쩍이는 황금이나 은괴 대신, 갓 도정하여 눈처럼 새하얗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고운 쌀 한 되가 소복하고 소담스럽게 쏟아져 내렸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단번에 얻을 수 있는 마법의 물건을 쥐고도 고작 하루치 밥 지을 쌀 한 되를 얻어낸 돌석은, 허탈해하며 땅을 치기는커녕 세상을 모두 다 가진 사람처럼 환하고 평화로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래, 이것이면 족하다. 나와 우리 연이가 오늘 하루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배를 곯지 않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밥을 지어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크고 위대한 하늘의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그는 결코 욕심에 눈이 멀어 두 번, 세 번 방망이를 더 내리치며 곳간을 채우려 들지 않았습니다. 그저 딱 한 번, 자신의 소박한 분수에 맞는 오늘 하루 치의 양식만을 얻는 것만으로도 그의 영혼은 완벽하게 충만해졌지요. 그는 허리춤에서 꺼낸 낡은 자루에 바위 위의 쌀을 단 한 톨도 남김없이 조심스레 쓸어 담고는, 신비한 힘을 가진 방망이를 품속 가장 깊은 곳에 단단히 간직했습니다.

    돌석이 동굴 밖을 나서자 비 갠 뒤의 상쾌한 산 공기가 그의 뺨을 어루만졌습니다. 이제 돌석의 삶은 예전처럼 내일 당장 입에 풀칠할 걱정에 피눈물 나는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처럼 벼락부자가 되어 갑부의 사치와 향락을 누리지도 않는, 기이하고도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묵묵히 걸어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법의 무한한 힘에 기대어 쾌락의 노예로 전락하는 길이 아니라, 세상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요술 방망이의 절대적인 힘조차 자신의 굳건한 절제력과 소박한 일상의 테두리 안으로 완벽하게 복속시켜버리는, 인간으로서 내디딜 수 있는 참으로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첫걸음이었습니다.

    ※ 7단계 B 이야기(감정 줄거리)

    도깨비 동굴을 뒤로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을 내려온 돌석이 마침내 초가집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자, 추위에 떨며 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리던 연이가 맨발로 뛰어나와 그를 맞이했습니다. 돌석이 품에 가득 안고 온, 티끌 하나 없이 새하얗고 윤기가 흐르는 쌀 한 되를 본 연이의 두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커다랗게 휘둥그레졌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칼바람이 부는 거리를 홀로 떠돌며, 남들이 먹다 버린 쉰내 나는 동냥밥조차 구하지 못해 생사를 오가던 그녀에게, 당장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는 뽀얀 쌀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기적과도 같았습니다.

    돌석은 곧장 부엌으로 들어가 꽁꽁 언 손으로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피고 가마솥에 쌀을 안쳤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솥뚜껑 틈새로 모락모락 뿜어져 나오는 하얀 김과 함께 갓 지어낸 쌀밥의 구수하고 달콤한 냄새가 비좁고 찬바람이 스며드는 초가집 안을 가득 채우자, 두 사람의 꽁꽁 얼어붙었던 얼굴에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벅차고 따뜻한 미소가 번져갔습니다. 돌석은 주걱으로 솥바닥까지 싹싹 긁어 주발 위로 수북하게 고봉밥을 꾹꾹 눌러 담은 뒤, 가장 따뜻한 아랫목에 앉은 연이의 앞으로 슥 밀어주며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자, 이제 눈치 보지 말고 배가 부를 때까지 마음껏 양껏 먹어라. 이제 매일 아침마다 우리 연이에게 이렇게 따뜻하고 흰쌀밥을 배불리 먹게 해줄 터이니, 다시는 굶주림에 뱃가죽을 부여잡고 눈물 흘릴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어서 한술 크게 떠보아라."

    연이는 숟가락을 들기도 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한 숟갈을 입에 넣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온기에 목이 메어 굵고 뜨거운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찢어질 듯한 배고픔이 달래지는 육체적인 생존의 기쁨이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홀로 버려진 쓰레기 취급을 받던 자신이, 난생처음으로 자신을 가족처럼, 아니 친딸보다 더 귀하게 아끼고 보살펴주는 든든한 태산 같은 울타리를 만났다는 영혼 밑바닥에서부터 솟구치는 벅찬 감격이었습니다.

    "아저씨... 아니, 아버님. 보잘것없는 저를 거두어주신 이 바다보다 넓고 크나큰 은혜를 미천한 제가 어찌 다 갚으리오. 제 이 썩어빠질 뼈가 가루로 부서지고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평생 아버님의 그림자가 되어 모시고 이 깊은 은혜를 갚으며 살겠사옵니다."

    연이는 방바닥에 넙죽 엎드려 큰절을 올리며, 흐느끼고 목메인 소리로 하늘을 향해 굳게 맹세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완벽한 남남이었지만, 그날 밤 가마솥의 따뜻한 온기와 흰쌀밥을 나누어 먹으며 두 사람은 세상 그 어느 피를 나눈 혈육보다도 끈끈하고 진득한,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깊은 정을 맺게 되었습니다. 돌석의 묵직한 탐욕에 대한 절제가 가져다준 이 소박한 마법은, 단순히 가난한 자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수단을 넘어 상처받고 짓밟힌 한 소녀의 마음을 완벽하게 치유하고 진정한 가족의 사랑을 피워내는, 세상에서 가장 거룩하고 눈부신 밥상으로 숭고하게 승화되고 있었습니다.

    ※ 8단계 재미 구간(볼거리·핵심 장면들)

    그날 이후, 돌석의 아침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변함없이 항상 똑같은 경건한 일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동쪽 하늘이 밝아오며 수탉이 울면, 돌석은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품속 깊이 간직해둔 낡은 도깨비 방망이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부엌 아궁이 앞 평평한 돌 위에 대고 '탁' 하고 경쾌하게 딱 한 번 두드려, 그날 하루 세 끼를 지어 먹고 조금 남을 분량의 쌀 한 되만을 얻어냈습니다. 당장이라도 금괴를 쏟아내어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수십 채 짓고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건만, 그의 굳은 의지는 바위와 같아서 결코 두 번 내리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예전과 다름없이 낡은 지게를 메고 가파른 산으로 올라가 이마에 구슬땀을 뻘뻘 흘리며 정직하게 나무를 팼습니다.

    이 놀랍고도 기막힌 소문이 발 없는 말이 되어 온 동네에 쫙 퍼지자, 사람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돌석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비웃고 조롱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저 답답하고 미련한 상바보 천치 같으니라고! 금 나와라 뚝딱 한 번이면 평생 손에 흙 묻히지 않고 천하의 갑부로 떵떵거릴 텐데, 고작 쌀 한 되라니! 내게 그 방망이를 단 하루만 쥐여주면 당장 한양에 대궐을 짓고 기생들을 수십 명 거느릴 텐데!"
    이웃들이 찾아와 가슴을 치며 답답해하고 혀를 차거나, 심지어 밤도둑처럼 방망이를 뺏으려 탐욕의 눈빛을 번뜩여도, 돌석은 그저 사람 좋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타일러 보낼 뿐이었습니다.

    대신 돌석은 방망이를 통해 얻은 쌀 덕분에 굳은 돈과, 매일매일 성실하게 나무를 팔아 모은 푼돈들을 허투루 쓰지 않고 부지런히 차곡차곡 모아 나갔습니다. 세월이 강물처럼 묵묵히 흐르며 돌석의 삶에는 그 어떤 마법보다도 놀라운 진짜 변화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일어났습니다. 내일 끼니를 걱정하지 않게 되자 돌석은 춘궁기에 굶어 죽어가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몰래 쌀을 퍼다 나누어주기 시작했고, 성실하고 정직한 나무꾼의 흠 없는 명성은 어느새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훌륭한 상인으로 이어졌습니다.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던 낡은 초가집은 돌석의 땀방울이 모여 어느새 비바람을 거뜬히 막아내는 튼튼하고 번듯한 오십 칸짜리 기와집으로 바뀌었고, 영양실조로 바싹 말랐던 거지 소녀 연이는 돌석의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지혜롭고 기품이 넘치며 미모가 빼어난 어여쁜 처녀로 훌쩍 성장했습니다. 요술 방망이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정직한 땀방울과 흔들림 없는 절제가 차곡차곡 쌓여 태산보다 더 거대하고 존경받는 부를 이룩해낸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그를 향해 바보라 비웃는 대신, '자신의 욕심을 완벽하게 다스려 하늘의 진정한 축복을 받은 이 시대의 진짜 부자'라 부르며 고개를 숙이고 우러러보게 되었습니다. 도깨비 방망이와 함께한 돌석의 십수 년은 헛된 마법에 찌든 타락이 아니라, 인간의 흔들림 없는 뚝심과 절제가 빚어낸 가장 눈부시고 아름다운 축복의 파노라마였습니다.

    ※ 9단계 중간 전환점(미드포인트)

    어느덧 무심한 세월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고 굴러, 산을 쩌렁쩌렁 울리던 굳센 나무꾼 돌석의 머리 위에도 하얀 겨울눈처럼 하얀 서리가 내려앉았습니다. 수십 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은 투철한 절제와 짐승 같은 성실함 덕분에, 그는 이제 강원도 일대뿐만 아니라 온 고을 백성들과 관아의 사또조차 고개를 숙이고 우러러보는 덕망 높고 거대한 부를 이룬 천하의 갑부 영감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의 웅장한 기와집 곳간에는 가을 내내 추수한 곡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사시사철 넘쳐났고, 축구장만큼 너른 마당에는 수십 명의 일꾼들이 땀을 흘리며 일하는 활기찬 숨소리가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막대한 부를 쌓고 산천을 호령할 듯 쩌렁쩌렁했던 그의 기력도,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순리 앞에서는 한낱 무력한 촛불에 불과했습니다. 뼈를 깎는 듯한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던 한겨울의 어느 칠흑 같은 밤, 며칠 전부터 가벼운 기침을 앓던 돌석 영감은 갑작스레 들이닥친 원인 모를 지독한 열병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붉은 화색이 돌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하게 굳어버렸고, 산짐승 같던 굵은 숨결은 거센 바람 앞의 가냘픈 촛불처럼 위태롭게 사그라들고 있었습니다. 온몸에 불덩이처럼 뜨거운 열이 오르내리며 의식을 잃었고, 그 웅장하고 거대하던 체구가 자리에 누워 손가락 하나 옴짝달싹 못 하는 참담한 신세가 된 것입니다.

    양아버지의 쓰러진 모습을 본 연이는 며칠 밤낮을 뜬눈으로 새우며, 전국의 용하다는 이름난 의원들을 모두 불러 모으고 금보다 귀하다는 온갖 귀한 탕약을 밤낮으로 달여 올렸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명의와 명약도 돌석의 맹렬한 병세를 호전시킬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우물물에 적신 물수건으로 돌석의 펄펄 끓어오르는 이마를 연신 닦아내던 연이의 두 눈에서는, 속절없는 슬픔의 뜨거운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 돌석의 주름진 뺨을 적셨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굶주렸던 거지 고아인 자신을 거두어 친딸보다 더 극진히 키워준 하늘 같은 은인의 생명이 사그라드는 것을 눈앞에서 그저 지켜보아야만 하는 무력한 현실은, 연이에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끔찍한 절망이었습니다.

    항상 일꾼들의 활기로 가득 차 있던 평온하고 거대했던 저택은 순식간에 무거운 정적에 휩싸였고, 오직 돌석의 거칠고 가쁜 숨소리만이 안방의 차가운 공기 위로 무겁게 가라앉고 있었습니다. 겉보기에는 세상의 모든 부귀영화와 평화를 완벽하게 이룬 듯했던 그들의 안온한 삶이, '죽음'이라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거대한 암초에 부딪혀 산산조각 날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것이 무너질 수 있는 뼈아픈 전환점이자, 탐욕의 그림자가 몰려오는 끔찍한 절망의 서막이 서서히, 그러나 잔인하게 오르고 있음을 알리는 서늘한 종소리였습니다.

    ※ 10단계 위기 압박(악재가 몰려옴)

    돌석 영감이 원인 모를 중병에 걸려 의식을 잃고 생사를 오간다는 소문이 차가운 겨울바람을 타고 고을 너머 이웃 고을까지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그러자 과거 돌석이 가난한 나무꾼 시절에는 길에서 마주쳐도 고개를 돌리며 멸시하고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던 먼 친척들과, 남의 재물에 눈먼 탐욕스러운 양반 무리들이 저택으로 시커멓게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산속에 쓰러져 죽어가는 짐승의 썩은 고기 냄새를 맡고 사방에서 떼 지어 몰려드는 굶주린 승냥이 떼나 까마귀 떼와 다를 바 없이 흉측하고 소름 끼치는 광경이었습니다.

    안방을 겹겹이 둘러싼 그들은 앓아누워 숨을 헐떡이는 돌석 영감의 안위나 병세에는 털끝만큼의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들의 시뻘겋게 충혈된 눈동자는 오로지 돌석이 평생을 피땀 흘려 모아둔 수만 석의 엄청난 재산과 곡식, 그리고 세상에 전설로만 떠돌며 사람들의 탐욕을 자극했던 그 신비한 마법의 물건, '도깨비 방망이'를 차지하려는 독기와 광기로만 가득 차 있었습니다.

    "어차피 핏줄 하나 섞이지 않은 늙은 영감탱이가 오늘내일하는 마당에, 근본도 없는 길거리 거지 출신 계집애 따위가 이 막대한 재산을 독차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 집안의 핏줄인 우리가 재산을 관리하는 것이 천하의 이치다! 당장 곳간의 모든 열쇠와 안방 어딘가에 숨겨둔 방망이를 내놓지 못할까!"

    탐욕에 이성이 마비된 친척들은 거드름을 피우며 연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댔고, 입에 담기조차 힘든 온갖 모욕적인 폭언과 쌍욕을 쉴 새 없이 퍼부어댔습니다. 급기야 그들은 돌석이 누워있는 안방 문을 억지로 부수고 들어가기 위해 억지를 부리며, 장정들을 동원해 연이를 밀쳐내는 폭력을 행사하려 들었습니다. 연이는 가냘픈 여인의 몸이었지만, 양아버지를 지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안방 문 앞을 온몸으로 가로막고 서서, 독을 품은 하이에나 같은 무리들을 향해 피를 토하듯 처절하게 소리쳤습니다.

    "아버님께서 아직 따뜻한 숨을 쉬고 계시거늘,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금수만도 못한 이런 패륜을 저지르려 하십니까! 제 목숨이 붙어있는 한, 아버님의 피땀과 눈물이 서린 이 집의 기와 한 장, 물건 하나에도 절대 그 더러운 손가락 하나 대지 못할 것입니다! 당장 물러가십시오!"

    하지만 눈앞의 거대한 황금과 요술 방망이라는 욕망에 완전히 눈이 멀어 짐승처럼 돌변한 무리들의 폭압은 점점 더 거세고 잔인하게 연이의 숨통을 옥죄어 왔습니다. 저택의 마당은 금방이라도 피바람이 부는 폭동이 일어날 듯 험악한 살기로 가득 찼고, 무방비 상태로 홀로 버티는 연이와 숨이 멎어가는 돌석을 향해 닥쳐오는 어둡고 치명적인 위기의 그림자는 집안의 공기마저 턱턱 막히게 할 만큼 숨 가쁘고 잔인하게 그들을 향해 조여오고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을 위기, 돌석과 연이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었습니다.

    ※ 11단계 최악의 순간(모든 게 끝난 듯)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한 부와 요술 방망이를 향한 친척들의 탐욕은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끔찍한 광기로 변해갔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양아버지의 안방 문 앞을 온몸으로 핏발 서게 막아서며 짐승처럼 악을 쓰던 연이였지만, 홀로 가냘픈 여인의 힘으로 눈이 뒤집힌 억센 장정들의 무자비한 폭거를 끝까지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급기야 탐욕에 이성을 잃고 눈먼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먼 친척 뻘 사내가 독기 어린 눈짓을 하자, 소띠처럼 억센 어깨를 가진 깡패 장정 두 명이 짐승처럼 달려들어 연이의 머리채를 무자비하게 휘어잡았습니다. "이 독사 같고 근본 없는 거지년이 감히 누구 앞길을 막아! 네깟 년이 이 집안의 핏줄인 우리를 가로막을 자격이나 있단 말이냐!" 장정들은 비명을 지르는 연이를 바닥에 무참히 패대기치고는, 매서운 한겨울의 찬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차가운 흙마당 밖으로 그녀를 질질 끌고 나가 쓰레기처럼 내쫓아 버렸습니다.

    무겁고 거대한 대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버린 순간, 연이는 차가운 빗물과 상처에서 흐르는 피, 그리고 절망의 눈물이 엉망으로 범벅이 된 채 닫힌 문고리를 손톱이 빠지도록 쥐어뜯으며 처절하게 오열했습니다. 하지만 대문 안에서는 그녀의 비통하고 피 끓는 울음소리를 철저히 조롱하듯, 소름 끼치고 기괴한 환호성만이 터져 나왔습니다. 드디어 걸림돌을 치우고 안방으로 쳐들어간 무리들은 의식을 잃고 가래 끓는 숨을 위태롭게 몰아쉬는 돌석을 짐짝처럼 차가운 방바닥으로 밀쳐내고, 핏발 선 눈에 불을 켠 채 온 방 안의 가구와 병풍을 부수며 미친 듯이 난장판으로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안방 가장 깊숙한 벽장, 겹겹이 고이 싸인 낡은 비단보 안에서 그토록 그들이 혈안이 되어 찾던 낡고 손때 묻은 나무 방망이가 그들의 더러운 손아귀에 들어오고야 말았습니다.

    "크하하하! 드디어 찾았다! 하늘이 우리를 도우셨다! 이것이 바로 그 천하의 금은보화를 산처럼 쏟아낸다는 전설의 도깨비 방망이로구나! 그 미련하고 멍청한 늙은이는 이 귀한 물건으로 고작 쌀이나 축내며 헛살았지만, 우리는 이 방망이로 조선의 왕보다 더한 부귀영화를 누리며 천하를 호령할 것이다!"

    그들은 돌석이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마지막 숨을 헐떡이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방망이를 허공에 높이 치켜들며 광기에 찬 미친 웃음을 쉴 새 없이 터뜨렸습니다. 연이가 제 목숨보다 사랑하고 존경했던 양아버지의 모든 재산과 권리가 하루아침에 짐승만도 못한 자들의 손에 몽땅 넘어가 버렸고, 평생을 철저한 절제와 숭고한 선행으로 살아온 돌석의 아름답고 고결한 삶의 흔적들이 그들의 탐욕스러운 구둣발 아래 무참히 짓밟히고 처참하게 찢겨나갔습니다. 매서운 비바람이 몰아치고 뇌성벽력이 온 산천을 찢어버릴 듯 울부짖는 칠흑 같은 어둠 속, 의식을 잃고 싸늘하게 죽어가는 양아버지 곁으로 다가갈 수조차 없게 된 연이의 절망스러운 통곡 소리만이 차가운 빗소리에 묻혀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세상의 모든 따뜻한 빛과 희망이 영원히 꺼져버리고, 완벽한 파멸과 죽음만이 이 저택을 무겁게 짓누르는 듯한, 참담하고도 끔찍한 최악의 순간이었습니다.

    ※ 12단계 영혼의 밤(깊은 절망)

    문전박대를 당한 채 뼛속까지 시려오는 차가운 겨울 빗물과 더러운 진흙투성이가 된 마당에 맥없이 엎어진 연이는, 온몸의 살점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듯한 비통함 속에서 진흙 바닥을 두 주먹으로 내리치며 처절하게 오열했습니다.

    '하늘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어찌하여 세상 그 누구보다 선량하고 자애로우시며, 평생 자신을 희생하여 남을 위해 베풀기만 하신 우리 아버님께 이토록 잔인하고 끔찍한 시련을 내리시나이까! 차라리 십수 년 전 길바닥에서 굶어 죽어 마땅했던 이 미천하고 더러운 제 목숨을 당장 거두어 가시고, 제발 우리 아버님의 따뜻한 숨결을 돌려주시옵소서! 제 모든 것을 제물로 바치겠사오니 부디 아버님만은 살려주시옵소서!'

    그녀는 빗물 웅덩이에 이마를 쾅쾅 찧어 붉은 피가 이마를 타고 턱까지 흘러내리도록 밤하늘을 우러러보며, 산신령과 천지신명에게 애가 타도록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그것은 극한의 슬픔과 모든 것을 잃은 무력감 속에서 자신의 목숨과 영혼마저 모두 내던진, 이 세상에서 가장 뼈저리고 거룩한 영혼의 외침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가장 깊은 절망과 간절한 기도의 끝자락에서 믿을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빗속에서 조용히 벌어졌습니다. 연이가 엎드려 피눈물을 흘리던 빗물에 씻겨나간 마당 구석, 오래되고 거대한 바위틈 사이에서 평소에는 한 번도 보이지 않던 기이하고 낯선 약초 하나가 불쑥 잎을 드러냈습니다. 그 약초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비 속에서도 은은하고 신비로운 푸른빛을 스스로 뿜어내며 넋이 나간 연이의 시선을 강렬하게 사로잡았습니다. 그것은 백 년에 한 번 날까 말까 하며, 자식의 지극한 효심과 희생이 하늘의 옥황상제에게 닿아야만 비로소 세상에 고귀한 모습을 드러낸다는, 죽은 사람의 숨결도 단숨에 살려낸다는 회생의 영약인 전설 속의 산삼 뿌리였습니다.

    한편, 폭우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마당 밖의 풍경과 달리, 굳게 닫힌 안방 안에서는 탐욕에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무리들이 도깨비 방망이를 방바닥에 거칠고 탐욕스럽게 번갈아 내리치며 귀가 찢어질 듯 악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 바보 같고 미련한 영감탱이는 이 위대한 물건을 손에 쥐고도 멍청하게 고작 쌀 한 되나 얻어먹었지만, 우리는 다르다! 당장 나와라! 눈이 멀어버릴 만큼 번쩍이는 금괴 수만 냥과, 은을 가득 실은 수레 백 대를 지금 당장 이 방 안을 가득 채울 만큼 산처럼 쏟아내라, 뚝딱! 청나라 황제가 부럽지 않은 보물들을 내놓아라, 뚝딱!"
    자신들의 흉악하고 끝없는 더러운 욕망을 한순간에 모두 채우려는 듯, 입에 허연 거품을 물고 발악하며 눈을 번뜩이는 그들의 일그러진 얼굴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닌 지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온 굶주린 아귀의 흉측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극한의 절망이라는 캄캄한 나락에서 한 줄기 희망의 푸른 빛을 마침내 발견한 연이와, 부질없는 물욕의 나락으로 스스로 미친 듯이 걸어 들어가는 어리석은 무리들의 운명이 가장 극명하고 섬뜩하게 엇갈리는, 참으로 길고 어둡고도 장엄한 영혼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 13단계 3막 진입(다시 일어섬)

    미쳐버린 친척들이 입에 거품을 물고 핏대를 세우며 "금 나와라 뚝딱!"을 탐욕스럽게 부르짖고 방망이를 무자비하게 내리친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들이 상상했던 찬란하고 눈부신 금괴의 산 대신, 그들의 헛된 기대와는 전혀 다른 지옥 같은 끔찍한 일들이 안방에서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방망이 끝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영롱한 황금이 아니라, 순식간에 안방 전체를 집어삼킬 듯 짙고 매캐하며 유황 썩은 악취가 진동하는 시커먼 연기와, 고막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천둥 같은 굉음이었습니다.

    "우르릉 쾅쾅!" 하는 집을 무너뜨릴 듯한 뇌성벽력과 함께 기괴하고 시퍼런 연기 속에서, 수십 년 전 돌석이 산속 비구름을 피하던 동굴에서 숨죽여 보았던 바로 그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뿔 달린 도깨비가 튀어나왔습니다. 도깨비의 두 눈은 억눌렀던 분노와 살기로 시뻘겋게 불타오르고 있었고, 입에서는 뜨거운 불길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이 더럽고 썩은 내 나는 벌레 같은 인간 놈들아! 욕심을 비우고 티 없이 맑은 절제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진 자만이 쓸 수 있는 이 신성한 방망이를, 어디서 감히 그 역겨운 탐욕으로 훔쳐 내 소중한 친구를 쫓아내고 함부로 휘두르느냐! 네놈들의 뼛속 깊은 곳까지 새카맣게 밴 그 역겹고 추악한 욕심을 내가 오늘 직접 갈기갈기 찢어 지옥의 고통으로 벌해주마!"

    산천을 쩌렁쩌렁 흔드는 호통과 함께 거대한 도깨비가 집채만 한 가시 철퇴를 무자비하게 허공에 휘두르자, 방 안에 그들이 쌓아두었던 모든 귀중품과 돈다발들이 순식간에 소름 끼치고 징그러운 독사 떼와 맹독을 품은 시뻘건 왕지네 떼로 변하여 무리들의 몸을 타고 미친 듯이 기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방망이를 쥐고 있던 우두머리는 바지에 오줌을 지리며 기겁을 했고, 혼비백산한 친척들은 살이 찢기는 비명을 지르며 서로를 짓밟고 밀치다 안방의 문살을 뚫고 밖으로 튕겨 나갔습니다. 그들은 차가운 밤의 어둠 속으로 거품을 물며 뿔뿔이 흩어져 쥐새끼처럼 비참하게 달아나 버렸습니다.

    탐욕의 무리들이 공포와 절망에 질려 썰물처럼 휩쓸려나간 바로 그 찰나, 차가운 비바람을 뚫고 굳게 닫혔던 대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연이가 비틀거리며 마당을 가로질러 안방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진흙과 빗물로 엉망진창이 된 그녀의 두 손에는 하늘이 내린 신비하게 빛나는 푸른빛의 약초가 으스러질 듯 꽉 움켜쥐어져 있었습니다. 모진 폭행과 문전박대를 당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지만, 오직 쓰러진 아버지를 내 손으로 기필코 살리겠다는 지극한 일념 하나로 깊은 절망의 늪을 단숨에 딛고 일어선 그녀의 흔들림 없는 맑은 눈빛은, 그 어떤 장수의 맹렬한 무기보다도 결연하고 강인하게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무자비한 도깨비의 심판으로 집안을 흉흉하게 뒤덮었던 탐욕의 검은 구름이 한순간에 걷히고, 지극한 효심이 회생의 불씨를 품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가장 새롭고 벅찬 구원의 3막이 장엄하게 문을 여는 순간이었습니다.

    ※ 14단계 결말(클라이맥스 해결)

    공포에 혼비백산하여 도망친 탐욕의 무리들이 남긴 처참한 난장판 속에서, 연이는 차가운 방바닥에 쓰러져 숨조차 가누지 못하는 돌석을 부둥켜안고 떨리는 손으로 급히 약초를 짓이기기 시작했습니다. 돌보다 단단한 약초를 짓이기느라 그녀의 손끝에서는 피가 배어 나왔고, 두 뺨을 타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린 따뜻하고 간절한 눈물 방울방울이 신비로운 산삼의 진액과 섞여,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생명의 탕약으로 빚어지고 있었습니다. 연이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의식 없는 돌석의 창백하게 말라붙은 입술을 조심스레 벌리고, 그 영험한 탕약을 한 방울, 두 방울 천천히 정성을 다해 흘려 넣었습니다.

    그러자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믿기 힘든 벅찬 기적이 두 사람의 눈앞에서 서서히 펼쳐졌습니다. 신비한 탕약이 돌석의 메마른 목을 타고 혈관으로 스며 내려가자마자, 차갑게 굳어가며 잿빛으로 변하던 돌석의 파리한 얼굴에 붉고 따뜻한 생기가 봄날의 벚꽃이 피어나듯 찬란하게 돌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멈출 듯 가늘고 희미했던 심장 박동이 다시 쿵쾅쿵쾅 젊은 청년의 그것처럼 힘차게 고동치기 시작했습니다. 잠시 후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막혔던 거친 숨을 시원하게 토해내며 번쩍 두 눈을 뜬 돌석은, 죽어가던 무기력한 늙은 노인이 아니라 병들기 전보다 오히려 더 건강하고 꼿꼿해진 호랑이 같은 기운으로 훌훌 털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끔찍한 죽음의 문턱을 넘어 완벽하게 회춘한 양아버지를 보며, 연이는 그동안 억눌렀던 감정을 모두 터뜨리며 오열하고 그의 넓고 따뜻한 품에 와락 안겼습니다. 돌석 역시 뜨거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며 살아 돌아온 딸의 등을 토닥였습니다.

    그 경이롭고 눈물겨운 광경을 방 한구석에서 묵묵히 지켜보던 거대한 도깨비. 방금 전까지 무리들을 향해 살기를 뿜어내며 철퇴를 휘두르던 그 무섭고 흉측했던 얼굴은, 어느새 이른 봄바람처럼 따뜻하고 자애로운, 속 깊고 다정한 오랜 친구의 미소로 완전히 바뀌어 있었습니다.
    "허허허. 참으로 어리석고 흉악하면서도, 동시에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이 바로 인간들이로다. 천하를 덮을 금산은산의 거대한 유혹 앞에서도 단 한 번 굴하지 않고, 평생을 쌀 한 되의 절제와 나눔으로 살아온 네놈의 그 맑은 심성과, 제 목숨을 진흙탕에 내던져서라도 키워준 은혜를 갚으려는 이 어여쁜 처자의 갸륵하고 숭고한 효심이 끝내 얼어붙은 하늘을 감동시켰구나. 명심하거라. 이 방망이는 욕심이 없고 나눌 줄 아는 자에게는 진정한 생명과 축복을 내리는 성물이지만,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탐욕에 찌든 자에게는 스스로를 베는 칼이 되어 파멸과 죽음을 내리는 무서운 물건이니라. 이제 이 방망이는 너희 집안의 흔들림 없는 영원한 수호신이 될 것이며, 앞으로 그 누구도 감히 너희의 고결한 평화를 빼앗지 못할 것이다."

    도깨비는 돌석과 연이를 향해 존경과 찬사를 담아 깊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심 어린 축복을 내린 뒤, 산천의 비구름을 걷어내는 한바탕 호탕한 웃음소리를 남기고 새벽안개 속으로 한 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저택을 유린하던 모든 더러운 탐욕과 갈등이 겨울눈 녹듯 거짓말처럼 완벽하게 씻겨나가고, 평생을 바친 정직함과 피보다 진한 진실한 사랑이 마침내 완벽한 구원과 흔들림 없는 영원한 축복으로 완성되는, 눈부시고도 가슴 벅찬 클라이맥스의 해결이었습니다.

    ※ 15단계 마지막 장면(파이널 이미지)

    탐욕과 광기의 폭풍우가 한바탕 무서운 악몽처럼 휩쓸고 지나간 다음 날 아침, 언제 그런 비바람이 불었냐는 듯 돌석의 웅장한 기와집 저택 위로 구름 한 점 없이 티 없고 찬란한 황금빛 아침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넓은 마당에는 간밤에 도망쳤던 일꾼들이 다시 돌아와 마당을 쓸며 평소와 다름없는 활기찬 웃음소리와 경쾌한 빗자루질 소리가 기분 좋게 저택을 채우고 울려 퍼졌습니다.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회춘하여 젊은 시절 굳센 나무꾼의 호랑이 같은 당당한 기력을 완벽히 되찾은 돌석은, 대청마루에 여유롭게 앉아 상쾌하고 맑은 산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셨습니다. 그의 곁에는 그 모진 시련과 고통의 밤을 훌륭하게 이겨내고, 한층 더 성숙하고 범접할 수 없는 기품을 지닌 저택의 든든한 안주인으로 거듭난 연이가 다가왔습니다. 그녀의 손에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눈처럼 하얀 쌀밥 한 그릇과, 산에서 캔 소박한 나물 반찬이 놓인 소반이 다정하고 정갈하게 들려 있었습니다.

    수만 석의 재산을 가지고 산해진미를 매끼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차릴 수 있는 막대한 부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아침 햇살이 비치는 툇마루에 마주 앉아 나누는 아침 식사는, 수십 년 전 매서운 겨울바람에 굶주림에 떨며 비좁은 초가집 아궁이 앞에서 처음 밥을 나누어 먹었던 그때의 밥상처럼 한없이 소박하고 정갈하기만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했던 시절의 따뜻한 초심을 단 한 번도 잃지 않은 그들의 티 없이 맑은 모습은, 그 자체로 세상에서 가장 경건하고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그리고 어젯밤 끔찍한 탐욕의 난장판이 벌어졌던 안방의 가장 높고 고결한 시렁 위에는, 이제 그 누구도 더 많은 재물을 원하며 허황된 욕심으로 거칠게 두드리지 않는 낡고 반질반질한 도깨비 방망이가 아침 햇살을 듬뿍 받으며 고요하고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스스로의 끝없는 욕망을 멈추고 뼈를 깎는 인내로 절제할 줄 아는 법을 아는 자만이 진정한 마법의 위대한 주인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하듯, 돌석과 연이의 얼굴에는 세상 그 어떤 눈부신 금은보화로도 절대 살 수 없는 완벽한 평온과 흔들림 없는 깊은 행복이 깃들어 있었습니다.

    평생에 단 한 번 찾아오는 무한한 부의 달콤한 유혹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오직 '하루 쌀 한 되'만을 구하며 정직하게 땀 흘렸던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무꾼. 그의 위대하고도 바위 같은 뚝심과 절제가 빚어낸, 결코 무너지지 않는 숭고한 사랑과 영원한 평화가 깃든 이 저택의 고요한 아침 풍경은, 탐욕에 찌든 세상을 향해 울리는 조용하지만 그 무엇보다 강력한 경종이자, 참으로 눈부시고도 벅찬 감동을 선사하는 이 위대한 이야기의 영원한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250자 내외)

    금은보화의 유혹 앞에서도 하루 쌀 한 되의 절제를 지켜낸 나무꾼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진짜 도깨비 방망이는 황금을 쏟아내는 요술이 아니라, 내 안의 욕심을 다스릴 줄 아는 맑고 따뜻한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한 울림이 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알림 설정 꾹 눌러주세요! 다음 시간에도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재미있고 신비로운 옛날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편안하고 따뜻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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