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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가 좋았던 도깨비, 인간에게 '함께 웃는 법' 배우다 (c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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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킹멘트 (200자)
"혼자 산 지 수백 년, 인간은 귀찮기만 했던 도깨비. 그런데 어느 날 만난 가난한 나무꾼과의 우정이 그의 차가운 마음을 녹여버렸다. 씨름으로 시작된 인연이 어떻게 천년 고독을 끝내게 되었을까?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조선시대 최고의 우정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디스크립션 (300자)
조선 세종 때, 깊은 산속에 혼자 살던 도깨비가 있었습니다. 인간을 싫어했던 그가 우연히 만난 착한 나무꾼과 친구가 되면서 벌어지는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전통 도깨비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감동적인 오디오 드라마로, 우정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보게 합니다. 조선시대 야담의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외로운 도깨비의 등장, 혼자 사는 것을 좋아하는 도깨비 뚱보의 일상
깊은 산속, 달빛이 스며드는 고요한 밤이었다. 수백 년 된 참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스르르 소리를 내는 그곳에, 혼자 사는 것을 좋아하는 도깨비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뚱보였다. 다른 도깨비들처럼 장난치고 소란 피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용히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겼다. 키는 어른 남자만 하고, 배는 둥글게 나와 있었으며, 머리에는 작은 뿔이 두 개 달려 있었다. 얼굴은 순해 보였지만, 눈빛만은 어딘지 쓸쓸해 보였다.
"아, 또 시끄럽네."
뚱보는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마을에서는 한창 추석맞이 준비로 분주했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어른들은 큰 소리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왜 저렇게 시끄럽게 굴까? 혼자 있으면 얼마나 편한데."
뚱보는 중얼거리며 자신만의 은신처로 들어갔다. 커다란 바위 아래 파낸 동굴 같은 곳이었다. 안에는 그가 수백 년간 모은 보물들이 가득했다. 반짝이는 구슬들, 예쁜 돌멩이들, 그리고 오래된 책들까지. 모두 혼자서 즐기는 것들이었다.
"이게 최고야. 아무도 나를 귀찮게 하지 않고, 나도 아무도 신경 쓸 필요 없고."
그는 자신만의 보물을 하나씩 만지작거리며 만족스러워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수백 년을 이렇게 살아왔지만, 요즘 들어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뭐가 이상하지? 난 원래 이렇게 사는 게 좋다고."
그때였다. 동굴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뚱보는 귀를 기울였다.
"으음... 도깨비님, 계신가요?"
낯선 목소리였다. 뚱보는 깜짝 놀라 밖을 내다보았다. 달빛 아래 한 사람이 서 있었다. 키는 보통이고, 옷은 남루했지만 얼굴만은 선량해 보이는 젊은 남자였다.
"뭐야, 이 시간에 왜 여기까지 올라와?"
뚱보는 짜증스러워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젊은 남자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아, 정말 계시는군요! 소문으로만 들었는데..."
"소문? 무슨 소문?"
"마을에서 들었습니다. 이 산에 착한 도깨비가 산다고요. 그래서 용기를 내어 찾아왔습니다."
뚱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착한 도깨비라고? 누가 그런 소리를 했어?"
"아, 죄송합니다. 제가 철수라고 합니다. 마을에서 나무를 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철수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뚱보는 그런 철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들은 도깨비를 보면 무서워하거나 도망가기 바빴는데, 이 남자는 달랐다.
"나무꾼이라고? 그래서 이 깊은 산까지 온 거야?"
"네, 그런데 사실 제가 찾아온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철수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섞여 있었다. 뚱보는 무심코 관심을 보였다.
"뭔데?"
"마을에 아픈 아이가 있어요. 열이 며칠째 내리지 않는데, 의원도 손을 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마을 어르신들이 말씀하시길, 산의 도깨비님께 도움을 청해보라고 하셨어요."
뚱보는 당황했다.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한테? 왜?"
"도깨비님은 신통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 혹시 그 아이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철수는 고개를 깊이 숙이며 부탁했다. 뚱보는 잠시 망설였다. 평소라면 "내가 왜 인간을 도와야 해?"라고 화를 냈을 텐데, 이상하게도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그 아이가 많이 아픈가?"
"네, 정말 많이 아픕니다. 부모님이 밤새 울고 계세요."
뚱보의 마음이 묘하게 움직였다. 혼자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이상했다.
※ 운명적 만남, 나무꾼 철수와의 첫 만남, 씨름 대결
뚱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 정말... 왜 내가 이런 일에 휘말리지?"
하지만 결국 그는 철수를 따라 마을로 향했다. 밤이 깊어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간이었다. 뚱보는 조심스럽게 철수의 뒤를 따랐다.
"여기가 그 아이 집이에요."
철수가 가리킨 곳은 작고 낡은 초가집이었다. 안에서는 여인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뚱보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정말 많이 아픈 모양이네."
"네, 벌써 사흘째예요. 열이 너무 높아서..."
뚱보는 잠시 망설이다가 작은 주머니에서 반짝이는 구슬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그가 가장 아끼는 보물 중 하나였다.
"이걸 물에 우려서 먹이면 열이 내릴 거야."
"정말요? 고맙습니다!"
철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뚱보는 그런 철수의 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누군가 자신 때문에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대신 조건이 있어."
"네, 뭐든지 말씀해주세요."
"나와 씨름을 해. 내가 이기면 그냥 가고, 네가 이기면 이 약을 줄게."
철수는 깜짝 놀랐다. 도깨비와 씨름이라니. 하지만 아픈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좋습니다. 하겠습니다."
둘은 마을 입구의 넓은 공터로 갔다. 달빛이 밝게 비추는 가운데, 도깨비와 인간의 씨름이 시작되었다.
"으랏차!"
뚱보는 자신 있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철수도 만만치 않았다. 나무를 하며 단련된 그의 몸은 생각보다 튼튼했다.
"어? 이 친구, 제법인데?"
뚱보는 놀라며 더 힘을 주었다. 하지만 철수는 꿋꿋하게 버텼다. 둘은 한참 동안 팽팽하게 맞섰다.
"포기하지 않는구나."
"네, 절대 포기할 수 없어요. 그 아이를 위해서라면..."
철수의 눈에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뚱보는 그 눈빛을 보며 마음이 움직였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하는 모습이 신기했다.
"에이, 모르겠다!"
뚱보는 갑자기 힘을 빼며 털썩 주저앉았다.
"왜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너 이겼어. 이 약을 가져가."
뚱보는 구슬을 철수에게 건넸다. 철수는 어리둥절했다.
"정말요? 하지만 제가 이긴 게 아닌데..."
"아니야, 너 이겼어. 나보다 강한 마음을 가졌으니까."
뚱보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철수는 감격해하며 구슬을 받았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됐어, 그냥 가."
뚱보는 쑥스러워하며 몸을 돌렸다. 하지만 철수는 그를 불렀다.
"잠깐만요!"
"뭐?"
"혹시... 내일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뚱보는 깜짝 놀랐다.
"왜?"
"그냥... 고마워서요. 그리고 도깨비님이 생각보다 좋은 분인 것 같아서요."
뚱보는 당황했다. 자신을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처음이었다.
"좋은 분이라고? 나를?"
"네, 아픈 아이를 도와주시고, 씨름도 재미있게 해주셨잖아요. 정말 좋은 분이세요."
철수는 환하게 웃었다. 뚱보는 그 웃음을 보며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재미있었다고?"
"네, 정말 재미있었어요.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였어요."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라는 말이 뚱보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수백 년을 혼자 살아온 그에게는 생소한 감정이었다.
"그럼... 내일 여기서 또 만나자."
"정말요? 좋아요!"
철수는 기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뚱보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서 철수가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재미라..."
그는 중얼거리며 자신의 동굴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오지 않았다. 자꾸 철수의 웃는 얼굴이 떠올랐다.
"내일 뭘 하고 놀까?"
뚱보는 생전 처음으로 다음 날이 기다려졌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이제는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뚱보는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음... 좀 더 깔끔하게 해야겠네."
그는 자신을 가꾸며 철수와의 만남을 준비했다. 수백 년 만에 느끼는 설렘이었다.
※ 서로 다른 세계, 도깨비와 인간의 차이, 갈등과 이해
약속한 시간에 공터에 나간 뚱보는 이미 와서 기다리고 있는 철수를 발견했다. 철수는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도깨비님! 어제는 정말 고마웠어요!"
철수가 환하게 웃으며 달려왔다. 뚱보는 어색하게 손을 흔들었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됐어?"
"완전히 나았어요! 어머니가 너무 기뻐하셔서 밤새 우셨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철수의 기쁨이 전해져 뚱보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행이네. 그런데 손에 든 건 뭐야?"
"아, 이거요?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송편이에요. 도깨비님께 드리라고 하셨어요."
철수는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펼쳤다. 하얀 송편들이 정성스럽게 담겨 있었다. 뚱보는 생전 처음 받아보는 선물에 당황했다.
"이, 이걸 나한테?"
"네! 맛있게 드세요."
뚱보는 조심스럽게 송편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어? 이게 뭐야? 이상하게 맛있네."
"그쵸? 어머니 손맛이 최고예요. 사람들이 함께 나눠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던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함께 나눠 먹으면 더 맛있다고?"
뚱보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음식은 그냥 배고플 때 혼자 먹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는 게 무슨 뜻일까?
"네!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먹으면 같은 음식도 훨씬 맛있어져요. 이상하죠?"
철수는 자연스럽게 '친구'라는 말을 했다. 뚱보는 깜짝 놀랐다.
"친구? 나를 친구라고 했어?"
"어? 아, 죄송해요. 제가 너무 성급했나요? 하지만 도깨비님이 정말 좋은 분이라서..."
철수는 당황하며 손을 내저었다. 뚱보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말했다.
"친구라... 나는 친구가 없었는데."
"그럼 제가 도깨비님의 첫 번째 친구가 되면 안 될까요?"
철수의 순수한 제안에 뚱보의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우리는 너무 달라."
"뭐가 다른데요?"
"모든 게 다르지. 나는 도깨비고 너는 인간이야. 나는 수백 년을 살았고 너는 겨우 몇십 년밖에 못 살잖아. 나는 신통한 능력이 있지만 너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고."
뚱보의 목소리에는 쓸쓸함이 묻어났다. 철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웃었다.
"그런 게 중요한가요?"
"중요하지. 우리는 사는 세계가 완전히 달라."
"하지만 어제 씨름할 때는 그런 게 중요하지 않았잖아요. 그냥 재미있었어요."
철수의 말에 뚱보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 어제는 그런 차이들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도깨비님도 아픈 아이를 걱정해주셨잖아요. 마음은 똑같은 것 같은데요?"
"그, 그건..."
뚱보는 변명하려다가 말을 멈췄다. 정말 어제 아픈 아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아팠다.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봐요, 이렇게 함께 송편도 먹고 있고요. 다른 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철수는 또 하나의 송편을 뚱보에게 건넸다. 뚱보는 망설이다가 받아먹었다.
"음... 정말 혼자 먹을 때보다 맛있네."
"그쵸? 그게 바로 친구와 함께 하는 기쁨이에요."
뚱보는 처음으로 '함께'의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에는 불안함이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친구라는 게 정확히 뭐야?"
철수는 뚱보의 진지한 질문에 웃었다.
"음... 함께 있으면 즐겁고, 힘들 때 도와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주는 사이요."
"그게 다야?"
"네, 그게 다예요. 간단하죠?"
뚱보에게는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수백 년을 혼자 살아온 그에게 누군가와 그런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런 거 잘 모르는데."
"괜찮아요. 천천히 배우면 돼요. 저도 도깨비님과 친구가 되는 건 처음이거든요."
철수의 밝은 웃음에 뚱보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 진정한 우정의 시작, 함께 웃고 즐기는 법을 배우는 도깨비
그날부터 뚱보와 철수는 매일 만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에는 특별한 친밀감이 생겨났다.
"도깨비님, 오늘은 뭐 하고 놀까요?"
철수가 밝게 물었다. 뚱보는 여전히 '놀다'는 개념이 낯설었다.
"놀다니... 나는 보통 혼자 있는데."
"그럼 제가 재미있는 걸 가르쳐드릴게요!"
철수는 주머니에서 작은 돌멩이들을 꺼냈다.
"이게 뭐야?"
"공기놀이예요! 마을 아이들이 하는 건데, 정말 재미있어요."
철수는 능숙하게 돌멩이를 던지고 받으며 시범을 보였다. 뚱보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나도 해볼까?"
"물론이죠!"
뚱보가 돌멩이를 던지자, 신통한 능력 때문에 너무 높이 날아가 버렸다.
"어? 이상하네?"
철수는 크게 웃었다.
"하하하! 도깨비님, 힘 조절을 하셔야 해요!"
"웃지 마! 나도 할 수 있어!"
뚱보는 화를 내는 척했지만, 사실은 철수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처음 들어보는 즐거운 웃음이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뚱보도 공기놀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둘은 한참 동안 웃으며 놀았다.
"도깨비님, 웃으시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여요."
철수의 말에 뚱보는 깜짝 놀랐다.
"내가 웃었어?"
"네! 정말 밝게 웃으셨어요. 처음 봤는데 너무 좋아 보였어요."
뚱보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수백 년 동안 혼자 살면서 진심으로 웃은 적이 없었는데.
"이상하네... 나도 모르게."
"그게 바로 친구와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일이에요. 자연스럽게 웃게 되죠."
그 순간 뚱보는 깨달았다. 이제까지 자신이 진짜 웃음이 무엇인지 몰랐다는 것을. 혼자 있을 때의 만족감과 누군가와 함께 할 때의 기쁨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철수야."
"네?"
"고마워."
"뭘요?"
"웃는 법을 가르쳐줘서."
철수는 환하게 웃었다.
"저야말로 고마워요. 도깨비님 덕분에 정말 즐거워요."
뚱보는 철수의 말을 듣고 가슴이 따뜻해졌다. 자신 때문에 누군가 즐거워한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인지 몰랐다.
"그런데 철수야, 너는 왜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 했어?"
철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느꼈어요. 도깨비님이 외로워 보였거든요."
"외로워?"
"네.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하셨지만, 눈빛이 쓸쓸해 보였어요. 마치 정말 외롭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처럼요."
뚱보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도 몰랐던 마음을 철수가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친구가 되어드리고 싶었어요. 혼자 있는 것도 좋지만, 함께 있는 것도 좋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거든요."
철수의 진심 어린 말에 뚱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나... 정말 외로웠나 봐."
"괜찮아요. 이제 혼자가 아니잖아요."
"응, 이제 혼자가 아니야."
뚱보는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진심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것이 이렇게 마음 편한 일인지 몰랐다.
"철수야, 나도 너한테 뭔가 가르쳐줄게."
"정말요? 뭘요?"
뚱보는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갑자기 밤하늘에 아름다운 불꽃들이 피어올랐다.
"우와! 이게 뭐예요?"
"도깨비불이야. 우리만의 축제야."
철수는 감탄하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뚱보는 그런 철수를 보며 흐뭇해했다.
"정말 아름다워요! 이런 걸 혼자만 보고 계셨다니, 아까워요."
"이제 혼자 보는 게 아니야. 함께 보는 거야."
둘은 나란히 앉아 아름다운 도깨비불을 바라보았다. 뚱보는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누군가와 나누는 기쁨을 맛보았다.
"철수야."
"네?"
"친구가 되어줘서 고마워."
"저야말로 고마워요. 도깨비님."
그날 밤, 뚱보는 수백 년 만에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혼자 있는 평안함도 좋았지만, 누군가와 함께 웃고 기뻐하는 것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감정이었다.
※ 이별의 순간, 철수의 위기와 도깨비의 선택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철수가 평소보다 늦게 나타났을 때, 뚱보는 그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알아챘다.
"철수야, 무슨 일이야? 오늘은 왜 이렇게 늦었어?"
철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도깨비님... 제가 마을을 떠나야 할 것 같아요."
"뭐라고?"
뚱보는 깜짝 놀라며 철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아버지가 병이 나셨어요. 한양에 계신 큰아버지께서 아버지를 모셔가겠다고 하셨어요. 그곳에 더 좋은 의원이 있다고..."
철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뚱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언제... 언제 떠나는데?"
"내일 아침이요. 아버지 상태가 좋지 않아서 더 늦출 수가 없어요."
뚱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막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벌써 이별이라니.
"그럼... 언제 돌아와?"
철수는 고개를 숙였다.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나으시면 돌아올 수 있겠지만... 언제가 될지..."
둘 사이에 침묵이 흘렸다. 뚱보는 가슴이 아팠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었다.
"그냥... 가지 마."
"예?"
"내가 너를 도와줄게. 내 신통한 능력으로 아버지를 낫게 해줄 수 있어."
뚱보는 절박하게 말했다. 하지만 철수는 고개를 저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운데... 아버지 병은 그런 게 아니에요. 오래된 지병이라서..."
"그럼 내가 따라갈게!"
"도깨비님이요?"
"응! 나도 한양에 갈 수 있어. 그럼 우리 계속 친구할 수 있잖아."
철수는 슬픈 미소를 지었다.
"도깨비님은 이 산을 떠날 수 없어요. 이곳이 도깨비님의 터전이잖아요."
철수의 말이 맞았다. 도깨비들은 자신의 터전을 떠날 수 없었다. 뚱보도 이것을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상관없어! 내가..."
"도깨비님."
철수가 뚱보의 말을 끊었다.
"저도 정말 떠나기 싫어요. 도깨비님과 함께 있던 시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뚱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나도야... 나도 너랑 있을 때가 가장 행복했어."
"그럼 됐어요. 우리 진짜 친구가 된 거잖아요."
"하지만 이제 헤어져야 하는데..."
"친구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친구예요. 마음으로는 항상 함께 있는 거예요."
철수는 주머니에서 작은 돌멩이를 꺼냈다. 공기놀이를 할 때 쓰던 그 돌멩이였다.
"이걸 가져가려고 해요. 도깨비님과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물건이거든요."
뚱보도 자신의 보물 중 하나인 작은 방울을 꺼냈다.
"이것도 가져가. 이 방울 소리를 들으면 내가 생각날 거야."
둘은 서로의 선물을 주고받았다. 그 순간 둘 다 눈물을 흘렸다.
"도깨비님, 저 꼭 돌아올게요."
"정말?"
"네, 약속해요. 그때까지 도깨비님도 건강하게 계세요."
뚱보는 끄덕였다. 비록 이별이 슬펐지만, 철수와의 우정은 영원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도 약속할게. 네가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게."
그날 밤, 둘은 마지막으로 함께 도깨비불 축제를 보며 밤을 새웠다. 아침이 오는 것이 아쉬웠지만, 둘 다 이 시간을 소중히 간직하기로 했다.
※ 영원한 우정, 함께 웃는 법을 배운 도깨비의 새로운 시작
철수가 떠난 후, 뚱보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달랐다. 이제 그는 진정한 외로움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철수... 잘 지내고 있을까?"
뚱보는 매일 공터에 나가 철수를 기다렸다. 혹시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해서 마을 근처까지 가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에서 아이들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뚱보는 궁금해서 가까이 가보았다.
"어떡하지? 강에 빠진 공을 어떻게 건져내지?"
아이들이 걱정하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뚱보였지만, 이제는 달랐다.
"내가 도와줄까?"
뚱보는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아이들은 처음에는 놀랐지만, 뚱보의 따뜻한 미소를 보고 안심했다.
"정말요? 고마워요!"
뚱보는 신통한 능력으로 공을 건져주었다. 아이들은 기뻐하며 뚱보에게 고마워했다.
"아저씨, 정말 고마워요! 우리랑 같이 놀아요!"
"나랑?"
"네! 재미있게 놀아요!"
뚱보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철수가 가르쳐준 것을 떠올렸다. 함께 하는 기쁨을.
"좋아, 같이 놀자!"
그날부터 뚱보는 마을 아이들과 자주 놀게 되었다. 처음에는 철수가 그리워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점 진심으로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워졌다.
"도깨비 아저씨! 오늘도 와주셔서 고마워요!"
"나야말로 고마워. 너희들 덕분에 매일이 즐거워."
뚱보는 이제 혼자 있는 시간보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철수가 가르쳐준 '함께 웃는 법'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깨비님!"
뚱보는 깜짝 놀라 돌아보았다. 철수가 서 있었다. 조금 더 성숙해진 모습이었지만, 그 따뜻한 미소는 그대로였다.
"철수야!"
둘은 달려가 서로를 껴안았다. 1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만큼 반가웠다.
"아버지는 어떻게 됐어?"
"완전히 나으셨어요! 그래서 마을로 돌아올 수 있게 됐어요."
"정말 다행이야!"
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놀랐다. 마을 아이들이 뚱보 주변에 모여 있었다.
"도깨비님, 이 아이들은?"
"아, 이 녀석들? 내 새로운 친구들이야."
뚱보는 자랑스럽게 아이들을 소개했다. 철수는 감동했다.
"도깨비님이 이렇게 많은 친구를 사귀셨다니!"
"네가 가르쳐준 거야. 함께 웃는 법을."
철수는 뚱보가 완전히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진정한 행복을 찾은 모습이었다.
"도깨비 아저씨, 이분이 누구예요?"
아이들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 사람은 나의 첫 번째 친구야. 나한테 친구가 무엇인지 가르쳐준 고마운 사람이지."
철수는 감격해하며 말했다.
"저야말로 도깨비님께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배웠어요."
그날 밤, 온 마을 사람들이 모여 뚱보와 철수의 재회를 축하했다. 뚱보는 이제 혼자가 아니었다. 많은 친구들에 둘러싸여 진정한 행복을 맛보고 있었다.
"철수야, 고마워."
"뭘요?"
"나한테 함께 웃는 법을 가르쳐줘서. 덕분에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어."
"저도 고마워요. 도깨비님 덕분에 진정한 우정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요."
둘은 하늘에 펼쳐진 아름다운 도깨비불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 그들의 웃음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소중한 선물이 되었다.
그렇게 혼자가 좋았던 도깨비는 인간에게 '함께 웃는 법'을 배우며, 수백 년간의 외로움을 끝내고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되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던 도깨비 뚱보가 철수를 만나 진정한 우정을 배워가는 과정이 정말 감동적이었죠. 우리도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할 수 있지만, 누군가와 함께 웃고 나누는 기쁨은 그보다 훨씬 특별한 것 같아요.
조선시대 우리 조상들도 이런 따뜻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인간관계의 소중함을 전해주었답니다. 다음 주에는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엉뚱한 도깨비와 엮였더니 인생 꼬인 줄 알았는데... 풀렸다' - 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구독과 좋아요 꼭 눌러주세요! 알림설정까지 해주시면 새로운 조선시대 전설을 가장 먼저 만나실 수 있어요.
그럼 다음 이야기에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