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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의 보은

1004suuny 2025. 1. 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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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보은

태그:

#조선시대, #호랑이, #보은, #은혜갚음, #산골마을, #사냥꾼, #산신령, #전설, #동물과인간,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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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깊은 산골, 사냥꾼 돌쇠가 다친 호랑이의 발에 박힌 가시를 뽑아주었습니다. 그 후 호랑이는 은혜를 잊지 않고 돌쇠의 가족을 지켜주었고, 마을에 흉년이 들었을 때는 먹을 것을 물어다 주며 목숨을 구해주었습니다. 사람과 호랑이 사이의 특별한 인연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1: 깊은 산속의 만남

깊은 산골 마을, 백두산 자락에 홀로 살던 사냥꾼 돌쇠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뚫고 산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고, 등에는 오래된 활이 메어져 있었습니다.

약초를 캐러 갔다가 눈이 쌓인 산길을 헤매던 돌쇠는 절벽 아래에서 신음 소리를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바람 소리인가 했지만, 분명 짐승의 울음소리였습니다.

돌쇠는 조심스레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곳에는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평생 산을 다니며 호랑이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호랑이는 앞발을 들고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발에는 커다란 가시가 박혀있었고, 그 주변으로 피가 흘러나와 눈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2: 가시를 뽑아주다

돌쇠는 잠시 망설였습니다. 수많은 사냥꾼들이 호랑이를 피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괴로워하는 호랑이의 눈빛에서 단순한 야수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발견했습니다.

호랑이는 돌쇠를 바라보았습니다. 평소 호랑이의 매서운 눈빛과는 다른, 애처로운 눈빛이었습니다. 돌쇠는 천천히 호랑이에게 다가갔습니다. 호랑이는 움직이지 않고 그저 돌쇠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괜찮소. 해치지 않을 테니 가만히 있어주시오."

돌쇠는 부드러운 말투로 호랑이를 안심시켰습니다. 평생을 산과 함께 살아온 그였기에, 짐승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았습니다. 호랑이의 발에 다가간 돌쇠는 깊게 박힌 가시를 발견했습니다. 호랑이의 두꺼운 발바닥을 뚫고 들어간 가시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돌쇠는 조심스럽게 호랑이의 발을 잡았습니다. 순간 호랑이가 신음 소리를 냈지만, 발을 빼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돌쇠를 믿기로 한 듯했습니다. 돌쇠는 천천히 가시를 잡고 힘을 주어 뽑았습니다.

가시가 뽑히자 호랑이의 발에서 피가 흘렀습니다. 돌쇠는 주머니에서 평소 상처에 바르던 약초를 꺼내 호랑이의 발에 발라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저고리 소매를 찢어 호랑이의 발을 감싸주었습니다.

"이제 괜찮을 것이오. 조심히 다니시오."

돌쇠의 말이 끝나자 호랑이는 천천히 일어섰습니다. 한동안 돌쇠를 바라보던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깊은 산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돌쇠는 그제서야 긴장이 풀렸는지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이 꿈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찢어진 소매와 땀에 젖은 등줄기가 이것이 현실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3: 호랑이의 첫 은혜

호랑이와의 만남이 있은 후 한 달이 지났습니다. 늦은 겨울, 돌쇠는 멀리 있는 장터에 가서 사냥한 짐승의 가죽을 팔았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이미 해가 저물어 있었고, 그의 허리춤에는 몇 달 동안 모은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달빛조차 나지 않는 깜깜한 산길, 돌쇠는 발걸음을 서둘렀습니다. 이때 숲속에서 수상한 인기척이 들렸습니다. 순간 어둠 속에서 시커먼 그림자 셋이 나타났습니다.

"발걸음을 멈추시지. 장터에서 돈을 꽤나 만지셨다고 들었소."

산적들이었습니다. 돌쇠는 활을 잡으려 했지만, 이미 산적들이 너무 가까이 와 있었습니다. 날카로운 칼날이 달빛에 번뜩였고, 돌쇠는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목숨이 아까우면 가진 것을 모두 내놓으시지."

돌쇠는 절벽 끝까지 몰렸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산적들 뒤편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으르렁..."

깊은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호랑이가 나타났습니다. 달빛에 비친 호랑이의 눈이 청광을 발했고, 산적들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호랑이가 한 발자국 내딛자 산적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습니다. 그제야 돌쇠는 호랑이의 발에 감긴 하얀 천을 보았습니다. 한 달 전 자신이 찢어준 저고리 소매였습니다.

호랑이는 돌쇠를 잠시 바라보더니, 앞발을 들어 절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돌쇠의 곁을 지나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날 밤 이후, 산속에서는 더 이상 산적들의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4: 마을의 흉년

그해 여름, 백두산 자락의 작은 마을에 큰 재앙이 찾아왔습니다. 봄부터 시작된 가뭄은 여름이 되어도 계속되었고, 논과 밭은 바싹 말라갔습니다. 농부들은 하늘만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돌쇠의 살림도 날로 어려워졌습니다. 산에서 사냥할 수 있는 짐승도 줄어들었고, 먹을 것을 찾아 마을로 내려오는 짐승들만 늘어갔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산으로 혼자 다니는 것조차 위험하다며 걱정했습니다.

"돌쇠 댁도 곧 끼니조차 잇기 어려울 거요. 마을을 떠나는 게 어떻겠소?"

이장은 돌쇠를 걱정하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돌쇠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평생을 이 산에서 살아온 그로서는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마을 사람들의 변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서로 돕고 살던 이웃들이 이제는 한 줌의 쌀로도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밤이면 남의 곳간을 노리는 그림자들도 보였습니다.

"저 돌쇠는 산 속에 뭔가 있는 게 분명해. 저렇게 혼자 살면서도 굶어 죽지 않고 버티는 걸 보면..."

수상한 소문이 마을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돌쇠가 산속 어딘가에 비밀스러운 식량창고를 숨겨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소문은 굶주린 마을 사람들의 의심을 키웠고, 돌쇠를 향한 시선은 날카로워졌습니다.

매일 밤 돌쇠의 집 주변을 맴도는 그림자가 늘어났습니다. 흉년은 사람들의 마음속 어둠까지 키워가고 있었습니다.

5: 신비한 선물

밤이 깊어 달이 중천에 떴을 때였습니다. 돌쇠는 마당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니 커다란 호랑이가 서 있었습니다. 그 호랑이의 입에는 무언가가 물려 있었습니다.

호랑이는 돌쇠를 보자 천천히 다가와 입에 물고 있던 것을 그의 앞에 내려놓았습니다. 달빛에 비친 그것은 커다란 산삼이었습니다. 뿌리의 모양이 사람을 닮았고, 잎은 아직도 싱싱했습니다.

돌쇠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 호랑이는 다시 산 속으로 사라졌다가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더 큰 산삼을 물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호랑이는 그날 밤 세 번이나 산삼을 물어다 주었습니다.

"이런 귀한 것을... 어찌 내게 주시는 것이오?"

돌쇠는 감격에 겨워 말했습니다. 호랑이는 그저 돌쇠를 바라보며 꼬리를 살랑거렸습니다. 마치 그동안의 은혜를 갚게 되어 기쁘다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 산삼들은 백 년도 더 된 귀한 것들이었습니다. 돌쇠는 다음 날 그중 한 뿌리를 들고 먼 고을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값으로 쌀과 콩을 가득 사 왔습니다.

돌쇠는 자신에게 생긴 기적 같은 일을 마을 사람들에게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는 사람들을 불러모아 이야기했습니다.

"이것은 산신령님이 우리 마을을 도우시려 주신 것이오. 모두가 나누어 먹읍시다."

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감동했고, 서로를 의심하던 마음도 조금씩 누그러졌습니다. 남은 산삼으로 마을 사람들은 힘을 모아 양식을 사 왔고, 그것으로 흉년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6: 위기의 순간

산삼으로 양식을 구했다는 소문은 이웃 마을까지 퍼져나갔습니다. 하지만 이 소문은 뜻하지 않은 화를 불러왔습니다. 어느 날 밤, 낯선 사내들이 돌쇠의 집을 찾아왔습니다.

"돌쇠 어른, 문 좀 열어보시오. 산삼 캐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하러 왔소."

돌쇠는 문밖의 기척을 살폈습니다. 한두 명이 아닌 듯했고, 말투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는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혼자 사는 늙은이 아니오? 산삼 자리를 알려주면 목숨은 살려주겠소."

위협적인 말투였습니다. 그들은 돌쇠가 산삼을 캐는 비밀 장소를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입니다. 달빛에 비친 그림자를 보니 최소 일곱 명은 되어 보였습니다.

"산삼은 호랑이가 물어다 준 것이오. 나도 어디 있는지 모르오."

돌쇠의 말에 그들은 비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누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믿겠습니까. 그들은 도끼로 문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소. 문을 열든지, 아니면..."

돌쇠는 방 한구석에 있는 활을 집어 들었습니다. 평생을 산과 함께 살아온 그였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과 맞서 싸워본 적은 없었습니다.

문이 부서질 것 같은 소리가 났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산에서 커다란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고, 적막이 찾아왔습니다.

7: 호랑이의 보호

달빛이 구름에 가려진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쌍의 푸른 눈동자가 나타났습니다. 집을 둘러싸고 있던 사내들은 얼어붙은 듯 서 있었습니다. 호랑이의 거대한 그림자가 달빛에 드리워졌습니다.

"호... 호랑이다!"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사내들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호랑이는 이미 그들의 퇴로를 막아서고 있었습니다. 도끼를 든 사내가 호랑이를 향해 휘둘렀지만, 호랑이는 한 발로 가볍게 도끼를 쳐냈습니다.

"살려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것입니다!"

사내들은 도구들을 내던지고 땅에 엎드렸습니다. 호랑이는 그들 주위를 천천히 돌았습니다. 마치 심판하는 듯한 눈빛이었습니다.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한 번 산을 울렸고, 사내들은 그 소리에 온몸을 떨었습니다.

돌쇠는 문틈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달빛 아래 선 호랑이의 모습은 마치 산신령과도 같았습니다. 호랑이는 사내들을 향해 크게 포효했고, 그들은 정신없이 산길을 따라 달아났습니다.

사내들이 사라지자 호랑이는 돌쇠의 집 주변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마치 더 이상 위험한 것이 없는지 확인하는 듯했습니다. 그리고는 돌쇠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곤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날 이후 아무도 돌쇠의 집을 넘보지 않았습니다. 산삼을 캐러 온다는 구실로 찾아오는 이방인들도 사라졌습니다. 호랑이의 포효 소리는 이제 돌쇠에게 편안한 자장가가 되었습니다.

8: 겨울의 선물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혹독했습니다. 백두산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눈보라는 며칠째 계속되었고, 마을은 온통 하얀 눈에 파묻혔습니다. 사람들은 감히 문 밖을 나설 수도 없었습니다.

돌쇠의 양식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미리 준비해 둔 장작마저 떨어져갔고, 방은 점점 차가워졌습니다. 사냥을 나갈 수도 없었습니다. 이대로는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이러다가는..."

한숨을 쉬던 그때였습니다. 마당에서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쇠가 살짝 문을 열어보니, 커다란 호랑이가 입에 사슴을 물고 서 있었습니다. 살찐 암사슴이었습니다.

호랑이는 사슴을 마당에 내려놓더니, 돌쇠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눈보라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랑이는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큰 멧돼지를 물고 왔습니다.

"이런 귀한 것을..."

돌쇠는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습니다. 호랑이는 그날 밤 세 번이나 사냥감을 물어다 주었습니다. 돌쇠는 고기를 손질하여 눈 속에 묻어두었습니다. 겨울을 날 양식이 생긴 것입니다.

이튿날, 돌쇠는 마을 사람들을 불러 고기를 나누어주었습니다. 굶주림에 지친 사람들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에는 더 많은 양을 건넸습니다.

"산신령님이 보내주신 것이니, 다 같이 나눠 먹어야지요."

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호랑이 이야기를 믿지 않았던 것을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날 이후 마을 사람들은 돌쇠를 산신령의 심부름꾼이라 부르며 공경했습니다.

9: 아들의 위험

봄이 오고, 돌쇠의 열다섯 살 된 아들 돌산이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혼자 산에 올랐습니다. 산나물이 한창인 시기였고, 어린 돌산이는 엄마에게 줄 봄나물을 꼭 캐오고 싶었습니다.

"해 지기 전에 꼭 돌아와야 한다..."

아버지의 말씀이 귓가에 맴돌았지만, 돌산이는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골짜기 안쪽에 더 좋은 나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늘은 순식간에 변했습니다.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봄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돌산이는 당황했습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려 했지만,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졌고 시야는 흐려졌습니다.

"아버지... 어디로 가야 하지..."

발걸음을 잘못 디뎌 돌산이는 비탈을 굴러떨어졌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길을 잃었습니다. 산속은 점점 어두워졌고, 멀리서 늑대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돌산이는 덜덜 떨며 바위 밑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비는 계속 내렸고, 온몸은 흙탕물로 젖었습니다. 추위가 몸을 파고들었고,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돌산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이제야 아버지의 말씀을 어긴 것을 후회했습니다. 늑대 울음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어둠 속에서 여러 쌍의 눈동자가 번뜩였습니다.

마을에서는 돌쇠가 아들을 찾아 산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빗속을 뚫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았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돌쇠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습니다.

10: 호랑이의 구조

늑대 떼가 점점 바위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돌산이는 두 눈을 감고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커다란 포효 소리가 산 전체를 울렸습니다.

눈을 떠보니 거대한 호랑이가 돌산이 앞에 서 있었습니다. 늑대 떼는 호랑이를 보자 꼬리를 말고 도망쳤습니다. 호랑이는 돌산이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습니다.

돌산이는 두려움에 떨었지만, 이상하게도 호랑이의 눈빛에서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호랑이는 돌산이 앞에 엎드려 등을 내밀었습니다. 마치 '타라'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혹시... 아버지가 이야기하신 그 호랑이신가요?"

돌산이의 말에 호랑이는 고개를 끄덕이는 듯했습니다. 돌산이는 조심스레 호랑이의 등에 올랐고, 호랑이는 빗속을 뚫고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돌쇠는 횃불을 들고 산을 헤매고 있었습니다. 빗속에서 횃불을 지키기도 힘들었지만, 아들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때 멀리서 익숙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저기..."

어둠 속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났습니다. 호랑이였습니다. 그리고 그 등에는 돌산이가 타고 있었습니다. 돌쇠는 달려가 아들을 끌어안았습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돌산이는 흐느끼며 아버지의 품에 안겼습니다. 호랑이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빗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돌쇠는 호랑이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깊이 절을 했습니다.

그날 이후 돌산이는 아버지의 말씀을 잘 듣는 아이가 되었고,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면 늘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고 합니다.

11: 마지막 만남

세월이 흘러 돌쇠의 머리카락도 하얗게 세었습니다. 어느 겨울날 밤, 돌쇠는 마당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습니다. 달빛 아래 늙은 호랑이가 서 있었습니다. 한때 위풍당당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자네도 많이 늙었구려..."

돌쇠는 호랑이에게 다가갔습니다. 호랑이는 돌쇠를 보며 옛날처럼 꼬리를 살랑거렸습니다. 그러나 그 움직임에는 예전의 힘이 없었습니다. 돌쇠는 호랑이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호랑이는 그의 손길에 기대어 눈을 감았습니다.

둘은 달빛 아래서 오랫동안 그렇게 있었습니다. 말은 없었지만, 서로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작별의 시간이 온 것입니다.

호랑이는 돌쇠에게 절을 하고는 깊은 산으로 돌아갔습니다. 돌쇠는 호랑이가 사라질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지켜보았습니다. 그날 밤, 산 깊은 곳에서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12: 전설이 되다

지금도 백두산 자락의 깊은 골짜기에는 호랑이와 사냥꾼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옵니다. 달빛 아래서는 늙은 호랑이와 사냥꾼이 마지막 작별을 나누는 모습이 보인다고도 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산신제를 지내며 호랑이의 은혜를 기억합니다. 제단에는 언제나 돌쇠 할아버지가 좋아하던 술 한 잔과 호랑이가 물어다 준 산삼을 닮은 떡을 올립니다.

돌쇠의 후손들은 대대로 이 마을을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절대로 호랑이 사냥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깊은 밤, 산에서 호랑이 울음소리가 들려오면 마을 사람들은 돌쇠 할아버지와 호랑이의 이야기를 떠올리며 고개를 숙입니다.

작은 은혜도 잊지 않고 갚은 호랑이, 그리고 그 은혜를 마을 사람들과 나눈 사냥꾼의 이야기는 오늘도 백두산 자락에서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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