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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 전 소원, 오늘 밤 이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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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 년 전, 가난에 시달리던 김씨 가문의 선조가, 달빛 아래 도깨비에게 재물의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가문은 번영했지만, '백 년 후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가겠다'는 약속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밤, 그 약속의 날이 찾아왔습니다. 가문의 후손 김상철은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떠올리며 도깨비와 마주합니다. 과연 도깨비가 요구할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조선시대부터 이어져 온 한 가문의 비밀과 가족애를 그린 가슴 뭉클한 이야기입니다.

    ※ 백 년 전의 약속, 가난한 선비가 보름달 아래에서 도깨비와 거래를 맺는 장면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고, 보름달이 유난히 크게 떠 있던 그날 밤. 조선 후기, 굶주림에 지친 한 선비가 산길을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김진사는 팔자가 기구하게도 과거에 일곱 번이나 낙방하고, 아내와 어린 딸은 끼니를 굶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의 등은 무거운 한숨으로 굽어 있었고, 얼굴에는 세월의 상처가 깊게 패여 있었습니다.

    "이 김씨 가문, 대대로 글만 읽다 굶어 죽게 생겼구나..."

    한숨을 내쉬며 산모퉁이를 돌자, 갑자기 앞에 홍색 도포를 입은 키 큰 사내가 나타났습니다. 머리에는 뿔이 솟아 있고, 입가에는 기이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김 선비, 그렇게 한탄만 하지 말고 이 도깨비에게 소원을 빌어보시오."

    김진사는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도깨비의 눈빛에서 이상한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세상에... 정녕 도깨비란 말인가?"

    "그렇소. 내가 당신 가문의 운명을 바꿔줄 수 있소. 부와 명예를 주겠소. 하지만 백 년 후, 당신 가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가겠소. 어떻소, 응하겠소?"

    김진사의 눈앞에는 굶주린 아내와 딸의 모습이 아른거렸습니다. 백 년이라면... 그때는 자신도, 딸도 이미 세상에 없을 터. 후손들의 일은 후손들이 알아서 하겠지.

    "좋소. 받아들이겠소. 우리 가문을 일으켜 주시오."

    도깨비는 빙그레 웃으며 김진사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달빛이 더욱 강렬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자, 이제 계약은 성립되었소. 내일부터 당신의 운은 트일 것이오. 하지만 명심하시오. 백 년 후 보름달이 뜨는 날, 나는 돌아와 약속을 이행받을 것이오."

    도깨비의 모습은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졌고, 김진사는 그 자리에 한동안 얼어붙어 있었습니다.

    이튿날, 놀랍게도 김진사는 오래전 잃어버렸던 할아버지의 보물지도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그 지도를 따라가자 깊은 산속에 묻혀있던 금은보화를 찾게 되었고, 그의 가문은 순식간에 부유해졌습니다. 과거에도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고, 김씨 가문은 대대로 번창했습니다.

    하지만 김진사는 죽기 전, 그 비밀을 장남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백 년 후, 보름달이 뜨는 날, 도깨비가 올 것이다. 그때는... 우리 가문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주어야 한다."

    그 이야기는 대대로 장남에게만 전해져 내려왔고, 세월이 흘러 백 년의 시간이 거의 다 차갔습니다.

    ※ 할머니의 이야기, 김상철이 할머니로부터 가문의 비밀을 전해 듣는 장면

    2023년 현재, 서울 북촌의 오래된 한옥. 김씨 가문의 종갓집에서 할머니 김옥분(85)은 손자 김상철(38)의 손을 꼭 잡고 있었습니다. 병환으로 누워있는 할머니의 눈빛은 간절했습니다.

    "상철아, 오늘 밤이 바로 그날이야. 백 년 전 우리 증조할아버지께서 도깨비와 맺은 약속의 날..."

    상철은 어릴 적부터 할머니에게 들어온 이야기였지만, 항상 옛날이야기로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오늘따라 할머니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했습니다.

    "할머니, 그건 그냥 가문의 전설이잖아요. 실제로 도깨비가 올 리가..."

    "아니다! 오늘 밤 보름달이 뜨면 도깨비가 올 거야. 우리 가문의 모든 부와 명예는 그 약속으로부터 시작됐어. 네 아버지도 알고 있었지만, 작년에 갑자기 떠나시는 바람에 네가 알아야 해. 이제 우리 집안의 장남은 네가 유일하니까."

    상철은 할머니의 이마에 손을 얹어보았습니다. 열은 없었습니다. 맑은 정신으로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도깨비는 우리 가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간대. 네가 막아야 해."

    "가장 소중한 게 뭔데요, 할머니?"

    할머니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건... 도깨비만 알지. 하지만 네 증조할아버지부터 시작된 우리 가문의 부와 명예, 그리고 정신... 어쩌면 이 모든 것일 수도 있어."

    상철은 할머니의 말을 반신반의하면서도, 가문의 역사를 떠올렸습니다. 증조할아버지가 갑자기 부자가 된 이후, 김씨 가문은 정치계와 재계에 두루 이름을 날렸습니다. 상철의 아버지도 대기업 회장이었고, 상철 자신도 지금은 그룹의 부회장 자리에 있었습니다.

    "정말... 그게 도깨비 덕분이었을까요?"

    "오늘 밤이면 알게 될 거야. 내 방에 있는 붉은 함을 가져오렴. 그 안에 도깨비를 맞이할 준비가 있어."

    상철은 할머니의 방으로 가서 오래된 나무함을 가져왔습니다. 그 안에는 낡은 비단 보자기에 싸인 물건들이 있었습니다.

    "이건 도깨비가 증조할아버지께 준 패물이야. 오늘 밤, 도깨비를 만나거든 이것으로 네 정체성을 증명해야 해."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옥비녀를 꺼내 상철에게 건넸습니다.

    "이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살 수 없는 가보(家寶)야. 우리 가문의 정신이 담겨 있지."

    밤이 깊어갔고, 창밖으로 보름달이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상철은 할머니의 말대로 집 뒤편 소나무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달빛이 정원을 은백색으로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정말 도깨비를 만나게 되는 건가?"

    그때, 갑자기 바람이 불었고, 소나무 뒤에서 붉은 도포를 입은 사내가 걸어나왔습니다. 키 큰 사내의 머리에는 작은 뿔이 돋아 있었고, 그의 눈은 달빛 아래 초록색으로 빛났습니다.

    "백 년이 지났구나, 김씨 가문의 후손이여. 내가 왔다."

    상철은 공포와 경외감이 뒤섞인 표정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었습니다.

    ※ 약속의 날, 김상철이 도깨비를 맞이할 준비를 하는 장면

    햇살이 저물어가던 오후, 김상철은 할머니가 알려준 대로 집 마당에 도깨비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옛 방식 그대로, 정원 한가운데 붉은 천을 깔고 그 위에 제기와 정화수, 그리고 술 한 병을 놓았습니다. 마음 한 켠에서는 여전히 이 모든 것이 미신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할머니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상철아, 그렇게 하면 안 돼. 술잔은 세 개여야 해."

    뒤에서 들려오는 할머니의 목소리에 상철은 고개를 돌렸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나온 할머니는 정원으로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할머니, 들어가 계시지... 밖은 쌀쌀한데."

    "괜찮아. 오늘만큼은 내가 옆에 있어야 해. 내가 너무 오래 살았나 봐... 백 년 전 약속이 내 생전에 이루어지다니."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술잔을 하나 더 꺼내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낡은 비단 보자기에서 작은 나무 상자를 꺼냈습니다.

    "이건... 우리 가문의 혼이야. 증조할아버지께서 도깨비를 만난 그날 밤, 도깨비가 준 징표란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오래된 옥패가 있었습니다.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는 옥패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도깨비가 오면 이것을 보여주고, 우리 가문의 후손임을 밝혀야 해. 그리고... 그가 무엇을 요구하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야 해."

    상철은 할머니의 말을 곱씹으며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보름달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모든 게 진짜인가요? 정말 도깨비가 올까요?"

    "올 거야. 우리 가문의 부와 명예는 그 약속에서 시작됐으니까. 네가 알아야 할 것이 있어."

    할머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우리 가문은 5대에 걸쳐 번영했지. 하지만 그 번영 뒤에는 항상 그늘이 있었어. 네 아버지도, 할아버지도 모두 이 약속의 무게를 알고 있었지."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가문에서는 매 세대마다 장남이 갑작스러운 불행을 겪었어. 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도... 그리고 네 할아버지의 실종도... 모두 그 도깨비의 저주였는지도 모르지."

    상철의 얼굴이 창백해졌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심장마비로 인한 것이라 믿어왔지만, 할머니의 말은 그가 알고 있던 모든 것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그럼... 우리 가문은 저주받은 거예요?"

    "아니다. 우리는 약속을 지키는 가문이야. 오늘 밤, 그 약속이 끝나는 날이니... 이제 네가 우리 가문의 운명을 바꿀 수 있어."

    달이 점점 높이 떠오르고, 정원은 은빛으로 물들었습니다. 상철은 할머니가 건넨 옥패를 손에 꼭 쥐고, 깊은 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그때, 마당 저편에서 바람이 일었고, 소나무 가지가 흔들렸습니다. 상철과 할머니는 숨을 죽이며 그 방향을 바라보았습니다.

    ※ 도깨비의 등장, 도깨비가 나타나 백 년 전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는 장면

    달빛이 가득한 정원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소나무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고, 바람도 없는데 풀잎이 흔들렸습니다. 상철은 본능적으로 할머니의 휠체어를 뒤로 밀었습니다.

    "할머니, 들어가시는 게..."

    말을 마치기도 전에 소나무 뒤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습니다. 붉은 도포를 입은 그 사내는 현대적인 정원과는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차림새였습니다. 머리에는 작은 뿔이 돋아 있었고, 눈은 달빛 아래 초록색으로 빛났습니다.

    "백 년이 지났구나, 김씨 가문의 후손들이여."

    그 목소리는 깊고 울림이 있었습니다. 상철은 공포와 놀라움으로 말을 잇지 못했지만, 할머니는 의외로 차분했습니다.

    "오셨군요, 도깨비 어른. 우리는 약속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도깨비는 느릿하게 걸어와 마당 가운데 놓인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의 움직임에는 백 년의 시간이 담겨 있는 듯 했습니다.

    "자네들은 내 덕으로 백 년간 번영을 누렸지. 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왔네."

    도깨비는 상철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네가 이 가문의 장남인가? 자네의 증조할아버지와 참 닮았구나."

    상철은 떨리는 손으로 옥패를 내밀었습니다.

    "이... 이것을 보여드리라고 했습니다."

    도깨비는 옥패를 받아들고 한참을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습니다.

    "그래, 이것은 내가 준 징표가 맞네. 자네가 김진사의 피를 이은 정통 후손임을 증명하는구나."

    도깨비는 옥패를 다시 상철에게 건네며 말했습니다.

    "이제 약속을 이행할 때다. 나는 이 가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가겠네."

    상철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본능적으로 할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당신이... 할머니를 데려가려는 건가요?"

    도깨비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사람이 아니네. 더 근본적인 것이지."

    할머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가문의 부와 명예인가요?"

    "그것도 아니네. 내가 원하는 건..."

    도깨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원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그가 발을 디딘 자리마다 이상하게 푸른빛이 일었습니다.

    "김진사는 백 년 전, 가난과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와 계약을 맺었네. 나는 그에게 부와 명예를 주었고, 그 대가로 백 년 후 가장 소중한 것을 가져가기로 했지."

    도깨비는 돌연 상철 앞에 서서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자네는 자네 가문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상철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은 돈일까? 아니면 가문의 명예? 아니면 할머니? 그는 입을 열었다 다시 다물었습니다.

    도깨비는 상철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알지 못하는군. 자네 증조할아버지도 알지 못했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대가는 이미 치러지고 있었지."

    "무슨 말씀이신지..."

    "자네 가문의 모든 장남들이 겪은 불행... 그것이 바로 내가 조금씩 가져간 대가였네."

    ※ 가장 소중한 것, 김상철이 도깨비의 요구에 맞서 진정으로 소중한 것의 의미를 깨닫는 장면

    "우리 가문의 장남들이 겪은 불행이... 대가였다고요?"

    상철의 목소리가 떨렸습니다. 도깨비의 말은 그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습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할아버지의 실종, 증조할아버지의 사고... 모두 우연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렇네. 백 년 동안 나는 조금씩 가져갔지. 하지만 오늘 밤, 마지막 대가를 받으러 왔네."

    도깨비는 천천히 할머니에게 다가갔습니다.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평온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물러나세요!" 상철이 할머니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할머니는 떨리는 손으로 상철의 팔을 잡았습니다. "괜찮아, 상철아. 이건 우리 가문이 치러야 할 대가야."

    도깨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현명하시군. 당신은 이미 알고 계셨군요."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가문의 진정한 보물이 무엇인지, 저는 항상 알고 있었습니다."

    상철은 혼란스러웠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할머니, 무엇을 내어주신다는 겁니까?"

    도깨비가 대답했습니다. "자네 가문에서 가장 소중한 것... 그것은 바로 '기억'이네."

    "기억이요?"

    "그렇네. 자네 증조할아버지가 나와 계약을 맺었던 그 순간의 기억, 가난했던 시절의 기억, 고통과 굶주림의 기억... 그 모든 것을 내가 가져가기로 했네."

    할머니가 말했습니다. "우리 가문은 부와 명예를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뿌리를 잊었습니다. 대대로 장남들이 불행을 겪었던 이유도... 그들이 자신의 근원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맞네. 자네 가문은 대대로 근원을 잊고 오직 성공과 부만을 좇았지. 그 때문에 불행이 찾아왔던 것이네."

    상철은 할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할머니의 눈에는 슬픔과 결연함이 동시에 깃들어 있었습니다.

    "할머니,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 가문은 원래 가난했지만 행복했단다. 네 증조할아버지는 학자였고, 글과 덕을 중요시했지. 하지만 도깨비와의 계약 이후... 우리는 오직 부와 권력만을 쫓는 가문이 되었어."

    도깨비가 말했습니다. "이제 마지막 대가를 치를 시간이네. 나는 이 가문의 모든 기억을 가져가고, 자네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네."

    상철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가문의 부와 명예는 모두 사라질 것입니다. 회사도, 재산도, 모든 것이...

    "잠깐만요!" 상철이 소리쳤습니다. "정말로 그것이 가장 소중한 것일까요? 기억을 잃는다면... 우리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될 텐데요."

    도깨비가 관심을 보이며 상철을 바라보았습니다. "오호, 자네는 다르군. 계속해보게."

    "가장 소중한 것은... 기억 자체가 아니라, 그 기억에서 배우는 교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문이 어디서 왔고, 어떤 실수를 했는지 알아야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상철아..."

    도깨비는 상철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흥미롭군. 자네는 백 년 동안 내가 만난 이 가문의 장남들 중 가장 현명하네."

    ※ 새로운 시작, 도깨비와의 약속이 해결되고 가문의 새 역사가 시작되는 장면

    달빛이 더욱 강렬해졌습니다. 도깨비는 상철을 오랫동안 바라보더니 결정을 내린 듯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좋네. 내가 백 년 전 김진사와 한 약속을 조금 변경하겠네."

    도깨비는 손을 들어 달을 가리켰습니다. 달빛이 그의 손끝에서 모여들어 작은 구슬처럼 빛났습니다.

    "나는 자네 가문의 모든 기억을 가져가는 대신, 오직 자네에게만 그 기억을 남겨주겠네. 자네는 가문의 수호자가 되어 그 기억을 지키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하네."

    상철은 놀라움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제가... 가문의 기억을 지키는 수호자라고요?"

    "그렇네. 자네 증조할아버지의 진정한 모습, 가난했지만 학문과 덕을 중시했던 그때의 정신을 되찾는 것... 그것이 진정한 소원의 완성이네."

    할머니가 감동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도깨비 어른, 감사합니다. 우리 가문에 자비를 베풀어주시니..."

    도깨비는 손을 흔들며 그 말을 중단시켰습니다. "자비가 아니라 공정함이네. 상철이 보여준 지혜... 그것이 내가 원래 김진사에게서 보고 싶었던 것이니까."

    도깨비는 상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습니다. "이제 계약을 완성할 시간이네."

    상철은 망설임 없이 도깨비의 손을 잡았습니다. 그 순간, 강렬한 빛이 둘을 감쌌고, 상철의 머릿속으로 수많은 이미지가 흘러들어왔습니다. 가난했지만 학문에 정진하던 증조할아버지의 모습, 도깨비와 만나던 그 운명의 밤, 그리고 이후 가문이 겪은 영광과 불행의 순간들...

    "이것이... 우리 가문의 진짜 역사군요."

    도깨비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네. 이제 자네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네. 가문의 영광 뒤에 숨겨진 그림자까지도."

    빛이 사그라들자, 상철은 새로운 깨달음으로 가득 찬 마음을 느꼈습니다. 그의 눈앞에는 할머니와 도깨비가 서 있었습니다.

    "이제 나의 약속은 끝났네. 백 년의 계약이 완성되었으니 나는 떠나야겠네."

    도깨비는 뒤돌아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상철이 급히 불렀습니다.

    "잠깐만요! 우리 가문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건가요? 모든 부와 명예를 잃게 되나요?"

    도깨비는 돌아보며 미소지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자네에게 달려있네. 나는 단지 기억을 주었을 뿐,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자네의 선택이네."

    도깨비의 모습이 달빛 속에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마지막 순간, 그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들려왔습니다.

    "진정한 부는 금은보화가 아니라 지혜와 덕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게..."

    도깨비가 사라진 자리에는 오직 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만이 남았습니다. 상철은 할머니의 휠체어를 밀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습니다.

    "할머니, 이제 저는 모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문의 시작과 끝을..."

    할머니는 손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았습니다. "그래, 이제 네가 진정한 김씨 가문의 후계자가 된 거야. 부와 명예가 아니라, 지혜와 덕을 이어받은..."

    다음 날 아침, 상철은 회사의 큰 결정을 내렸습니다. 오랫동안 이어온 사업 중 일부를 과감히 정리하고, 새로운 교육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리고 가문의 오래된 서책들을 모아 도서관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백 년 전의 소원은 이루어졌지만, 그것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었습니다. 김씨 가문의 진정한 유산을 되찾는 여정이 시작된 것입니다.

    유튜브 엔딩멘트

    여러분, 오늘 '100년 전 소원, 오늘 밤 이루어지다'의 이야기 어떠셨나요?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도깨비와 계약을 맺었던 한 가문의 이야기... 결국 가장 소중한 것은 우리의 뿌리와 정신이었습니다. 때로는 과거를 돌아보는 것이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가 될 수 있지요.

    다음 편에서는 '호랑이 정령과 맺은 소년의 운명적 인연'이라는 제목으로 또 다른 어우야담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조선시대 깊은 산속, 죽음의 위기에서 호랑이 정령에게 구원받은 소년이 맺게 된 특별한 인연... 그리고 50년 후 다시 만난 호랑이 정령과의 약속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과의 교감이 담긴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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