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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똥을 싸는 개 — 거지 길손과 복칠이의 기적 같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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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냄새나는 기적이 있다면, 그것은 오물 더미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부모도 없고, 이름도 없고, 오늘 저녁 먹을 밥 한 덩이조차 남의 눈치를 봐야 했던 거지가 있었습니다. 그 거지가 어느 날 오물투성이의 병든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아 들었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이미 죽어가던 생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그 강아지는 다음 날 아침부터 황금 똥을 쌌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단 하나의 조건을 지키는 자에게만. 이것은 단순히 개 한 마리가 금덩이를 눈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자비를 잃지 않았던 한 인간의 진심이 하늘을 움직인 이야기입니다. 탐욕으로 그 개를 빼앗은 자에게는 지독한 악취의 오물만이 돌아갔고, 진심으로 그 개를 사랑한 자에게는 조선 팔도가 뒤집힐 만한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동패락송》이 전하는 조선 최고의 영물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1 오물더미 속 겨울 — 세상이 등을 돌린 자리에서
뼈마디가 시리도록 불어대는 한양의 겨울바람은 인정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서슬 퍼런 칼날 같습니다. 종로 거리를 가득 메운 눈발은 해진 누더기 사이사이를 사정없이 파고들고, 차가운 길바닥에 웅크린 길손의 입술은 이미 검푸른 빛으로 변해버린 지 오래입니다. 길손의 눈앞 만둣집에서는 뽀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며 지나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지만, 그 따스한 온기는 길손에게 결코 허락되지 않는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세상은 거대한 얼음장처럼 차갑게 식어 있고, 길손이 앉아 있는 자리는 온기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는 동토와 다름없습니다.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북적이는 장터의 활기는 길손의 텅 빈 뱃속을 더욱 쓰리게 갉아먹을 뿐이며, 만두 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마다 길손은 마른침을 삼키며 가느다란 팔을 더욱 세게 끌어안아 봅니다. 저 화려한 기와지붕 아래의 세상과 길손이 머무는 차가운 그림자 사이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세워진 듯합니다. 길손의 어깨 위로 소리 없이 내려앉는 눈송이는 마치 세상이 그에게 던지는 차가운 침묵처럼 느껴집니다. 이 모진 밤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기도하며, 길손은 더욱 작게 몸을 웅크린 채 어둠 속으로 숨어듭니다. 길손이라는 이름조차 어딘가에서 흘러온 나그네라는 뜻을 가졌으니, 이 아이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떠도는 바람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 2 빈 그릇과 빈 하늘 — 복의 본질을 묻다
길손은 장바닥에 떨어져 흙먼지가 잔뜩 묻은,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떡 조각 하나를 소중하게 쥐어봅니다. 그 보잘것없는 조각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길손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읊조립니다. 사람들은 흔히 하늘이 누군가에게 큰 복을 내릴 때는 그 사람의 그릇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먼저 살핀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나의 그릇은 이미 태어날 때부터 깨져버린 것일까. 아니면 아직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빈 항아리에 불과한 것일까.' 길손은 거칠고 갈라진 손바닥을 내려다보며 깊은 생각에 잠깁니다. 진정한 복이라는 것이 과연 비단옷을 휘감고 기름진 음식을 배불리 먹는 것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이 차가운 거리에서도 누군가를 향한 작은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인지 길손은 아직 알지 못합니다. '설령 내 그릇이 깨진 것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 담긴 진심만큼은 맑고 깨끗하기를 바란다.' 욕심으로 가득 채운 화려한 금그릇보다, 비록 비어있을지언정 타인을 향한 자비가 깃든 손길이 하늘 아래 더 귀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길손은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하늘의 복은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옛이야기가 이 비루한 처지에도 해당할 수 있을지, 길손의 젖은 눈망울 속에는 희미한 기대의 빛이 소리 없이 일렁입니다.
※ 3 다리 밑의 보석 — 결핍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씨
부모를 여의고 연고도 없이 한양으로 흘러 들어온 다리 밑 거지 무리 속에서 길손의 하루는 늘 고단한 생존의 연속입니다. 덩치 큰 거지들의 등쌀에 밀려 온종일 구걸해 얻어온 밥 한 덩이조차 온전히 제 입으로 들어가는 법이 없으며, 매서운 구박과 이유 없는 매질이 일상이 되어버린 그 삭막한 곳에서도 길손의 마음속에는 아직 꺼지지 않은 따스한 불씨가 남아있습니다. 다리 틈새의 척박한 흙더미에 위태롭게 피어난 작은 들꽃 한 송이를 지날 때면 길손은 그 꽃이 밟힐세라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기곤 합니다. 장터 구석에서 굶주림에 지쳐 쓰러진 길고양이를 발견하면, 자신이 종일 머리를 숙여 얻어낸 밥알 몇 덩이를 망설임 없이 떼어내 기꺼이 내어주기도 합니다. 다른 거지들은 그런 길손을 보며 제 앞가림도 못 하는 천하의 멍청한 놈이라며 비웃고 조롱하지만, 길손은 그 작은 생명들의 눈망울에서 자신과 닮은 외로움과 갈증을 발견합니다. '저 녀석도 나처럼 이 세상에 혼자구나. 외롭고 배고픈 건 짐승도 마찬가지겠지.' 길손에게 그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이 모진 세상을 함께 견디는 유일한 동료들입니다. 결핍된 삶 속에서도 길손의 손길은 늘 부드럽고 따뜻하게 타자를 향해 뻗어 있습니다. 비록 자신은 굶주림에 창자가 뒤틀릴지라도 누군가의 절박한 배고픔을 외면하지 못하는 그 순수한 심성은, 차가운 돌다리 밑 어둠 속에서도 소리 없이 빛나는 보석과 같습니다. 길손은 아직 꿈에도 모릅니다. 자신이 베푸는 그 보잘것없는 나눔이 훗날 어떤 거대한 운명의 파도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지를.
※ 4 오물더미 속의 생명 — 기적의 씨앗이 심어지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터 한복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한쪽 구석의 오물더미 속에서 기이한 생명체 하나가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병이 들어 털은 군데군데 다 빠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작고 초라한 강아지 한 마리였습니다. 지나는 사람들은 더럽다며 침을 뱉거나 발로 걷어차며 소리를 질러댔지만, 강아지는 도망칠 힘조차 없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길손은 그 가엾은 짐승 앞에 멈춰 섰습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버려진 모습이 꼭 나 같구나.' 길손의 가슴 한구석이 칼에 베인 듯 저릿하게 아파왔습니다. 길손은 품 안에서 사흘 동안 온갖 수모를 겪으며 겨우 얻어낸 소중한 주먹밥 하나를 꺼냈습니다. 배고픔에 속은 쓰려왔지만, 강아지의 젖은 눈망울을 마주하는 순간 모든 망설임은 연기처럼 사라졌습니다. 길손은 주먹밥의 절반을 정성스레 떼어 강아지의 입가에 갖다 대었습니다. 강아지는 떨리는 혀로 길손의 손가락을 핥으며 조금씩 음식을 받아먹기 시작했고, 그 작고 따뜻한 온기가 손끝을 타고 길손의 심장까지 깊숙이 전해졌습니다. '살아라. 내가 여기 있으니 살아라.' 길손은 오물투성이인 강아지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아 들었습니다. 세상은 이 작은 생명을 쓰레기처럼 버렸지만, 길손은 자신의 빈약한 체온으로라도 이 어린 생명의 꺼져가는 불꽃을 반드시 살려보리라 다짐했습니다. 그것이 기적의 시작이었음을, 그 순간 길손은 알 리 없었습니다.
※ 5 같은 운명 — 포기할 수 없는 이유
강아지를 품에 안고 골목길을 걷는 길손의 발걸음은 갈수록 무겁기만 합니다. '당장 내 한 입 건사하기도 힘든 처지에 이 병든 짐승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현실적인 두려움과 막막함이 길손을 엄습합니다. 만약 다리 밑 거지 대장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귀한 밥을 짐승에게 줬다는 이유로 모진 매질을 당하고 강아지는 그대로 길바닥에 내동댕이쳐질 것이 뻔했습니다. '그냥 다시 제자리에 두고 모른 척 지나칠까. 아니면 자비로운 주인을 찾아볼까.' 이 털 빠진 병든 강아지를 거두어줄 이가 한양 땅 어디에도 없을 것임을 길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매를 맞더라도, 굶주림이 지금보다 더 심해지더라도 이 작은 생명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심과, 현실의 냉혹한 목소리 사이에서 길손은 격렬하게 흔들렸습니다. 그 찰나의 순간, 품 안의 강아지가 길손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며 가느다란 꼬리를 살랑였습니다. 그 작은 움직임과 미세한 떨림이 길손의 모든 망설임을 한순간에 잠재웠습니다. '그래, 너와 나는 같은 운명이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다짐이 입술 끝에 맺혔습니다. 길손은 입술을 굳게 깨물며 결의를 다졌습니다. 작고 여린 생명 하나를 지키기로 한 그 위험하고도 위대한 결심이 길손의 가슴 속에서 단단하게 굳어갔습니다. 길손은 강아지를 더욱 깊숙이 품속으로 밀어 넣으며, 거지 무리의 눈을 피해 어두운 밤거리를 조심스럽게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 6 폐가에 피어난 온기 — 새로운 세계의 시작
길손은 결국 오랜 시간 머물렀던 정든 다리 밑을 영원히 떠나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지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최소한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길손이 찾아간 곳은 한양 도성 밖 산기슭 외진 곳에 버려진, 다 쓰러져가는 낡은 폐가였습니다. 비바람조차 제대로 막아주지 못하는 허름한 곳이었지만, 이제 이곳은 길손과 강아지만의 유일한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길손은 강아지에게 복이 일곱 배로 들어오라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복칠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너는 오늘부터 복칠이다. 복이 일곱 배로 들어오라는 뜻이야. 내 이름이 길손이니, 우리 둘 다 이름값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느냐." 구걸하며 얻어온 찬밥을 물에 말아 복칠이와 사이좋게 나누어 먹고, 산에서 주워온 마른 짚을 깔아 아늑한 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빌붙어 눈치 보며 하루를 연명하던 길손은 이제 작고 연약한 생명을 책임지는 당당한 가장이 되었습니다. 그것은 구걸의 삶에서 누군가를 보살피고 사랑하는 삶으로의 위대한 도약이었습니다. 폐가의 낡은 문틈으로 들어오는 은은한 달빛 아래에서 길손은 복칠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용히 웃어 보였습니다. '비록 배는 여전히 고프고 몸은 춥지만,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다.' 길손의 새로운 세계가 이 낡은 집에서 비로소 시작되었습니다. 지배받고 억압받는 삶이 아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나가는 주체적인 삶의 첫발이 어둠을 뚫고 힘차게 내디뎌졌습니다.
※ 7 사찰 뒷마당의 세 존재 — 연화와 복칠이, 그리고 길손
복칠이와 함께하는 나날은 가난하지만 더없이 평화롭습니다. 산에서 나무를 해 장터에 팔고, 남는 시간에는 근처 사찰의 공양간에서 잔심부름을 거들며 생계를 이어나갔습니다. 그곳에서 길손은 공양간 일을 돕는 마음씨 착한 소녀 연화를 만났습니다. 연화는 길손이 매일 얻어가는 찬밥이 사실은 자신이 아닌 복칠이를 위한 것임을 알고는, 길손 몰래 따뜻한 국물과 남은 반찬을 챙겨주곤 했습니다. "이거, 공양이 남은 거야. 복칠이 주려무나." 연화의 눈가에는 장난기가 번득였지만 목소리는 진심이었습니다. 세 존재는 사찰 뒷마당의 호젓한 곳에서 가끔 짧지만 달콤한 만남을 가졌습니다. 복칠이는 연화의 발치를 돌며 꼬리를 흔들었고, 두 사람은 그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맑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짐승에게도 이토록 마음을 다해 보살피니, 너는 분명 하늘이 내린 큰 복을 받을 귀한 관상이야." 연화의 따뜻한 응원과 미소는 길손에게 가난의 고통을 견딜 가장 큰 버팀목이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이토록 든든한 것인지 몰랐다.' 길손은 연화와의 우정을 통해 세상이 아직은 살만한 곳임을 조금씩 배워나갔습니다. 복칠이와 연화, 그리고 길손. 이 셋이 나누는 소박한 정은 화려한 부귀영화보다 더 진한 울림으로 길손의 가슴을 적셨습니다. 신분도 재물도 없는 이들이 나누는 순수한 우정은 차가운 세상 속에서 피어난 가장 아름다운 꽃과 같았습니다.
※ 8 황금 똥의 기적 — 통쾌한 역전이 시작되다
어느 맑은 아침, 폐가 마당에서 도저히 믿기 힘든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밤새 잠을 자고 일어난 복칠이가 눈 똥이 아침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시게 번쩍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길손은 자신의 눈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다가가 보았습니다. 겉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깨끗이 닦아보니, 그것은 놀랍게도 묵직하고 노란 순금 덩어리가 분명했습니다. 길손의 가슴은 터질 듯이 요동쳤습니다. 그날 이후 복칠이는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황금 똥을 누었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길손의 삶은 하루아침에 뒤바뀌었습니다. 구멍 난 누더기 대신 정갈한 비단옷을 입게 되었고, 굶주림은 이제 먼 옛일이 되어 식탁에는 고기반찬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길손은 이 엄청난 재물을 결코 자신만을 위해 쓰지 않았습니다. 밤이면 몰래 옛 거지 동료들이 머무는 다리 밑에 쌀자루를 던져두고, 끼니를 거르는 이웃들의 대문 앞에 고기 상자를 조용히 내려놓았습니다. 황금 개 덕분에 벌어지는 이 통쾌한 반전극은 온 한양 땅의 소문이 되어 퍼졌습니다. "저 거지가 개 덕에 천석꾼이 됐다더라." "황금 똥을 누는 개라니, 세상에 그런 영물이 다 있단 말이냐." 사람들의 눈은 휘둥그레졌고, 복칠이는 이제 단순한 강아지가 아니라 길손에게 만복을 가져다주는 신령한 영물이 되었습니다. 길손의 소박한 자비와 선행이 가져다준 이 기막힌 재물운은 세상을 향한 가장 아름다운 복수로 변해 한양 장터의 가장 뜨거운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 9 먹구름이 드리우다 — 탐욕의 눈이 열리다
길손은 이제 한양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거상이 되었습니다. 번듯한 기와집을 사고 대규모 비단 상단을 운영하며,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는 명성과 부를 쌓아갔습니다. 거지가 황금 개를 얻어 하루아침에 대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전설처럼 한양 땅 구석구석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길손은 연화에게도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을 선물하며 행복한 삶이 완성되었다고 굳게 믿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길손은 모든 것을 이룬 완벽한 승리자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복이라는 것은 때로 화를 동반하는 법입니다. 황금 똥을 싸는 기이한 개의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탐욕에 눈먼 권력자들의 귀에까지 흘러 들어갔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 이면에는 시기와 질투의 날카로운 눈초리가 번득이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일궈낸 이 부가 얼마나 위태로운 모래성 위에 서 있는지, 그때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소문은 점차 과장되어 복칠이가 왕실의 보물보다 더 귀하다는 이야기로 번졌고, 이는 결국 탐욕스러운 권력자들의 끝없는 욕심을 자극하는 위험한 불씨가 되었습니다.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던 길손의 머리 위로 보이지 않는 거대한 운명의 먹구름이 서서히 드리우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새로운 위기의 국면으로 급격히 접어들었습니다.
※ 10 탐관의 횡포 — 모든 것이 무너지던 날
평화롭던 길손의 기와집 대문이 어느 날 갑자기 거칠게 부서져 나갔습니다. 탐욕스럽기로 악명 높은 배 사또가 무장한 군관들을 이끌고 들이닥친 것입니다. "이 영물은 마땅히 왕실에 진상해야 할 귀한 짐승이니, 개인이 소유하는 것은 엄격한 국법을 어기는 중죄다!" 길손은 복칠이를 품에 안고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군관들의 무자비한 힘 앞에 처참히 무릎을 꿇고 말았습니다. 사또는 복칠이를 강제로 빼앗아 가고, 길손에게는 괴력난신을 부려 백성을 현혹했다는 터무니없는 죄명을 씌웠습니다. 하루아침에 거상에서 대역죄인으로 몰린 길손은 차가운 지하 옥사로 거칠게 끌려갔습니다. 그동안 일궈온 재물은 모두 몰수당하고, 길손을 따르던 사람들은 두려움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옥살이의 육체적 고통보다 길손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군관들에게 끌려가며 애처롭게 비명을 지르던 복칠이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복칠아!" 그 이름을 부르는 길손의 목소리는 담장을 넘지 못하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사또는 복칠이를 가두고 황금을 내놓으라며 온갖 진수성찬을 내밀었지만, 길손의 곁을 떠난 복칠이는 그 무엇도 입에 대지 않은 채 슬피 울기만 했습니다. 위기는 거친 파도처럼 길손을 덮쳤고, 옥사의 사방 벽은 점점 숨 막히게 좁혀져 왔습니다. 길손이 가진 모든 것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이제 남은 것은 어두운 천장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빗물뿐이었습니다.
※ 11 생지옥의 밤 — 복칠이의 비명이 들려오다
사또의 집무실에서는 연일 분노에 찬 고함과 거친 욕설이 난무했습니다. 진수성찬을 먹인 복칠이가 황금은커녕 지독한 악취가 진동하는 시커먼 오물만을 사방에 쏟아냈기 때문입니다. 기대했던 금덩이가 보이지 않자 탐욕에 눈이 뒤집힌 배 사또는 복칠이를 발로 차며 무자비하게 괴롭혔습니다. "내일까지 황금을 내놓지 않으면 이 개의 목을 베어 장대에 높이 걸겠다!" 서슬 퍼런 선언이 관아 담장을 넘어 옥사 깊숙이까지 전해졌습니다. 지하 옥사에 갇힌 길손은 멀리서 들려오는 복칠이의 비명 섞인 울음소리에 가슴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무능함에 길손은 차가운 벽을 치며 울부짖었습니다. '막대한 재물도, 화려한 명예도, 비단옷도 지금 이 순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복칠이의 저 가냘픈 생명 하나를 구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라도 기꺼이 바치고 싶다.' 하지만 냉혹한 세상은 길손에게 아무런 대답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복칠이를 죽이겠다는 사또의 살벌한 명령이 옥사 안까지 전해질 때, 길손은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벼랑 끝에 홀로 서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연화마저 소식이 끊기고, 길손은 이제 완전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습니다. 황금의 기적은 끔찍한 저주가 되어 돌아왔고, 가장 소중한 벗은 이제 죽음의 문턱에 위태롭게 서 있었습니다.
※ 12 가장 깊은 밑바닥 — 눈물로 씻겨 내려간 욕망
어둠만이 짓누르는 옥사 바닥에서 길손은 자신의 텅 빈 두 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습니다. 고운 비단 소매를 걸쳤던 팔은 다시 때가 절은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길손은 쉼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지난날을 뼈아프게 되돌아봤습니다. '금덩이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천석꾼 거상이라 칭송받던 시절보다, 정작 복칠이와 다리 밑에서 찬밥 한 덩이를 나누어 먹던 그때가 훨씬 더 진실하고 행복했다.' 재물에 눈이 어두워 복칠이를 영물이 아닌 그저 재물 상자로만 보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의 부주의한 욕심이 이 가엾은 생명을 사지로 몰아넣은 것은 아닐까 하는 자책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길손은 차가운 옥사 벽에 머리를 기대고 소리 없이 흐느꼈습니다. '복칠아, 정말 미안하다. 금덩이가 없어도 좋으니 그저 너와 함께 햇살 아래 누워있고 싶구나.' 재물보다 소중한 인연의 무게를, 길손은 목숨을 잃을 위기에서야 비로소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영혼을 잠식하는 깊은 절망 속에서 길손은 자신의 가장 낮은 밑바닥을 마주했습니다. 모든 헛된 욕망이 눈물로 씻겨 내려간 그 자리에는, 처음에 복칠이를 안아 들었을 때의 그 맑고 투명한 자비심만이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길손의 간절한 기도는 이제 황금이 아니라 오직 복칠이의 안녕과 생명만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수한 기도가 하늘 끝까지 닿아가고 있다는 것을, 길손은 알지 못했습니다.
※ 13 도망치지 않는 자의 용기 — 벼랑 끝에서 다시 일어서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이었습니다. 사방이 칠흑처럼 어두운 옥사 안으로 차가운 바람이 문틈을 비집고 들어왔고, 길손은 무릎을 끌어안은 채 벽에 등을 기댄 자세로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옥사의 녹슨 자물쇠가 작은 소리를 내며 풀렸습니다. 조심스럽게 열린 문 사이로 희미한 등불 하나가 흔들렸고, 그 빛 안에 연화의 얼굴이 담겨 있었습니다.
"길손아." 연화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습니다. 사찰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뇌물을 쓰고 겨우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이대로 여기 있으면 죽는다. 내 손 잡아. 지금 당장 한양을 떠나야 해." 연화는 길손의 손목을 붙잡으며 간절하게 당겼습니다.
길손은 그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내려놓았습니다. 연화가 눈을 크게 뜨며 그를 바라봤습니다. 길손은 고개를 들었습니다. 그 눈빛은 이전과 달랐습니다. 공포도, 망설임도, 체념도 아닌, 무언가 단단하고 맑게 가라앉은 빛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연화야, 내가 지금 도망치면 복칠이는 내일 아침 죽는다." 길손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배 사또는 평생 아무런 죗값도 치르지 않고 계속해서 저 자리에 앉아 또 다른 누군가의 것을 빼앗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눈 뜨고 볼 수 없다."
"하지만 너 혼자 관아를 상대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연화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 된다. 다리가 떨리고, 입술이 마르고, 심장이 터질 것 같다. 하지만 복칠이가 저 담장 너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눈망울을 생각하면 무릎이 떨려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길손은 천장을 올려다봤습니다. 오물더미 속에서 죽어가던 강아지를 처음 품에 안았던 그날, 자신이 느꼈던 그 감각이 온몸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함. 두려움보다 더 강한 무언가.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길손은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무릎의 먼지를 툭툭 털었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이다. 이 개가 왜 황금을 누는지, 왜 사또 앞에서는 오물만을 쏟아내는지, 그 이유를 백성들 앞에서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이다." 그의 목소리에는 거지 시절의 비굴함도, 거상 시절의 오만함도 없었습니다. 오직 한 인간의 당당한 목소리만이 있었습니다.
연화는 한참 동안 길손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혼자 가지 마. 내가 새벽 일찍 사찰 어른들께 알리고, 소문을 퍼뜨려 백성들을 관아 앞으로 모을게. 네가 말을 하는 동안 들어줄 귀가 많을수록 진실은 더 멀리 퍼지는 법이야."
길손의 가슴이 뜨겁게 차올랐습니다.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가장 깊은 절망의 밑바닥에서, 그래도 자신의 곁에 남아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복이구나. 황금도, 기와집도 아닌. 이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이.' 길손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두 사람은 밤이 끝나기 전에 각자의 자리로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 길손은 혼자 옥사 문을 밀어 열고 관아를 향해 걸어나갔습니다. 죽음을 각오한 숭고한 용기가 길손의 전신을 휘감았고, 그의 발걸음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뒤에서 동틀 녘의 첫 햇살이 그의 등을 밀어주듯 길게 뻗어왔습니다.
※ 14 황금과 오물이 동시에 쏟아지던 날 — 진심이 탐욕을 이기다
관아 앞마당이었습니다. 연화가 밤새 소문을 퍼뜨린 덕분에, 동이 트기도 전부터 백성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장터 상인들, 이웃 동네 아낙들, 옛 거지 동료들, 그리고 길손이 몰래 쌀자루와 고기 상자를 던져두었던 그 다리 밑 사람들까지. 마당은 순식간에 인산인해가 되었습니다. 배 사또는 이 이른 아침의 소동에 잠을 깨고 관복을 급히 걸친 채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복칠이는 마당 한켠에 묶여 있었습니다. 털은 다시 군데군데 빠져 있었고,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몸이 앙상했습니다. 하지만 그 눈만은 여전히 맑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눈이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는 길손을 알아봤습니다. 복칠이는 묶인 자리에서 온몸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네 이놈, 감히 죄인의 몸으로 이곳에 기어 들어오다니!" 배 사또의 포효가 마당을 울렸습니다. 군관들이 사방에서 길손을 에워쌌습니다. 하지만 길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 발, 또 한 발. 복칠이를 향해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사또께 여쭤보겠습니다." 길손의 목소리는 놀랍도록 크고 맑았습니다. 마당 가득 모인 백성들이 숨을 죽였습니다. "이 개가 소인의 곁에 있을 때는 매일 아침 황금을 눴습니다. 그런데 사또 어른 곁에 온 뒤로는 오물만을 쏟아냈다고 하지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사또께서는 아십니까?"
"이 감히 죄인 주제에 헛소리를!" 사또가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이 개는 탐욕이 없는 자에게만 복을 내리는 영물입니다!" 길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소인이 이 개를 얻었을 때, 소인에게 있던 것은 오직 진심 하나뿐이었습니다. 오물더미에서 죽어가는 이 작은 생명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그 마음 하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또께서 이 개에게 베푼 것은 황금을 빼앗으려는 탐욕뿐이었습니다. 영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 개가 누는 것은 그것을 받는 자의 마음을 그대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마당이 쥐 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백성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사또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길손이 복칠이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복칠아." 길손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목소리는 이제 백성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오직 복칠이만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무서워하지 마라. 이제 내가 목숨을 걸고 너를 지켜주마. 황금이 없어도 좋다. 기와집이 없어도 좋다. 그저 너와 내가 다시 그 낡은 폐가 툇마루에 나란히 앉을 수만 있다면." 길손은 복칠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사흘간 굶은 차가운 얼굴이었습니다. 하지만 복칠이의 꼬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순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복칠이가 묶인 줄을 끊을 듯 몸을 일으키더니, 사또를 향해 정확하게 달려들었습니다. 그리고 거대한 황금 덩어리와 함께 지독한 악취의 시커먼 오물이 동시에 사또의 얼굴과 화려한 관복 위로 쏟아졌습니다! 황금 덩어리들은 마당 사방으로 튀어나가 굶주린 백성들의 발치에 뒹굴었습니다. "와아!" 마당을 가득 메운 백성들의 함성이 터졌습니다. 사또는 오물을 뒤집어쓴 채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바로 그 순간, 마당 한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암행어사 출두요!" 군관들이 길을 비켰습니다. 어사는 마당으로 걸어 들어오며 오물을 뒤집어쓴 사또를 차갑게 내려다봤습니다. 배 사또의 죄상은 이미 낱낱이 조사된 터였고, 오늘의 이 기이한 광경은 마지막 증거가 되었습니다. 사또는 그 자리에서 즉각 파직되어 포박당했습니다. 길손은 풀려난 복칠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복칠이는 길손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며 가느다란 꼬리를 미친 듯이 흔들었습니다. 그 온기가 길손의 온몸으로 번졌습니다. 마당에는 아직도 백성들의 함성이 울리고 있었습니다.
※ 15 봄날의 툇마루 — 세상에서 가장 냄새나는 기적의 끝
시간은 흘렀습니다. 첫 장면의 뼈를 깎는 듯한 매서운 추위는 간데없고, 세상은 어느새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는 화사한 봄기운으로 가득합니다. 의젓하고 단단한 청년이 된 길손이 산기슭의 그 집터에 새로 지은 아담한 한옥 툇마루에 앉아 있습니다. 번듯한 기와집이 아닙니다. 그때의 폐가보다 조금 더 나을 뿐인, 그 자리에 지은 작고 소박한 집입니다. 길손은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왕실의 포상으로 큰 기와집을 살 수도 있었지만, 복칠이를 처음 데려온 바로 그 자리에 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이유를 묻는 사람들에게 길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곳에서 제 인생이 다시 시작되었으니까요."
툇마루 위에 복칠이가 누워 있습니다. 털이 비단처럼 고운 장성한 개가 되었습니다. 오물더미에서 뼈만 앙상하게 남아 죽어가던 그 강아지가, 이제 봄 햇살을 받으며 길손의 허벅지에 머리를 올려놓고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습니다. 길손은 복칠이의 귀를 천천히 쓰다듬었습니다. '복칠이가 이제 황금을 누는지, 아니면 평범한 짐승으로 돌아갔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것을 묻는 이도 없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그것이 궁금하지 않다.'
마당에서는 연화가 꽃을 심고 있었습니다. 사찰 공양간에서 일하던 그 소녀는 이제 이 작은 집의 가장 환한 빛이 되었습니다. 연화는 흙 묻은 손을 치마에 닦으며 툇마루 위를 올려다봤습니다. "길손아, 이 꽃은 봄마다 피고 질 테니, 내년에도 또 보게 될 거야." "그래, 내년에도 보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습니다. 길고 조용한 눈빛이 오갔습니다. 말이 필요 없는 그런 눈빛이었습니다.
멀리서 산새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봄바람이 마당을 가로질러 툇마루까지 불어왔습니다. 길손은 눈을 감고 그 바람을 얼굴로 받았습니다. 종로 거리에서 굶주림에 몸을 웅크리던 그 겨울밤이 떠올랐습니다. 만둣집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키던 그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오물더미 속에서 죽어가던 작은 강아지를 품에 안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내가 그냥 지나쳤다면. 그냥 모른 척했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멈췄다. 이유를 몰랐다. 그냥 멈춰졌다. 그 작은 생명의 눈망울이 나를 붙잡았다. 그것뿐이었다. 황금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복을 기대하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길손은 복칠이의 머리를 좀 더 깊이 쓰다듬었습니다. 복칠이가 낮고 편안한 소리를 냈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피어난 자비가 만들어낸 기적. 그것은 황금 덩어리도, 거상의 명성도, 왕실의 포상도 아니었습니다. 봄날 툇마루 위에서, 사랑하는 존재의 숨소리를 들으며, 바람의 온기를 얼굴로 받고 앉아 있는 이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오래도록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냄새나는 기적은, 가장 순수한 마음 위에서 피어났다고. 그리고 그 기적의 이름은 황금이 아니라, 만복(萬福)이었다고.
산사의 종소리가 멀리서 울려 퍼지며 봄바람과 함께 흩어졌습니다. 툇마루 위에서 복칠이의 꼬리가 느릿하고 평화롭게 한 번 더 흔들렸습니다.
엔딩
복칠이가 황금 똥을 눈 것은 딱 한 번도 아니었고, 길손이 거부가 된 것도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진심이 씨앗이 되고, 자비가 물이 되어, 오랜 시간 쌓인 것들이 어느 날 한꺼번에 꽃으로 피어난 것입니다. 하늘은 반드시 봅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베푼 그 작은 손길 하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