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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직한 나무꾼과 도깨비 방망이

    씬1

    아주 먼 옛날, 깊은 산골 외딴 마을에 한 나무꾼이 살고 있었습니다. 비록 가난했지만, 매일 산에서 정직하게 나무를 해다 팔며 아내와 단란한 생활을 이어갔지요. 날씨가 흐린 어느 날, 나무꾼은 평소처럼 이른 새벽부터 산을 올랐습니다. 발아래 쌓인 마른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며 발걸음을 따라 소리를 냈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며 불길한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아이고... 날씨가 좋지 않으니 오늘은 일찍 끝내야겠구나."

    나무꾼은 늘 다니던 길을 따라 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다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꽤 큰 소나무를 발견했지요. 잠시 주변을 살펴본 나무꾼은 도끼를 들어 나무를 베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칼날이 나무기둥을 파고들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순식간에 먹구름이 몰려왔고,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상하다... 아침에는 분명 비 소식이 없었는데..."

    불안한 마음에 나무꾼이 도끼질을 멈추려는 순간이었습니다. 갑자기 번개가 대낮의 하늘을 가르며 나무꾼이 베던 소나무를 강타했습니다. 놀란 나무꾼은 그만 도끼를 놓쳐 커다란 바위 틈 사이로 떨어뜨리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이를 어쩌나. 저 도끼가 없으면 나무를 팔 수가 없는데..."

    나무꾼은 바위 틈 사이로 손을 넣어보았지만, 도끼는 너무 깊이 떨어져 손이 닿지 않았습니다. 한숨을 쉬며 괜히 베지 말아야 할 나무를 건드렸나 후회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갑자기 주변이 밝아지더니 어디선가 기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히히히... 참으로 재미있는 인간이로구나."

    나무꾼이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만 방금 전까지 어둡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맑게 갰고, 어디선가 향긋한 솔향이 코끝을 스쳤습니다.

    "누, 누구십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나무꾼이 물었습니다. 그러자 방금 전 번개를 맞았던 소나무 앞으로 붉은 빛이 모이더니, 이상한 모습의 도깨비가 나타났습니다. 긴 코와 뾰족한 이빨, 그리고 한 손에는 방망이를 들고 있었지요.

    씬2

    "사람 아니면 범접하지 못할 나무를 건드린 죗값을 치르게 해주마!"

    도깨비는 방망이를 휘두르며 나무꾼을 노려보았습니다. 나무꾼은 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었습니다. 가족들을 생각하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도끼만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었지요.

    "흠... 네 말대로 이 나무는 평범한 나무가 아니다. 내가 수백 년을 지켜온 영물이지. 너같이 욕심 많은 인간들이 이 나무를 베어가려 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천둥번개로 그들을 혼내주었다."

    도깨비의 말에 나무꾼은 더욱 깊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진심 어린 모습에 도깨비의 표정이 조금씩 누그러졌습니다.

    "하지만 너는 다르구나. 네 눈빛에서 탐욕이 보이지 않아. 도끼를 잃어 안타까워하는 마음도 가족을 걱정하는 정직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 같고... 그래서 한 번 시험해보고 싶구나."

    도깨비는 손가락을 튕기자 바위 틈에서 반짝이는 세 자루의 도끼가 나타났습니다. 순금으로 만든 도끼, 은으로 만든 도끼, 그리고 나무꾼이 잃어버린 낡은 쇠도끼였습니다.

    "자, 이 중에서 네 도끼를 골라보거라. 만약 거짓말을 하면 큰 벌을 내리겠지만, 정직하게 말한다면 너그러이 봐주마."

    나무꾼은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금도끼와 은도끼는 너무나 아름답고 값진 것이었습니다. 저 도끼들만 있다면 가족들과 평생 굶지 않고 살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나무꾼의 마음속에서는 더 큰 소리로 양심이 속삭였습니다.

    "저기 있는 낡은 쇠도끼가 제 것입니다. 비록 오래되고 낡았지만, 지금까지 저와 함께 정직하게 살아온 소중한 도구입니다."

    나무꾼의 대답에 도깨비는 환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리고는 방망이를 한 번 크게 휘둘렀습니다. 순간 세 자루의 도끼가 모두 반짝이며 빛났고, 도깨비는 그것들을 모두 나무꾼 앞으로 가져다 놓았습니다.

    "네가 바로 내가 찾던 정직한 사람이구나! 이제 이 도끼들은 모두 네 것이다. 정직하게 살아온 너에게 주는 선물이니, 앞으로도 그 마음 변치 말거라."

    씬3

    도깨비의 선물로 부자가 된 나무꾼은 마음씨 착한 아내와 함께 마을 사람들을 도우며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마침내 욕심쟁이 남동생의 귀에도 들어가게 되었지요.

    "형이 도깨비를 만나 부자가 되었다고? 나도 한번 가봐야겠구나."

    욕심쟁이 동생은 형과 똑같은 방법으로 도깨비를 만나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일부러 커다란 소나무 앞에서 도끼질을 하기 시작했지요. 번개가 내리치자 도깨비가 나타났고, 형님에게 들은 대로 도끼를 일부러 바위 틈에 떨어뜨렸습니다.

    "이크! 도끼를 잃어버렸네. 누가 좀 도와주시오!"

    그러자 예상대로 도깨비가 나타나 세 자루의 도끼를 보여주었습니다. 금도끼, 은도끼, 그리고 쇠도끼였지요. 욕심쟁이 동생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얼른 금도끼를 가리켰습니다.

    "아이고! 저 금도끼가 제 도끼입니다! 제가 어제 잃어버린 것과 똑같네요!"

    그 순간 도깨비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습니다. 방망이를 휘두르자 번개가 내리치며 천둥소리가 울렸고, 욕심쟁이 동생은 그 자리에서 엉엉 울며 빌었습니다.

    "이런 거짓말쟁이 같으니! 네 형은 정직했기에 복을 받은 것이니라. 하지만 너는 거짓말로 복을 얻으려 했으니, 그 죄값을 받아야겠다!"

    도깨비는 방망이로 욕심쟁이 동생의 코를 한 대 때렸고, 그 순간 동생의 코는 점점 길어져 땅에 닿을 정도가 되었답니다. 부끄러움에 얼굴을 가린 채 도망치는 동생을 보며, 도깨비는 산속에서 크게 웃었다고 합니다.

    "히히히! 정직한 자에겐 복을, 거짓말쟁이에겐 벌을! 이것이 바로 산신령님의 뜻이니라!"

    씬4

    긴 코를 단 채 마을로 돌아온 욕심쟁이 동생은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괴롭게 보냈습니다. 부자로 살던 형님을 시기하여 거짓말을 한 것이 이런 벌을 부르고 말았던 것이지요.

    "형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욕심을 부려 이런 꼴이 되었네요..."

    동생의 눈물 어린 고백을 들은 나무꾼은 아내와 함께 고민했습니다. 동생이 비록 잘못을 저질렀지만, 이제라도 뉘우치고 있으니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나무꾼 부부는 매일 저녁 동생을 집으로 초대해 따뜻한 밥을 대접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즐거움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정직하게 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야."

    형님의 진심 어린 조언을 들으며 동생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웃들을 돕고, 정직하게 일하는 기쁨을 알게 되었지요. 그렇게 석 달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어느 날 아침, 동생은 자신의 코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이지? 제 코가 짧아지고 있어요!"

    놀란 마음에 형님 집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때 갑자기 창밖에서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지요.

    "히히히! 이제야 네 마음이 깨끗해졌구나. 정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네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제 그 벌을 거두어 주마!"

    도깨비의 목소리가 사라지자, 동생의 코는 완전히 예전처럼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 후로 동생은 형님처럼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았고, 두 형제는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다고 합니다.

    씬5

    형제가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본 도깨비는 매우 기뻤습니다. 어느 날 밤, 도깨비는 두 형제의 꿈에 동시에 나타났습니다.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소나무 앞에서 도깨비는 신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요.

    "너희 형제가 이렇게 마음을 모아 정직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기특하구나. 이제 너희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나 주려고 한다."

    도깨비는 자신의 방망이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러자 방망이에서 오색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주변의 나무들이 모두 흔들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이 도깨비 방망이는 마음씨 착한 사람의 손에서만 신비한 힘을 발휘한단다. 방망이로 땅을 한 번 두드리면 쌀이 쏟아지고, 두 번 두드리면 반찬이 나오지. 하지만 욕심을 부리면 방망이의 힘이 사라질 것이니 명심하거라."

    두 형제는 감격에 겨워 도깨비에게 깊은 절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놀랍게도 방망이는 형제의 집 처마 밑에 걸려 있었지요.

    "이 방망이로 마을의 굶주린 사람들을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형제는 서로 의견을 모아 매일 저녁 마을 광장에서 방망이를 두드려 밥상을 차렸습니다. 덕분에 마을에는 더 이상 굶주린 사람이 없게 되었고, 사람들은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았답니다.

    도깨비는 가끔 구름을 타고 마을 위를 지나가며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며 중얼거렸지요.

    "이제 이 마을은 정직과 나눔의 마을이 되었구나. 산신령님도 크게 기뻐하실 것이야. 히히히..."

    이렇게 두 형제의 정직함과 도깨비의 마법 덕분에, 그 마을은 언제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행복한 마을이 되었답니다.

    씬6

    하지만 행복한 나날도 잠시, 마을에 큰 시련이 찾아왔습니다. 3년 만에 찾아온 극심한 가뭄으로 마을의 농작물이 모두 말라죽기 시작한 것입니다. 주변 마을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떠나갔다고 했지요.

    "형님, 이대로는 우리 마을도 망하고 말 것 같습니다."
    "걱정 마라. 우리에겐 도깨비 방망이가 있잖느냐."

    형제는 날마다 방망이로 쌀과 반찬을 만들어 마을 사람들을 먹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소문을 듣고 찾아오면서, 방망이의 힘이 조금씩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쌀밥이 나왔지만, 이제는 죽이 나오는 것이 고작이었지요.

    "아마도 우리의 욕심이 커진 걸지도 모릅니다. 더 많은 사람을 도우려다 보니..."
    "그래, 네 말이 맞구나. 도깨비님께서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하셨는데..."

    고민하던 형제는 마침내 결심을 하고 깊은 산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도깨비를 만났던 그 소나무 앞에서 간절히 빌었습니다.

    "도깨비님, 저희를 도와주세요. 이것이 욕심이라면 저희만 벌을 받겠습니다. 하지만 굶주린 사람들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내 온 산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빗속에서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희의 마음씨가 참으로 아름답구나. 더 많은 이들을 돕겠다는 그 마음이 욕심이 아니란다. 진정한 욕심이란 자신만을 위하는 것이지. 이제 방망이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주마."

    씬7

    도깨비의 말이 끝나자 하늘에서 번개가 내리쳤고, 형제가 들고 있던 방망이가 찬란한 빛을 발했습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방망이의 색깔이 하얀색으로 변했지요. 도깨비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이 방망이는 더 큰 힘을 가지게 되었다. 세 번 두드리면 비를 내리게 할 수 있고, 네 번 두드리면 씨앗이 자라나게 할 수 있지. 하지만 명심하거라. 이 힘은 오직 모두를 위해 쓸 때만 통할 것이니..."

    형제는 감격에 겨워 연신 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마을로 돌아와 사람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했지요. 마을 사람들은 모두 모여 하늘에 감사 기도를 올렸습니다.

    다음 날부터 형제는 매일 아침 방망이로 적당한 비를 내리게 했고, 저녁이면 마을의 농작물이 자라나게 했습니다. 덕분에 말라죽었던 농작물들이 다시 싹을 틔웠고, 곧 마을은 푸른 빛으로 가득 찼답니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주변 마을 사람들도 찾아와 도움을 청했습니다. 형제는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큰 웅덩이를 파고, 농사법을 가르쳐주며 이웃 마을들도 도왔지요.

    "우리가 받은 도움을 우리만 가지고 있을 순 없지요."
    "그래, 이게 바로 도깨비님께서 바라시는 거겠지?"

    그렇게 가뭄은 지나갔고, 그 해 농사는 풍년이 들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 기적 같은 일을 절대 잊지 못했고, 매년 추수가 끝나면 도깨비를 기리는 잔치를 열었다고 합니다.

    씬8

    풍년이 든 마을에 안타까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욕심 많기로 유명한 이웃 마을의 부자가 도깨비 방망이의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입니다. 그는 많은 돈을 가져와 방망이를 사겠다고 했지요.

    "이 방망이 값으로 금 백 냥을 드리겠소. 아니, 이백 냥도 좋소! 당장 내일이라도 가져다 드리겠소!"

    하지만 형제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도깨비의 선물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부자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변했습니다.

    "그렇게 나오시니 할 수 없군요. 다른 방법을 써야겠소."

    그날 밤, 부자는 도둑들을 시켜 방망이를 훔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이 벌어졌지요. 도둑들이 방망이를 만지는 순간, 방망이에서 시뻘건 불꽃이 튀어나와 도둑들의 손을 데었던 것입니다.

    "으악! 이게 무슨 일이야!"

    놀란 도둑들이 도망가는 소리에 잠에서 깬 형제는 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히히히! 걱정 말거라. 이 방망이는 욕심쟁이들은 절대 손댈 수 없도록 만들어졌단다. 오직 착하고 정직한 사람의 손에서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지."

    부자는 결국 도둑질을 시도한 것이 들통나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쫓겨났습니다. 그 후로 아무도 방망이를 탐내지 않았고, 형제는 더욱 열심히 마을 사람들을 위해 방망이를 사용했답니다.

    "역시 정직하게 사는 게 최고야."
    "그래, 욕심부리지 않고 서로 도우며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거야."

    씬9

    그렇게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마을에 한 늙은 스님이 찾아왔습니다. 스님은 절에 큰 일이 있다며 형제에게 도움을 청했지요.

    "나라에서 가장 큰 절의 백년된 종각이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나무기둥이 필요한데, 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너무 작아 큰 걱정입니다."

    형제는 스님의 이야기를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도깨비 방망이로는 비를 내리고 곡식을 자라게 할 순 있지만, 큰 나무를 자라게 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번 시도해 보는 게 어떨까요? 도깨비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실지도 모르잖아요."

    형제는 스님을 모시고 절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무너져가는 종각 앞에서 방망이를 들고 하늘을 향해 기도했습니다.

    "도깨비님, 부처님을 모신 절을 위해 힘을 빌려주세요..."

    그러자 갑자기 방망이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방망이는 공중으로 날아올라 빙글빙글 돌더니, 땅을 다섯 번 연속으로 두드렸지요. 순간 땅속에서 새싹이 돋아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나무로 자라났습니다.

    "아니, 이것은 전설 속의 향나무...!"

    스님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나무는 바로 천 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영험한 향나무였던 것입니다. 향나무는 저절로 알맞은 크기로 잘리더니, 종각을 받치는 기둥이 되었답니다.

    "부처님의 뜻과 도깨비님의 은혜가 하나가 되었구나..."

    그날 밤, 절 마당에는 은은한 향기가 가득했고, 어디선가 도깨비의 기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씬10

    어느덧 세월이 흘러 형제는 나이가 들었고, 마을은 더욱 번창했습니다. 도깨비 방망이 덕분에 마을은 한 번도 흉년을 겪지 않았고, 사람들은 서로 돕고 나누며 살았지요. 하지만 형제의 마음 한켠에는 작은 걱정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떠난 뒤에는 누가 이 방망이를 지켜야 할까..."
    "그래, 방망이의 힘을 올바르게 쓸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 할 텐데..."

    고민하던 어느 날 밤, 꿈속에서 도깨비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늘 장난스럽던 도깨비의 얼굴이 이번에는 진지해 보였지요.

    "너희가 걱정하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단다. 하지만 염려 말거라. 이제 방망이는 스스로 주인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영험해졌으니..."

    도깨비의 말대로였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방망이가 갑자기 빛나더니 둘로 나뉘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서 가장 정직하고 마음씨 착한 남매의 집으로 날아가 처마 밑에 걸렸지요.

    "이제 알겠구나. 도깨비님께서 이미 다음 주인을 정해두셨던 거야."
    "그래, 그 아이들이라면 틀림없이 잘할 거야."

    형제는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남매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도와 일하고, 이웃들과 나누며 살았던 아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형제는 남매를 불러 도깨비 방망이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답니다.

    "방망이의 힘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정직한 마음이란다. 그 마음만 있다면 도깨비님께서 항상 함께하실 거야."

    그 말을 들은 남매의 눈에서는 반짝이는 눈물이 흘렀습니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도깨비 방망이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답니다.

    씬11

    새로운 주인을 만난 도깨비 방망이는 더욱 신비로운 힘을 발휘했습니다. 남매가 방망이로 땅을 두드릴 때마다 주변에 무지개가 떴고, 밤이면 반딧불이처럼 은은한 빛을 내뿜었지요. 마치 도깨비가 항상 지켜보고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오빠, 저기 봐요! 방망이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는 것 같아요."
    "그러네. 저쪽으로 가보자."

    어느 날, 방망이가 갑자기 마을 뒷산을 가리켰습니다. 남매가 그곳에 가보니 산사태의 조짐이 보였지요. 남매는 즉시 방망이로 땅을 두드려 나무들을 자라게 했고, 덕분에 마을은 큰 재앙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도깨비님은 우리를 지켜보고 계셨어..."
    "네, 방망이를 통해 우리를 도와주고 계신 거예요."

    소문은 더욱 멀리 퍼졌고, 이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사람들이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남매는 결코 교만해지지 않았고, 더욱 겸손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도왔지요.

    "도깨비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니, 우리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눠야 해요."
    "그래, 네 말이 맞아. 이게 바로 도깨비님의 뜻일 거야."

    어느 날 밤, 달빛이 환하게 비치는 마당에서 도깨비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히히히! 너희는 정말 훌륭한 아이들이구나. 나와 산신령님이 너희를 잘 지켜보고 있단다. 앞으로도 그 마음 변치 말거라..."

    그 후로도 마을에는 도깨비의 웃음소리가 자주 들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들이 유독 반짝이는 것을 보며, 도깨비가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고 믿었답니다.

    씬12

    세월이 흘러 남매도 어느덧 늙어갔지만, 마을은 여전히 평화롭고 행복했습니다. 착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대대로 도깨비 방망이를 이어받으며, 서로 돕고 나누는 전통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끝이 있는 법. 도깨비는 마지막으로 마을 사람들의 꿈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제 방망이의 힘이 필요 없을 만큼 너희들의 마음이 아름다워졌구나. 방망이가 없어도 서로를 도울 수 있고, 정직하게 살 수 있게 되었으니..."

    다음 날 아침, 도깨비 방망이는 홀연히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슬퍼하지 않았지요. 대신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가득했답니다.

    "도깨비님이 우리에게 진정한 선물을 주고 가셨어요."
    "그래, 그건 바로 서로를 사랑하고 돕는 마음이지."

    그 후로도 그 마을은 도깨비마을이라 불리며, 가장 정직하고 인정 많은 사람들이 사는 곳으로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끔 달 밝은 밤이면, 멀리서 도깨비의 익숙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고 하네요.

    "히히히! 우리 마을 사람들, 참 자랑스럽구나!"

    이렇게 도깨비 방망이는 사라졌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긴 정직과 나눔의 가치는 영원히 이어졌답니다.

    안녕하세요.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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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다음 이야기에서 다시 만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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