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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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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이야기, #할머니의정체, #조선괴담, #구미호설화, #오디오드라마, #늙지않는욕망, #탐욕의대가, #도깨비여인매구, #한국전통설화, #조선야담, #산속의유혹, #청춘을먹는요괴, #욕망의거울, #권선징악, #어머니의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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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 (300자 이내)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은 사내 앞에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났습니다. 따뜻한 술과 잠자리를 내어주겠다는 호의. 붉은 술을 마시자 쭈글쭈글한 노파가 눈부신 절세미녀로 변했습니다. 그녀와 밤을 보낼 때마다 진짜 금덩이가 쏟아졌습니다. 사내는 부자가 되었지만 머리카락이 빠지고 얼굴에 검버섯이 돋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비 오는 밤 일찍 도착한 사내가 문틈으로 본 것은, 자신의 정기를 허공에서 뜯어 먹으며 낄낄거리는 할머니의 본모습이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할머니의 정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폭우가 쏟아지는 깊은 산속,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습니다. 하늘이 찢어질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내리꽂히고,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앙상한 나뭇가지들의 그림자가 귀신의 손처럼 허공을 할퀴어댑니다. 그 빗소리에 섞여, 진흙탕을 구르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사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미끄러지고, 넘어지고, 다시 기어서 일어나는 소리. 그는 한때 칠패시장에서 잘나가던 상단의 행수였으나, 지금은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젊은이, 선우입니다.
"허억, 허억... 여기서 멈출 순 없어." 선우는 비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비틀거립니다. 오른쪽 종아리에는 빚쟁이의 몽둥이에 맞은 멍이 시퍼렇게 들어 있고, 왼손에 쥔 보따리 속에는 마지막 남은 옷가지 몇 벌이 전부입니다. 짐승의 울음소리인지 바람이 나뭇가지를 비트는 소리인지 모를 기괴한 소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드러나는 나무 그림자들은 마치 굶주린 귀신처럼 팔을 뻗어 그를 덮칠 듯 일렁입니다.
하지만 길을 잃은 공포보다 선우를 더 옥죄는 것은, 빈손으로 돌아갔을 때 마주해야 할 비참한 현실입니다. 빚쟁이들의 몽둥이질, 어디를 가나 따라붙는 멸시 어린 시선들, 밥 한 끼를 구걸해야 하는 치욕. 그것이 이 산속의 어둠보다, 짐승의 울음보다 더 무서운 것이 되어 그를 등 떠밀고 있습니다. 선우의 발이 진흙에 빠지고, 다시 빠지고, 그래도 멈추지 않습니다. 멈추면 끝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번개가 한 번 더 산등성이를 갈라놓고, 그 빛에 선우의 얼굴이 드러납니다. 젊지만 이미 늙어버린 눈. 살아있지만 이미 죽어버린 눈동자입니다.
※ 2단계 주제 제시
선우는 진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허공을 향해 울부짖듯 중얼거립니다. "돈만 있다면... 금덩이 하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 텐데!" 그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히지만, 그 속에 담긴 절박함은 간절함을 넘어서 광기 어린 집착으로 번들거립니다. 선우는 믿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거래될 수 있으며, 부와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가도, 설령 그것이 자신의 영혼일지라도 기꺼이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이것이 선우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사랑도 거래, 우정도 거래, 인생도 거래. 가진 것이 없으면 자기 자신이라도 팔면 된다는 비뚤어진 신념. 아버지의 보증 빚이 그의 인생을 무너뜨린 뒤로, 선우에게 세상은 돈이 있는 자와 없는 자로만 나뉘는 정글이 되었습니다. '정직하게 살아봤자 뭐가 달라지더냐. 아버지는 남을 위해 보증을 서다가 망했고, 나는 그 착한 아버지 덕에 거지가 됐다.' 선우의 가슴속에는 세상에 대한 원망이 시커먼 돌덩이처럼 박혀 있습니다.
그의 위험한 신념이 어둠 속에 메아리치던 바로 그때였습니다. 저 멀리, 칠흑 같은 숲의 장막을 뚫고 희미한 불빛 하나가 유령처럼 깜빡입니다. 산속에 있을 리 없는 등불이 나무 사이로 어른거리며, 마치 그의 간절하지만 비틀린 소원에 응답이라도 하듯 선우를 향해 손짓합니다. 이성적인 판단이라면 피해야 할 기이한 불빛입니다. 깊은 산속 한밤중에 홀로 빛나는 등불이 정상일 리 없습니다. 하지만 욕망에 눈먼 선우에게 그것은 구원의 등불처럼, 지옥에서 건네는 동아줄처럼 보일 뿐입니다. 선우의 발이 불빛을 향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 3단계 설정 (준비)
홀린 듯 불빛을 따라 도착한 곳은 산속 깊은 곳에 어울리지 않게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기와집 한 채입니다. 이끼 낀 돌담 위로 기와지붕이 우뚝 솟아 있고, 낡았지만 기품 있어 보이는 대문 틈으로 따스한 불빛이 새어 나옵니다. 비에 젖은 나뭇잎들이 처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소리 외에는 집 주위가 이상하리만치 고요합니다. 폭우가 쏟아지는데 이 집 주위만 비가 비켜 가는 듯한 기이한 공간이었습니다.
선우는 대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젖은 옷 사이로 드러난 그의 다부진 어깨와 단단한 팔뚝에는 아직 젊음의 기운이 가득 차 있습니다. 스물다섯, 한창 기운이 넘칠 나이입니다. 원래 선우는 잘생긴 외모와 총명한 머리를 가진 청년이었습니다. 장사 수완이 좋아 열아홉에 행수가 되었고, 예쁜 정혼자까지 있었습니다. 장밋빛 미래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친구의 보증을 서다 졸지에 떠안은 빚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집어삼켰습니다. 상단은 빼앗기고, 집은 팔렸고, 아버지는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사랑했던 정혼자 향이는 떠나는 날 울며 말했습니다. "가난이 무서운 게 아니에요. 당신이 변해가는 게 무서운 거예요." 선우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가난이 무섭지 않다고? 가난에 짓밟혀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 한가한 소리를 하는 거야.' 그날 이후 선우의 마음속에서 순수는 죽었습니다. 남은 것은 오직 성공에 대한 집착, 쾌락에 대한 갈망, 그리고 세상을 향한 복수심뿐이었습니다. 선우는 주먹을 꽉 쥐며 기와집의 대문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바꿔줄지도 모를, 아니면 파멸로 이끌지도 모를 그 문을.
※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끼이익. 선우가 손을 대기도 전에 대문이 스르르 열립니다. 안에서 밀어낸 것도, 바람에 열린 것도 아닙니다. 마치 집이 스스로 입을 벌린 것처럼 소리 없이 열린 문 안쪽에서,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이 조용히 걸어 나옵니다. 깊게 패인 주름과 활처럼 굽은 등은 영락없는 노파의 모습이지만,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만은 기이할 정도로 생기가 도는 것이 보통 노인이 아닙니다.
"길을 잃었구나. 쯧쯧, 비에 젖은 꼴 좀 보게. 쥐새끼도 이것보단 나을 게야." 할머니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듯 거칠면서도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달콤함이 섞여 있습니다. 주름 가득한 입가가 웃는 듯 마는 듯 일그러집니다. 선우는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습니다. 산속에 혼자 사는 노파, 한밤중에 열리는 문, 모든 것이 수상합니다.
"들어와 몸이라도 녹이고 가거라. 따뜻한 술이 있고, 금방 지진 고기가 있다. 이 빗속에서 밤을 새다간 죽는 수가 있어." 그 말과 함께 열린 문 안쪽에서 풍겨 나오는 음식 냄새가 선우의 코끝을 자극합니다. 기름에 지글지글 구워지는 고기 냄새, 따뜻한 국물 냄새, 그리고 알 수 없는 달콤한 향이 뒤섞여 비에 젖고 굶주린 선우의 이성을 흐트러뜨립니다.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사흘째 제대로 먹지 못한 몸이었습니다. 낯선 산속의 호의를 의심해야 마땅하건만, 선우는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저도 모르게 문 안으로 한 발을 들여놓습니다. 그것이 되돌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첫걸음임을 알지 못한 채.
※ 5단계 고민 (망설임)
방 안에 들어선 선우는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밖에서 보았던 낡은 기와집의 인상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방 안에는 온갖 값비싼 비단과 금붙이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벽에 걸린 비단 족자에는 금실로 수를 놓았고, 상 위에 차려진 술상은 양반가의 잔치에서도 보기 힘든 진수성찬이었습니다. 평범한 산중 민가가 아님을 직감한 선우는 목덜미로 소름이 돋으며 덜컥 겁이 납니다.
게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 진한 향 냄새가 머리를 아찔하게 만듭니다. 무슨 향인지 이름을 알 수 없지만, 그것을 들이마실수록 정신이 몽롱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을 느낍니다. 다리에서 힘이 빠지고,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방금 전까지 울부짖던 공포와 경계심이 솜처럼 뭉개져 갑니다.
"감사하지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마지막 남은 이성이 위험을 알려 선우가 뒷걸음질 치려 한 순간, 할머니가 잽싸게 그의 손목을 덥석 잡았습니다. 노인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악력이었습니다. 쇠집게로 조이는 것처럼 손목이 꽉 잡혀 선우는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쭈글쭈글한 얼굴을 선우의 코앞까지 들이밀며 속삭였습니다. "어딜 가려고? 네 눈에 들어있는 욕심이 여기까지 냄새를 풍기는데. 산 하나를 넘어 이 할미가 냄새를 맡을 정도야." 할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숨결이 서늘하게 뺨을 스칩니다.
할머니는 다른 손으로 붉은 술이 담긴 잔을 들어 올려 선우의 입가에 갖다 댔습니다. 잔 속의 술이 촛불을 받아 핏빛으로 일렁입니다. "이 술 한 잔이면, 네가 그토록 원하는 부자가 되는 길을 볼 수 있단다. 마셔라. 그리고 네 운명을 바꿔라."
※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선우는 홀린 듯 할머니가 건넨 붉은 술을 단숨에 들이킵니다. 술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혀끝에서 불이 붙은 것처럼 뜨겁다가 이내 온몸으로 전율이 퍼져나갑니다. 뼈가 녹는 듯한 열기와 함께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현기증이 밀려옵니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더니, 낡고 먼지 쌓인 방이 순식간에 화려한 궁궐의 침소로 변합니다. 나무 벽이 금박을 입힌 기둥이 되고, 거친 삼베 이불이 비단 금침이 되고, 낡은 장판이 모란이 수놓아진 양탄자로 바뀝니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던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더니, 그 주름과 백발이 벗겨지듯 사라지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절세미녀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녀는 더 이상 굽은 등의 노파가 아닙니다. 흑단 같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흘러내리고, 붉은 입술이 촛불 아래 반들거리며, 비단 옷자락 사이로 드러나는 쇄골과 어깨의 선이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요염합니다. 도깨비 여인 매구. 그것이 그녀의 이름입니다.
매구는 비단 옷자락을 스르르 흘러내리며 선우에게 다가옵니다. "어서 오세요, 서방님. 오래 기다렸습니다." 그녀가 선우의 젖은 옷고름을 한 올 한 올 풀며 귓가에 바짝 입술을 대고 속삭입니다. "나를 만족시키면, 네가 원하는 금은보화를 주마. 세상 모든 쾌락을 네 발아래 두게 해 주마. 네가 꿈꾸던 그 모든 것, 내가 이루어 주마." 선우의 눈동자가 풀립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할 수 없는 황홀경 속에서 그는 매구를 끌어안습니다. 몸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채.
※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선우와 매구의 관계는 단순한 육체적 욕망의 배설이 아니었습니다. 매구는 교묘하게 선우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열등감과 지배욕을 건드리고 자극했습니다. "너는 왕이 될 사내다. 세상이 너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이야. 너는 본래 무엇이든 가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매구의 달콤한 칭찬과 헌신적인 손길은 가난 때문에 짓밟히고 무시당했던 선우의 자존감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려 놓았습니다.
밤마다 매구는 선우의 귓가에 독을 흘려 넣듯 속삭였습니다. "네 아버지는 착해서 망한 것이다. 정직은 약한 자의 핑계야. 너는 가져야 해. 움켜쥐어야 해. 그래야 다시는 짓밟히지 않아." 그 말은 선우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정직함이 가문을 망쳤다는 분노, 가난 때문에 정혼자를 잃었다는 수치심, 세상에 대한 복수심. 매구는 그 모든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정확히 그곳을 파고들었습니다.
선우는 매구에게서 사랑을 느낀다고 착각했습니다. 아침이면 은근한 미소로 술을 따라주고, 밤이면 세상 누구보다 열렬하게 안아주는 여인. 하지만 실상은 그녀가 제공하는 쾌락과 보상에 중독되어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 나는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어. 세상이 나를 버렸지만, 이 여자만은 나를 알아본 거야.' 선우는 매구가 따라주는 붉은 술을 받아 마시며 오만하게 웃었습니다. 이것은 진정한 교감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영혼과 생명을 담보로 한 거래이자, 쾌락으로 포장된 착취였습니다. 하지만 늪에 빠진 선우에게 그런 이성적인 판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핵심 장면)
환각과 현실을 오가는 광란의 밤이 펼쳐집니다. 매구와의 정사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격렬함 그 자체였습니다. 화려한 궁궐 침소에서 비단 이불이 파도치듯 출렁이고, 선우가 쾌락의 절정에 다다를 때마다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방 천장에서 진짜 금화가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린 것입니다. 짤랑, 짤그랑, 짤랑. 금화가 바닥에 부딪히는 청명한 소리와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뒤섞여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매구는 선우의 생기를 빨아들일수록 더욱 젊고 아름다워졌습니다. 피부에서 광채가 나고, 머리카락이 더 윤기 있게 흘러내리고, 붉은 입술이 더 선명하게 빛났습니다. 반면 선우는 밤이 깊어갈수록 얼굴에 그림자가 짙어지고 숨이 점점 거칠어졌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생명이 빠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열락에 탐닉했습니다.
"더, 더 내놓아라. 네 모든 것을 나에게 다오." 매구의 탐욕스러운 속삭임에 선우는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그녀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뼈가 녹아내리는 듯한 쾌감이 전신을 휘감았고, 눈앞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금덩이들은 그 어떤 마약보다 강력하게 그를 흥분시켰습니다. 여인과 금, 쾌락과 부가 동시에 쏟아지는 이 밤이 영원하기를 선우는 빌었습니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금화 사이로 매구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번뜩이는 것을, 그 눈 속에 사람이 아닌 것이 어른거리는 것을, 선우는 보지 못했습니다.
※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어느덧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선우는 차가운 장판 위에 혼자 누워 있었습니다. 옆자리는 비어 있고, 화려했던 궁궐 침소는 다시 낡은 기와집의 허름한 방으로 변해 있습니다. 벽의 금박은 군데군데 벗겨진 누런 장판지가 되었고, 비단 금침은 해진 면 이불이 되었습니다. 매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습니다.
'꿈이었나?' 허탈함이 밀려오다가, 그의 눈에 방 구석에 놓인 묵직한 짐보따리가 들어옵니다. 있을 리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선우는 떨리는 손으로 보따리의 매듭을 풀었습니다. 눈이 부십니다. 지난밤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던 금덩이가 찬란한 빛을 뿜어내며 쌓여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금괴 수십 개, 손으로 집어 올리면 묵직한 무게가 팔뚝까지 전해졌습니다. "진짜였어! 꿈이 아니었어! 이 돈이면... 이 돈이면 팔자를 고칠 수 있어!" 선우는 환호성을 지르며 금을 끌어안았습니다.
선우는 보따리를 짊어지고 산을 뛰어 내려왔습니다.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빚쟁이들을 찾아가 밀린 빚을 모조리 갚았습니다. 넓은 기와집을 사고, 비단옷을 맞추어 입고, 하인을 들였습니다. 어제까지 그를 개 취급하던 사람들이 굽신거리며 인사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선우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금을 볼 때마다 지난밤 매구의 살결이 떠올랐고, 비단옷을 입어도 그녀의 품안에서 느꼈던 황홀경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 여자가 필요해. 그 밤이 필요해.' 결국 선우는 부와 명예를 뒤로한 채, 해가 지자마자 다시 홀린 듯 산으로 향합니다.
※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선우는 밤마다 산을 올랐습니다. 매구를 만나고, 붉은 술을 마시고, 밤을 보내고, 금을 받아 왔습니다. 한 달, 두 달, 석 달. 가져온 금은 창고에 넘칠 만큼 쌓여갔지만, 정작 선우의 몸은 급격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윤기 흐르던 검은 머리카락이 빗질을 할 때마다 한 줌씩 빠져 베개 위에 수북했습니다. 탄력 있던 피부에 검버섯이 돋고, 팽팽하던 살가죽이 축 늘어져 주름이 졌습니다. 눈 밑은 퀭하게 꺼져 들어가 마치 죽은 사람 같았고, 등이 구부정해져 지팡이 없이는 걷기 힘들 지경이 되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만석이 넘는 부자가 되었는데 왜 저리 말라가는 게야?" "밤마다 산에 다녀온다던데, 귀신에 홀린 거 아니야?" 사람들은 그를 피했습니다. 하인들도 주인의 해골 같은 얼굴을 보고 등을 돌렸습니다.
어느 날 밤, 매구와의 정사 도중 선우는 문득 기이한 것을 목격합니다. 달빛이 창호지를 투과해 비추는 가운데, 매구가 몸을 돌릴 때 그녀의 등 뒤에서 짐승 같은 거친 털이 돋아나 있는 것이 얼핏 보였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라 자세히 보려 하자 이미 사라져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매구가 이불 밖으로 뻗은 손의 손톱이 짐승의 발톱처럼 길고 뾰족하게 자라나 있는 것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이미 쾌락에 깊이 중독된 선우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그것을 부정했습니다. '아니야, 내가 피곤해서 잘못 본 거야. 술에 취해 헛것을 본 거야.' 그는 찝찝함을 억누르며 다시 매구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파멸의 징조를 두 눈으로 보고도 애써 외면하면서.
※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밤, 선우는 평소보다 일찍 산속 집에 도착했습니다. 해가 채 지기 전에 산을 오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집 앞에 다다르자 방 안에서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쩝쩝, 우적우적. 무언가를 씹어 먹는 소리였습니다. 선우는 인기척을 죽이고 대문을 밀어 방문 앞까지 다가갔습니다. 문풍지에 구멍을 내고 안을 들여다본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방 안에는 아름다운 매구 대신 첫날 밤 보았던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습니다. 백발이 흐트러지고, 주름이 깊게 팬 노파. 할머니는 허공에서 붉은 기운 같은 것을 두 손으로 움켜쥐어 입으로 가져가 우적우적 씹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 붉은 기운은 선우에게서 빠져나온 정기, 그의 생명력 그 자체였습니다. 할머니가 한 입 씹을 때마다 붉은 기운이 그녀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쭈글쭈글한 손등의 주름이 한 겹씩 펴졌습니다.
할머니는 앞에 놓인 놋거울을 보며 낄낄 웃었습니다. "젊은 놈의 정기라 그런지 참으로 달구나. 기름진 송아지 같으니라고. 오늘 밤만 넘기면 이놈은 말라 죽고, 나는 백 년을 더 젊게 살겠어." 할머니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혀를 날름거렸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것은 쭈글쭈글한 노파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찢어진 눈과 날카로운 이빨, 이마에 솟아오른 뿔 같은 돌기를 가진 흉측한 도깨비의 본모습이 거울 속에서 낄낄거리며 웃고 있었습니다. 선우는 공포에 질려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비명이 새어 나올까 봐.
※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선우는 뒷걸음질치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습니다. 비에 젖은 마당에 엉덩방아를 찧고 기어서 집 밖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심장이 갈비뼈를 부술 듯 뛰었습니다. 자신이 밤마다 안았던 절세미녀가 사실은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 괴물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탐했던 부와 쾌락이 결국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의 삯이었다는 깨달음이 뼈를 깎는 칼날처럼 다가왔습니다.
마당 구석 빗물이 고인 웅덩이에 번개가 번쩍이며 자신의 얼굴이 비쳤습니다. 선우는 비명을 삼켰습니다. 물 위에 비친 것은 스물다섯 청년의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팔십 먹은 노인처럼 쭈글쭈글하고, 눈이 푹 꺼지고, 광대뼈가 불거져 나온 해골 같은 얼굴이 빗물에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손을 들어 뺨을 만져봤습니다. 매끈했던 피부 대신 늘어진 살가죽이 손끝에 잡혔습니다. '내 얼굴이... 내 시간이...' 욕망의 대가는 청춘과 목숨이었습니다.
금덩이가 아무리 많아도 늙고 병든 몸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젊음이고, 돈으로 되찾을 수 없는 것이 시간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남에게 보증을 서준 것이 어리석다고 비웃었던 자신이, 정작 자기 영혼을 담보로 요물에게 보증을 서준 꼴이었습니다. 선우는 빗속에 주저앉아 흐느꼈습니다. '돌아가고 싶다. 아무것도 없었던 그때로. 가난했지만 젊었고,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만 잃을 것도 없었던 그때로. 제발...' 하지만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매구에게 바친 정기는 돌아오지 않습니다.
※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도망치려 몸을 일으키는 선우의 발목을 무언가가 휘감습니다. 어느새 뒤에 나타난 매구가 요염한 여인의 모습으로 서서 선우의 길을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빗물이 그녀의 몸 위에서 증기처럼 피어오르고, 금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형형하게 빛났습니다. "어딜 가느냐, 서방님. 아직 줄 금이 산더미인데. 이대로 돌아가면 넌 다시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개 신세야. 맞아 죽고, 굶어 죽고, 길바닥에서 얼어 죽는 거다. 나와 함께 있으면 영원히 쾌락을 즐기며 살 수 있어." 매구의 말은 달콤한 독처럼 선우의 귓전을 파고들었습니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 무서웠습니다. 돌아가면 정말로 비참한 현실만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선우의 손이 떨렸습니다. 한쪽에서는 매구가 내미는 황금빛 손이 반짝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빗물과 진흙으로 범벅이 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선우의 손이 주머니 속에서 차가운 감촉에 닿았습니다. 둥글고 매끈한 알갱이들이 실에 꿰어져 있는 것이 손끝에 잡혔습니다. 어머니의 유품인 낡은 염주였습니다. 돈이 궁해 모든 것을 팔았을 때도 이것만은 차마 팔지 못하고 품에 넣어 다닌 것입니다.
염주를 꺼내 쥔 순간, 선우의 손바닥에 미약하지만 따뜻한 기운이 퍼졌습니다. 어머니의 체온 같은 것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이 염주를 굴리며 매일 빌었던 기도가 떠올랐습니다. '우리 선우가 좋은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부자가 아니어도 좋으니 착한 사람이 되게 해주소서.' 선우의 눈에서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습니다. 빗물이 아니었습니다. "가난해도 사람으로 살겠다. 네놈의 먹이로 사느니, 차라리 빚쟁이에게 맞아 죽는 게 낫다!" 선우의 목소리가 비바람을 가르며 울렸습니다.
※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선우는 매구의 손을 뿌리치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그러고는 어머니의 염주를 쥔 주먹을 높이 쳐들었습니다. "내 욕망이 너를 불렀으나, 내 의지가 너를 물리치리라! 물러가라, 이 요물아!" 선우의 단호한 외침과 함께 어머니의 염주에서 맑고 투명한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것은 눈부시되 따뜻한, 새벽빛과 같은 성스러운 광채였습니다. 빛은 빗줄기를 가르고 어둠을 찢으며 매구를 향해 곧장 뻗어 나갔습니다.
매구는 비명을 질렀습니다. "아악! 이게 무슨 빛이야! 욕심 냄새도, 탐욕의 기운도 아닌 이것은!" 그녀는 두 팔로 얼굴을 가리며 뒷걸음질 쳤습니다. 빛이 닿자 매구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 유리처럼 금이 가더니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내렸습니다. 떨어지는 파편 하나하나가 허공에서 연기가 되어 사라졌습니다. 그 아래서 드러난 것은 쭈글쭈글한 노파도 아니었습니다. 집을 뒤덮고 있던 화려한 궁궐의 환상도 동시에 벗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금은보화는 누런 낙엽과 썩은 나뭇잎으로, 비단 이불은 끈적한 거미줄로, 진수성찬은 곰팡이 핀 흙덩이로 변해 버렸습니다. 기와집 자체도 삐걱거리며 무너져 내려 그 아래서 이끼 낀 바위와 고목의 빈 동치만이 드러났습니다.
매구는 흉측한 노파의 모습도 유지하지 못한 채 몸이 쪼그라들더니, 꼬리 아홉 달린 작은 여우 한 마리로 변해 깨갱깨갱 울며 숲 깊은 곳으로 도망쳤습니다. 빗속으로 사라지는 여우의 뒷모습이 점점 작아져 어둠에 묻혔습니다. 동시에 선우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기운이 안개처럼 흩어지며 벗겨졌습니다. 해골처럼 앙상했던 뺨에 살이 돌아오고, 허옇게 세었던 머리카락에 검은 빛이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주름이 펴지고, 꺼졌던 눈에 생기가 차오르며, 스물다섯 청년 선우의 얼굴이 비에 씻기듯 돌아왔습니다. 선우는 빗속에 무릎을 꿇고 어머니의 염주를 이마에 대며 한참을 울었습니다.
※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폭풍우가 지나가고 화창한 아침 햇살이 산등성이를 비춥니다. 빗물에 씻긴 나뭇잎들이 유난히 투명하게 빛나고, 산새들이 비 갠 아침을 반기며 지저귀고 있습니다. 선우는 산 입구에 서서 떠오르는 해를 바라봅니다. 그의 손에는 금덩이가 없습니다. 대신 매구가 도망치며 떨어뜨리고 간 것인지, 아니면 숲이 내어준 것인지 알 수 없는 산속의 귀한 약초 한 뿌리가 들려 있습니다. 산삼이었습니다. 금덩이보다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이것은 환상이 아닌 진짜였습니다.
선우의 주머니는 텅 비었지만, 그의 표정은 산 위에서 뒹굴며 울던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당당합니다. 햇살이 따뜻하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낍니다. 바람이 시원하다는 것을, 풀 냄새가 향긋하다는 것을, 자기 두 다리로 걷고 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느낍니다. 금으로는 살 수 없는 것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산을 터벅터벅 내려가는 선우의 앞에 익숙한 얼굴 하나가 보입니다. 마을 어귀 시냇물가에 서서 산 위를 올려다보고 있는 여인. 가난 때문에 헤어졌던 정혼자 향이입니다. 수소문 끝에 선우가 밤마다 산에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걱정이 되어 찾아온 것입니다. 향이의 눈가가 붉습니다. 밤새 울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우는 향이 앞에 서서 한참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품에서 약초를 꺼내 조심스럽게 건넵니다. "많이 늦었소. 미안하오. 이제 헛된 꿈은 꾸지 않으리다. 우리, 다시 시작해 봅시다."
향이는 약초를 받아 들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마을로 내려가는 뒷모습 위로 산새 소리가 평화롭게 울려 퍼집니다. 선우의 다른 손에는 어머니의 염주가 쥐어져 있습니다. 알갱이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쳐들어 작은 무지개빛을 만들어냅니다. 욕망의 거울은 깨졌고, 그 자리에 진짜 삶이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엔딩
산속의 할머니는 묻습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금이라 대답하면 금을 주고, 쾌락이라 대답하면 쾌락을 줍니다. 다만 값을 치릅니다. 금의 값은 청춘이고, 쾌락의 값은 목숨입니다. 선우는 그 비싼 값을 거의 다 치르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진짜 부자는 금을 가진 자가 아니라 잃을 것을 아는 자라는 것을. 어머니의 염주 한 줄이 금덩이 천 개보다 무거웠던 것은, 그 안에 욕심 없는 기도가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욕망은 늙지 않습니다. 하지만 욕망을 쫓는 사람은 늙습니다.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Image Prompt]
Cinematic shot, heavy rain in a dark forest at night, a desperate young man (Seon-woo) running through mud, lightning illuminating scary tree shadows, atmosphere of fear and exhaustion, high contrast.
[Script]
폭우가 쏟아지는 깊은 산속,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려 있습니다. 하늘이 찢어질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내리꽂힙니다. 그 빗소리에 섞여, 진흙탕을 구르며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한 사내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그는 한때 잘나가던 상단의 행수였으나 지금은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젊은이, 선우입니다.
"허억, 허억... 여기서 멈출 순 없어." 선우는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비틀거립니다. 짐승의 울음소리인지, 바람이 나뭇가지를 할퀴는 소리인지 모를 기괴한 소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번개가 번쩍일 때마다 드러나는 앙상한 나무 그림자들은 마치 굶주린 귀신처럼 팔을 뻗어 그를 덮칠 듯 일렁입니다. 하지만 길을 잃은 공포보다 그를 더 옥죄는 것은, 빈손으로 돌아갔을 때 마주해야 할 비참한 현실입니다. 빚쟁이들의 몽둥이질, 멸시 어린 시선들. 그것이 이 어둠보다 더 무섭게 그를 등 떠밀고 있습니다.
2단계: 주제 제시
[Image Prompt]
Close up of Seon-woo's face, rain dripping down, eyes showing madness and desperation, muttering to himself, a faint mysterious light appearing in the distance.
[Script]
선우는 진흙투성이가 된 얼굴로 허공을 향해 울부짖듯 중얼거립니다. "돈만 있다면... 금덩이 하나만 있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 텐데!" 그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히지만, 그 속에 담긴 절박함은 광기 어린 집착으로 번들거립니다. 그는 믿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은 거래될 수 있으며, 부와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대가도, 설령 그것이 자신의 영혼일지라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의 위험한 신념이 어둠 속에 메아리치던 그때였습니다. 저 멀리, 칠흑 같은 숲의 장막을 뚫고 희미한 불빛 하나가 유령처럼 깜빡입니다. 마치 그의 간절하지만 비틀린 소원에 응답이라도 하듯, 그 불빛은 선우를 향해 손짓하며 부르고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이라면 피해야 할 기이한 불빛이지만, 욕망에 눈먼 선우에게 그것은 구원의 등불처럼 보일 뿐입니다.
3단계: 설정 (준비)
[Image Prompt]
Exterior of an old but strangely luxurious traditional Korean house (Hanok) deep in the mountains, warm light leaking out, Seon-woo standing in front of the gate looking hesitant but drawn in.
[Script]
홀린 듯 불빛을 따라 도착한 곳은 산속 깊은 곳에 어울리지 않게 자리 잡은 고풍스러운 기와집 한 채입니다. 낡았지만 기품 있어 보이는 대문 틈으로 따스한 빛이 새어 나옵니다. 선우는 대문 앞에 서서 잠시 숨을 고릅니다. 젖은 옷 사이로 드러난 그의 다부진 근육은 젊음으로 가득 차 있지만, 그의 눈빛은 이미 늙고 병든 노인처럼 탁합니다.
그는 원래 잘생긴 외모와 총명함을 가졌던 청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의 보증 빚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습니다. 사랑했던 정혼자마저 가난 때문에 떠나보내야 했던 날, 선우의 마음속 순수는 죽고 오직 성공과 쾌락에 대한 집착만이 남았습니다. "이번엔 다를 거야. 이번엔 반드시..." 그는 주먹을 꽉 쥐며, 자신의 운명을 바꿀지도 모를, 아니 파멸로 이끌지도 모를 그 문을 향해 손을 뻗습니다.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Image Prompt]
An old grandmother with white hair opening the gate, wrinkles on her face but piercing eyes, inviting Seon-woo in, warm steam and smell of food coming from inside.
[Script]
끼이익. 선우가 손을 대기도 전에 대문이 스르르 열립니다. 그 안에서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이 걸어 나옵니다. 깊게 패인 주름과 굽은 등은 영락없는 노파의 모습이지만,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는 눈빛만은 기이할 정도로 생기가 돕니다. "길을 잃었구나. 쯧쯧, 비에 젖은 꼴 좀 보게." 할머니의 목소리는 쇠를 긁는 듯 거칠면서도,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잡아끄는 달콤함이 섞여 있습니다.
"들어와 몸이라도 녹이고 가거라. 따뜻한 술과 고기가 있다." 그 말과 함께 집 안에서 풍겨 나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와 훈훈한 온기는 춥고 배고픈 선우의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낯선 산속의 호의를 의심해야 마땅하건만, 선우는 자석에 이끌린 쇠붙이처럼 저도 모르게 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습니다. 그것이 되돌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첫걸음임을 알지 못한 채.
5단계: 고민 (망설임)
[Image Prompt]
Interior of the house, cluttered with expensive silk and gold ornaments, strong incense smoke, the grandmother grabbing Seon-woo's wrist with surprising strength, tension rising.
[Script]
방 안에 들어선 선우는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방 안은 온갖 값비싼 비단과 금붙이들이 발에 채일 정도로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민가가 아님을 직감한 선우는 덜컥 겁이 납니다. 게다가 방 안을 가득 채운 진한 향 냄새는 머리가 아찔할 정도로 몽롱하게 만듭니다. "감사하지만...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우가 뒷걸음질 치려 하자, 할머니가 잽싸게 그의 손목을 덥석 잡습니다.
노인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엄청난 악력에 선우는 꼼짝할 수 없습니다. 할머니는 쭈글쭈글한 얼굴을 들이밀며 속삭입니다. "어딜 가려고? 네 눈에 들어있는 욕심이 여기까지 냄새를 풍기는데." 할머니는 붉은 술이 담긴 잔을 내밉니다. "이 술 한 잔이면, 네가 그토록 원하는 부자가 되는 길을 볼 수 있단다. 마셔라, 그리고 네 운명을 바꿔라."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Image Prompt]
Seon-woo drinking the red wine, hallucinations starting, the old room transforming into a palace, the grandmother transforming into a beautiful woman (Maegu) with red lips.
[Script]
선우는 홀린 듯 할머니가 건넨 붉은 술을 단숨에 들이킵니다. 독한 술기운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마자,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현기증이 밀려옵니다. 눈앞이 흐릿해지더니, 낡고 지저분했던 방은 순식간에 화려한 궁궐의 침소로 변합니다. 그리고 눈앞에 서 있던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모습이 일렁이더니, 눈부시게 아름다운 절세미녀로 변모합니다.
그녀는 더 이상 굽은 등의 노파가 아닙니다. 붉은 입술과 요염한 자태를 뽐내는 도깨비 여인, '매구'입니다. 매구는 비단 옷자락을 스르르 흘러내리며 선우에게 다가옵니다. "어서 오세요, 서방님." 그녀가 선우의 젖은 옷고름을 풀며 귓가에 속삭입니다. "나를 만족시키면, 네가 원하는 금은보화를 주마. 세상 모든 쾌락을 네 발아래 두게 해 주마." 선우는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황홀경에 빠져 그녀를 끌어안습니다.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Image Prompt]
Intimate scene, Seon-woo and Maegu together, Maegu whispering into his ear boosting his ego, Seon-woo looking intoxicated and arrogant, gold coins scattered around them.
[Script]
선우와 매구의 관계는 단순한 육체적 욕망의 배설이 아니었습니다. 매구는 교묘하게 선우의 내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열등감과 지배욕을 자극했습니다. "너는 왕이 될 사내다. 세상이 너를 알아보지 못했을 뿐, 너는 무엇이든 가질 자격이 있다." 그녀의 달콤한 칭찬과 헌신적인 애무는 가난 때문에 짓밟혔던 선우의 자존감을 비정상적으로 부풀려 놓았습니다.
선우는 그녀에게서 사랑을 느낀다고 착각했지만, 실상은 그녀가 제공하는 쾌락과 보상에 중독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 나는 이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어." 그는 매구가 따라주는 술을 받아 마시며 오만하게 웃습니다. 이것은 진정한 교감이 아닌, 자신의 영혼을 담보로 한 매춘 계약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쾌락의 늪에 빠진 선우에게 그런 이성적인 판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습니다.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핵심 장면)
[Image Prompt]
Fantasy montage, intense lovemaking scenes mixed with falling gold coins, Seon-woo looking younger and energetic at first but slowly draining, Maegu looking more vibrant, surreal atmosphere.
[Script]
환각과 현실을 오가는 광란의 밤이 펼쳐집니다. 매구와의 정사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격렬함 그 자체였습니다. 선우가 쾌락의 절정에 다다를 때마다, 방 천장에서는 진짜 금화가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짤랑거리는 금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뒤섞여 방 안을 가득 채웁니다. 매구는 선우의 정기(양기)를 빨아들이며 더욱 젊고 아름다워졌고, 피부에서는 광채가 났습니다.
반면 선우는 자신의 생명이 빠져나가는 줄도 모르고 열락에 탐닉했습니다. "더, 더 내놓아라. 네 모든 것을 나에게 다오." 매구의 탐욕스러운 요구에 선우는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그녀의 손길이 스칠 때마다 뼈가 녹아내리는 듯한 쾌감이 전신을 휘감았고, 눈앞에 쌓이는 금덩이들은 그 어떤 마약보다 강력하게 그를 흥분시켰습니다.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Image Prompt]
Morning scene, Seon-woo waking up in the old house, finding a bag full of gold, cheering with joy, running down the mountain, but looking back with obsession.
[Script]
어느덧 아침이 되어 눈을 뜬 선우. 옆자리는 비어 있고, 화려했던 궁궐은 다시 낡은 기와집으로 변해 있습니다. "꿈이었나?" 허탈함도 잠시, 그의 눈에 묵직한 짐보따리가 들어옵니다. 떨리는 손으로 보따리를 풀자, 지난밤 쏟아졌던 금덩이가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진짜였어! 꿈이 아니었어! 이 돈이면... 이 돈이면 팔자를 고칠 수 있어!"
선우는 환호성을 지르며 산을 뛰어 내려옵니다. 그는 마을로 가서 빚을 다 갚고 떵떵거리는 기와집도 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부러워하며 굽실거렸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선우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금을 볼 때마다 지난밤 매구와의 쾌락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그 여자... 그 여자가 필요해." 결국 그는 부와 명예를 뒤로한 채, 밤이 되자마자 다시 홀린 듯 산으로 향합니다.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Image Prompt]
Seon-woo looking sick, hair falling out, dark skin, villagers whispering behind his back, Seon-woo noticing Maegu's nails growing long or fur on her back during intimacy but ignoring it.
[Script]
선우는 밤마다 매구를 찾아가고, 낮에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습니다. 가져온 금은 창고에 쌓여가지만, 정작 그의 몸은 급격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윤기 흐르던 머리카락이 한 줌씩 빠지고, 피부는 검버섯이 핀 것처럼 검게 변해갔습니다. 눈 밑은 퀭하게 들어가 마치 죽은 사람 같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가 귀신에 홀렸다며 수군거리고 피했습니다.
어느 날 밤, 매구와의 정사 도중 선우는 문득 기이한 것을 목격합니다. 달빛에 비친 매구의 등 뒤에 짐승 같은 털이 돋아나 있고, 그녀의 손톱이 짐승의 발톱처럼 길게 자라나 있는 것을. 하지만 이미 쾌락에 깊이 중독된 그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그것을 부정했습니다. '아니야, 내가 피곤해서 잘못 본 거야.' 그는 찝찝함을 억누르며 다시 그녀의 품을 파고들었습니다. 파멸의 징조를 애써 외면하면서.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Image Prompt]
Rainy night again, Seon-woo peeking through the door crack, seeing the old grandmother eating something red (energy/essence) and looking into a mirror which reflects a monster/fox.
[Script]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밤, 선우는 평소보다 일찍 산속 집에 도착했습니다. 인기척을 내지 않고 문틈으로 안을 들여다본 그는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합니다. 방 안에는 아름다운 여인 대신, 그 첫날 보았던 쭈글쭈글한 할머니가 앉아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허공에서 붉은 기운 같은 것을 손으로 잡아 우적우적 씹어 먹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선우가 바친 정기였습니다.
할머니는 거울을 보며 낄낄거립니다. "젊은 놈의 피라 그런지 아주 달구나. 오늘 밤만 넘기면 이 놈은 말라죽고, 나는 백 년을 더 젊게 살겠어." 거울 속에 비친 할머니의 본모습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찢어진 눈과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흉측한 도깨비, 아니 천 년 묵은 여우 요괴의 모습이었습니다. 선우는 공포에 질려 입을 틀어막았습니다.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Image Prompt]
Seon-woo looking at his reflection in a puddle, seeing an old man's face, realizing he traded his life for gold, crying in fear and regret.
[Script]
선우는 공포에 질려 뒷걸음질 쳤습니다. 자신이 안았던 절세미녀가 사실은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 괴물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탐했던 부와 쾌락이 결국 죽음으로 가는 급행열차였다는 깨달음이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빗물 고인 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본 선우는 비명을 지를 뻔했습니다. 그곳에는 20대 청년이 아닌, 80 먹은 노인의 쭈글쭈글한 얼굴이 비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얼굴이... 내 시간이..." 욕망의 대가는 청춘과 목숨이었습니다. 금덩이가 아무리 많아도 늙고 병든 몸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그는 살고 싶다는 본능적인 공포에 휩싸여 빗속에서 흐느껴 울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어... 제발..."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Image Prompt]
Maegu appearing as the beautiful woman again, trying to seduce Seon-woo, Seon-woo holding an old prayer bead (Buddhist rosary), standing firm with determination.
[Script]
도망치려던 선우의 발목을 무언가가 휘감았습니다. 어느새 나타난 매구가 요염한 여인의 모습으로 그를 유혹하며 길을 막아섰습니다. "어딜 가느냐, 서방님. 아직 줄 금이 산더미인데. 이대로 가면 넌 다시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개 신세야. 나와 영원히 쾌락을 즐기자꾸나." 그 말은 달콤한 독처럼 선우의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하지만 선우는 주머니 속에서 차가운 감촉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돈이 궁할 때도 차마 팔지 못했던, 어머니의 유품인 낡은 염주였습니다. 어머니가 평생을 기도하며 지녔던 그 물건. 선우는 염주를 꽉 쥐며 깨달았습니다. 자신이 잃어가던 것은 단순한 젊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사랑이었음을. "가난해도 사람으로 살겠다. 네놈의 먹이로 사느니, 차라리 빚쟁이에게 맞아 죽는 게 낫다!" 선우의 눈빛에서 광기가 사라지고 생기가 돌아왔습니다.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Image Prompt]
Seon-woo holding up the beads, bright light emanating, Maegu screaming and shattering into pieces/illusions breaking, the house turning into ruins, Maegu turning into a small fox and running away.
[Script]
선우는 매구의 유혹하는 손을 뿌리치고, 염주를 쥔 주먹을 높이 쳐들었습니다. "내 욕망이 너를 불렀으나, 내 의지가 너를 물리치리라! 물러가라, 이 요물아!" 선우의 단호한 외침과 함께 어머니의 염주에서 맑고 투명한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그 성스러운 빛은 어둠을 가르고 매구를 향해 뻗어 나갔습니다. 매구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가리고 뒷걸음질 쳤습니다. "아악! 이게 무슨 빛이야! 썩은 내 나는 돈 냄새가 아니라니!"
빛이 닿자 매구의 아름다운 환영은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고, 집을 뒤덮고 있던 화려한 허상들도 벗겨지기 시작했습니다. 금은보화는 누런 낙엽으로, 비단옷은 끈적한 거미줄로 변해버렸습니다. 매구는 흉측한 노파의 모습도 유지하지 못한 채, 꼬리 아홉 달린 작은 여우 한 마리로 변해 깨갱거리며 산속 깊은 곳으로 도망쳤습니다. 동시에 선우의 몸을 감고 있던 검은 기운도 씻은 듯이 사라지고, 그의 백발과 주름이 서서히 본래의 젊은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15단계: 파이널 이미지 (마지막 장면)
[Image Prompt]
Morning sunlight, Seon-woo walking down the mountain holding a medicinal herb instead of gold, meeting his ex-fiancée, holding hands and walking towards the village, peaceful ending.
[Script]
폭풍우가 지나가고 화창한 아침 햇살이 비칩니다. 선우는 산 입구에 서 있습니다. 그의 손에는 금덩이 대신, 도망치는 여우가 떨어뜨리고 간 산속의 귀한 약초 한 뿌리가 들려 있습니다. 비록 큰 부자는 되지 못했지만, 햇살을 받는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당당합니다.
산을 터벅터벅 내려가는 그의 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입니다. 가난 때문에 헤어졌던 예전 정혼자가 걱정스런 얼굴로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우는 그녀에게 다가가 약초를 건네며 쑥스러운 듯 미소 짓습니다. "많이 늦었소. 이제 헛된 꿈은 꾸지 않으리다. 우리, 다시 시작해 봅시다." 여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마을로 내려가는 뒷모습 위로, 산새 소리가 평화롭게 울려 퍼지며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욕망의 거울은 깨지고,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