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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만에 다리를 놓은 도깨비, ‘귀교’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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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거대한 다리를, 단 하룻밤 만에 만들어낼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인간의 간절함에 응답한 것일까요, 아니면 위험한 내기였을까요? 신비한 도깨비들이 남긴 흔적, 전설 속의 다리 '귀교'에 얽힌 기묘한 이야기입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매년 궂은 비만 내리면 거친 물살에 길이 끊겨 수많은 백성이 고통받던 어느 고을. 새로 부임한 사또의 깊은 시름에 응답한 것은 다름 아닌 도깨비의 왕이었습니다. 하룻밤 안에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도깨비의 제안, 그리고 그 대가로 가장 소중한 것을 내놓아야 하는 사또. 인간의 지혜와 도깨비의 신비한 힘이 맞부딪치는 흥미진진한 전설 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 근심의 강, 백성의 눈물
아주 먼 옛날, 삼남의 어느 고을에는 백성들의 큰 근심거리인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비단처럼 잔잔하고 고요한 강이었지만, 하늘이 심술을 부려 장대비라도 쏟아지는 여름철이 되면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산과 계곡의 물이 한데 모여 성난 황소처럼 거친 물살을 일으키며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포효했지요. 강폭은 어찌나 넓고 물살은 또 어찌나 거셌던지, 웬만한 나룻배로는 감히 강을 건널 엄두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이 강 때문에 마을은 둘로 나뉘었고, 강 이편과 저편의 사람들은 지척에 가족을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생이별을 겪어야만 했습니다. 장이 열려도 물건을 내다 팔지 못해 애써 지은 농사를 썩히기 일쑤였고, 갑자기 병이라도 나면 의원을 부르러 갈 수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 허망하게 목숨을 잃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억수 같은 비가 쏟아지는 밤이면, 강물은 어느새 제 몸을 불려 마을까지 덮치곤 했습니다. 한 해 농사를 지은 논밭이 속절없이 물에 잠기고, 집과 가재도구를 잃은 백성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 주저앉아 하늘을 원망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물난리에 백성들의 시름은 강물처럼 깊어만 갔습니다. "에고, 이놈의 강 때문에 올해도 다 틀렸구먼.", "건너편에 시집간 딸내미 얼굴 본 지가 언젠지… 비만 오면 길이 끊기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마을 사람들의 한숨 소리는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바로 그때, 이 고을에 새로운 원님이 부임해 왔습니다. 그는 청렴하고 지혜로울 뿐만 아니라, 백성을 제 몸처럼 아끼는 마음이 남다른 인물이었습니다. 부임 첫날부터 고을을 두루 살핀 원님은, 이 강이 백성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고 있는지를 직접 보고 듣게 되었습니다. 그는 강가에 서서 성난 듯 흘러가는 흙탕물을 바라보며 깊은 시름에 잠겼습니다. '어찌하면 이 강을 다스려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을까. 튼튼한 다리 하나만 있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터인데…' 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강의 모습은 실로 절망적이었습니다. 당시의 기술로는 도저히 다리를 놓을 수 없을 만큼 강폭이 넓고, 물살이 세었기 때문입니다. 나라에 상소문을 올려 지원을 요청해 보았지만, 막대한 비용과 공사의 어려움 때문에 번번이 거절당하기만 했습니다. 원님은 밤낮으로 강가에 나와 고뇌에 잠겼습니다.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주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에 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했지요. 그는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고, 잠을 이루지 못해 나날이 수척해져 갔습니다. 그런 원님의 모습을 지켜보는 백성들 역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우리 원님, 백성들 걱정에 몸이 상하시겠네.", "저렇게 어진 분이 우리 고을에 오셨는데, 저놈의 강이 원망스럽구나." 원님의 진심 어린 마음은 백성들에게 전해졌지만,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는 그저 안타까운 한숨만 내쉴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원님은 또다시 잠 못 이루고 홀로 강가로 향했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거친 물소리만이 천지를 뒤흔드는 듯했습니다. 그는 빗줄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차오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나지막이 탄식했습니다. "하늘이시여, 어찌하여 이 고을 백성들에게 이리도 가혹한 시련을 내리시나이까. 부디 저에게 이 강을 다스릴 지혜와 힘을 주시옵소서. 이 백성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만 있다면, 이 한 몸 부서져도 여한이 없겠나이다." 그의 간절한 외침은 빗소리와 강물 소리에 섞여 허공으로 흩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원님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의 진심 어린 기도를 어둠 속에서 조용히 지켜보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 달빛 아래, 기이한 만남
원님의 간절한 탄식이 빗속에 스며들던 그 밤이 지나고, 며칠 뒤였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맑게 개었고, 성난 듯 날뛰던 강물도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 유유히 흐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님의 마음속 시름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습니다. 그는 그날 이후로 매일 밤, 달빛이 교교한 시간이 되면 홀로 강가로 나와 깊은 생각에 잠기곤 했습니다. 백성들의 고통을 덜어줄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자책과 안타까움 때문이었지요. 그날 밤도 원님은 커다란 바위 위에 걸터앉아, 달빛에 은빛으로 부서지는 강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방은 고요했고, 오직 풀벌레 소리와 잔잔한 물소리만이 그의 곁을 지킬 뿐이었습니다. '이 넓은 강에 다리를 놓는다는 것은 역시 허황된 꿈이란 말인가. 신통한 재주라도 부리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이겠지…'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는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그의 등 뒤, 짙은 어둠 속에서 난데없이 굵고 기이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밤늦도록 강가에서 무얼 그리 깊이 시름하고 계시오, 나리?" 그 목소리는 마치 커다란 솥뚜껑을 긁는 듯 쇳소리가 섞여 있었고, 사람의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섬뜩한 기운이 서려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원님이 홱 뒤를 돌아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짙은 어둠과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뿐이었지요. "뉘시오! 어둠 속에 숨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시오!" 원님이 호통을 쳤지만, 대답 대신 '껄껄'거리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만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나리를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소. 그저 매일 밤 이곳에서 한숨만 내쉬는 나리의 모습이 하도 딱하여 말을 걸어본 것뿐이오." 웃음소리가 그치자, 원님의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어둠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리더니, 그 속에서 거대한 형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는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클 정도로 키가 컸고, 머리에는 뿔이 돋아나 있었으며, 온몸은 붉은 털로 뒤덮여 있었습니다. 번개처럼 번뜩이는 눈과 쩍 찢어진 입은 영락없는 도깨비의 모습이었습니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 자리에서 기절초풍했겠지만, 원님은 담력이 두둑하고 마음이 곧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허리춤의 칼자루를 굳게 잡은 채 당당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요사스러운 도깨비가 어찌하여 내 앞에 나타난 것이냐?" 그러자 도깨비는 껄껄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나는 이 산과 강을 다스리는 도깨비들의 왕, 비형(鼻荊)이라 하오. 나리께서 매일 밤 이 강을 보며 탄식하는 소리를 내가 들었소이다. 백성을 위하는 그 마음이 하도 갸륵하여, 내가 직접 그 근심을 덜어주고자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오." 도깨비의 왕, 비형. 그의 말은 거만했지만, 이상하게도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원님은 칼자루를 잡았던 손의 힘을 풀고, 침착하게 물었습니다. "내 근심을 덜어주겠다니, 그것이 무슨 말이냐? 네가 이 넓은 강에 다리라도 놓아주겠다는 것이냐?" 원님의 말은 반은 믿지 못하고, 반은 실낱같은 희망을 담은 질문이었습니다. 그러자 도깨비 왕 비형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소. 나리와 내 백성, 아니 도깨비들에게는 이까짓 강에 다리 하나 놓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쉬운 일이오. 하룻밤, 아니 반나절만에도 능히 가능한 일이지." 그의 호언장담에 원님은 순간 할 말을 잃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몇 년, 아니 몇십 년이 걸려도 불가능한 일을 하룻밤 만에 해치울 수 있다니. 그것은 실로 믿기 어려운,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원님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도깨비 왕은 다시 한번 껄껄 웃으며 말을 이었습니다. "허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내가 나리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신, 나리께서도 나의 소원 하나를 들어주셔야겠소." 그 말에 원님의 얼굴에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도깨비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섣불리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달빛 아래, 인간 세상의 원님과 도깨비들의 왕은 그렇게 서로를 마주한 채, 기묘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 위험한 약조, 운명을 건 내기
도깨비 왕 비형의 입에서 '소원'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원님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옛이야기 속 도깨비들은 인간에게 짓궂은 장난을 치거나, 때로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존재로 그려지곤 했습니다. 혹시 이 도깨비가 자신의 목숨이나, 혹은 그보다 더한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 원님은 잠시 숨을 고르며, 눈앞의 도깨비를 차분히 관찰했습니다. 그의 눈은 번뜩였지만 간사함은 없었고, 그의 태도는 거만했지만 사악함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원님은 마음을 굳히고 입을 열었습니다. "좋다. 너의 소원이 무엇인지 먼저 들어보겠다. 터무니없는 것이라면 이 이야기는 없던 것으로 하겠다." 그러자 도깨비 왕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역시 나리께서는 보통 담량을 가진 분이 아니시구려. 좋습니다. 제 소원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오. 다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제게 주시면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원님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그 말은 너무나도 막연하고 추상적이었습니다. 금은보화를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절세미인을 말하는 것인가. 원님이 그 뜻을 되묻자, 도깨비 왕은 껄껄 웃으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그런 시시한 것들이 아닙니다. 금은보화는 우리 도깨비 나라에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아름다운 여인 또한 제게는 의미가 없지요. 제가 말하는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나리께서 이 고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시는 바로 그것입니다." 그제야 원님은 도깨비의 속내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자신의 지혜와 안목을 시험하는 일종의 내기였던 것입니다. 만약 자신이 하찮은 것을 골라준다면 도깨비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너무 귀한 것을 섣불리 약속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원님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 고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그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고을 뒷산의 기암괴석, 관아 뜰에 핀 모란꽃, 심지어는 자신의 어린 아들의 해맑은 웃음까지.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가장 아름답다'고 확신하며 도깨비에게 내어줄 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원님의 뇌리를 번개처럼 스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지혜'였습니다. 그는 무릎을 탁 치며, 결심한 듯 도깨비 왕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좋다! 너희 도깨비들이 약속대로 하룻밤 만에 이 강에 다리를 놓는다면, 나 역시 약속대로 이 고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너에게 주겠다." "오호, 그게 무엇인지 미리 알려줄 수는 없겠소?" 도깨비 왕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습니다. 원님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다리가 완성된 후에야 알게 될 것이다. 미리 알면 재미가 없지 않겠느냐. 다만, 내가 약속하건대, 그것은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도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 될 것이다." 원님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도깨비 왕은 오히려 흥미가 동했습니다. 그는 원님의 지혜를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좋습니다! 나리의 그 배짱이 마음에 드는군요. 그렇다면 내일 밤, 해가 지고 닭이 울기 전까지 이 강에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튼튼한 돌다리를 놓아드리겠습니다. 만약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나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깨끗하게 물러나지요. 허나, 만약 우리가 다리를 완성한다면, 나리께서는 제게 '가장 아름다운 것'을 주셔야 합니다. 약속을 어길 시에는, 나리의 목숨을 가져갈 것입니다." 도깨비 왕의 마지막 말은 섬뜩했지만, 원님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좋다. 나 역시 목숨을 걸고 약속하겠다." 그렇게 인간과 도깨비의 기묘하고도 위험한 약조가 맺어졌습니다. 달빛 아래, 두 존재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원님은 백성의 숙원을 풀 수 있다는 희망에, 그리고 도깨비 왕은 인간의 지혜를 시험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과연 이 운명을 건 내기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그날 밤, 원님은 관아로 돌아와 밤이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의 손에는 이미 비장의 무기가 쥐어져 있었습니다.
※ 천지를 뒤흔드는 도깨비의 역사(役事)
인간과 도깨비의 위험한 약조가 맺어진 다음 날 밤. 해가 서산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마지막 노을빛마저 어둠에 삼켜지자 세상은 짙은 먹물을 풀어놓은 듯 고요한 정적에 휩싸였습니다. 고을 사람들은 모두 고된 하루를 마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오직 원님만이 관아의 가장 높은 누각에 올라 초조하게 강가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의 손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작은 복주머니 하나가 굳게 쥐어져 있었지요. 바로 그 시각, 아무도 없는 캄캄한 강가에서는 실로 기이하고 경이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약속이나 한 듯, 어둠 속에서 수백, 수천의 도깨비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그들은 마치 땅속에서 솟아나고, 허공에서 나타난 듯 순식간에 강변을 가득 메웠습니다. 키가 장승만 한 도깨비, 절름발이 도깨비, 뿔이 하나만 달린 도깨비, 덩치는 작지만 야무져 보이는 꼬마 도깨비까지. 각양각색의 도깨비들이 모여 왁자지껄 떠들어대니, 고요하던 강변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한 장터처럼 변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우두머리, 도깨비 왕 비형이 거대한 바위 위에 우뚝 서서 천지를 향해 포효했습니다. "도깨비들아! 오늘 밤, 우리의 신통력을 저 어리석은 인간들에게 똑똑히 보여주자! 저 강줄기를 끊고, 산을 무너뜨려, 하늘에 닿을 다리를 만들어라!" 우두머리의 호령이 떨어지자, 도깨비들은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역사는 인간의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영차! 영차!" 기합 소리와 함께, 집채만 한 바위들이 종잇장처럼 가볍게 뽑혀 나왔습니다. 수십 명의 장정이 달라붙어도 꼼짝도 하지 않을 거대한 돌덩이들을, 도깨비들은 제각기 어깨에 메고, 머리에 이고 강으로 날랐습니다. 그들이 산을 오르내릴 때마다 땅이 '쿵, 쿵' 하고 울렸고, 마치 거대한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했습니다. 강가에 모인 도깨비들은 더욱 가관이었습니다. 어떤 도깨비들은 자신의 몸을 거대하게 부풀려 강물의 흐름을 바꾸는 댐 역할을 했고, 어떤 도깨비들은 입에서 불을 뿜어내 돌과 돌 사이를 단단하게 이어 붙였습니다. 그들의 망치질 한 번에 산이 울리고, 그들의 발걸음 한 번에 땅이 꺼질 듯했습니다. '우르르 쾅쾅! 쿵! 쿵! 촤아아악!' 거대한 바위가 물에 빠지는 소리, 돌을 깎고 다듬는 소리, 도깨비들의 기합 소리가 뒤섞여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듯한 굉음을 만들어냈습니다. 그 엄청난 광경을 멀리서 지켜보던 원님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습니다. 도깨비들의 힘은 실로 경이로웠습니다. 강의 양쪽에서 시작된 다리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강 중앙을 향해 뻗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마치 두 마리의 거대한 용이 서로를 향해 돌진하는 듯한 형상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원님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이대로라면 날이 밝기 전에, 아니 자정이 되기 전에도 다리가 완성될 것만 같았습니다. 도깨비 왕 비형은 다리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이따금씩 원님이 있는 누각 쪽을 쳐다보며 '껄껄' 하고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그 모습은 마치 '보아라, 인간의 지혜 따위는 우리의 신통력 앞에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자시(子時)가 지나고 축시(丑時)가 다가올 무렵, 마침내 다리는 중앙의 상판 하나만을 남겨두고 거의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저 마지막 돌 하나만 올리면, 도깨비들의 완벽한 승리로 내기가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도깨비들은 승리를 예감하며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기 시작했고, 도깨비 왕 비형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습니다. "자, 마지막 돌을 올려라! 그리고 저 원님에게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받아오너라!" 그 순간, 원님은 굳게 쥐고 있던 복주머니를 천천히 풀었습니다. 그의 표정은 초조함이 아닌, 모든 것을 각오한 자의 비장함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 지혜의 묘수, 새벽을 깨운 닭 울음소리
거대한 상판 돌이 수십 마리의 도깨비들에 의해 들려 올라가고, 다리의 마지막 빈 공간을 향해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정말 모든 것이 끝나기 직전의 순간. 누각 위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원님은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는 잠시 고향에 계신 늙은 노모와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만약 자신의 꾀가 통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목숨은 물론이고 고을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두려움보다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굳은 신념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는 다시 눈을 뜨고, 밤의 장막이 가장 짙게 깔린 동쪽 하늘을 향해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무언가를 입에 문 채, 온몸의 기운을 끌어모아 크게 숨을 들이마셨습니다. 그가 숨을 내뱉는 순간, 고요한 밤의 정적을 깨고 온 산천을 뒤흔드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꼬끼오! 꼬끼오오오오!" 그것은 실로 기묘하고도 생생한 닭의 울음소리였습니다. 잠결에 들으면 영락없이 새벽의 첫닭이 우는소리로 착각할 만큼, 맑고 우렁차게 퍼져나가는 소리였습니다. 한창 승리의 기쁨에 취해 춤을 추던 도깨비들의 움직임이 순간, '탁' 하고 멈췄습니다. 그들은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두리번거리며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습니다. "이, 이게 무슨 소리냐?", "벌써 닭이 울다니?", "아직 동쪽 하늘은 캄캄한데 어찌 된 일이지?" 도깨비들 사이에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도깨비는 본시 음(陰)의 기운을 타고난 존재라, 양(陽)의 기운이 샘솟는 새벽의 첫닭 울음소리를 들으면 힘을 잃고 모습을 감춰야만 하는 것이 그들의 법칙이었습니다. 그들의 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원님은 다시 한번 목청을 가다듬어 더욱 힘차게 닭 울음소리를 냈습니다. "꼬끼오오옥! 꼬끼오!" 이번에는 마치 온 마을의 닭들이 합창이라도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자 도깨비들은 그만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오직 '날이 밝았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다리의 마지막 상판을 들고 있던 도깨비들은 "에잇, 다 틀렸다!"고 소리치며 돌덩이를 그대로 강물 속으로 '풍덩!' 하고 던져버렸습니다. 다리를 만들던 다른 도깨비들 역시 "아이고, 날 샌다!", "어서 숨어야지!" 하며 우왕좌왕하다가, 연기처럼, 혹은 바람처럼 제각기 어둠 속으로 뿔뿔이 흩어져 사라져 버렸습니다. 도깨비 왕 비형만이 분노에 찬 얼굴로 누각 위의 원님을 노려보며 소리쳤습니다. "네, 네 이놈! 감히 네놈이 잔꾀를 부려 우리를 속였구나! 이건 무효다! 다시 내기를…" 하지만 그의 말은 채 끝나지 못했습니다. 저 멀리 동쪽 하늘 끝자락에서, 진짜 새벽의 여명이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진짜 새벽빛을 본 도깨비 왕은 "크아악!" 하는 분한 비명을 내지르며, 끝내 자신의 모습을 어둠 속으로 감추고 말았습니다. 천지를 뒤흔들던 소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강가에는 다시 깊은 정적이 찾아왔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원님은 지친 몸을 난간에 기댄 채, 텅 빈 강가를 내려다보았습니다. 그의 손에서는 교묘하게 닭의 소리를 흉내 낼 수 있도록 만든 대나무 피리, '죽관(竹管)'이 힘없이 떨어졌습니다. 그는 밤새 이어진 팽팽한 긴장감에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갔지만, 그의 입가에는 마침내 안도의 미소가 번지고 있었습니다.
※ 미완의 다리, 그곳에 남은 전설
마침내 진짜 새벽이 밝아오고, 아침 해가 떠오르자 마을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 하나둘씩 집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밤새 그들을 괴롭혔던 거친 강물 위로, 거대하고 웅장한 돌다리가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다리 한가운데가 한 뼘 정도 끊어져 있기는 했지만, 사람이 건너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는, 실로 기적과도 같은 다리였습니다. "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맙소사, 다리가 생겼어!", "하룻밤 만에 이런 다리가 생기다니, 하늘이 우리를 도우셨구나!"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닌가 하여 제 볼을 꼬집어 보다가, 이내 이것이 현실임을 깨닫고 다리 위로 달려 나와 서로를 부둥켜안고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다리 위를 뛰어다녔고, 노인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다릿돌을 어루만졌습니다. 온 마을은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그때, 원님이 백성들 앞에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원님을 보자마자 길을 열고 그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렸습니다. "원님! 감사합니다!", "원님 덕분에 이제 두 발 뻗고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님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간밤에 있었던 도깨비와의 기묘한 내기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원님의 지혜와 담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며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순진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원님, 그래서 도깨비에게 주기로 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었어요?" 그 질문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원님에게로 향했습니다. 원님은 빙그레 웃으며, 다리 위에서 기뻐하며 춤을 추는 사람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바로 저것이다."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원님을 바라보았습니다. 원님은 인자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습니다. "나는 도깨비에게 약속했다. 다리를 놓아주면 이 고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주겠노라고. 보거라, 다리가 생긴 것을 기뻐하며 저리도 행복하게 웃는 우리 백성들의 얼굴을. 굶주림과 이별의 고통에서 벗어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저들의 웃음소리를. 이 세상에 저 모습보다 더 아름답고 값진 것이 또 어디 있겠느냐." 원님의 말에, 사람들은 그 깊은 뜻을 깨닫고 다시 한번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백성을 사랑하는 원님의 마음이야말로, 도깨비의 신통력을 이긴 진정한 힘이었던 것입니다. 그 후, 사람들은 이 다리를 도깨비가 놓은 다리라 하여 '귀교(鬼橋)'라 불렀습니다. 다리 한가운데가 끊어진 것은, 원님의 꾀에 넘어간 도깨비들이 마지막 돌을 미처 놓지 못하고 도망쳤기 때문이라고 전해집니다. 이 다리 덕분에 고을 사람들은 더 이상 물난리를 걱정하지 않고, 강 이편과 저편을 자유롭게 오가며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귀교의 전설은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오며, 한 지도자의 지혜와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위대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오늘 '도깨비가 만든 다리, 귀교'의 전설, 재미있게 들으셨나요? 하룻밤 만에 다리를 놓은 도깨비의 신비한 힘도 놀랍지만, 그들을 물리친 것은 칼이나 군대가 아닌, 백성을 아끼는 한 사람의 지혜와 마음이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금은보화가 아닌,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이라는 교훈이 긴 여운을 남기네요. 시청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는 더욱 따뜻하고 신비한 이야기, "작고 귀여운 도깨비가 마을에 가져온 기적 같은 변화" 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다음 전설을 발굴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