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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도깨비불을 따라간 선비가 도깨비의 축복을 받다
태그:
#도깨비, #전래동화, #옛날이야기, #권선징악, #선비, #축복, #기이한만남, #유머, #교훈, #힐링, #즐거움, #심야괴담
후킹멘트:
어두컴컴한 밤길, 홀린 듯 따라간 도깨비불의 끝에는 놀라운 운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욕심 많고 심술궂은 옆집 영감과는 너무나 다른, 순박하고 마음 따뜻한 선비에게 찾아온 기상천외한 도깨비 이야기! 배꼽 빠지는 유머와 가슴 뭉클한 감동, 그리고 듣고 나면 복이 굴러들어올 것 같은 기분 좋은 이야기가 지금 시작됩니다! 잠 못 이루는 밤, 시니어들의 무료한 시간을 달래줄 최고의 선택!
디스크립션:
깊은 밤, 책 읽는 소리만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외딴 마을. 가난하지만 학문에 정진하는 선비는 밤늦도록 책을 놓지 못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선비의 눈앞에 푸르스름한 도깨비불이 아른거리기 시작합니다. 호기심에 이끌려 도깨비불을 따라 나선 선비는 숲 속 깊은 곳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 왁자지껄 잔치를 벌이는 도깨비들 틈에서 얼떨결에 하룻밤을 보내게 된 선비. 도깨비들과의 예측불허 만남 속에서 선비는 어떤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될까요? 그리고 그 만남은 선비의 인생에 어떤 놀라운 변화를 가져다줄까요? 구수한 입담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시니어 청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한밤중의 도깨비 이야기가 지금 펼쳐집니다!
※ 깊은 밤, 홀로 책을 읽는 가난한 선비, 신기한 도깨비불을 발견하다.
어스름한 달빛만이 창호지를 희미하게 비추는 깊은 밤, 여기는 충청북도 단양의 어느 작은 초가집입니다. 방 안에서는 낡은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지고 있었지요. 이 방의 주인은 서른을 갓 넘긴 가난한 선비, 김진사였습니다. 남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들었을 시각, 그는 닳아빠진 붓으로 책에 밑줄을 치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밤늦도록 학문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음… 옛 책에 이르기를, 마음이 곧 하늘의 이치이니, 부디 그 근본을 잃지 않도록 하라… 참으로 깊고 오묘한 뜻이로다.”
김진사는 책에서 눈을 떼고는 창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간간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밤의 고요함을 더해주고 있었지요. 가난한 살림에 등불 하나 제대로 켤 수 없어 희미한 달빛에 의지해 책을 읽다 보니 눈은 피로했지만, 학문에 대한 그의 열정만큼은 식을 줄을 몰랐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김진사의 시선이 문득 마당 한쪽으로 향했습니다. 어둠 속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희미하게 깜빡이고 있었던 겁니다. 처음에는 그저 반딧불이려니 생각했지만, 그 빛은 둥그런 모양을 하고 이리저리 떠다니는 것이, 영락없는 도깨비불이었습니다.
“어허… 이 밤중에 웬 도깨비불이 다 있나?”
마을 어귀에서나 가끔 보았다는 도깨비불을 자신의 집 마당에서 직접 보게 되니, 김진사는 신기하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두려움보다는 호기심이 앞섰지요. 워낙 기이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터라, 실제로 도깨비불을 마주하게 되니 그 실체를 한번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겁니다.
김진사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섰습니다. 그러자 푸른 도깨비불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 멈추어 있었습니다. 김진사가 발걸음을 옮기자, 도깨비불은 천천히 앞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꼭 길을 안내하는 것만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이것 참… 나를 따라오라는 것인가?”
김진사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으스스한 밤중에 도깨비불을 따라가는 것이 어찌 보면 무모한 짓일 수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왠지 모를 강한 이끌림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조용히 발걸음을 옮겨 도깨비불의 뒤를 따랐습니다.
도깨비불은 집 주변을 한 바퀴 빙 돌더니, 이윽고 마을 뒤편의 야트막한 언덕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김진사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도깨비불을 쫓아갔습니다. 숲 속으로 들어서자 주변은 더욱 어두워졌지만, 푸른 도깨비불만이 유일한 길잡이가 되어주었습니다.
한참을 걸어 들어갔을까요. 숲 속 깊은 곳에서 희미한 불빛과 함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며 악기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김진사는 발걸음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펼쳐진 광경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넓은 공터에는 수십 개의 도깨비불이 밤하늘의 별처럼 떠다니고 있었고, 그 아래에서는 키가 크고 험상궂게 생긴 도깨비들이 모여 흥겨운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덩실덩실 춤을 추는 도깨비, 술병을 기울이며 큰 소리로 웃는 도깨비, 신기한 악기를 연주하는 도깨비 등 그 모습은 인간 세상의 잔치와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풍겨져 나오는 기운만큼은 묘하게 남달랐습니다.
김진사는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보았습니다. 도깨비들의 익살스러운 몸짓과 엉뚱한 이야기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자신을 이곳까지 이끌었던 바로 그 푸른 도깨비불이 잔치 한가운데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자신을 초대하기라도 한 듯 말입니다.
※ 도깨비불을 따라 숲 속으로 들어간 선비, 흥겨운 도깨비 잔치에 얼떨결에 합류하다.
겁이 나기는 했지만, 이미 숲 속 깊숙이 들어온 터라 이대로 발길을 돌리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김진사는 큰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도깨비들이 벌이는 잔치 속으로 발을 들여놓았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흥겹게 떠들썩하던 도깨비들의 움직임이 일순간 멎었습니다. 모든 시선이 낯선 인간인 김진사에게로 향했지요.
키가 두 길은 족히 넘어 보이는 덩치 큰 도깨비부터, 험상궂은 얼굴에 날카로운 뿔을 가진 도깨비, 심지어 머리가 두 개 달린 기이한 도깨비까지… 각양각색의 도깨비들이 김진사를 뚫어지게 쳐다보자, 김진사는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애써 침착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무거운 정적을 깬 것은 잔치 한가운데서 가장 밝게 빛나던 푸른 도깨비불이었습니다. 그 불빛이 부드럽게 한 번 흔들리더니, 굵직하고 울림 있는 목소리가 김진사의 귓가에 들려왔습니다.
“인간이 어찌하여 이곳까지 왔느냐?”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그 푸른 도깨비불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도깨비불이 말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김진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초지종을 설명했습니다. 밤에 책을 읽다가 우연히 도깨비불을 보았고, 너무나 신기한 마음에 홀린 듯 따라오게 되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김진사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푸른 도깨비불은 다른 도깨비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이 인간은 우리를 해치러 온 것이 아닌 듯하다. 그저 호기심에 이끌려 온 순박한 선비로구나.”
푸른 도깨비불의 말에 다른 도깨비들도 경계심을 풀고 저마다 한마디씩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몇몇 도깨비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김진사를 쳐다보았지만, 대부분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습니다.
“허허, 인간 세상 이야기가 그리 재미지다고들 하던데, 이 선비에게 한 자락 들어보는 것이 어떻겠소?”
덩치 큰 도깨비 하나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도깨비들도 옳다구나 하며 진사에게 술잔을 권하기 시작했습니다.
얼떨결에 도깨비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된 김진사는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생각보다 순박하고 유쾌한 도깨비들의 모습에 점차 긴장을 풀기 시작했습니다. 도깨비들이 건네는 술은 인간 세상의 술과는 달리 달콤하면서도 톡 쏘는 독특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술잔이 몇 순배 돌고 이야기가 무르익는 사이, 김진사는 도깨비들의 삶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기보다는, 밤마다 이렇게 모여 흥겹게 잔치를 벌이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즐기는 순수한 존재들이었습니다. 다만, 인간들의 헛된 욕심과 못된 심보를 꿰뚫어보는 지혜를 가지고 있어, 간혹 심술궂은 인간들을 골탕 먹이기도 한다고 했습니다.
김진사는 자신의 가난한 삶과 학문에 대한 열정을 도깨비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밤늦도록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이 때로는 어리석어 보일 수도 있지만, 진심으로 학문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다는 그의 말에 도깨비들은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특히 푸른 도깨비불은 김진사의 이야기에 내내 귀 기울이며 이따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김진사의 겸손한 태도와 진심 어린 마음에 감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허허, 인간 세상에는 그대처럼 마음이 맑고 학문을 사랑하는 선비도 있구나.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오늘 또 한 번 깨닫게 되는군.”
밤은 점점 깊어갔지만, 도깨비들과 김진사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인간과 도깨비라는 서로 다른 존재였지만, 그들은 술잔을 나누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의 벽을 완전히 허물고 있었습니다. 김진사에게 이날 밤은 평생 잊지 못할 아주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 도깨비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선비, 도깨비들의 순수한 마음에 감탄하다.
술잔이 몇 순배 더 돌자, 낯설고 어색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김진사는 완전히 도깨비들의 잔치에 녹아들었습니다. 도깨비들은 처음 보는 인간 선비가 신기하고 재미있는지, 저마다 돌아가며 엉뚱한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지요. 뿔이 유난히 반짝이던 젊은 도깨비 하나가 불쑥 물었습니다. “이보시오, 선비님. 인간들은 왜 그리 다들 부자가 되고 싶어 하는 거요?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됐지, 남의 것을 빼앗아 가면서까지 곳간을 채우려는 심보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란 말이오?” 단순하지만 세상의 이치를 꿰뚫는 듯한 질문에 좌중의 도깨비들이 모두 김진사의 입을 쳐다보았습니다. 김진사는 빙그레 웃으며 술잔을 내려놓고는 차분히 입을 열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마음속에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 구멍을 재물로 메워보려 하지만, 욕심이라는 구멍은 재물을 부으면 부을수록 더욱 커지는 법이지요. 진정한 부유함은 곳간이 아니라 마음을 채우는 데서 오는 법인데, 많은 이들이 그 사실을 잊고 사는 듯하여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의 대답에 도깨비들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무릎을 탁 치며 감탄했습니다. “옳거니! 마음의 구멍이라! 듣고 보니 딱 맞는 말이오!” “역시 선비님은 뭔가 달라도 다르구먼!” 이번에는 머리에 혹이 세 개나 달린 늙은 도깨비가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선비님,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오? 우리 도깨비들은 힘이라면 어디 가서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데, 가끔은 우리 힘으로도 안 되는 일이 있단 말이오.” 김진사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나직하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것은 ‘진심’입니다. 쇠보다 단단하고 바위보다 무거운 것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이지요. 아무리 큰 힘을 가진 도깨비라 한들, 아이의 진심 어린 눈물 한 방울 앞에서는 어쩔 줄 모를 때가 있지 않으십니까? 또, 아무리 굳게 닫힌 문이라도 진심으로 두드리면 언젠가는 열리는 법입니다.” 진심이라는 말에 도깨비들은 또 한 번 크게 감동했습니다. 자신들이 그저 장난과 씨름을 좋아할 뿐, 진심을 다해 무언가를 대한 적이 있었던가 되돌아보는 듯했습니다. 특히 잔치의 주인이자 김진사를 이끌었던 푸른 도깨비불은 유난히 밝게 빛나며 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훌륭하오, 김진사. 그대는 단순히 글자만 외운 장서가 아니라, 글 속에 담긴 이치를 깨우쳐 마음으로 실천하는 진정한 선비로구려. 오늘 밤, 그대를 만난 것은 우리 도깨비들에게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소.” 칭찬에 김진사는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저 책에서 배운 바를 이야기했을 뿐이라며 몸을 낮추었지요. 하지만 도깨비들은 김진사의 겸손함에 더욱 깊은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인간과 도깨비는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르고 서로의 지혜와 생각을 나누며 마음을 터놓는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 도깨비들의 고민을 듣고 진심으로 조언하는 선비, 도깨비들의 감사를 받다.
왁자지껄하던 잔치의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었을 때쯤, 모두의 존경을 받는 푸른 도깨비불이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습니다. 그 한숨에 웃고 떠들던 다른 도깨비들도 순간 조용해지며 그의 눈치를 살폈습니다. “사실 말이오, 김진사.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여 웃고 떠들고는 있지만, 우리에게도 큰 걱정거리가 하나 있소.” 김진사는 자세를 바로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였습니다. “무슨 일이신지 저에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미력하나마 제가 도울 일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김진사의 진심 어린 태도에 용기를 얻은 도깨비불이 입을 열었습니다. “이 숲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작은 계곡이 하나 있소. 그 맑은 물은 우리 도깨비들의 샘터이자 놀이터요, 이 숲의 모든 생명이 기대어 사는 젖줄과도 같은 곳이지.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계곡물이 점점 말라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바닥을 거의 다 드러낼 지경에 이르렀소.” 그의 말에 다른 도깨비들도 저마다 한숨을 쉬며 거들었습니다. “맞아요! 우리 힘으로 바닥을 파보기도 하고, 비 오라고 기우제도 지내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물이 없으니 멱 감는 재미도 없고, 목이 말라 힘도 예전 같지가 않아요.” 도깨비들의 시무룩한 표정을 본 김진사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는 도깨비들에게 계곡의 위치와 주변 지형, 그리고 언제부터 물이 마르기 시작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물었습니다. 그의 질문은 마치 의원이 환자를 진찰하듯 꼼꼼하고 예리했습니다. 한참 동안 도깨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진사는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혹시 그 계곡 상류 쪽에 새로 들어선 논이나 밭이 있지는 않습니까?” 그 말에 도깨비 하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답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욕심 많기로 소문난 최 부자 영감이 계곡 상류에 넓은 땅을 사들여 물길을 자기네 논 쪽으로 돌려버렸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소!” 김진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것이 문제의 근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흐르는 물은 만인의 것이지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닙니다. 억지로 물길을 막고 독차지하려 하면, 결국에는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되는 법이지요.” “그럼 이제 어찌하면 좋소? 그 최 부자 놈을 찾아가서 혼쭐이라도 내줘야 하는 거요?” 한 성질 급한 도깨비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습니다. 김진사는 그를 만류하며 부드럽게 웃었습니다. “힘으로 해결하는 것은 하책입니다. 지혜를 써야지요. 제가 듣기로는 그 막아버린 물길 옆으로, 오래전에 사용했던 옛 물길이 희미하게 남아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곳을 알고 계십니까?” 도깨비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힘을 빌려 그 옛 물길을 가로막고 있는 큰 바위와 흙더미들을 치워주십시오. 완전히 새로운 길을 내는 것보다, 있던 길을 다시 터주는 것이 훨씬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길입니다. 그리하면 물은 스스로 더 쉬운 길을 찾아 다시 흘러내려 올 것입니다.” 김진사의 설명은 명쾌했습니다. 무작정 힘만 쓰려 했던 도깨비들은 지혜로운 해결책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힘이 아닌 지혜로, 다툼이 아닌 순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김진사의 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은 것이지요. 푸른 도깨비불이 모든 도깨비들을 대표하여 김진사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고맙소, 김진사! 그대는 우리 도깨비들의 오랜 근심을 단번에 해결해 주었소.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구려! 우리는 반드시 그대에게 이 고마움을 갚을 것이오!” 도깨비들의 눈은 진심 어린 감사와 존경심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 밤이 깊어 도깨비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선비, 도깨비들의 특별한 선물을 받다.
김진사의 지혜로운 해결책에 모든 도깨비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잔치를 즐기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김진사가 알려준 옛 물길 터로 향했습니다. 김진사 또한 그들을 따라나섰지요. 현장에 도착하니, 과연 사람 서너 명은 족히 들어갈 만한 옛 물길이 흙과 거대한 바위에 막혀 형체만 겨우 남아 있었습니다. "자, 모두 힘을 합칩시다!" 푸른 도깨비불의 외침과 함께, 도깨비들은 저마다의 힘을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에잇차!” 덩치 큰 도깨비가 집채만 한 바위를 번쩍 들어 옆으로 옮기자, 땅이 쿵 하고 울렸습니다. 다른 도깨비들도 쇠스랑과 삽을 들고 순식간에 흙더미를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엄청난 힘과 빠르기에 김진사는 입을 다물지 못했지요. 인간이라면 몇 날 며칠이 걸려도 모자랄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흙더미가 치워지자, 막혀 있던 물길 저편에서부터 ‘콸콸’하는 소리와 함께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물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옛 물길을 따라 힘차게 흘러내려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도깨비들은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동쪽 하늘이 희미하게 밝아오기 시작하자, 푸른 도깨비불이 아쉬운 목소리로 김진사에게 다가왔습니다. “김진사,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이오. 곧 날이 밝으면 우리는 모습을 감춰야만 하오.” 숲 어귀까지 김진사를 바래다주며 도깨비불이 말했습니다. “오늘 밤, 그대 덕분에 우리는 오랜 근심을 덜었을 뿐만 아니라, 진정한 지혜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소. 세상의 어떤 금은보화보다도 값진 가르침이었소.” 김진사는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가 막 돌아서려 할 때, 도깨비불이 그의 앞을 막아서며 낡고 작은 나무 방망이 하나를 내밀었습니다. “이것을 받으시오. 우리 도깨비들이 쓰는 방망이요.” “아닙니다. 제가 어찌 이런 귀한 것을 받겠습니까?” “사양 마시오. 이 방망이는 금을 만들거나 은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오. 우리는 그대가 그런 것을 바라는 사람이 아님을 잘 알고 있소. 대신, 선하고 올바른 일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생겼을 때, 순수한 마음으로 이 방망이를 쥐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질 것이오. 쌀이 없어 굶주리는 이웃을 위해, 약이 없어 앓아누운 노인을 위해 사용하시오. 단, 명심하시오. 탐욕스러운 마음이나 헛된 욕심을 품는 순간, 이 방망이는 한낱 썩은 나뭇가지로 변해버릴 것이오.” 김진사는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방망이를 받아들었습니다. 그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하고 다시 들었을 때, 푸른 도깨비불을 비롯한 모든 도깨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습니다. 숲 속에서는 첫 닭이 우는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김진사는 손에 쥔 작은 방망이를 꼭 쥔 채, 꿈을 꾼 듯한 기분으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 도깨비의 축복 덕분에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선비,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베풀며 살아가다.
다음 날 아침, 김진사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머리맡에는 간밤에 받은 도깨비 방망이가 고이 놓여 있었습니다. 지난밤의 일이 결코 꿈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었지요. 며칠이 지나자,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을 보이던 계곡에 다시 맑은 물이 넘실거리며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가뭄이 끝났다며 하늘에 감사했지만, 김진사만이 조용히 웃으며 그날 밤의 도깨비들을 떠올렸습니다. 그해 가을, 단양 땅에 극심한 흉년이 들었습니다. 많은 백성들이 수확을 하지 못해 끼니를 잇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지요. 김진사의 집 곳간도 바닥을 보인 지 오래였습니다. 며칠을 굶어 기력이 쇠해진 어느 날 밤, 김진사는 문득 도깨비 방망이를 떠올렸습니다. 그는 방망이를 조심스럽게 꺼내 들고 간절히 빌었습니다. ‘배가 고파 책을 읽을 기운조차 없습니다. 부디 이 몸이 공부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도록 쌀 한 됫박만 내려주십시오.’ 기도가 끝나자, 놀랍게도 그의 앞에 작은 쌀자루 하나가 툭 하고 나타났습니다. 딱 며칠을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양이었습니다. 김진사는 눈이 휘둥그레졌지만, 이내 자신보다 더 굶주리고 있을 이웃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는 그날부터 밤마다 방망이를 들고 온 동네를 돌았습니다. ‘홀로 계신 박 할머니 댁에 따뜻한 죽 한 그릇을’, ‘아이들이 여럿인 이 서방네에 쌀 한 말을’. 그의 순수한 소원이 이루어질 때마다, 그는 그것을 남몰래 이웃집 문 앞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는 밤마다 나타나는 ‘도깨비 의적’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세월이 흘러 김진사는 과거에 급제하여 단양을 다스리는 현감이 되었습니다. 그는 높은 자리에 올랐지만 결코 교만해지지 않았고, 여전히 도깨비 방망이를 백성들을 위해 사용했습니다. 흉년이 들면 곡식을 만들어 곳간을 채우고, 전염병이 돌면 약재를 구해 백성들을 치료했습니다. 그는 결코 자신을 위해 방망이를 쓰지 않았으며, 백성들은 그런 그를 어질고 현명한 목민관이라 칭송하며 따랐습니다. 김진사는 큰 부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평생 먹고 입을 것을 걱정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수많은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느 맑은 날, 백발이 성성한 김진사가 마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었습니다. 그의 온화한 미소는, 진정한 복이란 재물을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지혜와 사랑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데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했습니다.
유튜브 엔딩 멘트
오늘 들려드린 ‘한밤중 도깨비불을 따라간 선비가 도깨비의 축복을 받다’ 어떠셨나요? 김진사의 이야기는 진정한 복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지혜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재물이 아닌, 선한 마음과 나눔의 기쁨이야말로 도깨비가 내려준 가장 큰 축복이 아니었을까요?
오늘 밤, 저희 이야기가 여러분의 마음에 따뜻한 등불 하나를 켠 듯한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서움을 타는 소심한 도깨비의 용기를 북돋워 준 마음씨 착한 농부가 복을 받은 흥미로운 이야기, '무서움을 타는 도깨비의 용기를 북돋운 농부가 복을 받다' 편이 이어집니다. 겁 많은 도깨비와 순박한 농부의 우정 이야기도 많이 기대해 주세요!
이야기가 즐거우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잊지 마시고, 모두 편안한 밤 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