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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아비 농부를 맺어준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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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youtu.be/CaTv9sn6BUg

     

     

    후킹 (300자 이내)

    강원도 깊은 산골, 굶어 죽기 직전의 홀아비가 피투성이 도깨비를 살려줍니다. 그날 밤부터, 사내의 삶이 뒤틀리기 시작합니다. 마당에 나타난 정체 모를 쌀가마니, 밤마다 담장 너머에서 들려오는 숨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에게 다가갈수록 조여오는 핏빛 올가미. 도깨비의 은혜였을까요, 아니면 저승으로 끌고 가려는 덫이었을까요. 이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보지 마십시오.

    ※ 1단계 ·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강원도 산골 깊은 곳, 한겨울 자정을 막 넘긴 시각이었습니다. 칼바람이 문풍지를 찢으며 짐승의 울음 같은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마치 산 너머 어딘가에서 굶어 죽은 원혼이 입을 찢어 부르짖는 것처럼 온 골짜기를 울렸습니다. 오두막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흙벽 한 칸짜리 방 안, 온기라고는 손톱만큼도 남아 있지 않은 냉골 바닥에 한 사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거칠고 갈라진 손가락이 바닥을 긁을 때마다 손끝에서 검은 피가 배어 나왔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아궁이는 이미 사흘 전에 꺼졌고, 남은 것이라고는 허옇게 죽은 재뿐이었습니다. 재가 바람에 날려 사내의 얼굴 위에 내려앉을 때마다, 마치 누군가가 산 사람에게 미리 수의의 분(粉)을 뿌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사내는 텅 빈 밥그릇을 들어 올려 물끄러미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릇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나, 그 검고 둥근 바닥이 마치 무덤 구멍처럼 끝없이 깊어 보여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에휴, 춥다 추워. 뱃속이 비어 그런가, 뼈마디가 으스러지는 것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게 꼭 이승에 매달린 귀신 꼴이로구만." 사내의 독백은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하얀 김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졌고, 바람 소리에 찢겨 누구에게도 닿지 못한 채 어둠 속으로 삼켜졌습니다. 그 순간, 방 구석에 웅크린 사내의 그림자가 촛불도 없는 방 안에서 혼자 꿈틀하며 벽을 기어오르는 것을 사내는 보지 못했습니다. 무언가가 이미 이 방 안에, 이 사내의 그림자 속에 들어와 앉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오래전부터 이 사내를 지켜보고 있었고, 오늘 밤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멈추고, 방 안에 불가능한 적막이 내려앉았을 때, 사내의 뒷덜미를 핥듯 스치는 숨결이 있었으나 사내는 그것이 바람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 2단계 · 주제 제시

    적막이 사내를 옥죄는 그 시각, 문득 귓가에 기묘한 음성이 스며들었습니다. 분명 바람 소리인데, 사람의 말처럼 또렷하게 문장을 이루며 고막을 파고드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것은 바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 가을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에서 만난 떠돌이 약장수 노인의 목소리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 노인은 분명 마을을 떠난 이튿날 산짐승에게 물려 죽었다는 소문이 돌았고, 시신은 끝내 찾지 못했다 했습니다.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어째서 바람결에 실려 오는 것이겠습니까. "이보게, 사람의 인연이란 것이 억지로 밧줄을 꼬듯 한다고 이어지는 것이 아니야. 허나 그 마음이 참으로 간절하고 맑아서 하늘 끝에 닿기만 한다면, 지나가던 귀신도 발을 멈추고 돕는 법이라지. 허나 기억해두게, 귀신이 돕는 데에는 반드시 값이 있는 법이야. 반드시." 그때는 분명 '반드시'라는 말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사내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져나갔습니다. 환청인가 싶어 귀를 틀어막아보았으나, 목소리는 귀가 아니라 뼛속에서 울려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마치 해골의 이빨 사이로 새어 나오는 바람 같은, 가늘고 차가운 울림이었습니다. 귀신도 돕는 마음이라, 그런데 그 값이란 대체 무엇일까.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었습니다. 심장 위에 얹힌 손바닥이 느끼는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느렸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심장 박동의 사이사이에 손가락을 끼워 넣어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는 듯한, 생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느림이었습니다. 사내는 쓴웃음을 지었으나 입술이 떨려 웃음의 모양이 되지 못하고, 차라리 울음에 가까운 일그러짐으로 어둠 속에 매달렸습니다. 그 값이 무엇이든, 나에게 빼앗길 것이 남아나 있기는 한 걸까.

    ※ 3단계 · 설정 (준비)

    이 사내의 이름은 덕칠, 나이는 마흔을 훌쩍 넘겨 머리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노총각이었습니다. 몸이 소처럼 크고 힘은 장사였으나 가진 것이라고는 죽은 아비에게 물려받은 이 허물어져 가는 오두막 한 칸과 정직함뿐이었습니다. 남의 밭을 갈아주고 품삯을 받아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살았는데, 마을 사람들의 평은 묘하게 엇갈렸습니다. 낮에는 곰처럼 우직하다며 등을 두드리다가도, 밤이면 수군거렸습니다. "저 사내, 아비도 저리 혼자 살다 가지 않았나. 저 집안 남정네들은 대대로 여자 복이 없어. 무당이 그러는데, 저 오두막터가 원래 처녀귀신이 목 매 죽은 자리라 여자가 가까이하면 액을 당한다더라." 소문의 진위야 알 수 없었으나, 사실 덕칠이 살고 있는 오두막의 들보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검붉은 자국이 있었고, 그것은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사내의 가슴속에도 말 못 할 마음이 있었습니다. 아랫마을 과부 연화 아씨를 향한 깊은 연모였습니다. 냇가에서 빨래하는 그녀의 흰 옷자락을 볼 때마다 심장이 쿵쿵거렸으나, 감히 다가설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연화를 떠올릴 때마다 방 안의 온도가 한 뼘만큼 더 내려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사내의 마음을 엿듣고 있다가 시기하듯, 차가운 손가락으로 방 안 공기를 쥐어짜는 것만 같았습니다. 덕칠은 오늘도 짚신을 꼬면서 연화의 모습을 떠올렸고, 그때마다 등 뒤에서 벽을 긁는 듯한 가느다란 소리가 났으나 뒤를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 4단계 · 사건 발생 (촉발)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장터에서 짚신을 팔다가 한 켤레도 팔지 못하고 터덜터덜 돌아오는 길, 귀신이 나온다 하여 대낮에도 사람이 끊긴 고갯마루를 넘고 있었습니다. 달이 구름에 가려 칠흑이었고, 발밑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때, 덤불 속에서 끙, 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사람의 소리 같으면서도 분명 사람은 아닌, 뼈가 부러질 때 나는 둔탁한 울림이 섞인 기괴한 신음이었습니다. 머리카락이 한 올 한 올 곤두서고 오금이 저려 주저앉을 뻔했으나, 천성이 모질지 못한 덕칠은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소리 나는 쪽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구름이 걷히며 달빛이 쏟아진 그 순간, 덕칠은 입을 틀어막아야 했습니다. 덤불 사이에 드러누운 것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머리에 뿔이 우뚝 솟고 눈이 등잔만 하며 온몸에 푸른 빛이 도는, 영락없는 도깨비였습니다. 왼쪽 다리가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었고 시퍼런 피가 낙엽 위로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가장 섬뜩한 것은 도깨비의 눈이었습니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 위에서 그 커다란 두 눈만이 덕칠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에는 고통도 두려움도 아닌 무언가 다른 것, 마치 오래전부터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는 듯한 묘한 확신이 서려 있었습니다. 덕칠은 떨리는 손으로 품속 약초를 꺼내 짓이겨 상처에 발랐고, 마지막 남은 주먹밥까지 내려놓은 뒤 도망치듯 산을 내려왔습니다. 등 뒤에서 들려온 것은 고마움의 인사가 아니라 낮고 긴 웃음소리였습니다.

    ※ 5단계 · 고민 (망설임)

    다음 날 새벽, 문을 열자마자 덕칠은 비명을 삼켜야 했습니다. 마당 한가운데에 쌀가마니 열 섬과 비단 뭉치들이 탑처럼 쌓여 있었는데, 문제는 그것들이 놓인 방식이었습니다. 쌀가마니는 사람 형상으로 세워져 있었고, 비단은 마치 수의를 접어놓은 것처럼 가지런히 개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핏빛 낙엽 하나가 얹혀 있었는데, 어젯밤 도깨비의 피가 묻은 바로 그 낙엽이었습니다. 덕칠의 등골이 오싹해졌습니다. 도깨비의 보은임은 틀림없었으나, 이것이 과연 고마움의 표시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의도가 숨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쌀가마니에 손을 대려 하자 비단 위에서 검은 나비 한 마리가 푸드덕 날아올랐습니다. 한겨울에 나비라니. 그 나비가 날아간 방향은 아랫마을, 정확히 연화 아씨의 집 쪽이었습니다. "이런 요상한 것을 건드렸다가 탈이 나면 어쩌나. 그래도 보은인데, 아니야 도깨비 재물은 뜬구름이라 했어. 허나 이 쌀이면 연화 아씨 앞에 떳떳하게 설 수 있을 텐데." 덕칠은 밤새 마당을 맴돌았습니다. 손을 뻗었다 거두기를 수십 번, 배고픔과 두려움이 엇갈렸습니다. 그런데 새벽녘이 되자 소름 돋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쌀가마니의 수가 늘어나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덕칠이 망설일수록 대가가 불어나는 것처럼, 아무도 가져온 적 없는 가마니가 하나씩 더해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호의가 아니라 올가미였는지도 모릅니다. 손을 대든 대지 않든, 이미 도깨비의 그물 안에 들어와 있었는지도.

    ※ 6단계 ·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그날 밤이었습니다. 툇마루에 넋이 나간 채 앉아 있던 덕칠의 정면, 마당의 쌀가마니들 뒤에서 바람 한 줄기가 소용돌이치더니 푸른 불꽃과 함께 도깨비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어젯밤의 처참한 형상은 온데간데없고, 멀쩡한 두 다리로 서서 이빨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웃는 얼굴이 사람의 웃음과는 달랐습니다. 입꼬리가 귀까지 찢어지듯 올라가고, 눈은 웃지 않은 채 덕칠을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돈이냐? 벼슬이냐?" 목소리는 쾌활했으나, 그 쾌활함 밑에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숨어 있었습니다. 덕칠이 얼굴을 붉히며 연화 아씨 이야기를 꺼내자 도깨비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푸하하! 그게 소원이라고? 좋았어, 이 깨비님이 중매를 서주지!"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도깨비는 덕칠의 손목을 움켜쥐었습니다. 그 손이 닿는 순간 덕칠은 비명을 질렀습니다. 도깨비의 손가락이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닿는 곳에서 검푸른 반점이 번지는 것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음 순간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습니다. 발아래로 마을의 불빛이 흘러가는 것이 보였고, 바람이 귀를 찢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에 끌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도깨비의 눈동자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핏기 없이 하얗게 변해 있었고, 그 순간 덕칠은 깨달았습니다. 돌이킬 수 없는 문턱을 이미 넘어버렸다는 것을.

    ※ 7단계 ·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같은 시각, 아랫마을 연화 아씨의 방 안에서도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남편을 일찍 잃고 시댁의 구박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가던 연화는 최근 며칠,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밤마다 꿈에 모르는 사내가 나타났는데, 얼굴은 보이지 않고 등만 보였습니다. 그 넓은 등이 왠지 덕칠을 닮아 있었습니다. 꿈에서 깨면 이상하게도 베갯잇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방 안에 낯선 흙냄새가 가시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아침에는 담장 밑에 곱디고운 꽃신 한 켤레가 놓여 있었습니다. 연화가 꽃신을 집어 들었을 때 손끝에 전해진 것은 온기가 아니라 묘하게 차가운 서늘함이었습니다. 신발 안쪽을 살펴보니 붉은 실이 꼬여 수놓아져 있었는데, 그것이 글자인지 문양인지 분간할 수 없는 기괴한 형상이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장작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으나, 그 장작에서 나무 냄새가 아닌 흙 속 깊은 곳, 관(棺)에서 나는 듯한 퀴퀴한 냄새가 났습니다. 누구의 소행인지 짐작이 가면서도, 연화는 말할 수 없는 공포와 설렘이 뒤엉킨 감정에 사로잡혔습니다. 꽃신을 품에 안으며 그녀는 중얼거렸습니다. "대체 누가, 왜 나에게 이런 것을." 그때 방문 밖에서 바스락,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문을 열어보았으나 아무도 없었고, 다만 마당의 흙바닥에 사람 것이 아닌 커다란 발자국 하나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발가락이 세 개뿐인, 그 발자국이.

    ※ 8단계 · 재미 구간 (볼거리 · 핵심 장면들)

    도깨비 깨비의 '작전'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이란 것이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경계가 모호한 공포와 익살의 줄타기였습니다. 연화를 구박하던 시어머니가 밤중에 뒷간에 갔다가 허공에 뜬 파란 도깨비불 수십 개와 마주쳤습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시어머니의 뒤통수에 대고 도깨비불들이 일제히 깔깔거렸는데, 그 웃음소리가 어찌나 실감 나고 섬뜩했던지 시어머니는 그날 이후 입을 다물고 방에만 틀어박혔습니다. 덕칠이 밭을 갈 때면 깨비는 도깨비 수십을 불러 모아 북과 꽹과리를 울리며 하룻밤 새 황무지를 옥토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그 옥토 위에는 뼈처럼 하얀 지렁이들이 기어 다녔고, 풍년이 들 징조라기엔 그 흙에서 기이하게 비린 냄새가 났습니다. "자, 웃어! 사내는 자신감이야!" 깨비가 훅 입김을 불어넣자 덕칠은 둔한 곰에서 호탕한 장사로 변했습니다. 연화 앞에서 장작을 한 손으로 쪼갤 때 여인의 얼굴에 홍조가 올랐으나, 덕칠의 그림자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자는 여전히 웅크리고 있었고, 가끔씩 본체와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신명 나는 굿판 같다며 좋아했으나, 마을 끝에 사는 눈먼 노파만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저것은 굿이 아니라 씻김이여. 산 사람을 위한 잔치가 아니라 죽은 자를 부르는 놀음이여." 아무도 그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 9단계 ·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마을 잔칫날이 밝았습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으나, 기이하게도 새가 한 마리도 울지 않는 아침이었습니다. 깨비의 도움으로 번듯해진 덕칠은 새하얀 바지저고리를 차려입고 연화 앞에 섰습니다. 심장이 멎을 듯 쿵쾅거렸고, 떨리는 손으로 품속의 붉은 댕기를 꺼내 들었습니다. "아씨, 부족한 놈이지만 제 마음만은 진짜입니다." 말이 끝나자 주변이 고요해졌습니다. 바람조차 숨을 멈추었고,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 쏠렸습니다. 연화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댕기를 받아드는 순간,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덕칠의 눈시울이 뜨거워졌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행복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연화가 댕기를 받아쥔 손등 위로 검푸른 반점이 스치듯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도깨비가 덕칠의 손목을 쥐었을 때 생겼던 바로 그 반점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잔치판 가장자리,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깨비가 모습을 감춘 채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축하가 아니라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한 빛이었습니다. 마치 자신이 짠 거미줄에 먹잇감이 걸린 것을 확인한 뒤의 고요한 만족, 아니 그보다는 오래 묵은 집착이 마침내 한 매듭에 이르렀다는 기이한 안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 10단계 ·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호사다마라 했던가요. 행복은 안개처럼 금세 걷히고, 그 자리를 파고든 것은 음습한 소문이었습니다. 덕칠이가 요물과 작당하여 사람을 홀리고 재물을 훔쳤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번졌고, 그것이 관아에까지 흘러 들어갔습니다. 탐욕스러운 사또는 보물이 탐나 포졸을 보냈고, 덕칠은 오랏줄에 묶여 끌려갔습니다. "네 이놈, 요사스러운 술법으로 과부를 꼬드기고 재물을 모았겠다! 네놈의 보물이 어디 있느냐!" 덕칠이 형틀에 묶여 끌려가는 모습을 본 연화는 길바닥에 무릎이 깨지도록 주저앉았고, 그 눈에서 쏟아진 눈물이 먼지 위에 떨어져 붉은 점을 만들었습니다. 눈물이 붉다니, 그것은 사람의 눈물이 아니라 피눈물이었습니다. 깨비가 준 꽃신을 신은 이후 연화의 몸에 무언가 스며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치듯, 깨비마저 위기에 처했습니다. 인간사에 너무 깊이 발을 들인 대가로 도깨비 왕의 진노가 내려진 것이었습니다. 하늘에서 붉은 번개가 내리꽂히더니 깨비의 몸이 부서진 항아리처럼 산산이 갈라지며 쓰러졌습니다. 속박의 쇠사슬이 허공에서 나타나 깨비를 옥죄었고, 갇히기 직전 깨비가 마지막으로 중얼거린 말이 바람에 실려왔습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닌데." 그 한마디에 담긴 의미가 간절함인지, 집념인지, 아니면 인간이 헤아릴 수 없는 다른 무엇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 11단계 ·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차가운 감옥 안, 덕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매를 맞았습니다. 피가 눈 위로 흘러내려 세상이 붉게 물들었고, 부러진 갈비뼈가 숨을 쉴 때마다 폐를 찔렀습니다. "도깨비가 어디 있느냐! 보물은 어디 숨겼느냐!" 사또의 추궁이 계속되었으나 덕칠은 입을 꾹 다물었습니다. 도깨비의 존재를 밝히면 깨비가 위험해질 것이고, 모든 것이 요술이었다 알려지면 연화가 마녀로 몰릴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옥바닥에 쓰러진 덕칠의 귀에 담장 밖 연화의 곡소리가 스며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울음소리가 가끔씩 끊기면서 연화의 것이 아닌 다른 소리가 섞여 들어왔습니다. 낮고 가느다란 웃음소리, 아니 그것은 흐느낌과 웃음의 경계에 있는 소리였습니다. 마치 이 모든 비극이 누군가에 의해 짜여진 놀음이라는 듯이. 덕칠의 손목에 남아 있던 검푸른 반점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습니다. 그것은 점점 번져 팔뚝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고, 반점이 번질 때마다 덕칠은 자신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가 지워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머니의 얼굴, 아버지의 목소리, 어린 시절 뛰놀던 들판의 냄새,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나으리, 다 제 탓입니다. 차라리 저를 죽여주십시오." 덕칠의 간청은 빗소리에 묻혔고,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한 가지 생각만이 남았습니다. 연화만은, 제발.

    ※ 12단계 · 영혼의 밤 (깊은 절망)

    깊은 밤, 감옥의 작은 창살 사이로 한 줄기 달빛이 들어와 피투성이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덕칠은 그 달빛 속에서 모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깨비가 준 쌀가마니도 하룻밤 새 바뀐 옥토도 호탕해진 성격도, 자신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빌린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빌린 것에는 반드시 값이 따르는 법이라고, 이미 죽은 약장수 노인이 말하지 않았던가요. 반점이 심장까지 번지면 어떻게 되는 것인지, 연화 손등에 스쳤던 그 반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생각이 미치자 뼛속까지 얼어붙는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하지만 그 공포의 한가운데서 덕칠은 한 가지 확실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연화를 향한 이 마음, 고문을 견디면서도 그녀를 지키겠다는 이 마음만은, 어떤 요술도 만들어낼 수 없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었습니다. 그것만은 빌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덕칠은 피가 섞인 침을 삼키고, 처음으로 도깨비가 아닌 자기 자신의 영혼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아니, 기도라 해야 할 것입니다. "부디 제게 남은 목숨을 다 거두어가셔도 좋으니, 저 사람은, 연화 아씨만은 다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이 반점이, 이 빚이 제 목숨으로 갚아지는 것이라면 기꺼이 내놓겠습니다." 그 기도는 비명보다 처절했고, 침묵보다 무거웠습니다. 옥안의 공기가 파르르 떨렸고, 벽 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이 마치 누군가의 숨소리처럼 덕칠의 말을 빨아들이고 있었습니다.

    ※ 13단계 ·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처형 당일 아침, 하늘이 갈라졌습니다. 먹구름이 아니었습니다. 하늘에 금이 간 것처럼 검은 선이 그어지더니 그 틈새로 시퍼런 번개가 형장에 내리꽂혔습니다. 땅이 갈라지고 포졸들이 나뒹구는 아수라장 속에서 족쇄를 끊어낸 깨비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전과 달랐습니다. 온몸이 반투명하게 변했고, 한쪽 뿔은 부러져 있었으며, 쇠사슬의 잔해가 살점과 함께 매달려 있었습니다. 도깨비 왕의 감옥을 부수고 나온 대가는 혹독했던 것입니다. "의리 없는 놈들은 쓸어버린다!" 깨비가 회오리를 일으켰으나 예전 같은 힘은 없었습니다. 바람은 약했고, 깨비의 몸은 점점 더 투명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덕칠이 움직였습니다. 더 이상 도깨비 뒤에 숨는 사내가 아니었습니다. 팔의 검푸른 반점이 심장 가까이까지 번져 있었지만, 오히려 그 고통이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었습니다. 덕칠은 맨몸으로 날아오는 창 앞에 섰습니다. 창날이 어깨를 뚫었으나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연화를 등 뒤에 감쌌습니다. "물러가라!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누구도 이 사람에게 손을 댈 수 없다!" 덕칠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백에 포졸들의 발이 굳었습니다. 그 기백은 도깨비의 요술이 아니었습니다. 빌린 것이 아닌, 자기 자신의 것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 덕칠의 손목에서 검푸른 반점이 떨리더니 한 뼘 뒤로 물러났습니다.

    ※ 14단계 ·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깨비는 마지막 남은 기운을 쥐어짜내 관아 지붕보다 더 큰 도깨비의 환영을 만들어냈습니다. "네 이놈 사또! 이 관아를 몽땅 도깨비터로 만들어주랴!" 우렁찬 호통에 사또와 포졸들이 혼비백산하여 도망쳤습니다. 소란이 가라앉고 안개가 내려앉은 형장에 셋만 남았습니다. 깨비의 몸은 이제 거의 투명했습니다. 뿔도 사라지고, 눈빛도 흐려져 있었습니다. 덕칠이 달려가 그 투명한 손을 잡으려 했으나 손가락은 안개처럼 빠져나갔습니다. "깨비, 이러면 자네가..." "시끄러. 원래 갚아야 할 빚이 있었어." 깨비가 힘없이 웃었습니다. 그 웃음은 처음 만났을 때의 섬뜩한 웃음이 아니라 친구에게 보내는, 따뜻하고 쓸쓸한 미소였습니다. "그 약장수 노인 말이야, 내가 보낸 거였어. 너를 시험한 거지. 값이 있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야. 다만 네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야. 너는 합격이다, 친구." 손목의 반점이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연화의 손등 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빚은 애초에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아니, 있었으되 덕칠이 자기 목숨을 내놓겠다고 한 그 순간에 이미 갚아진 것이었습니다. 깨비는 새벽안개 속으로 스러져 가며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제법 사내구실 하더라, 친구." 덕칠은 연화의 떨리는 손을 꼭 잡았습니다. "가진 것은 없으나 이 손만은 죽는 날까지 절대 놓지 않겠소." 연화는 눈물 젖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동이 트며 첫 햇살이 두 사람의 얼굴을 비추었습니다.

    ※ 15단계 ·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세월이 흘러 어느 봄날이었습니다. 기름진 논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작지만 단아한 기와집 툇마루에 머리가 하얗게 센 덕칠과 연화가 나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담장 너머로 손주들의 웃음소리가 꽃향기처럼 번졌고, 살구나무에서 꽃잎이 하나둘 떨어져 내렸습니다. 덕칠은 막걸리 한 사발을 가득 따르더니,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잔을 들어 올렸습니다. "어이 친구, 자네도 한잔 하게나." 바람이 불어와 처마 끝 풍경을 뎅그렁 울렸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거 술맛 한번 좋겠네!" 하는 익살스러운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왔습니다. 연화가 빙그레 웃으며 사발을 하나 더 꺼내 빈자리에 놓았습니다. 덕칠은 그 사발에도 막걸리를 가만히 채웠습니다. 세 사람의 잔이 햇살에 빛났습니다. 보이는 두 사람과 보이지 않는 한 존재, 그들 사이에는 요술이 아닌 진심으로 맺어진 인연의 끈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것으로 이야기가 끝난 것일까요. 그날 밤, 덕칠의 집 뒷산에서 도깨비불 하나가 켜졌습니다. 그리고 그 불빛이 향한 곳은 다음 마을의, 또 다른 외로운 사내의 오두막이었습니다. 깨비의 긴 여정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풍경이 울릴 때면 귀 기울여 들어보십시오. 그 소리가 풍경 소리인지, 아니면 당신 곁에 다가온 무언가의 웃음소리인지. 자, 오늘 밤 불을 끄실 준비가 되셨습니까. 정말로, 끄셔도 괜찮겠습니까.

    엔딩 (300자 이내)

    세상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연의 줄이 있다고 합니다. 덕칠과 연화를 묶어준 것은 도깨비의 요술이 아니라, 죽음 앞에서도 상대를 지키려 했던 피맺힌 진심이었습니다. 오늘 밤 바람이 불어 처마 끝 풍경이 울리거든, 귀 기울여 들어보십시오. 어쩌면 그것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외로운 누군가의 인연을 엮어주고 있을 도깨비의 웃음소리일지도 모릅니다. 자, 이제 불을 끄셔도 좋습니다. 정말로… 끄셔도 괜찮겠습니까?

    1단계 첫 장면 (오프닝 이미지)
    (Image Prompt: A dilapidated thatched cottage in a deep mountain valley at night, cold winter atmosphere, wind blowing through cracks in the wall, only weak moonlight illuminating a lonely figure sitting in a dark room, cinematic lighting, 8k resolution.)

    강원도 깊은 산골, 한겨울 칼바람이 문풍지를 찢을 듯이 울어대는 칠흑 같은 밤입니다.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골 바닥, 다 낡아빠진 멍석 위에 한 사내가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거칠고 투박한 손으로 바닥을 긁어보지만 잡히는 것은 차가운 먼지뿐, 아궁이는 이미 식은 지 오래되어 재만 날립니다. 사내는 텅 빈 밥그릇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토해냅니다. 입에서 나온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지는 모양새가 마치 자신의 처량한 신세 같습니다. "에휴, 춥다, 추워. 뱃속이 비어 그런가, 뼈마디가 아주 으스러지는구만." 사내의 독백은 바람 소리에 묻혀 누구에게도 닿지 못하고 방 안을 맴돌다 사라집니다.

    2단계 주제 제시
    (Image Prompt: A flashback scene, a mysterious wandering medicine seller standing under a giant ancient zelkova tree, falling autumn leaves, a rustic Korean village background, mystical atmosphere, soft focus, traditional oriental painting style.)

    문득 사내의 귓가에 지난 가을, 마을 어귀 느티나무 아래를 지나던 떠돌이 약장수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봇짐을 고쳐 메며 던지듯 했던 그 노인의 말 한마디가 오늘따라 가슴을 콕 찌릅니다. "이보게, 사람의 인연이란 게 억지로 밧줄 꼬듯 꼰다고 이어지는 게 아니야. 허나, 그 마음이 참으로 간절하고 또 맑아서 하늘 끝에 닿기만 한다면야, 지나가던 귀신도 발을 멈추고 돕는 법이라지." 그때는 그저 물건 하나 더 팔아보려는 수작인 줄 알고 흘려들었건만, 사무치는 외로움 속에 다시 떠올려보니 그 말이 마치 서책에 적힌 비기(祕記)인 양 무겁게 다가옵니다. 귀신도 돕는 마음이라, 내게 그런 마음이 남아있기는 한 걸까, 사내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십니다.

    3단계 설정 (준비)
    (Image Prompt: A middle-aged peasant man with a rough but kind face, working hard in a field under the scorching sun, sweating, looking longingly at a woman in white hanbok walking in the distance, rural landscape of Joseon Dynasty, realistic portrait.)

    이 사내의 이름은 덕칠, 나이는 마흔을 훌쩍 넘겨 머리카락에 희끗희끗한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 노총각입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물려받은 튼튼한 몸뚱이와 정직함뿐이라, 남의 집 밭을 갈아주고 품삯을 받아 근근이 입에 풀칠하며 살아갑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두고 곰처럼 우직하다 하여 칭찬을 하다가도, 속이 없어 제 몫도 못 챙긴다며 혀를 차곤 합니다. 하지만 이 곰 같은 사내의 가슴 속에도 남몰래 피어난 꽃 한 송이가 있습니다. 바로 아랫마을에 사는 과부 연화 아씨입니다. 냇가에서 빨래하는 그녀의 흰 옷자락만 봐도 덕칠의 심장은 방아 찧듯 쿵쿵거립니다. 그러나 감히 말 한마디 걸어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오늘도 멀리서 그녀의 뒷모습만 훔쳐보며 짚신만 꼬고 있습니다.

    4단계 사건 발생 (촉발)
    (Image Prompt: Night time, a spooky mountain pass, an abandoned house covered in vines, a terrified peasant discovering a grotesque goblin (Dokkaebi) lying on the ground, the goblin is injured and glowing faintly, blue blood, eerie fog, suspenseful atmosphere.)

    그러던 어느 날 밤, 장터에서 팔다 남은 짚신을 도로 지고 터덜터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에 대낮에도 사람들이 피한다는 고갯마루 흉가 앞을 지나는데, 덤불 속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고 오금이 저려왔지만, 천성이 모질지 못한 덕칠은 차마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소리 나는 곳으로 다가갑니다. 달빛에 드러난 것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뿔이 우뚝 솟고 눈이 부리부리한, 영락없는 도깨비 하나가 다리에서 시퍼런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도망쳐야 마땅하건만, 덕칠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품에 있던 귀한 약초를 꺼내 짓이기기 시작합니다. "이거 바르면 좀 나을 게요..." 그는 자신의 저녁거리였던 주먹밥까지 도깨비 앞에 놓아두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산을 내려옵니다.

    5단계 고민 (망설임)
    (Image Prompt: Morning, a humble courtyard of a thatched house, piles of rice sacks and colorful silk rolls appear out of nowhere, the peasant looking at them with shock and worry, sunlight contrasting with the mystery, high detail texture.)

    다음 날 아침, 방문을 열고 나온 덕칠은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마당 한가운데에 난생처음 보는 쌀가마니와 번쩍이는 비단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것이었습니다. 쿵, 소리가 날 만큼 가슴이 내려앉습니다. 누가 봐도 어젯밤 그 도깨비의 소행이 분명했습니다. 당장 쌀독에 쌀을 채우고 비단옷을 해 입으면 이 지긋지긋한 가난을 면할 수 있을 텐데, 덕칠은 선뜻 손을 대지 못합니다. "이런 요상한 물건을 썼다가 혹여나 탈이라도 나면 어쩐단 말인가. 아니야, 그래도 이건 보은인데... 아니지, 도깨비 재물은 뜬구름과 같다지 않나." 덕칠은 쌀가마니 주위를 맴돌며 손을 뻗었다 거두기를 수십 번 반복합니다. 배고픔과 두려움, 욕심과 양심 사이에서 그는 밤새도록 마당을 서성입니다.

    6단계 2막 진입 (새 세계로 들어감)
    (Image Prompt: A dynamic scene, the goblin (now healthy) grabbing the peasant's hand and running through the night sky, motion blur, magical sparks, the peasant looking terrified but excited, fantasy adventure style, vibrant colors.)

    그날 밤, 툇마루에 앉아 고민하던 덕칠 앞에 바람과 함께 그 도깨비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말끔한 얼굴로 씩 웃으며 대뜸 묻습니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돈이냐? 벼슬이냐?" 덕칠이 우물쭈물하며 얼굴을 붉히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연화 아씨 이야기를 꺼내자, 도깨비가 박장대소를 합니다. "푸하하! 겨우 그게 소원이라고? 내 목숨값치고는 너무 소박하잖아! 좋았어, 그깟 중매, 이 깨비님이 서주지!" 도깨비는 대답도 듣지 않고 덕칠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휙 하니 공중으로 솟구칩니다. 발아래로 마을의 불빛들이 별처럼 흐르고, 덕칠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도깨비와의 기묘하고도 아찔한 동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7단계 B 이야기 (감정 줄거리)
    (Image Prompt: A gentle scene, a woman in mourning clothes discovering a pair of beautiful flower shoes on her wall, mysterious moonlight, subtle romantic atmosphere, warm lighting focusing on the shoes and her touching expression.)

    한편, 연화 아씨 또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일찍 남편을 여의고 시댁 식구들의 눈총을 받으며 살아가는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가끔 먼발치서 보이는 덕칠의 성실한 모습이었습니다. 말 한마디 건네본 적 없지만,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그 사내에게서 왠지 모를 듬직함을 느꼈던 것입니다. 그런 그녀의 집 담장 너머로, 밤마다 이상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어느 날은 곱디고운 꽃신 한 켤레가 놓여 있고, 어느 날은 산더미 같은 장작이 쌓여 있습니다. 누가 한 일인지 짐작이 가면서도, 연화는 설레는 마음을 애써 누르며 꽃신을 가만히 품에 안아봅니다. 차가웠던 그녀의 마음에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8단계 재미 구간 (볼거리·핵심 장면들)
    (Image Prompt: A comical and magical montage, goblins farming at super speed with glowing tools, a mean old woman being chased by blue will-o'-the-wisps, the peasant looking impossibly handsome with magical effects, humorous and lively composition.)

    이제 도깨비 깨비의 본격적인 '사랑의 작전'이 펼쳐집니다. 연화 아씨를 괴롭히던 표독스러운 시어머니가 덕칠을 타박하려 들자, 깨비는 파란 도깨비불을 공중에 띄워 혼비백산하게 만듭니다. 덕칠이 밭을 갈 때면 친구 도깨비들을 우르르 불러 모아, 꽹과리를 치고 상모를 돌리며 하룻밤 사이에 황무지를 기름진 옥토로 바꾸어 놓습니다. "자, 웃어! 더 크게! 사내는 자신감이야!" 깨비가 훅 불어넣은 입김 덕분에 덕칠은 곰 같은 둔함을 벗고, 늠름하고 호탕한 사내로 변신해 연화 앞에서 장작을 한 손으로 쪼개 보입니다. 온 마을이 들썩거리는 유쾌한 소동 속에 덕칠과 연화의 거리는 좁혀지고,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도 신명 나는 도깨비 놀음에 넋을 잃습니다.

    9단계 중간 전환점 (미드포인트)
    (Image Prompt: Village festival, bright lanterns, the peasant and the woman standing close to each other, he is handing her a red ribbon (daenggi), shy smiles, festive background, romantic climax mood, soft blooming light.)

    드디어 마을 잔칫날이 밝았습니다. 깨비의 도움으로 번듯한 농부가 된 덕칠은 새하얀 바지저고리를 차려입고 연화 앞에 섭니다. 쿵쾅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떨리는 손으로 품에 넣어두었던 붉은 댕기를 건넵니다. "아씨, 부족한 놈이지만... 제 마음만은 진짜입니다." 주위가 조용해지고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연화 아씨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댕기를 받아듭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덕칠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에 휩싸입니다. 모든 것이 꿈만 같습니다. 평생을 그림자처럼 살았던 그가 처음으로 빛 속에 서게 된 순간, 이 행복이 영원할 것만 같았습니다.

    10단계 위기 압박 (악재가 몰려옴)
    (Image Prompt: Ominous atmosphere, dark clouds gathering over the magistrate's office, greedy magistrate looking at reports, soldiers arresting the peasant, villagers whispering, colors shifting to desaturated dark tones.)

    하지만 호사다마라 했던가요. 너무 눈에 띄는 행운은 화를 부르는 법입니다. 마을에 괴이한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덕칠이 요물을 부려 사람을 홀리고 재물을 훔쳤다는 흉흉한 이야기가 관아에까지 들어갑니다. 탐욕스러운 사또는 덕칠이 숨겨둔 보물이 탐나 그를 잡아들입니다. "네 이놈! 요사스러운 술법으로 과부를 꼬드기고 재물을 모았겠다!" 덕칠은 오랏줄에 묶여 끌려가고, 그 모습을 본 연화는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인간사에 너무 깊이 개입한 깨비마저 도깨비 왕의 진노를 사 꼼짝없이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맙니다. 잔치는 끝나고, 마을에는 무거운 침묵과 공포만이 감돕니다.

    11단계 최악의 순간 (모든 게 끝난 듯)
    (Image Prompt: Inside a damp, dark prison cell, the peasant is bruised and battered, refusing to speak, the woman crying outside the prison gates, rain falling, atmosphere of despair and tragedy.)

    차가운 감옥 안, 덕칠은 모진 고문으로 피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어서 도깨비가 어디 있는지 불어라! 보물은 어디 숨겼느냐!" 사또의 추궁에도 덕칠은 입을 꾹 다뭅니다. 도깨비의 존재를 말하면 깨비가 위험해질 것이고, 보물이 도깨비의 요술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연화가 받을 충격과 비난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옥바닥에 쓰러진 덕칠의 귀에 담장 밖에서 들려오는 연화의 곡소리가 빗소리에 섞여 들려옵니다. "나으리, 다 제 탓입니다. 차라리 저를 죽여주십시오." 덕칠은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생각합니다. 차라리 내가 죽어 모든 것이 끝난다면, 그녀만은 무사할 수 있을까. 깊은 절망이 그를 집어삼킵니다.

    12단계 영혼의 밤 (깊은 절망)
    (Image Prompt: A close-up of the peasant's face in the moonlight, tears streaming down, hands clasped in prayer, spiritual lighting, expression of realization and sincere love, emotional depth.)

    깊은 밤, 감옥의 작은 창살 사이로 한 줄기 달빛이 들어와 덕칠의 상처 입은 얼굴을 비춥니다. 그는 깨닫습니다. 도깨비가 준 쌀가마니도, 하룻밤 새 변한 옥토도, 자신의 진짜 힘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연화를 향한 이 뜨거운 마음, 고문을 견디면서도 그녀를 지키고 싶은 이 마음만은 도깨비의 요술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것임을 알게 됩니다. 덕칠은 처음으로 도깨비가 아닌 하늘을 향해, 아니 자기 자신의 영혼을 향해 간절히 기도합니다. "부디... 제게 남은 목숨을 다 거두어가셔도 좋으니, 저 사람은... 연화 아씨만은 다치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의 기도는 비명보다 처절하고, 침묵보다 무겁게 옥안을 채웁니다.

    13단계 3막 진입 (다시 일어섬)
    (Image Prompt: Dramatic scene, execution ground, storm raging, lightning striking, a whirlwind forming, the goblin breaking free, the peasant standing up against soldiers, heroic composition, action-packed.)

    처형 당일, 하늘이 덕칠의 진심을 알아본 것일까요. 형장에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번개가 내리꽂힙니다. 그 혼란을 틈타 족쇄를 끊고 탈출한 깨비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나타납니다. "의리 없는 놈들은 다 쓸어버려라!" 병사들이 바람에 날려가는 아수라장 속에서, 덕칠은 연화에게 달려갑니다. 더 이상 도깨비 뒤에 숨는 겁쟁이가 아닙니다. 그는 맨몸으로 날아오는 창을 막아서며 연화를 감싸 안습니다. "물러가라! 내 목숨이 붙어있는 한, 누구도 이 사람에게 손댈 수 없다!" 덕칠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백은 도깨비의 요술보다 더 무섭고 강렬하게 병사들을 압도합니다.

    14단계 결말 (클라이맥스 해결)
    (Image Prompt: The goblin creating a massive illusion of a giant monster over the magistrate's office, the magistrate running away in fear, the peasant and woman hugging, the goblin winking and fading into mist, magical resolution.)

    깨비는 마지막 힘을 짜내어 관아 지붕보다 더 큰 도깨비 형상을 만들어냅니다. "네 이놈 사또! 이 관아를 몽땅 도깨비터로 만들어주랴!" 우렁찬 호통 소리에 기겁한 사또와 포졸들은 걸음아 나 살려라 도망치기 바쁩니다. 소란이 잦아들고, 안개가 자욱한 형장에 덕칠과 연화, 그리고 깨비만 남습니다. 깨비는 힘이 빠져 투명해진 몸으로 덕칠에게 윙크를 날립니다. "제법 사내구실 하는구나, 친구." 그 말을 남기고 깨비는 새벽안개 속으로 홀연히 사라집니다. 덕칠은 연화의 떨리는 손을 꼭 잡고 말합니다. "가진 것은 없으나, 이 손만은 죽는 날까지 절대 놓지 않겠소." 연화는 눈물 젖은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15단계 마지막 장면 (파이널 이미지)
    (Image Prompt: Several years later, spring, a beautiful tile-roofed house on a hill, golden fields, an elderly couple sitting on the porch, the man raising a cup of rice wine to the empty air, wind blowing gently, peaceful and happy ending, warm colors.)

    세월이 흘러 어느 화창한 봄날입니다. 기름진 논밭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번듯한 기와집 툇마루에 머리가 희끗한 덕칠과 연화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담장 너머로는 손주들의 웃음소리가 꽃향기처럼 피어오릅니다. 덕칠은 막걸리 한 사발을 가득 따르더니, 아무도 없는 허공을 향해 잔을 들어 올립니다. "어이, 친구! 자네도 한잔 하게나." 그러자 바람이 불어와 처마 끝 풍경을 뎅그렁 울리고, 어디선가 "거 술맛 한번 좋겠네!" 하는 익살스러운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두 사람의 입가에 핀 편안한 미소 위로 따스하고 찬란한 봄 햇살이 가득 쏟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